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a
대법원 1994. 12. 22. 선고 94도2316 판결

[살인,강간미수,사체손괴,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특수강간등),특수절도,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용서류손상][공1995.2.1.(985),728]

판시사항

가.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의 인정을 위한 증거의 증명력 정도

나. 피고인이 범인이 아닌가 하는 상당한 의심이 생기지 않는 것은 아니나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확신을 가지기에는 부족하다는 이유로 유죄의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다. 검사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과 임의성 유무의 판단기준

라. 자백의 신빙성 여부의 판단기준

판결요지

가.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정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할 것이므로, 이와 같은 증명력을 가진 증거가 없다면 설사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유죄로 판단할 수는 없다.

나. 피고인이 범인이 아닌가 하는 상당한 의심이 생기지 않는 것은 아니나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확신을 가지기에는 부족하다는 이유로 유죄의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다.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한 검사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는 그 피고인이 공판정에서의 진술 등에 의하여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되면 그 조서에 기재된 피고인의 진술이 임의로 한 것이 아니라고 특히 의심할 만한 사유가 없는 한 증거능력이 있는 것이고, 피고인이 그 진술을 임의로 한 것이 아니라고 다투는 경우에는 법원은 구체적인 사건에 따라 당해 조서의 형식과 내용, 피고인의 학력, 경력, 직업, 사회적 지위, 지능정도 등 제반사정을 참작하여 자유로운 심증으로 그 진술을 임의로 한 것인지의 여부를 판단하면 될 것이다.

라. 원래 자백의 신빙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자백의 진술 내용 자체가 객관적으로 합리성을 띄고 있는가, 자백의 동기나 이유 및 자백에 이르게 된 경위가 어떠한가, 정황증거 중 자백과 저촉되거나 모순되는 것이 없는가를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이상혁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피고인 및 변호인의 상고이유를 함께 본다.

1.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특수강간등), 특수절도,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의 점에 관하여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이 공소외 1(1981.9.10.생)과 합동, 또는 공동하여 ① 1993. 5. 2. 04:00경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 있는 평강교회 앞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던 피해자 성용구 관리하의 콤비차량에서 위 피해자 소유의 테스트기 1점 등을 절취하고, ② 같은 날 15:30경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639에 있는 문창국민학교 1학년 교실 뒤 보일러실에서 피해자 1, 2를 강간하려 하였으나 미수에 그치고 이로 인하여 피해자 1에게 치료일수 미상의 안면부좌상을 입히고, ③ 그 때쯤 같은 곳에서 피고인은 문방구용 절단칼날로 피해자 1의 혓바닥과 눈부위 및 얼굴을 수 회 긋고, 공소외 1으로 하여금 피해자 2의 혀를 자르도록 지시하여 공소외 1이 위와 같은 방법으로 피해자 2의 혀를 잘라 피해자 1에게 약 4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혀절상등을, 피해자 2에게 약 4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혀절단상을 각 가하였다”는 범죄사실을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나. 당원의 판단

(1)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정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할 것이므로, 이와 같은 증명력을 가진 증거가 없다면 설사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유죄로 판단할 수는 없다.

(2) 이 사건에 있어서 피고인은 경찰 조사시부터 공소외 1과 만난 사실조차 없다면서 위 범행들을 극구 부인하고 있는바, 기록을 살펴보면 피고인이 위 범행들을 저질렀다는 사실에 직접 부합하는 증거로는 아래와 같은 공소외 1의 진술이 있고, 공소외 2, 3의 각 진술은 위 사실에 대한 직접증거는 아니나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유력한 증거이므로, 그 각 진술 내용과 이들의 진술에 의하여 피고인이 위 범행들을 저질렀다고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등에 관하여 살펴본다.

(가) 공소외 1, 2, 3의 진술 내용을 피고인이 위 범행을 저지른 자(이하 편의상 ‘범인'이라 한다)로 지목되기 전과 그 후의 내용으로 나누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 먼저 피고인이 범인으로 지목된 경위등에 관하여 살펴본다.

