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침해금지가처분 ][하집1999-1, 518]
글꼴파일이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상 보호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한 사례
저작권이란 특정 저작물의 사상이나 아이디어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그 표현을 보호하는 것이고 사상이나 아이디어가 동일하다고 하여도 표현방식이 다를 경우에는 저작권 침해의 문제는 생기지 않으며, 이 점은 프로그램저작권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인데, 특히 글꼴파일의 프로그램저작권에 있어서는 특정한 서체를 구현한다는 아이디어가 글꼴파일의 형태로 표현되어 저작물이 된다 하여도 이렇게 표현하는 데 있어 동일한 운영체제나 공개된 응용프로그램을 똑같이 이용하게 되어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그 표현이 동일하다고 하여 저작권 침해를 인정한다면 이는 곧 아이디어 또는 서체도안 자체를 보호하는 결과가 되므로, 적어도 여러 표현방식이 가능하고 그 표현된 방식이 다른 방식들에 비하여 독창성이 있는 경우에만 프로그램으로서 보호된다고 보아야 하는바, 서체도안이 미적인 창작적 요소가 가미되어 있어 그 자체가 실용적인 기능과 별도로 하나의 독립적인 예술적 특성이나 가치를 가지고 있어서 예술의 범위에 속하는 창작물에 해당하여 별도의 저작물로서 보호되는 경우는 별론으로 하고, 서체도안을 컴퓨터 내에서 처리되도록 만든, 글꼴파일제작프로그램이나 글꼴파일구현프로그램이 아닌 글꼴파일 자체는 도안된 서체를 스캐닝하여 이미지 파일로 전환시킨 다음 공개된 폰토그라퍼에 의하여 테이터 수치와 연결명령어로 구성된 포스트스크립트 언어로 표현하는 수단과 방법이 일치하는 한 동일한 서체도안에 대하여는 항상 동일한 또는 아주 유사한 좌표값을 갖는 원시코드로 표현될 수밖에 없어 그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한 사례.
주식회사 윤디자인 연구소외 4인(소송대리인 변호사 조우성)
한창희(소송대리인 변호사 전경희외 2인)
1999. 3. 24.
1.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2. 신청인들과 피신청인 사이의 서울지방법원 동부지원 96카합889 저작권침해금지가처분 신청사건에 관하여 위 법원이 1996. 5. 30.에 한 가처분결정은 이를 취소한다.
3. 신청인들의 위 가처분신청을 각 기각한다.
4. 소송비용은 1, 2심 모두 신청인들의 부담으로 한다.
1. 신청인들 : 주문 제2항 기재의 가처분결정을 인가한다라는 판결
2. 피신청인 : 주문과 같다
1. 기초 사실
다음의 사실은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이거나, 소갑제2호증의 1 내지 4, 소갑제3호증의 1 내지 5, 소갑제4호증의 1, 2, 소갑제5호증의 1 내지 5, 소갑제6호증, 소갑제7호증의 1 내지 5, 소갑제10호증의 1, 2, 소갑제11호증, 소갑제12호증, 소갑제13호증의 각 기재와 제1심 증인 김종현의 증언 및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고, 이를 뒤집을 소명자료가 없다.
가. 신청인 주식회사 윤디자인 연구소는 '1995년 윤서체'라는 이름으로 가시나무체 등 55종의 서체를, 신청인 주식회사 한국컴퓨터그래피는 '참한글'이라는 이름으로 PC 명조체 등 44종의 서체를, 신청인 서울시스템 주식회사는 '서울폰트웨이브'라는 이름으로 서울 명조체 등 40종의 서체를, 신청인 강경수는 '묵향 2.0'이라는 이름으로 HY 특명조체 등 72종의 서체를, 신청인 김화복은 '한메글꼴모음, 태시스템·서체'라는 이름으로 헤드라인 R 등 43종의 서체를 각 도안하여 이를 컴퓨터 상에서 특정 도안된 서체의 모양과 형태 그대로 출력되도록 하기 위한 글꼴파일(font file)을 개발하였다.
