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a
대법원 2017. 10. 26. 선고 2017다242867 판결

[손해배상(기)][공2017하,2181]

판시사항

[1] 계약의 성립을 위한 당사자 사이의 의사 합치의 정도

[2] 청약의 의사표시가 포함하여야 할 사항

[3] 국내에서 고금을 매입하여 골드바 형태로 정련한 금지금을 외국으로 수출한 갑 주식회사에 대하여 국세청이 법인세 및 가산세 부과처분을 하자, 갑 회사가 국세청을 상대로 법인세 등 부과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가 패소판결이 확정되었는데, 갑 회사의 금 수출사업에 돈을 투자한 을이 갑 회사의 실질적 운영자는 병인데 병이 을의 조카 정을 통하여 을에게 위 소송의 승패에 따른 투자금의 반환을 약정하였다고 주장하면서 병을 상대로 갑 회사가 패소할 경우 반환하기로 한 돈의 지급을 구한 사안에서, 을과 병 사이에 위 약정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계약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당사자 사이에 의사의 합치가 있을 것이 요구되고 이러한 의사의 합치는 당해 계약의 내용을 이루는 모든 사항에 관하여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본질적 사항이나 중요 사항에 관하여는 구체적으로 의사의 합치가 있거나 적어도 장래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 등에 관한 합의는 있어야 하고, 그러한 정도의 의사의 합치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약은 성립하지 아니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2] 계약이 성립하기 위한 법률요건인 청약은 그에 응하는 승낙만 있으면 곧 계약이 성립하는 구체적, 확정적 의사표시여야 하므로, 청약은 계약의 내용을 결정할 수 있을 정도의 사항을 포함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3] 국내에서 고금을 매입하여 골드바 형태로 정련한 금지금을 외국으로 수출한 갑 주식회사에 대하여 국세청이 법인세 및 가산세 부과처분을 하자, 갑 회사가 국세청을 상대로 법인세 등 부과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가 패소판결이 확정되었는데, 갑 회사의 금 수출사업에 돈을 투자한 을이 갑 회사의 실질적 운영자는 병인데 병이 을의 조카 정을 통하여 을에게 위 소송의 승패에 따른 투자금의 반환을 약정하였다고 주장하면서 병을 상대로 갑 회사가 패소할 경우 반환하기로 한 돈의 지급을 구한 사안에서, 정과 병 등 사이의 대화 및 전화통화 내용을 녹취한 녹취록의 내용만으로는 병이 정을 통하여 을에게 위 약정을 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병 등이 소송의 승패에 따라 투자금을 반환하겠다는 취지의 얘기를 한 것은 승패 여하에 따라 국세청에 압류된 돈을 일부나마 회수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인데, 을은 갑 회사에 투자하였고 위 소송의 원고 역시 갑 회사로 승소 시 그에 따라 압류된 돈을 회수할 수 있는 주체도 갑 회사이므로, 위 약정과 유사한 취지의 약속이 있었더라도 반환의 주체가 병이라고 속단하기 어려우며, 나아가 정이 을의 대리인이라거나 을을 대신하여 병과 위 약정을 체결한 권한이 있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을과 병 사이에 위 약정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한 사례.

원고, 피상고인

원고

피고,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담당변호사 홍기태 외 2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계약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당사자 사이에 의사의 합치가 있을 것이 요구되고 이러한 의사의 합치는 당해 계약의 내용을 이루는 모든 사항에 관하여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본질적 사항이나 중요 사항에 관하여는 구체적으로 의사의 합치가 있거나 적어도 장래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 등에 관한 합의는 있어야 하고, 그러한 정도의 의사의 합치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약은 성립하지 아니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 대법원 2001. 3. 23. 선고 2000다51650 판결 , 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1다102080 판결 참조). 그리고 계약이 성립하기 위한 법률요건인 청약은 그에 응하는 승낙만 있으면 곧 계약이 성립하는 구체적, 확정적 의사표시여야 하므로, 청약은 계약의 내용을 결정할 수 있을 정도의 사항을 포함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 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1다53059 판결 , 대법원 2005. 12. 8. 선고 2003다41463 판결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주식회사 아큐먼시스템즈(이하 ‘아큐먼시스템즈’라고 한다)는 귀금속 등의 수출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으로, 2009. 2. 9.경부터 2010. 6.경까지 국내에서 고금을 매입한 후 골드바 형태로 정련한 금지금을 홍콩으로 수출하였다. 원고는 아큐먼시스템즈의 금 수출사업과 관련하여 2009. 2. 5.부터 2009. 3. 16.까지 합계 7억 4,000만 원을 아큐먼시스템즈에 투자하였다.

