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기)][미간행]
비씨카드 주식회사(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천지인 담당변호사 유철균)
우리투자신탁운용 주식회사(소송대리인 변호사 최정수외 1인)
2004. 6. 2.
1. 제1심 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위 취소부분에 관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총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1.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금 3,617,687,538원 및 이에 대한 2000. 7. 29.부터 제1심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7.66%,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5%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원고 : 제1심 판결 중 피고에 대한 원고 패소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금 1,177,333,610원 및 이에 대한 2000. 7. 29.부터 당심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6%,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5%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피고 : 제1심 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1. 인정사실
가. 피고(상호가 상은투자신탁운용 주식회사에서 한빛투자신탁운용 주식회사로, 다시 우리투자신탁운용 주식회사로 바뀌었다)는 증권투자신탁 운용업무 등을 목적으로 구 증권투자신탁업법(2003. 10. 4. 법률 제6987호로 제정된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으로 폐지되기 전의 법, 이하 위 법률이라 한다)에 의하여 설립된 회사로서, 한빛중기공사채 투자신탁 제1호(이하 중기1호 펀드라고 한다)와 한빛장기공사채 투자신탁 제1호(이하 장기1호 펀드라고 한다)를 설정하여 그 수익증권을 발행한 자이고, 제1심 공동피고 삼성증권 주식회사(이하 삼성증권이라고 한다)는 피고와의 위탁판매계약에 따라 위 중기1호 펀드 및 장기1호 펀드 수익증권의 판매업무를 담당한 회사이며, 원고는 삼성증권으로부터 중기1호 펀드 및 장기1호 펀드 수익증권을 매수한 투자자이다.
나. 삼성증권은 1999. 5.초순경 원고에게 피고가 채권형·시가평가형으로서 최초로 설정, 발매하는 위 중기1호 펀드 및 장기1호 펀드 수익증권의 매수를 권유하였는데, 통상 1호 펀드의 경우 그 수익률이 좋다고 하면서, 1999. 5. 13.경 원고에게 피고로부터 제공받은 ‘한빛중기공사채 투자신탁운용계획’(갑 2호증의 1)이라는 문건을 교부하면서 그 내용을 설명하였으며, 장기1호 펀드의 경우에도 운용기간만 다를 뿐 나머지는 교부한 문건에 기재되어 있는 내용과 같다고 설명하여 주었다. 위 문건에는, ① 상품개요라는 제목하에 상품유형은 추가형이고, 채권편입비율은 50% 이상이며, 투자자산의 평가방식은 채권의 경우 시가평가로, 유동성자산의 경우 장부가평가로 한다는 내용, ② 금리전망 및 운용계획이라는 제목하에 금리전망은 ‘99년은 회사채금리 연 7 ~ 8.9%의 박스권에서 소폭 등락 예상되나 금리상승 가능성은 상당기간 지연될 전망’이고, ‘Trading을 통한 수익률 제고방안 강구’, ‘국공채 및 우량회사채 위주 운용’, ‘일정부분 유동성자산 편입으로 최저수익률 확보’ 등의 내용, ③ 예상수익률이라는 제목하에 연 7.2% 내지 12.9%로 제시하면서 그 산출근거로서 펀드구성(Trading과 Buy&Hold), 투자대상(국공채, 회사채, 기업어음 등), 투자비중을 적시하였는데, 펀드구성 중 Trading에 국공채, BBB+등급 이상의 회사채, A0등급 이상의 금융기관채를 대상으로 80%를 투자하고, Buy&Hold에 A3-등급 이상의 기업어음(CP), CD, 정기예금, 발행어음을 대상으로 20%를 투자하면 예상수익률이 최저 7.29%, 최고 12.91%로 계산된다는 내용 등이 기재되어 있었다.