나. 피신청인은 1995년경부터 '오토페이지 전문가용 서체'라는 이름으로 88종의 한글 서체, 17종의 한자 서체를 컴퓨터 상에서 구현하는 서체프로그램을 만들어 이를 한 장의 시디롬(CD-ROM)에 담아 판매하고 있고, 또 이와는 별도로 '하나로 토탈 서체모음'이라는 이름으로 역시 한 장의 시디롬에 여러 서체를 모아 이를 구현하는 프로그램을 담아 판매하고 있다.
다. 신청인들은 피신청인이 판매하고 있는 서체프로그램 중에는 신청인들이 개발한 글꼴파일을 복제하여 신청인들의 별지 목록 기재 서체를 구현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신청인들의 프로그램저작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이유로 서울지방법원 동부지원에 96카합889호로 저작권침해금지가처분을 신청하였는바, 이에 위 법원은 신청인들의 신청을 받아들여 1996. 5. 30. '(1) 피신청인은 별지 목록 기재 서체구현을 위한 컴퓨터프로그램을 제조, 판매 및 반포하여서는 아니된다. (2) 피신청인의 공장, 점포, 사무실, 창고 등에 보관되어 있는 '오토페이지, 전문가용 서체' 및 '하나로 토달 서체모음'이라는 제목의 시디롬 제품 및 기타 별지 목록 기재 서체구현을 위한 컴퓨터프로그램에 대한 피신청인의 점유를 풀고, 이를 신청인들이 위임하는 집행관에게 그 보관을 명한다. (3) 집행관은 제2항의 취지를 공시하기 위하여 적당한 방법을 취하여야 한다'라는 내용의 가처분결정을 하였다.
2. 당사자의 주장
신청인들은, 그들이 개발한 글꼴파일은 서체(type face)의 원도를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디자인하여 이를 컴퓨터의 이미지 파일로 전환한 다음 포스트스크립트(PostScript) 언어로 글자의 외곽선을 그려주기 위하여 일정한 좌표값을 지정하고 각각의 좌표값을 직선과 곡선으로 연결하며 그 연결된 선 안을 지정된 색(검은 색 등)으로 채우도록 한 일련의 명령어(moveto, lineto, curveto 등)로 이루어진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이하 법이라고 줄여서 쓴다)상의 프로그램이라 할 것이고, 피신청인의 서체프로그램은 그에 의하여 표현되는 서체의 좌표값이 신청인들의 서체의 좌표값과 동일하거나 아주 유사하여 신청인들이 개발한 글꼴파일을 그대로 복제한 것이거나 극히 작은 일부만을 변형하고 있음에 지나지 아니하여 신청인들의 프로그램저작권을 침해하고 있다 할 것이며, 이와 같이 피신청인의 서체프로그램이 신청인들의 글꼴파일을 복제한 것으로 인정되는 한 가처분으로 그 제조와 판매, 반포 등을 금지하지 아니하면 신청인들에게 회복할 수 없는 심각한 손해를 입게 할 염려가 있으므로, 이 사건 가처분결정은 피보전권리와 보전의 필요성이 모두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피신청인은, (1) 신청인들의 글꼴파일은 공개된 글꼴파일제작프로그램인 폰토그라퍼(Fontographer)에서 서체원도를 그대로 읽어들이거나 그것을 기초로 제작한 서체도안에 관한 디지털데이터에 불과할 뿐이고 그 자체만으로는 다른 응용프로그램에 맞는 형식으로 포맷(format) 전환을 하지 않는 한 정보처리능력을 가진 장치 내에서 실행되거나 아무런 결과도 얻을 수 없으므로 법상 프로그램이라 할 수 없고, (2) 이를 프로그램으로 본다 하더라도 신청인들이 프로그램의 근거로 내세우는 서체의 좌표값과 그 좌표값을 이동하고 연결하는 지시 명령어도 서체원도를 읽어 윤곽선 서체를 추출하면 폰토그라퍼의 자체 기능에 의하여 자동적으로 주어지는 것이므로 창작성이 있다 할 수 없으며, (3) 피신청인이 서체프로그램을 만드는 과정은 신청인들이 글꼴파일을 만드는 과정과는 전혀 다르고, 신청인들의 주장과 같이 화면이나 프린터 등에 출력된 서체의 모양이 같다고 하여도 글꼴의 제작과 출력을 구현하는 프로그램의 원시코드(source code)를 비교하여 보면 그 구조나 배열방법 등에 차이가 있어 실질적 동일성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가처분결정은 피보전권리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3. 판 단
가. 글꼴파일이 법상의 프로그램인지
이를 판단하기 위하여서는 우선 신청인들의 글꼴파일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그 내용은 무엇인지를 보아야 할 것인바, 소갑제8호증의 1 내지 5, 소갑제18호증(소갑제27호증과 같다), 소갑제19호증 내지 소갑제24호증, 소갑제28호증, 소을제9호증의 각 기재와 제1심 증인 김종현의 증언 및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를 뒤집을 소명자료가 없다.
