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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고등법원 2019.11.29.선고 2019노154 판결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13세미만미성년자강제추행)

사건

2019노154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13세미만미성년

자강제추행)

피고인

A

항소인

검사

검사

이영림(기소), 김덕길(공판)

변호인

변호사 신윤식

원심판결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2019. 4. 17. 선고 2018고합138 판결

판결선고

2019, 11, 29.

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피해자는 피고인으로부터 이 사건 초등학교 교무실, 운동장, 등굣길 등에서 강제추행을 당한 사실에 관하여 일관되고 구체적으로 진술하였으므로 그 진술은 신빙성이 인정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고 이 사건 각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잘못이 있다.

2. 이 사건 각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5. 9. 1.경부터 천안시 동남구 B에 있는 C초등학교 교감으로 재직했던 사람으로, 위 학교 5학년에 재학 중이던 피해자 D(가명, 여, 10세)가 교우관계로 인해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자 2015. 10.경부터 피해자를 수시로 만나 상담을 하게 되었다. 가. 피고인은 2015. 10.경부터 2015. 12.경 사이에 위 학교 교무실 내 피고인의 자리에서 피해자와 상담을 하던 중 피해자의 손을 잡고, 피해자가 손을 빼려 하자 손을 꽉 쥔 다음 계속하여 손으로 피해자의 팔을 쓰다듬고 어깨를 토닥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13세 미만의 미성년자를 강제로 추행하였다.

나. 피고인은 2015. 10.경부터 2015. 12.경 사이 위 장소에서, 위와 같이 피해자와 상담을 하던 중 피고인의 휴대전화로 전화가 걸려오자 통화를 하면서 손으로 피해자의 손목을 잡고 교무실 내를 오가며 피해자의 팔뚝을 쓰다듬고, 창가 쪽으로 걸어가며 피해자의 손을 잡아 피고인의 등 뒤로 가져가 피해자의 손으로 피고인의 등을 문질렀다. 이로써 피고인은 13세 미만의 미성년자를 강제로 추행하였다.다. 피고인은 2015. 10.경부터 2015. 12.경 사이 위 학교 본관 현관에서부터 정문까지 피해자의 손을 잡고 앞뒤로 흔들며 걷고, 운동장 백엽상 부근에서 피해자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피해자의 소매를 걷어 올려 손으로 팔을 쓰다듬으며 어깨동무를 하고, 피해자의 겨드랑이 사이로 손을 넣어 손으로 피해자의 가슴 부위를 쓸어내린 후 "앞으로 나만 믿어, 계속 이렇게 찾아와"라고 말하면서 양손으로 피해자를 끌어안고 손으로 피해자의 등을 문지른 다음 손바닥으로 피해자의 엉덩이를 한 번 움켜쥐었다. 이로써 피고인은 13세 미만의 미성년자를 강제로 추행하였다.

라. 피고인은 2015. 10.경부터 2015. 12.경 사이 위 학교 후문에서 교통지도를 하던 중 등교하는 피해자를 발견하고, "이제 학교 가?"라고 말하며 피해자의 손을 잡고 본관까지 걸어간 후 "춥다. 이렇게 입고 다녀" 라고 말하며 피해자가 입고 있던 겉옷 지퍼를 올려주며 손으로 피해자의 목과 가슴을 스치고, "잘 가라"고 말하며 손바닥으로 피해자의 엉덩이를 한 번 쳤다.

이로써 피고인은 13세 미만의 미성년자를 강제로 추행하였다.

3.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사정을 자세하게 설시하여 피해자 및 피해자 모친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검사가 제출한 나머지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각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보아 공소사실 전부를 무죄로 판단하였다.

① 피해자는 이 사건 강제추행이 교무실, 운동장, 등굣길에서 수십 차례 이루어졌다는 취지로 진술하나, 위와 같이 개방된 공간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강제추행에 대하여 교사들이나 피해자의 친구들 등의 학생들이 이를 목격하였다는 증거는 전혀 제출되지 않았고, 오히려 피해자가 목격자로 지목한 교사들은 '이 사건 강제추행을 목격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였다.

