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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_flag_2인천지방법원 2013.12.18. 선고 2013고합658 판결

존속살해,살인,사체손괴,사체은닉

사건

2013고합658 존속살해, 살인, 사체손괴, 사체은닉

피고인

A

검사

이동현(기소, 공판), 이종찬(공판)

변호인

변호사 B(국선), C(국선)

판결선고

2013. 12. 18.

주문

피고인을 사형에 처한다.

압수된 스마트폰 2개(증 제1호), GMC 컴퓨터 본체 1개(증 제60호), AON 컴퓨터 본체 1개(증 제61호), 외장하드(제조사 : 씨게이트, 용량 500GB) 1개(증 제62호), LG 옵티머스 스마트폰 1개(증 제63호), 모방범 등 서적 18권(증 제65호), 그린락스 2L 1병(증 제94호), 상표 없는 락스 1L 1병(증 제95호), 고속도로 통행권 2개(증 제100, 101호)를 각 몰수한다.

이유

범죄 사실

피고인은 피해자 D(여, 58세)과는 모자관계, 피해자 E(32세)과는 형제관계에 있는 사람이다.

피고인은 2011. 3.경 F와 혼인을 할 당시 혼수문제로 어머니인 피해자 D과 갈등이 생기자 피고인 명의로 되어 있던 인천 남구 G에 있는 빌라를 담보로 제공하고 5,000만 원 상당을 대출받아 혼수 및 자동차 구입 등의 용도로 사용하였고, 이후 잦은 여행 및 사치생활, 강원랜드 출입으로 인해 카드 대금 및 대출금 채무가 누적되자 위 빌라를 팔아서 이를 갚기도 하였다. 피고인 및 F는 위 빌라를 처분하고 나서도 강원랜드 출입 및 사치스러운 생활을 계속하여 채무가 누적되어 피고인은 2012. 1.경에, F는 2012. 3.경에 모두 신용불량자가 되었음에도 강원랜드에 계속 출입하는 등으로 인해 2013. 7.경에는 카드 대금 및 대출금 채무 등 채무 합계액이 7,000만 원 상당에 이르렀고, 피고인이 강원랜드를 출입하면서 퀵서비스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면서 대출금 이자 및 각종 공과금을 연체하는 등 생활고에 시달리게 되었다.

피고인과 F는 혼수문제로 피해자 D과 결혼 초기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고, 이후 피해자 D의 잦은 폭언 등으로 인해 갈등이 점차 증폭되고 있었으며, 2013. 5. 8.경에는 생활고로 인해 피해자 D이 어버이날 선물로 요구했던 전기밥솥을 선물하지 못하자 피해자 D이 F의 친정까지 들먹이며 화를 내는 등 피해자 D과의 관계가 악화되어 그로 인한 스트레스로 정신과 진료를 받기까지 하면서 피해자 D에 대한 원망이 점차 커져갔다.

피고인은 2013. 7. 24.경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인천 남구 H 3층에 있는 피해자 D의 집에 찾아가 피해자 D에게 보증을 잘못 서 사기를 당한 것처럼 가장하여 도움을 요청하였으나 피해자 D이 이를 냉정하게 거절하고, 그 무렵 형인 피해자 E도 피고인의 도움 요청을 거절하자, 피해자들이 피고인을 가족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생각과 그동안 피해자 D과의 갈등관계로 인하여 누적된 감정으로 인해, 피해자들을 살해하여 피해자들의 재산을 상속받아 가로채기로 F와 공모하였다.

이후 피고인과 F는 구체적인 살해 방법(혈흔이 튀지 않도록 목을 졸라 살해하는 방법), 사체유기 장소(경북 울진) 및 범행 흔적을 남기지 않는 방법(치아를 부수어 치과 기록과 대조할 수 없게 하고, 사체를 태우고, 락스를 이용하여 혈흔을 지우는 방법) 등에 대해 상의를 하였고, 이에 따라 피고인은 수면제를 범행에 이용하기 위해 2013. 8. 6.경 다니던 정신병원에서 평소(2주 분)보다 많은 3주 분의 수면제를 처방받아 구입하고, 2013. 8. 9.경 사체를 불에 태우는데 이용할 신나와 피해자들의 목을 조르는데 사용할 밧줄을 구입하였으며, 2013. 8. 10.경 장갑 및 청테이프를 구입하였고, 2013. 8. 11.경에는 F와 함께 혈흔을 지우는 데 사용할 락스 1병을 구입하여 피해자들을 살해할 준비를 하였다.

