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상고[각공2009하,2100]
[1] 형사재판에서 간접증거에 의해 범죄사실을 인정하는 방법
[2] 피고인이 헤어드라이기 전선으로 피해자의 목을 조르는 등의 방법으로 피해자를 살해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피고인의 양손의 상처에 관한 사실조회 회보와 그 밖의 정황사실들을 종합하여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한 사실을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본 사례
[1] 형사재판에서 유죄 인정의 심증이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해 형성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경험칙과 논리법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간접증거에 의해 형성되어도 되는 것이며, 간접증거가 개별적으로는 범죄사실에 대한 완전한 증명력을 갖지 못하더라도 전체 증거를 상호 관련 아래 종합적으로 고찰할 경우 그 단독으로는 가지지 못하는 종합적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면 그것들에 의해서도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리고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범죄사실을 입증하는 경우에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한다.
[2] 피고인이 헤어드라이기 전선으로 피해자의 목을 조르는 등의 방법으로 피해자를 살해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피고인의 양손에 생긴 상처에 관한 사실조회 회보, 범행의 동기, 그 밖의 정황사실들을 종합하여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한 사실을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아,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을 수긍한 사례.
[1] 형사소송법 제308조 [2] 형사소송법 제308조
피고인
피고인 및 검사
신명호
변호사 강윤구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1. 항소이유의 요지(항소이유서 제출기간 도과 후에 변호인이 제출한 항소이유보충서는 적법한 기간 내에 제출한 항소이유서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 판단한다)
가. 피고인
(1) 사실오인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4,500만 원을 대여하였는데, 피해자로부터 위 대여금과 이자를 받아야 하는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를 죽일 아무런 이유가 없고, 피해자와 별다른 원한관계도 없는 여성인 피고인이 혼자 힘으로 원심이 인정하고 있는 바와 같은 범행방법으로 범행을 저지를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범행은 다른 범인이 원한이나 치정 관계에서 저질렀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은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
(2)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14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
원심의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원심 판단의 요지
원심은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고,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하였다는 점에 대한 직접증거는 없으나,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정황사실들, 즉 ① 피고인이 처음으로 참고인 조사를 받은 2007. 3. 9.에는 이 사건 발생 당일에 피해자의 집에 가지 않았다고 진술하였다가, 피고인의 집 욕실에서 혈흔이 검출되자 피해자의 집에 갔었다고 진술을 번복한 점, ② 피고인과 피해자는 사건 당일 13:35경과 17:23경 통화를 한 후 18:16경 마지막으로 통화하였고, 피해자가 주위 사람들에게 이야기한 내용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이 사건 당일 19:00경에 피해자와 만나기로 약속을 한 후 약속시간인 19:00경을 전후하여 피해자의 집을 방문하였을 것으로 판단되는 점, ③ 피고인은 피해자가 사망한 것을 알면서도 수사기관에 신고하지 아니하였고, 사건 발생 다음날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전화를 걸고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피해자가 사망하였다는 것 자체를 알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적극적으로 증거를 조작하였는데, 이러한 행동은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한 설명하기 힘든 점, ④ 피고인의 양 손등에 난 상처에 관하여 피고인은 수사과정에서 상처 입은 경위에 관한 진술을 번복하였을 뿐만 아니라 객관적으로 납득할 만한 충분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부교수 이상한은 피고인의 양 손등의 상처에 대하여 고무로 피복이 된 헤어드라이기 전선을 손으로 잡고 힘을 주고 당길 때 마찰에 의해 생긴 상처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을 제시하는 점, ⑤ 피고인이 공소외 1에게 자신의 차량을 가져다 쓰라고 말하였고, 피고인이 사건 당일 피해자의 집에 입고 간 옷을 숨기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등산화, 피 묻은 자동차 핸들커버, 목장갑을 화목 난로에 넣어 태우는 등 범행에 사용한 도구 등을 적극적으로 은폐하려 한 점, ⑥ 범행 이후에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이 범인이라고 말한 점, ⑦ 피해자를 결박한 방법이 극히 조잡한 것은 초심자 특히 힘이 약한 여성이 피해자를 결박하였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하였다고 인정하기에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하였고, 피고인의 범행 동기에 대하여는 피고인이 이 사건 발생 당일 채권·채무관계로 피해자와 다투던 중 피해자의 모욕적인 말과 태도에 순간적으로 격분하여 우발적으로 이 사건 살인의 범행을 저질렀을 개연성이 가장 크다고 판단하였다.
