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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5다202957 판결

[대집행비용지급][공2018하,2210]

판시사항

[1] 방사성폐기물 관리법상 방사성폐기물 ‘관리’는 방사성폐기물 관리사업자가 방사성폐기물을 인수한 이후의 단계만을 한정적으로 규율하는 개념인지 여부(적극) / 방사성폐기물 발생자가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은 방사성폐기물이 발견된 경우, 이를 수거·분류·포장·운반하여 방사성폐기물 관리사업자에게 인도하는 사무가 방사성폐기물법상 방사성폐기물의 ‘관리’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및 그에 소요되는 비용이 방사성폐기물 관리기금에서 지출되어야 하는지 여부(소극)

[2] 방사능사고 내지 화생방사고에 관해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이 기본법으로 적용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 방사능사고 내지 화생방사고의 관리 및 비용분담의 주체

판결요지

[1] 방사성폐기물 관리법(이하 ‘방사성폐기물법’이라 한다)은 방사성폐기물 발생자가 자체처분이 허용되지 않는 농도의 방사성폐기물을 분류·포장·운반하여 방사성폐기물 관리사업자에게 인도함과 동시에 관리비용을 납부하고, 이를 인수한 방사성폐기물 관리사업자가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에서 관리하는 통상적이고 원칙적인 상황을 규율하고 있을 뿐이다. 반면 방사성폐기물 발생자가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은 방사성폐기물이 발견된 경우에 누가 이를 수거·분류·포장·운반하여 방사성폐기물 관리사업자에게 인도하여야 하는지는 전혀 규정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방사성폐기물법령의 규정체계와 함께 이하에서 살피는 「원자력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 대책법」「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의 규정 내용과 체계까지 아울러 고려해 보면, 방사성폐기물법상 방사성폐기물 ‘관리’란 방사성폐기물 관리사업자가 방사성폐기물을 인수한 이후의 단계만을 한정적으로 규율하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 방사성폐기물 관리기금 역시 그와 같이 한정된 의미의 ‘관리’에 관리기금을 사용하도록 규정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방사성폐기물 발생자가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은 방사성폐기물이 발견된 경우에, 이를 수거·분류·포장·운반하여 방사성폐기물 관리사업자에게 인도하는 사무는 방사성폐기물법상 방사성폐기물의 ‘관리’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므로 그에 소요되는 비용 역시 방사성폐기물 관리기금에서 지출되어야 한다고 볼 수도 없다.

[2]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이하 ‘재난안전법’이라 한다) 제8조 는, 재난안전법이 재난·안전관리에 관한 기본법임을 선언한 규정으로 볼 수 있다. 원자력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 대책법(이하 ‘방사능방재법’이라 한다) 제22조 제3항 같은 조 제1항 , 제2항 에 따른 방사능사고 신고·통보를 재난안전법 제19조 에 따른 재난신고·통보로 간주한다고 규정한 취지는, 재난안전법이 재난·안전관리에 관하여 원칙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기본법임을 확인적으로 규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방사능사고 내지 화생방사고에 관해서는, 방사능방재법이나 원자력안전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난안전법이 기본법으로서 적용될 수 있다.

원자력안전과 방사능재난을 예방·대응할 전문적인 지식과 포괄적인 권한을 보유한 중앙행정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일단 모든 방사능사고 발생을 파악할 수 있도록 신고를 받은 기관들에게 보고의무를 부여하고는 있지만,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모든 방사능사고에 대한 직접적 조치의무를 가진다고 볼 수는 없고, 다만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긴급조치 필요성 등에 관하여 직접 검토·판단할 수 있을 따름이다.

재난이 발생한 경우 대응·복구할 책임은 재난안전법이 직접 규정한 사항이 아니면, 재난안전법에 따라 국가 차원, 관계 중앙행정기관 차원, 시·도 차원, 시·군·구 차원, 재난관리책임기관 차원에서 각각 작성하는 안전관리계획에서 재난관리업무를 시행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한 재난관리책임기관에게 있다. 이에 따라 재난관리비용도 해당 재난관리책임기관이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다.

