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살인미수,보험사기방지특별법위반,상해,강요
2018노398 살인, 살인미수, 보험사기방지특별법위반, 상해, 강요
A
검사 및 피고인
김호준(기소), 강여찬(공판)
법무법인 유앤아이, 담당변호사 양병종
2019. 5. 17.
검사와 피고인의 항소를 각 기각한다.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1) 사실오인
가) 살인미수죄에 관하여
① 피고인이 피해자 C에게 마시도록 한 니코틴의 양은 치사량에 미치지 못하는 극히 소량으로 사망의 결과 발생이 불가능하고 위험성이 없으므로 살인의 불능범 내지 불능미수가 성립할 뿐이고, ② 피고인은 치사량이 아닌 점을 인식하고 상해의 고의로 음용하게 한 것일 뿐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 그럼에도 이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은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나) 살인죄에 관하여
피해자는 여러 번 손목을 긋는 등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는 점, 이 사건 당시 피해자의 양 팔에 주사흔이 여러 개인 점, 피해자가 사망 직전 피해자의 모친에게 남긴 음성메시지의 내용, 피해자가 사망하기 직전 유서를 작성하였던 점 등을 종합하면, 피해자가 스스로 자살을 하는 과정에서 피고인이 이를 도왔을 뿐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한 사실이 없고, "피고인이 불상의 방법으로 신경안정제 등 인체에 무해한 약물을 주사하는 것처럼 피해자를 기망하여 피해자에게 니코틴을 주사하였다."는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음에도 살인죄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은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다) 보험사기방지특별법위반죄에 관하여
피고인은 구두로 보험금 청구의 의사를 밝힌 사실은 있으나,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를 구비하지 못하여 실제로 보험금 청구를 한 적은 없는바, 실행의 착수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음에도, 이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은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2) 심신장애
피고인의 범행 전후 및 수사기관에서의 행위태양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은 과대망상증, 강박증 등의 정신병적 질환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에 있었다.
3)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무기징역)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
나. 검사(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은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
2. 판단
가. 사실오인(피고인)
1) 살인미수죄에 관한 판단
가)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이 부분 항소이유와 동일한 취지의 주장을 하였고, 원심은 아래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에게 피해자 C(이하 살인미수죄에 관한 판단 부분에서는 '피해자'라고만 한다)에 대한 살인의 고의가 있고, 피고인의 행위가 사망의 결과발생 가능성이 없는 불능범 또는 불능미수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1) 살인의 고의와 관련하여
①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치사량의 니코틴원액을 마시도록 강권하였다. 범행 당시 피고인과 피해자는 도수가 약한 칵테일을 세 잔 정도 마셨고, 숙취해소제가 필요할 정도로 술을 마시지 않았다(증거목록 순번 41, 증거기록 제827쪽).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니코틴원액 한 방울을 넣은 숙취해소제를 건네주었고, 이를 받아 마시던 피해자는 역한 냄새와 쓴 맛에 더 이상 마시지 않고, 피고인에게 물을 가져다 달라고 하였으나, 피고인은 숙취해소에 좋은 것이라며 계속하여 위 숙취해소제를 마실 것을 강권하였다. 피해자가 재차 이를 거부하자, 이번에는 피해자에게 니코틴원액 한 방울을 넣은 물을 가져다주었다. 피해자가 위 물 역시 역한 냄새로 마시기를 거부하였음에도 피고인은 계속하여 피해자에게 위 물을 마실 것을 강권했다.
② 피고인은 검찰에서 "니코틴을 마셨을 때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 알고 싶었다"고 진술하기도 하였다(증거목록 순번 89, 증거기록 제1850쪽). 피해자는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니코틴 중독 증상을 심하게 겪었고, 피고인은 그와 같은 피해자의 상태를 보고 있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③ 위 일본여행 당시 피고인은 여전히 B과 사귀고 있었고, 피고인은 피해자의 항공권, 숙박료뿐만 아니라 해외여행보험료도 부담하였다.
④ 피해자는 피고인과 일본 여행을 떠나기 전에 아래와 같이 피고인의 강요에 못 이겨 해외여행보험을 가입하였다(증거목록 순번 41, 증거기록 제822, 823쪽). 피고인이 피해자의 해외여행보험신청서까지 직접 작성하였는데, 피고인과 피해자는 부부도 아니고 연인도 아니었음에도 각자 해외여행보험계약의 보험수익자를 상호로 지정하였다(증거목록 순번 50, 증거기록 제913쪽).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현금을 찾아오게끔 하여 피해자는 구체적인 보험계약의 내용에 관한 설명을 제공받지 못한 채 위 신청서에 서명만 하였다. 이와 같이 피해자의 해외여행보험에 관여한 피고인의 행동은 상식적인 관점에서는 납득이 되지 않는다.