② 피해자는 수사가 진행되면서 명확한 이유 없이 피해횟수와 추행 부위를 추가하는 내용으로 진술을 변경하였고, 그 진술 과정에서 이 사건과 별개인 학교폭력 피해에 대하여 자신이 원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은 교사들에 대하여 원망의 감정을 드러내기도 하였다. P상담소 소속 진술분석전문가 N는 피해자의 경찰 진술에 대하여 '피해자의 진술이 사실과 부합할 가능성이 있으나, 정확한 평가를 위하여 관련 증거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는 유보적인 의견을 제시하였고, 대검찰청 진술분석관 Q는 '피해자의 피고인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의 악화로 피해진술이 다소 과장되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고, 피해자 모친이 피해자의 진술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견을 밝혔으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전문심리위원 R도 '여러 사정들에 종합하여 보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매우 낮아 보인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피해자 모친은 피해자에 대한 경찰 조사 당시 피해자의 신뢰관계인으로 동석하였는데, 피해자의 진술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이를 정정하기도 한 점, 또한 피해자 모친은 피해자에 대한 경찰 조사 당시 피해자에게 '경찰관이 추행을 당할 당시의 주변 상황을 묻는 말을 한 것'에 관해 비난하는 발언을 하는 등 피해자의 조사 태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뚜렷한 경위 설명 없이 피고인이 수시로 손을 꽉 잡고 놔주지 않는 방법으로 추행하였다거나, 피고인이 등굣길에 다리로 자신의 다리를 스치는 행동을 하였다고 진술하였는데, 이는 피해자 모친이 피고인으로부터 당했다고 주장하는 추행의 내용과 유사한 점, 피해자 모친은 이 사건 수사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직접 조사를 차단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는 조사 과정에 동석한 피해자 모친을 의식하거나 피해자 모친의 영향을 받아 사실과 다르게 진술을 한 부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④) 피해자는 학교폭력이 문제된 이후 여러 기관과 의원에서 상담을 받았는데, 그 과정에서 피고인으로부터 이 사건 강제추행을 당하였다는 사실을 이야기하지 않았고, 피해자는 그 이유를 '피고인이 자신을 납치하고 엄마를 죽일 것 같았기 때문'이라고 진술하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는 이 사건 당시 모친에게 학교에서 겪는 어려움을 상세히 이야기하고 있었고, 피해자 모친은 피해자의 이야기를 들은 후 학교 교사에게 연락하여 신속한 해결을 요구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와 피해자 모친은 관련 자료를 적극적으로 수집·제출하며 학폭위와 재심 심리에 관여하여 왔던 점,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추행 사실을 알리면 엄마를 죽이겠다'는 등의 위협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는 초등학교 5학년 재학 중 학교폭력 사건이 있기 전까지 학교에서 모범적으로 생활하고 우수한 학업성취를 보이던 학생으로서 상당한 지적능력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자신이 납치를 당하고 모친이 피고인에게 살해당할 것이 두려워 성추행 피해사실을 모친에게 이야기하지 못했다는 피해자의 진술은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⑤ 피해자 모친은 경찰 제1회 조사에서 2016. 6. 말경 학폭위 처분에 대한 재심청구를 준비하면서 딸인 피해자가 이 사건 강제추행을 당한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하면서도 그로부터 약 8개월 뒤에 피고인을 고소한 이유를 '일단 피해자의 학교폭력 문제를 밝힌 후에 문제 삼으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진술하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 모친은 학원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교사의 학생에 대한 성폭력범죄의 중대성을 잘 알고 있는 점, 피해자 모친은 2016. 5. 24.경 피고인으로부터 본인이 직접 추행을 당하였다고 주장하였는바, 그로부터 약 1달 후에 자신의 딸까지 피고인으로부터 이 사건 강제추행을 당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사태의 심각함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 모친은 위 재심청구 준비 당시 딸인 피해자가 학교에서 겪는 어려움을 해결해 줄 것을 학교측에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었던 점, 교감인 피고인이 피해자가 학교폭력을 입은 사실을 은폐하려고 한다고 의심하였던 피해자 모친 입장에서는 피고인이 이전에 피해자를 추행한 사실은 위와 같은 은폐 시도의 동기로 볼 수도 있는 중요한 정황에 해당하므로, 재심을 진행하는 동안 수사기관에 신고하여 피고인의 피해자에 대한 이 사건 강제추행 여부를 철저히 조사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었음에도, 수사기관에 대해 신고를 하지 않은 것은 물론 재심 과정에서 제출한 서류에도 이에 관한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학교폭력 문제를 밝힌 후에 피고인의 이 사건 강제추행 문제를 제기하려고 했기 때문에 피해사실을 안 날로부터 약 8개월 후에야 고소를 하게 되었다는 취지의 피해자 모친의 진술은 수긍하기 어렵다.

⑥ 피해자는 '이 사건 당시 피해사실을 일기장, 알림장, 메모 등(이하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기재하였다는 문서들을 통칭하여 '이 사건 메모장 등'이라 한다)에 적어놨고, 2016. 1.경 녹음하여 놓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런데 피해자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메모장 등의 작성 시기가 명확하다고 할 수 없고, 이 사건 메모장 등은 피해자가 이 사건으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에 불규칙적으로 자신의 주관적 생각을 기재한 것일 뿐이며, 피해자가 이 사건 이전부터 매일 작성하고 있던 일기장의 일부라거나, 이 사건이 발생한 직후 또는 당일에 작성되었고 그 내용이 다른 객관적인 증거에 의하여도 뒷받침되는 등의 사정이 인정되어 그 정확성을 담보할 수 있는 경우도 아니다. 피해자 모친은 '피해자가 녹음한 파일 원본은 삭제하였고, 사본을 컴퓨터에 백업해 놓았으나 컴퓨터를 여러 번 바꾸는 과정에서 없어졌다'고 진술하였는데, 피해자 모친이 재심 과정 등에서 상세한 자료를 수집하여 제출한 태도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의 중요 증거인 위 녹음파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고, 피해자의 진술대로 2016. 1.경 녹음된 것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피해자 모친은 수사과정에서 독음파일 원본에 대하여 질문을 받자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녹음해두었다'는 취지로 기재한 메모를 뒤늦게 제출하기도 하였다.