기록에 의하면, 경찰은 1993. 5. 8. 이 사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특수강간등),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의 범행(아래에서 편의상 이 사건 특수강간등 범행이라고 부른다)을 저지른 공소외 1을 검거하였고, 같은 달 15. 20:00 KBS 제1 TV “사건 25시"에서 범인과 같이 지낸 공소외 1, 2, 3등의 범인의 인상착의등에 관한 진술등을 토대로 하여 범인의 오른쪽 손가락에 왕(왕)자 문신이, 다리에는 용꼬리 문신이 있고 범인은 신장이 175-180cm 정도로 피부는 검고 머리는 파마를 하였으며 검은색 양복과 검은색 구두를 신었다는 등의 내용이 방영되자, 피고인을 살인사건 용의자로 조사하던 강서경찰서는 같은 달 16. 피고인의 인상착의등이 위에서 방영된 범인과 거의 동일하다고 보고 그 사실을 서울경찰청장과 그 당시 이 사건 특수강간등 사건을 수사하고 있던 노량진경찰서에 통보하여 피고인이 범인으로 지목되었음을 알 수 있다.

② 공소외 1의 진술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공소외 1은 피고인이 범인으로 지목되기 전인 1993. 5. 8. 경찰에서 같은 달 1. 오후에 범인을 만나 다음날 오후까지 같이 지내면서 범인과 같이 위 범행들을 저질렀고, 범인은 오른쪽 가운데 손가락에 왕(왕)자 문신이 새겨져 있으며, 곱슬머리에 호리호리하고 검정 양복 정장을 입었으며 범인으로부터 24세이고 산이슬파 부두목이라는 말을 들었다는 내용을 진술하였다(서울지방검찰청 남부지청 93형 제34762 사건 수사기록 82, 89면).

공소외 1은 피고인이 범인으로 지목된 후에는, ㉠같은 달 17. 경찰에서 피고인과 대면하면서 피고인이 범인임에 틀림없고 범인으로부터 전과 3범이라는 말과 사람을 죽여 불태웠다는 말을 들었다는 내용을 추가로 진술하였고(위 수사기록 320면), ㉡검찰에서는 피고인이 범인임에 틀림없다고 하면서, 범인이 자신과 같이 있을 동안 교도소에서 등에 용 문신을 새겼고 '전과 3범으로 아이를 죽였다는 말'은 거짓말이라면서 일본으로 떠난다는 말을 들었다는 진술(1993. 7. 14. 진술시; 위 수사기록 415-416면, 422면)과 범인의 손등에 일본어로 된 문신을 보았다는 내용의 진술(1993. 7. 15. 진술시. 위 수사기록 438-439면)을 추가하였고, ㉢1심 법정에서는 위와 같은 내용에다가 오른쪽 손가락에 있는 왕(왕)자 문신만을 직접 보았다고 진술하였으며(소송기록 130면), ㉣원심 법정에서는 위와 같은 내용을 종합적으로 진술하였다.

③ 공소외 2의 진술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공소외 2(진술당시 12세, 국민학교 5학년생)은 피고인이 범인으로 지목되기 전인 1993. 5. 8. 경찰에서 같은 달 1. 오후 4:10경부터 7:30경까지, 다음날 10:30경부터 11:00경까지 친구인 공소외 1 등과 더불어 24-25세 가량의 청년과 함께 지냈는데(따라서 위 범행이 일어난 시각에는 위 청년과 같이 있지 아니하였으므로 위 청년이 범인이라는 점은 직접적으로 아는 것은 아니다) 그 청년은 나이는 24-25세 가량이고, 오른쪽 가운데 손가락에 왕(왕)자 문신과 왼쪽 장딴지 부근에 무슨 무늬인가는 몰라도 문신이 있고 곱슬머리에 마르고 밤색 양복을 입은 남자이며 위 청년으로부터 산이슬파 부두목이라는 말을 들었다는 등의 내용을 진술하였다(위 수사기록 94-99면).

