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문]
2013헌바73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18조 제3항 제1호 위헌소원
1. 임○당
2. 주식회사 ○○필하모닉
대표이사 황○순
청구인들 대리인 법무법인 승지
담당변호사 임채국
대법원 2012도12506 상표법위반
2015.02.26
구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2007. 12. 21. 법률 제8767호로 개정되고, 2013. 7. 30. 법률 제1196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8조 제3항 제1호 중 제2조 제1호 나목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1. 사건개요
가. 청구인 임○당은 청구인 주식회사 ○○필하모닉의 실질적 운영자이며 청구인
주식회사 ○○필하모닉은 오페라단, 합창단, 오케스트라 운영 등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이다. 청구인들은 “재단법인 ○○시립교향악단이 2007. 8. 3.경 ‘○○시립교향악단, ○○ Philharmonic Orchestra(등록서비스표 제○○-0152442호)’로 상표 등록한 정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 무렵부터 2011. 11.경까지 ‘www.○○philharmonic.com, www.○○philharmonic.org’ 주소로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 Philharmonic’이라는 명칭으로 정기연주회를 개최하거나 관련 팸플릿을 제작하는 등 타인의 등록서비스표와 유사한 영문명칭 표장을 사용하여 타인의 영업상의 활동과 혼동하게 하는 행위를 하였다.”는 취지의 범죄사실로 각각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위반죄로 기소되어 1심에서 청구인 임○당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청구인 주식회사 필하모닉은 벌금 1천만 원을 선고받고(서울중앙지방법원 2011고단6367), 항소하였으나 기각되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2노2384).
나. 청구인들은 대법원에 상고하였고(대법원 2012도12506), 위 소송 계속 중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18조 제3항 제1호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대법원 2012초기557), 2013. 2. 14. 상고가 기각됨과 동시에 그 신청이 기각되자 2013. 3. 4. 위 법률조항에 대하여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들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이라 한다) 제18조 제3항 제1호에 대하여 심판청구를 하였으나, 당해사건에 문제되는 부분과 청구인들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는 부분이 모두 부정경쟁방지법 제18조 제3항 제1호 중 제2조 제1호 나목에 관한 부분이므로, 심판대상은 위 부분으로 한정하기로 한다.
그러므로 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구 부정경쟁방지법(2007. 12. 21. 법률 제8767호로 개정되고, 2013. 7. 30. 법률 제1196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8조 제3항 제1호 중 제2조 제1호 나목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고,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제18조(벌칙) ③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제2조 제1호(아목 및 자목은 제외한다)에 따른 부정경쟁행위를 한 자
[관련조항]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부정경쟁행위”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말한다.
나.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성명, 상호, 표장(標章), 그 밖에 타인의 영업임을 표시하는 표지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을 사용하여 타인의 영업상의 시설 또는 활동과 혼동하게 하는 행위
제6조(상표등록의 요건) ①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상표를 제외하고는 상표등록을 받을 수 있다.
4. 현저한 지리적 명칭 · 그 약어 또는 지도만으로 된 상표
제51조(상표권의 효력이 미치지 아니하는 범위) ① 상표권(지리적 표시 단체표장권을 제외한다)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 효력이 미치지 아니한다.
3. 등록상표의 지정상품과 동일 또는 유사한 상품에 대하여 관용하는 상표와 현저한 지리적 명칭 및 그 약어 또는 지도로 된 상표
3. 청구인들의 주장
현저한 지리적 명칭이나 기술적 표장의 경우 상표법이 보호하지 않는 명칭임에도 불구하고, 심판대상조항은 현저한 지리적 명칭이나 기술적 표장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을 사용하는 행위에 대하여 부정경쟁방지법이 적용되는지 여부를 명확하게 규정하지 아니하여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
4. 판단
가. 심판대상조항의 입법연혁 및 취지
부정경쟁방지법은 부정한 수단에 의한 상업상의 경쟁을 방지하여 건전한 상거래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1961. 12. 30. 법률 제911호로 제정되었는데, 영업주체 혼
동행위에 대한 법정형으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만 환 이하의 벌금’을 규정하면서 부정경쟁행위는 처벌대상이 되었다. 위 조항은 1986. 12. 31. 법률 제3897호로 전부개정됨에 따라 벌금액이 ‘2천만 원이하’로 상향되었고, 1991. 12. 31. 법률 제4478호로 그 법정형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향 조정되고 조문 위치가 제11조에서 제18조로 이동하였으며, 1998. 12. 31. 법률 제5621호로 조문 위치가 제18조 제1항에서 제3항으로 이동하였고, 2007. 12. 21. 법률 제8767호로 개정되면서 그 자구가 일부 수정되었다.
