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인정불허처분취소][공2012상,876]
[1] 난민 인정 요건인 ‘박해에 관한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의 증명과 관련하여, 박해 경험에 관한 난민신청인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하는 방법
[2] 코트디부아르 국적의 갑이 대한민국에 입국한 후 난민인정신청을 하였으나 법무부장관이 난민 인정을 불허하는 처분을 한 사안에서, 갑에게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 있는 위험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판결에 난민 인정의 요건인 박해 가능성과 그 증명의 정도 및 방법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1] 박해의 경험에 관한 난민신청인의 진술을 평가할 때 진술의 세부내용에서 다소간의 불일치가 발견되거나 일부 과장된 점이 엿보인다고 하여 곧바로 신청인 진술의 전체적 신빙성을 부정해서는 안 되고, 그러한 불일치·과장이 진정한 박해의 경험에 따른 정신적 충격이나 난민신청인의 궁박한 처지에 따른 불안정한 심리상태, 시간 경과에 따른 기억력의 한계, 우리나라와 서로 다른 문화적·역사적 배경에서 유래한 언어감각의 차이 등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도 충분히 염두에 두고 진술의 핵심내용을 중심으로 전체적인 일관성 및 신빙성을 평가해야 하며, 특히 난민신청인이 여성으로서 심각한 박해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경우에는 그 가능성과 이에 따른 특수성도 진술의 신빙성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리고 만일 위와 같은 평가에 따라 난민신청인이 주장하는 과거의 박해사실이 합리적으로 수긍되는 경우라면 출신국의 상황이 현저히 변경되어 박해 가능성이 명백히 소멸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한, 난민 인정 요건인 박해에 관한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2] 코트디부아르 국적의 갑이 대한민국에 입국한 후 난민 인정신청을 하였으나 법무부장관이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 제1조 등에서 난민의 요건으로 규정한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를 가진 것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난민 인정을 불허하는 처분을 한 사안에서, 갑의 진술내용이 세부사항에서 서로 불일치하거나 스스로 제출한 증거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으나 갑의 피해 사실과 부위 및 상해의 내용, 이 때문에 여성인 갑이 겪었을 정신적 충격, 난민신청인으로서 갑이 처한 처지, 시간 경과에 따른 기억력의 한계, 우리나라와 코트디부아르의 언어감각 차이, 코트디부아르의 정치상황 등을 감안할 때 갑이 주장한 사실 전체의 신빙성을 부정할 정도라고 보기 어렵고, 평화협정 체결과 같은 잠정적·과도적 조치만으로 코트디부아르에서 갑이 종족이나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가능성이 명백히 소멸하였다고 단정할 수도 없는 등의 사정을 종합해 보면, 갑이 코트디부아르로 송환될 경우 종족 또는 정치적 활동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가능성이 있음이 합리적으로 수긍되고 국적국으로부터 충분한 보호를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이유로, 갑에게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 있는 위험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판결에 난민 인정의 요건인 박해 가능성과 그 증명의 정도 및 방법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1] 출입국관리법 제76조의2 제1항 ,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 제1조, 난민의 지위에 관한 의정서 제1조 [2] 출입국관리법 제76조의2 제1항 ,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 제1조, 난민의 지위에 관한 의정서 제1조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상동)
법무부장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한다.
1. 출입국관리법 제2조 제3호 , 제76조의2 제1항 ,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 제1조, 난민의 지위에 관한 의정서 제1조의 규정을 종합하여 보면, 법무부장관은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로 인하여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국적국의 보호를 원하지 않는 대한민국 안에 있는 외국인에 대하여 그 신청이 있는 경우 난민협약이 정하는 난민으로 인정하여야 한다.
그리고 위와 같은 난민 인정의 요건인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가 있다는 점은 원칙적으로 난민 인정의 신청을 하는 외국인이 증명하여야 할 것이나, 난민의 특수한 사정에 비추어 그 외국인에게 객관적인 증거에 의하여 주장사실 전체를 증명하도록 요구할 수는 없고, 그 진술에 일관성과 설득력이 있고 입국 경로, 입국 후 난민 신청까지의 기간, 난민 신청 경위, 국적국의 상황, 주관적으로 느끼는 공포의 정도, 신청인이 거주하던 지역의 정치·사회·문화적 환경, 그 지역의 통상인이 같은 상황에서 느끼는 공포의 정도 등에 비추어 전체적인 진술의 신빙성에 의하여 그 주장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합리적인 경우라면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대법원 2008. 7. 24. 선고 2007두3930 판결 참조).