4. 당심의 판단

가. 관련 법리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헌법 제27조 제4항, 형사소송법 제275조의2). 무죄 추정의 원칙은 수사를 하는 단계뿐만 아니라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형사절차와 형사재판 전반을 이끄는 대원칙으로서, '의심스러우면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오래된 법언에 내포된 이러한 원칙은 우리 형사법의 기초를 이루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은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따라서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이러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설령 유죄의 의심이 든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낮 시간대 다수의 사람들이 통행하는 공개된 장소와 같이 통상적으로 어린 피해자에 대한 추행 행위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하기 곤란한 상황에서 강제추행이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 피해자의 진술 또는 피해자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자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인 경우, 이를 근거로 피고인을 유죄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과 타당성뿐만 아니라 객관적인 정황과 경험칙에 비추어 피해자의 진술 또는 피해자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자의 진술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고, 피고인의 무죄 주장을 배척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신빙성이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5. 11. 26. 선고 2014도7945 판결 등 참조).

한편, 추행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피해자의 의사,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11. 12. 선고 2012도8767 판결 등 참조).

나. 검사 제출 증거의 신빙성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듯한 증거로는 피해자의 수사기관 및 당심에서의 각 진술, 피해자 모친의 수사기관 및 원심 법정에서의 각 진술, 피해자를 면담한 경찰관K의 당심에서의 진술, K가 작성한 사실확인서들, 피해자가 자신의 진술을 녹음한 파일 사본, 피해자가 작성한 메모가 있으나 아래에서 살펴보는 것과 같이 위 각 증거들은 그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1)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 대하여

원심이 적절하게 설시한 사정들에 더하여,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수사기관 및 당심에서의 피해자의 각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