1. 존속살해

피고인은 2013. 8. 13. 10:00경 위 피해자 D의 집에 찾아가 피해자에게 재차 경제적인 도움을 요청하였으나, 피해자가 "돈 얘기 할 거면 다시는 오지 말아라. 너는 내 자식이 아니다. 돈을 왜 자꾸 달라고 하냐."고 말하며 피고인의 요청을 거절하자, 피해자의 뒤로 다가가 입고 있던 조끼 주머니에서 미리 준비해 간 밧줄을 꺼내어 위 밧줄로 피해자의 목을 졸라 피해자를 경부압박 질식으로 사망하게 하였다.

피고인은 이와 같이 F와 공모하여 직계존속인 피해자를 살해하였다.

2. 살인

피고인은 위와 같이 어머니 D을 살해한 후 계속해서 피해자 E도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2013. 8. 13. 18:00경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피해자가 언제 집에 돌아오는지 확인한 후, 준비해간 수면제 4-5봉을 꺼내어 이를 가루로 빻은 후 그날 편의점에서 구입한 맥주에 넣고서 피해자를 기다렸다.

피고인은 2013. 8. 13. 20:00경 피해자가 집에 들어오자, F와의 이혼문제에 대해 상의를 한다는 명목으로 같이 술을 마시자고 권유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수면제가 들어있던 맥주를 마시게 하였고, 이를 마신 피해자가 의식을 잃자 제1항과 같은 밧줄로 피해자의 목을 졸라 피해자를 경부압박 질식으로 사망하게 하였다.

피고인은 이와 같이 F와 공모하여 피해자를 살해하였다.

3. 사체손괴, 사체은닉

피고인은 2013. 8. 14. 02:00경 제1항과 같은 장소에서 어머니인 D의 사체를 미리 준비해간 비닐과 그곳에 있던 D의 옷, 이불 등으로 감싸 청테이프로 고정시켜 E의 시빅 승용차에 실은 후, E의 사체도 위 승용차에 옮기려 하였으나 사체가 무거워 옮기기 어렵다고 판단되자 E의 사체를 토막 낸 후 위 승용차에 싣기로 마음먹었다.

피고인은 먼저 E의 사체를 욕실로 끌고 간 후, 위 집에 있던 칼과 톱을 이용하여 칼로 E의 살을 뼈 있는 곳까지 자른 다음 잘린 틈 사이로 톱을 넣어 E의 뼈를 써는 방법으로 E의 머리, 몸통, 팔, 다리 부위를 8조각으로 토막 내고, 다시 칼을 이용하여 E의 몸통 부위 살을 도려낸 후 D의 집에 있던 여행가방 3개에 E의 사체를 나누어 담아 위 시빅 승용차에 실었다.

피고인은 2013. 8. 14. 15:00경 인천 남구 학익동에 있는 불상의 오리고기 집 건너편 길에서 피고인의 연락을 받고 온 F와 만나 D과 E의 사체가 실려 있는 승용차에 F를 탑승시킨 후 위 사체들을 은닉하기 위하여 경북 울진군을 향해 출발하였다.

피고인과 F는 2013. 8. 14. 22:00경 경북 울진군 서면 소광리에 있는 금강송 군락지 입구 삼거리 야산 앞길에 이르러 위 승용차를 정차시키고 E의 사체를 담은 가방 3개를 위 승용차에서 내려 가방에서 E의 사체를 꺼낸 후 신원을 확인할 수 없도록 불을 피워 E의 머리부위와 지문이 있는 손가락 부위를 불에 태우고, 치과기록을 확인할 수 없도록 망치로 E의 치아부위를 수회 내리쳐 치아를 부수고, 땅을 판 후 E의 사체를 그 곳에 넣고 흙으로 묻은 후 그 위에 돌을 쌓았다. 피고인은 계속하여 트렁크에 실려 있던 D의 사체로 가 D의 신원을 확인할 수 없도록 가위로 D의 손가락 지문 부위를 잘라 낸 후 이를 계곡에 버렸다.