재난관리의 대상이 되는 중요시설의 관리기관이 재난관리책임기관으로 별도로 정해진 경우를 제외하고는, 지방자치단체 관할 구역 내의 공공시설은 그 시설을 유지·관리하는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재난관리책임기관이 된다. 방사성물질이나 방사성물질로 의심되는 물질을 발견한 경우의 신고대상 기관에 지방자치단체도 포함된 취지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참조조문
원고, 피상고인 겸 부대상고인

서울특별시 노원구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남순 외 1인)

피고, 상고인 겸 부대피상고인

대한민국 (소송대리인 정부법무공단 박시준 외 3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의 부대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건의 경위

가. 방사능오염 발생 신고와 방사성물질 제거작업 시행

(1) 서울 노원소방서는 2011. 11. 1.경 서울 노원구 월계동 일대 이면도로(이하 추가로 방사능오염 상태가 발견된 도로까지 포함하여 ‘이 사건 도로’라고 한다)에서 방사선 이상 수치가 측정되었다는 신고를 받았다. 노원소방서의 측정 결과 이 사건 도로에서 서울 대기 평균 방사선량의 10배에 달하는 방사능 오염상태가 발견되었다.

(2)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011. 11. 2. 원자력안전연구원으로 하여금 이 사건 도로에 대한 정밀조사를 시행하도록 한 다음, 2011. 11. 3. 이 사건 도로에서 측정된 방사선량이 인근 주민의 일상적인 도로 사용에는 지장이 없을 정도이지만, 이 사건 도로의 아스콘(ASCON)에 방사성물질이 일부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잠정조사결과를 발표하였다.

(3) 이 사건 도로의 관리청인 노원구청장은 2011. 11. 3.경 인근 주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하여 이 사건 도로의 아스콘을 1~2일 이내에 철거하겠다고 발표하였고, 실제 2011. 11. 4.부터 같은 달 11일까지 그 아스콘을 철거하고 새로 아스콘을 포장하였다.

(4)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011. 11. 8. 다음과 같은 정밀조사결과를 발표하였다.

① 이 사건 도로의 지표 1m 높이에서 측정한 방사선량은 1.4μ㏜/h(시간당 마이크로 시버트: 방사성물질에서 나오는 방사선이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를 측정하는 단위이다) 이하이고, 지역 주민이 이 사건 도로에서 매일 하루 1시간씩 1년간 서 있어도 연간 노출되는 방사선량은 0.51~0.69m㏜로서, 원자력안전법 시행령에서 정한 일반인의 연간 허용선량 1m㏜ 미만으로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

② 이 사건 도로의 아스콘에 혼입된 방사성 동위원소의 핵종은 세슘(Cs-137)이고, 아스콘에 함유된 방사성 물질의 농도는 1.82~35.4Bq/g(그램당 베크렐: 베크렐은 매초당 방사성붕괴가 몇 번 일어나는가를 나타내는 국제표준단위이다)이고, 세슘(Cs-137)으로 오염된 폐기물의 농도가 10Bq/g을 초과하면 원자력안전법상 자체처분이 금지되는 ‘방사성폐기물’에 해당한다.

③ 아스콘 제조 시 철강회사의 슬래그(slag: 용광로에서 광석을 녹일 때 용제나 비금속물질, 금속산화물 등이 쇳물 위에 뜨거나 찌꺼기로 남는 것)를 활용하는 점을 고려할 때, 방사성물질이 부적절하게 유입·용융되어 오염된 슬래그가 아스콘에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5) 노원구청장은 2011. 11. 14. 노원경찰서에 이 사건 도로 설치공사 당시 아스콘을 공급한 업체로 추정되는 주식회사 대한아스콘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였으나, 노원경찰서는 2011. 12. 22. 위 회사가 10여 년 전에 폐업하여 관련 서류들이 폐기되었으므로 방사성물질 혼합의 원인제공자라고 단정할 수 없어 수사를 종결한다는 취지로 회신을 하였다.

