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기)][하집1997-2, 333]
[1] 편집저작물로 보호받기 위한 요건
[2] 고려사 한문 원본에 북한이 발간한 고려사 역본을 축소 복제하여 대비시킨 편집물이 그 소재인 저작물과 독립된 편집저작물인지 여부(소극)
[1] 편집물이 그 소재인 저작물과 독립하는 별개의 저작물인 편집저작물로서 보호받으려면, 편집자가 가지는 지적인 독창성 즉, 일정한 방침 또는 목적을 가지고 소재를 수집, 분류, 선택하고 배열하여 편집물을 작성하는 행위에 창작성이 있어야 한다.
[2] '북역 고려사'는 독자들의 입장에서 한문 실력의 배양, 고서에 대한 거부감 불식, 독서 시간의 절약 등 편의성이 있는 것이기는 하나, 그 편집자의 편집행위의 내용이 북한 사회과학원 고전연구소 발간의 고려사 역본을 그대로 축소 복제하여 배치한 다음 동일한 면의 좌우 여백에 해당하는 부분에 고려사 역본의 내용에 대응하는 고려사 한문 원본을 대비시킨 것으로서 한글로 옮겨진 역본에 이미 널리 알려진 한문 원본을 단순히 기계적으로 결합, 배치한 것에 불과하여, 그 소재의 선택 또는 배열에 창작성이 있다고 할 수 없어 이를 편집저작물로 볼 수 없다(저작권은 노력이 아닌 창작에 대한 보상의 성격을 띠고 있으므로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위와 같이 편집행위을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당연히 저작물이 되는 것은 아니다).
[1]
원고
피고 1외 4인(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창문)
서울지법 1996. 11. 8. 선고 96가합16693 판결
1. 제1심 판결의 피고 2, 3에 대한 부분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 2, 3은 각자 원고에게 금 9,247,350원 및 이에 대한 피고 2는 1996. 8. 18.부터, 피고 3은 1996. 3. 31.부터 각 1997. 12. 9.까지는 연 5푼,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할 5푼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원고의 피고 1, 4, 5에 대한 항소 및 피고 2, 3에 대한 나머지 항소를 각 기각한다.
3. 원고와 피고 2, 3 사이에 생긴 소송비용은 제1, 2심 모두 이를 3분하여 그 2는 원고의, 나머지는 위 피고들의 각 부담으로 하고, 피고 1, 4, 5에 대한 항소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4. 제1항 중 금원 지급 부분은 이를 가집행할 수 있다.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금 3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 익일부터 완제일까지 연 2할 5푼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피고들은 이 사건 판결선고일부터 1월 이내에 서울에서 발행되는 한겨레신문에 가로 10㎝, 세로 15㎝ 이상 크기로 별지 기재 사과문을 2회 게재하라.
1. 인정 사실
다음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내지 24호증, 갑 제30호증, 갑 제31호증의 1 내지 5, 갑 제37호증의 각 기재(다만 아래에서 믿지 아니하는 갑 제31호증의 3, 6의 각 일부 기재 제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다.
가. 원고는 "도서출판 ○○○"이라는 상호로 출판업에 종사하고 있고, 피고 1, 2, 4, 5는 서적판매업자들이며, 피고 3은 인쇄업자이다.
나. 원고는, 북한 사회과학원 고전연구소가 1962년경부터 1966년경까지 사이에 고려사 원문을 한글로 옮겨 발간한 "고려사(고려사) 역본" 11권(이하 고려사 역본이라고 한다)을 입수하여 1991. 9. 15. 고려사 역본을 편집한 "북역 고려사(북역 고려사)" 11권(이하 북역 고려사라고 한다)을 발행하였고, 이후 이를 국내에 판매하여 왔다.
다. 북역 고려사의 편집 형태는, 고려사 역본을 가로 5%, 세로 3% 정도 축소하여 게재한 다음, 연세대학교 한국학연구소에서 펴낸 고려사 한문원본을 원래의 크기보다 64% 가량 축소하여 고려사 역본의 내용과 일치하도록 같은 면의 좌우단 옆에 게재한 것으로서, 고려사 한문 원본과 한글로 된 고려사 역본을 동일한 면에서 서로 비교, 대조하여 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라. 한편, 피고 2는 1992. 7.경 원고의 허락 없이 피고 3에게 북역 고려사 150질을 복사, 제본하게 한 후, 1992. 8. 31.경 피고 4에게 그 중 50질을, 같은 해 9. 30.경 피고 1에게 76질을, 같은 해 12. 중순경 피고 5에게 20질을 각 공급하였다.