공소외 2는 피고인이 범인으로 지목된 후에는, ㉠같은 달 18. 경찰에서 피고인과 대면하면서 피고인이 그와 같이 지내던 청년임에 틀림없다고 진술하면서 위 청년과 같이 있을 동안 위 청년으로부터 교도소에서 등에 용 문신을 새겼다는 말을 들었다는 내용을 추가로 진술하였고(위 수사기록 334면), ㉡1993. 7. 14. 검찰에서는 다리에 있는 문신을 보지 못하였다고 진술하였으며(위 수사기록 415면), ㉢원심 법정에서는 왕(왕)자 문신과 어느 쪽 다리인지는 기억에 없으나 다리에 용꼬리 문신을 보았으며 위 청년으로부터 등에 용 문신을 새겼다는 말을 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④ 공소외 3의 진술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공소외 3(진술당시 국민학교 6학년생)은 피고인이 범인으로 지목되기 전인 1993. 5. 8. 경찰에서 같은 달 1. 오후에 공소외 1, 2등과 같이 25세 가량의 청년과 함께 지냈고 위 청년이 여자유치원생 2명의 혀를 짜른 범인이라는 점은 공소외 1로부터 들어서 아는데 위 청년은 신장이 180cm 정도이고 오른쪽 가운데 손가락에 왕(왕)자 문신과 왼쪽 다리 바깥쪽에 용꼬리 같은 문신이 있으며 반 곱슬머리에 밤색 양복을 입은 남자이며 위 청년으로부터 산이슬파 부두목이라는 말을 들었다는 등의 내용을 진술하였다(위 수사기록 103-107면). 공소외 3은 피고인이 범인으로 지목된 후에는, ㉠같은 달 18. 경찰에서 피고인과 대면할 때 피고인이 그와 같이 지내던 청년임에 틀림없다고 진술하면서 위 청년으로부터 전과 3범이라는 말을 들었다는 내용을 추가하고 위 청년은 쑥색 비슷한 양복을 입었다고 범인의 양복색깔에 관한 진술을 바꾸었으며(위 수사기록 331면), ㉡1993. 7. 14. 검찰에서는 위 청년이 양발을 걷어 올릴 때에 가늘고 긴 용꼬리 같은 문신을 보았고 위 청년으로부터 등에 용 문신을 새겼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하였다(위 수사기록 415-416면).