① 피해자는 2017. 3. 7. AK센터, 2017. 10. 27. 검찰, 2019. 10. 11. 당심에 각 출석하여 총 3번에 걸쳐 피해사실을 진술하였다. 피해자의 최초 진술은 '피고인이 교무실에서 손을 잡고 비비면서 팔도 문지르고 어깨도 주물렀다. 한 달에 10~12번씩 추행했다. 운동장이랑 백엽상 쪽에서는 피고인이 옷을 위로 벗기려고 하였고 팔을 주무르면서 비비고 어깨를 주무르면서 손을 겨드랑이에 넣어 가슴을 만지고 끌어안으면서 손으로 엉덩이를 꽉 잡았다 놓기도 했다. 피고인은 제가 등교할 때에도 제 손을 잡거나 지퍼를 올려주면서 가슴을 스치듯이 만졌는데, 자켓을 입고 간 날마다 그랬다'는 것이다. 이 당시 피해자 모친은 동석하여 "손을 잡으면서 재연을 해봐. 다 합해서 열번이에요, 얘가 지금 헷갈려요"라고 하며 피해자에게 진술 내용을 지시하거나 정정하는 태도를 보였다. 피해자는 그 이후 이루어진 검찰 조사에서 '교무실에서 한 달에 열번, 아니 3달에 다 합해서 10번 정도 당했다. 피고인이 통화를 할 때 등 넘어 왼손으로 제 오른쪽 어깨를 잡으며 등을 스쳤고 팔뚝과 어깨를 주무르면서 만졌다. 백엽상에서는 1번, 등교할 때는 거의 매일 20번 넘게 당했다. 지퍼를 올려준 행동을 한 것은 한 번이다. 피고인이 치마 입은 제 다리를 보며 미소를 짓고 살짝 다리를 스치기도 했다'며 모친의 지시에 부합하는 내용으로 진술을 변경하였다. 피해자는 당심에서 '피고인이 교무실로 불러내어 제 몸을 마구 만졌다. 피고인이 교무실에서 손을 꽉 잡고 위로 올리면서 팔을 비비고 문질렀고, 어느 날은 전화를 하며 저를 일으켜서 팔을 뒤로 꺾어서 문지르기도 했다. 등굣길에서는 제가 학교에 늦었다고 빨리 가야 한다고 해도 보내주지 않고 시간을 끌면서 성추행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위와 같은 피해자는 피해일시, 횟수, 추행 부위, 피고인의 추행 방법에 대하여 계속하여 진술을 번복하거나 변경하고 있고, 그 변경 경위에 피해자 모친의 영향이 상당히 반영되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② 피해자는 '피고인이 쉬는 시간에 교무실로 부른 적은 없고 항상 수업시간에 불렀다. 수업 도중 공용전화기로 담임선생님에게 저를 교무실로 오게 하라고 한 것이다. L 선생님과 M 선생님이 보고도 방관하듯 나갔다. 08:45~08:50경 등교할 때 피고인이 지퍼를 올려주며 가슴을 스치듯이 만졌다'고 진술하였다. 그러나 피해자의 진술과 같이 교사들이 왕래하는 교무실이나 교사들과 학생들이 다니거나 목격할 수 있는 운동장 부근에서 교감의 지위에 있는 피고인이 학생인 피해자를 추행한다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더구나 피고인은 피해자 모친의 허락을 받고 피해자와 개별 상담하기 위하여 만났다. 피해자의 담임교사 F은 '피고인이 수업시간에 피해자를 불러낸 기억이 없다'고 진술하였으며, 교사 Z도 '수업 시작하기 전에 피고인이 피해자와 교무실에서 상담하는 것을 보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교사 AJ은 '2015, 10.경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세상에는 좋은 것, 아름다운 것이 많으니 앞으로 좋은 생각하고 지내라" 라고 말하고 피해자의 어깨를 두어 번 토닥이는 것을 보았다'는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제출하였고, 교사 AP은 '2015. 11. 중후반경 야외수업을 마치고 쉬는 시간이 되어 학생들과 쉬던 중 피해자와 피고인이 운동장을 걷고 있는 것을 보았다. 당시 제가 담임을 맡고 있던 반의 학생과 피해자가 문제가 있어 피해자의 얼굴을 알고 있었고 피해자는 학교에서 항상 밝은 미소를 지은 적이 없었는데, 피고인과 있을 때는 즐겁게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궁금하여 계속 지켜보게 되었다. 당시 피고인과 피해자는 서로 떨어져 신체적 접촉 없이 걷고 있었고, 오래 지나지 않아 학교 쪽으로 걸어갔다. 2015. 11. 말경에도 피고인과 피해자가 쉬는 시간에 교무실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았는데 어떠한 신체적인 접촉도 보지 못했다'는 취지의 사실확인서를 제출하였으며, 교사 AQ도 '쉬는 시간에 피고인이 피해자와 상담하는 것을 보았다'고 진술하였다. 이처럼 동료 교사들은 모두 '쉬는 시간에만 피해자와 상담을 하였다'는 취지의 피고인 진술에 더 부합하는 내용을 진술하고 있다. 또한 피고인이 피해자를 등굣길에 추행하였다는 장소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통행하는 길이라서 등교 시간에는 다수의 학생이나 학부모, 선생님이 통행하는 장소로 보이는데, 피고인이 그러한 공개된 장소에서 피해자를 추행하였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다(더구나 피해자는 피고인이 위 장소에서 20회나 추행하였다고 진술하였다). 또한 이 사건 초등학교에서는 보통 08:40에는 아침 조회를 하여 교감인 피고인은 그 이전까지만 학부모와 교통안전 지도를 한 것으로 보인다.