피고인과 F는 다시 위 시빅 승용차를 타고 출발하여 2013. 8. 15. 02:00경 강원 정선군 신동읍 가사리 84-1에 있는 야산 앞에 이르러 위 승용차를 정차시키고 위 승용차에서 D의 사체를 꺼내어 야산으로 끌고 간 후 치과기록을 확인 할 수 없도록 망치로 D의 치아를 부순 후 사체를 발견하기 어렵도록 낙엽을 이용하여 사체를 덮었다.

피고인은 이와 같이 F와 공모하여 E과 D의 사체를 각 손괴하고, 이를 각 은닉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법정진술

1. I, J, K, L, M, N, O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

1. 실종아동등 가출인 발생(상황) 보고서, 내사보고(신고자 면접수사 등), 차량번호자동 판독시스템 활용 CCTV 자료발췌 업무협조의뢰, 각 수사협조의뢰 및 회신(증거목록 순번 10, 13), 통행원시조회, 수사보고서(피의자 처 F 상대 수사), 수사보고서(F 본건 범죄 관련성 여부에 대한 수사), 수사보고서(압수수색영장 집행, 증거목록 순번 37), 수사보고서(강원랜드 카지노 출입사실 확인 등), 수사보고서(압수수색검증영장 집행 및 결과 보고), 수사보고서(그린락스 구입처 등 확인), 수사보고서(범행 도구 구입 여부 수사), 각 현장실황조사서(증거목록 순번 120, 129), 실황조사서(증거목록 순번 136), 각 남구 H 모자실종사건 현장감식결과 보고, 수사보고서(하모니마트 락스 구입 등)

1. 피고인 휴대전화 카카오톡 메시지 등, 휴대전화 분석 결과

1. 각 압수조서

1. 감정서, 법치의학 감정서, 각 감정의뢰 회보(증거목록 순번 146, 148)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형법 제250조 제2항(존속살해의 점, 사형 선택), 형법 제250조 제1항(살인의 점, 무기징역형 선택), 각 형법 제161조 제1항(각 사체손괴 및 은닉의 점)

1. 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1호, 제50조(형이 가장 무거운 존속살해죄에 대하여 사형으로 처벌하므로 다른 형을 과하지 아니함)

1. 몰수

양형의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 사형

2. 양형기준상 권고형의 범위

가. 판시 존속살해죄

[유형의 결정] 살인범죄군, 제3유형(비난 동기 살인)

[특별양형인자] 가중요소 : 계획적인 살인 범행, 사체손괴, 존속인 피해자

[권고형량 범위] 18년 ~ 45년 또는 무기 이상(특별가중영역)

나. 판시 살인죄

[유형의 결정] 살인범죄군, 제3유형(비난 동기 살인)

[특별양형인자] 가중요소 : 계획적인 살인 범행, 사체손괴

[권고형량 범위] 18년 ~ 45년 또는 무기 이상(특별가중영역)

다. 수정된 권고형의 범위 : 사형(양형기준이 설정된 위 각 범죄와 양형기준이 설정되지 아니한 판시 각 사체은닉죄 및 각 사체손괴죄 사이의 형법 제37조 전단의 의 경합범이므로, 그 하한은 양형기준이 설정된 범죄의 양형기준상 형량범위 하한에 따르되, 법률상 처단형을 고려)

3. 양형 판단

가.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실

1) 피고인의 연령, 가족관계, 환경, 성장과정, 직업과 경력, 성행, 지능, 교육정도, 피해자들과의 관계 등

피고인은 P생으로 인천에서 아버지인 Q, 어머니인 피해자 D(R생) 사이에서 2남 중 차남으로 태어나 부모 및 형인 피해자 E(S생)과 함께 넉넉하지는 않지만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 없이 생활하여 왔다. 피고인의 아버지가 2008.경 사망한 이후에는 어머니인 피해자 D이 피고인 형제를 뒷바라지했다.

