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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9도8506 판결

[업무방해교사][공2010상,841]

판시사항

[1]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의 성립요건

[2] 수산업협동조합의 신규직원 채용 업무와 관련하여, 필기시험 채점업무 담당자들이 조합장인 피고인의 지시에 따라 점수조작을 통해 응시자 갑과 을을 필기시험에 합격시켜 면접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한 사안에서, 위 점수조작행위에 공모 또는 양해하였다고 볼 수 없는 면접위원들의 면접업무가 방해되었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1]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에서 ‘위계’란 행위자가 행위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상대방에게 오인·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키게 하여 이를 이용하는 것을 말하고, 업무방해죄의 성립에는 업무방해의 결과가 실제로 발생함을 요하지 않고 업무방해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발생하면 족하며, 업무수행 자체가 아니라 업무의 적정성 내지 공정성이 방해된 경우에도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

[2] 수산업협동조합의 신규직원 채용에 응시한 갑과 을이 필기시험에서 합격선에 못 미치는 점수를 받게 되자, 채점업무 담당자들이 조합장인 피고인의 지시에 따라 점수조작행위를 통하여 이들을 필기시험에 합격시킴으로써 필기시험 합격자를 대상으로 하는 면접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한 사안에서, 위 점수조작행위에 공모 또는 양해하였다고 볼 수 없는 일부 면접위원들이 조합의 신규직원 채용업무로서 수행한 면접업무는 위 점수조작행위에 의하여 방해되었다고 보아야 함에도, 이와 달리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이상근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은, ○○시 수협(이하 ‘이 사건 조합’이라 한다)의 2008년도 신규직원 채용업무와 관련하여 그 조합장인 피고인의 지시에 따라 필기시험 채점에 관여한 판시 직원들(이하 ‘이 사건 채점업무 담당자들’이라 한다)이 제한경쟁채용 부분에 응시한 공소외 1, 공소외 2의 필기시험 답안지를 새로이 작성하는 방법으로 그 점수를 조작하여 공소외 1, 공소외 2를 채용시험에 합격시킨 사실이 인정되는 이 사건에서, 그 판시와 같은 여러 사정을 들어, 피고인과 이 사건 채점업무 담당자들이 모두 위 점수조작행위(이하 ‘이 사건 점수조작행위’라 한다)에 관하여 공모 내지 양해한 이상 이 사건 채점업무 담당자들이나 이 사건 조합이 위계를 당하였다고 볼 수 없어 이 사건 점수조작행위가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의 ‘위계’에 해당하지 않으며, 한편 필기시험 합격자를 대상으로 하는 면접시험에서 필기시험 점수를 확인하거나 필기시험의 평가내용을 재확인하는 절차가 없는 점, 조합원 자녀만을 대상으로 하는 제한경쟁채용의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면접대상자들을 모두 채용함으로써 면접시험이 형식적으로 이루어진 점에 비추어, 이 사건 점수조작행위를 알지 못한 일부 면접위원들의 면접업무가 방해된 것으로도 볼 수 없다는 이유 등을 들어, 검사의 항소이유를 모두 배척한 다음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에 있어서 위계란 행위자가 행위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상대방에게 오인·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키게 하여 이를 이용하는 것을 말하고, 업무방해죄의 성립에는 업무방해의 결과가 실제로 발생함을 요하지 않고 업무방해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발생하면 족하며, 업무수행 자체가 아니라 업무의 적정성 내지 공정성이 방해된 경우에도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 ( 대법원 2008. 1. 17. 선고 2006도1721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의 이유에 의하면, 이 사건 조합의 신규직원 채용에 응시한 공소외 1, 공소외 2가 필기시험에서 합격선에 미치지 못하는 점수를 받게 되자, 피고인의 지시에 따라 이 사건 채점업무 담당자들이 이 사건 점수조작행위를 통하여 공소외 1, 공소외 2를 필기시험에 합격시킴으로써 필기시험 합격자를 대상으로 하는 면접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하였다는 것인바, 이와 같이 조작되지 않은 필기시험 점수에 의할 경우 면접시험에 응시할 자격이 없는 공소외 1, 공소외 2를 이 사건 점수조작행위에 의하여 면접시험에 응시할 수 있게 하였다면, 이 사건 점수조작행위는 면접위원으로 하여금 면접시험 응시자의 정당한 자격 유무에 관하여 오인·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키게 하는 위계에 해당하고, 면접위원이 이 사건 점수조작행위에 관하여 공모 또는 양해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위계에 의하여 면접위원이 수행하는 면접업무의 적정성 또는 공정성이 저해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면접업무가 최종합격의 가부만을 가리는 소극적 성격의 것이고 또 형식적으로 수행된 면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이 사건 조합에 대한 관계에서 보호할 가치가 없는 업무라고 할 수 없다. 또 이 사건 점수조작행위에 의하여 면접위원이 응시무자격자를 상대로 면접에 임하게 하고 그에 상응하는 응시자격자를 면접할 수 없게 하였다는 그 자체로 면접업무의 적정성 또는 공정성이 저해되는 것이고 이러한 결과는 면접업무의 수행이 소극적·형식적이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발생하는 것이므로, 면접업무에 대한 방해가 없다고 할 수 없다.

그렇다면 기록상 일부 면접위원들이 이 사건 점수조작행위에 관하여 공모 또는 양해하였다고 볼 자료가 없는 이 사건에서, 이들이 이 사건 조합의 신규직원 채용업무로서 수행한 면접업무는 이 사건 점수조작행위에 의하여 방해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위와 같은 업무방해가 없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고 말았으니,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대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능환(재판장) 김영란(주심) 이홍훈 민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