⑤ 피고인은 B을 살해한 후 아래와 같이 메모장에 피해자와의 일본여행과 관련한 자신의 의도와 변명할 내용을 정리하였다(증거목록 순번 78, 증거기록 제1621쪽). 이는 피고인 스스로도 자신의 행동이 범죄로 의심받아 수사대상이 될 것임을 예상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2) 불능범 또는 불능미수 주장에 관하여
피고인 및 변호인이 인정하는 바와 같이 5㎖(= 5g = 5,000㎎)가 니코틴원액 약 60방울로 구성된다면 니코틴원액 1방울은 약 0.0825g, 즉 약 82.5㎎(= 5㎖ ÷ 60방울 × 990㎎)의 니코틴함량을 갖게 되고, 결국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사용한 니코틴원액 두 방울의 니코틴함량은 약 165㎎(= 82.5㎎ × 2)으로 니코틴의 경구투여 반수치사량을 세 배 이상 초과하고, 한 방울만으로도 반수치사량을 초과한다. 실제로 피해자는 앞서 본 바와 같이 니코틴을 탄 액체를 뱉어냈음에도 불구하고, 니코틴 중독 증상을 일으켜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상태가 되었고, 몇 시간 동안 두통, 어지러움 등에 시달리다가 잠이 들었다. 따라서 피고인이 준 니코틴을 마셨을 경우 사망의 결과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나) 이 법원의 판단
원심이 적절히 설시한 사정에 더하여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하여 채택한 증거들을 종합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99%의 퓨어니코틴은 소량에 의해서도 생명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진술하였던 점(증거목록 순번 64, 증거기록 제1192쪽), ② 피고인은 피해자와의 일본여행과 관련한 자신의 의도와 변명할 내용을 정리한 메모에 대하여, '사람한테 먹이는 것은 처음이라서 혹시 피해자가 먹고 죽을까봐 걱정되기도 해서 자살했다는 가정을 하고 미리 답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진술하기도 한 점(증거목록 순번 106, 증거기록 제2055쪽), ③ 실제로 피고인은 니코틴 음용의 위험성 때문에 니코틴이 든 숙취해소제를 마시지 않았고, 오로지 피해자에게만 니코틴을 탄 숙취해소제와 물을 마시도록 하였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에게 피해자에 대한 살인의 고의가 있었고 피고인의 행위가 불능범 내지 불능미수라고 보기 어렵다고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수긍이 가고, 거기에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없다[만일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대로 피해자에게 건넨 숙취해소제 및 물에 들어간 니코틴의 용랑이 치사량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이는 구체적 위험성(니코틴원액 음용의 위험성에 대하여는 원심판결문 제8, 9쪽에 자세하게 설시되어 있다)이 발현된 행위로 "불능범"이 될 수 없고 "불능미수"의 문제로 돌아갈 뿐인데, 형법 제27조에서는 '불능미수의 경우 처벌하되,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어 피고인의 이와 같은 행위를 살인미수죄로 의율하는데 아무런 장애가 없다]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2) 살인죄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그와 같은 심증이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하여 형성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경험칙과 논리법칙에 위반되지 아니하는 한 간접증거에 의하여 형성되어도 되는 것이며, 간접증거가 개별적으로는 범죄사실에 대한 완전한 증명력을 가지지 못하더라도 전체 증거를 상호 관련 하에 종합적으로 고찰할 경우 그 단독으로는 가지지 못하는 종합적 증명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그에 의하여도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가 있다. 여기서 합리적 의심이라 함은 모든 의문, 불신을 포함하는 것이 아니라 논리와 경험칙에 기하여 요증사실과 양립할 수 없는 사실의 개연성에 대한 합리적 의문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황을 사실인정과 관련하여 파악한 이성적 추론에 그 근거를 두어야 하는 것이므로, 단순히 관념적인 의심이나 추상적인 가능성에 기초한 의심은 합리적 의심에 포함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3도4172 판결, 대법원 2013. 2. 14. 선고 2012도11591 판결 등 참조).
또한 살인죄 등과 같이 법정형이 무거운 범죄의 경우에도 직접증거 없이 간접증거만에 의하여 유죄를 인정할 수 있고, 살해의 방법이나 피해자의 사망경위에 관한 중요한 단서가 일부 멸실된 경우라 하더라도 간접증거를 상호 관련 하에서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살인죄의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12. 9. 27. 선고 2012도2658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이 법원에서와 같은 취지의 피고인의 주장에 대하여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피해자 B(이하 살인죄에 관한 판단 부분에서는 '피해자'라고만 한다)의 사망 무렵 피해자에게 자살을 할 아무런 동기가 없는 점, 그에 반해 피고인에게는 피해자를 살해할 동기가 있고, 그에 관한 세부적인 계획을 세운 정황이 포착되는 점, 피해자의 자살과는 부합하지 않는 여러 객관적인 정황이 존재하는 점, 피해자의 사망 후 피고인이 이해할 수 없는 언행들을 보인 점 등을 자세하게 설시하고(원심판결문 제11 내지 21쪽), 그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원심 판시 제3의 나.항 범죄사실과 같이 보험금을 수령할 목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한 사실은 충분히 인정된다고 결론지었다.