2. 원고의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저작권 침해 주장
(1) 원고는, 그가 발간한 이 사건 북역 고려사는, 독자들로 하여금 한문본 역사서를 읽을 수 있는 한문 실력을 배양하고, 고활자에 익숙케 하여 고서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며, 한문을 검색, 확인에 소요되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하여 북한에서 발행된 고려사 역본에 고려사 한문 원본을 일일이 상대, 배치시켜 새로이 편집한 것으로서, 저작권법 제6조 제1항이 규정하는 편집저작물에 해당한다 할 것인데, 피고들이 공모하여 북역 고려사를 무단으로 복제, 배포함으로써 원고의 편집저작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원고의 북역 고려사는 저작물인 고려사 원본과 북한 사회과학연구원 고전연구소가 발행한 고려사 역본을 수집하여 작성한 편집물이라고 할 것이고, 이러한 편집물이 그 소재인 저작물과 독립하는 별개의 저작물인 편집저작물로서 보호를 받으려면, 편집자가 가지는 지적인 독창성 즉, 일정한 방침 또는 목적을 가지고 소재를 수집, 분류, 선택하고 배열하여 편집물을 작성하는 행위에 창작성이 있어야 할 것인바, 이 사건 북역 고려사는 독자들의 입장에서 한문실력의 배양, 고서에 대한 거부감 불식, 독서시간의 절약 등 편의성이 있는 것이기는 하나, 원고의 편집행위의 내용이 원고가 입수한 북한 사회과학원 고전연구소 발간의 고려사 역본을 그대로 축소 복제하여 배치한 다음 동일한 면의 좌우 여백에 해당하는 부분에 고려사 역본의 내용에 대응하는 고려사 한문 원본을 대비시킨 것으로서 한글로 옮겨진 역본에 이미 널리 알려진 한문 원본을 단순히 기계적으로 결합, 배치한 것에 불과하여, 그 소재의 선택 또는 배열에 창작성이 있다고 할 수 없어 이를 편집저작물로 볼 수 없으므로(저작권은 노력이 아닌 창작에 대한 보상의 성격을 띠고 있으므로 원고가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위와 같이 편집행위을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당연히 저작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2) 원고는 북역 고려사가 편집저작물이 아니라 하더라도 고려사 역본을 원저작물로 하는 2차적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나, 2차적 저작물로 보호받기 위하여서는 원저작물과는 별도로 새로운 창작성이 가하여져 있어야 할 것인바, 북역 고려사에 창작성이 없음은 위에서 인정한 바와 같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나. 부정경쟁행위 주장
(1) 원고는 북역 고려사가 저작물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피고 2 등이 이를 복제하여 판매한 행위는 원고가 경영하는 위 ○○○의 상품임을 사칭한 불법행위이므로 이로 인한 원고의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피고 2와 피고 3이 공모하여 북역 고려사를 ' ○○○' 표시가 있는 표지를 포함하여 150질을 복제한 사실은 위에서 인정한 바와 같고, 위에서 인용한 증거들에 의하면, 북역 고려사는 국사를 연구하는 학자, 대학교수 또는 대학생을 주고객으로 하고 있고, 위 복제본은 복제본인 사실이 밝혀지지 아니한 채 판매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으며, 북역 고려사와 같이 고객층이 한정된 상품의 경우 복제품이 판매되면 정품의 판매가 감소하는 것은 경험칙상 명백하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 2, 3의 행위는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마)목의 타인의 상품을 사칭하여 판매를 한 것에 해당하고, 따라서 같은 법 제5조에 의하여 위 피고들은 각자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2) 다만 피고 1, 4, 5에 대하여 보건대, 위 피고들이 피고 2, 3과 공모하여 북역 고려사를 복제하였다거나 그들로부터 공급받은 책이 복제본인 사실을 알았다는 점에 부합하는 위 갑 제31호증의 3, 6의 각 일부 기재는 믿지 아니하고, 갑 제25 내지 28호증의 기재만으로는 위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피고 1, 4, 5에 대한 청구는 나머지 점에 관하여 더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3) 다음으로 피고 2, 3이 배상할 손해액에 관하여 살펴본다. 위에서 인용한 증거들 및 갑 제32 내지 35호증의 각 기재와 제1심 증인 소외인의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북역 고려사 1질의 제조원가가 금 28,351원이고, 정가는 금 150,000원이며, 원고는 북역고려사를 서적판매업자 등에게 1질당 정가의 60%인 금 90,000원 내외에 공급하여 왔으며, 서점이나 판매업자는 고객에게 1질당 금 120,000원 정도에 판매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으며, 위 피고들이 위 책 150질을 복제, 판매하였음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은바, 원고는 최소한 피고들이 복제한 150질을 판매하여 얻을 수 있는 순이익에 해당하는 영업상 이익을 침해당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위 피고들이 배상할 금원을 계산하여 보면 금 9,247,350원{(90,000-28,351)×150}이 된다. 원고는 위 피고들이 실제로 더 많은 부수를 복제하였고 최소한 저작권법이 추정하는 5,000부를 기준으로 하여 손해배상액을 정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나, 위 손해배상책임이 저작권법에 의한 책임이 아님은 위에서 살펴 본 바와 같고, 위 피고들이 150질보다 많은 부수를 복제하였다고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4) 원고는 더 나아가 위 피고들이 위와 같이 무단복제품을 유통시킴으로써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였으므로 이를 회복하기 위하여 별지 기재와 같은 사과문을 신문에 게재할 것을 구하고 있으나, 명예훼손의 경우 사죄광고를 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하므로(헌법재판소 1991. 4. 1. 선고 89헌마160 결정 참조) 원고의 위 청구 부분은 이유 없다.
5. 결 론
그렇다면, 피고 2, 3은 각자 원고에게 금 9,247,350원 및 이에 대한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익일인 피고 2는 1996. 8. 18.부터, 피고 3은 같은 해 3. 31.부터 피고들이 그 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당심판결 선고일인 1997. 12. 9.까지는 민법 소정의 연 5푼,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소정의 연 2할 5푼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므로, 원고의 위 피고들에 대한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원고의 위 피고들에 대한 나머지 청구와 피고 1, 4, 5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각 기각할 것인바, 제1심판결 중 피고 2, 3에 대한 부분은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하여 부당하고, 나머지 피고들에 대한 부분은 정당하므로, 원고의 피고 2, 3에 대한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위 피고들에 대하여 위 금원의 지급을 명하고, 원고의 나머지 피고들에 대한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