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명·호적정정][집54(1)가,290;공2006.8.1.(255),1341]
[1] 성(성)의 결정 기준
[2] 성전환자의 정의 및 성전환자의 성(성)의 법률적 평가
[3] 성전환자에 대한 호적상 성별 기재의 정정 허용 여부(적극) 및 정정의 효과
[4] 호적상 여성으로 등재되어 있으나, 성장기부터 여성에 대한 불일치감과 남성으로의 귀속감을 나타내면서 성인이 된 후에는 오랜 기간 동안 남성으로서 살다가 성전환수술을 받아 남성의 외부 성기와 신체 외관을 갖춘 사람이 호적정정 및 개명 신청을 한 사안에서, 사회통념상 남성으로 평가될 수 있는 성전환자에 해당함이 명백하므로 호적정정 및 개명을 허가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보아, 성전환자에 대한 호적정정을 허용할 근거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이를 불허한 원심결정을 파기한 사례
[1] 종래에는 사람의 성을 성염색체와 이에 따른 생식기·성기 등 생물학적인 요소에 따라 결정하여 왔으나 근래에 와서는 생물학적인 요소뿐 아니라 개인이 스스로 인식하는 남성 또는 여성으로의 귀속감 및 개인이 남성 또는 여성으로서 적합하다고 사회적으로 승인된 행동·태도·성격적 특징 등의 성 역할을 수행하는 측면, 즉 정신적·사회적 요소들 역시 사람의 성을 결정하는 요소 중의 하나로 인정받게 되었으므로, 성의 결정에 있어 생물학적 요소와 정신적·사회적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2] 성전환증을 가진 사람의 경우에도, 남성 또는 여성 중 어느 한쪽의 성염색체를 보유하고 있고 그 염색체와 일치하는 생식기와 성기가 형성·발달되어 출생하지만 출생 당시에는 아직 그 사람의 정신적·사회적인 의미에서의 성을 인지할 수 없으므로, 사회통념상 그 출생 당시에는 생물학적인 신체적 성징에 따라 법률적인 성이 평가될 것이다. 그러나 출생 후의 성장에 따라 일관되게 출생 당시의 생물학적인 성에 대한 불일치감 및 위화감·혐오감을 갖고 반대의 성에 귀속감을 느끼면서 반대의 성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성기를 포함한 신체 외관 역시 반대의 성으로서 형성하기를 강력히 원하여, 정신과적으로 성전환증의 진단을 받고 상당기간 정신과적 치료나 호르몬 치료 등을 실시하여도 여전히 위 증세가 치유되지 않고 반대의 성에 대한 정신적·사회적 적응이 이루어짐에 따라 일반적인 의학적 기준에 의하여 성전환수술을 받고 반대 성으로서의 외부 성기를 비롯한 신체를 갖추고, 나아가 전환된 신체에 따른 성을 가진 사람으로서 만족감을 느끼고 공고한 성정체성의 인식 아래 그 성에 맞춘 의복, 두발 등의 외관을 하고 성관계 등 개인적인 영역 및 직업 등 사회적인 영역에서 모두 전환된 성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주위 사람들로부터도 그 성으로서 인식되고 있으며, 전환된 성을 그 사람의 성이라고 보더라도 다른 사람들과의 신분관계에 중대한 변동을 초래하거나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아니하여 사회적으로 허용된다고 볼 수 있다면, 이러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람의 성에 대한 평가 기준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신체적으로 전환된 성을 갖추고 있다고 인정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할 것이며, 이와 같은 성전환자는 출생시와는 달리 전환된 성이 법률적으로도 그 성전환자의 성이라고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3] [다수의견] 성전환자의 경우에는 출생시의 성과 현재 법률적으로 평가되는 성이 달라, 성에 관한 호적의 기재가 현재의 진정한 신분관계를 공시하지 못하게 되므로, 현재 법률적으로 평가되는 성이 호적에 반영되어야 한다. 현행 호적법에는 출생시 호적에 기재된 성별란의 기재를 위와 같이 전환된 성에 따라 수정하기 위한 절차 규정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진정한 신분관계가 호적에 기재되어야 한다는 호적의 기본원칙과 아울러, 첫째 성전환자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향유하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있고 이러한 권리들은 질서유지나 공공복리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 마땅히 보호받아야 한다는 점, 둘째 호적법이 성전환자의 호적상 성별란 기재를 수정하는 절차규정을 두지 않은 이유는 입법자가 이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입법 당시에는 미처 그 가능성과 필요성을 상정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라는 점, 셋째 호적법 제120조 에 의한 호적정정사유 중 호적의 기재가 법률상 허용될 수 없는 경우를 해석함에 있어서 호적 기재 후의 법령의 변경 등 사정의 변경에 의하여 법률상 허용될 수 없음이 명백하게 된 경우를 반드시 배제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호적법 제120조 에 의한 호적정정 절차를 둔 근본적인 취지가 호적의 기재가 부적법하거나 진실에 반하는 것이 명백한 경우에 그 기재 내용을 판결에 의하지 아니하고 간이한 절차에 의하여 사실에 부합하도록 수정할 수 있도록 함에 있다는 점을 함께 참작하여 볼 때, 구체적인 사안을 심리한 결과 성전환자에 해당함이 명백하다고 증명되는 경우에는 호적법 제120조 의 절차에 따라 그 전환된 성과 호적의 성별란 기재를 일치시킴으로써 호적기재가 진정한 신분관계를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호적법 제120조 의 입법 취지에 합치되는 합리적인 해석이라는 점을 종합하여 보면, 성전환자에 해당함이 명백한 사람에 대하여는 호적정정에 관한 호적법 제120조 의 절차에 따라 호적의 성별란 기재의 성을 전환된 성에 부합하도록 수정할 수 있도록 허용함이 상당하다. 성전환자에 해당함이 명백한 사람에 대하여 호적법 제120조 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성별을 정정하는 호적정정이 허가되고 그에 따라 전환된 성이 호적에 기재되는 경우에, 위 호적정정 허가는 성전환에 따라 법률적으로 새로이 평가받게 된 현재의 진정한 성별을 확인하는 취지의 결정이므로 호적정정허가 결정이나 이에 기초한 호적상 성별란 정정의 효과는 기존의 신분관계 및 권리의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대법관 손지열, 박재윤의 반대의견] 성전환자의 경우는 선천적으로 불완전한 성적 특징을 가진 자에 대하여 착오나 출생신고 당시 오인으로 인하여 호적에 잘못된 성별로 기재한 경우와 달리, 처음부터 잘못 기재된 호적을 출생시에 소급하여 정정하기 위한 호적법 제120조 가 그대로 적용될 수 없는 사안이다. 호적법 제120조 에 규정된 ‘착오’, ‘호적의 정정’이라는 문구 등은 그 객관적 의미와 내용이 명확하여 해석상 의문의 여지가 없고, 호적법을 제정할 당시의 입법 취지도 그 내용이 처음 호적에 기재된 시점부터 존재하는 착오나 유루를 정정하고자 하는 것으로서 만일 호적기재가 기재 당시의 진정한 신분관계에 부합되게 적법하게 이루어졌다면 정정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었음이 명백하므로, 다수의견의 견해는 호적법 제120조 에 대한 문리해석이나 입법 취지 등과는 관계없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호적법 제120조 의 규정내용에 일부 내용을 추가·제거 또는 변경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가져 오는 것으로서 정당한 유추해석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이다. 사람이 출생 신고 당시에 어떠한 성을 가지고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호적정정과는 달리, 출생 신고 이후의 사정변경을 이유로 하여 다른 성으로의 실질적 변경을 허용하는 문제는 새로운 신분관계의 창설 내지 변경과 이에 따른 법률관계의 변동을 수반하므로 성의 변경이 허용되는지 여부 및 그 요건과 절차는 호적법이 아닌 다른 법률에서 합목적적인 고려에 따라 상세하게 정하여야 하고, 그 요건과 절차 등에 따라 성 변경의 효력이 발생된 경우에 비로소 이를 대외적으로 확인하고 공시하는 취지에서 신고절차를 거쳐 호적에 기재되어야 한다. 이와 달리, 성의 변경의 요건이나 절차 등에 관한 근거 법률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단순히 호적정정절차를 통하여 성의 변경을 허용한다는 것은 신분관계를 공시하는 기능만이 부여된 호적제도 본래의 목적과 기능을 크게 벗어나는 것이다. 한편, 다수의견과 같이 해석을 하는 것이 과연 새로운 사회현상으로 대두된 성전환증에 관한 문제의 해결이나 그와 같은 문제로 고통 받는 당사자들의 구제를 위하여 적절하고, 효과적인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현 단계에서 법원으로서는 이 사건과 같은 사안에서 당사자의 성을 적절한 기준에 따라서 변경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인 보완이 절실하다는 점을 충분히 지적하면서, 현행 호적법 제120조 의 호적정정의 방법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선언하고,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사회적 여론을 수렴하여 구체적인 요건과 절차, 효과 등을 담은 입법조치를 하기를 강력히 촉구함으로써 당사자들에게 근본적이고 효과적인 구제가 가능한 여건을 조성하는 데에 일조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성전환자에 대하여 호적법 제120조 의 호적정정절차에 따라 호적상 성별란을 정정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김지형의 보충의견] 합헌적 법률해석이라는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성전환자에게 출생 당시 확인되어 신고된 성이 출생 후 그 개인의 성적 귀속감의 발현에 따른 일련의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사회통념상 확인된 성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인정할 수 있다면 그와 같이 확인된 성에 맞추어 성별을 바꾸는 것은 호적법 제120조 가 말하는 ‘정정’의 개념에 포함된다고 풀이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성전환자에 대하여 출생 당시에는 달리 정신적·사회적 성 결정 요소를 확인할 수 없어 생물학적 요소 만에 의하여 출생시 신고된 성이 그의 성인 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성장한 후 일정 시점에서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성은 출생시 신고된 성과 반대의 성인 것으로 사후에 비로소 확인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 성전환자에게 특유한 문제가 존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호적정정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에 관한 절차적 규정을 입법적으로 신설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아직까지 어떠한 형태로든 그에 관한 가시적인 입법조치를 예상하기 힘든 현재의 시점에서는 입법 공백에 따른 위헌적인 상황이 계속되는 것보다는 법원이 구체적·개별적 사안의 심리를 거쳐 성전환자로 확인된 사람에 대해서는 호적법상 정정의 의미에 대한 헌법합치적 법률해석을 통하여 성별 정정을 허용하는 사법적 구제수단의 길을 터놓는 것이 미흡하나마 성전환자의 고통을 덜어 줄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다.