⑤ 피고인의 신체적 특징등에 관하여.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오른쪽 가운데 손가락에 왕(왕)자 문신이, 오른손 등에는 일본어 문신이, 오른쪽 장딴지 부위에 장미꽃 두 송이와 그 주위에 넝쿨 줄기가 있는 장미 문신이, 등에는 미완성 용 문신이 각 새겨져 있고(위 수사기록 430-431면), 피고인은 전과 3범으로서 신장이 175cm이고 1993. 5. 4. 구속될 당시 파마머리를 하였으며 검은색 잠바와 바지를 입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나) 앞서 본 바와 같이 공소외 1, 2, 3(이하 이들을 통털어 말할때는 ' 공소외 1 등'이라 한다)은 피고인을 대면하고 피고인이 범인 또는 같이 지내던 청년임이 틀림없다고 일치하여 진술하고 있는 점과 공소외 1 등의 일관된 진술과 같이 피고인의 오른쪽 손가락에 왕(왕)자 문신이 새겨져 있는 점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위 범행들을 저지른 것이 아닌가 하는 상당한 의심이 생기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 그러나 한편 다음과 같은 점들에 비추어 공소외 1, 2, 3의 진술에 의하여 피고인이 위 범행들을 저질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① 공소외 1은 피고인과 같이 지내던 1993. 5. 2. 04:00경 피고인과 합동하여 이 사건 특수절도 범행을 저질렀고 피고인과 그 후 계속 함께 있다가 그날 오후에 피고인과 함께 이 사건 특수강간등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하고 있으나(위 수사기록 84-88면, 수사기록 416-421면, 소송기록 125-128면), 위 특수절도 사건 피해자인 성용구는 1993. 5. 9. 경찰에서 같은 해 4.30. 원심판결이 유지한 1심판결 판시의 장소에서 그 판시와 같은 물건들을 도난당하였다고 진술하였음을 알 수 있는바(위 수사기록 109-110면), 위 물건들을 도난당한 일시에 관한 위 성용구의 진술이 사실이라면,(1993.5.2.은 일요일이고 위 성용구가 교회버스 관리인이라는 점에 비추어 위 성용구가 사실은 일요일인 같은 해 5.2. 물건을 도난당하였음에도 며칠 후에 도난 일자를 같은 해 4.30.이라고 잘못 진술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여겨진다), 공소외 1의 위 진술부분은 신빙성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위에서 본대로 공소외 1 등 세사람은 1993. 5. 1. 처음으로 24-25세된 청년을 만나 함께 지냈고, 그 사람이 피고인이라고 일치하여 진술하고 있는바, 만약 위 성용구가 위 물품을 도난당한 일자가 그 이전인 같은 해 4.30.이라면, 피고인이 공소외 1과 함께 이를 절취하였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고, 나아가 피고인과 함께 1993. 5. 2. 새벽에 특수절도 범행을 하고 계속 같이 있다가 그날 오후에 이 사건 특수강간등 범행을 함께 하였다는 공소외 1의 진술부분 또한 신빙하기 어렵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만약 위 물품을 도난당한 일자가 같은 해 4.30.이고 위 특수절도 범행을 저지른 자가 이 사건 특수강도 범행도 함께 저질렀다는 공소외 1의 진술부분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피고인이 특수강간등 범행을 저질렀다고 인정할 수는 없을 것인 반면 이 사건 특수절도, 특수강간등 범행을 공소외 1과 함께 저지른 범인이 피고인 말고 따로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② 기록에 의하면, 공소외 1의 진술에 의하여 동인과 같이 위 특수강간등 범행을 저질렀던 범인이 가지고 다니다가 숨겨 두었다는 가방 속에 있는 내의에서 모발이 발견되었는바(이 가방 속에는 공소외 1 소유의 만화책 2권도 함께 들어 있었다), 유전자형 분석에 의한 감정을 하여 본 결과 위 모발은 피고인의 모발과 다름이 밝혀졌다(위 수사기록 9, 17, 409면).

사정이 이와 같고, 공소외 1의 진술대로 위 가방의 소지자가 범인이라면, 가방 속에 들어있는 내의는 가방소지자의 것으로 보는 것이 순리일 터이고, 한편, 기록을 살펴보아도 위 내의나 그 속에서 발견된 모발이 가방소지자인 범인의 것이 아니라고 볼 수 있는 자료가 없는 이 사건에 있어, 피고인이 자기와 함께 위 특수강간등 범행들을 저질렀다는 공소외 1의 진술은 그 신빙성이 극히 의심된다고 할 수밖에 없고, 사리가 이와 같다면 적어도 피고인이 범인이 아닐지 모른다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

