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문]
2012헌바297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위헌소원
1. 전○표
2. 전○규
청구인들의 대리인 법무법인(유) 화우
담당변호사 이홍훈, 박상훈
대법원 2012도5064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2015.03.26
1. 사건개요
청구인 전○표는 ○○그룹 회장, 청구인 전○규는 주식회사 ○○의 대표이사 겸
그룹 총괄사장으로, 주식회사 □□이 시행하고 주식회사 ○○ 등이 시공한 □□ 아파트의 분양률이 저조하여 그룹의 자금 회전에 문제가 발생하자, 2007. 9.경부터 2008. 8.경까지 임직원 특별할인분양 형식으로 명의대여자들을 모집하여 주식회사 ○○은행 등 금융기관들로부터 중도금 대출 명목으로 2,250억여 원을 편취하였다는 사실로 기소되어, 2011. 8. 26.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죄로 청구인 전○표는 징역 3년을, 청구인 전○규는 징역 2년 6월, 집행유예 4년 및 200시간의 사회봉사명령을 선고받고(부산지방법원 2010고합451) 항소하여, 2012. 4. 18. 청구인 전○표는 징역 2년 6월, 청구인 전○규는 징역 2년 6월, 집행유예 4년 및 80시간의 사회봉사명령을 선고받았다(부산고등법원 2011노546). 이에 청구인들은 상고를 제기하고 상고심 계속 중(대법원 2012도5064)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며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기각되자, 2012. 8. 13.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1990. 12. 31. 법률 제4292호로 개정되고 2012. 2. 10. 법률 제1130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1항 중 ‘형법 제347조’ 부분(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조(제347조 및 제350조의 상습범에 한한다)ㆍ제355조(橫領, 背任) 또는 제356조(업무상의 횡령과 배임)의 죄를 범한 자는 그 범죄행위로 인하여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가액(이하 이 조에서 “이득액”이라 한다)이 5억 원 이상인 때에는 다음의 구분에 따라 가중처벌한다.
1. 이득액이 50억 원 이상인 때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2. 이득액이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인 때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관련조항]
제347조(사기) ①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전항의 방법으로 제3자로 하여금 재물의 교부를 받게 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
3. 청구인들의 주장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이득액’에 따라 구성요건을 달리하여 가중처벌하고 있는데, 이득액의 개념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여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형식적 이득액만을 기준으로 가중처벌하는 것은 책임주의 원칙에 위배된다.
4. 판단
가. 명확성원칙 위배 여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떤 것인지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할 것을 요구한다. 형벌법규의 내용이 애매모호하거나 추상적이어서 불명확하면 무엇이 금지된 행위인지 국민이 알 수 없어 법을 지키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범죄의 성립 여부가 법관의 자의적인 해석에 맡겨져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려는 법치주의 이념이 실현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명확하여야 한다고 하더라도 입법자가 모든 구성요건을 단순한 의미의 서술적 개념만으로 규정하여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다소 광범위하여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점만으로 헌법이 요구하는 처벌법규의 명확성원칙에 반드시 배치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 법감정을 가진 사람이 그 적용대상자와 구체적으로 금지되고 있는 행위의 내용을 충분히 알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면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지나치게 구체적이고 정형적이 되어 부단히 변화하는 다양한 생활관계를 제대로 규율할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헌재 2013. 12. 26. 2012헌바217 등 참조).