다. 한편, 위 각 펀드에 적용되는 약관 제20조에는 투자신탁재산의 운용이라는 제목하에, 위탁회사는 투자신탁재산을 채권, 유동성자산 및 수익증권, 파생상품 등에 투자하여 운용하되, 채권 중 사모사채의 경우에는 신용평가전문기관의 평가등급이 A등급 이상인 것에 투자한다는 제한을 두고 있을 뿐, 그 외의 투자상품에 관하여는 신용평가등급에 따른 제한을 둔다는 내용이 전혀 없고, 여타의 조항에서도 이에 관한 규정이 없다.
라. 원고는 위와 같은 삼성증권의 권유에 따라 ① 1999. 5. 20. 피고가 설정한 중기1호 펀드(펀드규모 300억 원, 운용기간 : 1999. 5. 20.부터 1999. 11. 16.까지 180일)의 수익증권 19,997,000,450좌를 매수하고, 같은 날 삼성증권에게 200억 원을 지급하였으며, ② 1999. 6. 14. 피고가 설정한 장기1호 펀드(펀드규모 200억 원, 운용기간 1년)의 수익증권 200억 좌를 매수하고, 같은 날 삼성증권에게 200억 원을 지급하였다.
마. 그 후, 피고는 중기 1호 펀드와 장기 1호 펀드를 운용하면서 펀드의 설정초기에는 대우그룹 계열회사들의 기업어음을 위 각 펀드에 편입시키지 않았으나, ① 위 중기1호 펀드에는 1999. 7. 15. 대우중공업 주식회사의 기업어음 2,967,780,821원 상당, 대우할부금융 주식회사의 기업어음 1,873,567,609원 상당, 1999. 7. 16. 주식회사 대우의 기업어음 1,971,791,775원 상당, 1999. 7. 28. 대우자동차판매 주식회사의 기업어음 996,515,068원 상당을 편입시켰고(그중 위 대우자동차판매 주식회사의 기업어음은 원래 1999. 4. 28.에 위 중기1호 펀드에 편입시킨 것이 만기인 1999. 7. 28.에 만기가 연장되어 다시 편입된 것이다. 또한 위 기업어음들 중 대우할부금융 주식회사의 기업어음은 피고가 운용하던 한빛단기3호 펀드에서 편입된 것이고, 주식회사 대우의 기업어음은 피고가 운용하던 MMF s-1호 펀드에서 편입된 것이며, 그 외는 신규 발행물이 편입된 것이다), ② 장기1호 펀드에는 1999. 7. 15. 대우중공업 주식회사의 기업어음 1,978,520,547원 상당을 취득하여 편입시켰다(이하 위 기업어음들을 이 사건 기업어음들이라고 한다).
바. 한편, 위 편입 당시를 전후한 대우그룹 계열회사들에 관련된 시장 상황 및 신용등급 등은 다음과 같다.
(1) 1999. 4. 16. 대우그룹은 10조 원에 달하는 자산을 매각하여 자금을 조달한다는 자구계획을 발표하였고, 이어서 1999. 4. 19.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은 과감한 매각계획을 포함한 대우그룹의 구조조정계획을 발표하였다.
(2) 1999. 4. 20. 정부와 채권단은 대우자동차 주식회사에 대한 대출을 출자로 전환할 것을 모색하고 있다고 발표하였다.
(3) 대우그룹의 자금상태가 1999. 4.경부터 급격히 악화되어 신용평가전문기관에 의하여 대우그룹 계열회사들의 기업어음에 대한 신용등급이 일제히 하향조정되었는데, 주식회사 대우가 1999. 5. 4. A3-등급에서 B등급으로, 대우자동차판매가 1999. 5. 31. A3-등급에서 B등급으로, 대우중공업이 1999. 5. 21. A3-등급에서 B+등급으로, 대우할부금융이 1999. 5. 31. A3-등급에서 B+등급으로 모두 하향조정되었다.