다) 이 법원의 판단
이 사건과 같이 피고인과 피해자 두 사람만 있던 중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 피고인이 살인 범행 자체를 부인하고, 이를 입증할 수 있는 목격자의 진술 · 범행 장면이 찍힌 CCTV 등이 없다면, 검사가 피고인만이 알고 있거나 피고인이 밝히지 않는 범행 당시 상황, 범행 전후 연결고리 등을 빠짐없이 찾아내어 오로지 간접사실만으로 공소사실 일체를 어떠한 의문도 없이 완벽히 입증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더군다나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은 피해자의 자살을 도와주었을 뿐이라고 주장하며 수사를 받을 당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수시로 자신의 진술을 번복하고 있고, 피해자의 혈관에 꽂혀진 카테터를 통하여 니코틴이 투여됨으로서 피해자가 사망하는, 일견 보기에는 피해자가 스스로 자신의 죽음을 실행한 듯한 외관이 형성되어 있어, 공소사실을 입증하는 데 어려움이 배가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원심이 적절히 설시한 사정에다가, 원심과 이 법원이 적법하게 조사하여 채택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간접사실 및 그로부터 추론할 수 있는 사정들, 즉 범행동기와 관련된 피고인의 경제적 관념 및 목표, 범행 준비과정 내지 계획으로 볼 수 있는 정황들, 이 사건 발생 전후 피고인의 행적 및 행태, 피해자의 자살가능성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불상의 방법으로 신경안정제 등 인체에 무해한 약물을 주사하는 것처럼 피해자를 기망하여 피해자에게 니코틴을 주사하여 피해자를 살해하였다."는 이 부분 공소사실은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 따라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이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는 피고인의 주장은 단순히 관념적인 의심이나 추상적인 가능성에 기초한 의심에 불과하여 합리적 의심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
(1) 피해자의 자살가능성과 관련하여
(가) 피고인은, 피해자가 모친으로부터 경제적인 압박 등을 받아 우울증에 걸려 2017. 2.경 자살을 결심하게 되었고 신혼여행에서 자살하기로 예정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원심이 적절하게 설시한 사정(원심판결문 제12 내지 15, 18 내지 20쪽)에다가 아래와 같은 사정을 더하여 보면, 피해자에게 자살의 동기가 있다고 볼 수 없고, 피해자가 자살에 의해 사망하였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믿기 어렵다.
①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피해자가 자살을 결심할 정도로 피해자의 모친으로부터 학대를 받는 등의 억압 받는 상황이었다면, 피해자가 2016. 2.경부터 8.경까지 약 6개월 간 피고인의 누나 명의 아파트에서 동거를 하다가 특별한 이유 없이 동거를 끝내고 피해자의 집에 다시 들어가 생활하고, 특히 혼인신고 후에도 각자의 집에서 생활을 할 이유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는 피고인과 신혼여행을 갈 당시 피해자의 모친에게 '엄마 나 1주일 정도 집에 못 와'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등(증거목록 순번 2, 증거기록 39쪽), 다시 귀가 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내기도 하였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모친으로부터 경제적인 압박을 받고 어린 동생들을 돌봐야 하는 상황이 힘들다고 생각해 왔을 수는 있어도, 피해자가 자살을 결심할 정도로 모친으로부터 학대를 받는 상황이었다는 것을 인정하기 어렵다.
② 피해자가 사망 이전 몇 차례 자해를 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피고인은 '피해자가 2016년 초경부터 자해를 하기 시작하였다'면서 주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헤어지자고 한 때나 피해자가 술을 많이 마신 때 자해를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증거목록 순번 37, 증거기록 제702쪽). 피해자의 친구인 V는 2016. 8.경 피해자가 자해한 사진을 보내면서 '너무 힘들어'라는 메시지를 보내 피해자를 찾아갔는데, 피해자가 자해 이유를 '남자친구(피고인)한테 맞았고, 너무 힘들어서 자해한 거야'라고 말하였다고 진술하였다(증거목록 순번 96, 증거기록 제1931쪽). 이러한 점으로 미루어 볼 때, 피해자는 피고인의 폭력 등 피고인과의 관계로 인한 스트레스로 자해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
③ 피고인은 피해자가 평소에도 술에 취하면 우울감에 빠져 자해를 하고 자살하겠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곤 했었고, 이 사건 당시에도 피해자가 술에 많이 취하여 감정이 격해지면서 원래의 계획과 다르게 신혼여행 첫날 자살을 결심하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이 2017. 4. 25. 00:14경 찍은 동영상 속 영상(증거목록 순번 33, 증거기록 제 607쪽)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는 말을 또렷이 하고, 걸음걸이도 정상적으로 보이는 등 취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사망 당시 피해자의 혈액에서 알코올이 검출되지도 않았다[변사사건기록 및 부검감정서(번역본)]. 즉, 객관적 사실과 어긋나는 '피해자가 자살 당시 만취상태였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믿을 수 없다.
④ 피해자는 2017. 4. 25. 02:31경 모친에게 음성메시지(증거목록 순번 10, 11, 증거기록 제201-1쪽)를 전송하였는데, 그 내용은 가족으로부터 피고인이 환영받지 못함을 피해자가 서운해 하면서 귀가해도 환영받지 못할 것 같으니 앞으로 딸 없는 셈치고 잘 살으라는 취지일 뿐 자살을 앞둔 유언의 내용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여기서도 피해자는 자신이 술을 마신 상태라고 밝히고 있으나 앞서 본 바와 같이 당시 피해자의 혈액에서는 알코올이 검출되지 않았으며 실제 그 목소리도 술에 취해 있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⑤ 피고인은 2016. 11. 30.경 피해자에게 반성하라는 의미에서 유서를 쓰게 한 적이 있으나 더 이상 갖고 있을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위 유서를 갖고 있지 않고 없앴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증거목록 순번 65, 증거기록 제1186, 1187쪽). 그러나 피고인의 부친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피해자의 유서로 보이는 메모 2장이 발견되었고(증거목록 순번 76, 증거기록 제1611, 1634, 1635쪽), 위 메모 중 '19년 살아온', '2016. 11. 30.', '19살 소녀' 부분만 두 줄로 삭선이 그어져 있는데, 이는 모두 그 유서의 작성 시기를 추론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나) 피고인은 당심에 이르러 피해자가 사망하기 직전 작성한 것이라면서, 별지1 기재와 같은 내용의 유서(이하 '당심 제출 유서'라고 한다)를 제출하였고, 이에 대한 필적감정 결과 피해자의 필적 및 피고인의 필적 모두와 상이점, 유사점이 존재하여 판단할 수 없다고 회보되었다. 그러나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해자가 당심 제출 유서를 작성한 것인지 의문스럽다.
