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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9도12958 판결

[상해][공2010상,611]

판시사항

[1] 겉으로는 서로 싸움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당사자 중 일방의 유형력 행사의 위법성이 조각되기 위한 요건

[2] 상대방 일행이 서로 합세하여 갑을 구타하였고, 갑은 이를 벗어나기 위하여 손을 휘저으며 발버둥치는 과정에서 상대방 등에게 상해를 가하게 된 사안에서, 갑의 행위의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을 수긍한 사례

판결요지

[1] 맞붙어 싸움을 하는 사람 사이에서는 공격행위와 방어행위가 연달아 행하여지고 방어행위가 동시에 공격행위인 양면적 성격을 띠어서 어느 한쪽 당사자의 행위만을 가려내어 방어를 위한 ‘정당행위’라거나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겉으로는 서로 싸움을 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실제로는 한쪽 당사자가 일방적으로 위법한 공격을 가하고 상대방은 이러한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이를 벗어나기 위한 저항수단으로서 유형력을 행사한 경우에는, 그 행위가 새로운 적극적 공격이라고 평가되지 아니하는 한, 이는 사회관념상 허용될 수 있는 상당성이 있는 것으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

[2] 갑과 자신의 남편과의 관계를 의심하게 된 상대방이 자신의 아들 등과 함께 갑의 아파트에 찾아가 현관문을 발로 차는 등 소란을 피우다가, 출입문을 열어주자 곧바로 갑을 밀치고 신발을 신은 채로 거실로 들어가 상대방 일행이 서로 합세하여 갑을 구타하기 시작하였고, 갑은 이를 벗어나기 위하여 손을 휘저으며 발버둥치는 과정에서 상대방 등에게 상해를 가하게 된 사안에서, 상대방의 남편과 갑이 불륜을 저지른 것으로 생각하고 이를 따지기 위하여 갑의 집을 찾아가 갑을 폭행하기에 이른 것이라는 것만으로 상대방 등의 위 공격행위가 적법하다고 할 수 없고, 갑은 그러한 위법한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이를 벗어나기 위한 사회관념상 상당성 있는 방어행위로서 유형력의 행사에 이르렀다고 할 것이어서 위 행위의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고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맞붙어 싸움을 하는 사람 사이에서는 공격행위와 방어행위가 연달아 행하여지고 방어행위가 동시에 공격행위인 양면적 성격을 띠어서 어느 한쪽 당사자의 행위만을 가려내어 방어를 위한 정당행위라거나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겉으로는 서로 싸움을 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실제로는 한쪽 당사자가 일방적으로 위법한 공격을 가하고 상대방은 이러한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이를 벗어나기 위한 저항수단으로서 유형력을 행사한 경우에는, 그 행위가 새로운 적극적 공격이라고 평가되지 아니하는 한, 이는 사회관념상 허용될 수 있는 상당성이 있는 것으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 ( 대법원 1984. 9. 11. 선고 84도1440 판결 , 대법원 1999. 10. 12. 선고 99도3377 판결 등 참조).

2. 제1심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토대로 피고인의 이 사건 행위는 피해자들의 불법적인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이를 벗어나기 위한 저항수단으로 행하여진 것으로서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상당성이 있는 행위이므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원심도 이러한 사실인정 및 판단을 정당한 것이라고 보아 제1심판결의 무죄 결론을 유지하였다.

① 피해자 공소외 1은 2008. 9. 20. 01:30경 자신을 데리러 오라는 남편 공소외 2의 연락을 받고 당시 공소외 2가 있다는 음식점으로 가던 중 위 음식점 근처 노래방에서 공소외 2와 피고인이 함께 팔짱을 끼고 나오는 장면을 목격하였다. ② 그 후 피고인과 공소외 2의 관계를 의심하게 된 공소외 1은 피고인의 휴대전화번호를 알아낸 후 이 사건 발생 전날부터 자신과 아들 공소외 3의 휴대전화를 이용하여 수십 회에 걸쳐 피고인에게 죽이겠다는 내용 등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협박전화를 하였다. ③ 이에 피고인이 수신거부를 해놓고 전화를 받지 아니하자, 공소외 1은 피고인의 주소를 알아낸 다음 이 사건 당일 11:00경 자신의 아들인 공소외 3· 공소외 4, 올케인 공소외 5와 함께 피고인이 살고 있는 아파트에 찾아와서 초인종을 누르고 아파트 현관문을 발로 차면서 문을 열어 달라고 소리치는 등 소란을 피웠다. ④ 이에 당시 혼자 집에 있던 피고인이 겁을 먹고 문을 열어주지 아니하자, 공소외 1은 아들을 시켜 아파트 입구에 있던 공소외 2를 올라오게 하였고, 공소외 2가 와서 초인종을 누른 다음 피고인에게 별문제가 없을 것이니 문을 열어 달라고 말하였다. ⑤ 이 말을 듣고 다소 안심한 피고인이 출입문을 열어주자 곧바로 위 공소외 1 일행이 피고인을 밀치고 신발을 신은 채로 피고인의 집 거실로 들어왔다. ⑥ 그 직후 공소외 1과 공소외 3은 서로 합세하여 피고인을 구타하기 시작하였고, 피고인은 이를 벗어나기 위하여 손을 휘저으며 발버둥치는 과정에서 공소외 1 등에게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상해를 가하게 되었다. ⑦ 이 과정에서 공소외 3은 소지하고 있던 담배를 꺼내 피우다가 불이 꺼지지 않은 담배를 피고인의 집 거실 바닥에 버린 결과 바닥이 그을렸다. ⑧ 그 후 공소외 4, 5 등이 위 싸움을 말리는 틈을 타서 피고인은 거실에 있던 무선전화기를 들고 안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 경찰에 신고하였다는 것이다.

3.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기록을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 및 그 전제가 된 제1심의 사실인정 등은 모두 수긍할 수 있다. 피해자들이 피해자 공소외 1의 남편과 피고인이 불륜을 저지른 것으로 생각하고 이를 따지기 위하여 피고인의 집을 찾아가 피고인을 폭행하기에 이른 것이라는 것만으로 피해자들의 위와 같은 공격행위가 적법하다고 할 수 없고, 피고인은 그러한 피해자들의 위법한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이를 벗어나기 위한 사회관념상 상당성 있는 방어행위로서 이 사건 유형력의 행사에 이르렀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원심의 위와 같은 조치에 위법성조각사유 등에 관한 법리 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4.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지형(재판장) 양승태 전수안 양창수(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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