피고인은 인천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마치고 T대학 U 학과에 진학하였으며, 군복무를 마치고 2005. 11.경 전역하였다. 2007.경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2009.경까지 서버 관리회사의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월급이 오르지 않아 그만 두었고, 이후부터 퀵서비스 기사로 근무해왔다. 고등학교 재학 당시 피고인의 교과 성적은 양호하거나 다소 부진한 정도였고, 대체로 성품이 착하고, 교우관계와 생활자세가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피고인은 2005. 12.경 교회에서 동갑인 F(V생)를 만나 2006.경부터 약 5년간 교제를 한 후 2011. 3. 26. 결혼하였고, 자녀는 없다. 피해자 D은 교회에서 F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을 듣고 두 사람의 교제를 반대하였으나 결국 결혼을 허락하였으며, 결혼 당시 피고인에게 시가 1억 원 상당의 빌라를 제공해주었다. 그러나 결혼 후에도 며느리인 F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고, 이로 인하여 피고인 부부와는 사이가 그리 좋지 않았다. 피고인은 피해자 E과는 특별히 사이가 나쁘지 않았으나, 피해자 E이 어학연수를 다녀오면서 장기간 떨어져 지냈던 탓으로 다소 서먹한 사이였다.

피고인은 평소 감정을 잘 표출하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F와의 교제 과정에서 피해자 D과 자주 충돌하였고, 결혼 이후에도 다툼이 잦았다. 반면에 F에 대하여는 전적인 신뢰와 의존성을 보였다. F는 우울증, 불면증 등으로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아왔고, 수면제에 대한 의존도가 심각한 수준이었으며, 피고인 역시 불면증으로 신경정신과에 다니면서 평소 수면제를 처방받아 복용해왔다.

2) 범행의 동기, 경위, 수단과 방법, 결과

피고인의 월급이 풍족한 편이 아니었으나 결혼 전 · 후로 소유하던 차를 5번이나 바꾸었고, F 역시 가방, 화장품, 구두 등을 많이 구입하는 등 피고인 부부의 형편에 맞지 않은 과소비 경향을 보였다. 피고인은 F와 함께 전국 각지로 여행을 다니면서 본업인 퀵서비스 일을 소홀히 하였고, 2011. 7.경(피고인의 검찰 진술 기준)부터는 도박에 심취하여 F와 함께 강원랜드에 빈번하게 드나들며 많은 돈을 탕진하였다.

이러한 가운데 피고인의 경제 형편은 판시 범죄사실 전반부 기재와 같이 급격히 어려워졌던바, 피고인과 F는 2013. 7. 23. 어머니 몰래 어머니의 집을 담보로 대출받는 방법에 관하여 메시지를 주고 받고, 다음날인 같은 달 24. 피고인이 피해자 D을 찾아가 경제적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는 등 자신들의 경제적 곤란을 타개하기 위하여는 재력이 있는 피해자 D을 이용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매달렸다.

그러나 피고인이 사기 피해를 당하였다고 거짓말까지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D으로부터 거절을 당하자 그동안 누적되어 왔던 고부간의 갈등관계로 인하여 악화된 감정과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피해자 D에 대한 원망감을 품게 되었다.

2013. 7.말에서 2013. 8.초경 F가 피고인에게 이대로는 살 수 없으니 시어머니를 죽이고 자신도 죽겠다고 하자, 피고인은 자신이 어머니를 죽이겠다고 하면서 이 사건 범행을 마음먹게 되었고, 그 무렵 범행 수단, 사체 유기 방법 등에 관하여도 구체적으로 의논하였다. 그리하여 판시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2013. 8. 9.부터 같은 달 11.까지 신나와 밧줄, 청테이프, 락스 등을 구매하였으며, 범행의 완벽한 은폐를 위하여 컴퓨터를 초기화하고 카카오톡 계정을 삭제하기도 하였다.