나. 당심의 판단
(1) 판단의 전제
(가) 형사재판에서 유죄 인정의 심증이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해 형성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경험칙과 논리법칙에 위반되지 않는 한 간접증거에 의해 형성되어도 되는 것이며, 간접증거가 개별적으로는 범죄사실에 대한 완전한 증명력을 갖지 못하더라도 전체 증거를 상호 관련 아래 종합적으로 고찰할 경우 그 단독으로는 가지지 못하는 종합적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면 그것들에 의해서도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음은 원심이 설시한 바와 같고,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범죄사실을 입증하는 경우에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 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한다.
(나)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의 경우를 보건대, 피고인 및 변호인은 원심에서 항소이유와 대체로 동일한 취지의 주장을 하여 원심은 ‘유죄이유 중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란에서 위 주장에 대한 판단을 자세하게 설시하여 그 주장을 배척하면서 여러 정황사실들을 종합하여 피고인이 이 사건 발생 당일 채권·채무관계로 피해자와 다투던 중 피해자의 모욕적인 말과 태도에 순간적으로 격분하여 우발적으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을 개연성이 크다고 판단하였는데, 원심에서 인정한 여러 정황사실들을 증거들과 대조하여 살펴보면, 모두 정당한 사실인정으로 원심의 판단은 수긍이 가고 거기에 사실을 오인한 잘못이 없다.
다만 피고인의 양손에 난 상처와 범행 동기와 관련하여서는 당심에서 아래에서 그에 대한 판단을 추가하기로 한다.
(2) 피고인 양손의 상처
(가) 변호인의 주장
피고인의 변호인은 피고인이 헤어드라이기 전선으로 피해자의 목을 졸랐다면 양손의 손등과 손가락에 난 상처가 동일하거나 매우 유사해야 하고, 전선과 직접적으로 접촉하여 강한 마찰을 받는 피고인의 양손 손바닥이나 엄지와 검지 사이의 부위에도 상처가 있어야 할 것인데도 그러한 상처가 없으므로, 피고인의 양손의 상처는 헤어드라이기 전선으로 피해자의 목을 조르면서 생긴 상처가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나)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피고인 양 손등의 상처는 피해자의 목을 조르면서 생긴 상처가 아니라고 주장하였고, 이에 대하여 원심은 판결문 제8, 9쪽에서 피고인의 오른쪽 손등에 폭 0.4㎝ 내지 0.5㎝, 길이 3.3㎝의 띠 모양의 찰과상, 제2번 손가락 둘째마디 관절에 0.2 × 0.1㎝의 표피박탈, 제1번 손가락 둘째마디에 사선으로 폭 0.3㎝, 길이 0.9㎝의 띠모양의 찰과상이 있고 손바닥에는 특별한 손상이 없으며, 왼쪽 손의 제5번 손가락 셋째 마디 한가운데에 0.3 × 0.25㎝ 크기의 가피(딱지)가 있고, 주위는 창백하며 그와 연결되어 손날쪽으로 비스듬히 폭은 최대 0.8㎝, 길이는 1.3㎝의 띠 모양의 찰과상이 남아 있고 손바닥에는 특별한 손상이 없음이 확인된 점, 피고인이 수사과정에서 위 상처 입은 경위에 대한 진술을 번복한 점과 피고인의 손에 난 상처 부위를 검사한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부교수 이상한의 의견 등을 종합하여 피고인의 양 손등의 상처를 고무로 피복이 된 헤어드라이기 전선을 손으로 잡고 힘을 주고 당길 때 마찰에 의해 생긴 상처로 판단하였다.
