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법위반
2017노4592 병역법위반
A
피고인
백상준(기소), 김정훈(공판)
2018. 4. 6.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1.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은 B 신도로서 종교적 양심에 따라 입영을 거부하였고, 이러한 양심적 병역거부는 헌법상의 양심의 자유와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8조에 의하여 보장되므로,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 그런데도 양심적 병역거부가 위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판단
병역법 제88조 제1항은 가장 기본적인 국민의 국방의 의무를 구체화하기 위하여 마련된 것이고, 병역의무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국가의 안전보장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국민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도 보장될 수 없을 것이 명확하다. 따라서 병역의무는 궁극적으로는 국민 전체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고,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가 위와 같은 헌법적 법익보다 우월한 가치라고는 할 수 없다. 결국 이러한 헌법적 법익을 위하여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피고인의 양심의 자유를 제한한다 하더라도 이는 헌법상 허용된 정당한 제한이다(대법원 2004. 7. 15. 선고 2004도2965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한편, 우리나라가 가입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8조의 규정으로부터도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에게 위 조항의 적용을 면제받을 수 있는 권리가 도출되지 않고, 국제연합 자유권규약위원회가 권고안을 제시하였다 하더라도 이것이 어떠한 법률적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대체복무제도의 도입 여부 등에 관하여는 가입국의 입법자에게 광범위한 재량이 부여되어야 하는바, 현재로서는 대체복무제를 도입하기는 어렵다고 본 입법자의 판단이 현저히 불합리하다거나 명백히 잘못되었다고 볼 수 없고,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병역의무 면제나 대체복무의 기회를 부여하지 아니한 채 병역법 제88조 제1항 위반죄로 처벌한다 하여 규약에 반한다고 해석되지는 아니한다(대법원 2007. 12. 27. 선고 2007도7941 판결 등 참조).
따라서 피고인이 종교적 양심에 따라 입영을 거부한 행위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김경대
판사 김나연
판사 권비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