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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방법원 2011. 11. 25. 선고 2011노2467 판결

[의료법위반][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

검사

박상희

변 호 인

변호사 김용대(국선)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의 이 사건 필러시술은 경혈학과 본초학에 근거를 두고 생체재료인 히알루론산을 약침요법에 따라 주사기를 사용하여 피부에 주입한 것으로 한의학적 원리에 따른 시술이므로 한의사의 면허범위에 포함되는 한방의료행위에 해당함에도, 원심은 한방의료행위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잘못이 있다.

2. 판단

가. 판단의 기준

의료법 제2조 제2항 제1호 는 ‘의사는 의료와 보건지도를 임무로 한다.’, 같은 항 제3호 는 ‘한의사는 한방 의료와 한방 보건지도를 임무로 한다.’고 규정하여 의사와 한의사의 업무에 관하여 구별하고 있고, 같은 법 제27조 제1항 은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면서도, 의사나 한의사 면허의 범위와 관련하여 ‘의료행위’나 ‘한방의료행위’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구체적인 행위가 한방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구체적 사안에 따라 의료법의 목적, 구체적인 의료행위에 관련된 관계 규정, 구체적인 의료행위의 목적, 태양 등을 감안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할 것으로, 어떠한 진료행위가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한의사만이 할 수 있는 한방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결국 해당 진료행위가 학문적 원리를 어디에 두고 있는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나. 한방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이 사건 필러시술이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한의학적 원리에 따른 한방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본다.

원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① 피고인이 1회용 주사기를 이용하여 공소외인의 코와 볼에 히알루론산을 주입한 사실, ② 위 시술의 목적은 코와 볼 부위의 높이를 좀 더 높여 얼굴의 전체적인 미관을 개선하는 데 있었을 뿐, 코와 볼의 경혈을 자극하여 그와 연결된 인체의 다른 장기기관 등의 활동과 기능을 촉진하기 위한 데 있지 않았던 사실, ③ 피고인이 시술한 히알루론산은 3가지 물질의 화합물로 동물의 유리체나 관절액, 연골, 피부 등에 많이 존재하는 성분으로 많은 양의 물과 결합하여 젤리 상태가 되고, 이러한 특성에 따라 인체에서 관절의 윤활작용이나 피부의 유연성 등의 기능에 관여하는 물질로써, 특히 진피의 연결조직인 섬유질들 즉 엘라스틴과 콜라겐에 접착되어 그 사이를 메움으로써 피부를 탱탱하게 만드는 물질인 점, ④ 히알루론산은 이를 처음으로 발견한 사람이 서양의 의학자이고, 현재 서양의 제약회사에서 박테리아를 발효시켜 이를 생산하고 있는 사실, ⑤ 한의학에서 말하는 ‘독맥’이라 함은 뇌와 척수 그리고 신장과 연결된 경혈로 위 장기 등의 기능을 반영하는 경혈인 사실, ⑥ 한의학의 ‘침술’이라 함은 경혈을 자극하기 위해 인체에 침을 꽂아 넣는 의료요법을, ‘약침’이라 함은 위 침술에 있어서 경혈의 자극을 극대화하기 위해 한약재를 추출하여 침술을 적용하면서 함께 해당부위에 주입하는 시술을 각 의미하는 사실이 인정되고, 위 인정사실에서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이 사건 필러시술의 부위가 ‘독맥’ 등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그곳에 히알루론산을 주입하는 것이 경혈을 자극하는 ‘약침’요법에 해당한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이 사건 필러시술의 목적이 어디까지나 ‘독맥’ 등과 직접 연결된 뇌와 척수 그리고 신장 등 경혈과 연결된 인체의 각종 기관들의 기능 촉진 또는 개선과는 전혀 상관없이 오로지 함몰되어 주름이 생기거나 높이가 낮아진 피부 부위에 히알루론산을 직접 주입하여 피부용출을 야기함으로써 주름개선 또는 그 높이의 보정을 통하여 전체적인 얼굴 미관의 개선을 도모하는 데 있었을 뿐, 피고인의 주장하는 경혈의 자극은 애시 당초 그 목적이 아니었던 점, ② 이 사건 필러시술이 ‘약침요법’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 주입하는 약물이 한약에 해당할 것이 요구되는바, 한의약 육성법 제2조 제4호 에 의한 한약이라 함은 ‘동물·식물·광물에서 채취된 것으로서 주로 원형대로 건조·절단 또는 정제된 생약’을 의미하는데, 이에 반하여 히알루론산은 외국인이 동물에서 최초로 발견하여 추출한 물질로서, 현재 그 생산 역시 외국계 서양 제약회사에서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박테리아를 첨단장비를 이용하여 발효시켜 얻어내고 있는바, 이를 위 규정에서 말하는 동물·식물·광물에서 채취된 것으로서 주로 원형대로 건조·절단 또는 정제된 생약이라고는 볼 수 없는 점, ③ 이 사건 필러시술의 근본원리가 히알루론산을 경혈에 주입하여 그 자극을 통해 그와 연결된 인체 각종 장기 등 기관의 기능을 개선하는 데 있지 아니하고, 오히려 전적으로 히알루론산의 물과 콜라겐 및 엘라스틴과의 화학적 반응에 따른 물리적 성상변화를 이용하는 데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필러시술은 전적으로 히알루론산의 물리·화학적 성질을 피부성형에 응용한 것으로서, 전적으로 서양의학의 원리에 따른 시술일 뿐, 그 시술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약침요법 등 한의학적 원리가 담겨있다고는 볼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한다.

판사 이정일(재판장) 이도식 차승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