피고인은 이 사건 당일인 2013. 8. 13. 오전경 범행 도구인 밧줄과 비닐 등을 준비하고 피해자 D의 집에 찾아가 과일을 먹고 있는 피해자 D의 뒤에서 밧줄로 목을 감은 뒤 졸라서 살해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피해자 D이 거세게 저항하여 피고인의 입술에 상처가 나기도 하였다. 그 후 피고인은 F와 피해자 E에 대한 살해 계획 및 사체 유기 장소와 방법 등에 관하여 통화를 하였고, 이에 따라 같은 날 20:00경 피해자 E에게 수면제를 넣은 맥주를 권하여 마시게 한 뒤 피해자 E이 쓰러져 잠들자 피해자 D을 살해할 때 사용한 밧줄을 꺼내어 피해자 E의 목에 감은 후 10여 분 가량 졸라 살해하였다.

피고인은 피해자들의 사체를 유기하기 위하여 새벽시간까지 기다렸다가 먼저 D의 사체를 E의 시빅 승용차 트렁크에 실었고, E의 사체는 무거워서 옮기기 힘들다는 판단하에 화장실로 사체를 가져가 같은 날 5:00경까지 판시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사체를 8토막으로 자르고, 가슴 부분의 살을 도려내었다. 그 후 F와 함께 먼저 울진으로 가서 E의 사체를, 정선으로 가서 D의 사체를 각 유기하였는데, E의 사체에 대하여는 머리와 손가락 부분을 태우고, 망치로 쳐서 치아를 제거하였고, D의 사체에 대하여는 가위로 손가락 끝마디를 모두 자르고, E과 마찬가지로 망치로 얼굴 부분을 쳐서 치아를 제거하는 등 신원 확인을 어렵게 하려는 목적으로 피해자들의 사체를 훼손하였다.

3) 범행 후의 정황, 피고인의 태도

피고인은 피해자들을 살해한 후에 일부러 자신의 휴대전화로 피해자들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통화흔적을 남겼고, 피해자 D의 집에 있는 달력에 마치 자신이 어머니를 기다리며 여러 차례 드나들었던 것 같은 표시를 해두었다. 피해자들의 사체를 유기하러 가는 길에는 피고인이 일부러 E의 옷과 신발을 착용하였고, 차량의 네비게이션 및 블랙박스의 메모리칩을 제거하기도 하였다.

피고인은 피해자들의 사체를 유기하러 가기 전 및 사체를 유기하고 돌아온 뒤에도 다시 범행 현장으로 돌아와 락스 등을 이용하여 화장실 바닥 등을 청소하여 범행흔적을 깨끗이 지웠다. 또한 D 소유의 금반지, E 소유의 카메라와 뉴질랜드 달러를 가지고 나와서 뒤에 F로 하여금 이를 처분하게 했다.

피고인은 어머니와 형을 살해한 지 3일 후인 2013. 8. 16. 태연하게 실종신고를 하고, 경찰에서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았으며, 고모에게 먼저 전화하여 어머니가 없어졌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수사기관은 처음부터 피고인을 용의자로 보고 수사에 착수하였지만, 피고인은 범행은 물론 차량 운행 사실 자체도 강하게 부인하였고, 오히려 형이 어머니를 살해하고 도망다니는 것으로 의심된다며 피해자 E을 범인으로 지목하였다.

경찰은 2013. 8. 22. 피고인을 긴급체포하였다가 증거불충분으로 석방하였던바, 피고인은 석방된 후에도 자신과 F를 상대로 수사가 계속되고 범행과 관련된 여러 정황증거들이 드러나자 심리적 압박을 느껴 범행 은폐를 위해 F와의 사전 합의 하에 2013. 9. 18, 자택에서 자살을 시도하였지만 실패하였다. 한편, 직접증거인 피해자들의 사체가 발견되지 않아 수사가 지지부진한 상태로 있던 중,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F에 의하여 2013. 9. 23. 피해자 D의 사체가 먼저 발견되었고, 그 다음날인 2013. 9. 24. 피고인의 진술에 의하여 피해자 E의 사체가 발견되었다. 피고인은 피해자들의 사체가 발견된 직후에도 마치 형이 주도적으로 어머니를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것처럼 진술하였다가 경찰 제8회 피의자신문조사 후반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모든 범행을 시인하기 시작하였다(수사기록 제3207쪽).