(6) 1차 철거작업을 시행한 이면도로 인근에 있는 또 다른 이면도로에서 2012. 2. 2. 높은 수치의 방사능이 측정되었다는 신고가 접수되자, 노원구청장은 2012. 4. 23.부터 같은 달 24일까지 2차로 신고가 접수된 이면도로의 아스콘을 철거하고 새로 아스콘을 포장하였다(이하 앞서 본 일련의 방사능 유출 사고를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

나. 관계기관 회의 결과 및 철거된 아스콘의 선별작업 시행

(1) 이 사건 도로에서 철거한 아스콘 등 폐기물(이하 ‘도로폐기물’이라고 한다)의 처리방법을 결정하기 위하여, 2011. 11. 29.경부터 국무총리실 사회통합정책실장 주재로 원자력안전위원회, 지식경제부(2013. 3. 23. 법률 제11690호로 정부조직법이 전부 개정되면서, 그 명칭이 ‘산업통상자원부’로 변경되었다), 교육과학부, 국토부, 행정안전부, 서울특별시 및 원고의 각 담당자들 사이에 총 4차례 관계기관 회의가 개최되었다.

(2) 2011. 12. 15. 개최된 관계기관 3차 회의의 참석자들은 도로폐기물 처리작업에 드는 비용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합의하였다(이하 ‘이 사건 합의’라고 한다).

① 도로폐기물을 서울 노원구 관내 한전연수원으로 이전하여 방사성폐기물 선별작업에 착수하고, 도로폐기물을 한전연수원에 이전하는 비용 및 선별작업에 필요한 가건물 설치비용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한다.

② 선별에 따르는 비용(드럼 포장을 하기 전에 드는 비용)은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으로 우선 집행한다.

③ 선별작업부터 드는 처리비용(선별, 드럼 포장, 경주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으로 이전·보관하는 비용을 포함한다)은 기본적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분담하되, 비용분담 수준은 법률검토 결과 등을 참고하여 추후 관계기관 사이에 협의를 통해 결정한다.

(3) 노원구청장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제시한 방사성폐기물 선별·관리 기준(가이드라인)에 따라 2012. 3. 24.부터 2012. 5. 14.까지 도로폐기물에서 방사능농도 10Bq/g 이상의 세슘(Cs-137)이 혼입된 도로폐기물은 방사성폐기물로, 10Bq/g 미만의 세슘(Cs-137)이 혼입된 폐기물은 산업폐기물로 분류하는 선별작업을 시행하였다(이하 ‘이 사건 선별작업’이라고 한다). 노원구청장이 이 사건 도로에서 두 차례에 걸쳐 철거한 아스콘 등 도로폐기물의 양은 총 785t인데, 그중 약 457t은 자체처분이 허용되지 않는 방사성폐기물, 나머지 약 328t은 자체처분이 가능한 일반폐기물로 분류되었다.

(4) 이 사건 방사능오염 사고와 관련하여, 원고는 총 954,800,000원(= 아스콘 철거·포장 공사비용 467,651,990원 + 이 사건 선별작업 비용 482,348,010원 + 주민감시단 비용 4,800,000원)을 지출하였는데, 2011. 12. 23. 서울특별시로부터 지방재정법 제29조의3 에 따른 특별조정교부금으로 700,000,000원을 지급받아 그중 400,000,000원은 아스콘 철거·포장 공사비용에 사용하였고, 나머지 300,000,000원은 이 사건 선별작업 비용에 사용하였다.

(5) 피고는 노원구청장이 선별작업을 마친 방사성폐기물을 드럼과 컨테이너에 포장하는 비용, 경주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으로 운반하는 비용 등을 부담하였다.

