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이의등][공1996.9.15.(18),2583]
[1] 부집행 합의의 법적 성질 및 그것을 위반하여 집행한 경우 청구이의 사유가 되는지 여부(적극)
[2] 공문서인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작성의 필적 감정의뢰 회보의 증명력
[1] 부집행의 합의는 실체상의 청구의 실현에 관련하여 이루어지는 사법상의 채권계약이라고 봄이 상당하고, 이것에 위반하는 집행은 실체상 부당한 집행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민사소송법 제505조 가 유추적용 내지 준용되어 청구이의의 사유가 된다.
[2]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수사기관으로부터 약정서의 필적에 관한 감정을 의뢰받아 관계자들의 시필을 채취하여 감정한 결과 그 작성 명의인의 서명필적은 그의 실제 필적과 동일성이 인정되어 이를 회보한다는 내용의 감정의뢰 회보는, 진정성립이 추정되는 공문서이므로 별도의 신빙성 있는 반대 자료가 없는 한 이를 배척하고 그 기재와 어긋나는 사실인정을 할 수는 없다.
[1] 민사소송법 제505조 , 제510조 제6호 [2] 민사소송법 제187조 , 제327조
원고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윤영철)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제1점에 대하여
부집행의 합의는 실체상의 청구의 실현에 관련하여 이루어지는 사법상의 채권계약이라고 봄이 상당하고 이것에 위반하는 집행은 실체상 부당한 집행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민사소송법 제505조 를 유추적용 내지 준용하여 청구이의의 사유가 된다 고 할 것이다. 같은 취지의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지적하는 바와 같은 청구이의 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는 받아들일 수 없다.
2. 제2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결에서 채용하고 있는 증거들을 종합하여, 피고가 1993. 5. 6. 15:15경 집행력 있는 이 사건 약속어음 공정증서의 정본에 터잡아 당시 원고의 주점포인 광주 서구 (주소 생략)에 있던 매장의 각종 의류를 압류하였다가 원고와 절충끝에 원고로부터 소외 주식회사 한성콜렉션이 원고에게 공급한 물품으로서 원고의 위 매장에 있어 위와 같이 압류되었던 의류를 모두 반품받고 위 약속어음 공정증서를 무효로 하기로 대체적인 의견의 접근이 이루어지자 그 반품의 편의를 위하여 우선 같은 날 17:40경 집행관에게 위 압류의 해제신청을 하고, 이어 다음날인 같은 달 7. 원고로부터 인원수배와 포장박스, 트럭의 확보 등의 지원을 받아 그 매장 내의 자신이 공급했던 물품 전부를 포장하고 이를 운송트럭에 실어 놓는 등의 반송절차를 마치고 나서 당시 소지하고 있지 아니한 위 약속어음 공정증서를 원고에게 반환하는 대신 원고의 요구에 따라 21:30경 이로써 확정적으로 위 약속어음 공정증서가 무효가 되었음을 인정하고 같은 취지의 "위 약속어음 공정증서를 본인의 모든 물품을 반품받고 이 증서에 대한 민·형사상 모든 권리를 무효로 한다."는 문언이 기재된 각서(갑 제4호증)를 작성하여 원고에게 교부하여 준 사실을 인정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지적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한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도 받아들일 수 없다.
3. 제4점에 대하여
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갑 제4호증(각서)에 의한 합의가 유효하여 일단 이 사건 약속어음 공정증서에 관하여 집행하지 않기로 합의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뒤인 1993. 7. 2. 원고와 사이에 다시 위 합의를 무효로 하기로 약정하였으므로 위 약속어음 공정증서에 기한 강제집행은 정당하다는 피고의 항변을 판단하면서, 원고와 피고 사이에 갑 제4호증에 의한 합의를 무효화시키는 새로운 약정이 있었다는 피고의 주장사실에 부합하는 을 제1호증(약정서사본)은 원고가 그 원본의 존재 및 진정성립을 부인하고 있는데 그 원본의 존재에 관하여는 을 제7호증의 7(피의자신문조서), 8(압수조서)의 각 기재나 원심 증인 소외 1의 증언 등에 의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으나, 그 성립의 진정에 관하여는, 이에 부합하는 위 을 제7호증의 7, 을 제7호증의 6(진술서), 11(필적감정의뢰 회보), 12(피의자신문조서)의 각 기재나 원심 증인 소외 2의 증언은 피고의 진술로서 피고의 주장에 다름 아니거나 그 감정은 수사의 필요에 따라 수사기관이 의뢰하여 감정인 선서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이루어진 데다가 그 결과 또한 기본적으로는 같은 성격의 감정인 갑 제10호증, 갑 제12호증의 1, 2(각 감정서)의 각 기재 내용과 다르며, 한편 위 증인은 원고와 불편한 관계에 있을 뿐더러 그의 증언 내용은 위 약정서의 작성 당일 원고와 피고가 같이 사무실로 와서 자신에게 그 약정서를 보여주어서 이를 본 사실이 있다는 것인데 갑 제19호증(행적표)의 기재와 원심 증인 소외 3의 증언 등에 의하면 위 증인은 그 약정서를 보았다는 1993. 7. 2.을 전후한 1993. 7. 1.부터 7. 3.까지는 부산, 구미 등의 지방출장으로 사무실에 부재중이었던 사실이 엿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이를 선뜻 믿기 어렵고, 을 제2호증(내용증명에 대한 회신), 을 제7호증의 1(수사기록표지), 을 제8호증(공소부제기이유고지)의 각 기재나 감정인 소외 4의 필적감정 결과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모자라며, 그 밖에 달리 이를 인정할 뚜렷한 증거가 없는 만큼 이를 증거로 쓸 수 없고, 그 밖에 달리 피고의 위 주장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피고의 위 항변을 배척하고 있다.