[4] 호적상 여성으로 등재되어 있으나, 성장기부터 여성에 대한 불일치감과 남성으로의 귀속감을 나타내면서 성인이 된 후에는 오랜 기간 동안 남성으로서 살다가 성전환수술을 받아 남성의 외부 성기와 신체 외관을 갖춘 사람이 호적정정 및 개명 신청을 한 사안에서, 사회통념상 남성으로 평가될 수 있는 성전환자에 해당함이 명백하므로 호적정정 및 개명을 허가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보아, 성전환자에 대한 호적정정을 허용할 근거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이를 불허한 원심결정을 파기한 사례.
[1] 호적법 제15조 제4호 , 제49조 제2항 , 제120조 [2] 호적법 제15조 제4호 , 제49조 제2항 , 제120조 [3] 호적법 제120조 [4] 호적법 제120조
[1][2] 대법원 1996. 6. 11. 선고 96도791 판결 (공1996하, 2264) [3] 대법원 1978. 3. 7.자 77스12 결정 (공1978, 10740) 대법원 1981. 10. 10.자 81스15 전원합의체 결정 (공1981, 14451) 대법원 1993. 5. 22.자 93스14, 15, 16 전원합의체 결정 (공1993상, 1402)
재항고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청풍 담당변호사 이태화)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청주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재항고이유를 판단한다.
1. 성(성)의 결정과 성전환자의 성
가. 호적법을 포함하여 현행법체계는 모든 사람이 남성 또는 여성 중의 하나에 포함되는 것을 전제로 하면서도 남성과 여성의 구분, 즉 성의 결정 기준에 관하여 별도의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일반적으로 모체에서 정자와 난자가 수정되어 태아는 남성과 여성별로 각기 다른 성염색체를 갖고, 각 성염색체의 구성에 맞추어 내부 생식기와 이어서 외부 성기가 형성·발달하여 출생하며 출생 후 성장 과정에서 심리적·정신적인 성이 출생시 확인될 수 있는 성염색체 및 내부 생식기·외부 성기와 일치하여 남성 또는 여성 중의 하나를 나타내므로, 이 경우 개인의 성염색체를 기준으로 성을 결정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실제로도 종래에는 사람의 성을 성염색체와 이에 따른 생식기·성기 등 생물학적인 요소에 따라 결정하여 왔다. 그러나 근래에 와서는 생물학적인 요소뿐 아니라 개인이 스스로 인식하는 남성 또는 여성으로의 귀속감 및 개인이 남성 또는 여성으로서 적합하다고 사회적으로 승인된 행동·태도·성격적 특징 등의 성 역할을 수행하는 측면, 즉 정신적·사회적 요소들 역시 사람의 성을 결정하는 요소 중의 하나로 인정받게 되었다.
대법원은 이미 ‘사람의 성은 성염색체의 구성을 기본적인 요소로 하여 내부 생식기와 외부 성기를 비롯한 신체의 외관은 물론이고 심리적·정신적인 성과 이에 대한 일반인의 평가나 태도 등 모든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고 판시함으로써( 대법원 1996. 6. 11. 선고 96도791 판결 참조) 성의 결정에 있어 생물학적 요소와 정신적·사회적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는 점을 명백히 하였다.
나. 위와 같이 사람의 성을 결정하는 데에 여러 가지 요소가 존재한다는 것은 위 각 요소들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이고, 특히 생물학적 측면의 성은 출생시 곧바로 확인될 수 있지만 정신적·사회적 측면에서의 성이 생물학적 측면의 성과 일치하는지 여부는 출생 당시에는 쉽사리 알 수 없다가 출생 후 성장하면서 비로소 개인이 인식하는 성귀속감과 수행하는 성역할이 생물학적인 성과는 전혀 다른 것으로 확인되기도 한다.
성전환증(Transsexualism)은 1950년대 이후 비로소 의학계에서 학문적인 관심을 받게 되어 국제보건기구(WHO)는 제10차 국제질환분류(ICD-10, 1994년)에서 성전환증을 성정체성(성적 동일성) 장애(Gender Identity Disorder)의 하나로 분류하여 자신의 해부학적 성에 대한 불편함이나 부적절감을 가지고 있으면서, 자신과 반대되는 성으로 살고 인정받고 싶은 욕망, 그리고 자신의 신체를 선호하는 성의 신체에 가능한 일치되도록 호르몬 치료와 수술을 받고자 하는 욕구라고 정의하면서 성전환증으로 진단되려면 전환된 성으로서의 정체성이 최소한 2년 이상 지속되어야 하고, 다른 정신장애증상 또는 성염색체 이상이 존재하지 아니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한편, 미국 정신과 학회가 마련한 정신장애의 진단 및 통계 편람 제3판(DSM-Ⅲ, 1980년)에서는 성전환증을 사춘기 이상의 환자가 자신의 선천적 성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불편함과 부적절함을 느끼며 일차 및 이차적 성징을 제거하고 반대 성징을 획득하려는 집착에 2년 이상 사로잡혀 있는 상태라고 정의하였고 위 편람 제4판(DSM-Ⅳ, 1994년)에서는 성전환증이라는 용어를 별도로 사용하지 아니하고 성정체성 장애에 포함시켜 분류하였으나, 현재 많은 임상가들은 성전환증이라는 진단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성전환증의 원인이 유전적인 영향 등 선천적인 것인지, 아니면 사회적인 학습 등 후천적인 것인지 아직 규명되지 아니하였으나, 의학계에서는 대체로 성전환증의 진단을 받고 치료를 계속하여도 위 증세가 치유되지 않는 사람은 궁극적으로 성전환 수술로서 자신이 귀속되고자 원하는 성에 일치하는 외부 성기와 외관을 형성시켜 줄 수밖에 없되, 성기 수술은 복원이 불가능하므로 정신과 진단 및 호르몬 치료를 받고 반대의 성으로 정신적·사회적 적응이 이루어진 사람에 한하여 엄격한 진단 아래 최후의 방법으로 시술하여야 한다는 연구·임상결과가 집적되어 있다.
다. 성전환증을 가진 사람의 경우에도, 남성 또는 여성 중 어느 한쪽의 성염색체를 보유하고 있고 그 염색체와 일치하는 생식기와 성기가 형성·발달되어 출생하지만 출생 당시에는 아직 그 사람의 정신적·사회적인 의미에서의 성을 인지할 수 없으므로, 사회통념상 그 출생 당시에는 생물학적인 신체적 성징에 따라 법률적인 성이 평가될 것이다. 그러나 출생 후의 성장에 따라 일관되게 출생 당시의 생물학적인 성에 대한 불일치감 및 위화감·혐오감을 갖고 반대의 성에 귀속감을 느끼면서 반대의 성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성기를 포함한 신체 외관 역시 반대의 성으로서 형성하기를 강력히 원하여, 정신과적으로 성전환증의 진단을 받고 상당기간 정신과적 치료나 호르몬 치료 등을 실시하여도 여전히 위 증세가 치유되지 않고 반대의 성에 대한 정신적·사회적 적응이 이루어짐에 따라 일반적인 의학적 기준에 의하여 성전환수술을 받고 반대 성으로서의 외부 성기를 비롯한 신체를 갖추고, 나아가 전환된 신체에 따른 성을 가진 사람으로서 만족감을 느끼고 공고한 성정체성의 인식 아래 그 성에 맞춘 의복, 두발 등의 외관을 하고 성관계 등 개인적인 영역 및 직업 등 사회적인 영역에서 모두 전환된 성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주위 사람들로부터도 그 성으로서 인식되고 있으며, 전환된 성을 그 사람의 성이라고 보더라도 다른 사람들과의 신분관계에 중대한 변동을 초래하거나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아니하여 사회적으로 허용된다고 볼 수 있다면, 이러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앞서 본 사람의 성에 대한 평가 기준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신체적으로 전환된 성을 갖추고 있다고 인정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할 것이며, 이와 같은 성전환자(아래에서 말하는 성전환자는 이러한 성전환자를 뜻한다)는 출생시와는 달리 전환된 성이 법률적으로도 그 성전환자의 성이라고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2. 성전환자에 대한 호적상 성별 기재의 정정
가. 호적제도는 우리나라 국민 개인의 신분관계를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호적에 등록하여 이를 공시하는 제도이다. 호적이 그 사명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신분관계가 빠짐없이 호적에 기재되어야 하고, 그 기재된 사항이 진정한 신분관계에 부합하여야 한다. 따라서 어떠한 신분관계가 호적에 기재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기재 사항이 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인정할 만한 명백한 증거가 있는 경우에는, 그 기재 사항을 진정한 신분관계에 맞추어 수정함으로써, 호적이 진정한 신분관계를 공시하도록 하여야 한다.