(다) 당심의 사실조회 결과
당심은 변호인의 신청에 의하여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부교수 이상한에게 피고인 양 손등의 상처 등에 대하여 사실조회를 실시하였고, 이상한은, “피고인 오른쪽 손등에 나타난 띠 모양의 마찰흔은 전선 굵기에 부합되며, 엄지손가락의 둘째 마디에 생긴 상처는 일련의 연속선상에서 생긴 상처로 볼 수 있다. 손등에 줄을 감고 당기면 엄지손가락 부위는 손등과 함께 마찰될 수 있는 부분이다. 왼손 상처에 대하여는 오른손잡이라면 대개 오른손에 더 힘을 주고 당길 것이다. 왼손에 상처가 생기지 않을 수 있다. 왼손 손가락으로 감고 있었고 당길 때 왼손이 조금만 위로 들리게 되더라도 줄이 들리면서 당겨지면 5번 손가락과 마찰될 수 있을 것이고 이 때 다른 손가락에 비해 더 큰 마찰이 생기게 될 것이다. 그래서 다른 손가락에는 상처가 미미하고, 피고인처럼 4번 손가락의 너클 부분 양간 위쪽, 셋째 마디 아래 web과 같은 형태의 마찰흔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피고인이 주장하는 대로의 내용에 의해서는 피고인 오른쪽 손등의 상처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경찰에 제시하는 헤어드라이기의 전선 폭과 부합되며 그로 인한 손상으로 판단하기에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의학적 확신(medical certainty with no reasonable doubt)을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회보하였다.
(라) 당심의 판단
이 사건과 같이 피고인이 범행 일체를 강력히 부인하고, 검사는 피고인의 양손에 나타난 상처가 피고인의 양손으로 헤어드라이기 전선을 잡고 피해자의 목을 조르는 과정에서 생긴 것이라고 주장하는 경우, 검사의 주장과 같이 피고인의 양손에 나타난 상처를 토대로 피고인이 양손으로 헤어드라이기 전선을 잡고 피해자의 목을 조른 사실을 인정하려면, 양손에 나타난 상처의 부위와 정도, 헤어드라이기 전선의 굵기, 피해자 목에 생긴 상처, 다른 원인에 의하여도 양손에 같은 상처가 있을 수 있는지 등 여러 간접증거에 의하여 논리적으로 경험칙에 입각하여 이를 추단할 수밖에 없다 할 것이다.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살피건대, 앞서 본 바와 같이 변호인이 피고인의 양손의 손등과 손가락에 동일하게 상처가 생겨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래 그림1과 같이 오른손과 왼손의 엄지손가락을 서로 마주 보도록 즉 양손의 손등이 자신의 몸을 향하도록 전선을 잡고 힘을 주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 여겨진다(증거기록 689쪽 참조, 수사기관에서의 조사 및 의사 이상한의 의견도 이러한 방법으로 전선을 잡은 것을 토대로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그림1
그러나, 전선을 잡아당길 때 반드시 위와 같이 오른손과 왼손의 엄지손가락이 서로 마주 보도록 전선을 잡고 힘을 주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즉 생각을 바꾸어 아래 그림2와 같이 왼손바닥을 자신의 몸을 향하도록 하여 즉 왼손 엄지손가락을 오른손과 반대방향으로 향하게 하여 전선을 잡은 후 왼손 새끼손가락 방면에서 나온 전선을 오른쪽 손등에 감은 자세(오른손의 위치는 그림1과 동일하다)로 전선을 잡아 당겨 보면, 오른쪽 손등 부위와 왼손 새끼손가락 셋째 마디 부위에 주된 힘이 가해지고 그 결과 이들 부위에 상처가 발생하게 됨으로써 오른손과 왼손에 생긴 상처의 부위 및 모양이 전혀 다르게 나타나게 될 것이고, 이 경우 피고인의 오른쪽 손등에 생긴 줄모양의 상처와 오른쪽 엄지손가락의 둘째 마디에 생긴 상처뿐만 아니라 왼손 새끼손가락 셋째 마디 부분에 발생한 띠모양의 상처도 쉽게 설명이 된다(증거기록 740쪽 참조).
그림2
또한, 그림2와 같이 왼손 새끼손가락 방면에서 나온 전선을 오른쪽 손등에 감아 힘을 주면, 그림1과 같이 오른손과 왼손의 엄지손가락을 마주 보도록 전선을 잡고 당기는 경우보다 전선이 훨씬 덜 미끄러지기 때문에 힘을 가하는 것이 훨씬 쉽게 된다는 사실은 실험을 해 보면 금방 알 수 있고, 그림2의 경우 양손 손바닥이나 왼손의 엄지와 검지 사이에는 힘이 거의 가해지지 아니하게 되는 결과 이들 부위에 상처가 전혀 생기지 않는 현상에 대하여도 설명이 된다.