나. 먼저 기록에 의하면 원심이 믿을 수 없다고 하여 배척한 을 제7호증의 11(필적감정의뢰 회보)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1994. 4. 14. 서울지방검찰청 동부지청으로부터 이 사건 을 제1호증 전체의 필적의 동일 여부, 을 제1호증의 2행 및 16행의 필적과 원고의 필적의 동일 여부, 을 제1호증의 필적과 피고의 필적의 동일 여부에 관하여 감정을 의뢰받아 원고의 시필 2매 및 피고의 시필 1매를 채취하여 감정한 결과 을 제1호증 16행의 원고 명의 서명필적은 원고의 실제 필적과 동일성이 인정되어 이를 회보한다는 내용의 감정의뢰 회보로서 진정성립이 추정되는 공문서이므로, 별도의 신빙성 있는 반대 자료가 없는 한 이를 배척하고 그 기재와 어긋나는 사실인정을 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대법원 1990. 11. 23. 선고 90다카21022 판결 , 1995. 7. 14. 선고 95다21440 판결 각 참조).
그런데 원심이 을 제7호증의 11의 증명력을 배척하는 반증으로 삼은 증거들을 살펴보건대, 갑 제10호증, 갑 제12호증의 1, 2는 모두 원고가 개인적으로 한국문서감정원 또는 중앙인영필적감정원에 감정을 의뢰하여 얻은 감정서로서 공문서가 아닐 뿐 아니라, 원심이 들고 있는 사정 즉 을 제7호증의 11은 수사의 필요에 따라 수사기관이 의뢰하여 이루어졌다는 점은 오히려 위 을 제7호증의 11이 공적인 기관의 감정의뢰에 의하여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그 신빙성을 더할 수 있는 사정이 될 수 있을지언정 그러한 사정 때문에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할 수는 없으며, 달리 기록상 위 문서의 증명력을 배척할 만한 별도의 신빙성 있는 자료를 찾아보기도 어렵다.
뿐만 아니라 원고는 이 사건에서 시종일관 피고로부터 공급받은 물품에 대하여 일부는 송금하고 일부는 반품한 후 갑 제4호증을 작성하면서 나머지 물품 전부를 반품함으로써 더 이상 원고와 피고 사이에 채권채무관계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고, 원심이 채용하고 있는 갑 제8호증의 1, 2(거래장 표지 및 내용)의 각 기재와 원심 증인 소외 3의 증언에 의하면 갑 제4호증이 작성된 1993. 5. 7. 당시 원고의 피고에 대한 물품대금채무는 금 2억 1천만 원 상당(정확하게는 금 213,289,025원)인데 전량 반품하면서 각서를 받고 거래를 종료하였다는 것이나, 역시 원심이 채용하고 있는 갑 제21호증의 18(진술서)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는 피고에 대한 사기미수, 업무방해 사건에 대한 조사시에 피고가 원고의 점포에서 사진을 찍은 1993. 7. 초순경 원고의 점포에 남아 있던 벨로니떼 물품은 원고가 남원 남광백화점에 위탁판매하였던 물품으로서 갑 제4호증이 작성된 후 새로 들어온 것이라고 하였는데, 이 사건 원심 제11차 변론기일에서 진술된 원고의 1994. 12. 15.자 준비서면에서는 쌍촌, 무안, 창원, 목포, 여천, 군산 등 지역매장에서 계절이 지나 반품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원심 증인 소외 5도 위와 같이 지역매장에서 반품된 것이라고 증언하고 있는바, 원고가 보관하고 있는 피고의 물품이 원고의 지역매장에 있던 물건들이라면 아직 판매된 것이 아니어서 위 물건들에 대한 판매대금을 피고에게 지급한 것은 아닐 것이므로, 원고로서는 피고에게 위 물건의 대금을 지급하거나 이를 반품하여야 쌍방 계산이 맞을 것이다. 따라서 피고가 1993. 5. 7. 원고의 점포에 있는 피고의 물품을 반품받으면서 갑 제4호증을 작성교부해 줌으로써 원고와 피고 사이에 정산이 끝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피고는 이 때 피고가 원고에게 공급한 물품 중 일부에 대하여는 대금을 지급받고 일부에 대하여는 위 갑 제4호증을 작성하기 전까지 반품받은 후 위 갑 제4호증을 작성해 주면서 원고가 보관하고 있던 피고의 나머지 물품을 모두 반품받은 것으로 믿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이 1993. 7. 초순경 원고가 피고의 물품을 여전히 판매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면 피고가 원고에게 위와 같이 물품을 판매하고 있는 경위를 따지면서 을 제1호증과 같은 약정서의 작성을 요구하였을 수도 있다고 생각되므로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을 제1호증이 작성되었을 개연성도 있다고 인정된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원고가 갑 제4호증을 작성할 당시에 피고로부터 공급받은 물품 중 그 때까지 대금을 지급하거나 반품하지 아니한 나머지 물품은 모두 반품하였다고 하면서도 여전히 그 일부를 보관하고 있는 경위 등에 관하여 충분히 심리하여 보지 아니하고는 을 제1호증을 쉽게 배척할 수 없다 할 것이다.
그런데도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을 제1호증의 진정성립을 인정할 수 있는 을 제7호증의 11을 배척하고, 그 밖에 달리 을 제1호증의 진정성립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하여 이를 배척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공문서의 증명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심리를 다하지 못하고 채증법칙을 위배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상고이유 중 이 점을 지적하는 부분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