(1) 신청인들은 글꼴파일을 만들기 위하여 먼저 서체도안(typeface design)을 하는데 이는 한 벌의 문자 서체 등에 대하여 독특한 형태의 디자인을 하는 것으로 신청인들의 경우는 한글 2,350자의 완성자 하나 하나를 도안하였다.
(2) 도안된 서체는 글꼴파일로 만들기에 앞서 컴퓨터 안에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디지털데이터(digital data)로 변환시켜야 하는바, 이러한 작업은 공개된 이미지처리 프로그램인 코렐드로우(Corel Draw)나 아도비포토샵(Adobe Photoshop) 등에 의하여 처리되고, 신청인들의 경우는 아도비포토샵에서 도안된 서체를 스캐너(scanner)로 읽어 들인 후 이를 이미지 파일(확장자가 .BMP인 파일)로 저장하는 작업을 수행하였다.
(3) 다음으로 이미지처리 프로그램에 의하여 저장된 이미지 파일은 글꼴파일제작프로그램에서 불러와서 본격적으로 글꼴파일을 만들기 위한 작업에 이용되는데, 신청인들은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글꼴파일제작프로그램인 폰토그라퍼에서 이러한 작업을 하였다. 그 작업은 우선 폰토그라퍼에서 임포트(import) 기능을 이용하여 이미지 파일을 불러오면 컴퓨터 화면에 불러들인 서체의 이미지 모양이 그대로 나타나고, 이렇게 화면에 나타난 서체의 모양으로부터 폰토그라퍼의 트레이스 백그라운드(trace backgruond) 기능을 이용하면 이미지 부분에 해당하는 좌표값을 가진 외곽선이 자동으로 추출된 서체 모양이 나타나는데, 여기에 마우스(mouse)를 이용하여 선을 잡아당긴다거나 휘게 한다거나 크기를 조정하는 등 좌표값을 변경하여 서체의 모양을 가감, 수정하는 작업을 거치고, 이렇게 완성된 윤곽선 서체를 폰토그라퍼의 데이터베이스 파일(매킨토시용 폰토그라퍼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작업을 할 경우에는 확장자가 .FONT로, 아이비엠(IBM) 피시(PC)용 폰토그라퍼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작업을 할 경우에는 확장자가 .FOG인 파일)로 저장한 다음, 저장된 폰토그라퍼의 데이터베이스 파일을 응용프로그램에서 쓰일 수 있도록 그 응용프로그램에 맞는 포맷으로 전환하기 위하여 다시 폰토그라퍼의 제너레이트 폰트(generate font) 기능을 이용하여 포스트스크립트 타입 1이나 타입 3 또는 트루타입으로 글꼴파일을 생성하게 되는바, 신청인들이 보호를 주장하는 프로그램은 이와 같이 생성된 글꼴파일을 말한다.