이 사건 법률조항은 ‘이득액’의 개념을 ‘범죄행위로 인하여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자기 또는 제3자에게 재산상 이익이 발생하였는지 여부는 경제적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하며, 적극적 이익이든 소극적 이익이든 불문한다. 그리고 재산상 이익의 가액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재산상 이익의 시장가치인 객관적 교환가치를 말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통상의 의미에 충실한 해석이다[헌재 2015. 2. 26. 2014헌바99 ·153(병합)].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는 사기죄로 인한 재산상 이익의 가액이 5억 원 이상 또는 50억 원 이상이라는 것이 범죄구성요건의 일부로 되어 있고, 그 가액에 따라 법정형도
가중되고 있다. 따라서 이를 적용할 때 재산상 이익의 가액은 엄격하고 신중하게 산정하여야 한다. 대법원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규정을 단순사기죄에 관한 형법 제347조의 규정과 대비하여 보면, 형법 제347조의 사기죄는 그 교부받은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의 가액이 얼마인지는 문제되지 아니하는 데 비하여, 사기로 인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위반죄에 있어서는 편취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의 가액이 5억 원 이상 또는 50억 원 이상이라는 것이 범죄구성요건의 일부로 되어 있고 그 가액에 따라 그 죄에 대한 형벌도 매우 가중되어 있으므로, 이를 적용함에 있어서는 편취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의 가액을 엄격하고 신중하게 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4. 19. 선고 2007도7288 판결).”고 판시하고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규정하는 ‘이득액’의 의미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금원 편취를 내용으로 하는 사기죄는 기망으로 인한 금원 교부가 있으면 그 자체로써 피해자의 재산침해가 되어 사기죄가 성립하고, 상당한 대가가 지급되었다거나 피해자의 전체 재산상에 손해가 없다고 하여도 사기죄의 성립에는 영향이 없으므로, 사기죄에 있어서 그 대가가 일부 지급된 경우에도 그 편취액은 피해자로부터 교부된 금원으로부터 그 대가를 공제한 차액이 아니라 교부받은 금원 전부이다”라고 판시하였고(대법원 2012. 10. 11. 선고 2007도6012 판결; 대법원 2007. 1. 25. 선고 2006도7470판결 등),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소정의 ‘이득액’이란 거기에 열거된 범죄행위로 인하여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불법영득의 대상이 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의 가액의 합계인 것이지 궁극적으로 그와 같은 이득을 실현할 것인지, 거기에 어떠한 조건이나 부담이 붙었는지 여부는 영향이 없다
(대법원 1990. 10. 16. 선고 90도1815 판결).”라고 판시한 바 있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에 있어 ‘재물’의 교부나 ‘재산상 이익’의 취득은 사기죄에 관한 형법 제347조에서도 이를 구성요건으로 하는 것으로서,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무엇이 금지된 행위인지를 충분히 알 수 있고, 그 가액에 따른 이 사건 법률조항의 해당 여부는 위와 같이 구체적 사건에서 법관의 합리적인 해석에 의하여 판단될 수 있는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나. 책임과 형벌 사이 비례원칙 위배 여부
어떤 범죄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하는 문제, 즉 법정형의 종류와 범위의 선택은 그 범죄의 죄질과 보호법익에 대한 고려뿐만 아니라, 우리 역사와 문화, 입법 당시의 시대적 상황, 국민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감정, 그리고 범죄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으로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는 분야이다. 따라서 어느 범죄에 대한 법정형이 그 범죄의 죄질 및 이에 따른 행위자의 책임에 비해 지나치게 가혹하여 현저히 형벌체계 상의 균형을 잃고 있다거나 그 범죄에 대한 형벌 본래의 목적과 기능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정도를 벗어나 헌법상 평등원칙 및 비례원칙 등에 명백히 위배되는 경우가 아닌 한, 쉽게 헌법에 위반된다고 단정하여서는 안 된다(헌재 2008. 4. 24. 2007헌가20 참조).
오늘날 경제규모의 확대로 경제범죄가 대형화·조직화·지능화되고 그 피해 규모가 날로 커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국민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사기죄로 취득한 이득액에 따라 단계적으로 가중
처벌하는 것은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한편, 앞에서 본 것처럼 법원은 이득액의 개념과 범위를 엄격하고 신중하게 해석하고 있다. 그리고 이득액에 따른 단계적 가중처벌을 법률에 명시함으로써 일반예방 및 법적 안정성에 기여할 수 있고 법원의 양형편차를 줄여 사법에 대한 신뢰를 제고 할 수도 있다. 또한, 재산범죄에서 이득액은 법익침해라는 결과불법의 핵심 요소이므로 이를 기준으로 한 단계적 가중처벌은 수긍할 만한 합리적 이유가 있다. 나아가 구체적 사안에 따라서는 형법 제53조의 작량감경 조항에 따라 집행유예의 선고도 가능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이득액만 기준으로 단계적으로 가중처벌을 하여도 그 책임에 비해 형벌이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에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책임과 형벌 사이 비례원칙에 위배된다는 재판관 이정미의 아래 6.과 같은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6. 재판관 이정미의 반대의견
원칙적으로 자유와 창의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사경제의 영역에서 법 위반행위에 관한 판단은 다양한 요소로 이루어지며 범죄행위로 얻은 이득가액은 그 중 하나에 불과함에도, 이 사건 법률조항은 오로지 ‘사기행위에 따른 이득액’만을 기준으로 처벌의 정도를 달리함으로써 수많은 양형인자 가운데 법익침해라는 불법요소만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이 범죄의 가액만을 기준으로 차등적으로 처벌하다 보니 그 범죄가 포괄일죄로 의율이 되는지 또는 경합범으로 의율이 되
는지에 따라 법정형에 현저한 차이가 나게 되어 처벌의 불균형이 심해지고, 그 법정형이 형법상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를 침해하는 범죄의 법정형과 비슷하여 형벌체계상의 불균형을 초래한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책임과 형벌 사이 비례원칙에 위배된다(헌재 2013. 7. 25. 2011헌바397 등의 반대의견 참조).
재판장 재판관 박한철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김창종
재판관 안창호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서기석
재판관 조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