이러한 필요에 따라 호적법은 호적 기재사항의 수정을 위하여 호적 정정과 경정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호적법 제22조 는 호적의 기재가 법률상 무효인 것이거나 그 기재에 착오나 유루(유루) 있음을 안 때에 시·읍·면의 장이 일정한 절차에 따라 호적을 직권으로 정정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이에 대응하여 호적법 제120조 는 호적의 기재가 법률상 허용될 수 없는 것 또는 그 기재에 착오나 유루가 있다고 인정한 때에는 이해관계인이 법원의 허가를 얻어 호적의 정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편, 호적법 제23조 는 호적기재 후 행정구역이나 토지의 명칭, 지번이 변경된 경우에 호적기재를 경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호적법상으로 본적 이외의 호적기재 경정이 허용되는 범위에 관한 규정이나 당사자가 그 변경에 따른 경정을 신청할 수 있는 절차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나. 호적법 제15조 제4호 는 호적에 기재할 사항으로 성별을 규정하고, 제49조 제2항 제1호 는 출생신고서에 자(자)의 성별을 기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출생시의 개인의 성별이 호적에 기재되도록 하고 있다. 성전환자의 경우에는 출생시의 성과 현재 법률적으로 평가되는 성이 달라, 성에 관한 호적의 기재가 현재의 진정한 신분관계를 공시하지 못하게 되므로, 현재 법률적으로 평가되는 성이 호적에 반영되어야 한다.
현행 호적법에는 출생시 호적에 기재된 성별란의 기재를 위와 같이 전환된 성에 따라 수정하기 위한 절차 규정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진정한 신분관계가 호적에 기재되어야 한다는 호적의 기본원칙과 아울러 아래에서 보는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 위와 같이 성전환자에 해당함이 명백한 사람에 대하여는 호적정정에 관한 호적법 제120조 의 절차에 따라 호적의 성별란 기재의 성을 전환된 성에 부합하도록 수정할 수 있도록 허용함이 상당하다.
(1) 성전환자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향유하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있고 이러한 권리들은 질서유지나 공공복리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 마땅히 보호받아야 한다 ( 헌법 제10조 , 제34조 제1항 , 제37조 제2항 ). 지속적인 성적 귀속감의 형성, 의학적 치료와 나아가 수술을 통하여 전환된 성에 부합하는 성기와 신체 및 외관을 갖추고 사회적인 역할도 그와 동일하게 수행하고 있어 사회통념상 전환된 성을 가진 자로 인식되어 법률적으로 전환된 성으로 평가될 수 있는 성전환자임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막상 호적의 성별란 기재는 물론 이에 따라 부여된 주민등록번호가 여전히 종전의 성을 따라야 한다면 사회적으로 비정상적인 사람으로 취급되고 취업이 제한됨으로써 결국, 이들의 헌법상 기본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할 것이다. 한편, 성전환자의 호적이 정정됨으로써 그 개인이 주변의 멸시 및 신분상의 불이익에서 벗어나서 정상적인 사회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지고 전환된 성에 따라 법률적인 지위를 인정받고 사회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등 장래에 향유하게 될 이익은 사회적 혼란의 방지 등 호적정정을 불허함으로써 얻어지는 공공의 이익에 비하여 현저히 크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도 법령상 절차규정의 미비를 이유로 성전환자임이 명백한 사람에 대한 호적의 정정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위 헌법정신을 온전히 구현할 수 없게 된다고 할 것이다.
(2) 호적법은 1960. 1. 1. 법률 제535호로 제정된 후 실체법규나 관장기관의 변동에 수반한 절차규정의 개정 외에는 근본적인 변화 없이 현재에 이르렀으며, 특히 성별의 기재와 호적정정 사유에 관한 기본적 내용은 전혀 변경되지 아니하였음에 비하여 그동안 성의 결정 기준이나 성전환증에 관한 의학적 연구 성과의 집적으로 성염색체를 출발점으로 하는 성의 이분법과 불가변성의 기본 전제가 수정의 필요성을 맞게 되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호적법이 성전환자의 호적상 성별란 기재를 수정하는 절차규정을 두지 않은 이유는 입법자가 이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입법 당시에는 미처 그 가능성과 필요성을 상정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라고 할 것이다.
(3) 호적법 제120조 에 의한 호적정정사유 중 호적의 기재가 법률상 허용될 수 없는 경우는 호적의 기재사항이 아닌 내용에 관한 기재 및 호적기재 자체로 보아 당연 무효의 기재 등을 말하고( 대법원 1978. 3. 7.자 77스12 결정 등 참조), 호적기재의 착오·유루 역시 신고나 기재의 착오 또는 누락으로 호적에 기재된 내용이 진실과 다르게 된 경우를 말한다고 하여, 일반적으로 호적법 제120조 에 의한 호적정정 절차는 경정 절차와는 달리 호적 기재 당시부터 존재하는 잘못을 시정하기 위한 절차로 이해되고 있다. 그렇지만 위 호적정정사유 중 호적의 기재가 법률상 허용될 수 없는 경우를 해석함에 있어서 호적 기재 후의 법령의 변경 등 사정의 변경에 의하여 법률상 허용될 수 없음이 명백하게 된 경우를 반드시 배제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호적법 제120조 에 의한 호적정정 절차를 둔 근본적인 취지가 호적의 기재가 부적법하거나 진실에 반하는 것이 명백한 경우에 그 기재 내용을 판결에 의하지 아니하고 간이한 절차에 의하여 사실에 부합하도록 수정할 수 있도록 함에 있다는 점을 함께 참작하여 보면, 구체적인 사안을 심리한 결과 성전환자에 해당함이 명백하다고 증명되는 경우에는 호적법 제120조 의 절차에 따라 그 전환된 성과 호적의 성별란 기재를 일치시킴으로써 호적기재가 진정한 신분관계를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호적법 제120조 의 입법 취지에 합치되는 합리적인 해석이라 할 것이다.
다. 성전환자에 해당함이 명백한 사람에 대하여 호적법 제120조 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성별을 정정하는 호적정정이 허가되고 그에 따라 전환된 성이 호적에 기재되는 경우에, 위 호적정정 허가는 성전환에 따라 법률적으로 새로이 평가받게 된 현재의 진정한 성별을 확인하는 취지의 결정이므로 호적정정허가 결정이나 이에 기초한 호적상 성별란 정정의 효과는 기존의 신분관계 및 권리의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한편, 사회통념상 이름이 성별 구분의 기초가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 사건 성전환자가 호적정정과 더불어 개명 허가 신청을 하여 법원이 호적정정을 허가하는 경우에는 그의 이름이 정정된 성에 부합하도록 하는 개명 역시 허가할 수 있다.
3. 이 사건의 검토
원심결정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신청인은 1951. (월일 생략) 출생하여 호적상 여성으로 등재되어 있는데, 신청인은 성장기부터 남성적 기질과 외관을 뚜렷이 보이고 남자 옷을 입어야 마음이 편해지는 등 일상생활에서 여성에 대한 불일치감과 남성으로의 귀속감으로 혼란을 겪어 왔으며 20대에 이르러 타지로 나가 공사인부 등 주로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등 남성으로서 생활하면서 계속적으로 성전환수술을 받기를 원하였으나 경제사정이 여의치 못하여 실현하지 못하다가 41세 때인 1992년 7월 (대학교명 생략)대학교 (병원명 생략)병원에서 성전환증의 진단 하에 유방·자궁 및 질제거술과 이어서 음낭성형 및 인공고환 삽입술을 받아 남성 성기 및 음낭을 갖게 되었고 그 후 계속 남성호르몬을 투여받음으로써 남성의 신체와 외관을 갖추게 되었을 뿐 아니라 정신과적 검사 결과 남성으로서의 성적 정체감이 확고한 사실, 신청인은 법률상 혼인한 경력이 없고 여성으로서 자녀를 출산한 경험도 없으며 성전환수술 후 비로소 그의 처지를 이해하는 여성을 만나 현재까지 동거하고 있지만 남성으로서의 생식기능은 존재하지 않고, 나아가 신청인은 도로교통법 위반죄로 벌금형을 1회 선고받은 외에는 전과가 없고 신용불량전력도 없어 신청인이 성별란의 정정 및 개명으로 범죄 또는 탈법행위를 할 개연성 또한 엿보이지 아니하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신청인은 미혼으로 자녀가 없으며 성장기부터 여성에 대한 불일치감과 남성으로의 귀속감을 나타내면서 성인이 된 후에는 오랜 기간 동안 남성으로서 살다가 의사의 진단 아래 성전환수술을 받아 남성의 외부 성기와 신체 외관을 갖추었고, 현재 남성으로서의 성정체성이 확고하여 여성으로 재전환할 가능성이 현저히 낮고 개인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도 남성으로서 인식되어, 결국 사회통념상 남성으로 평가될 수 있는 성전환자에 해당함이 명백하다고 볼 수 있으므로 신청인에 대한 이 사건 호적정정 및 개명을 허가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 그런데도 원심은 성전환자에 대한 호적정정을 허용할 근거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이 사건 신청을 배척하였는바, 이러한 원심결정에는 헌법과 호적법의 관계규정을 위반하여 재판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4. 결 론
그러므로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에 대하여는 호적정정 부분에 관하여 대법관 손지열, 대법관 박재윤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5. 대법관 손지열, 대법관 박재윤의 반대의견은 다음과 같다.