나. 선고형의 결정 : 사형

사형은 인간의 생명 자체를 영원히 박탈하는 냉엄한 궁극의 형벌로서 문명국가의 이성적인 사법제도가 상정할 수 있는 극히 예외적인 형벌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사형의 선고는 범행에 대한 책임의 정도와 형벌의 목적에 비추어 그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누구라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분명히 있는 경우에만 허용되어야 하고, 따라서 사형을 선고함에 있어서는 범인의 연령, 직업과 경력, 성행, 지능, 교육 정도, 성장과정, 가족관계, 전과의 유무,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의 동기, 사전계획의 유무, 준비의 정도, 수단과 방법, 잔인하고 포악한 정도, 결과의 중대성, 피해자의 수와 피해감정, 범행 후의 심정과 태도, 반성과 가책의 유무, 피해회복의 정도, 재범의 우려 등 양형의 조건이 되는 모든 사항을 철저히 심리하여, 위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음을 명확하게 밝힌 후 비로소 사형의 선택 여부를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대법원 2003. 6, 13. 선고 2003도924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자신의 범행을 시인하고 있는 점, 29세로 나이가 비교적 어린 편이고, 범죄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공범 F의 관여 정도가 상당했으며, 피고인이 F로부터 일정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의 이모들과 고모, 피고인의 처가 식구들이 피고인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고 있는 점 등 일부 참작할 사유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인간의 생명은 국가와 사회가 보호하여 할 가장 존엄한 가치로서 이를 침해하는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고 할 것인데, 이 사건은 피고인이 자신의 어머니와 친형을 살해한 후 그들의 사체를 손괴하고 은닉한 것으로서, 그 결과의 중대성은 물론이고, 범행의 동기, 경위, 수법, 내용 면에서도 너무나 참혹하고 반인륜적인 범행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가족 간의 사랑, 특히 직계존속에 대한 사랑과 존경은 인류의 보편적인 윤리이자, 우리 사회윤리의 본질적 구성부분을 이루는 가치질서인 바,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은 직계존속과 혈육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살인 범행 이상으로 비난 가능성이 높고, 우리 사회에 미친 악영향도 현저히 크다. 더군다나 사체를 8토막으로 자르고, 치아를 망치로 부수며, 머리를 태우는 등 범행 이후의 사체 손괴 행위는 그 자체로 우리 사회의 관습과 정서에 반하는 잔혹한 범행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아무리 범행 은폐의 목적이었다고 하더라도 대상이 어머니와 형의 사체였다는 점에서 그 패륜성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피고인은 범행 도구를 사전에 준비하였고, 사체 은닉에 대하여도 사전에 계획하는 등 범행을 대단히 철저하게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들을 살해한 후에는 범행 도구와 흔적을 완벽에 가깝게 은폐하였고, 시간대별로 치밀하게 알리바이를 만든 뒤 태연하게 피해자들에 대한 실종신고를 하는 대담성을 보였다. 피해자들의 사체를 유기하고 돌아온 뒤에는 다시 범행 현장으로 가서 피해자들의 소지품 등을 가지고 나와서 처분하였고, 피해자 D 소유 건물의 등기권리증을 장판 밑에 숨겨두는 등 피고인의 범행 직후 행동에서 일말의 양심의 가책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피고인은 수사과정에서 스스로 범행을 밝히고 늦게나마 피해자들의 시신을 수습할 수 있는 여러 기회가 있었음에도 범행을 계속 부인하였고, 오히려 피해자 E을 범인으로 지목하는 등 가증스러운 태도로 일관하다가, 객관적인 증거가 모두 드러난 이후에야 비로소 범행을 모두 자백하였다. F에 의하여 피해자 D의 사체가 발견되지 않았더라면 피고인에 대한 수사와 처벌이 상당히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바, F가 아니었더라면 피고인이 과연 자발적으로 형의 사체가 유기된 장소를 고백하고 범행사실을 시인하였을지도 의문이다.