① 당심 제출 유서에는 피해자가 바람을 피워 피고인에게 잘못을 했고, 피해자가 자살을 하면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될 것이며, 보험료가 아깝다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다. 그러나 ㉠ 피해자가 피고인의 매형인 Q과 모텔을 간 것은 2016. 8. 25.경이고 피고인은 그 무렵 이를 알게 되었는바, 약 8개월 지난 이 사건 당일 작성한 유서에 이를 기재하며 자책한다는 것은 쉽사리 믿기 어려운 점, ㉡ 피해자로부터 '바람기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피고인의 주장 외에는, 피해자가 다른 남자와 부적절한 만남을 가졌다는 사실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는 점, ㉢ 피해자가 피고인 및 가족들에게 자살을 함으로써 보험금을 지급할 의사가 있었다면, 이 사건 유서와 같이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을 것을 예견하는 취지의 유서를 작성하였을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 당심 제출 유서는 일반 학습용 노트의 중간 페이지 정도에 기재되어 있었고 노트 맨 앞에 몇 장은 뜯겨져 나갔으며 위 유서 이외에는 다른 내용이 전혀 기재되어 있지 않았는바, 신혼여행을 가면서 위 빈 노트를 가져가 유서를 작성하고 이를 챙겨 다시 돌아왔는데 당심에 제출할 때까지 소홀히 다루었다는 점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점, ㉤ 당심 제출 유서에는 "술을 너무 많이 마셔 제 정신이 아닌 게 지금 딱 죽기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기재되어 있는데, 앞서 본 바와 같이 객관적 증거에 의하면 피해자는 술을 마시지 않은 상태였다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당심 제출 유서는 피해자가 사망하기 직전 작성된 것이라고 믿기 어렵다.
② 살인범으로 추궁 받은 피고인의 입장에서, 피해자가 자필로 기재한 유서의 존재는 피고인에게 유리한 결정적 증거라고 할 수 있음에도, 피고인은 피해자의 자살을 도와주었을 뿐이라고 진술을 번복한 제3회 경찰 피의자신문 시(2018. 3. 20.)부터 당심 제4회 공판기일(2019. 3. 20.)에서 "음성메시지로 유언을 남기기로 결정했습니다. 유언을 남겼고, 그 다음에 유서를 작성했습니다."라고 진술하기 전까지, 피해자가 모친에게 보냈다는 음성메모 외에 당심 제출 유서를 언급한 바가 전혀 없었다. 그 이후 당심 제출 유서는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가 제기된 때로부터도 1년 가까이 경과한 2019. 4. 11.에서야 제출되었다. 이와 같이 피고인이 당심 제출 유서의 존재를 언급하고 이를 제출한 시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 사건 유서가 진실한 것인지 상당한 의구심이 든다(피고인은 같은 공판기일에 "음성메시지를 보낸 후에 유서를 작성하였습니다. 그 유서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오늘은 어디를 놀러가서 즐거운 날인데, 나는 지금 자살을 하려고 한다. 나는 오빠와 결혼을 한 상태이고, 내 옆에 있는 주사기로 자살을 하려고 한다' 이런 명확한 내용의 유서를 작성하였습니다."라고 진술하여, 당심 제출 유서의 내용을 명확하게 알고 있었음에도 수사 개시 이래 그 때까지 이에 대하여 한 마디 언급도 하지 않은 점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2) 피고인의 살인 범행을 추단할 수 있는 정황들
(가) 수사기관에서부터 당심에 이르기까지 피해자의 사망 경위에 관한 피고인의 진술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일관되지 않은바, 피해자와의 관계, 피해자에 대한 태도, 피고인의 니코틴원액 구입 과정, 피고인이 작성한 메모 등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피고인의 진술 번복은 단순히 자신이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한 의도, 혹은 피해자의 사망보험금을 취득하기 위한 의도였다기보다는, 피고인이 저지른 이 사건 범행이 드러나는 것을 회피하려는 목적에서 그때그때 상황에 맞추어 진술을 꾸며내고 있기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인다.