③ 피해자는 2015. 10.경 급우와 어울리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었고, 2016. 5. 16.경부터 다시 급우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였다. 그 과정에서 화장실에 따라와 안을 들여다보는 등의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학교폭력도 당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는 이러한 학교폭력과 관련하여 2016. 1.경부터 정신과 의원, AL센터, AR센터, 천안교육지원청 Wee센터 등에서 수차례 상담 및 진료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작성된 소견들은 대체로 '학교상황에서 또래 관계의 어려움 등으로 인한 우울감, 악몽, 불안, 스트레스 상황에 대한 재현 등의 소견을 보인다'는 내용만 기재되어 있을 뿐 이 사건 강제추행으로 인한 피해에 대하여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피해자 모친은 2016. 6. 말경 이 사건 강제추행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진술하였으므로, 정상적인 부모라면 그 무렵부터는 그로 인한 피해자의 정신적인 충격이나 성적 수치심, 치욕감 등에 대하여 고민하고, 피해자가 올바르게 성장하기 위하여 이를 치유하기 위한 노력을 당연히 하였을 것으로 보이는데(더욱이 피해자 모친은 피해자가 "죽고 싶다"라는 표현을 하는 등 자살까지 고민한 것을 알고 있었다), 위 상담 및 진료 과정에서는 이러한 내용이 전혀 반영된 것으로 보이지 아니한다(이 사건 고소가 이루어진 이후에도 이 사건 강제추행으로 인하여 심각한 정신적인 피해를 입었고, 그에 관하여 심각한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는 피해자에 대하여 이 사건 강제추행과 관련하여 정신과 치료가 이루어진 적은 전혀 없어 보인다). 이는 피해자 모친이 위 상담 및 진료 과정에서 이 사건 강제추행에 대하여 전혀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이는데, 피해자 모친이 그 무렵 상담사나 의사에게 이 사건 강제추행에 대하여 언급하지 아니할 타당한 이유를 찾을 수 없다(오히려 피해자를 위하여는 가능한 한 빨리 피해자로 하여금 이 사건 강제추행으로 인한 정신적 충격 등에 대하여 상담과 진료를 받게 할 필요성이 있었다). 설령 피해자 모친이 상담사나 의사에게 이 사건 강제추행을 밝히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강제추행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정신적인 문제를 겪고 있었다면 위와 같은 상담 및 진료 과정에서 그러한 내용이 어느 정도 드러났을 것으로 보이는데, 위 상담 및 진료 내역에는 그러한 내용이 드러났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특히 2016. 11. 28.경 피해자에 대한 상담을 진행한 AR센터의 센터장 W이 발행한 소견서에는 '피해자가 학기 초부터 학급 친구들의 집단따돌림과 더불어 성적 모욕감을 느낄 수 있는 경험으로 인해 성적 수치심은 물론 심한 공포감과 불안감을 갖고 있음. 친구들의 작은 행동에 대하여 피해의식적인 사고가 높게 나타나고 가해학생에 대하여 상당히 부정적인 반응을 보임. 매일 밤 반복되는 악몽으로 인하여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있고, 최근에는 자기 자신이 가해학생과 같은 모습으로 나타나는 환시까지 경험하면서 자신의 머리를 잘라 달라 보이게 하였음'이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이처럼 피해자는 급우들의 괴롭힘으로 인하여 성적 모욕감을 느꼈다고 진술하면서도, 그보다 훨씬 중한 피고인으로부터의 성추행 사실이나 피고인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나 수치심은 전혀 표시하지 않았고, 또한 상담 과정에서 이 사건 강제추행으로 인한 피해 역시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위 상담기관이 2017. 2. 23. 피해자에 대한 상담을 다시 진행한 후 발행한 소견서에는 이 사건과 관련하여 피해자가 진술한 것과 유사한 취지로 '피해자가 매일 밤 반복되는 악몽과 환시(징그럽고 무서운 뱀들이 자신의 손, 팔, 어깨, 몸 위를 지나가는 꿈)를 경험하면서 상당히 고통스러 워한다'는 소견이 기재되어 있으나, 위 센터장이 2017. 2. 27. 작성한 상담확인서(소송기록 제2권 제641쪽)에 따르면 학교폭력 가해자에 대하여 뱀의 환시를 본 듯한 취지로 '학교폭력으로 인한 트라우마로 인지왜곡은 물론 대인기피 증상까지 보이며 가해자와 비슷한 대상 환시까지 경험하고 있음, 이로 인해 그 공포와 불안감이 극대화되고 있음'이라고 기재되어 있을 뿐이다(위 센터장이 그 이후 2018. 7. 20.까지 여러 차례 상담확인서를 작성하였는데, 그 상담확인서의 '주호소 문제' 항목에는 '학교폭력으로 인한 트라우마로 인해 심신의 어려움이 있다'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을 뿐 이 사건 강제추행에 대하여는 아무런 기재가 없다).

④ 피해자는 이 사건 강제추행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은 이유에 대하여 '피고인이 자신을 납치하고 엄마를 죽일까 봐 두려웠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러나 피고인은 이 사건 당시 급우와의 문제로 힘들어하는 피해자를 따로 불러내어 상담하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었고, 피해자 스스로 '다른 교사들은 자신의 문제를 방관하였고, 학교생활 할 때 친하게 상담하던 선생님은 피고인이 유일 했다'고 진술하였으며, 피해자가 작성한 이 사건 메모장 등에도 '피고인이 나를 괴롭히는 친구들을 혼내줄 거라 믿었는데 피고인이 자신만 믿으라고 알아서 해결해준다고 하면서 중요한 내 얘기도 잘 안 듣고 이상한 말만 한다'며 피고인에 대한 서운함과 분노의 감정이 표현되어 있는 점을 고려해보면, 피해자는 이 사건 당시 신뢰하고 있던 피고인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일을 해결해주지 않는 것에 불만이 있었을 뿐 피고인에 대하여 두려움을 느끼거나 불안함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앞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는 급우들이 화장실로 쫓아오는 등 학교폭력으로 인하여 성적 수치감과 모욕감, 성적 굴욕감을 느껴왔고, 이러한 사건들로 인하여 타인의 행동이나 상황에 대하여 피해의식적인 사고가 높게 나타나는 상황이었으므로(앞서 본 상담확인서에도 '피해자에게 인지왜곡이 보인다'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다), 피해자가 피고인의 행동에 대하여 다소 과장하거나 허위의 내용을 진술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2) 피해자 모친 진술의 신빙성에 대하여

원심이 적절하게 설시한 사정들에 더하여,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수사기관 및 원심에서의 피해자 모친의 각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