피고인은 고부간의 갈등과 어머니에 대한 원망이 이 사건 범행의 주된 동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피해자 D과 F의 사이가 상당히 좋지 않았던 것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한 집에서 함께 살고 있지도 않은 상태에서 피해자 D이 F를 악의적이고 지속적으로 괴롭혀서 그 갈등이 도무지 해소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스러운 점, 피해자 D에게 인격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보이지도 않고, 피고인에게 빌라를 마련해주기도 하는 등 어머니로서 특별히 피고인에게 인색하였다고 보이지도. 않는 점 등을 제반 사정에 더하여 보면, 결국 피고인이 스스로의 사치와 도박 중독 등으로 재산을 탕진한 후 경제적으로 궁핍해지자 이를 타개하기 위하여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피고인이 자신을 경제적으로 도와주지 않는 어머니로부터 버림받았다고 생각하고 피해자 D에 대한 원망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앞서 본 이욕적 동기에 결부된 극히 이기적이고 편협한 생각에 불과할 뿐, 범행 동기에 있어 참작할 만한 사정이 된다고는 할 수 없다.

게다가 피고인은 어머니의 사체를 은닉하기 위하여 형 소유의 자동차가 필요하기도 하였고, 범행이 들킬 것 같아서 피고인을 살해하였다고 진술하였는바, 자신의 필요에 의하여 별다른 악감정도 없던 친형을 계획적으로 유인하여 살해한 것은 피고인의 생명 경시 경향이 극단적으로 드러난 것으로서 그 동기가 매우 비열하고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할 것이다.

피고인과 변호인은 법정에서 사실을 모두 밝히고 속죄한다고 하면서 F가 범행을 주도하고 피고인이 마치 이에 휘둘리거나 이용당하여 범행을 한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피고인이 모든 범행을 직접 결행하였음은 피고인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는 바와 같고, 피해자들과의 관계 등에 비추어서도 피고인의 죄책이 가장 중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뿐만 아니라 피고인은 이 법정에서 범행을 모두 자백하고, F의 범행 부분을 보다 더 명확하게 진술하면서도, F에 대하여 여전히 깊은 애정과 미안함을 드러내면서 최후 진술시 F를 비난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하기까지 하여서 피고인이 과연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깨닫고 반성하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범행을 자백한 이후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범행으로 인하여 사망한 어머니와 형에 대한 뒤늦은 참회와 통한의 태도는 그다지 엿보이지 아니한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는 피해자들의 유족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한 피해자들의 죽음에 누구보다도 큰 충격과 슬픔을 받고, 범인에 대한 처벌을 탄원해야 할 사람이 바로 피고인 자신이라는 점에 이 사건의 비극성이 있다고 할 것인바, 앞서 본 바와 같은 이 사건 범행의 동기와 수단, 방법, 결과, 범행 이후의 피고인의 행위, 수사기관 및 법정에서의 태도, 이 사건이 우리 사회에 미친 악영향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은 동정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극악한 범행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사형이 인간의 생명 자체를 영원히 박탈하는 냉엄한 궁극의 형벌로서 문명국가의 이성적인 사법제도가 상정할 수 있는 극히 예외적인 형벌이라는 점과 피고인에게 위와 같은 유리한 정상이 있음을 감안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은 피고인에 대한 여러 양형의 조건들과 죄형의 균형, 범죄의 일반예방적 견지, 그리고 일반 국민들의 건전한 상식과 경험을 대변하는 배심원 다수의 양형의견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인에게 법정 최고형을 선고함이 마땅하다고 판단되므로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배심원 평결과 양형의견

1. 유·무죄에 대한 평결

○ 배심원 9명 전원 유죄 의견

2. 양형에 대한 의견

○ 사형 : 8명

○ 무기징역 : 1명

판사

재판장판사김상동

판사김두희

판사박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