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문]
【당 사 자】
청 구 인 선정당사자 김○두 외 2인
대리인 법무법인 여명
담당변호사 서성환 외 2인
복대리인 변호사 심요섭
전주지방법원 정읍지원 2003가합108 배당이의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 인베스트먼트 컴퍼니 리미티드(이하 ‘청구외 회사’라고 한다)를 채권자로, 주식회사 ○○호텔(이하 ‘○○호텔’이라 한다)을 채무자 겸 소유자로 한 전주지방법원 정읍지원 2001타경2076 부동산 임의경매 사건 및 근로복지공단을 채권자로, ○○호텔을 채무자 겸 소유자로 한 같은 지원 2001타경4119 부동산 강제경매(병합) 사건의 배당절차에서, 위 지원은 2003. 2. 12. 근저당권자인 청구외 회사보다 우선하여 임금채권자인 청구인(선정당사자를 포함한 별지목록 기재 선정자, 이하 ‘청구인’이라 한다)들에게 금 207,994,737원을 배당하였다.
(2) 그런데, 위 경매사건에서 정읍시 내장동 토지 등 8건의 부동산에 관해서는 청구외 회사의 근저당권 설정일이 1985. 1. 10.로 임금채권 최우선변제권에 관한 구 근로기준법 규정이 신설된 1987. 11. 28.보다 앞선다.
(3) 청구외 회사는 청구인들을 상대로 배당이의를 한 후 위 지원에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하였는데(2003가합108), 한편 청구인들은 이 소송에서 구 근로기준법(1997. 12. 24. 법률 제5473호로 개정되고, 2005. 1. 27. 법률 제737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부칙 제2조에 대한 위헌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2003카기208) 위 지원은 2004. 2. 17. 이 제청신청을 기각하였다.
(4) 이에 청구인들은 위 부칙 제2조가 청구인들의 행복추구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및 생존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04. 2. 27.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5) 그 후 청구인들은 2006. 5. 16. 청구취지를 ‘구 근로기준법(1987. 11. 28. 법률 제3965호로 개정되고, 1989. 3. 29. 법률 제409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부칙, 구 근로기준법(1997. 12. 24. 법률 제5473호로 개정되고, 2005. 1. 27. 법률 제737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부칙 제2조가 헌법 제10조, 제34조 제1항 등에 위반된다’는 취지로 변경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따라서 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구 근로기준법(1987. 11. 28. 법률 제3965호로 개정되고, 1989. 3. 29. 법률 제409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부칙, 구 근로기준법(1997. 12. 24. 법률 제5473호로 개정되고, 2005. 1. 27. 법률 제737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부칙 제2조(이하 이를 함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의 위헌 여부이며, 심판대상 조항을 포함한 관련규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구 근로기준법(1987. 11. 28. 법률 제3965호로 개정되고, 1989. 3. 29. 법률 제409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1987년 법’이라 한다) 제30조의2(임금채권우선변제) ① 임금․퇴직금․재해보상금 기타 근로관계로 인한 채권은 사용자의 총재산에 대하여 질권 또는 저당권에 의하여 담보된 채권을 제외하고는 조세․공과금 및 다른 채권에 우선하여 변제되어야 한다. 다만, 질권 또는 저당권에 우선하는 조세․공과금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최종 3월분의 임금은 사용자의 총재산에 대하여 질권 또는 저당권에 의하여 담보된 채권, 조세․공과금 및 다른 채권에 우선하여 변제되어야 한다.
부칙 이 법은 공포한 날로부터 시행한다.
(2) 구 근로기준법(1989. 3. 29. 법률 제4099호로 개정되고, 1997. 3. 13. 법률 제5305호로 폐지된 것, 이하 ‘1989년 법’이라 한다) 제30조의2(임금채
권우선변제) ① 임금․퇴직금․재해보상금 기타 근로관계로 인한 채권은 사용자의 총재산에 대하여 질권 또는 저당권에 의하여 담보된 채권을 제외하고는 조세․공과금 및 다른 채권에 우선하여 변제되어야 한다. 다만, 질권 또는 저당권에 우선하는 조세․공과금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최종 3월분의 임금과 퇴직금 및 재해보상금은 사용자의 총재산에 대하여 질권 또는 저당권에 의하여 담보된 채권, 조세․공과금 및 다른 채권에 우선하여 변제되어야 한다.