① 피해자가 자살을 결심한 경위와 관련하여, ㉠ 피고인은 제3회 경찰 피의자신문 시에 이르러 '피해자가 자살을 결심하여 자살을 도와준 것 뿐'이라고 처음으로 진술하면서, 피해자가 2017. 2.경 피고인에게 '피고인의 메모나 일기를 보았는데 내가 오빠랑 혼인신고를 하고, 신혼여행을 가서 행복하게 놀고, 거기서 자살을 해서 보험금이라도 주고 떠나겠다.'는 취지로 진지하게 말을 하였고, 이에 피해자와 신혼여행에 가서 자살하기로 합의하여 소위 '자살여행'을 간 것이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증거목록 순번 65, 증거기록 제1286 내지 1288쪽). ㉡ 이후 제4회 검사 피의자신문 시에는 '2017. 2.경 피해자가 홧김에 죽고 싶다고 말하기는 하였으나 자살하기로 결심한 것은 아니었고, 신혼여행 중 우발적으로 술에 취한 피해자가 죽고 싶다는 말을 꺼내자 이를 부추겨 우발적으로 자살하게 한 것이다.'라는 취지로 진술을 번복하였다(증거목록 순번 99, 증거기록 제1955, 1956쪽). ㉢ 그러나 피고인은 제5회 검사 피의자신문 시 '사실은 신혼여행을 빙자한 소위 '자살여행'이 맞으며, 피해자는 2017. 2.경부터 자살을 결심한 것이 맞다.'는 취지로 다시 진술을 번복하였다(증거목록 순번 106, 증거기록 제2047쪽). 이러한 피고인의 진술 번복, 특히 마지막 제5회 검사 피의자신문 시 진술 번복의 경우 신문 시작 당시에는 제4회 신문과 동일하게 '피고인이 부추겨 피해자가 우발적으로 자살하게 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하다가, 검사로부터 '온전한 신혼여행이었다면 여행 준비물을 기록한 메모에 "유언장, 부모님 연락(B), B이 대본, 자살 약"이라는 부분을 왜 기재하였는지' 등에 관한 추궁을 받자 이를 모면하기 위하여 다시 기존의 입장으로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이해된다.
② 피해자의 니코틴 투약 경위와 관련하여서, ㉠ 제3회 경찰 피의자신문 시에는 '이 사건 당일 피해자와 함께 숙소에 돌아가 술을 마시고 성관계를 맺은 후 침대에서 피해자가 피고인의 휴대폰 메모기능을 이용하여 피해자의 모친에게 보낼 자살 내용을 작성하고, 피고인은 일부 내용을 수정한 뒤, 피해자가 피해자의 모친에게 전화를 했는데 받지 않아서 AF 음성메시지로 보내게 되었다. 이후 화장실로 들어가 피해자가 주사기에 니코틴을 넣어서 두 번을 찔렀으나, 혈관을 찾지 못하여 피고인이 다른 팔의 혈관을 찾아 바늘을 넣어줬고, 피해자가 니코틴 액을 주입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증거목록 순번 65, 증거기록 제1288 내지 1290쪽). ㉡ 범행재현 당시에는 침대에서 피해자와 함께 음성메시지를 보낼 내용을 작성한 뒤, 화장실에 들어가 카테터를 꽂기 전 피해자가 변기에 앉아 음성파일을 녹음한 뒤, 피해자와 작별인사를 하고, 피해자가 스스로 팔에 카테터를 꽂았으나 실패하여 피고인이 다른 팔에 혈관 찾는 것을 도와준 뒤 주사기를 연결하여 니코틴을 주입하였다는 형태로 재현하였다(증거목록 순번 81, 증거기록 제1649 내지 1651쪽). ㉢ 제2회 검사 피의자신문 시에는 '피해자의 팔에 카테터를 연결하여 주사기를 꽂아 놓은 후 피해자가 화장실 변기 위에 앉아 피고인의 핸드폰에 적어 둔 메모를 보고 피해자의 핸드폰에 녹음을 하여 피해자의 모친에게 전송하였다'고 진술하였다(증거목록 순번 87, 증거기록 제1802 내지 1804쪽). ㉣ 제4회 검사 피의자신문 시에는 '피해자와 함께 침대에서 피해자의 모친에게 보낼 메시지 내용을 작성한 뒤, 화장실에 가서 피해자의 팔에 카테터를 꽂고 니코틴이 들어 있는 주사기를 연결한 후 녹음파일을 보낸 다음 피해자에게 "준비되면 눌러라."라고 했는데 피해자가 머뭇머뭇하다가 살짝 눌렀으나, 반응이 없어 피고인의 손을 피해자의 엄지손가락 위에 올려놓고 조금 더 눌러줬다'고 진술하였다(증거목록 순번 99, 증거기록 제1953, 1954쪽). ㉤ 당심에 이르러서는 '피해자와 화장실에 함께 가 피해자가 변기에 앉은 상태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한 뒤, 피해자의 모친에게 두 차례 전화를 하였는데 받지 않아 원래 계획과 다르게 음성메시지로 유언을 남기기로 결정하여 유언을 남긴 뒤, 유서를 작성했다. 그 후 카테터로 피해자의 왼쪽 팔에 두 차례 혈관을 찾다가 실패하였고, 다시 반대쪽 팔 혈관에 찌르는데 성공하여 거기다가 주사기를 연결하고, 마지막으로 하고 싶었던 대화를 나눈 뒤 피해자가 결심을 해서 투약을 했다'고 진술하였다(당심 2019. 3. 20. 제4회 공판조서).