심판대상조항은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성명, 상호, 표장, 그 밖에 영업표지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을 사용하여 타인의 영업상의 시설 또는 활동과 혼동하게 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제함으로써, 상표법 등에 의하여 보호되지 아니하나 영업상 보호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주지성(周知性)이 있는 영업표지 등을 보호하여, 경업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규제하고 공정한 경쟁질서를 유지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상표법과 부정경쟁방지법은 모두 경쟁법의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 영업상 혼동초래행위를 저지하고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는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그러나 부정경쟁방지법은 유통시장에서 널리 알려진 성명 · 상호 · 표장 등의 영업표지와 혼동이 생길 염려가 있는 행위를 개별 · 구체적 사안에 따라 금지하여 공정한 경업질서를 유지하고자 하는 행위규제형 입법인데 비해, 상표법은 상표 등록이라고 하는 절차적 수단을 통해 독점적인 사권을 창설함으로써 1차적으로 등록상표권자의 사익을 보호하는 권리부여형 입법이라는 차이가 있으며, 이러한 차이는 양법의 보호대상 및 방법에 관한 차이를 수반한다.
상표법은 상표를 보호함으로써 상표사용자의 업무상 신용유지를 도모하여 산업발전에 이바지함과 아울러 수요자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상표법 제1조), 부정경쟁방지법은 국내에 널리 알려진 타인의 상표 · 상호 등을 부정하게 사용하는 등의 부정경쟁행위와 타인의 영업비밀을 침해하는 행위를 방지하여 건전한 거래질서를 유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부정경쟁방지법 제1조). 상표법은 특정 표지가 널리 알려진 것인지 여부를 묻지 않고 등록이라는 절차만 밟으면 독점권을 부여하므로 등록대상이 한정된다. 즉, 보호가치에 대한 실질적 심사의 과정 없이 등록이라는 절차만으로 독점적 보호가 가능한 우리 상표법에서 상표의 등록대상이 되려면 식별력이라는 보호요건을 갖춘 것이어야 한다. 이에 비하여 부정경쟁방지법은 널리 알려진 표지와 혼동이 생길 염려가 있는 행위를 개별 · 구체적으로 규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보호대상보다는 규제대상을 한정하는 것이 문제로 된다. 그리고 이러한 규제를 통해 부정경쟁방지법이 보호하는 보호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등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상표법에서는 보호되지 않는 표지도 부정경쟁방지법에 따른 보호는 받을 수 있는 것이다(헌재 2001. 9. 27. 99헌바77 참조).
다.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
(1) 심사기준
헌법 제12조 및 제13조를 통하여 보장되고 있는 죄형법정주의원칙은 범죄와 형벌이 법률로 정하여져야 함을 의미하며, 이러한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되는 명확성원칙은 법률에서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명확하여야 한다고 하
더라도 입법자가 모든 구성요건을 단순한 의미의 서술적인 개념에 의하여 규정하여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다소 광범위하여 어떤 범위에서는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점만으로 헌법이 요구하는 처벌법규의 명확성원칙에 반드시 배치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즉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 감정을 가진 사람으로 하여금 그 적용대상자가 누구이며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위가 금지되고 있는지 충분히 알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헌재 2011. 12. 29. 2010헌바54 등 참조).
그리고 법규범이 명확한지 여부는 그 법규범이 수범자에게 법규의 의미내용을 알 수 있도록 공정한 고지를 하여 예측가능성을 주고 있는지 여부 및 그 법규범이 법을 해석 · 집행하는 기관에게 충분한 의미내용을 규율하여 자의적인 법해석이나 법집행이 배제되는지 여부, 다시 말하면 예측가능성 및 자의적 법집행 배제가 확보되는지 여부에 따라 이를 판단할 수 있는데, 법규범의 의미내용은 그 문언뿐만 아니라 입법목적이나 입법취지, 입법연혁, 그리고 법규범의 체계적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해석방법에 의하여 구체화하게 되므로, 결국 법규범이 명확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는 위와 같은 해석방법에 의하여 그 의미내용을 합리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해석기준을 얻을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헌재 2005. 6. 30. 2002헌바83 ; 헌재 2010. 11. 25. 2009헌바27 ; 헌재 2011. 6. 30. 2009헌바199 참조).