부칙 제1조(시행일) 이 법은 공포한 날로부터 시행한다.
제2조(임금채권 우선변제에 대한 경과조치) 제30조의2의 개정규정에 의하여 인정되는 우선변제는 이 법 시행 이후 발생된 분에 한하여 적용한다.
(3) 구 근로기준법(1997. 12. 24. 법률 제5473호로 개정되고, 2005. 1. 27. 법률 제737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1997년 법’이라 한다) 제37조(임금채권우선변제) ① 임금․퇴직금․재해보상금 기타 근로관계로 인한 채권은 사용자의 총재산에 대하여 질권 또는 저당권에 의하여 담보된 채권을 제외하고는 조세․공과금 및 다른 채권에 우선하여 변제되어야 한다. 다만, 질권 또는 저당권에 우선하는 조세․공과금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채권은 사용자의 총재산에 대하여 질권 또는 저당권에 의하여 담보된 채권, 조세․공과금 및 다른 채권에 우선하여 변제되어야 한다.
1. 최종 3월분의 임금
2. 최종 3년간의 퇴직금
3. 재해보상금
③ 제2항 제2호의 퇴직금은 계속근로년수 1년에 대하여 30일분의 평균임금으로 계산한 금액으로 한다.
부칙 제1조(시행일) 이 법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
제2조(임금채권 우선변제에 관한 경과조치) ① 제37조 제2항 제2호의 개정규정에 불구하고 이 법 시행 전에 퇴직한 근로자의 경우에는 1989년 3월 29일 이후의 계속근로연수에 대한 퇴직금을 우선변제의 대상으로 한다.
② 제37조 제2항 제2호의 개정규정에 불구하고 이 법 시행 전에 채용된 근로자로서 이 법 시행 후 퇴직하는 근로자의 경우에는 1989년 3월 29일 이후부터 이 법 시행 전까지의 계속근로연수에 대한 퇴직금에 이 법 시행 후의 계속근로연수에 대하여 발생하는 최종 3년간의 퇴직금을 합산한 금액을 우선변
제의 대상으로 한다.
③ 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우선변제의 대상이 되는 퇴직금은 계속근로연수 1년에 대하여 30일분의 평균임금으로 계산한 금액으로 한다.
④ 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우선변제의 대상이 되는 퇴직금은 250일분의 평균임금을 초과할 수 없다.
2.청구인들의 주장 및 전주지방법원 정읍지원의 위헌심판제청신청 기각이유,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들의 주장
임금은 근로자의 생활보호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로자가 임금채권을 확보하기 위하여 사용자의 재산에 저당권 등 담보물권을 설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므로 채권자평등이라는 민법의 일반원칙에 따르게 되면 사용자가 도산하여 지불능력을 상실할 경우 임금채권의 추심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
근로기준법상 임금채권 우선변제제도는 사용자가 파산하거나 사용자의 재산이 다른 채권자에 의하여 압류되었을 경우 근로자의 임금채권을 조세․공과금 및 다른 채권보다 우선하여 변제받게 함으로써 근로자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근로자의 행복추구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및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임금채권 우선변제제도의 시행일 전에 설정된 질권, 저당권에 대해서도 임금채권이 우선하여 변제되는 것이 타당하다.