피고인은 피해자가 언제 어디서 모친에게 보낼 음성메시지의 내용을 작성했고 녹음했는지, 어디에서 주사를 투약하였고 누가 약물을 주입하였는지 등에 대하여 진술이 계속 바뀐다. 그런데 '피해자의 음성메시지'는 피고인이 피해자가 자살한 중요한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어 기억이 혼동될 정도의 세부적이고 부차적인 정황에 해당한다고 보이지 아니하는 점,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이후 대응계획을 세우는 등 치밀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점, 당심 제출 유서를 언급하면서 유서의 작성 경위를 추가하여 진술을 번복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단순히 기억의 혼동에 의한 진술의 변경이 아니라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피고인의 유리한 방향으로 진술을 번복하는 것으로 보인다.
③ 이 사건 현장감식 사진에 따르면, '피해자가 앉아 자살을 실행하였다'는 화장실 좌변기 안에 담배꽁초가 떨어져 있었고 좌변기 덮개가 올라가 있었다[변사사건기록 및 부검감정서(일본어)]. 당심에서 피고인에게 일본 경찰이 출동한 다음 벌어진 일에 대하여 묻자, 피고인은 '집에 들어가는 출입문 밖에 있었다, (일본 경찰이 현장을 차단해서) 두 시간 동안 밖에 있다가 바로 중요한 짐만 들고 경찰서로 가자고 해서(그렇게 했다)'고 진술하였다. 이어서 피고인에게 '일본 경찰이 찍은 현장감식 사진을 보면 변기(덮개)가 올라가 있고 그 안에 담배꽁초가 떨어져 있는데 그 담배꽁초는 누구 것인지' 묻자, 피고인은 '경찰이 온 후에 방안을 한참 뒤지고 있을 때 제가 담배를 피우고 싶다고 하니까 저 혼자 밖에 나가면 안된다고 방에서 조금 피우라고 해서 꽁초를 변기에 버렸다'며, '제가 말씀을 잘못 드렸던 것 같은데, 경찰 내용을 보시면 처음에는 방안에서 어떤 것을 물어보고 20~30분 후에 밖에서 제가 2시간 동안 격리되었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이처럼 피고인은 당심 법정에서도 자신이 방금 전 한 진술과 다른 정황이 제시되자, 자신의 그 전 진술을 아무렇지도 않게 뒤집고 있다. 통상 엄격히 통제되는 사건 현장에, 특히 사람이 쓰러져 사망한 바로 그 장소에, 출입을 허용하고 담배까지 피우게 하면서 담배꽁초까지 버릴 수 있게 해 주는 경찰관은 상정하기 어렵고, 일본 경찰이라고 하여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좌변기 안의 담배꽁초는 경찰이 출동하기 전에 피고인이 버렸을 개연성이 상당한데, 이는 피고인이 사건 현장을 훼손한 것일 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실제 사망한 장소가 화장실 변기 위가 아닐 수도 있음을 강하게 시사한다.
(나) 원심이 적절하게 설시한 사정들(원심판결문 별지1을 포함한 원심판결문 제16 내지 18쪽)에 더하여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더하여 보면, 피고인이 니코틴원액을 구입하고, 이를 피해자에게 투약하기 위한 치밀한 사전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① 피고인은 2016. 12.경 이 사건 범행에 사용된 '퓨어니코틴' 10㎖ 두 병을 구입하기 위하여 C에게 부탁하여 C으로 하여금 AH 인터넷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C 명의로 구입한 뒤 C의 주거지로 배송을 받고 2016. 12. 20.경 C으로부터 이를 건네받았고, 2016. 12. 19. C과 함께 아산 AI에 있는 AJ조합 근처의 전자담배판매점을 방문하여 니코틴 5㎖(60방울)을 구매하면서 C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고객카드에 적도록 하였다. 피고인은 이에 대하여 수사기관에서부터 전자담배 액상을 만들 목적으로 니코틴원액을 구입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정, 즉 ㉠ 피고인은 C을 통하여 니코틴원액을 C의 주소로 배송한 이유에 대하여 니코틴을 변색되지 않게 보관하기 위함이었다고 하면서도, 특별한 보관방법이 있는 것이 아니라 냉장고 냉동실에 보관하는 것이라고 하는 등 C의 명의로 주문하고 C의 주거지 주소로 배송 받은 것에 대하여 명확한 설명을 하고 있지 못하는 점, ㉡ 피고인은 C을 통하여 퓨어니코틴을 구입하기 이전에는 퓨어니코틴을 구매한 적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증거목록 순번 106, 증거기록 제2056쪽), ㉢ 피고인은 2016. 12. 19.경에도 C과 함께 니코틴 5㎖(60방울)을 구매하면서 C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고객카드에 적도록 하는 등 피고인이 니코틴원액을 구입하였다는 것이 드러나지 않는 방법으로 입수하였던 점, ㉣ 피고인이 투명액체인 퓨어니코틴을 아무런 기재도 되어 있지 않은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갔는바, 이는 피해자로 하여금 그것이 퓨어니코틴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점, ㉤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약 4개월 전에도 C과 함께 여행자보험을 가입한 뒤 일본으로 가서 니코틴원액을 C에게 음용하도록 하여 C을 살해하려다가 미수에 그치기도 한 점, ㉥ 피해자는 혈관 내 다량의 니코틴 투여에 따른 급성 니코틴 중독으로 인하여 사망한 것인 점 등에 비추어, 전자담배 액상을 만들 목적으로 니코틴원액을 구입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② 피고인은 2015. 7.경 피해자를 알게 된 후 2015. 9. 30.경부터 피해자와 교제하게 되었고, 2016. 6.경 피해자의 부모에게 결혼을 하겠다는 이야기를 처음으로 하였으나, 피해자의 부모가 피해자와 피고인이 아직 어리다는 이유로 거부를 하였고, 2016. 10. 중순경에는 결혼이 아니더라도 혼인신고를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를 하는 등 피해자와의 혼인신고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증거목록 순번 2, 증거기록 제40쪽).