③ 더구나 공소외 1, 2, 3의 각 진술에 의하여 피고인이 이 사건 특수강간등 범행을 저질렀다고 선뜻 단정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즉 피고인의 왼쪽 다리에는 아무런 문신이 없는데(그 밖에 피고인의 오른쪽 다리에 있는 장미 넝쿨 줄기등의 문신을 목격한 자가 이를 용꼬리 문신이라고 볼 가능성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피고인이 범인으로 지목되기 전 공소외 2와 3은 당초 경찰에서 위 범행 전 같이 지낸 청년의 오른쪽 손에 왕(왕)자 문신 이외에 왼쪽 다리에 문신이 있는 것을 보았다고 진술하고 있는데 이들의 진술은 오른쪽 장딴지에 장미문신이 있는 피고인의 신체적 특징과는 맞지 아니하여서 위 청년이 피고인이라는 점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자료가 되지 못하고 오히려 위 각 진술은 이들이 말하는 청년이 피고인 이외의 사람일 가능성을 시사하는 진술일 수도 있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공소외 1 등이 경찰에서 최초에 진술할 때에는 생각나지 않았거나 당황하여 진술하지 못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피고인이 범인으로 지목된 후에 이들이 수사기관에서 추가로 진술한 다음과 같은 진술내용, 즉 같이 지낸 청년으로부터 전과 3범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 청년의 오른손등에 일본어로 된 문신을 보았다, 그 청년의 등 뒤에 용무늬 문신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사람을 불태워 죽인 일이 있다는 등의 진술은 시민제보를 얻고자 “사건 25시" 방영을 할 당시 이들이 위 TV 기자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내용으로 보여지고(소송기록 131-132면, 300면등), 경찰에서 최초로 진술할 때에 범인의 인상착의등에 관한 진술이 상당히 상세하였던 점에 비추어, 피고인이 범인으로 지목된 후에 공소외 1 등이 수사기관에서 한 위와 같은 추가 진술이나 위 청년의 옷색깔에 관한 달라진 진술 등은 그 신빙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오히려 공소외 1 등은 나이가 어리고 판단력이 미숙한 관계로 피고인의 신체적 특징 및 신원사항등을 알고 있는 수사기관으로부터 위와 같은 추가로 진술한 내용등과 관련하여 질문을 받고 마치 위 청년이 질문과 같은 신체적 특징을 가졌거나 범인으로부터 신원사항을 들은 것으로 착각하는 등의 사유로 인하여 위와 같은 추가 또는 변경된 진술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공소외 1은 경찰에서 당초 위 청년과 시흥역에 갔다는 진술을 하지 않았으나(위 수사기록 88면), 피고인이 1993. 5. 16. 경찰에서 같은 달 2. 시흥역에 갔다는 주장을 한 후(위 수사기록 305면) 공소외 1은 같은 달 17. 경찰에서 위 청년과 같이 시흥역에 갔다는 진술을 하고 있다(위 수사기록 319면)}.

그러고 보면 공소외 1, 2, 3 세사람의 진술 중 범인의 오른쪽 가운데 손가락에 왕(왕)자 문신이 있고 175-180cm 정도의 신장으로서 곱슬머리에 24,5세 가량이라는 등의 진술은 공통되어 신빙성이 있다고 하겠으나, 기록에 의하면 손가락에 왕(왕)자 문신이 있어 경찰에 의하여 위 범행관련 여부를 조사를 받았던 사람만도 여러사람임을 알 수 있고 그 이외의 신체특징은 피고인만의 특유한 특징은 아니어서 공소외 1 등의 진술에 나타난 위와 같은 문제점들과 이들이 아직 판단력이 미숙한 어린이들이라는 점등에 비추어 공소외 1 등의 위와 같은 진술이나 피고인이 공소외 1 등과 같이 지냈던 청년임에 틀림없다는 진술만으로 피고인이 범인이라고 쉽사리 단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할 것이다.

(3) 그리고 원심이 채용한 나머지 증거들은 피고인이 위 범행들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인정할 만한 자료가 되지 못한다. 그 밖에 검사 작성의 피해자 1에 대한 진술조서의 기재에 의하면 피해자 1은 검찰에서 피고인과 대면하면서 피고인이 범인이라고 진술하였으나, 위 진술조서는 증거능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기록에 의하면 피해자 1은 당시 만 5세의 어린이이었고 범인의 인상착의에 대하여 여러 차례 진술을 바꾸었음을 알 수 있는 점(위 수사기록 73면)등에 비추어 위 진술도 선뜻 믿기 어렵다.

(4) 결국 원심이 들고 있는 모든 증거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위 범행들을 저질렀다는 사실에 관하여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확신을 가지게 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피고인이 위 범행들을 저질렀다고 단정한 것은 증거가치의 판단을 그르쳤거나 필요한 심리를 제대로 다하지 아니한 위법을 저지른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2. 살인, 강간미수, 사체손괴의 점에 관하여.