2. 원고의 청구 요지 및 원심의 판단

가. 원고의 청구 요지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선별작업 등에 소요된 총 482,348,010원(= 이 사건 선별작업 비용 482,348,010원 + 주민감시단 비용 4,800,000원)의 지급을 청구하면서, 주위적으로는 피고가 이 사건 합의에 따른 약정금으로서 위 비용을 부담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고, 예비적으로는 설령 비용분담합의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선별작업은 「방사성폐기물 관리법」(이하 ‘방사성폐기물법’이라고 한다)에 따른 ‘방사성폐기물의 관리’에 해당하여 그 비용은 피고 소속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관리·운용하는 ‘방사성폐기물 관리기금’에서 지출하여야 함에도, 원고가 법률상 또는 계약상 의무 없이 피고를 위하여 피고의 사무를 처리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피고가 민법 제739조 에 따라 그 비용을 상환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가 이 사건 합의에서 방사성폐기물 선별작업 이후의 처리비용을 원고와 분담하기로 약정하였으므로, 원고에게 ‘이 사건 합의에 따른 약정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어서 이 사건 선별작업은 방사성폐기물법상 ‘방사성폐기물의 관리’에 해당하므로, 피고 소속의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관리·운용하는 ‘방사성폐기물 관리기금’에서 지출하는 것이 타당하지만, 노원구청장이 원자력안전기술원의 선별적 철거 권고를 따르지 않고 이 사건 도로의 아스콘 전부 철거를 강행하여 도로폐기물의 양이 증가하고 그에 따라 이 사건 선별작업 비용도 증가한 사정 등을 고려하면, 원고가 지출한 이 사건 선별작업 비용 중 30%를 피고가 부담함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주위적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이 사건 선별작업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

(1) 방사성폐기물의 관리와 관련한 방사성폐기물법령 규정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원자력안전법 제70조 제2항 에 따른 방사성폐기물은 이를 발생시키는 자가 자체처분을 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으며, 원자력안전법 제63조 제1항 에 따라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허가를 받아 ‘방사성폐기물 관리사업자’가 건설·운영하는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에서 관리하여야 한다( 제2조 제2호 , 제13조 제1항 ).

② 방사성폐기물의 ‘관리’란 방사성폐기물 관리사업자가 방사성폐기물 발생자로부터 자체처분이 허용되지 않는 방사성폐기물을 인수하여 운반·저장·처리·처분하는 것을 말한다( 제2조 제2호 , 제13조 제1항 ).

③ 방사성폐기물 발생자는 자체처분이 허용되지 않는 방사성폐기물을 대통령령이 정하는 방법으로 분류·포장한 다음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까지 운반하여 방사성폐기물 관리사업자에게 인도하여야 한다( 제13조 제1항 , 동 시행령 제4조 제4항 ).

④ 방사성폐기물 발생자는 방사성폐기물 관리사업자에게 방사성폐기물을 인도함과 동시에 방사성폐기물 관리비용을 납부하여야 하고, 방사성폐기물 관리사업자는 이를 방사성폐기물 관리기금에 납입하여야 한다( 제14조 제1항 , 제2항 ). 방사성폐기물 발생자가 납부하는 관리비용은 방사성폐기물 관리기금의 주요 재원 중의 하나이다( 제29조 제1호 ). 방사성폐기물 관리사업은 방사성폐기물 관리기금으로 운영된다( 제30조 제1항 제1호 ).

(2) 이처럼 방사성폐기물법은 방사성폐기물 발생자가 자체처분이 허용되지 않는 농도의 방사성폐기물을 분류·포장·운반하여 방사성폐기물 관리사업자에게 인도함과 동시에 관리비용을 납부하고, 이를 인수한 방사성폐기물 관리사업자가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에서 관리하는 통상적이고 원칙적인 상황을 규율하고 있을 뿐이다. 반면 방사성폐기물 발생자가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은 방사성폐기물이 발견된 경우에 누가 이를 수거·분류·포장·운반하여 방사성폐기물 관리사업자에게 인도하여야 하는지는 전혀 규정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방사성폐기물법령의 규정체계와 함께 이하에서 살피는「원자력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 대책법」(이하 ‘방사능방재법’이라고 한다) 및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이하 ‘재난안전법’이라고 한다)의 규정 내용과 체계까지 아울러 고려해 보면, 방사성폐기물법상 방사성폐기물 ‘관리’란 방사성폐기물 관리사업자가 방사성폐기물을 인수한 이후의 단계만을 한정적으로 규율하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 방사성폐기물 관리기금 역시 그와 같이 한정된 의미의 ‘관리’에 관리기금을 사용하도록 규정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방사성폐기물 발생자가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은 방사성폐기물이 발견된 경우에, 이를 수거·분류·포장·운반하여 방사성폐기물 관리사업자에게 인도하는 사무는 방사성폐기물법상 방사성폐기물의 ‘관리’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므로 그에 소요되는 비용 역시 방사성폐기물 관리기금에서 지출되어야 한다고 볼 수도 없다.