가. 다수의견이 정의하고 있는 이른바 성전환자가 헌법상 보장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전환된 성으로 활동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보완하는 등의 배려가 필요하다는 점에 관하여는 다수의견과 견해를 같이 한다.
그러나 성의 변경에 관한 입법적 조치가 이루어지지 아니하더라도 호적정정에 관한 호적법 제120조 에 따라서 성전환자에 대하여 변경된 성으로의 호적 정정을 허가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새로운 성으로의 변경을 허용한다는 취지의 다수의견의 결론에는 찬성할 수 없다.
나. 대법원은 그동안 발생학적인 성(성)인 성염색체의 구성을 기본적인 요소로 하여 성선, 외부성기를 비롯한 신체의 외관은 물론이고 심리적, 정신적인 성, 그리고 사회생활에서 수행하는 주관적, 개인적인 성역할(성전환의 경우에는 그 전후를 포함하여) 및 이에 대한 일반인의 평가나 태도 등 모든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여 왔는데( 대법원 1996. 6. 11. 선고 96도791 판결 참조), 그 취지에 따를 때, 출생신고에 의하여 남자 또는 여자로 호적에 기재되었다고 하더라도, 출생 후 성장하는 과정에서 그와 반대되는 성의 특징이 드러났고 위와 같은 판단 기준에 근거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한 결과 그 반대의 성이었음이 확인된다면, 출생신고 당시에 성을 잘못 신고한 것이고 따라서 그 호적 기재는 진실에 반하는 것으로서 그 최초의 기재 당시부터 진실에 부합하지 아니한 경우이므로 호적법 제120조 에 의한 호적정정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예컨대, 진성반음양자, 가성반음양자 등에 관한 사례).
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문제로 되는 것은 성염색체와 내부 생식기·외부 성기가 일치하여 생물학적으로나 전통적인 사회통념에 의하면 출생신고 당시 완전한 남자 또는 여자였으나, 그 성장과정에서 선천적인 성에 위화감과 불일치감을 느끼고 오히려 반대의 성에 귀속감을 느낌으로써 반대의 성으로서 삶을 영위하고 또 타인에게 인식되기를 원하며 나아가 자신의 신체 역시 이에 부합하게 형성하기를 원하는 증세, 즉 ‘성전환증’에 관한 것이다.
다수의견은 호적법이 성전환자의 호적상 성별란 기재 변경에 관한 절차규정을 두지 않은 이유는 입법자가 이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입법 당시에는 미처 그 가능성과 필요성을 상정하지 못하였기 때문임을 전제로, 비록 호적법 제120조 에 따른 호적정정제도가 일반적으로는 호적 기재 당시부터 존재하는 잘못을 시정하기 위한 절차이기는 하지만, 그 근본취지는 호적의 기재가 부적법하거나 진실에 반하는 것이 명백한 경우에 그 기재 내용을 판결에 의하지 아니하고 간이한 절차에 의하여 사실에 부합하도록 수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므로, 구체적인 사안을 심리한 결과 성전환자에 해당함이 명백하다고 증명되는 경우에는 호적법 제120조 의 절차에 따라 성전환자에 대한 호적의 정정을 허용하여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성전환자의 경우는 선천적으로 불완전한 성적 특징을 가진 자에 대하여 착오나 출생신고 당시 오인으로 인하여 호적에 잘못된 성별로 기재한 경우와 달리 , ① 출생신고 당시 성별의 판정이 잘못된 것이 아니고 따라서 최초의 호적 기재도 착오라고 할 수 없고, ② 성의 판별이 생물학적으로 명백하게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다수 의사의 진단과 상당한 기간 동안(다수의견에서 인용한 국제보건기구의 견해 등에 의하면 최소한 2년 이상)의 선행 치료과정이 있어야 하며, 그 밖에도 신분관계 및 사회생활에 중대한 변동이나 부정적 영향을 야기하지 아니하는 등의 일정한 요건에 대한 복잡하고 정교한 판단절차를 필요로 하며, ③ 성의 변경이 허용되더라도 종전까지의 법률적 성결정 나아가 호적기재가 정당한 것으로 인정되고 오로지 장래를 향하여 그 변경의 효력이 발생하게 되는(이 점은 다수의견도 인정하고 있다) 등의 점에서, 처음부터 잘못 기재된 호적을 출생시에 소급하여 정정하기 위한 호적법 제120조 가 그대로 적용될 수 없는 사안인 것이다.
라. 호적법 제120조 는 “호적의 기재가 법률상 허용될 수 없는 것 또는 그 기재에 착오나 유루가 있다고 인정한 때에는 이해관계인은 그 호적이 있는 지(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의 허가를 얻어 호적의 정정(정정)을 신청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다수의견도 인정하고 있는 것처럼 위 법조에 의한 호적정정은 신고 그 자체가 진실에 반하거나 또는 신고는 정당하지만 호적 기재 과정에서 잘못이 있어 호적에 기재된 내용이 그 최초 기재 당시부터 진실에 부합하지 아니한 경우를 전제로 하여 이를 시정하는 것으로 이해되어 왔다. 호적법 제120조 에 규정된 ‘착오’, ‘호적의 정정’이라는 문구 등은 그 객관적 의미와 내용이 명확하여 해석상 의문의 여지가 없고, 호적법을 제정할 당시의 입법 취지도 그 내용이 처음 호적에 기재된 시점부터 존재하는 착오나 유루를 정정하고자 하는 것으로서 만일 호적기재가 기재 당시의 진정한 신분관계에 부합되게 적법하게 이루어졌다면 정정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었음이 명백하므로 , 이러한 해석이 확고하게 정착된 것은 법리적으로 당연한 것이다.
마. 다수의견은 호적 기재 당시를 기준으로 하면 그 기재 내용이 진실에 부합하더라도 사후에 다른 사정에 의하여 기재사항이 변경되었다면 그 변경된 내용에 따라 호적기재를 정정하여야 한다면서, 성전환자의 경우에 호적법 제120조 의 직접 적용에 의하여 호적정정이 가능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으나, 우리의 견해로는 이러한 경우에 호적법 제120조 가 직접 적용될 수 없음이 명백하다고 보므로, 다수의견은 결국 성전환자의 경우에 호적법 제120조 를 유추해석하여 호적에 기재된 사항의 ‘변경’을 허용하자는 취지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러한 다수의견의 견해는 호적법 제120조 에 대한 문리해석이나 입법 취지 등과는 관계없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호적법 제120조 의 규정내용에 일부 내용을 추가·제거 또는 변경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가져 오는 것으로서 정당한 유추해석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이므로 , 이러한 다수의견의 해석에 찬성할 수 없는 것이다.
(1) 법률 규정의 해석에 있어서는 법률에 정하여진 문구의 문리적 의미가 해석의 출발점이며 법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 그 의미를 창출하는 것은 유추해석으로서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형벌법규나 조세법규에서는 유추해석이 금지되고 있고, 그 밖의 사법적 영역에 속하는 법규의 해석에 있어서 실정법 조항의 문리해석 또는 논리해석만으로는 사회적 정의관념에 현저히 반하게 되는 결과가 초래되는 경우에 실정법의 입법정신을 살려 유추해석이나 확장해석을 할 여지가 있지만 이는 입법 취지의 범위 내에서 예외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사법적극주의의 입장에서 입법목적에 충실한 결과를 이룰 수 있도록 목적론적인 해석을 하여야 할 경우도 있지만, 유추해석 등에는 입법에 의하여 설정된 한계를 넘어설 수 없다는 기본적인 한계가 있으며, 만약 이와 같은 한계를 넘는다면 이는 법해석이 아니라 새로운 법률의 형성으로서 헌법상의 입법권 침해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일정한 법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목적론적인 해석이 필요한 경우에도 그 해석이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유효적절하고 법체계상 아무런 문제점이 없어서 만일 입법자가 그와 같은 문제를 인식하였다면 그와 같은 해석과 궤를 같이 하는 입법을 하였으리라고 상정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하여 유추해석 등을 하게 되는 것이고, 그 해석이 문제해결에 유효적절한 수단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다른 문제점을 낳을 우려마저 있다면, 위와 같은 유추해석 등은 허용되지 아니한다.