(4) 1999. 7. 19. 대우그룹은 자금위기 극복을 위해 김우중 회장의 보유주식 및 부동산 1조 3005억 원 상당과 계열사 보유주식 및 부동산 8조 8340억 원 상당 등 총 10조 1345억 원 규모의 자산을 채권단에 추가 담보로 제공하면서 초단기여신(CP)의 만기연장과 신규 유동성 자금의 지원을 요청하였다. 이에 따라 같은 날 대우그룹의 채권단은 대우그룹에 4조 원의 신규자금을 지원하는 한편 기업어음과 회사채 등 11조여원의 단기여신 만기를 6개월간 연장해주기로 결정하였다.
(5) 투자자들 사이에서 대우그룹 채권의 회수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이 점증하면서 1999. 7. 23.부터 투자신탁상품의 환매가 급증하는 등 금융시장이 극도로 불안해졌다.
(6) 대우그룹의 자금난 등으로 말미암아 대우그룹 채권이 편입된 투자신탁상품의 인출이 급증하자, 1999. 8. 12. 투자신탁협회와 한국증권업협회는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하여 금융감독위원회의 승인을 얻어 자율결의 형식으로 일정기간 대우그룹 채권의 환매를 제한하는 ‘투자신탁회사 및 증권회사의 수익증권 환매대책’을 마련하고, 1999. 8. 13.부터 시행하였다.
사. 원고는 1999. 8. 12.자 대우그룹 채권에 대한 환매를 제한하는 위 수익증권 환매연기조치에 따라 중기1호 펀드와 장기1호 펀드에 편입된 대우그룹 기업어음부분에 대한 수익증권의 환매를 하지 못하다가, 중기1호 펀드의 만기일인 1999. 11. 16.과 장기1호 펀드의 만기일인 2000. 6. 14.을 지나 2000. 7. 28.에 이르러서야 중기1호 펀드에 관하여 2,582,648,122원, 장기1호 펀드에 관하여 1,348,045,900원, 합계 3,930,694,022원의 상환금을 지급받았다.
[인정근거 : 다툼 없는 사실, 갑 1 내지 3호증의 각 1, 2, 갑 4호증의 1 내지 6, 갑 5 내지 7, 14, 갑 20호증의 1 내지 5, 21호증의 1 내지 10, 갑 22호증, 을가 1, 2호증, 을가 4호증의 1 내지 15, 을가 7, 8, 15호증의 각 1, 2, 을가 9, 10, 11호증, 을가 12, 13호증의 각 1 내지 3, 을 25호증의 1 내지 4, 을 27, 28, 29호증, 을나 2호증의 1, 2, 을나 3, 4호증의 각 기재, 제1심 증인 김규형의 증언, 당심 증인 차성녕, 김선연의 각 증언, 제1심 법원의 한국신용평가 주식회사, 한국신용정보 주식회사에 대한 각 사실조회결과, 변론의 전취지]
2. 주장과 판단
원고는 아래와 같은 여러 가지 청구원인을 선택적으로 주장하며 피고가 이 사건 기업어음들을 위 각 펀드에 편입한 행위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구하므로 이하에서 원고의 주장과 그에 대한 판단을 차례대로 살펴본다.