나. 이 사건 선별작업에 적용될 수 있는 관련 법령의 체계와 내용

(1) 방사성폐기물 발생자가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은 방사성폐기물이 발견된 경우는, 원칙적으로 방사능방재법에 의한 ‘방사능사고’ 및 재난안전법에 의한 ‘사회재난’의 일종인 ‘화생방사고’로 규율될 수 있다.

(2) 먼저 ‘방사성사고’와 관련한 방사능방재법 규정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방사능방재법은 주로 원자력시설에서 발생하는 ‘방사선비상’(원자력시설에서 방사성물질이나 방사선이 누출되거나 누출될 우려가 있어 긴급한 대응조치가 필요한 상황을 말한다)과 ‘방사능재난’(방사선비상이 확대되어 국가적 차원의 대처가 필요한 재난으로 발전한 경우를 말한다)을 예방하고 대응하는 내용을 규율 목적으로 한다( 제1조 , 제2조 제7호 , 제8호 , 제17조 , 제23조 ).

방사능방재법 제22조 는 ‘방사능사고의 신고 등’이라는 표제하에, 누구든지 원자력시설 외의 장소에서 방사성물질 운반차량·선박 등의 화재·사고 또는 방사성물질이나 방사성물질로 의심되는 물질을 발견하였을 때에는 지체 없이 원자력안전위원회, 지방자치단체, 소방관서, 경찰관서 또는 인근 군부대 등에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방사능방재법은 이러한 ‘방사능사고’의 개념을 별도로 정의하지는 않고 있고, 방사성물질 내지 의심물질을 발견하면 그 오염 정도를 불문하고 발견자에게 신고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③ 위 신고를 받은 원자력안전위원회 외의 기관장은 지체 없이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보고하여야 하며, 이에 따른 신고·보고를 한 경우에는 재난안전법 제19조 에 따른 신고·통보를 각각 마친 것으로 간주된다( 위 제22조 ).

④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방사능사고 및 방사능오염확산 또는 그 가능성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건강 또는 환경을 보호하기 위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방사능오염원의 제거, 방사능오염의 확산방지 등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제22조의2 제1항 ).

(3) 다음으로 ‘화생방사고’와 관련한 재난안전법령 규정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재난안전법동법의 규율대상인 ‘재난’을 “국민의 생명·신체·재산과 국가에 피해를 주거나 줄 수 있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이를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으로 분류하면서 ‘사회재난’에는 화생방사고·환경오염사고를 포함시키고 있다( 제3조 제1호 ). 여기서 사회재난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대처가 필요한 인명 또는 재산의 피해” 등을 지칭한다( 같은 법 시행령 제2조 제1호 ). 재난안전법은 사회재난의 일종인 ‘화생방사고’의 개념을 별도로 정의하고 있지는 않다.

② ‘재난관리’란 재난의 예방·대비·대응·복구를 위하여 하는 모든 활동을 말한다( 제2조 제3호 ). 재난안전법에 따른 재난관리업무를 수행할 책임이 있는 기관을 ‘재난관리책임기관’이라고 하는데,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지방행정기관, 공공기관, 공공단체, 재난관리의 대상이 되는 중요시설의 관리기관 등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 등이 이에 해당한다( 제3조 제5호 ). 재난관리책임기관의 장은 소관 업무와 관련된 안전관리에 관한 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하여야 하며, 그 소재지를 관할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재난 및 안전관리업무에 협조하여야 하고( 제4조 제2항 ), 해당 기관의 안전관리계획을 관할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제24조 제2항 , 제25조 제2항 ).

③ 재난 및 안전관리업무와 관련하여, 시장·군수·구청장은 시·도지사가 작성한 시·군·구안전관리계획 수립지침과 관할 구역 내 재난관리책임기관의 안전관리계획을 종합하여 시·군·구안전관리계획을 작성하여야 한다( 제25조 제3항 ).