나. 전주지방법원 정읍지원의 위헌심판제청신청 기각이유
청구인들은 구 근로기준법(1997년 법) 제37조에 따른 부칙 제2조의 경과조치 규정이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나, 입법연혁을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구 근로기준법(1987년 법)이 임금채권우선변제에 관한 제30조의2 제2항을 신설하면서 부칙에 “이 법은 공포한 날로부터 시행한다”고만 규정하였을 뿐, 이 법 시행 전에 이미 성립한 질권이나 저당권에 대해서도 임금채권이 우선할 수 있도록 “특별규정”을 두지 않은 데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따라서 구 근로기준법(1987년 법) 부칙이 위헌제청신청의 근본적인 대상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 규정은 임금채권자의 기본권과 담보물권자의 재산권을 조화롭게 보호하기 위해서 우선특권의 설정 전에 이미 성립한 담보물권에 대해서는 우선할 수 없도록 한 것으로서 청구인들의 어떠한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고, 구 근로기준법(1997년 법) 제37조에 따른 부칙 제2조의 경과
조치 규정도 청구인들의 행복추구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및 생존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다. 노동부장관의 의견
사회적 기본권의 입법재량은 헌법조항 및 헌법적 기본원리에 위배되어서는 안된다는 제한을 받게 되는데, 입법자가 임금채권 우선변제제도를 시행하면서 법 시행 전에 설정된 담보물권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특별규정을 두는 경우 이는 헌법 제23조 제1항의 재산권 보장, 제13조 제2항의 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박탈 금지, 제119조 제1항의 자유시장경제질서 원리에 위배된다는 것을 더하는 외에는 전주지방법원 정읍지원의 위헌심판제청신청 기각이유와 대체로 유사한 취지이다.
3. 적법요건에 관한 판단
가. 위헌제청신청 기각결정
이 사건의 심판대상 중 ‘1987년 법 부칙’은 당초 청구인들의 위헌심판제청신청 및 법원의 기각결정에 포함되지 않은 부분인데, 청구인들이 헌법소원으로 그 위헌 여부의 심판을 구하고 있다.
그런데, 청구인들이 위헌심판제청을 구한 이유의 요지는 임금채권 우선변제제도를 신설한 1987년 법 시행 전에 설정된 담보물권자와 사이에서도 임금채권이 무조건 우선하여 변제되어야 하는데 그와 같은 경과조치를 1987년 법 부칙에 두지 않은 입법의 불완전함을 다투는 것이고, 법원의 기각결정이유도 1987년 법이 임금채권 우선변제에 관한 제30조의2 제2항을 신설하면서 부칙에서 시행일만을 규정하고 법 시행 전에 이미 성립한 질권이나 저당권에 대해서도 임금채권이 우선할 수 있도록 하는 특별규정을 두지 않은 데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렇다면 1987년 법 부칙은 비록 묵시적이긴 하나 위헌심판제청신청과 그에 대한 기각결정의 대상에 포함되어 있었다고 볼 수 있다(헌재 1998. 3. 26. 93헌바12 , 판례집 10-1, 226, 232 참조).
나. 재판의 전제성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른 헌법소원심판청구가 적법하기 위해서는 법원에 계속된 구체적 사건에 적용할 법률의 위헌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되어야 한다(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 제41조 제1항). 그런데 여기에서 법률의 위헌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다고 함은, 첫째 그 법률이나 법률조항이 당해 소송사건의 재판에 적용되는 것이어야 하고, 둘째 그 법률이나 법률조항
의 위헌 여부에 따라 당해 사건 재판의 주문이 달라지거나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지는 경우를 말한다(헌재 1997. 11. 27. 92헌바28 , 판례집 9-2, 548, 562).
1987년 법 부칙은 ‘최종 3월분의 임금’에 대한 최우선변제권을 인정하는 법률의 시행일을 규정한 것이고(이 부분은 1997년 법에도 그대로 존속하고 있음), 1997년 법 부칙 제2조는 퇴직금 우선변제의 범위를 ‘최종 3년간의 퇴직금’으로 제한하고 있는 1997년 법의 시행 전에 채용되었거나 퇴직한 근로자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하여 이들에 대하여 퇴직금 전액 우선변제제도를 도입한 1989. 3. 29.부터 1997년 법의 시행 전까지의 퇴직금 부분에 대하여는 종전과 같은 수준으로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경과조치를 규정한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헌법소원은 1987년 법 부칙에 법률의 시행일 외에 ‘법 시행 전에 설정된 담보물권자와의 관계에 관한 특별규정’을 두지 않은, 그리고 1997년 법 부칙 제2조에 퇴직금 우선변제 범위의 제한에 따른 신뢰보호를 위한 경과조치 외에 ‘그 퇴직금 채권을 1989. 3. 29. 혹은 1997년 법 시행 전에 설정된 담보물권자와 사이에서도 소급적으로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특별규정’을 두지 않은, 각 부진정입법부작위를 다투는 것으로 볼 수 있고, 만약 위 부칙조항들이 위헌으로 선언된다면 당해 사건 재판의 주문이 달라지거나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지게 되므로, 재판의 전제성을 인정할 수 있다.