한편 박해의 경험에 관한 난민신청인의 진술을 평가할 때 그 진술의 세부내용에서 다소간의 불일치가 발견되거나 일부 과장된 점이 엿보인다고 하여 곧바로 신청인 진술의 전체적 신빙성을 부정하여서는 아니 되고, 그러한 불일치·과장이 진정한 박해의 경험에 따른 정신적 충격이나 난민신청인의 궁박한 처지에 따른 불안정한 심리상태, 시간의 경과에 따른 기억력의 한계, 우리나라와 서로 다른 문화적·역사적 배경에서 유래한 언어감각의 차이 등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도 충분히 염두에 두고 진술의 핵심내용을 중심으로 전체적인 일관성 및 신빙성을 평가하여야 하며, 특히 난민신청인이 여성으로서 심각한 박해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경우에는 그 가능성과 이에 따른 특수성도 진술의 신빙성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리고 만일 위와 같은 평가에 따라 난민신청인이 주장하는 과거의 박해사실이 합리적으로 수긍되는 경우라면 그 출신국의 상황이 현저히 변경되어 박해의 가능성이 명백히 소멸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한, 난민 인정의 요건인 박해에 관한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2.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은 그 채용 증거에 의하여 원고의 출신국인 코트디부아르의 국가정황에 관한 판시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가 피고와의 면담과정에서 한 진술과 이 사건 소송에서 한 진술 사이에 그 판시와 같은 불일치가 있음을 들어 원고가 주장하는 박해에 관한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하고, 일부 인정되는 피해사실도 원고의 종족이나 정치적 활동을 이유로 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우며, 설령 원고의 종족이나 정치적 활동을 이유로 한 피해사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2007. 3. 4. 평화협정 체결 이후 코트디부아르 국내사정이 호전된 점에 비추어 원고가 다시 귀국할 경우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가 있는 위험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3. 그러나 이러한 원심 및 제1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의 이유에 의하면, 제1심은 원고가 피고와 면담조사 당시에는 원고나 그 사촌이라고 주장하는 소외 1이 소외 2 대통령과 인척관계에 있기 때문에 반군의 표적이 되었다고 주장하다가 이 사건 소송에 이르러 대통령과 인척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고 같은 종족일 뿐이라고 진술한 점, 또한 원고는 소외 1의 사망시점에 관하여 2005. 6.경 난민 인정신청 당시에는 2004. 11.경이라고 진술하였다가 2006. 3.경 면담조사 당시에는 2003. 3.경 친오빠가 살해되고 나서 한 달 후 소외 1이 살해되었다고 진술하였고 다시 이 사건 소송에 이르러서는 2004. 6.경이라고 진술한 점, 이 사건 소장에는 원고가 1984년경 아비장(Abidjan)에서 FPI(Le Front Populaire Ivoirien)에 입당하여 활동하다가 1985년경 전 남편과 결혼한 후 부아케(Bouake)로 가서 정치적 활동을 하였다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으나 공식자료에 의하면 FPI의 창당시점은 그 이후인 1990년경인 것으로 보이고 원고도 1990년경 FPI가 창당하면서 그 모임에 참석하다가 2000년경 FPI에 입당하였다고 진술한 점 등 그 진술에 일관성이 없어 이를 믿기 어렵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제1심이 채용한 증거 및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피고에게 최초 난민 인정을 신청할 때부터 이 사건 소송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자신은 소외 2 전 대통령과 같은 종족인 베테(Bete)족의 일원으로서 부아케 지역에서 당시 집권당인 FPI의 당원으로 활동하다가 정부군과 반군 사이의 내전이 발생한 이후 달로아(Daloa)를 거쳐 아비장으로 피신하여 그곳에 있는 원고의 사촌오빠이자 FPI 간부인 소외 1의 집에 기거하면서 정치활동을 하였는데, 2004년경 반군의 습격으로 소외 1이 집에서 살해당하고, 원고 역시 도주하다가 반군으로 생각되는 군인들에게 붙잡혀 나중에 의식을 잃을 정도로 심한 폭행을 당하였고, 이후 친분이 있는 목사의 도움으로 병원 치료를 받다가 계속된 반군에 의한 위협을 피하고자 코트디부아르를 떠나 우리나라에 입국하게 되었다고 주장하였음을 알 수 있고, 이러한 주장사실은 제1심이 인정한 코트디부아르의 국가정황에 비추어 충분히 그 발생의 가능성을 합리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원심 및 제1심이 지적한 바와 같이 원고의 진술내용이 그 세부사항에서 서로 불일치하거나 스스로 제출한 증거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으나, 그러한 불일치라고 하는 것도 2004년 피습사건의 정확한 발생시기나 원고와 소외 1 혹은 소외 2 대통령과의 관계, FPI 창당일시 및 입당시기 등에 관한 것으로서, 원심 및 제1심이 배척하지 아니한 병원진료기록(갑 제7호증)의 기재에 나타난 원고의 피해사실과 그 부위 및 상해의 내용, 이로 인하여 여성인 원고가 겪었을 정신적 충격, 난민신청인으로서 원고가 처한 처지, 시간의 경과에 따른 기억력의 한계, 우리나라와 코트디부아르 사이의 언어감각의 차이, 코트디부아르의 정치상황 등을 감안할 때, 원고 주장사실의 전체적 신빙성을 부정할 정도라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위와 같은 원고의 피해사실은 비록 내전상황에서 발생하였다고는 하나 그 정도와 심각성에서 단순히 코트디부아르 국민 일반이 겪는 수준의 고통이나 위협에 그친다고 말할 수 없고, 이러한 원고에 대한 공격이 원고가 당시 집권세력인 베테족의 일원으로서 스스로 FPI 활동을 하거나 그 정치세력과 일정한 인적 관계에 있었기 때문이라는 원고의 주장도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이 원고에 대한 과거의 박해사실이 인정된다면 제1심판결이 드는 2007. 3. 4. 평화협정의 체결과 같은 잠정적·과도적 조치만으로 코트디부아르에서 원고가 종족이나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가능성이 명백히 소멸하였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코트디부아르로 송환될 경우 그 종족 또는 정치적 활동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가능성이 있음이 합리적으로 수긍되고 국적국으로부터 충분한 보호를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할 것임에도, 원심은 제1심판결의 이유를 인용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 원고에게 난민 인정의 요건이 되는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 있는 위험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난민 인정의 요건으로서 박해가능성과 그 증명의 방법 및 정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