③ 피고인은 경찰 피의자신문 시 '2015년 말경부터 2016년 초경까지는 돈을 모을 방편으로 피해자가 성년이 될 경우 혼인신고를 함으로써 법적 상속 지위를 취득하여, 피해자가 사망할 경우 보험회사로부터 사망보험금을 배우자인 피고인이 수령할 수 있도록 보험을 가입한 후, 신혼여행을 빌미로 일본으로 출국하여 피해자를 살해할 것을 계획한 적이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하였다(증거목록 순번 37, 증거기록 제648쪽).
④ 피고인은 피해자 사망 이후인 2017. 5. 19.경 수사기관에 대하여 피해자가 자살한 것이라고 주장하기 위하여 별지2 기재와 같은 메모를 작성하기도 하였다.
(3) 살해 방법과 관련하여
(가)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2016년 초경부터 피해자가 사망하기 1~2주 전까지 피해자가 힘들어할 때, 피고인이 처방받은 디아제팜, 뉴프람정, 생시발 등의 약을 갈아서 식염수와 섞어 희석시킨 후, 그 물에 필터를 넣고 주사기로 빨아드려 주사하는 방법으로 피해자와 서로에게 약 10 내지 20회 정도 투약을 해준 적이 있다'는 취지로 수사기관 및 원심 법정에서 일관되게 진술하여 왔다(증거기록 제1151, 1157, 1806, 1807, 2032, 1956, 1957쪽). 그러나 피고인은 당심에 이르러 '피해자와 주사기를 이용하여 신경안정제 등을 투약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을 번복하였는데, 이는 피고인의 기존 진술이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을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나) 카테터를 이용하는 것은 주로 주사를 많이 놓아 본 사람이거나 전문가가 하는 것이고 정맥주사는 혼자서 주사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보이는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피해자와 함께 혈관주사를 투여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 피고인은 피해자와 함께 일본으로 여행을 가기 전 과산화수소수, 솜 및 면봉 등이 들어있는 응급구조키트를 구매하였고, 피해자와의 일본 여행 당시 피고인이 처방받은 정신과 약과 식염수를 챙겨갔었다고 진술하였는바(증거목록 순번 64, 증거기록 제1153, 1154쪽), 이들은 모두 신경안정제 등을 투약하기 위해 필요한 물품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피고인이 피해자와 함께 일본으로 여행을 가기 직전 2017. 4. 22. 녹음한 내용(증거목록 순번 32, 33, 증거기록 제606쪽)을 들어보더라도 피고인은 범행과 관련하여 챙겨가야 할 물품 중 하나로 '안정제'를 언급하고 있다.
(라) 피해자가 사망한 화장실의 휴지걸이 위에 혈흔이 묻은 거즈가 놓여 있던 점(일본 수사기관의 현장검증조서)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에게 카테터 내지 주사기를 꽂을 당시 소독을 위하여 거즈를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자살할 의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주사기 내지 주사 상처를 소독하는 것은 이례적인 것이고,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피고인이 인체에 무해한 약물을 주사할 것이라는 생각에 소독 거즈를 사용하였다고 봄이 자연스럽다.
(마) 피고인은 '피해자가 (왼팔)혈관에 카테터를 두 번 꽂았다가 실패를 하자 피고인이 반대 팔에 카테터를 꽂아주었고, 이후 니코틴이 들어있는 주사기를 카테터에 연결해서 피해자가 눌렀다'고 진술하였으나(증거목록 순번 71, 증거기록 제1463쪽), 법의학 전문의인 AX 박사는 '피해자의 오른팔 주사침흔 부위는 주변에 많은 출혈이 동반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의학적으로 혈관내로 주사바늘을 쉽게 주입하기 어려운 장소'로 판단하고 있고(증거목록 순번 100, 증거기록 제1964쪽), 피해자의 왼팔 두 곳의 주사흔에도 니코틴이 검출되었는데[변사사건기록 및 부검감정서(번역본)], 피고인은 이에 대하여 납득할 만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4) 이 사건 발생 후의 피고인의 행적 및 행태
원심이 설시한 사정(원심판결문 제20, 21쪽)에다가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인은 피해자가 사망한 당일인 2017. 4. 25. 20:50경부터 21:02경까지 일본에 거주하는 피고인의 지인에게 "○○야 일본에서는 저녁에 어떤거 하고 놀아야 하노?", "지금 일어났는데 할게 없네" 등의 문자를 보내고, 혼자 관광을 하고 일본인 여자 두명을 만나 즐겁게 놀기도 한 점, ② 2017. 6. 2. 차안에서 다른 여자에게 자위기구를 이용하여 피고인에게 자위를 하도록 시키고 이를 촬영한 점, ③ 2017. 8. 26.경 U 게시판에 '나도 약물주사 맞고 3초 만에 뒤지고 싶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한 점 등을 더하여 보면, 피고인은 사랑하는 배우자를 잃은 사람의 태도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행동들을 하였다.