(2) 헌법 제36조 는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 제1항 ). 국가는 모성의 보호를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제2항 ).”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양성의 구별을 전제로 구분되는 양성 간의 평등을 기초로 하는 혼인과 가족제도가 인간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로서 모든 영역에서 공동생활의 근간이 됨을 보여주는 것이고, 헌법은 그 밖에도 남자와 여자를 나누어 여자에 대하여 일정한 범위 내에서 특별히 보호하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으며( 헌법 제32조 제4항 , 제34조 제3항 ), 민법을 비롯한 각종 법률에 있어서도 남자·여자라는 성에 따라 헌법에서 정한 양성평등이 보장되는 범위 내에서 법률적인 지위를 달리 정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 등, 남자·여자의 구분은 사회생활에 있어서 뿐만 아니라 각종 법률관계에 있어서도 핵심적인 기초가 되고 있다. 그리고 우리 헌법이나 관련 법률의 규정들이 전통적인 생물학 지식과 사회통념에 따라 출생에 의하여 남녀의 성이 결정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음은 구태여 논증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그런데 다수의견에서 정의한 ‘성전환자’에 대한 성의 인정 및 이에 따른 법률상 성의 변경은, 우리 헌법이나 관련 법률에서 전제로 하고 있던 남녀의 성 결정과는 전혀 다른 기준과 방법을 따르는 것으로서 실질적으로는 남자로부터 여자, 여자로부터 남자로의 성 변경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성전환자에 대한 성 변경의 문제는 우리 헌법이나 관련 법률의 제정 당시에 전혀 예상하거나 고려하지 아니한 새로운 문제로서 우리 법체계가 이에 대하여 아무런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않은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호적법 제120조 의 호적정정제도가 이러한 문제 또는 이와 유사한 문제에 대처하기 위하여 마련된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성전환자와 같이 의학과 생물학의 발전 및 이를 토대로 한 사회학적 연구 등을 배경으로 하여 비로소 발생한 새로운 문제에 대해서는 이를 적절하게 규율하고자 하는 입법목적을 가지고 제정된 새로운 입법을 통하여 새로운 방식에 따라서 대처해야 할 것이다. 더욱이 남녀 간 성의 결정은 개인적 삶의 기본요소가 될 뿐만 아니라,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서의 공동생활의 근간이 되는 핵심적 요소이며, 윤리적, 철학적, 종교적 사고와도 밀접한 관련을 가지는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본질적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는 일반 국민의 의견수렴, 신중한 토론과 심사숙고의 과정을 거쳐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입법적 결단을 통하여 결정해야 한다. 이는 애당초 명백한 호적기재의 오류를 정정하기 위하여 마련된 제도인 호적정정절차에 대한 새로운 해석 내지 유추해석을 통하여 해결할 수 있는 단순한 문제가 아닌 것이다.
(3) 우리 법제상 신분관계의 창설·변경은 호적법이 아닌 민법 등 다른 법률에 의하여 이루어지며, 호적법에 의한 호적은 그와 같이 창설·변경된 신분관계를 공시하는 제도에 불과하다. 다수의견과 같이 남녀 간의 성 변경을 호적정정 절차에 의하여 허용하는 것은 호적의 단순공시적, 기술적 성격에 걸맞지 않는 것이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남자·여자로서의 성의 구분은 개인적·가족적·사회적·국가적인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바, 사람이 출생 신고 당시에 어떠한 성을 가지고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호적정정과는 달리, 출생 신고 이후의 사정변경을 이유로 하여 다른 성으로의 실질적 변경을 허용하는 문제는 새로운 신분관계의 창설 내지 변경과 이에 따른 법률관계의 변동을 수반한다. 따라서 성의 변경이 허용되는지 여부 및 그 요건과 절차는 호적법이 아닌 다른 법률에서 합목적적인 고려에 따라 상세하게 정하여야 하고, 그 요건과 절차 등에 따라 성 변경의 효력이 발생된 경우에 비로소 이를 대외적으로 확인하고 공시하는 취지에서 신고절차를 거쳐 호적에 기재되어야 한다. 이와 달리, 성의 변경의 요건이나 절차 등에 관한 근거 법률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단순히 호적정정절차를 통하여 성의 변경을 허용한다는 것은 신분관계를 공시하는 기능만이 부여된 호적제도 본래의 목적과 기능을 크게 벗어나는 것이다.
(4) 호적법은 제120조 에서 가정법원의 허가에 의한 호적기재의 정정신청에 관하여 규정하는 한편, 제123조 에서는 확정판결에 의한 호적정정의 신청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바, 법원의 허가에 의한 호적기재의 정정은 그 절차의 간이성에 비추어 정정할 사항이 경미한 경우에 한하여 허용되는 것이고, 친족법상 또는 상속법상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에 대하여는 호적법 제123조 에 따라 확정판결에 의하여만 호적정정의 신청을 할 수 있다( 대법원 1981. 10. 10.자 81스15 전원합의체 결정 등 참조). 그리고 친족법상 또는 상속법상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인지 여부는, 정정하려고 하는 호적기재사항과 관련된 신분관계의 존부에 관하여 직접적인 쟁송방법이 가사소송법 제2조 에 규정되어 있는지의 여부를 기준으로 하여 결정되며, 위 법조에서 가사소송사건으로 판결을 받게 되어 있는 사항은 친족법상 또는 상속법상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아 호적법 제123조 에 따라 확정판결에 의하여서만 호적정정의 신청을 할 수 있고, 가사소송법 제2조 에 의하여 판결을 받을 수 없는 사항에 관한 호적기재의 정정은 호적법 제120조 에 따라 법원의 허가를 얻어 정정을 신청할 수 있다( 대법원 1993. 5. 22.자 93스14, 15, 16 전원합의체 결정 참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어느 사람이 남자인가 여자인가를 결정하거나 남자·여자의 성을 실질적으로 변경하는 문제는 단순히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가족·친족관계 등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고, 나아가 사회적·국가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본질적 문제이다. 따라서 성의 변경문제는 가사소송법 제2조 에 규정된 재판 대상 사항과 비교하여 볼 때에 그 중요성이 결코 뒤떨어진다고 할 수 없다. 한편, 호적법 제120조 에 근거하여 신청인이 그 호적기재 정정을 위하여 법원의 허가를 얻는 절차는 상대방이 존재하지 않는 비송사건으로서 법원은 신청인을 비롯한 사건관계인을 심문하지 아니하고 허가결정을 할 수 있고, 실제로 실무상 신청인이 제출한 각종 서면자료만을 토대로 하여 허부결정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호적법 제120조 가 속한 호적비송절차의 특성으로 인하여, 설령 그 호적정정에 관하여 신청인 이외에 다른 이해관계인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 이해관계인에게 해당 절차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는 사실상 제공되지 아니하고, 나아가 일단 법원이 호적정정을 허가하는 경우 호적법상 불복절차가 없기 때문에 바로 확정되며, 이해관계인들이나 공익의 대표자인 검사로서도 이에 대하여 불복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등 호적법 제123조 의 경우와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그 절차적 신중성 등이 취약하다.
위에서 언급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들은 호적법 제120조 소정 호적기재 정정절차의 상대적 간이성 등에 비추어 그 법조에 의한 호적정정은 친족법상 또는 상속법상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이 아닌 경미한 경우에 한하여 허용된다고 판시한 것인데, 다수의견은 호적법 제123조 도 아닌 호적법 제120조 의 매우 간이한 절차를 통하여 성전환자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남녀 간의 성 변경을 허용한다는 것으로서, 성의 변경이 가지는 국가적·사회적인 중요성과 가족·친족관계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 등을 고려할 때 이와 같은 간이한 절차에 의하여 남녀 간의 성 변경을 허용한다는 견해에는 도저히 찬동할 수 없다.
(5) 따라서 호적상 성별란의 단순한 기재 착오를 시정하기 위한 호적정정제도를 성전환자에 대한 실질적인 성변경의 경우에 확대 적용하는 방법은 법문의 가능한 의미에서 현저히 벗어나고 그 입법 취지에도 반하는 유추해석으로서 허용될 수 없음이 명백하다.
바. 한편, 다수의견과 같이 해석을 하는 것이 과연 새로운 사회현상으로 대두된 성전환증에 관한 문제의 해결이나 그와 같은 문제로 고통 받는 당사자들의 구제를 위하여 적절한 것이고 또한 효과적인 것인가? 아니라고 본다.
(1)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남자·여자로서의 성의 구분은 개인적·가족적·사회적·국가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출생 당시와는 다른 성으로의 변경을 허용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새로운 신분관계로의 변경을 의미하므로, 성의 변경을 허용할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 신중한 접근을 요하는 것이지만, 성의 변경을 허용하는 경우에도 그 요건과 절차 및 효과 등이 명확하게 규정되어야 한다. 특히, 위와 같은 성변경을 구하는 호적정정신청을 하기 위해서는 당사자가 먼저 외과적인 성전환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 요건과 절차 등이 불명확한 경우에 당사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나 사회적 부작용은 대단히 심각한 것이 될 수 있다.
