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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0. 11. 25. 선고 2010두15636 판결

[국가유공자유족비해당결정취소][미간행]

판시사항

[1] 국가유공자의 요건에 해당하는 자가 자해행위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 국가유공자에서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4조 제6항 제4호 에서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의 의미 및 군인이 직무수행 중의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이 직접적인 동기나 중요한 원인이 되어 이르게 된 자살이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것인지 여부의 판단 기준

[2] 군에 입대하여 전투경찰로 배치되어 복무 중이던 갑이 목을 매어 자살한 사안에서, 갑의 자살이 군 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나머지 그의 자유로운 의지에 따라 한 것일 뿐 우울증으로 말미암아 자유로운 의지가 완전히 배제된 상태에서 자살을 하게 된 것으로 보기 어려움에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에 법리를 오해하여 심리를 다하지 않은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영아)

피고, 상고인

수원보훈지청장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법’이라고 한다)은 제4조 제1항 제5호 에서 군인으로서 직무수행 중 사망한 자(공무상의 질병으로 사망한 자를 포함한다)와 그 유족 등은 국가유공자로서 예우를 받는다고 규정하는 한편, 같은 조 제6항 제4호 에서 위와 같은 국가유공자의 요건에 해당되는 자가 자해행위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에는 국가유공자에서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이라 함은 그 문리적 의미상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사망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할 것인데, 국가를 위하여 공헌하거나 희생한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에 대한 응분의 예우를 행함으로써 이들의 생활안정과 복지향상을 도모하고 국민의 애국정신 함양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의 취지( 법 제1조 )와 그 규정형식 등에 비추어 군인이 직무수행 중의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이 직접적인 동기나 중요한 원인이 되어 자살에 이르게 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사망이 아니라고 할 수 없고, 그 자살이 자유로운 의지에 따른 것인지 여부는 자살자의 나이와 성행 및 직위, 직무수행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자살자에게 가한 긴장도 내지 중압감의 정도와 지속시간, 자살자의 신체적·정신적 상황과 자살자를 둘러싼 주위상황, 우울증의 발병과 자살행위의 시기 기타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기존 정신질환의 유무 및 가족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3. 11. 14. 선고 2002두4136 판결 , 대법원 2006. 9. 14. 선고 2005두14578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용증거들을 종합하여 망인은 1984. 10. 23.생으로 ○○대학교 1학년 재학 중 휴학하고, 2004. 6. 8. 102보충대대에 입대하여 같은 달 15. 육군 제15사단 신병교육대에 전속되어 신병훈련을 받은 사실, 망인의 군입대 전 병무청이 2003. 9. 15. 망인에 대하여 실시한 신체검사 중 인성검사에서 망인은 정상판정을 받았으나, 신병훈련기간 중 실시된 SCL-90-R(간이정신진단, 9개 증상차원의 척도가 70점 이상일 경우 이상자로 분류됨) 결과 망인은 7개 항목에서 70점 이상의 높은 수치를 나타냈으며, 그림을 통한 인성검사에서 타인의 접근을 회피하고 대화를 거부하는 것으로 나타난 사실, 망인은 2004. 7. 30. △△경찰서에 타격대 전투경찰로 배치되었는데, 당시 위 경찰서의 전·의경은 모두 16명으로, 망인은 16번째 서열로 제일 막내였던 사실, 망인은 2004. 8. 1.부터 근무를 시작하여 사망 전날인 같은 해 8. 10.까지 총 90시간(하루 평균 9시간) 정문 근무를 하였고, 정문 근무는 2시간 근무 후 4시간 휴식임에도 불구하고 망인은 계속하여 4시간 혹은 8시간 동안 근무한 적도 있는 사실, 망인은 신임대원으로서 직원 인적사항, 직원 얼굴, 차량번호, 민원인 출입시 과·계 전화번호, 대원들 간의 이름과 계급, 5분 타격대 임무시 무전약호, 출동시 행동조치 요령 등 A4 용지 3~4장 정도의 분량을 암기하여야 했던 사실, 망인은 아침 6:00에 기상하여 서장 관사에 신문을 배달하고, 정문 앞 청소, 고참 구두닦기, 걸레와 수건 세탁하기, 물 끓이기, 재떨이 비우기, 침구류 정리, 식기 닦기, 청소, 화장지 보충, 라면 끓이기 등의 업무를 근무시간 중간에 짬을 내어 했으며, 위와 같은 업무를 수행하느라 제대로 쉴 수 없어 정신적·육체적으로 피곤한 상태였던 사실, 망인은 2004. 8. 5. 정문 근무시 경찰서장으로부터 수신호(차량 유도)를 못했다는 지적을 받은 사실, 망인은 2004. 8. 11. 사건 당일 09:00부터 10:00까지 정문 초소 근무를 마친 후 소외 1로부터 30분간 질책을 받았고, 같은 날 10:35경 수경 소외 2를 깨웠을 때, 소외 2로부터 심한 욕설을 들은 사실, 망인은 2004. 8. 11. 11:20경 △△경찰서 내 주차장 뒤에 있는 약 2m 40㎝ 높이의 철제구조물 파이프에 전투화 끈을 이용하여 목을 매어 자살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망인은 엄격한 통제와 단체행동이 요구되는 군 생활을 하게 되면서 생활의 변화를 겪고, △△경찰서로 전입된 이후 신임대원으로서 근무를 위한 적응과 준비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근무에 투입되었으며, 근무기간 내내 과도한 업무로 인하여 휴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긴장이 연속된 생활을 하여야 했고, 선임대원들로부터 질책과 지적을 받아 사회적 지지가 결여된 상태에 놓이게 되었음을 알 수 있고, 여기에 망인은 입대 전에는 우울증의 증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던 점, 망인에게 우울증이 발생할 만한 다른 원인이나 자살을 할 만한 다른 이유가 있었음을 인정할 아무런 자료가 없는 점 등을 보태어 보면, 위와 같은 생활의 변화와 사회적 지지의 결여로 망인은 견디기 힘들 정도의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아 군 생활 중 우울증이 발생 내지 악화되었고, 이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 및 관리를 받지 못한 결과 우울증의 정신병적 증상이 발현되어 현실판단능력을 상실한 상태에서 망인이 자살에 이르렀다고 추단되므로, 망인의 사망은 공무상의 질병에 해당하는 우울증의 발현에 기한 것으로서 공무와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 할 것이고 또한 망인의 자살은 위 우울증으로 인하여 정상적이고 자유로운 의지의 범위를 벗어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으로서 법 제4조 제6항 제4호 소정의 ‘자해행위로 인한 사망’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결국 망인의 사망은 법 제4조 제1항 제5호 소정의 ‘군인이나 경찰공무원으로서 직무수행 중 사망한 경우’에 해당하고,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할 수 없다.