① 피해자 모친은 경찰 제1회 조사에서 2016. 6. 말경 학폭위 처분에 대한 재심청구를 준비하면서 딸인 피해자가 성추행을 당한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하면서도 그로부터 약 8개월 뒤에 피고인을 고소한 이유를 '일단 피해자의 학교폭력 문제를 밝힌 후에 문제 삼으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진술하였다. 그 이후 피해자의 녹음파일과 피해자가 작성한 메모 등을 다른 곳에 제출하였는지를 묻는 경찰관에게 '성추행은 경찰에게 신고할 사안으로 생각하여 학교폭력위원회, 재심 등에 제출한 적이 없고, 본 사건 관련하여 처음 제출하였다'는 취지로 답변하였다(증거기록 1권 217쪽). 그런데 위 수사기관의 진술과 달리 피해자 모친이나 피해자 변호인은 당심에 이르러 '2016. 6. 무렵부터 국회, 언론, 교육부 등에 관련 기관과 AS 대표 T, 이사인 U 등에게 피해사실을 알려 피고인의 이 사건 강제추행을 문제삼기 시작하였다'는 취지로 기재된 진정서, 의견서 등을 제출하였다(수사기관이나 원심에서는 왜 위와 같은 내용을 진술하지 않았는지, 그에 관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는지에 대하여는 별도의 설명이 없다). 하지만 위 각 서면에 기재된 대로 그 무렵부터 국회, 언론, 교육부, 지방의회 등에 피고인의 이 사건 강제추행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하였다고 볼 객관적인 자료는 위 각 서면에 전혀 첨부되어 있지 않다(충청남도 도의원인 AT과의 녹취록이 있다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으나 그러한 녹취록은 제출된 바 없고, AT은 2016. 11. 15. 도의회에서 피해자에 대한 학교폭력 문제 등에 관하여 질의하면서 이 사건 강제추행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는데, AT이 그 이전부터 이 사건 강제추행을 알고 있었다면 이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보인다). 피해자 모친이 2017, 2. 28. 이 사건을 고소하면서 그 고소장에 T가 작성한 2017. 2. 24.자 진정서, AU이 작성한 2017. 2. 1.자 진정서를 첨부하였는데, 위 각 진정서에는 피해자에 대한 학교폭력 및 학교의 부적절한 대응 등만 기재되어 있을 뿐, 이 사건 강제추행에 대하여는 전혀 기재되어 있지 않다.

② 피해자 모친이 충청남도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에 제기한 재심은 2016. 7. 29. 피해자 모친의 재심청구를 일부 받아들이는 내용의 처분을 하여 종결되었고, H의 부친이 제기한 행정심판청구는 2016. 10. 21.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의 기각재결로 종결되었다. 따라서 그 무렵에는 피해자의 학교폭력 문제가 어느 정도 종결되었다고 보이는데, 피해자 모친은 그로부터 4개월이 지난 후에야 피고인을 피해자에 대한 강제추 행죄로 고소하였다.

③ 피해자 모친은 2017. 3. 8.경 피해자가 이 사건 강제추행과 관련하여 작성하였다는 이 사건 메모장 등에서 5장만을 피해자가 녹음한 파일과 함께 경찰에 제출하였다. 피해자의 모친은 2017. 5. 27. 다시 추가로 이 사건 메모장 등 중 나머지 9장을 제출하였다(그중 1장은 앞서 제출한 것과 중복된다). 피해자 모친은 자신이 보관하고 있던 이 사건 메모장 등 중 일부만 먼저 제출하고 나머지는 왜 나중에 제출하였는지, 의문이다(피해자 모친은 처음 제출할 당시에 이 사건 메모장 등의 일부 이외에 이 사건 강제추행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피해자가 받은 표창장, 임명장 등 수상경력, 피해자의 일기, 생활통지서, 진료확인서 등의 서류까지 챙겨서 제출하였다). 특히 위 9장에는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녹음해두었다'는 취지로 기재한 메모도 포함되어 있는데, 그 이전에 수사기관에서 녹음파일 원본에 대하여 질문을 받아 그 녹음파일이 이 사건 무렵에 작성되었다는 사실을 증빙하기 위하여 위 메모가 사후에 만들어진 것은 아닌지. 하는 의심도 든다.

3) K 진술의 신빙성에 대하여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K의 당심에서의 진술과 K 작성의 사실확인서 등은 신빙성이 없다.