(2) 판단
(가) 심판대상조항은 국내에서 널리 인식된 영업표지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을 사용하여 타인의 영업상의 시설 또는 활동과 혼동하게 하는 행위를 처벌하는데, 심
판대상조항 문언 중 ‘인식’은 ‘사물을 분별하고 판단하여 앎’이라는, ‘표지’는 ‘어떤 사물을 다른 것과 구별하게 하는 표시나 특징’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타인의 영업임을 표시하는 표지’는 다른 사람의 영업임을 알 수 있는 것이면 성명, 상호나 그 약칭 · 애칭, 표장 등이 모두 포함되는 것임을 그 문언상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의 전체 맥락상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영업임을 표시하는 표지’는 국내 전역 또는 일정한 범위에서 거래자 또는 수요자들이 그것을 통하여 특정 영업을 다른 영업과 구별하여 널리 인식할 수 있는 상표, 상호 등의 영업표지를 의미하고, 그 입법취지 및 연혁, 상표법과의 관계를 종합하여 볼 때 사회통념상 널리 알려져 주지성(周知性)을 취득하여 거래계에 공시되어 있으면 충분한 것으로 상표법 등에 의한 등록 등은 요구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음은 명백하다고 할 수 있다.
(나) 부정경쟁방지법 제15조는 상표법 등에 심판대상조항과 다른 규정이 있으면 그 법에 의한다고 규정하는데, 이는 상표법 등에 부정경쟁방지법의 규정과 다른 내용의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법에 의하도록 한 것에 지나지 아니하다. 따라서 상표법 등 다른 법률에 의하여 보호되는 권리일지라도 그 법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는 부정경쟁방지법을 적용할 수 있고, 한편으로 상표법 등 다른 법률에 의하여 보호되지 않는 권리에도 부정경쟁방지법을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심판대상조항은 반드시 등록된 상표 및 기타 영업표지와 동일 또는 유사한 것을 사용하는 것을 요하는 것이 아니므로, 현저한 지리적 명칭이나 기술적 표장만으로 된 상표이어서 상표법상 보호받지 못하더라도 그것이 오랫동안 사용됨으로써 거래자나 일반 수요자들이 어떤 특정인의 영업을 표시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인식하게 된 경우에는 부정경쟁방지법이 보호하는 영업표지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음은 분명하다.
나아가, 심판대상조항이 처벌하는 행위는 상표권 침해행위와는 그 구체적 입법목적과 규율방법을 달리함으로써 각자 독자적 기능을 발휘하고 있다. 특정 표지의 독점을 허용하는 것이 공익에 반할 수 있다는 관점을 감안하더라도, 상표법에서 독점적 사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등록대상으로 허용하지 않는 현저한 지리적 명칭 등이 사실상의 사용에 의하여 주지되어 식별력을 갖춘 경우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하여 보호가 되는 것은 부정경쟁방지법이 추구하는 또 다른 공익에 기여하는 것이다. 부정경쟁방지법과 상표법의 기능, 입법목적과 규율방법의 차이에 비추어 볼 때 각 보호대상에 차이가 있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것이며, 이러한 차이점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심판대상조항이 불명확하다고 할 수 없다(헌재 2001. 9. 27. 99헌바77 참조).
(다) 대법원은 심판대상조항과 관련하여 영업표지가 국내에 널리 알려져 있는지 여부, 즉 주지성을 획득하였는지 여부는 “그 영업표지의 사용기간, 방법, 태양, 사용량, 거래범위 등과 거래실정 및 사회통념상 객관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지 여부에 의하여 판단이 가능하다”고 하여 위에서 살펴본 문언적 의미를 기초로 한 객관적 해석기준을 마련하고 있다(대법원 2011. 12. 22. 선고 2011다9822 판결; 대법원 2013. 5. 9. 선고 2011다64102 판결 참조). 부정경쟁방지법 제15조에 대하여도, “상표법 등에 부정경쟁방지법의 규정과 다른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법에 의하도록 한 것에 지나지 아니하고, 비록 상표법상 등록받지 못하는 상표라 하더라도 그것이 오랫동안 사용됨으로써 거래자나 일반 수요자들이 어떤 특정인의 상품을 표시하는 것으로서 널리 인식하게 된 경우에는 부정경쟁방지법이 보호하는 상품표지에 해당될 수 있다”고 판시하여, 심판대상조항의 적용범위를 분명히 하고 있다(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6도8958 판결; 대법원 2008. 9. 11. 자 2007마1569 결정 참조).
(3) 소결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의 입법취지, 문언적 의미, 관련규정, 법원의 해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을 기준으로 심판대상조항의 의미내용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할 것이고, 법원의 판례 등에 의하여 그에 관한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해석기준이 제시되고 있어 법집행기관이 자의적으로 확대하여 해석할 염려도 없다고 볼 것이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5. 결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장 재판관 박한철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김창종
재판관 안창호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서기석
재판관 조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