4. 본안에 관한 판단
가. 임금채권 우선변제제도의 입법연혁
근로자의 임금, 퇴직금 등 채권에 관한 우선변제제도의 입법연혁은 다음과 같다.
(1) 1974. 12. 24. 법률 제2708호로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면서 임금 등 채권의 우선변제에 관한 규정을 신설하였다. 그 개정법률 제30조의2는 “임금, 퇴직금, 재해보상금 기타 근로관계로 인한 채권”은 질권․저당권․조세․공과금의 다음 순위로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였다.
(2) 1980. 12. 31. 법률 제3349호로 근로기준법 제30조의2를 1차 개정하였는데, 그 내용은 임금, 퇴직금, 재해보상금 기타 근로관계로 인한 채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종전에 질권․저당권․조세․공과금 다음에 임금 등의 순위로 되어 있던 것을, 질권․저당권 및 이에 우선하는 조세․공과금 다음에 임금 등의
순위로 상향조정하여 규정하였다.
(3) 1987. 11. 28. 법률 제3965호로 근로기준법 제30조의2를 2차 개정하였는데, 그 내용은 특히 “최종 3월분의 임금”은 질권 또는 저당권에 의하여 담보된 채권이나 이에 우선하는 조세․공과금보다도 더 우선하여 이를 변제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임금채권의 최우선변제제도).
(4) 1989. 3. 29. 법률 제4099호로 근로기준법 제30조의2를 3차 개정하였는데, 그 내용은 근로자의 최종 3월분의 임금뿐만 아니라 “퇴직금 및 재해보상금”도 사용자의 총재산에 대하여 질권 또는 저당권에 의하여 담보된 채권, 조세․공과금 및 다른 채권 모두에 우선하여 변제되어야 한다고 규정하였다(그 후 근로기준법은 1996. 12. 26. 국회 의결절차에 대한 유․무효의 논란으로 1997. 3. 13. 법률 제5305호로 폐지되고 같은 날 법률 제5309호로 새로 제정되었는데, 신법 제37조 제2항은 위 구법 제30조의2 제2항의 규정 내용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5) 헌법재판소 1997. 8. 21. 94헌바19 등 결정(판례집 9-2, 243)
헌법재판소는 구 근로기준법(1953. 5. 10. 법률 제286호로 제정되고, 1989. 3. 29. 법률 제4099호로 개정되어 1997. 3. 13. 법률 제5305호로 폐지된 것) 제30조의2 제2항 및 구 근로기준법(1997. 3. 13. 법률 제5309호로 제정된 것) 제37조 제2항 중 각 “퇴직금” 부분은, 근로자에게 퇴직금 전액에 대하여 질권자나 저당권자에 우선하는 변제수령권을 인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질권자나 저당권자가 그 권리의 목적물로부터 거의 또는 전혀 변제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에 우선변제수령권이 형해화하게 되므로 질권이나 저당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소지가 생기게 된다는 이유로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6) 위와 같은 헌법불합치결정이 있은 후에 1997. 12. 24. 법률 제5473호로 개정되어 우선변제특권이 인정되는 퇴직금의 범위가 퇴직금 전액에서 “최종 3년간의 퇴직금”으로 제한되었다. 그 후 2005. 1. 27. 법률 제7379호로 근로기준법 제37조를 개정하여 우선변제의 대상에서 “최종 3년간의 퇴직금” 부분을 삭제한 후, 같은 날 제정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11조 제2항에서 같은 내용으로 규정하고 있다.
나. 이 사건 법률조항의 의미 및 제한되는 기본권
(1) 이 사건 법률조항의 의미
근로기준법상 임금채권 우선변제제도는 사회정책적인 차원에서 근로자를
두텁게 보호하기 위하여 일정한 임금, 퇴직금 등 채권에 대하여 임의경매 등 집행절차에서 다른 채권자보다 우선하여 변제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한 것이고, 이러한 임금우선특권은 당사자의 약정 없이도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당연히 성립하는 법정담보물권이다[대법원 1994. 12. 27. 선고 94다19242 판결(공1995상, 663) 참조].