① 당심 증인 K는 '경찰청 지시에 의하여 성폭력 사안 조사와 담당공무원들의 비리 이런 것들의 정확한 사안 조사를 위해 파견되었다. 피해자에 대한 학교폭력 등에 대하여 조사하고 보고서를 작성하였는데, 약 20 페이지의 보고서 중 학교폭력 이야기 보다 성폭력 이야기가 더 많은 것으로 기억한다. 학교폭력은 끝난 상황이므로 1페이지에 날짜별로 요약했고, 전반적인 내용은 성폭력에 관한 내용이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러나 K는 파견 기간 학교폭력과 관련하여 피해자, 피해자 모친, 가해학생과 그 부모를 면담한 후 학교 측이 재심 및 행정심판 결정을 받아들이고 생활·건강기록부의 사실을 수정하는 것으로 사건을 해결하였다는 취지의 25쪽 분량의 조사보고서를 작성하였을 뿐이다(조사보고서의 제목은 "C초 학교폭력 사건 관련 자료이다). K는 위 조사보고서를 작성함에 있어 이 사건 강제추행과 관련하여서는 1쪽만을 할애하여 "3. 피해학생에 대한 아동성폭력 관련자료" 제목 아래 피해자의 녹취내용과 일기장 사진을 제시하고 '피고인이 교육 차원에서 한 것이라 변명하였다'는 취지의 기재만 하였고, 이 사건 강제추행에 대하여는 그 진행 과정이나 해결 방안에 대하여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K는 이 사건 강제추행과 관련하여 피고인과 한차례 통화한 것 외에 직접 조사한 적이 없고, 그 통화도 피고인이 K의 파견종료일 무렵인 2017. 2. 9.에 먼저 K에게 전화를 걸어서 이루어졌다. 피해자로부터 피해사실을 직접 확인한 것도 2017. 2. 7.경으로 보인다).

② 당심 증인 K는 '2016. 12.경 U에게서 들어 이 사건 강제추행에 대해 알게 되었고, 자신이 2017. 1. 31. 충남지방경찰청에 파견되기 전부터 경찰청, 충남지방경찰청 등에서도 이 사건 강제추행에 대하여 알고 있었다. 피해자 모친이 고소하기 전에 충남도청, AV정당, 교육부, 언론, 국회 등에 진정을 넣은 것으로 알고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러나 피해자 모친이 이 사건 고소 이전에 위와 같은 곳에 알렸다고 볼 아무런 객관적인 자료가 없음은 앞에서 본 바와 같다.

③ 당심 증인 K는 '2017. 1.경 피해자 모친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피해사실에 대해 전해 들었다. 2017. 2. 7.경 피해자를 카페에서 만나 "피고인이 손을 꽉 잡고, 부비고, 몸을 문지르고, 겨드랑이에 손을 넣어 가슴을 만지고 엉덩이를 만졌다"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피해자의 집으로 가서 피해자가 작성한 일기장 등을 보고 성추행이라고 판단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하지만 K는 피고인에 대하여 아무런 사법적인 조치

를 취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앞서 본 조사보고서 이외에 별도로 수사에 착수하도록 한 바 없다. 그런데 ① K는 수년간 학교폭력, 성폭력 담당 업무를 수행해온 경찰관이고, 친고죄가 아닌 이 사건 강제추행에 대하여 피해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수사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던 점, Ⓒ K는 공식적으로 이 사건을 담당하기 전부터 피해자 모친과 접촉하여 타지역인 충남지방경찰청까지 파견되었고, 위 조사보고서상에도 ' 피해자가 K 경사를 신뢰하고 있으나 다른 사람을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기재되어 있는 등 K와 피해자 측이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던 점, Ⓒ 아동에 대한 성범죄는 중대한 범죄이고, K 스스로 방송 출연과 언론 인터뷰, 관련 발표회 등에서 이러한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지적해온 점, ㉣ 더구나 K 스스로는 이 사건 강제추행에 대한 조사를 위하여 파견되었다고 진술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K의 위와 같은 행동은 매우 이례적인 행동으로 보인다(K가 위 조사보고서에 '피고인이 손을 잡고 자신을 안았다'는 내용의 녹취록과 그러한 내용이 담긴 일기장 사진만 첨부하였을 뿐, 그보다 더 중한 추행으로 보이는 가슴과 엉덩이를 만진 부분은 누락되어 있어 그 무렵 K 본인도 피해자로부터 '피고인이 피해자의 가슴과 엉덩이를 만졌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거나 그에 관한 자료를 가지고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④ K가 작성한 사실확인서들은 '피해자가 자신을 면담하는 과정에서 피고인으로부터 당한 추행 사실을 모두 이야기 하였고, 피해자를 직접 면담한 결과 피해자의 진술이 사실이라고 판단했다'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는데, 이는 피해자로부터 피해사실을 전해 들었다는 전문진술과 이에 기초한 K의 개인적인 평가에 불과하다. 앞에서 본 것처럼 피해자와 K의 진술을 믿지 못하는 이상 이를 내용으로 하는 사실확인서도 믿기 어렵다.