(4) 그러나 신청인들이 폰토그라퍼를 이용하여 생성한 글꼴파일을 워드프로세서나 전자출판에디터 등 다른 응용프로그램에서 화면이나 프린터 등에 입, 출력하여 사용하기 위하여서는 영문의 경우 폰토그라퍼의 설치기능을 이용하여 직접 설치할 수 있지만 한글의 경우는 그 자체만으로는 설치가 불가능하고, 반드시 포스트스크립트용 글꼴파일구현프로그램이나 트루타입 글꼴파일구현프로그램 등에 의하여 이를 구현, 설치하여야 하는바, 신청인들은 대부분 공개되어 있는 포스트스크립트용 글꼴파일구현프로그램을 사용한다. 한편, 응용프로그램 등에서 이와 같이 설치된 글꼴파일은 사용자가 특정한 글꼴의 어느 한 글자를 입력하면 그에 해당하는 수치데이터와 연결 명령어 등 이미지 정보가 래스터라이징(rasterizing) 엔진에 전달되어 이에 의하여 화면이나 프린터 등에 바로 래스터라이징 됨으로써 원래의 서체도안과 같은 형태의 글꼴 문자가 출력하게 된다.
(5) 일반적으로 컴퓨터에서 프로그램이라 함은 프로그램 제작자가 컴퓨터 안에서 일정한 결과를 얻기 위하여 사람에게 이해될 수 있는 프로그래밍 언어로 키보드와 같은 입력기를 이용하여 원시코드로 작성한 일련의 지시 명령문을 말하고, 법상의 프로그램으로 보호되는 것도 사상이나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표현한 어문저작물에 대응하여 이와 같이 원시코드로 작성된 프로그램을 말하는데, 신청인들의 글꼴파일에서는 앞서 본 바와 같이 폰토그라퍼에서 글꼴을 생성하면 각 글꼴마다 좌표값이 정해지고 각 좌표값을 직선, 곡선으로 연결하는 명령이 프로그래밍 언어의 일종인 포스트스크립트 언어로 자동 저장되어 이와 같이 포스트스크립트 언어에 의하여 자동 저장되어진 내용이 바로 글꼴파일의 원시코드를 이룬다 할 수 있다.
(6) 따라서 글꼴파일의 원시코드를 보게 되면, ① 서체 전체에 대한 정보를 정의하는 부분, ② 256문자 캐릭터 세트에 대한 이름을 정의하는 부분, ③ 폰트 사전에 필요한 내용을 지정하는 부분, ④ 각 글자의 모양을 정의하는 부분으로 구성되는데, 그중 핵심은 ④항의 글자 모양을 정의하는 부분으로 이는 글자의 윤곽선을 표현하기 위하여 폰토그라퍼에서 선택된 수치데이터와 이를 그려주기 위한 명령어(이동, 직선, 곡선을 뜻하는 moveto, lineto, curveto 등)로 이루어지고, 컴퓨터는 이러한 글꼴파일을 가지고 출력기종의 조건에 맞게 변환되어 특정 서체를 화면이나 프린터 등에서 보여주게 된다.
이제 위와 같이 만들어진 글꼴파일의 원시코드가 과연 법상의 프로그램에 해당하는지를 보건대, 법상 프로그램이라 함은 특정한 결과를 얻기 위하여 컴퓨터 내에서 직접 또는 간접으로 사용되는 일련의 지시, 명령으로 표현된 것을 말하는바,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신청인들이 만든 글꼴파일의 원시코드는, ① 그것이 비록 다른 응용프로그램의 도움 없이는 바로 실행되지 아니한다고 하여도 컴퓨터 내에서 특정한 모양의 서체의 윤곽선을 크기, 장평, 굵기, 기울기 등을 조절하여 반복적이고 편리하게 출력하도록 특정한 결과를 얻기 위하여 프로그래밍 언어의 일종인 포스트스크립트 언어로 제작된 표현물이고, ② 글꼴파일제작프로그램에서 마우스의 조작으로 글꼴의 모양을 가감하거나 수정하여 좌표값을 지정하고 이를 이동하거나 연결하여 저장함으로써 제작자가 특정한 결과를 얻기 위하여 스스로의 알고리즘(algorithm)에 따라 프로그래밍 언어로 직접 코드를 작성하는 보통의 프로그램 제작과정과는 다르다 하여도, 포스트스크립트 언어로 작성되어 사람에게 이해될 수 있고 그 내용도 좌표값과 좌표값을 연결하는 일련의 지시, 명령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법상의 프로그램이라 할 것이다.