가사 위와 같이 왼손을 잡은 방법에 대한 설명이 타당하지 아니하다 하더라도, 피고인이 왼손으로 헤어드라이기 몸통을 잡고 있었거나 또는 장갑을 끼고 있는 등의 원인으로 왼손에는 전선으로 인한 손상이 발생하지 아니할 여지도 충분히 있는 점, 피고인 오른쪽 손등의 상처는 일정한 폭의 띠모양의 상처이고 그 폭이 헤어드라이기의 전선 폭인 0.7㎝와 부합하며, 피고인이 상처가 발생한 경위에 관한 진술을 여러 번 번복하였고, 의사 이상한도 피고인이 주장하는 대로의 내용에 의해서는 피고인 오른쪽 손등의 상처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진술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적어도 피고인의 오른손에 헤어드라이기 전선을 감아 잡아당긴 사실은 인정될 수밖에 없다고 볼 것인 점, 피해자 목에 생긴 길이 22㎝, 폭 0.8㎝의 색흔은 헤어드라이기 전선으로 조른 흔적이라고 볼 것인 점(당심에서의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교수 곽정식에 대한 사실조회 회보 참조)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목에 헤어드라이기 전선을 감아 조른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
따라서 피고인이 헤어드라이기 전선으로 피해자의 목을 조른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고 여기에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없다.
(3) 범행의 동기
(가)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4,500만 원이라는 큰 돈을 빌려준 채권자로서 피해자가 죽고 나면 그 돈을 받기 어렵게 되므로 피해자를 살해할 이유가 없었다고 적극 주장하고, 이에 대하여 원심은 채권·채무관계로 피해자와 다투던 중 피해자의 모욕적인 말과 태도에 순간적으로 격분하여 우발적으로 이 사건 살인의 범행을 저질렀을 개연성이 가장 크다고 판단하였다.
(나) 살피건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범행현장인 피해자의 방에서 피해자의 통장 여러 개와 피해자의 타인에 대한 차용증이 발견된 사실이 인정되고, 이는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피해자의 자금사정이나 변제능력에 대한 다툼이 있었음을 강력하게 추인하게 할 사정이라 할 것이고,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대여하였다고 주장하는 4,500만 원 중 4,000만 원의 존재 여부에 관하여 피고인이 공소외 2와 남자친구인 공소외 3에게 피해자에게 돈을 빌려 주는 것을 목격하였다고 허위로 진술하도록 사주하여 4,000만 원 채권의 존재를 부각시키려 한 점(증거기록 564, 705쪽)은, 이를 부각시켜 살인의 혐의를 부인하고자 하는 의도로 봄이 상당하다.
(다) 이러한 사정들에 더하여, 채무자가 변제자력이 없는 상태에서 채권자로부터 채무변제를 독촉 받아 다툼이 발생하면 통상 채무자는 그 동안 지급한 이자가 원금을 초과한다거나 타인에 대한 채권을 상환 받는 등으로 자금을 마련하여 나중에 변제하겠다는 등의 이유를 들면서 변제기를 유예해 줄 것을 요구하거나 갚아주겠다는데 왜 귀찮게 하느냐는 등의 채권자의 반발을 유발하는 말을 하여 채권자의 감정을 격하게 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할 것이고, 이러한 경우 채권자 입장에서는 순간적으로 격분하여 채무자를 폭행하거나 나아가 사망에 이르게 할 상황도 충분히 상정할 수 있으며, 이러한 우발적이고 흥분된 상황에서 채무자가 죽으면 채무를 변제받기 어렵게 된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쳐 살해범행을 중단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따라서 범행의 동기에 관한 원심의 판단도 충분히 수긍이 되고 여기에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없다.
(4) 소결
따라서, 원심이 인정한 정황사실들과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교수 곽정식이 당심에서의 사실조회 회보에서 진술한 내용 및 앞서 본 여러 정황사실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한 사실을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충분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피고인 및 변호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없다.
3. 검사 및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사람의 생명은 그 무엇보다 소중하고 고귀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잔혹한 방법으로 피해자를 살해하였을 뿐만 아니라, 계속하여 증거인멸을 시도하였고,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참회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피해자와 피해자의 유족들에게 앞으로 치유될 수 없는 상처를 남게 하였음에도 피해 회복을 위하여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아니한 점에서 그 죄책이 가볍다 할 수 없으나, 한편 피고인이 불우한 환경에서 성장하였고, 우발적으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르게 된 점 그밖에 피고인의 나이, 평소의 성행, 가정환경 등 양형의 조건이 되는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은 적정하고, 그것이 너무 무겁거나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과 검사의 이 사건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따라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