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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1. 3. 25. 선고 2020므14763 판결

[이혼및위자료][공2021상,891]

판시사항

[1] 민법 제840조 제3호 에서 정한 이혼사유인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의 의미

[2] 민법 제840조 제6호 에서 정한 이혼사유인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의 의미 및 판단 기준 / 부부의 혼인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다고 인정되는 경우, 이혼 청구를 인용하여야 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3] 베트남 국민 갑과 대한민국 국민 을은 혼인신고를 마친 법률상 부부인데, 갑이 을을 상대로 을의 계속된 폭행 등으로 혼인이 파탄되었다고 주장하며 이혼 등을 구한 사안에서, 제반 사정에 비추어 을의 행위는 갑에 대한 부당한 대우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갑과 을의 혼인관계는 을의 폭력 행사 이래 그 바탕이 되어야 할 애정과 신뢰가 상실되어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으므로 민법 제840조 제3호 또는 제6호 의 재판상 이혼사유에 해당하는데도, 갑에게 을의 폭력 행사를 유발한 책임이 있다는 등의 이유로 갑의 이혼 청구를 배척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민법 제840조 제3호 에서 정한 이혼사유인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라 함은 혼인관계의 지속을 강요하는 것이 가혹하다고 여겨질 정도의 폭행이나 학대 또는 모욕을 받았을 경우를 말한다.

[2] 민법 제840조 제6호 에서 정한 이혼사유인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란 부부간의 애정과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할 혼인의 본질에 상응하는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고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를 말한다. 이를 판단할 때에는 혼인계속의사의 유무, 파탄의 원인에 관한 당사자의 책임 유무, 혼인생활의 기간, 자녀의 유무, 당사자의 연령, 이혼 후의 생활보장, 기타 혼인관계의 여러 사정을 두루 고려하여야 하고,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여 부부의 혼인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다고 인정된다면 그 파탄의 원인에 대한 원고의 책임이 피고의 책임보다 더 무겁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이혼 청구를 인용해야 한다.

[3] 베트남 국민 갑과 대한민국 국민 을은 혼인신고를 마친 법률상 부부인데, 갑이 을을 상대로 을의 계속된 폭행 등으로 혼인이 파탄되었다고 주장하며 이혼 등을 구한 사안에서, 을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대한민국에 상거소를 두고 있으므로 국제사법 제39조 단서 에 따라 이혼에 관한 준거법은 대한민국 민법인데, 을이 반복적으로 갑에게 폭력을 행사하였고 폭력 행사의 정도도 무거우며 당사자의 혼인계속의사 유무, 파탄의 원인에 관한 당사자의 책임 유무와 경중, 혼인생활의 기간, 자녀의 유무, 당사자의 연령 등 갑과 을의 혼인관계에 관한 여러 사정을 두루 고려하면 갑과 을은 더 이상 을의 폭력 행사 이전의 관계로 회복될 수 없다고 보이는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을의 행위는 갑에 대한 부당한 대우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갑과 을의 혼인관계는 을의 폭력 행사 이래 그 바탕이 되어야 할 애정과 신뢰가 상실되어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으므로 민법 제840조 제3호 또는 제6호 의 재판상 이혼사유에 해당하는데도, 갑에게 을의 폭력 행사를 유발한 책임이 있다는 등의 이유로 갑의 이혼 청구를 배척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원고,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권오훈 외 1인)

피고,피상고인

피고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가정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실관계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대한민국 국민인 피고는 2016. 10.경 베트남 국민인 원고를 만나 2017. 8. 17. 혼인신고를 마쳤고 그 사이에 자녀는 두지 않았다.

나. 피고는 2018. 2.경 부부싸움을 한 뒤 원고로부터 ‘이혼하자.’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화가 나 원고의 뺨을 때려 폭행하였다.

다. 원피고는 2018. 5.경 원고가 취업한 다음 원고의 잦은 외출이나 귀가시간 문제로 자주 다투었고, 피고는 2019. 3. 13. 원고가 늦게 귀가한다는 이유로 원고의 뺨을 때려 폭행하였다.

라. 원피고는 2019. 3. 14. 법원에 협의이혼신청서를 제출하고 돌아왔으나 피고가 이혼하지 말자고 하면서 재차 다투는 과정에서 원고의 머리를 때리고 원고의 배와 머리를 발로 걷어 차 상해를 입혔고, 주방에 있던 부엌칼을 양손에 한 자루씩 들고 “앞으로 같이 잘 살아보든지 안 그러면 오늘 같이 죽자.”라고 하면서 원고를 위협하였다. 원고는 위 폭행을 계기로 집을 나와 귀가하지 않고 있다.

