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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0. 3. 10. 선고 99다65462 판결

[소유권이전등기][공2000.5.1.(105),944]

판시사항

소유권이전등기의 추정력이 전 소유자에 대하여도 미치는지 여부(적극) 및 등기명의자가 등기원인 행위의 태양이나 과정을 다소 다르게 주장한다고 하여 그 추정력이 깨어지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부동산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져 있는 경우 그 등기명의자는 제3자에 대하여서뿐만 아니라, 그 전 소유자에 대하여서도 적법한 등기원인에 의하여 소유권을 취득한 것으로 추정되고, 한편 부동산 등기는 현재의 진실한 권리상태를 공시하면 그에 이른 과정이나 태양을 그대로 반영하지 아니하였어도 유효한 것으로서, 등기명의자가 전 소유자로부터 부동산을 취득함에 있어 등기부상 기재된 등기원인에 의하지 아니하고 다른 원인으로 적법하게 취득하였다고 하면서 등기원인 행위의 태양이나 과정을 다소 다르게 주장한다고 하여 이러한 주장만 가지고 그 등기의 추정력이 깨어진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에도 이를 다투는 측에서 등기명의자의 소유권이전등기가 전 등기명의인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무효라는 주장·입증을 하여야 한다.

참조조문
원고,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안용득)

피고,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바른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정귀호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판결에서 채용하고 있는 증거들을 종합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소외 조삭불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어 있던 원심판결 첨부 별지 목록 기재 각 토지(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한다)에 관하여 1979. 5. 18.자로 같은 해 4월 23일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외 1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었다가 1988. 6. 24.자로 같은 날짜 매매를 원인으로 한 피고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이하 '이 사건 이전등기'라 한다)가 경료되었는데, 이 사건 토지 중 원심판결 첨부 별지 목록 3, 4, 7, 8항 기재 각 토지는 경남 창녕읍 교동 992의 6 답 2,390㎡와 같은 동 993의 4 답 671㎡가 분할·합병절차를 거쳐 생긴 토지 중의 일부이다(같은 목록 1, 2, 5, 6항 기재 토지와 위 분할·합병 전 토지 전체를 '이 사건 분할 전 토지'라 한다).

이 사건 분할 전 토지에 관한 소외 1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명의신탁에 의한 등기로서, 원고는 조삭불의 대리인인 소외 김창근으로부터 이 사건 분할 전 토지를 단독으로 매수하여 매도인 측과 소외 1 측의 양해하에 소외 1에게 그 등기명의를 신탁하여 그에 관하여 위와 같은 소외 1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게 되었다.

원고는 피고의 형이고, 소외 1은 그 누나이며, 소외 2는 원·피고의 형이자 소외 1의 오빠인데, 원고는 소외 2가 1980년 4월경 버스회사를 설립하자 그에게 이 사건 분할 전 토지 중 일부를 차고지로 사용하도록 허용하는 한편, 일정한 범위 내에서 이를 회사 운영자금의 융통을 위한 담보로 제공하는 것도 허용하였고, 이에 따라 소외 2는 1980. 4. 25.경부터 이 사건 분할 전 토지 중 일부를 차고지로 쓰는 한편, 1982. 8. 5. 이 사건 분할 전 토지를 담보로 자금을 융통하기도 하였다.

그러던 중 소외 2가 1984. 2. 14.경 부도를 내고 구속되자 피고는 같은 해 5월 11일자로 이 사건 분할 전 토지에 대하여 피고 명의의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를 경료하는 한편, 소외 2의 채무 일부를 대위변제하였고, 같은 해 8월 6일경에는 소외 2의 버스회사에 대한 권리의무를 피고가 승계하기로 하고 같은 달 28일 그 대표이사가 되었다.

그 후 1985. 10. 18.과 같은 달 24일 이 사건 분할 전 토지에 관한 위 가등기가 말소되고, 같은 해 10월 24일자로 채권최고액 금 9,000만 원, 채무자 피고, 근저당권자 주식회사 대구은행으로 된 근저당권설정등기가 경료되었다가 1987. 7. 29. 그 등기가 말소되고, 같은 날 채권최고액 금 1억 400만 원, 채무자 박상길, 근저당권자 같은 은행으로 된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다시 경료되었으며, 이 등기는 1988. 5. 9. 말소되었다.

소외 1은 피고가 금융기관으로부터 버스회사의 운영자금을 융통하기 위한 담보 설정에 사용한다고 하여 그런 줄로만 알고 인감증명서를 발급받는 절차에 협력하였을 뿐인데, 피고가 그 이후의 나머지 절차를 자기 마음대로 일방적으로 처리하여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위와 같은 피고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게 되었다.

이 사건 분할 전 토지에 대한 등기필증은 원고가 줄곧 소지하고 있었고, 그래서 이 사건 이전등기시에는 보증인 2명의 보증으로 등기필증에 갈음하였다.