가. 투자신탁운용계획서에 기속력이 있다는 주장
(1) 주장내용
피고가 작성하여 판매회사를 통하여 원고에게 전달된 위 투자신탁운용계획서(갑 2호증의 1 ; 이하 이 사건 운용계획서라고 한다)는 약관내용을 보충하고 구체화한 당사자간의 개별약정이어서 원고와 피고사이에서 기속력을 가지는바, 위 운용계획서에 의하면 피고는 이 사건 각 펀드를 운용하면서 투자대상으로서 기업어음의 경우에는 신용등급이 A3- 등급 이상인 경우로 한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기업어음들이 그 기준등급 밑으로 하락한 후에 이를 각 취득하여 펀드에 편입하였으므로 위 약정을 위반하였고, 그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2) 판단
살피건대, 앞서 본 증거들에 의하면 이 사건 운용계획서는 투자자 모집을 위한 참고자료로 활용되도록 하기 위하여 피고의 채권운용팀장인 차성녕 명의로 작성된 메모식의 1장짜리 문서인 사실이 인정되는바, 그 내용도 투자대상을 일정등급 이상의 회사채와 기업어음에 한정한다는 명시적인 내용이 아니고, 단지 작성당시의 예상수익률을 제시하고 그 예상수익률의 산출근거로서 일정 등급 이상의 회사채와 기업어음 위주로 편입시킨다는 것을 예시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작성목적과 명의, 형식 및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운용계획서는 작성 당시 예견할 수 있었던 제반 경제상황을 바탕으로 향후의 펀드운용에 대한 계획을 나타내는 문서에 지나지 아니한다 할 것이므로, 그것이 판매회사인 삼성증권을 통하여 수익자인 원고에게 전달된 바 있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피고와 수익자 간의 개별약정의 내용이 되어 피고에게 기속력을 가진다고 볼 수는 없고, 달리 피고와 원고 사이에 그와 같은 개별약정이 체결되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나. 기망행위의 주장
(1) 주장내용
피고는 위 운용계획서만을 원고에게 교부하고 위 법률(구 증권투자신탁업법)에 의하여 투자자에게 제공하도록 규정되어 있는 약관이나 투자신탁설명서는 교부하지 아니하여 마치 위 운용계획서에 기재된 대로 일정등급 이상의 기업어음만을 신탁재산에 편입시키는 방법으로 신탁재산을 운용할 것처럼 원고를 기망하였거나, 적어도 채권운용팀장인 차성녕이 원고를 기망하였으므로, 피고는 직접 불법행위를 한 책임 또는 차성녕의 불법행위에 대한 사용자책임을 져야한다. 그리고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피고가 위 운용계획서만 교부하고 약관이나 투자설명서는 교부하지 아니함으로써 원고는 자세한 운용계획을 전혀 모른 상태에서 위 운용계획서에 기재된 대로 신탁재산이 운용될 것으로만 믿고 이 사건 투자에 나아갔으므로 피고는 위 법률이 정한 투자가입단계에서의 투자자보호의무를 위반하였으므로 그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
(2) 판단
앞서 본 바와 같이 위 운용계획서는 투자자 모집을 위한 참고자료로 활용되도록 하기 위하여 피고의 채권운용팀장인 차성녕 명의로 작성된 메모식의 1장짜리 문서로서, 그 내용도 투자대상을 일정등급 이상의 회사채와 기업어음에 한정한다는 명시적인 내용이 아니고, 단지 작성당시의 예상수익률을 제시하고 그 예상수익률의 산출근거로서 일정 등급 이상의 회사채와 기업어음을 위주로 편입시킨다는 것을 예시적으로 설명한 것인바, 그와 같은 운용계획서의 작성목적과 형식 및 내용 등을 참작하면 위 운용계획서상의 원칙적인 계획은 경제사정의 변화 등에 따라 변경될 가능성이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가 그와 같은 운용계획서를 판매회사를 통하여 원고에게 교부되도록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행위를 이 사건 펀드의 투자대상에 관한 피고 또는 차성녕의 기망행위라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피고나 판매회사인 삼성증권이 이 사건 펀드의 약관과 투자신탁설명서를 원고에게 교부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스스로 여신전문금융기관에 속하는 원고가 수익증권을 매수하면서 이 사건 펀드에 적용될 약관이나 투자신탁설명서의 존재나 내용을 모르고 있었다고는 보기 어렵고, 원고로서는 위 운용계획서의 형식이나 내용 등에 비추어 투자대상에 관한 기술에 기속력이 인정되지 아니할 것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할 것인데, 위 운용계획서에 기재된 대로 투자대상이 한정될 것인지를 피고에게 구체적으로 확인하지도 아니하였으므로, 피고가 투자가입단계에서의 투자자보호의무를 위반하여 그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 부분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다. 선관주의의무위반의 주장