마. 피고는 2019. 10. 31. 대구지방법원 2019고정768호 로 2019. 3. 13.자 폭행, 2019. 3. 14.자 상해와 특수협박을 이유로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2. 원심판단

원심은 피고의 폭력 행사를 인정하면서도 아래 사정을 들어 원고가 피고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거나 원피고의 혼인관계가 더 이상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파탄에 이르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가. 원피고는 2018. 2.경 피고의 폭행 이후 원고 사촌언니의 중재로 화해하였고, 2018. 4. 22. 결혼식을 올리기도 하였다.

나. 원고는 2018. 5.경 생산직으로 취업하여 같은 국적의 직장동료들과 친분을 쌓게 되면서 피고와 약속한 귀가시간을 계속하여 어겼고 이로 인해 원피고 사이의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다. 원고는 피고로부터 잦은 외출, 귀가시간 또는 외박 장소에 관하여 지속적인 지적을 받으면서도 부부 일방으로서 혼인관계 유지에 책임감을 가지고 자신의 행동을 개선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피고에게 일방적인 이해를 구하거나 이혼을 요구하는 방법으로 대응함으로써 갈등을 격화시켰다.

라.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의 폭행은 원고의 잘못으로 유발된 부부싸움 중 일시적, 우발적으로 감정이 악화되어 발생한 것으로 보이므로 이를 들어 원고가 혼인기간 중 피고로부터 혼인의 지속을 강요하는 것이 가혹할 정도의 폭행이나 학대를 받아온 것이라고 인정하기 부족하다. 이처럼 원피고가 별거하게 된 원인을 피고의 탓으로만 돌리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피고는 원고의 가출 이후부터 이 사건 소송 과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원고와의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피고의 혼인관계가 더 이상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파탄에 이르렀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3. 대법원 판단

그러나 원심판결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가. 민법 제840조 제3호 에서 정한 이혼사유인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라 함은 혼인관계의 지속을 강요하는 것이 가혹하다고 여겨질 정도의 폭행이나 학대 또는 모욕을 받았을 경우를 말한다 ( 대법원 1999. 2. 12. 선고 97므612 판결 참조).

민법 제840조 제6호 에서 정한 이혼사유인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란 부부간의 애정과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할 혼인의 본질에 상응하는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고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를 말한다. 이를 판단할 때에는 혼인계속의사의 유무, 파탄의 원인에 관한 당사자의 책임 유무, 혼인생활의 기간, 자녀의 유무, 당사자의 연령, 이혼 후의 생활보장, 기타 혼인관계의 여러 사정을 두루 고려하여야 하고,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여 부부의 혼인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다고 인정된다면 그 파탄의 원인에 대한 원고의 책임이 피고의 책임보다 더 무겁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이혼 청구를 인용해야 한다 ( 대법원 1991. 7. 9. 선고 90므1067 판결 , 대법원 2010. 7. 15. 선고 2010므1140 판결 등 참조).

나. 피고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대한민국에 상거소를 두고 있으므로 국제사법 제39조 단서 에 따라 이혼에 관한 준거법은 대한민국 민법이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는 반복적으로 원고에게 폭력을 행사하였고, 특히 2019. 3. 14.자 폭행 당시에는 원고의 배와 머리를 발로 걷어차고 양손에 각각 부엌칼을 들고 원고의 생명에 위해를 가할 것처럼 협박까지 한 사실을 알 수 있어 그 폭력 행사의 정도도 무겁다.

원심은 피고의 폭력 행사에 관하여, 원고가 피고로부터 지속적으로 지적을 받으면서도 자신의 행동을 개선하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피고에게 지속적인 이혼을 요구함으로써 피고를 자극하였다고 판단하여 원고에게 피고의 폭력 행사에 상당 부분의 책임이 있는 것으로 본 듯하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원고의 이혼 청구를 배척할 사유가 된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기록에 나타난 당사자의 혼인계속의사 유무, 파탄의 원인에 관한 당사자의 책임 유무와 경중, 혼인생활의 기간, 자녀의 유무, 당사자의 연령 등 원피고의 혼인관계에 관한 여러 사정을 두루 고려하면 원피고는 더 이상 피고의 폭력 행사 이전의 관계로 회복될 수 없다고 판단된다.

이러한 사정을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의 행위는 원고에 대한 부당한 대우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원피고 사이의 혼인관계는 피고의 폭력 행사 이래 그 바탕이 되어야 할 애정과 신뢰가 상실되어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다고 봄이 타당하고, 민법 제840조 제3호 또는 제6호 의 재판상 이혼사유에 해당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원고에게 피고의 폭력 행사를 유발한 책임이 있다는 등의 이유로 원고의 이 사건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심판결에는 민법 제840조 제3호 제6호 에서 정한 이혼사유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4. 결론

원고의 상고는 이유 있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김재형(주심) 민유숙 노태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