(2) 다수의견은 이 사건에서 실질적인 성변경이 허용되는 성전환자의 기준 내지 요건 등에 관하여 나름대로 설시하고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설시가 실질적인 성의 변경에 관한 기준 내지 요건을 충분하게 제시하고 있는지 의문이고, 나아가 이러한 기준 등이 실무적으로 제대로 반영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먼저, 사실상 성전환수술을 받은 사람에 대한 성변경의 허용요건 등은 당사자 본인의 행복추구권과 인간으로서의 존엄성뿐 아니라 우리의 전통적 혼인과 가족관계 및 이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 등 사회전반적인 문제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의 정책적 판단에 따라서 설정되어야 한다는 점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다. 그리고 국회가 그와 같은 법률을 제정함에 있어서는 구체적 요건으로서 출생 당시와 다른 성의 역할을 수행한 최소 기간, 성의 재전환 가능성 여부에 관한 검증 및 정신과 의사의 진단이나 신분법상 영향을 받게 되는 가족들의 의사 확인 등에 관하여 상세하게 규정하여야 할 것이고, 아울러 성전환자가 가족 등을 포함한 타인의 의사가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의 자발적 의사에 의하여 성전환수술의 실시 내지는 성의 변경을 결정하는 것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예컨대 당사자에게 이를 결정할 수 있는 충분한 의사능력과 책임능력을 요구하거나, 같은 맥락에서 신청인의 연령을 일정한 연령 이상으로 제한하는 방법 등)가 반드시 규정되어야 할 것인데, 다수의견의 경우 이러한 중요 요소 등에 관하여 충분한 설시를 하였다고 보기는 어렵고, 실제로 법원의 재판에 의한 해석으로써 이와 같은 요건과 기준을 충분하고도 명확하게 정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또한, 다수의견에서는 ‘성전환자’를 정의함에 있어서 성전환이 다른 사람들의 신분관계에 중대한 변동을 초래하거나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등의 경우에는 성변경이 허용되는 ‘성전환자’의 개념에 애당초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설시하고 있다. 이러한 다수의견의 견해는 상당한 합리성을 가진 것으로서 수긍할 수 있지만, 문제는 다수의견을 자세히 살펴보아도 어떠한 경우가 성의 변경이 애당초 허용되지 않는 ‘신분관계에 중대한 변동’ 내지 ‘사회에 부정적 영향’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예컨대, 혼인을 하였거나 자녀를 출생한 당사자나 성전환을 악용할 우려가 있는 당사자가 호적정정신청을 하는 경우, 법원은 ‘신분관계에 중대한 변동’ 내지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그 신청을 기각하여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 요건의 불명확성으로 인하여 당사자가 이러한 결과를 예견하지 못한 채 성전환수술을 먼저 받은 경우라면 그 당사자로서는 신체적·정신적으로 엄청난 타격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굳이 상세하게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이 점은 적극적 요건에 관련해서도 마찬가지이며, 이러한 측면에서 입법론으로는 성전환수술을 실시하기 전에 법원에서 일정한 절차에 따라서 예비심사를 하는 방안 등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위와 같이 성전환수술을 받은 사람들에 대한 성의 변경을 결정함에 있어서 구비해야 하는 적극적, 소극적 요건 및 기준 등에 관한 구체적 입법조치가 없는 상태에서 법원이 호적법 제120조 에 근거하여 개별사건에서 그 성 변경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관련 당사자들과 일선 법원에 대하여 객관적·일률적인 기준을 제시할 수 없고, 오히려 법적·사회적 혼란을 초래하게 될 뿐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3) 한편, 성전환자에 대한 성변경이 가지는 법적 의미의 중대성에 비추어 호적법 제120조 의 호적정정절차는 성변경 허가절차로서 미흡하기 이를 데 없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호적법 제120조 는 호적정정절차 중에서도 비교적 경미한 사항의 정정에 관한 것으로서,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는다는 것 이외에는 그 증명의 방법과 절차, 이해관계인들의 참가, 의견청취 및 불복방법, 관계기관에 대한 사실조회 등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이 없고, 실무적으로 대부분의 호적정정사건의 경우 신청인이 제출한 신청서 및 증거서류 등을 검토하고 심문절차 없이 허부 결정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다수의견도 그 판시와 같은 적극적·소극적 요건(비록 불명확하기는 하지만)의 충족 여부를 심사하기 위하여 엄정한 사실조사 이외에도 정신과 및 외과 의사들, 가족이나 친족 등을 비롯한 가까운 주위 사람들의 의견 내지 의사를 청취하고, 관계기관에 필요한 사항을 조회하는 절차 등이 반드시 필요함을 시사하고 있다. 그리고 사안의 중요성에 비추어 이해관계인의 절차참가와 불복방법 등도 보장되어야 하며, 이러한 절차는 통일적이고 강제성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 개별사건의 재판을 통한 법률해석만으로 이러한 구체적인 절차를 일일이 규정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따라서 다수의견을 따르는 경우, 우선 법원에서 어떠한 절차에 따라서 성전환자의 요건을 심리하고 판정하여야 할 것인지 혼란스러울 뿐만 아니라, 법원마다 각기 다른 절차에 따라서 심리가 진행되는 경우 당사자들에게 상당한 곤란을 야기함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서 법원 내지 재판의 신뢰와 권위를 실추시키는 결과까지 초래하게 될 것이다.
(4) 뿐만 아니라, 성전환자에 대한 성 변경을 허용하는 경우, 그 효력이 발생하는 시기 및 효과, 공시방법 등에 관하여도 법률에 명확히 규정하여야 한다. 다수의견에 의하더라도 성전환자에 대한 호적정정의 효과가 기존의 신분관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는 본래 호적정정절차가 예정하는 법적 효과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어서 이와 같은 장래적 효력을 호적에 공시할 방법이 없다. 따라서 호적의 기재만으로는 호적법 제120조 에 근거한 성별 기재의 정정이 그 출생신고 시점까지 소급적 효력을 가지는 통상적인 호적정정인지 이 사건과 같이 장래적 효력만을 가지는 호적정정인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이렇게 되어서는 호적상 기재를 신뢰하는 제3자에게 상당한 오해를 일으키는 것은 물론이고, 당사자 본인도 어느 시점부터 남자(혹은 여자)였는지를 제3자에게 증명하기 위해서 호적등본을 제시하는 외에 재판의 내용과 그 확정사실까지 함께 제시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5) 한편, 성전환자에 대하여 호적상 성별의 기재를 고쳐주고 주민등록번호를 고쳐주는 것만으로 성변경에 따른 법적 배려가 충분하다고 할 수 없다. 다수의견의 취지가 분명하지는 않지만, 호적상의 성별기재의 정정만으로 성별에 따른 법률상의 지위 내지 권리의무가 한꺼번에 변경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 이해되는데, 호적정정에 그와 같은 일반효(일반효)를 부여하는 법적인 근거 자체가 불분명하다. 그리고 성변경의 효력이 소급하지 않는다고 보는 경우, 과거의 가족관계를 비롯한 기존 법률관계의 정리에 관한 특별한 법률규정 없이 이에 대하여 어떻게 적절하게 법적 규율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나아가 성의 변경에 따라 국가기관 등을 비롯한 공공기관들이 관리하고 있는 각종 공부(공부)나 서류 등의 경정의무 및 그 절차, 새로운 성으로 시작하는 사회생활에 대한 국가적, 사회적 배려의무 등에 관하여도 일정한 법적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6) 이와 같이 성 변경에 관한 사회적 의견수렴과정을 거치지도 아니하고 의학적·법률적 요건이나 절차 및 효과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입법조치도 선행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법원이 개별사건에서 호적법 제120조 를 적용하여 성전환수술을 받은 사람의 호적정정허가신청을 선별적으로 인용한다면, 성변경 허가재판의 적법성, 타당성에 관한 보장이 미흡하고 법원마다 재판결과가 구구해질 가능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신청인에게 충분하고 적절한 배려가 되는 것인지 여부도 의문이며, 당사자 본인이나 이해관계인들의 법률관계에 미치는 영향도 불분명하여 법적 안정성을 크게 해치게 된다. 또한, 개별사건에 관한 법원의 재판만으로 객관적이고 일률적인 요건과 절차를 제시할 수 없는 결과, 이 사건 신청인과 유사한 처지에 있는 다른 성전환자들이 구체적으로 성변경 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인지, 성변경 허가를 받으려면 어떠한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에 관하여 예측가능성이 없어서 법적 지위의 불안을 겪게 된다.