(1) 주장내용
대우계열사 발행의 기업어음들의 신용도는 1998년말경 이래로 계속적으로 하락하여 1999. 5. 중에 모두 A3- 등급 아래의 투자부적격 단계로 떨어졌고, 계속하여 대우그룹의 자금사정이 악화되어 피고가 이 사건 기업어음들을 이 사건 각 펀드에 편입한 1999. 7. 15. 무렵에는 이미 대우그룹의 부도에 준하는 자금경색에 관한 정보가 전문가들 중심의 투자현장에서는 주지의 사실이 되었을 것인바, 피고는 이와 같이 대우그룹 계열사가 발행한 이 사건 기업어음들이 만기에 지급되지 못할 개연성이 높다는 사실을 알았으면서도 이를 이 사건 펀드에 편입하였으므로, 위탁회사의 수익자보호를 위한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고, 따라서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2) 판단
위 증권투자신탁업법 제17조 1항 은 ‘위탁회사는 선량한 관리자로서 신탁재산을 관리할 책임을 지며, 수익자의 이익을 보호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간접투자방식인 투자신탁에 있어서 위탁회사는 일정한 운용상의 재량을 가지는 것이고, 다만 법령 혹은 약관 등을 위반하거나 투자판단에 있어서 현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수익자의 신탁재산에 관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이 사건에 있어서 피고는 앞서 본 바와 같이 대우그룹이 1998년말경 이래로 자금사정이 악화되어 여러모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이라는 사정은 알았다고 보아야 하겠지만, 대우그룹이 나름대로의 구조조정 시도를 계속하고 있었기 때문에 피고가 이 사건 각 펀드에 대우계열사의 이 사건 기업어음들을 편입할 당시인 1999. 7. 15. 및 16.에 그 기업어음들이 단기간에 지급불능되리라는 점을 예견하였거나 예견할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그것은 당시 대우그룹과 같이 국가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기업집단이 부도처리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견이 비교적 통용되고 있었고, 또한 기업어음은 만기가 1, 2개월로 단기이므로 대우그룹이 단기간내에 부도를 내고 도산하리라고 예견하기는 어렵다고 봄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또한 갑 22호증의 1의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기업어음들이 편입될 당시의 신용등급인 B등급은 ‘적기상환 능력이 인정되지만 투기적 요소가 내재되어 있다’는 의미이고, C등급은 ‘적기상환능력이 의문시된다’는 의미인 사실이 인정되는바, 위와 같이 B등급은 적기상환능력은 인정되는 수준으로서 적기상환능력이 의문시되는 C등급과는 차이가 있다는 점 역시 위와 같은 판단에 참작할 만하다.
물론 대우그룹이 채권단에 긴급자금지원요청을 한 1999. 7. 19. 이후에 있어서는 대우그룹이 현저한 자금사정의 악화로 극도의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고 있고 이를 방치할 경우 결국 도산절차에 이르게 될 정도라는 사정이 외부에 밝혀졌다 할 것이므로 1999. 7. 19. 이후에 대우계열사의 기업어음을 신탁재산에 편입시키는 행위는 선관주의의무위반행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사건에 있어서는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가 이 사건 대우계열사 기업어음들을 펀드에 편입한 시점이 모두 1999. 7. 19. 이전이고, 1999. 7. 28.자의 대우자동차판매 주식회사의 기업어음을 중기1호 펀드에 편입한 것은 당일에 신규로 편입한 것이 아니라 그 이전인 1999. 4. 28.에 편입하였던 것의 만기가 1999. 7. 28.로 도래함에 따라 피고가 채권단의 일원으로서 전체 채권단의 합의에 따라 만기를 연장한 것일 뿐이므로 모두 선관주의의무위반으로 보지 아니한다(이와 같은 결론은 유사사건인 대법원 2004. 2. 27. 선고 2002다63572 판결 에서도 정당한 것으로 판단된 바 있다).