그런데, 1987년 법 부칙은 ‘최종 3월분 임금’에 대한 최우선변제권을 인정하는 법률의 시행일(공포일인 1987. 11. 28.부터 시행함)을 규정하고 있고, 1997년 법 부칙 제2조는 앞서 본 바와 같이 퇴직금 최우선변제의 범위를 제한하고 있는 1997년 법(제37조 제2항 제2호)의 시행 전에 퇴직한 근로자, 동법 시행 전에 채용되었다가 시행 후에 퇴직하는 근로자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하여 이들에 대하여 퇴직금 전액 우선변제제도를 도입한 1989. 3. 29. 이후의 계속근로연수 동안 혹은 그 때부터 이 법 시행 전까지 발생한 퇴직금 부분에 대하여도 최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도록 경과조치를 규정하고 있다.
(2) 제한되는 기본권
청구인들은 이 사건 법률조항에 임금우선특권 시행 전에 설정된 담보물권자와 사이에서도 소급효를 인정하여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특별규정을 두지 않는 것이 헌법상 보장된 행복추구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및 생존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가) 행복추구권의 침해 여부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은 국민이 행복을 추구하기 위하여 필요한 급부를 국가에게 적극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활동을 국가권력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포괄적인 의미의 자유권으로서의 성격을 가진다(헌재 2004. 4. 29. 2003헌바64 , 판례집 16-1, 520, 527). 즉, 행복추구권은 국가에게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적극적인 행동을 요청하는 헌법적인 근거가 아니라 국가의 간섭을 배제하는 내용의 소극적 의미의 기본권이라 할 것이다.
특히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근로자의 임금채권 우선변제제도의 시행일 등과 관련된 조항으로서 수혜적인 성격을 가지는데 불과하여, 임금우선특권이 법 시행 전에 설정된 담보물권자와의 관계에서 보장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가 청구인들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
(나) 재산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생존권) 제한 여부
임금 내지 퇴직금채권은 근로의 대가로서의 금품에 대한 청구권으로서 사
용자에 비해 경제적 약자인 근로자의 보호를 위하여 이에 대한 특별한 보호의 필요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기본적으로는 그 재산권적 성질이 바뀌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동 채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재산권의 내용에 포함되는 권리라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 그러므로 임금 내지 퇴직금채권에 대하여는 헌법 제23조의 재산권 보장에 관한 규정이 적용된다고 할 것인데, 이 규정은 다른 기본권 규정과는 달리 그 내용과 한계가 법률에 의해 구체적으로 형성되는 기본권형성적 법률유보의 형태를 띠고 있다. 즉 헌법이 보장하는 재산권의 내용과 한계는 국회에서 제정되는 형식적 의미의 법률에 의하여 정해지므로 헌법상의 재산권 보장은 재산권형성적 법률유보에 의하여 실현되고 구체화하게 된다(헌재 1998. 6. 25. 96헌바27 , 판례집 10-1, 811, 819). 그런데 1987년 법 부칙이나 1997년 법 부칙 제2조는 근로자 임금채권 우선변제제도를 시행하면서 그 시행일을 규정하고 있거나 일정한 근로자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하여 두고 있는 규정에 불과하여 근로자의 재산권을 직접 제한하는 규정으로는 보기 어렵다.
또,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내지 생존권은 그 자체로서 권리의 성격을 갖는 드문 경우를 제외하면 그 내용은 법률에 의해 구체화되어야 비로소 구체적․현실적 권리가 된다. 그런데 임금채권 우선변제제도는 사회정책적인 차원에서 근로자를 두텁게 보호하기 위하여 일정한 임금․퇴직금채권에 대하여 집행절차에서 다른 채권자보다 우선하여 변제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규정한 것이며, 이는 법률의 시행에 의하여 비로소 구체적으로 창설․설정되는 것이다. 따라서 법 시행 전에 설정된 담보물권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우선변제특권을 소급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특별규정을 두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를 두고서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생존권)를 직접 제한한다고 보기 어렵다.