원심은 위 인정 사실을 기초로, 위 가등기 말소 사실, 등기필증의 소지관계, 인감증명서의 발급 경위 등과 그 밖에 변론에 나타난 사정 즉, 명의신탁자가 누구인지에 관한 피고 주장의 일관성 결여, 피고측의 매수·양수과정에 관한 주장을 인정할 증거가 없는 점, 소외 2나 피고가 피고 주장의 명의신탁자에게 그 대금을 청산하였다는 직접적인 증거자료가 전혀 없는 점, 소외 1로서는 전에 버스회사 운영자금 마련을 위한 근저당권설정절차에 여러 차례 협력한 바 있어 이 사건 이전등기시에도 그렇게 알았을 수도 있었으리라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명의수탁자인 소외 1은 물론 명의신탁자인 원고도 이 사건 토지를 소외 2나 피고에게 매도 내지 양도한 바 없을 뿐 아니라 그렇다고 하여 원고가 소외 2에게 명의신탁자의 지위를 양도한 바도 없는데, 피고가 소외 1을 속여 원고와 소외 1 몰래, 그들 의사에 반하여 이 사건 이전등기를 경료하였다고 추단함이 상당하므로 이 사건 이전등기는 원인관계를 결한 무효의 등기라고 판단하여 소외 1을 대위하여 이 사건 이전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고 있다.

2. 그러나 부동산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져 있는 경우 그 등기명의자는 제3자에 대하여서 뿐만 아니라, 그 전 소유자에 대하여서도 적법한 등기원인에 의하여 소유권을 취득한 것으로 추정되고, 한편 부동산 등기는 현재의 진실한 권리상태를 공시하면 그에 이른 과정이나 태양을 그대로 반영하지 아니하였어도 유효한 것으로서, 등기명의자가 전 소유자로부터 부동산을 취득함에 있어 등기부상 기재된 등기원인에 의하지 아니하고 다른 원인으로 적법하게 취득하였다고 하면서 등기원인 행위의 태양이나 과정을 다소 다르게 주장한다고 하여 이러한 주장만 가지고 그 등기의 추정력이 깨어진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므로 (대법원 1993. 5. 11. 선고 92다46059 판결, 1994. 9. 13. 선고 94다10160 판결, 1996. 2. 27. 선고 95다42980 판결 등 참조), 이러한 경우에도 이를 다투는 측에서 등기명의자의 소유권이전등기가 전 등기명의인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무효라는 주장·입증을 하여야 한다 고 할 것이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피고는 이 사건 토지를 명의수탁자인 소외 1로부터 직접 매수한 것이 아니라 원고를 비롯한 3인의 명의신탁자로부터 이를 양도받아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던 소외 2로부터 매수하였다면서 이 사건 등기원인행위의 태양이나 과정을 등기부상 기재된 등기원인과 다소 다르게 주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나, 이러한 주장만으로 이 사건 이전등기의 추정력이 깨어진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명의신탁자가 누구인지에 관한 피고 주장의 일관성 여부나 이 사건 토지의 양수 과정 및 그 대금의 청산 여부에 관한 피고 주장의 입증 여부와 관계없이 이 사건 이전등기가 전 등기명의인인 소외 1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무효라는 점은 이를 다투는 원고 측에서 주장·입증을 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점에 관한 입증으로 원고가 제출한 증거로는 "피고가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데 필요하다고 하면서 인감증명을 발급받아 달라고 하여 피고와 함께 동사무소까지 같이 가서 피고에게 주민등록증을 주고 그 곳 의자에 앉아 있는 사이에 피고가 자신 몰래 용도를 부동산매도용으로, 매수자를 피고로 각 기재한 인감증명을 발급받아 이를 가지고 혼자 사법서사 사무실에 가서 함부로 이 사건 이전등기의 신청을 위임하여 이 사건 이전등기를 경료해 버렸다."는 취지의 제1심 증인 소외 1의 증언 및 동인의 진술을 기재한 갑 제9호증 및 갑 제13호증, 동인의 진술서인 갑 제16호증의 2의 각 기재 등과 제1심 증인 박수봉, 박효경의 각 증언, 소외 문희진의 진술서인 갑 제17호증, 갑 제18호증의 1, 원고 자신의 진술을 기재한 갑 제14호증의 각 기재 등이 있으나, 소외 1의 진술을 제외한 나머지 증거들은 모두 소외 1로부터 들어서 안다는 취지에 불과하므로 결국 이 점을 증명할 만한 직접증거는 결국 소외 1의 진술밖에 없는 셈이 된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인감증명은 소외 1 자신이 본인으로서 직접 관할 동사무소에 출두·신청하여 발급받은 것으로 되어 있으므로(기록 145면 및 171면),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와 함께 동사무소까지 같이 가서 피고에게 주민등록증을 주고 그 곳 의자에 앉아 있는 사이에 피고가 자신 몰래 용도를 부동산매도용으로, 매수자를 피고로 각 기재한 인감증명을 발급받았다."는 취지의 위 소외 1의 진술은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할 것이고, 오히려 소외 1 스스로 동사무소의 담당 직원에게 주민등록증 등을 제출하여 본인임을 확인받았다고 보는 것이 사리에 합당하다고 할 것이므로, 소외 1로서는 설사 그 주장과 같이 인감증명 발급신청서의 용도란과 매수자란을 피고가 대신 기재해 주었다 하더라도 자신이 발급받은 인감증명의 용도가 부동산매도용인지 몰랐다고 보기는 어렵다.