3) 보험사기방지특별법위반죄에 관한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 이 부분 항소이유와 동일한 취지의 주장을 하였고, 원심은 판결문에 위 주장에 대한 판단을 설시(원심판결문 제21, 22쪽)하여 주장을 배척하였는바, 원심의 판단을 원심 및 당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과 대조하여 면밀히 검토해 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피고인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의 위법이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 또한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나. 심신장애(피고인)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심신장애 주장을 하였고,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판시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할 때, 우울증 치료 경력이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당시 사물을 변별할 능력 내지 의사를 결정할 능력을 상실하였거나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원심의 판단에다가 당심에서 이루어진 '피고인에게 정신과적 진단이 없다'는 정신감정 결과를 더하여 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고, 거기에 피고인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양형부당(피고인 및 검사)
우리 형사소송법이 취하는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주의 하에서 존중되는 제1심의 양형에 관한 고유한 영역과 항소심의 사후심적 성격을 감안하면, 제1심의 양형심리 과정에서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항과 양형기준 등을 종합하여 볼 때에 제1심의 양형판단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평가되거나, 항소심의 양형심리 과정에서 새로이 현출된 자료를 종합하면 제1심의 양형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형의 양정이 부당한 제1심판결을 파기함이 상당하다. 그와 같은 예외적인 사정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제1심의 양형판단을 존중함이 바람직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살인죄는 대체 불가능한 존귀한 가치인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반인륜적인 범죄로서 어떠한 이유로도 합리화되거나 용납될 수 없다. 더군다나 이 사건 살인범행은 피고인이 사망보험금이라는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하여 연인관계였던 피해자 B이 성년이 된 직후 혼인신고를 하여 법적상속인으로 된 후 신혼여행을 빌미로 떠난 해외여행에서 피해자를 살해한 것으로, 피고인이 범행을 용의주도하게 계획하고 치밀하게 준비한 것이다. 피해자는 사랑하는 남편이었던 피고인이 자신을 살해한다는 배신감 속에 니코틴 중독으로 인한 극심한 고통을 겪었을 것인데, 피고인은 당심에 이르기까지 피해자 B이 자살하는데 있어 도움을 준 것이라고 살인범행을 부인하며 수사과정에서부터 사소한 부분까지 적극적으로 거짓말을 하면서 진실을 은폐하고 증거의 허점만을 주장하는 등 인간으로서 보일 수 있는 최소한의 염치도 보이지 않고 있다. 가족을 잃게 된 피해자 B의 유족들은 평생 치유하기 어려운 정신적 피해를 입게 된 것도 모자라, 피고인으로부터 '피해자 B이 모친으로부터 학대를 당하여 자살한 것이다'라고 모함받는 등 이 법원에 이르기까지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을 계속하여 받고 있다. 피고인은 이 법원 최후 변론에서야 비로소 '피해자 B의 유족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있지만, 이어진 구구절절한 자기변명에 가려져 사과의 진정성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피고인은 이 사건 살인범행 외에도 피해자 B에게 폭력과 강요 행위를 자행하여 왔고, 피해자 C을 살인하려다가 미수에 그치는 등 극단적인 인명경시 성향을 드러냈는바, 피고인에게 마땅히 그 범죄에 상응하는 응분의 형벌을 과하여 피해자 B의 억울한 죽음과 유족들의 심정을 위로하고, 나아가 무고한 사람의 생명을 침해한 자는 반드시 그 범죄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원칙을 천명하여 이와 같은 범행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매우 크다는 점에서 형법 제250조에서 정한 최고형인 사형의 선택을 고려할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형은 인간의 생명 자체를 영원히 박탈하는 냉엄한 궁극의 형벌로서 문명국가의 이성적인 사법제도가 상정할 수 있는 극히 예외적인 형벌이라는 점, 피고인에게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과 함께 피고인의 성장 및 인격 형성과정 등까지 모두 고려하면, 피고인을 사형에 처하여 피고인의 생명 자체를 박탈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누구라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대법원 2003. 6. 13. 선고 2003도924 판결 등 참조).
따라서 피고인의 생명 자체를 박탈하기보다는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하여 재범을 방지하는 한편, 피고인으로 하여금 향후 기간의 정함이 없이 사회로부터 격리된 상태에서 수감생활을 통하여 자신의 잘못을 진정으로 참회하고, 피해자 B 및 피해자 B의 유족들과 피해자 C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결국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정상들을 참작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기징역형을 선고한 것이 너무 가볍거나 무거워 부당하다고까지 할 수는 없고, 당심에서 양형조건에 별다른 사정변경을 찾아볼 수 없으므로 원심의 양형을 존중함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인과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3. 결론
그렇다면 검사와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다만, 형사소송규칙 제25조에 의하여 직권으로, 원심판결문 제4쪽 7째줄의 "피해자(J생)를 설득하여"를 "피해자(BB생)를 설득하여"로 경정한다].
재판장 판사 이준명
판사 류재훈
판사 이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