다만, 입법자가 근로자의 임금채권 우선변제제도를 형성하면서 헌법적 한계를 준수하고 있는지, 즉 위 부칙조항에 법 시행 전에 설정된 담보물권자와 사이에서도 임금채권이 무조건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도록 소급효를 인정하는 특별규정을 두지 않는 것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
(다) 평등권 제한 여부
우리 재판소는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부담을 부과하는 소위 ‘침해적 법률’의 경우에는 규범의 수범자가 당사자로서 자신의 기본권 침해를 주장하게 되지만, ‘수혜적 법률’의 경우에는 반대로 수혜범위에서 제외된 자가 그 법
률에 의하여 평등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는 당사자에 해당되고, 당해 법률에 대한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수혜집단과의 관계에서 평등권침해 상태가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면 기본권 침해성이 인정된다고 보고 있다(헌재 2001. 11. 29. 99헌마494 , 판례집 13-2, 714, 723).
그런데 임금채권의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는 근로자도 ‘법 시행 이후에 설정된 담보물권자와 함께 집행절차에서 배당받는 경우(수혜집단)’와 ‘법 시행 전에 설정된 담보물권자와 함께 배당받는 경우(제외집단)’로 구분할 수 있고, 만약 위 부칙조항에 대해 위헌선언이 되면 후자(제외집단)도 전자(수혜집단)와 마찬가지로 배당절차에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여지가 있으므로, 일응 법 시행 전에 설정된 담보물권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특별규정을 두지 않은 것이 평등권을 제한한다고 볼 수 있다.
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
(1) 근로기준법상 임금채권 우선변제제도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사회정책적인 차원에서 근로자를 두텁게 보호하기 위하여 일정한 임금, 퇴직금 등 채권에 대하여 임의경매 등 집행절차에서 질권 또는 저당권에 의해 담보된 채권 등 다른 채권에 우선하여 변제를 받을 수 있도록 인정한 것이다. 즉 이는 근로자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고자 하는 공익적 요청에서 예외적으로 일반 담보물권의 효력을 일부 제한하고 임금채권의 우선변제권을 규정한 것이다.
임금채권 우선변제제도의 입법연혁에서 알 수 있듯이, 당초 최우선보호의 대상이 아니었다가 ‘최종 3월분의 임금’, ‘최종 3년간의 퇴직금, 재해보상금’까지로 확대되었고, 임금채권의 우선 변제순위도 차츰 상향조정되어 왔으며, 결국 1997년 법에 이르러서는 그 우선 변제순위가 ① 최종 3월분의 임금과 최종 3년간의 퇴직금, 재해보상금, ② 질권 또는 저당권에 우선하는 조세․공과금, ③ 질권 또는 저당권에 의하여 담보된 채권, ④ 위 ① 이외의 근로관계로 인한 채권, ⑤ 질권 또는 저당권에 우선하지 아니하는 조세․공과금 및 다른 채권의 순으로 되었다.
또, 임금우선특권은 당사자의 약정 없이도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당연히 성립하는 법정담보물권이기는 하지만, 이는 사용자의 재산에 대하여 경매절차 등이 개시된 경우에 그 배당절차에서의 환가금에서 질권 또는 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이나 일반채권보다 우선하여 변제받을 수 있는 것일 뿐, 더 나아가 담
보물권의 일반적 효력인 독자적인 환가권(換價權)이나 목적물에 대한 추급효(追及效)까지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대법원 1994. 12. 27. 선고 94다19242 판결(공1995상, 663) 등 참조], 또한 사용자가 재산을 취득하기 전에 설정된 담보권에 대하여까지 우선변제권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되고 있다[대법원 1994. 1. 11. 선고 93다30938 판결(공1994상, 692)].
(2) 1987년 법은 근로자의 임금채권 우선특권 규정을 신설하면서 부칙에서 법 시행 전에 성립한 담보물권자와의 우선관계에 관하여 명시하지 않았으나, 대법원은 “법정담보물권이 갖는 우선특권의 효력은 법률에 특별히 정한 바 없는 이상, 그 우선특권을 설정한 법률이 제정되기 전에 이미 성립한 질권이나 저당권에 대하여서까지 소급하여 미친다고 볼 수 없으므로 1987. 11. 28. 신설된 근로기준법 제30조의2 제2항에 규정된 근로자의 최종 3월분 임금의 우선특권의 효력도 위 규정의 신설 이전에 설정된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에 대하여는 미치지 아니한다”고 해석하고 있다[대법원 1990. 7. 10. 선고 89다카13155 판결(공1990, 1686)].