다른 한편으로 성전환자의 성 변경 문제와 같은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를 근본적이고 합리적인 대처방법인 입법이 아니라 미봉책에 불과한 호적법 제120조 의 적용 내지 유추적용 방식을 활용하는 경우, 자칫하면 추가적인 입법조치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약화시킴으로써 오히려 유사한 처지에 있는 당사자들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도록 하는 부작용을 야기할 수도 있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 법원으로서는 이 사건과 같은 사안에서 당사자의 성을 적절한 기준에 따라서 변경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인 보완이 절실하다는 점을 충분히 지적하면서, 현행 호적법 제120조 의 호적정정의 방법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선언하고,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사회적 여론을 수렴하여 구체적인 요건과 절차, 효과 등을 담은 입법조치를 하기를 강력히 촉구함으로써 당사자들에게 근본적이고 효과적인 구제가 가능한 여건을 조성하는 데에 일조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이러한 입법과정에서는 성전환자의 성변경에 관한 부정적 견해까지도 함께 논의됨으로써 진정한 의미에서 사회적 통합을 모색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방법을 따르는 경우 이 사건 신청인이나 다른 성전환자의 입장에서 바로 호적상의 성에 관한 기재를 바꾸지 못한다는 점이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신속할 수는 있으나 당사자에게 법적·제도적으로 매우 미흡한 구제방법만 제공하면서 법적 안정성을 크게 해치는 미봉책을 취하는 것보다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와 같이 중요하고 본질적인 문제를 우리 헌정질서에 부합하는 방식에 따라서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타당하고, 이러한 근본적인 해결만이 이 사건 신청인을 비롯한 성전환자들을 진심으로 배려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 결론적으로 성전환자에 대하여 호적법 제120조 의 호적정정절차에 따라 호적상 성별란을 정정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고 ,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신청을 기각한 제1심결정을 유지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여 신청인의 재항고를 기각하여야 할 것인바, 이와 다른 다수의견의 견해에는 찬성할 수 없어 위와 같이 반대의견을 표시한다.
6. 대법관 김지형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다음과 같다.
가. 구체적 사건의 재판에서 법령을 해석·적용하는 것은 법원에 주어진 권한이자 사명에 속하므로, 법원이 재판규범으로서 그 법률규정을 해석·적용함에 있어서는 마땅히 헌법합치적인 해석에 따라야 한다.
이러한 헌법합치적 법률해석은 국가의 최고규범인 헌법을 법률해석의 기준으로 삼아 법질서의 통일을 기하여야 한다는 법원리에 그 기초를 두고 있는 것으로서, 어느 법률규정에 대하여 합헌적 법률해석이라는 이름 아래 그 법률규정의 문언이 갖는 일반적인 의미를 뛰어 넘어서거나 그 법률규정의 입법목적에 비추어 입법자가 금지하고 있는 방향으로까지 무리하게 해석하거나 헌법의 의미를 지나치게 확대함으로써 입법자의 입법형성권의 범주에 속하는 사항 등에 이르기까지 함부로 간섭해서는 아니되겠지만, 이러한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이상, 합헌적 법률해석은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입법자가 제정한 법률을 헌법에 합치되도록 해석함으로써 법률의 효력을 유지하려는 것이므로 입법권을 최대한 존중하는 것이고 국민주권의 원리에도 부합한다. 따라서 만약 어떤 법률규정에 대해 합헌적 법률해석의 가능성이 열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그러한 해석을 단념하여 버린다면 합헌적 법률이 제정될 때까지는 위헌적인 법률공백 상태가 계속되는 것을 그대로 방치하는 셈이 되고, 이는 법원에게 주어진 사법권 행사의 권한과 사명을 동시에 저버리는 결과를 낳게 된다.
그러므로 합헌적 법률해석을 무조건 유추해석 또는 확장해석이라는 이름으로 경계할 것은 아니고 법규의 문언적 의미가 갖는 내포와 외연을 모두 고려하여 헌법질서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합리적인 해석방법이라면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 온당하다.
나. 호적법 제120조 의 ‘정정’의 의미와 범위에 관하여 반대의견과 같이 해석할 여지도 없지 아니하나, 앞서 본 합헌적 법률해석이라는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성전환자에게 출생 당시 확인되어 신고된 성이 출생 후 그 개인의 성적 귀속감의 발현에 따른 일련의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사회통념상 확인된 성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인정할 수 있다면 그와 같이 확인된 성에 맞추어 성별을 바꾸는 것은 호적법 제120조 가 말하는 ‘정정’의 개념에 포함된다고 풀이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이러한 해석방법이 호적 기재가 진정한 신분관계를 반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마련된 호적정정제도의 취지와 어긋난다고 볼 아무런 이유가 없을 뿐더러 앞서 다수의견에서 자세히 지적한 것처럼 호적법 제120조 의 입법목적에 비추어 보더라도 입법자가 이러한 해석을 처음부터 금지하였던 것은 아니라고 보이고, 나아가 호적법 제120조 가 규정하는 ‘정정’이라는 문언의 의미에 성전환자의 성별 전환을 포함시키지 않는 해석을 한다면 성전환자에게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의 침해상태가 초래되는 위헌의 소지를 남기게 된다는 점까지 고려할 때 성전환자의 성별 전환을 호적정정의 개념에 포함시키는 것이 입법자의 입법형성권의 범주에 속하는 사항에 함부로 개입하는 경우에도 해당하지 않는 것임을 여기서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다. 반대의견은 성전환자에 대한 성별 정정을 특정한 성에서 반대 성으로의 ‘변경’이라고 단정짓고 다수의견이 이러한 의미의 성변경을 허용하고 있다는 전제 아래 논의를 시작함으로써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즉, 반대의견의 주요 논거는 성전환자는 종전의 성에서 반대의 성으로 성을 변경한 자이고 따라서 성전환자의 호적상 성별은 기재 당시를 기준으로 하면 진실에 부합하였으나 사후에 다른 사정에 의하여 변경되었으니 이는 호적기재의 변경에 해당하여 호적정정의 범위를 벗어난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대법원 1996. 6. 11. 선고 96도791 판결 은 이미 성 결정에 있어서 생물학적인 요소와 정신적·사회적 요소를 모두 고려하여 최종적으로는 사회통념에 따라야 한다고 판시하였는데, 성전환자는 그 개념상 출생 당시에는 위의 두 가지 요소 중 생물학적인 요소만이 확인되었다가 그 개인의 성장과정을 거치면서 성적 귀속감이나 성 역할의 수행 등 정신적·사회적 요소가 생물학적인 요소와 달리 발현되어 일정 시점에 이르러서는 출생신고된 성과 반대의 성을 가지는 것으로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사람이다. 따라서 성전환자에 대하여 출생 당시에는 달리 정신적·사회적 성 결정 요소를 확인할 수 없어 생물학적 요소 만에 의하여 출생시 신고된 성이 그의 성인 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성장한 후 일정 시점에서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성은 출생시 신고된 성과 반대의 성인 것으로 사후에 비로소 확인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 성전환자에게 특유한 문제가 존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호적정정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성전환자의 성 결정에 관한 위의 역동적 과정을 사상한 채 단지 성전환자가 성기수술을 통하여 성을 변경한 사람이라고 해석하는 방법은 문제의 핵심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데에서 나온 것으로 옳지 않다.
라. 성의 구분은 사회생활과 법률관계의 기초로서 어느 사람이 남자인가 여자인가를 결정하는 문제는 가족·친족관계와 나아가 사회적·국가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반대의견의 지적에는 전적으로 동의하나, 성별 기재가 중요한 사항이므로 호적법 제120조 에 의한 호적정정절차에 따라 호적을 정정할 수 없다는 부분에는 동의할 수 없다.
대법원이 ‘친족법상 또는 상속법상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에 대하여는 호적법 제123조 에 따라 확정판결에 의하여만 호적정정의 신청을 할 수 있다.’는 원칙을 거듭 판시하였지만 그 구체적인 사안에 들어가 살펴볼 때 반대의견이 적시한 대법원 1993. 5. 22.자 93스14, 15, 16 전원합의체 결정 은 ‘사망일시에 관하여 직접적인 쟁송방법이 가사소송법은 물론 다른 법률이나 대법원규칙에도 정하여진 바가 없으므로 이에 관한 호적기재의 정정은 호적법 제120조 에 따라서 처리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고, 대법원 1981. 10. 10.자 81스15 전원합의체 결정 은 ‘이중호적을 단일화하기 위한 호적정정은 신분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한 가능하다.’고 판시함으로써 모두 호적법 제120조 에 의한 호적정정을 허용하였다.
이 사건으로 돌아와 보면, 성전환자의 성을 결정하는 재판이 가사소송법 제2조 에서 열거한 가사소송사건 중에 포함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앞서 다수의견에서 밝힌 바와 같이 소급효가 배제되어 기존의 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호적법 제120조 에 의한 호적정정의 대상으로 삼는 데에 호적정정의 범위에 관한 기존의 대법원판례와 모순될 여지가 없다.
마. 나아가 호적정정허가의 재판이 호적비송사건으로 처리되므로 성전환자의 성별란 기재 변경을 호적정정의 형태로 허용할 수 없다는 반대의견의 지적에도 동의하기 어렵다.