원심이 인정한 사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망인이 새로이 수행하게 된 직무가 망인에게 스트레스를 주었고, 위 스트레스가 망인으로 하여금 자살을 결의하게 하는 데 동기와 원인이 되었음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망인의 업무가 망인이 감내할 수 없을 만큼 과다한 것이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망인의 업무와 선임병의 질책이 망인에게 과도한 긴장감 내지 스트레스를 초래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망인으로 하여금 우울증에 빠져 삶을 포기하게 만들 정도에 이르리라고는 쉽게 단정할 수 없는 점 등의 사정과 망인의 나이와 성행, 망인의 직무 내용과 정도, 망인을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 망인의 자살 당시의 신체적·정신적 심리상황, 직무수행의 기간 등을 종합하여 보면, 망인의 자살은 군 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나머지 그의 자유로운 의지에 따라 행하여진 것일 뿐, 망인이 우울증으로 인하여 자유로운 의지가 완전히 배제된 상태에서 자살을 하게 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심은 신병훈련기간 중 실시된 간이정신진단과 그림을 통한 인성검사에 대한 감정결과만으로 망인의 우울증이 발생 내지 악화되었다고 단정할 것이 아니라, 우울증의 일반적인 진행과정과 제증상들에 비추어 망인에게 우울증이 발생하였는지 여부와 설령 망인에게 우울증이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망인의 자살 당시 우울증의 증세가 자살 충동을 유발할 정도의 상태에까지 이른 것인지 여부 등에 관하여 좀더 면밀하게 심리를 한 후 그 결과에 따라 망인의 자살이 우울증의 병적인 발현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망인의 정상적이고 자유의사에 의한 것인지를 판단하였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원심이 이에 이르지 아니한 채 그 인정 사실만으로 망인의 자살이 망인의 자유의지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판단한 조치는 법 제4조 제6항 제4호 에 정한 자해행위의 의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대희(재판장) 박시환 차한성 신영철(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