나. 성동세무서장은 아큐먼시스템즈가 2009 사업연도의 고금 매입가액을 과다 계상하여 법인세를 신고하였다고 보아, 2010. 9. 6. 아큐먼시스템즈에 2009 사업연도의 법인세 및 가산세 3,826,955,790원을 부과하는 처분을 하였다. 이에 아큐먼시스템즈는 서울행정법원 2012구합22287호 로 위 법인세 등 부과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으나 패소하였고, 서울고등법원 2013누15981호 로 항소하였으나 항소가 기각되어 2015. 2. 10. 위 패소판결이 확정되었다(이하 ‘관련 행정사건’이라고 한다).

다. 한편 국세청은 2010. 6. 중순경 아큐먼시스템즈의 종로사무실을 압수수색하여 금고에 있던 현금 35억 원을 압류하였다.

3. 원심은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기초로 하여 다음의 이유로, 아큐먼시스템즈의 실질적 운영자인 피고가 원고에게, 원고의 투자금과 관련하여 관련 행정사건에서 아큐먼시스템즈가 승소할 경우 3억 5,000만 원, 패소할 경우 2억 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는데(이하 ‘이 사건 약정’이라고 한다), 아큐먼시스템즈의 패소판결이 확정되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2억 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 원고의 피고에 대한 제2 예비적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

가. 피고는 아큐먼시스템즈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면서 금 수출사업을 진행하였다.

나. 원고가 피고를 횡령 등 혐의로 고소한 형사사건에서, 원심 공동피고 소외 1(이하 ‘소외 1’이라고만 한다)은 2009. 12.경 국제 금시세의 변동으로 금 수출 거래에서 상당한 손해가 발생하여 원고에게 당시까지 원고의 투자금을 정산한 2억 원을 찾아가라고 하였으나 원고가 찾아가지 않아 이를 아큐먼시스템즈 법인계좌에 그대로 두었다고 진술하였다.

다. 피고 역시 위 형사사건에서 원고에게 지급할 정산금이 3억 원 정도 되는 것으로 들어 안다고 진술하기도 하였다.

라. 피고는 2011. 7.경 원고의 조카인 소외 2를 통하여 원고에게 관련 행정사건에서 아큐먼시스템즈가 승소할 경우 3억 5,000만 원, 패소할 경우 2억 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

4. 가. 그러나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실관계 내지 사정을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 약정이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1) 우선 원심은 소외 2와 피고, 소외 1 사이의 대화 및 전화통화 내용을 녹취한 녹취록(갑 제14호증의 1, 2, 제15호증)을 토대로 2011. 7.경 피고가 소외 2를 통하여 원고에게 이 사건 약정을 하였다고 보았다. 그런데 위 녹취록을 살펴보아도 소외 2는 2011. 7.경 피고에게 자신의 아버지 소외 3의 투자금 회수를 독촉하였을 뿐 원고의 투자금을 반환하여 달라고 한 바 없다. 피고가 소외 2에게 관련 행정사건에서 승소할 경우 비용을 제외하고 100%, 만약에 일이 잘못되더라도 60%를 주겠다는 취지로 얘기한 것은 있으나, 위와 같은 대화내용 등에 비추어 투자금 반환 및 귀속의 주체가 피고와 원고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당시 피고는 소외 2에게 자신과의 대화내용을 원고에게 알리지 말 것을 주문하기도 하였다.

2) 원심이 인정한 승소 시 3억 5,000만 원, 패소 시 2억 원이라는 구체적인 액수에 관한 대화는 2013. 3.경 소외 2가 소외 1과 한 전화통화 내용(갑 제15호증)에서 나타날 뿐이다. 즉 소외 2의 ‘작은 아버지(원고)는 지금 하는 소송결과에 상관없이 당장 돈을 달라는 것인데, 사장님(소외 1) 말씀은 그렇게 못한다. 무조건 결과가 나오고 나서 3억 5,000만 원을 주든 지더라도 2억 원을 준다. 이 얘기죠’라는 질문에 소외 1이 ‘그렇다’는 취지로 답한 것이 전부이다.

3) 피고나 소외 1이 관련 행정사건의 승패에 따라 투자금을 반환하겠다는 취지의 얘기를 한 것은 그 승패 여하에 따라 국세청에 압류된 돈을 일부나마 회수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원고는 아큐먼시스템즈에 투자하였고, 관련 행정사건의 원고 역시 아큐먼시스템즈로 승소 시 그에 따라 압류된 돈을 회수할 수 있는 주체도 아큐먼시스템즈라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약정과 유사한 취지의 약속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반환의 주체가 피고라고 속단하기는 어렵다.

4) 나아가 소외 2가 원고의 대리인이라거나 원고를 대신하여 피고와 사이에 이 사건 약정을 체결한 권한이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도 찾아볼 수 없다.

나. 그런데도 이와 달리 원심은 녹취록에 기재된 불명확한 대화 등을 근거로 이 사건 약정의 존재를 긍정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계약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5.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조희대(재판장) 고영한 권순일 조재연(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