라. 불법자전거래라는 주장
(1) 주장내용
위 법률 33조 1항 7호 는 ‘특정한 신탁재산의 이익을 해하면서 다른 신탁재산의 이익을 도모하게 하는 유가증권 등의 거래행위’를 금하고 있는데, 이 사건에 있어서 피고는 중기 1호펀드에 자신이 운용하던 단기 3호 펀드로부터 이 사건 기업어음 약 29억 원 상당을 편입하였고, 신종MMF s-1호 펀드로부터 이 사건 기업어음 약 20억 원 상당을 편입하였는바, 이는 타 신탁재산에서의 수익자들의 환매요구에 응하기 위하여 불법적으로 위 중기 1호 펀드에서 우량채권을 편출하는 대신 대우관련 기업어음을 편입시킨 것이다. 따라서 피고는 위 법조항을 위반함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
(2) 판단
우선 앞서 본 바와 같이 위 중기1호 펀드에 1999. 7. 15. 대우할부금융 주식회사의 기업어음 1,873,567,609원 상당이 한빛단기3호 펀드에서 편입되고, 1999. 7. 16. 주식회사 대우의 기업어음 1,971,791,775원 상당이 MMF s-1호 펀드에서 편입되었는바(다만 대우자동차판매 주식회사의 기업어음 996,515,068원 상당은 원고 주장과 같이 한빛단기3호 펀드에서 편입된 것이 아니고 1999. 4. 28.에 당일 발행물이 신규로 편입되었던 것이 1999. 7. 28.로 도래함에 따라 만기가 연장된 것일 뿐이다), 위 타 펀드에서의 편입이 그 펀드의 환매대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인 점은 피고도 다투지 아니한다.
그러나 다른 펀드의 환매대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이 사건 기업어음들 중 일부를 이 사건 펀드로 편입하였다는 점만으로는 이를 위 법조항에서 금지하는 불법자전거래라고 할 수는 없고, 위 법조항의 금지행위에 해당하기 위하여는 당시 이 사건 기업어음들을 피고가 시장에서 처분, 환가할 수 없거나 하기가 극히 곤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펀드에 편입시킴으로써 이 사건 펀드의 수익자인 원고의 이익을 해하고 타 펀드의 수익자의 이익을 도모하였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할 것인바,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위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마. 10% 제한규정위반 주장
(1) 주장내용
위 법률 제33조 제1항 제1호 는 ‘신탁재산 자산총액의 100분의 10 이내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비율(대통령령이 정한 비율은 100분의 10이다)을 초과하여 동일종목의 유가증권 등에 투자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바, 피고는 이 사건 한빛중기1호 펀드의 그 자산총액이 약 300억 원인데도 1999. 7. 16. 현재 대우그룹 관련 기업어음들을 약 79억 원 상당 편입하였고, 한빛 장기 1호 펀드의 경우에도 그 자산총액이 19,988,000,000원 상당인데도 1999. 7. 16. 현재 20억 원 상당의 대우중공업 기업어음을 편입하여 위 법조항을 위반하였으므로, 그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
(2) 판단
위 법조항에서 투자를 금지하고 있는 ‘동일종목’의 유가증권 등이라 함은 동일한 회사가 발행한 유가증권 등을 말한다 할 것인데, 앞서 본 이 사건 각 펀드의 총 자산규모와 이 사건 기업어음들의 편입액수를 비교해 보면, 이 사건 중기1호 펀드에 편입된 대우계열사의 기업어음들은 (주)대우 발행분이 약 6.5%, 대우할부금융(주) 발행분이 약 6.18%, 대우자판(주) 발행분이 약 3.29%, 대우중공업(주) 발행분이 약 9.79%이고, 장기1호 펀드에 편입된 대우중공업(주)의 기업어음도 약 9.86%에 불과하여 모두 10%를 초과하지 아니하고, 달리 10%를 초과한다는 증거가 없으므로 위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각 선택적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각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일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 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