가. 피고인이 된 피의자에 대한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는 그 피고인이 공판정에서의 진술등에 의하여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되면 그 조서에 기재된 피고인의 진술이 임의로 한 것이 아니라고 특히 의심할 만한 사유가 없는 한 증거능력이 있는 것이고, 피고인이 그 진술을 임의로 한 것이 아니라고 다투는 경우에는 법원은 구체적인 사건에 따라 당해 조서의 형식과 내용, 피고인의 학력, 경력, 직업, 사회적 지위, 지능정도 등 제반사정을 참작하여 자유로운 심증으로 그 진술을 임의로 한 것인지의 여부를 판단하면 될 것이다 ( 당원 1993.7.27. 선고 93도1435 판결 참조).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피고인의 검찰에서의 위 범행에 대한 자백이 폭행, 협박이나 회유 등에 의하여 임의성이 없는 상태가 계속된 상태에서 허위로 한 것이 아닌 임의성 있는 자백이라고 판단하였는바, 기록을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인정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법리오해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나. 다음으로 피고인의 검찰에서의 자백에 대한 신빙성에 관하여 살펴본다.

원래 자백의 신빙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자백의 진술 내용 자체가 객관적으로 합리성을 띄고 있는가, 자백의 동기나 이유 및 자백에 이르게 된 경위가 어떠한가, 정황증거 중 자백과 저촉되거나 모순되는 것이 없는가를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기록에 의하여 피고인의 검찰에서의 위 살인등 범행에 대한 자백의 내용을 살펴보면, 세세한 부분에 있어서는 일관되지 못한 점이 없지 아니하나 그 내용의 객관적 합리성을 대체로 시인할 수 있고 또 자백경위를 보면, 기록상 분명한 바와 같이 피고인 스스로 그의 어머니에게 자수의사를 밝히자 그의 어머니가 피고인의 큰형을 통하여 그의 숙부에게 연락하고 숙부가 경찰에 연락하여, 경찰에서 위 범행들에 관하여 조사를 받았고 경찰 및 검찰에서 위 범행들을 순순히 자백하였으며 자백한 범행들만으로도 중형이 선고될 것이라고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던 점 등의 사정과 피고인이 위 범행들을 저지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이 자수나 자백을 할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등에 비추어, 피고인의 검찰에서의 위 범행에 대한 자백은 신빙성이 있다는 원심의 판단을 일응 수긍할 수 있고, 피고인이 자백하면 당시 살인등 범행의 용의자로 구속되어 있던 피고인의 형인 공소외 4를 석방시켜 주고 피고인도 5년 미만의 형을 받도록 하여 준다는 경찰관의 말을 믿고 허위자백하였다는 피고인의 소론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다만 기록에 의하면, 피해자 3의 아버지인 공소외 5는 경찰에서 피고인이 피해자 3의 사체를 소각하였다는 시각 무렵인 1993. 4. 26. 18:00부터 19:00 사이에 피해자 3을 찾으러 다니다가 수명산 골짜기에서 개를 잡을 때 그을리는 듯한 냄새가 나면서 연기가 나는 것을 보았고 위 연기가 나는 곳에 빨간색 티셔츠를 입은 나이가 좀 먹어 보이는 40대 가량의 남자가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고 진술하였음을 알 수 있고(서울지방검찰청 남부지청 93형 제24238호 기록 37-39면), 공소외 5가 위와 같은 현장을 보았다는 시각이 원심이 유지한 제1심판결이 피고인이 피해자 3의 사체를 태웠다고 인정한 시각과 비슷하므로 위 범행장소와 위 연기가 나던 곳이 일치한다면(다만 공소외 5는 검찰에서 위 범행의 현장과 연기가 나던 곳은 동일한 현장이 아니라고 진술하였고 자신이 그 곳을 지나간 경위에 관하여는 경찰에서와 달리 진술하고 있다. 위 수사기록 355면) 공소외 5의 진술내용은 피고인의 위 자백의 신빙성에 의문을 가져다 주는 내용임을 부정할 수 없으므로, 원심으로서는 공소외 5가 위 연기가 나는 현장을 보게된 지점, 그 지점과 범행현장 및 연기가 난 곳과의 상관관계, 목격 경위와 시각 등을 심리하여 위와 같은 의문을 명확히 해소하였어야 할 것이다.

3. 원심은 위 범행들과 공용서류손상의 범죄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여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으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지창권(재판장) 천경송(주심) 안용득 신성택

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1994.7.14.선고 93노38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