더욱이 소외 1은 "피고가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데 필요하다고 하면서 인감증명을 발급받아 달라고 하여 그 발급절차에 협력하였을 뿐"이라는 수사기관에서의 진술과는 달리, 제1심에서는 그에 덧붙여 "피고가 식도를 신문지에 싸 가지고 와서 위협하는 바람에 할 수 없이 인감증명을 발급받아 주었다."고 증언하고 있는바,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소외 1은 당시에 이미 자신의 인감증명이 이 사건 토지를 피고 앞으로 넘겨주는 데 사용될 것임을 알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인감증명의 용도가 부동산매도용인지 몰랐다는 소외 1의 진술은 이 점에 있어서도 벌써 믿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만약 피고가 소외 1을 속여 몰래 용도를 부동산매도용으로 한 인감증명을 발급받아 이를 이용하여 이 사건 이전등기를 경료해버린 것이 사실이라면 그 후 그 사실을 알게 된 즉시 그에 대하여 항의하고 그 등기 회복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경험칙상 당연히 요구된다 할 것인데, 소외 1이나 원고는 그 후 그러한 사실을 알고서도(원고 스스로 피고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된 것을 이 사건 소 제기 수년 전에 이미 알았다고 하고 있다. 기록 544면), 이에 대하여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가 그로부터 수년이 지난 1996. 6. 29.에야 이 사건 소를 제기하고 있을 뿐이니, 이 점 또한 이 사건 이전등기가 소외 1의 의사에 반하여 경료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반증하는 유력한 자료가 된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소외 1 자신이 발급받아 교부한 인감증명서에 의하여 경료된 이 사건 등기를 이와 같이 신빙성이 의심스러운 소외 1의 진술만 가지고 그의 의사에 반하여 경료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와 같은 소외 1의 진술을 섣불리 믿은 나머지 이를 증거로 삼아 " 소외 1은 피고가 금융기관으로부터 버스회사의 운영자금을 융통하기 위한 담보 설정에 사용한다고 하여 그런 줄로만 알고 인감증명을 발급받는 절차에 협력하였을 뿐인데, 피고가 그 이후의 나머지 절차를 자기 마음대로 일방적으로 처리하여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이 사건 이전등기를 경료해버렸다."고 인정하고, 나아가 그 인정 사실과 그 판시의 나머지 사정 즉, 명의신탁자가 누구인지에 관한 피고 주장의 일관성 결여, 피고측의 매수·양수과정에 관한 주장을 인정할 증거가 없는 점, 소외 2나 피고가 피고 주장의 명의신탁자에게 그 대금을 청산하였다는 직접적인 증거자료가 전혀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가 소외 1을 속여 원고와 소외 1 몰래 그들 의사에 반하여 이 사건 이전등기를 경료한 것으로 추단된다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원심은 이 점에 있어서 등기의 추정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질렀다고 아니할 수 없다.

한편, 이 사건 이전등기 신청을 사법서사에게 위임할 당시에 동행하였다는 제1심 증인 신곡지(기록 268면)와 증인 박승태(기록 184면), 그리고 직접 이 사건 이전등기신청서류를 작성하였다는 사법서사 사무소의 사무원인 하태백(을 제8호증의 10, 기록 605면) 등은 소외 1이 사법서사 사무소까지 가서 이 사건 이전등기신청을 직접 위임하였다고 진술하고 있는바, 이들의 진술은 소외 1이 이 사건 이전등기의 신청을 사법서사에게 직접 위임한 것으로 되어 있는 을 제1호증의 3(기록 172면)의 기재에도 부합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또한 쉽게 배척할 수 없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아무런 합리적인 이유도 설시하지 않은 채 함부로 이를 배척하고 있으니 원심은 이 점에 있어서도 채증법칙 위배의 위법을 저질렀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상고이유 중 이 점을 지적하는 부분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용우(재판장) 김형선 이용훈(주심) 조무제

심급 사건
-부산고등법원 1999.10.14.선고 97나12044
참조조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