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국)][미간행]
[1] 소송판결의 기판력이 미치는 범위
[2]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 및 법적 안정성의 유지나 당사자의 신뢰보호를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 위헌결정의 소급효를 제한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3] 국가보안법위반 등 혐의로 기소되어 유죄판결을 받고 복역한 갑 등이 재심에서 무죄판결이 내려져 확정된 후 국가를 상대로 위법하게 구금 상태로 수사를 받으면서 구타 등 가혹행위를 당하고 유죄판결을 선고받아 복역하는 손해를 입었다며 국가배상청구의 소(선행소송)를 제기하였다가, 갑 등이 구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동의함으로써 같은 법 제18조 제2항 에 따라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이유로 각하판결이 내려져 확정되었는데, 그 후 헌법재판소가 위 조항의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 중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관한 부분은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하자, 갑 등이 다시 국가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한 사안에서, 구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 제18조 제2항 이 소송요건에 영향을 주어 재판의 전제가 되므로 위 소에 위헌결정의 효력이 미치고, 법적 안정성의 유지나 당사자의 신뢰보호를 위하여 불가피하게 위헌결정의 소급효를 제한할 만한 사정도 발견되지 않는데도, 선행소송 각하판결의 기판력만을 이유로 갑 등의 권리보호의 이익을 부정하여 위 소가 부적법하다고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1] 대법원 2003. 4. 8. 선고 2002다70181 판결 (공2003상, 1084) [2] 대법원 2017. 3. 9. 선고 2015다233982 판결 (공2017상, 626)
원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송병춘)
대한민국
서울고법 2021. 1. 13. 선고 2020나2016400 판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참고서면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 소속 사법경찰관들은 1981. 8.경 ‘반국가단체인 전민노련(전국민주노동자연맹)에 가담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원고들을 영장 없이 연행한 후 구금 상태로 수사를 하면서 구타하는 등 가혹행위를 하였다.
나. 이후 원고들은 국가보안법위반 등으로 기소되어 1982. 5. 22. 항소심에서 유죄판결(원고 1: 징역 2년 6월 및 자격정지 2년 6월, 원고 2: 징역 2년 및 자격정지 2년)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등법원 82노771호 ). 원고 1에 대한 유죄판결은 1982. 5. 30. 그대로 확정되었고, 원고 2에 대한 유죄판결은 검사가 상고하였으나 상고가 기각되어 1982. 9. 14. 확정되었다( 대법원 82도1847호 ). 원고들은 유죄판결에 따라 복역하다가 1983. 8. 12. 출소하였다.
다. 원고 1은 2005. 8. 8. 구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2015. 5. 18. 법률 제1328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민주화보상법’이라 한다)에 따라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되어 2006. 4. 17. 생활지원금 지급결정을 받고 2006. 4. 24. 이에 동의하여 그 무렵 생활지원금을 수령하였다. 원고 2 역시 2005. 8. 22. 구 민주화보상법에 따라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되어 2008. 3. 10. 생활지원금 지급결정을 받고 2009. 2. 9. 이에 동의하여 그 무렵 생활지원금을 수령하였다.
라. 원고들은 2009. 12. 16. 자신들의 유죄판결에 대한 재심을 청구하였고, 2010. 8. 13. 재심개시결정이 이루어져 2010. 12. 30. 재심무죄판결이 선고되었다( 서울고등법원 2009재노81호 ). 이에 검사가 상고하였으나 2012. 6. 14. 상고가 기각되어 재심무죄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대법원 2011도730호 ).
마. 원고들은 2013. 5. 6. 위법하게 구금 상태로 수사를 받으면서 구타 등 가혹행위를 당하고 이에 따라 유죄판결까지 선고받아 복역하여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피고를 상대로 국가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이하 ‘선행소송’이라 한다). 그러나 제1심은 ‘원고들이 구 민주화보상법에 따른 보상금 등 지급결정에 동의함으로써 같은 법 제18조 제2항 에 따라 원고들이 입은 피해 일체에 대하여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원고들의 소는 권리보호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는 이유로 각하판결을 선고하였고( 서울중앙지방법원 2013가합34506호 ), 이후 각하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바. 구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 은 “이 법에 의한 보상금 등의 지급결정은 신청인이 동의한 때에는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에 대하여 민사소송법의 규정에 의한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본다.”라고 정하고 있었으나, 헌법재판소는 2018. 8. 30. 위 조항의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 중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관한 부분은 국가배상청구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 헌법재판소 2018. 8. 30. 선고 2014헌바180 등 전원재판부 결정 , 이하 ‘이 사건 위헌결정’이라 한다)을 선고하였다.
