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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0. 8. 19. 선고 2010다13701,13718 판결

[손해배상(기)등][미간행]

판시사항

[1] 당사자 사이에 구두 약정의 해석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어 그 의사 해석이 문제되는 경우의 해석 방법

[2] 갑과 을 사이에 동업약정을 하면서, 갑은 을에게 굴비를 제공하고 을은 그 굴비를 판매하여 취득하는 대금 중 굴비 공급원가 상당액을 갑에게 우선하여 지급한다는 구두 약정을 한 경우, 갑과 을 사이에 동업관계가 종료되어 정산이 문제되는 경우에까지 을이 동업의 결과 수익을 올렸는지 손해만 남았는지를 따져보지 않은 상태에서 갑에게 굴비 공급원가 상당액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기로 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

원고, 피상고인

원고

피고, 상고인

피고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가 굴비를 공급하면 피고는 서울·경기 일대에서 영업 활동을 통해 굴비의 판매처를 확보하고 운반 및 납품 업무를 담당하는 등 원고와 피고 사이에 공동으로 굴비판매업을 영위하는 동업관계가 성립하였는데, 피고는 위 동업약정 당시 원고와 사이에 향후 동업관계의 정산절차와 관계없이 거래처로부터 굴비 판매대금을 받으면 우선적으로 원고에게 굴비 공급원가 상당액을 지급하기로 약정(이하 ‘이 사건 약정’이라 한다)한 바 있으므로, 피고가 원고에게 동업관계 정산에 따른 이익의 분배 또는 손해의 분담을 별개의 소로 청구하는 것은 차치하고, 이 사건 약정에 따라 원고에게 남은 굴비 공급원가 상당액 및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2. 당사자 사이에 구두 약정의 해석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어 그 의사 해석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표현의 형식과 내용, 그와 같은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당사자가 그 약정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 대법원 1994. 3. 25. 선고 93다32668 판결 , 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8다90095, 90101 판결 등 참조)

원심은, 이 사건 약정의 의미를 원·피고 사이의 동업관계의 존속 여부와 관계없이 어느 경우에도 피고가 손익 분배 등에 우선하여 일단 원고에게 굴비 공급원가 상당액을 지급하기로 한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하였으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위 법리와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볼 때 수긍하기 어렵다.

기록에 의하면, 피고는 수사기관에 출석하여 ‘(원고와) 별도로 동업계약서를 작성하지는 않았으며, 동업 조건은 원가 부분은 영광(원고)에 내려 보내고, 판매해서 남은 수익금 중 비용을 제외하였을 때 순이익이 발생하게 되면 그 때 수익금을 반반씩 나누기로 하였습니다’(기록 347면), ‘물건대금이 들어오면 들어오는 대로 원고가 제게 납품한 납품대금에 한해 원고에게 지불하기로 했습니다’(기록 554면)라고 진술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피고는 위 동업기간 중에도 거래처로부터 굴비 판매대금을 받아 그때그때 원고에게 굴비 공급원가 상당액을 지급한 것은 아니고, 오히려 그 중 상당 부분을 사무실 임대료, 직원 급여, 판매처 관리비용 등 굴비판매업을 하는 데 필요한 영업비용으로 사용하였으며, 원고는 피고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업무계획, 판매 상황, 급여 지급 등에 관하여 보고를 받아왔기 때문에 위와 같이 피고가 굴비 판매대금으로 영업비용을 지출해 온 사실을 알고 있었던 데다가 2004. 12. 2.부터 2005. 5. 30.까지 공급한 굴비 원가 상당액을 지급받지 못한 상황에서도 피고에게 특별히 대금 지급을 독촉하지 않은 채 굴비 공급을 계속하면서 동업관계를 유지해 왔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이 원고와 피고가 동업관계를 유지하는 동안 보인 거래 실태나 행위 태양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약정은 동업관계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원고가 담당한 굴비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영업을 담당한 피고가 거래처로부터 굴비 판매대금을 받으면 가급적 다른 비용 등을 지출하기에 앞서 원고에게 굴비 공급원가 상당액을 지급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로서, 이러한 약정에 법적 구속력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원·피고 사이에 동업관계가 존속되는 것을 전제로 한 약정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피고가 대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원고를 속여 굴비를 납품받았으며, 그 중 일부를 채무담보 명목으로 제1심 공동피고 2에게 제공하는 등 임의로 처분하였다’고 주장하면서 2005. 11. 9.에는 피고를, 2006. 4. 3.에는 위 제1심 공동피고 2를 각 사기, 횡령 등으로 고소한 사실(기록 121면, 467면), 원고는 그 후 수사기관에 출석하여 ‘피고에게 조기(굴비)를 주고는 그 대금을 받지 못하여 2005년 10월경 거래를 중단했다’라고 진술한 사실(기록 139면), 피고 또한 2006. 3. 29. 원고에게 보낸 내용증명우편에 ‘원고가 피고를 고소하였던 2005년 11월경 동업관계가 파기되었다’라고 기재한 사실(기록 272면), 피고는 원고의 위와 같은 고소로 말미암아 사기, 배임죄 등으로 공소 제기되어 형사재판을 받게 된 사실(기록 415면)을 알 수 있고, 이러한 사정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와 피고 사이의 동업관계는 2005년 10월 내지 11월경 상호 신뢰관계가 파괴되면서 더 이상 유지되지 못할 정도에 이르러 종료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2인 이상이 상호출자하여 공동사업을 경영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효력이 생기는 조합이 존속기간 만료, 목적 사업의 완수 내지 실패, 구성원들의 신뢰관계 파탄 등의 사유로 해산되어 그 재산관계를 정리하는 단계에 접어든 경우 특히 조합원 사이의 정산은 청산절차를 거치든 거치지 않든 결국 그들 사이에 별도의 약정이 없는 이상 잔여재산 분배의 방법으로 이루어지게 되는데,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이 사건 굴비는 원고가 피고에게 공동사업인 굴비판매업에 사용하도록 하기 위하여 공급한 조합재산이므로 원칙적으로 잔여재산 분배의 대상인 점 등으로 미루어 보면, 원고와 피고 사이에 위와 같이 동업관계가 종료되어 정산이 문제되는 경우에까지 피고가 동업의 결과 수익을 올렸는지 손해만 남았는지를 따져보지 않은 상태에서 원고에게 우선적으로 굴비 공급원가 상당액을 지급하겠다는 의미에서 이 사건 약정을 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심은 피고가 원고에게 동업관계 정산에 따른 이익의 분배 또는 손해의 분담을 별소로 청구할 수 있음을 부언하고 있으나, 이는 조합관계 정산에 따른 분쟁을 일회적으로 해결하는데 적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당사자 사이에서 그 중 한 사람에게만 출자 금원을 우선적으로 반환하고, 다시 별도의 정산절차를 거쳐 위 반환 금원까지 포함하여 손익을 분배하기로 약정하였다는 것은 사회 통념 및 거래 관행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원심판결에는 당사자 사이에 이루어진 약정의 해석, 조합 해산에 따른 정산의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하기 위해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양창수(재판장) 양승태 김지형(주심) 전수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