④ ‘재난관리’에 필요한 비용은 재난관리법이나 다른 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 외에는 재난관리법이나 안전관리계획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시행에 책임이 있는 자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며, 시·도지사나 시장·군수·구청장이 다른 재난관리책임기관이 시행할 재난의 응급조치를 시행한 경우 그 비용은 그 응급조치를 시행할 책임이 있는 재난관리책임기관이 부담한다( 제62조 제1항 ).

⑤ 누구든지 재난의 발생이나 재난이 발생할 징후를 발견하였을 때에는 즉시 그 사실을 시장·군수·구청장·긴급구조기관, 그 밖의 관계 행정기관에 신고하여야 하고, 이 신고를 받은 시장·군수·구청장과 그 밖의 관계 행정기관의 장은 관할 긴급구조기관의 장에게, 긴급구조기관의 장은 그 소재지 관할 시장·군수·구청장 및 재난관리주관기관의 장에게 통보하여 응급대처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조치하여야 한다( 제19조 ).

(4) 위 법령에 따른 방사능사고 내지 화생방사고의 관리 및 비용분담 체계는 다음과 같이 봄이 타당하다.

재난안전법 제8조 는, 재난안전법이 재난·안전관리에 관한 기본법임을 선언한 규정으로 볼 수 있다. 방사능방재법 제22조 제3항 같은 조 제1항 , 제2항 에 따른 방사능사고 신고·통보를 재난안전법 제19조 에 따른 재난신고·통보로 간주한다고 규정한 취지는, 재난안전법이 재난·안전관리에 관하여 원칙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기본법임을 확인적으로 규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방사능사고 내지 화생방사고에 관해서는, 방사능방재법이나 원자력안전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난안전법이 기본법으로서 적용될 수 있다.

② 원자력안전과 방사능재난을 예방·대응할 전문적인 지식과 포괄적인 권한을 보유한 중앙행정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일단 모든 방사능사고 발생을 파악할 수 있도록 신고를 받은 기관들에게 보고의무를 부여하고는 있지만,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모든 방사능사고에 대한 직접적 조치의무를 가진다고 볼 수는 없고, 다만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긴급조치 필요성 등에 관하여 직접 검토·판단할 수 있을 따름이다.

③ 재난이 발생한 경우 대응·복구할 책임은 재난안전법이 직접 규정한 사항이 아니면, 재난안전법에 따라 국가 차원, 관계 중앙행정기관 차원, 시·도 차원, 시·군·구 차원, 재난관리책임기관 차원에서 각각 작성하는 안전관리계획에서 재난관리업무를 시행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한 재난관리책임기관에게 있다. 이에 따라 재난관리비용도 해당 재난관리책임기관이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다.

④ 재난관리의 대상이 되는 중요시설의 관리기관이 재난관리책임기관으로 별도로 정해진 경우를 제외하고는, 지방자치단체 관할 구역 내의 공공시설은 그 시설을 유지·관리하는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재난관리책임기관이 된다. 방사성물질이나 방사성물질로 의심되는 물질을 발견한 경우의 신고대상 기관에 지방자치단체도 포함된 취지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다. 앞서 본 이 사건 사실관계를 이러한 관련 규정과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판단할 수 있다.