사. 원고들은 2019. 1. 7. 이 사건 위헌결정에 터잡아 다시금 동일한 불법행위를 이유로 정신적 손해의 배상을 구하는 이 사건 국가배상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이 사건 소가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소를 각하하였다. 이 사건 위헌결정의 소급효는 기판력 등 다른 법리에 의해 제한될 수 있는데 선행소송 각하판결 확정 이후 원고들이 사실자료를 보완하였다는 사정이 없고, 이 사건 위헌결정이 있었다 하여 선행소송 각하판결 확정의 효력을 다툴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이 사건 소에는 선행소송 각하판결의 기판력이 미쳐 소송요건 흠결에 관하여 그와 다른 내용의 판단을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이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소송판결의 기판력은 그 판결에서 확정한 소송요건의 흠결에 관하여 미치는 것이지만, 당사자가 그러한 소송요건의 흠결이 보완된 상태에서 다시 소를 제기한 경우에는 그 기판력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 ( 대법원 2003. 4. 8. 선고 2002다70181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위헌결정은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입은 피해’ 중 일부인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 부분을 위헌으로 선언함으로써 그 효력을 상실시켜 구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 의 일부가 폐지되는 것과 같은 결과를 가져오는 결정으로서 법원에 대한 기속력이 있다. 따라서 구 민주화보상법에 따른 보상금 등을 받더라도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대해서는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볼 근거가 사라졌다( 대법원 2020. 10. 29. 선고 2019다249589 판결 , 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19다2049 판결 등 참조).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의 효력은 위헌제청을 한 ‘당해사건’, 위헌결정이 있기 전에 이와 동종의 위헌 여부에 관하여 헌법재판소에 위헌여부심판제청을 하였거나 법원에 위헌여부심판제청신청을 한 ‘동종사건’과 따로 위헌제청신청은 아니하였지만 당해 법률 또는 법률 조항이 재판의 전제가 되어 법원에 계속 중인 ‘병행사건’뿐만 아니라, 위헌결정 이후 같은 이유로 제소된 ‘일반사건’에도 미친다. 물론, 위헌결정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가 무한정일 수는 없고, 다른 법리에 의하여 그 소급효를 제한하는 것까지 부정되는 것은 아니며, 법적 안정성의 유지나 당사자의 신뢰보호를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에 위헌결정의 소급효를 제한하는 것은 오히려 법치주의의 원칙상 요청된다 ( 대법원 2017. 3. 9. 선고 2015다233982 판결 등 참조).
나. 앞서 본 사실관계를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이 사건 위헌결정은 법원에 대하여 기속력이 있고, 그 효력은 구 민주화보상법 제18조 제2항 이 소송요건에 영향을 주어 재판의 전제가 되는 이 사건에도 미친다. 또한 이 사건에서 법적 안정성의 유지나 원고들이나 피고의 신뢰보호를 위하여 불가피하게 이 사건 위헌결정의 소급효를 제한할 만한 사정도 발견되지 않는다. 따라서 원고들이 기존에 구 민주화보상법에 따른 보상금 등의 지급결정에 동의하였다 하더라도 이 사건 위헌결정이 선고된 이후에는 피고 소속 공무원들의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대해서는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재판상 화해가 성립하였다고 볼 근거가 없게 되었다. 그렇다면 원고들이 정신적 손해에 대한 국가배상을 구하는 이 사건에서는 선행소송 각하판결에서 확인된 권리보호의 이익 결여라는 소송요건의 흠결이 보완되었다 할 것이므로 원고들이 추가로 그러한 소송요건의 흠결 보완을 위한 사실자료를 제출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이 사건 소가 여전히 선행소송 각하판결에 따른 기판력의 제한을 받는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소송판결인 선행소송 각하판결의 기판력만을 이유로 원고들의 권리보호의 이익을 부정하여 이 사건 소가 부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위헌결정의 효력과 소송판결의 기판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참조판례
- [1] 대법원 2003. 4. 8. 선고 2002다70181 판결
- [2] 대법원 2017. 3. 9. 선고 2015다233982 판결
참조조문
- [1] 민사소송법 제216조
- [2] 헌법재판소법 제47조
- [3] 민사소송법 제216조
-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 민법 제751조
-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구) 제18조 제2항
- 헌법재판소법 제47조
본문참조판례
서울고등법원 82노771호
대법원 82도1847호
서울고등법원 2009재노81호
대법원 2011도730호
서울중앙지방법원 2013가합34506호
헌법재판소 2018. 8. 30. 선고 2014헌바180 등 전원재판부 결정
대법원 2003. 4. 8. 선고 2002다70181 판결
대법원 2020. 10. 29. 선고 2019다249589 판결
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19다2049 판결
대법원 2017. 3. 9. 선고 2015다233982 판결
본문참조조문
-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구) 제18조 제2항
원심판결
- 서울고법 2021. 1. 13. 선고 2020나2016400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