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금][미간행]
[1] 국가배상법 제2조 제2항 에 따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공무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범위
[2] 공무원의 불법행위로 손해를 입은 피해자가 갖는 국가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기간이 지났으나 국가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어 배상책임을 이행한 경우, 국가가 공무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1] 대법원 1991. 5. 10. 선고 91다6764 판결 (공1991, 1610) 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6다70929, 70936 판결
대한민국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서울다솔 담당변호사 장응수 외 3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가. 국가배상법 제2조 는,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때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배상책임을 부담하고( 제1항 ), 국가 등이 그 책임을 이행한 경우에 해당 공무원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그 공무원에게 구상할 수 있다( 제2항 )고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해당 공무원의 직무내용, 불법행위의 상황과 손해발생에 대한 해당 공무원의 기여 정도, 평소 근무태도, 불법행위의 예방이나 손실분산에 관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배려의 정도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견지에서 신의칙상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한도 내에서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 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6다70929 판결 등 참조).
한편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손해를 입은 피해자가 국가배상청구를 하였을 때, 비록 그 소멸시효 기간이 경과하였다고 하더라도 국가가 소멸시효의 완성 전에 피해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피해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는 등의 사정이 있어 국가에게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국가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11다36091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이 공무원의 불법행위로 손해를 입은 피해자의 국가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기간이 지났으나 국가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어 배상책임을 이행한 경우에는, 그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권리남용에 해당하게 된 원인행위와 관련하여 해당 공무원이 그 원인이 되는 행위를 적극적으로 주도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가가 해당 공무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것은 신의칙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 .
나.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망 소외 1(이하 ‘망인’이라고 한다)은 이 사건 부대에서 상병으로 복무하다가 1979. 8. 13.부터 1979. 8. 18.까지 사이에 대대본부의 위병소에서 경계근무를 하던 중, 하사 소외 2와 말다툼을 하다가 그로부터 입술 부위에 총격을 받아 사망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
2) 이 사건 사고 직후 이 사건 중대의 인사계 소속 하사관 소외 3의 관여로 망인의 총기와 군복이 소외 2의 것으로 교체되었고, 1979. 6.경 이 사건 부대 소대장으로 배치된 피고는 망인의 총기명찰 교체에 관여하였다.
3) 이 사건 중대장이던 망 소외 4는 직접 중대 지휘관 회의를 소집하여 이 사건 사고를 망인의 자살로 처리하라고 소속 부대원들에게 주문하는 한편, 소외 2 등에게 헌병대의 조사과정에서도 같은 취지로 말을 맞추어 진술하라고 지시하였다.
4) 이에 따라 망인의 시체는, 헌병대 등이 사고 현장에 도착하여 사고 경위를 파악하기 전에 구급차에 실려 외부로 호송되었으며, 망인의 전투복 상의는 물론 총기와 그에 부착된 명찰도 타인의 것으로 교체되고 총기지급대장에 기재된 망인과 소외 2의 총기번호도 수정된 상태에서 헌병대 등에 의한 조사가 이루어졌다.
5) 이 사건 부대의 지휘관과 부대원들은 헌병대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망인이 자신의 총으로 자살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헌병대는 조사를 마친 1979. 8. 31.경 ‘망인이 1979. 8. 20. 12:20경 하사 소외 2, 이병 소외 5와 함께 위병소 근무를 서던 중, 처와 부모 간의 갈등 상황을 비관하여 자신의 M16 소총을 입술 좌측 부분에 발사하여 자살하였다’는 취지의 ‘중요사건보고서’를 작성하였다.
6) 한편 망인의 유족들은 이 사건 사고 다음 날 이 사건 부대로부터 ‘망인이 가족 간의 갈등을 비관하여 자살하였다’는 내용의 통보를 받았다.
7)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망인의 어머니 소외 6의 진정에 따라 이 사건 부대 관계자들에 대하여 조사한 후 2008. 10. 29. ‘망인이 소외 2가 쏜 총에 맞아 사망하였다’는 취지의 진상규명결정을 내렸고, 국가보훈처는 2009. 5. 7. 소외 6을 지원순직군경 유족으로 등록하여 2009. 2. 이후의 유족보상금을 지급하였다.
8) 망인의 유족들은 2009. 3. 6. 이 사건 부대 관계자들이 망인의 사망 원인을 조작·은폐함으로써 유족들로 하여금 유족보상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하는 한편 망인의 사망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게 하는 등의 정신적 고통을 입게 하였다고 주장하며 원고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 2009가합25017호 로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원고는 유족들의 국가배상청구권은 5년의 소멸시효기간이 경과함으로써 모두 소멸하였다고 주장하였으나, 제1심법원은 이 사건 부대원들이 망인의 사인이 자살인 것처럼 적극적으로 조작·은폐하는 등 원고가 시효완성 전에 망인의 유족들의 권리행사를 현저히 곤란하게 했거나 객관적으로 망인의 유족들이 원고에 대해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며 원고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를 배척하고, 2009. 9. 25. 원고에게 망인의 유족들에 대하여 미지급 유족급여 상당의 재산상 손해액 합계 189,541,184원과 위자료 합계 92,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하였다. 원고가 위 판결에 대하여 서울고등법원 2009나94300호 로 항소하였으나, 항소심은 원고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을 배척하고 2010. 3. 18. 원고에게 망인의 유족들에 대해 위자료 합계 14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추가 지급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으며,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이하 ‘이 사건 확정판결’이라고 한다).
9) 원고는 2010. 4. 23. 이 사건 확정판결에 따라 망인의 유족들에게 손해배상금을 모두 지급하였다.
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망인의 유족들이 원고를 상대로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였을 당시 그 소멸시효 기간은 이미 지났으나, 원고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어 원고가 국가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된 것이었고, 그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권리남용에 해당하게 된 원인행위는 이 사건 부대원들이 망인의 사인이 자살인 것처럼 적극적으로 조작·은폐하였던 것이었는데, 그 사인의 조작·은폐행위는 엄격한 상명하복이라는 수직적 지휘·통제체계에 의해 운영되는 군대조직 내에서 발생한 불법행위라는 특수성이 있는 점,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을 당시 피고는 이 사건 부대에 전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부대의 상황을 파악하거나 이에 대한 적응을 마치기 전이었던 점, 피고는 중대장의 지시에 따라 이 사건 부대원들이 망인의 실제 사망원인을 은폐하고 자살로 조작하는 과정에 부분적·소극적으로 관여하였던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망인의 실제 사망원인을 은폐하고 자살로 조작하는 과정에서 피고가 이를 적극적으로 주도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러한 경우에 원고가 피고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것은 신의칙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
라.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확정판결에 따라 망인의 유족들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한 원고로서는 피고를 상대로 구상금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국가배상법상 구상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2.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