(1) 이 사건 합의에서 이 사건 도로의 도로폐기물에서 방사성폐기물을 선별하는 작업부터 드는 처리비용을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분담하되, 그 분담의 수준에 관해서는 법률검토 결과 등을 참고하여 추후 관계기관 간 협의를 통해 결정하기로 약정하였으나, 그 후 관계기관 간에 분담의 수준에 관한 협의가 성립되지 않았으므로, 법원이 관계 법령의 정당한 해석 결과, 이 사건 사고의 발생 경위, 원고와 피고가 실제 지출한 비용의 내용과 규모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원고와 피고 사이의 비용분담 방식이나 비율을 결정함이 상당하며, 원고는 자신이 실제 지출한 비용 중 자신의 분담 부분을 초과하는 금액에 한하여 피고에게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2) 이 사건 방사능오염 사고의 경우 이 사건 도로의 아스콘을 제조한 업체가 이미 폐업하여 방사성폐기물 발생자를 더는 규명하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노원구청장이나 피고 소속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의 행정기관이 이 사건 도로의 아스콘에 포함된 방사능물질을 수거·분류·포장·운반하여 방사성폐기물 관리사업자에게 인도한 조치가 방사성폐기물법상 방사성폐기물의 ‘관리’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3) 오히려, 노원구청장이 이 사건 도로의 아스콘을 철거하여 선별작업을 시행한 결과 자체처분이 허용되지 않는 방사성폐기물의 양이 약 457t에 달했으므로, 재난안전법상 사회재난으로서 ‘화생방사고’로 인하여 발생하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대처가 필요한 인명 또는 재산의 피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이 사건 방사능오염 사고는 방사능방재법 제22조 의 ‘방사능사고’에도 해당한다. 이러한 전제에서 보면, 노원구청장이 이 사건 도로에서 아스콘을 철거한 후 자체처분 허용농도를 기준으로 일반폐기물과 방사성폐기물을 선별하는 작업을 시행한 조치는 방사능오염원을 제거한 것으로서 재난안전법상 재난의 대응·복구 조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이 사건 도로는 노원구청장이 유지·관리하는 지방도로이므로, 각급 안전관리계획에서 다른 재난관리책임기관을 특별히 정하지 않았다면, 노원구청장이 속한 지방자치단체인 원고가 이 사건 도로에서 발생한 재난에 대응·복구할 책임이 있는 재난관리책임기관에 해당할 수 있다. 이 경우 이 사건 방사능오염 사고에 대한 대응·복구비용은 재난관리책임기관이 부담함이 원칙이다. 게다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조사결과 발표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방사능오염 사고의 경우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방사능방재법 제22조의2 에 따른 방사능오염원을 제거하는 등의 긴급한 조치는 필요 없다고 판단한 경우로 볼 수 있다.

(4) 위와 같은 관계 법령의 해석 결과에다가, 방사성폐기물 발생자를 더는 규명하기 어렵고 원고나 피고에게 이 사건 사고의 발생에 고의·과실에 의한 책임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이 사건 사고의 피해 정도나 대응·복구비용의 규모가 방사능사고 및 화생방사고로서는 그리 크지 않은 편인 점, 원고가 지출한 이 사건 선별작업 비용 중 약 62%(이 사건 선별작업 비용 482,348,010원 중 300,000,000원 부분)에 대하여 이미 서울특별시로부터 특별조정교부금의 형식으로 재정지원을 받았고, 피고도 선별작업을 마친 방사성폐기물을 포장·운반하는 비용 등으로 상당한 비용을 지출하였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나머지 선별작업 비용은 원고가 부담함이 타당하고 그것마저도 피고가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특히 원고가 이 사건 선별작업 비용 482,348,010원 중 이미 서울특별시로부터 특별조정교부금으로 재정지원을 받은 300,000,000원 부분까지도 다시 피고에게 청구하는 것은 비용의 이중전보에 해당하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 또한 만약 원고의 부대상고이유 주장처럼 이 사건 선별작업 비용을 전부 피고가 부담하여야 한다면, ‘선별작업부터 드는 처리비용’ 중에서 원고가 부담하는 것이 전혀 없게 되어, 그 비용을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분담하기로 약정한 이 사건 합의의 내용에도 반하는 결과가 초래되므로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라.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노원구청장이 시행한 이 사건 선별작업은 방사성폐기물법상 방사성폐기물의 관리에 해당한다는 전제하에, 피고 소속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관리·운용하는 방사성폐기물 관리기금에서 이 사건 선별작업 비용이 지출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방사성폐기물법상 방사성폐기물의 관리, 방사성폐기물 관리기금의 용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결론

결국 이를 지적하는 피고의 일부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고, 피고에게 이 사건 선별작업 비용을 전부 부담할 의무가 있다거나 또는 이를 전제로 1차 철거작업에서 선별적 철거를 하지 못한 점을 분담비율결정에서 원고에게 불리한 사정으로 참작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취지의 원고의 부대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없다.

그러므로 피고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고의 부대상고는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선수(재판장) 권순일 이기택(주심) 박정화

심급 사건
-서울중앙지방법원 2014.6.12.선고 2013가합536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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