나. 글꼴파일이 창작성 있는 프로그램인지
글꼴파일이 법상의 프로그램이라 하더라도 법에 따라 프로그램으로 보호받기 위하여서는 특정한 결과를 얻기 위하여 사용되는 일련의 지시, 명령으로 표현된 것에 창작성이 있어야 할 것이므로 살피건대, 기본적으로 글꼴파일을 만드는데 있어서는 글꼴파일을 제작하는 부분보다 서체의 아이디어를 수집하고 수집된 아이디어를 서체로 도안하는 부분에 더 많은 시간과 비용, 노력이 들게 되고, 도안된 서체를 글꼴파일로 제작함에 있어서도 대부분 도안된 서체를 스캐너로 불러와서 이미지 파일로 전환하고 공개된 글꼴파일제작프로그램인 폰토그라퍼를 이용하게 됨으로써 도안된 서체가 동일하면 동일하거나 아주 비슷한 좌표값으로 동일한 방식에 의한 글꼴파일의 원시코드를 갖게 되고, 도안된 서체가 다르면 다른 좌표값으로 역시 동일한 방식에 의한 글꼴파일의 원시코드를 갖게 된다.
한편, 일반적으로 저작권이란 특정 저작물의 사상이나 아이디어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그 표현을 보호하는 것이고 사상이나 아이디어가 동일하다고 하여도 표현방식이 다를 경우에는 저작권침해의 문제는 생기지 않으며, 이점은 프로그램저작권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 할 것인바, 특히 글꼴파일의 프로그램저작권에 있어서는 특정한 서체를 구현한다는 아이디어가 글꼴파일의 형태로 표현되어 저작물이 된다 하여도 이렇게 표현하는데 있어 동일한 운영체제나 공개된 응용프로그램을 똑같이 이용하게 되어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그 표현이 동일하다고 하여 저작권침해를 인정한다면 이는 곧 아이디어 또는 서체도안 자체를 보호하는 결과가 되므로, 적어도 여러 표현방식이 가능하고 그 표현된 방식이 다른 방식들에 비하여 독창성이 있는 경우에만 프로그램으로서 보호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제 이 사건으로 돌아와 보면, 신청인들의 서체도안이 미적인 창작적 요소가 가미되어 있어 그 자체가 실용적인 기능과 별도로 하나의 독립적인 예술적 특성이나 가치를 가지고 있어서 예술의 범위에 속하는 창작물에 해당하여 별도의 저작물로서 보호되는 경우는 별론으로 하고, 서체도안을 컴퓨터 내에서 처리되도록 만든, 글꼴파일제작프로그램이나 글꼴파일구현프로그램이 아닌 글꼴파일 자체는, 앞서 본 바와 같이 도안된 서체를 스캐닝하여 이미지 파일로 전환시킨 다음 폰토그라퍼에 의하여 데이터수치와 연결명령어로 구성된 포스트스크립트 언어로 표현하는 수단과 방법이 일치하는 한 동일한 서체도안에 대하여는 항상 동일한 또는 아주 유사한 좌표값을 갖는 원시코드로 표현될 수밖에 없어 그 창작성을 인정하기는 어렵다 할 것이다.