성전환자에 대한 호적상 성별란의 기재를 고치는 것은 그 성질상 대립당사자에 의한 대심구조를 취하는 소송절차보다는 비대심구조를 취하는 비송절차에 적합하다.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성전환자에 대한 성별 변경에 관한 입법을 두고 있는 나라 중의 하나인 일본의 경우 '성 동일성 장해자의 성별 취급의 특례에 관한 법률' 제5조는 성전환자에 대한 성별 변경의 재판을 일본 가사심판법상 갑류 사건으로 취급하는바, 이에 상응하는 우리 가사소송법 제2조 의 분류는 라류 가사비송사건으로서 위 유형의 사건에 대하여는 원칙적으로 비송사건절차법이 준용되고 이해관계인의 참가와 심문에 관한 특칙을 두고 있을 뿐이다( 가사소송법 제34조 , 제37조 , 제38조 ). 한편, 호적정정사건에 준용되는 비송사건절차법은 직권탐지주의를 채택하여 법원은 직권으로 사실의 탐지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증거조사를 하여야 할 뿐 아니라 민사소송법에 따른 증인신문·감정을 실시할 수도 있다( 호적법 시행규칙 제97조 제1항 제3호 , 비송사건절차법 제10조 , 제11조 ). 반대의견이 지적하는 것처럼 그동안 법원이 호적정정사건에서 신청인이 제출한 자료만을 토대로 허부결정을 하였다면 오히려 이러한 실무 관행을 개선하여야 하지 이를 이유로 호적정정에 의한 구제를 막을 수는 없는 것이다.
바. 반대의견은, 성전환자에 대한 성별 정정을 허용할 수 있는 기준과 요건 등을 명확하게 규정한 입법적 조치가 없는 현상태에서 법원이 호적법 제120조 에 근거하여 개별사건에서 성별 정정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관련 당사자 등에게 객관적·일률적 기준을 제시할 수 없고 오히려 법적·사회적 혼란을 초래하게 될 뿐이라고 하면서, 그 한 가지 사례로 종전의 성에 따른 혼인을 하였거나 자녀를 두었던 성전환자에 대하여는 다수의견에 의하더라도 그 성별 정정이 허용되지 않아야 할 것인데도 그 요건이 불명확하여 당사자가 그러한 결과를 예측하지 못한 채 성전환수술을 먼저 받은 경우라면 그 당사자로서는 신체적·정신적으로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부작용 등이 예상되고, 따라서 현재로서는 성전환자에 대해서는 어떠한 경우에도 성별에 관한 호적정정을 허가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제시하고 있으나, 이 역시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우선, 반대의견이 들고 있는 구체적 사례만을 놓고 본다면, 종전의 성에 따른 혼인 여부나 자녀 유무는 그 성전환자가 사회통념상 전환된 성을 가진 자로서 인식될 수 있는지 여부를 결정하는 여러 가지 요소들의 일부로 포섭하여 법원은 다른 사정들까지 모두 고려한 후 호적정정의 허가 여부를 결정하여야 할 것으로 본다. 뒤에서 보는 것처럼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에 관하여 입법적 해결을 꾀하고 있는 나라의 입법례를 보더라도, 예컨대 독일의 ‘성전환법’ 제8조 제1항 제2호는 성별변경 신청 당시 신청자가 혼인하지 않은 상태일 것을 요구할 뿐 신청자가 종전의 성에 따른 자녀를 갖고 있는지 여부를 문제삼지 않는 데에 비하여, 일본의 ‘성 동일성 장해자의 성별 취급의 특례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은 신청 당시 혼인관계 및 자녀가 존재하지 않을 것을 요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어 혼인 여부나 자녀 유무에 따라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을 허용할 것인지 여부는 입법재량의 범위 안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에 관한 명확한 입법이 없는 현재로서는 혼인을 하였다거나 자녀를 두었다는 사정이 반대의견이 지적하는 것처럼 성전환자의 호적정정을 허용할 수 없는 사유가 된다고 일률적으로 단정할 수는 없고, 그러한 경우에도 다른 여러 사정들과 종합하여 볼 때 진정한 의미의 성전환자라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호적정정이 허가될 수도 있고 반대로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호적정정이 허가되지 않을 수도 있다(혹시 반대의견의 위와 같은 견해가, 다수의견이 ‘성전환자가 사회통념상 이미 성전환수술을 받은 후의 성으로 인식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환된 성을 그 사람의 성으로 보더라도 다른 사람들과의 신분관계에 변동을 초래하거나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면 그 전환된 성으로의 성별 정정을 허용할 수 있다.’고 판시한 부분을 성전환자에 대한 호적정정을 허가함에 있어서는 ‘그 성전환자가 다른 사람들과의 신분관계에 변동을 초래하거나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을 소극적 요건으로 설정한 것으로 이해한 데에서 나온 것이라면, 그 취지가 잘못 전달된 것이다. 다수의견의 견해는 이를 소극적 요건으로 설정하려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에서의 성전환자로 확인되고 더 나아가 그에 따라 호적정정을 하더라도 그 효력이 소급하여 기존의 신분관계 등에 중대한 영향을 주지 않아 제한적인 범위 안에서만 그 효력이 미친다고 볼 수 있다면 호적정정을 허용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 누구나 성전환수술을 받기만 하면 아무런 제한 없이 호적정정을 허용하여야 한다는 것은 더더구나 아니므로, 중요한 것은 성전환수술을 받은 사람이 진정한 의미에서 성전환자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일 것이고, 따라서 만약 어떠한 사람이 자신이 성전환증을 갖고 있지 않음에도 갖고 있는 것으로 잘못 판단하여 성전환수술까지 받았으나 법원에 의하여 진정한 의미에서의 성전환자가 아니라고 판단되어 호적정정을 허가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면, 이것은 오히려 법원이 내린 정당한 법적 판단의 결과라고 볼 것이지 그러한 결과가 성전환수술을 받은 자에게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진정한 의미의 성전환자로 판단되는 사람에 대한 호적정정조차 아예 거부하여야 할 합리적인 사유가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사. 일반적으로 성전환자의 호적상 성별 기재를 정정하려면 성전환증이 지속된 기간이나 성전환수술의 적정성, 향후 종전의 성으로 재전환할 개연성 유무 등 의학적 기준과 함께 종전의 성에 의한 법률상 혼인관계 및 자녀가 존재하는지 여부, 신청가능 나이 등 법률적 기준을 명확히 정하여 적용할 필요가 있고, 따라서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의 의학적·법률적 요건, 절차·효과 등에 관한 모든 사항은 궁극적으로는 법률의 제·개정을 통하여 입법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며, 이러한 입법적인 조치가 없는 상태에서 법원이 개별 사건을 통하여 성전환자에 대한 성별 정정의 허부를 결정하는 것이 성전환자에 대한 보호를 위해 충분하지 않다는 점 자체에 있어서는 다수의견도 반대의견과 그 뜻을 달리하지 않음은 물론이다.
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유럽의 경우 초기에는 성전환자의 성 변경을 인정하지 않았으나 현재 유럽의 거의 모든 국가에서는 입법이나 판례를 통하여 이를 허용하고 있고, 특히 독일은 1978년에 선고된 연방헌법재판소의 판례가 나온 후 1981년에 성전환자의 성 변경을 인정하는 입법이 마련되었으며, 유럽인권재판소가 2002년 만장일치로 성별 변경을 인정하는 판례를 남긴 것은 특히 주목할 일이다. 미국의 경우에도 상당수의 주에서 이를 허용하는 입법을 두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에도 종래 하급심에서 서로 엇갈리는 판결을 하다가 현재는 입법(2003년 제정되어 2004. 7. 16.부터 시행 중인 ‘성 동일성 장해자의 성별 취급의 특례에 관한 법률’)을 통하여 허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성전환자의 법률적 성을 출생시와 다르게 고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 세계적인 대세이고 법리적으로도 설득력을 얻고 있음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이제 우리의 경우에도 성적 소수자인 성전환자에 대한 권리구제가 법적 안정성의 틀 안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루속히 입법적인 조치가 이어졌으면 하는 것은 비단 이 결정에 덧붙이는 우리 법원만의 기대와 바람은 아니라고 확신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반대의견이 지적하는 것처럼 지금과 같이 호적상 성별란의 정정을 위한 절차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성전환자에 대한 호적정정을 허용하는 결정을 하는 것이 성전환자의 구제에 적절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부작용을 야기할 우려가 있으므로 법원은 호적의 기재로 인하여 고통받는 성전환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어떠한 구제수단도 모색하지 말고 입법적인 조치가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만 할 것이라는 취지의 견해에는 커다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에 관한 절차적 규정을 입법적으로 신설하는 것이 이상적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지만, 아직까지 어떠한 형태로든 그에 관한 가시적인 입법조치를 예상하기 힘든 현재의 시점에서 본다면 완전한 입법 공백에 따른 위헌적인 상황이 계속되는 것보다는 법원이 구체적·개별적 사안의 심리를 거쳐 성전환자로 확인된 사람에 대해서는 호적법상 정정의 의미에 대한 헌법합치적 법률해석을 통하여 성별 정정을 허용하는 사법적 구제수단의 길을 터놓는 것이 미흡하나마 성전환자의 고통을 덜어 줄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일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아. 결론적으로 성전환자로서 사회통념상 남성이라고 보아야 할 신청인의 이 사건 호적정정신청은 허가되어야 할 것이므로,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