4) 일기장, 메모 등 증거들의 신빙성에 대하여 ①) 피해자는 2015. 10.부터 2015. 12.까지 3개월간 성추행을 당하였고, 그 내용을 사건 당시 또는 그 이후 생각날 때마다 적었다고 진술하고 있다. 피해자는 2015. 10, 23.까지 사용한 알림장 뒷면과 2015. 10. 26.부터 방학식 전날인 2015. 12. 29.까지 사용한 알림장 뒷면에 '피고인이 뱀처럼 내 몸을 만진다. 손을 만지고 꽉 잡아 아프다. 피고인이 팔을 문지르고 비빈다'는 취지의 메모를 작성하였는데, 피해자의 담임교사는 당시 매일 알림장의 내용을 확인하고 서명하면서도 위와 같은 내용이 기재된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였고, 피해자 모친 또한 알림장을 확인하면서 이를 알지 못했다. 이에 대하여 피해자는 '엄마에게 알림장 뒷면은 보여주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하나, 피해자 모친은 당시 학교폭력과 관련하여 담임교사와 피고인에게 수차례 항의와 민원을 제기하고 있었고, 담임교사 또한 피해자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두고 지켜보았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위와 같은 내용을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따라서 위 메모는 위 알림장의 작성 기간 이후에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매우 높고, 위 알림장 외 일기장 등에 있는 메모에 대하여도 작성 시기를 전혀 확인할 수 없어 피해자가 진술한 것처럼 2015년 하반기부터 2016. 1.경 사이에 작성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② 위와 같이 이 사건 메모장 등의 작성 시기는 명확하게 확인하기 어려우므로 피해자가 피해내용을 녹음한 녹음파일만이 그 작성 날짜를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증거로 보인다. 그러나 피해자 모친은 '녹음기에 있던 파일 원본은 삭제하였고, 컴퓨터에 사본을 옮겨 저장해놨으나 컴퓨터를 여러 번 교체하는 과정에서 찾을 수 없다'고 하면서 작성 날짜를 확인할 수 있는 파일원본을 제출하지 않았다. 하지만 피해자는 당심에서 '컴퓨터를 교체한 적이 없다'고 진술하였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수사 이후 녹음파일 등 증거가 사후적으로 작성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③ K는 2017. 2. 9. 피고인과 통화를 할 당시 '(피고인의 행위가 성추행이라 는) 감이 안 오기 때문에 피해자 측에 "고소장으로 고소를 하라"라고 말했다'고 하였는데, K와 연락하던 피해자 모친도 이 사건 고소 직전 이 사건 강제추행과 관련하여 증거가 부족하다는 인식을 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 모친은 고소 하루 전 그동안의 상담이나 진료 내용과 전혀 다른 내용의 '피해자가 뱀 형태의 환시와 악몽을 경험한다'는 취지의 소견서를 발급받아 고소장에 첨부하고,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피해자가 작성하였다는 메모 등을 순차적으로 제출하였다. 피해자 모친은 2016. 6.경 이후의 진료확인서 등은 제출하면서도 '가해학생에 대한 환시를 본다'는 취지의 AR센터의 센터장 W이 2016. 11. 28. 작성한 소견서는 수사기관에 제출하지 않은 채, 피해자가 작성한 메모 내용과 유사한 '피해자가 매일 밤 반복되는 악몽과 환시(징 그럽고 무서운 뱀들이 자신의 손, 팔, 어깨, 몸 위를 지나가는 꿈)를 경험하면서 상당히 고통스러워한다'는 취지의 위 센터장 작성 2017. 2. 17. 자 소견서와 동일한 내용이 담긴 다른 날짜의 소견서들만 수사기관에 제출하였다. 이는 피해자의 악몽과 환시의 원인이 학교폭력이나 그 가해학생에 대한 것임을 알면서도 피고인의 이 사건 강제추행으로 인한 것이라는 점을 뒷받침하기 위해 일부 자료만 제출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다. 추행 여부에 대한 판단

피고인은 피해자와 상담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손을 잡고 걷거나 어깨를 토닥인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피해자 모친은 수차례 피해자의 담임교사에게 학교폭력을 해결해달라고 요청하였음에도 원하는 조치가 취해지지 않자 교감인 피고인에게 피해자의 학교생활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였고, 이에 피고인으로서는 교우 관계 등 피해자로부터 직접 학교생활이 어려운 원인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피해자를 위로, 격려하기 위하여 상담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그 상담 과정에서 피해자를 위로하고 지지·격려하기 위하여 손을 잡거나 어깨를 토닥이는 등의 가벼운 신체적 접촉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앞서 본 것처럼 그와 같은 상담은 여러 교사와 학생들이 왕래하는 쉬는 시간에 개방된 교무실과 운동장에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상담이 이루어지게 된 경위, 신체 접촉이 이루어진 장소, 신체접촉의 태양, 동기, 목적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라. 소결론

결국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와 결론을 같이하는 원심의 판단은 옳고, 거기에 검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의 잘못이 없다. 검사의 주장은 이유 없다.

5.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판사이준명

판사류재훈

판사신동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