다. 피신청인의 서체프로그램이 신청인들의 글꼴파일을 침해한 것인지
나아가 피신청인의 서체프로그램이 신청인들의 글꼴파일을 침해하였다고 하기 위하여서는 위와 같이 신청인들의 글꼴파일에 창작성이 인정되어야 하는 외에도, ① 피신청인이 신청인들의 글꼴파일에 의존하여 이 사건 서체프로그램을 만들었어야 하고, ② 피신청인의 서체프로그램과 신청인들의 글꼴파일의 원시코드를 상호 비교하여 동일성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므로 살피건대, 소갑제8호증의 1 내지 5, 소갑제9호증의 1 내지 5갑제17호증의 1 내지 4, 소을제6호증, 소을제7호증, 소을제8호증의 1, 2, 소을제10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를 뒤집을 소명자료가 없다.
(1) 피신청인의 서체프로그램은 글꼴파일과 이를 구현하는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중 글꼴파일을 만들기 위하여 피신청인은 신청인들과는 달리 한글 서체의 완성자 하나 하나를 도안하지 않고 한글의 초성, 중성, 종성 중 757개의 자소만을 선별하여 도안한 다음 신청인들과 마찬가지로 이를 이미지처리 프로그램에서 스캐너를 이용하여 불러와서 이미지 파일로 저장하였다.
(2) 다음에 피신청인은 폰토그라퍼에서 이미지 파일을 불러와서 윤곽선을 추출하여 외곽선 서체를 만든 다음 피신청인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자소합성프로그램을 이용하여 한글 2,350자 완성자의 폰토그라퍼 데이터베이스파일을 만들고, 이어 피신청인이 역시 독자적으로 개발한 한(HAN) 전환프로그램을 이용하여 폰토그라퍼 데이터베이스파일을 한(HAN) 포맷으로 전환하여 글꼴파일을 생성한 다음 이를 저장하는 한편, 각각의 운영체제나 응용프로그램의 조건에 맞추어 이를 구현할 수 있는 글꼴파일구현프로그램을 별도로 개발하여 글꼴파일과 함께 서체프로그램을 만들었다.
(3) 그런데 피신청인의 서체프로그램 중 글꼴파일 부분의 원시코드를 보면 각각의 글꼴을 구현하기 위한 좌표값이 신청인들의 글꼴파일에서의 좌표값과 동일하거나 아주 유사하고, 글꼴을 화면이나 프린터에 출력하였을 때도 결과가 동일하거나 아주 유사하다.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신청인의 서체프로그램이 글꼴파일과 글꼴파일구현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어 근본적으로 신청인들의 글꼴파일과는 프로그램의 구성과 내용이 다르지만 피신청인의 서체프로그램 중 글꼴파일은 원시코드의 내용이 신청인들의 그것과 동일하거나 아주 유사하여 양 프로그램 사이에 동일성은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피신청인이 신청인들의 글꼴파일에 의존하여 위 서체프로그램을 제작하였는지에 관하여 보면, 이를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고, 오히려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신청인이 신청인들의 서체도안을 보고 이를 스캐너로 불러와서 공개된 이미지처리 프로그램과 글꼴파일제작프로그램 및 자신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프로그램 등을 이용하여 글꼴파일을 제작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을 뿐이고, 다만 위와 같이 만들어진 글꼴파일이 결과적으로 신청인들의 좌표값과 그 좌표값을 연결하는 명령 등에 있어 일치하는 면이 있다 하더라도 이는 공개된 프로그램 등에 의하여 글꼴파일을 만든 데 따른 불가피한 결과라 할 것이므로, 그 자체만으로는 피신청인의 서체프로그램이 신청인들의 글꼴파일에 의존하여 바로 작성된 것이라고 인정하기도 어렵다 할 것이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가처분결정은 피보전권리에 관하여 소명이 없다 할 것이므로 보전의 필요성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를 취소하고 신청인들의 가처분신청은 이를 각 기각하여야 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 하여 부당하므로 피신청인의 항소를 받아들여 이 사건 가처분결정을 취소하고 신청인들의 가처분신청을 각 기각하기로 하며, 소송비용은 1, 2심 모두 패소자인 신청인들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1999. 4. 7.
[별지생략(신청인들의 서체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