(3) 무엇보다도 임금채권 우선변제제도를 시행하면서 법 시행 전에 설정된 담보물권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우선하도록 특별규정을 둘 경우 이는 소급입법에 의하여 재산권을 박탈할 수 없도록 규정한 헌법 제13조 제2항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 즉 법 시행 전에 저당권 등을 설정한 담보물권자는 아무런 제한이 없는 상태에서 자신의 채권을 우선적으로 혹은 정당한 순위에 따라 확보할 수 있으리라는 신뢰를 갖게 되는데, 만약 임금채권이 법 시행 전에 설정된 담보물권보다 우선하여 변제받을 수 있게 된다면 경우에 따라서는 피담보채권의 만족을 거의 혹은 전혀 받지 못하는 불측의 손해를 입을 수 있다. 이는 담보물권을 설정할 당시 전혀 예측하지 못하였던 사정으로 인해 당해 권리의 유일한 채권확보 내지 회수수단에 결정적 장애를 주게 됨으로써 담보물권의 본질적인 부분(우선변제수령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청구인들은 임금우선특권을 신설한 후에도 금융기관이 사용자의 재산을 담보로 하여 금원을 대출할 때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법 시행 전에 설정된 담보물권자와 사이에서 임금채권이 무조건 우선하도록 하는 특별규정을 두더라도 담보물권자의 신뢰를 저버리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금융기관이 금원대출시 사용자의 총재산에 의해 우선 변제될 수 있는 임금채권의 규모나 액수를 일일이 확인할 수 없는 관계로 사실상 이를 감안하지 못
하는 것일 뿐이고, 더구나 임금채권 우선변제제도의 시행 전에 설정된 담보물권자의 신뢰보호 문제는 위와 같은 임금채권의 범위에 관한 예측가능 여부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할 것이다.
(4) 참고로, 배당절차에서 근로자의 임금우선특권과 같은 순위로 보호를 받고 있는 소액보증금의 최우선변제권에 관한 규정을 보더라도, 1983. 12. 30. 법률 제3682호로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 제8조에서 소액보증금의 보호 규정을 신설하면서 부칙 제4항에서 “제8조의 개정규정은 이 법 시행 전에 임차주택에 대하여 담보물권을 취득한 자에 대하여는 이를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소액보증금 채권자는 위 규정의 신설 전에 설정된 담보물권의 피담보채권보다 우선할 수 없음을 명시하고 있다.
(5) 요컨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임금채권 우선변제제도를 시행하면서 그 시행일을 규정하거나 일정한 근로자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하여 두고 있는 규정인 한편, 근로자가 가지는 임금우선특권이라는 재산권 혹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의 범위와 내용을 형성하는 법규에 해당하므로 입법자에게 광범위한 입법형성의 재량이 주어져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입법자가 위와 같은 임금우선특권의 제도적 취지, 법적 성질과 효력, 다른 담보물권자와의 관계 등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근로자의 임금채권 우선변제제도를 신설하면서 법 시행 전에 설정된 담보물권자와의 관계에서 소급효를 인정하여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특별규정을 두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 내용이 현저히 불합리하여 헌법상 용인될 수 있는 입법재량의 범위를 현저히 일탈하였다고 볼 수 없고(오히려 법 시행 전에 설정된 담보물권자의 기존 권리를 해하지 않기 위한 합리적이고 조화로운 입법권의 행사라고 할 것임), 또 최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는 임금 등 채권자의 기준과 범위를 정함에 있어 법 시행 전에 설정된 담보물권자와 함께 배당받는 경우를 제외함으로써(법 시행 이후에 설정된 담보물권자와 함께 배당받는 경우와 비교하여) 차별취급을 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합리성이 없는 자의적인 차별이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상 근로자에게 보장된 재산권이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생존권),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5.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주심)
주선회 전효숙 이공현 조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