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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17.12.15. 선고 2016누59531 판결

시정명령및과징금납부명령취소

사건

2016누59531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 취소

원고

아세아제지 주식회사

피고

공정거래위원회

변론종결

2017. 11. 17.

판결선고

2017. 12. 15.

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16. 7. 11. 의결 제2016-204호로 원고에 대하여 한 별지1 기재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을 각 취소한다.

이유

1. 기초사실 및 처분의 경위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1, 11, 변론 전체의 취지

가. 원고 등 18개사의 지위

원고, 한솔페이퍼텍 주식회사(이하 상호 중 '주식회사' 기재는 생략한다), 경산제지, 신대양제지, 대양제지공업, 태림페이퍼, 월산페이퍼, 동원페이퍼, 동일팩키지, 고려제지, 대림제지, 아진피앤피, 한국수출포장공업, 영풍제지, 진영제지공업, 한창제지, 세하, 신대일제지공업(이하 '원고 등 18개사'라 한다)은 골판지 원지, 백판지, 지관원지 등을 제조 · 판매하는 사업을 하는 자들로서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13. 4. 5. 법률 제1140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공정거래법'이라 한다) 제2조 제1호에 정해진 사업자이다.

나. 국내 골판지 고지 시장의 구조 및 실태

1) 고지는 일반 가정이나 산업현장에서 수거되는 폐지를 말하는 것으로서 골판지고지, 인쇄 고지(화이트레자 · 잡지 · 접지 등), 신문 고지, 고책지로 분류된다. 골판지고지의 경우 주로 골판지 원지 제조사(90%), 백판지 제조사(10%)가 구매한다. 골판지 원지 제조사는 생산지종에 따라 국내고지만을 원료로 하여 생산하기도 하고, 국내고지에 수입펄프 또는 수입고지를 혼합하여 생산하기도 한다.

2) 택배시장 규모의 확대 및 온라인 쇼핑의 지속적인 성장으로 인하여 골판지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골판지 원지의 재료가 되는 고지 수요 역시 전반적으로 증가하였다. 국내 고지 유통체계는 배출원 → 수집자 → 고물상 → 중간상인 → 압축장 → 제지업체의 5단계 구조인데, 중간상인 또는 압축장은 수집된 고지를 수요처에 맞게 분류하는 작업을 한다. 공급업체의 지리적 분포는 고지 배출량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고지 공급업체들은 주로 인구가 많고, 고지 배출량이 많은 안산, 시흥, 대전, 청주, 부산 등 대도시 주변 지역에 밀집해 있다.

3) 제지업체들은 국내고지를 품질(압축 여부, 불순물 비율 등)에 따라 압축고지, 벌크(바라고지) 등으로 분류하고 구매가격을 다르게 정한다. 압축국판A 등이 각 사별 고지 구매량 전체의 70 ~ 80%를 차지하는 기본등급의 압축고지이다. 일반적으로 국내고지의 가격은 압축고지를 기준으로 하여 형성된다.

4) 고지가격1)의 공지 방법은 각 제지사마다 차이가 있는데, 통상적으로는 압축장 등 고지수집 업체의 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제지사가 결정한 고지가격은 대형 고지수 집업체 위주로 구두로 전달되고 나머지 고지 업체들에 대해서는 제지사 공장 입구에 가격변경 공고문을 게시하거나, 제지사의 인터넷 구매시스템에 공지사항으로 올리기도 한다. 또한 고지 구매가격은 고지업체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제품의 정가를 게시하기보다는 변동 사항을 공고하는 방식을 취한다.

5) 골판지 고지의 수요처가 전국적으로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골판지 고지 구매는 전국적으로 이루어진다. 다만, 통상적으로 고지업체의 거리가 멀수록 그에 상응하는 운송비를 추가하여 고지 구매가격을 결정하기 때문에 특정 지역의 제지사가 해당 지역에서 수집된 고지를 우선적으로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

다. 고지 구입가격 인하에 관한 합의

1) 합의의 배경

제지업계와 고지업계 간의 고지 수급 안정 및 품질개선을 위하여 설립되었던 폐지유통공동법인(KP&R2))이 2010. 3. 29. 해산됨에 따라, 골판지 원지 제지업체들이 시장정보 등을 공유할 수 있는 공식적인 창구가 사라지고, 그 무렵 중국으로의 고지 수출이 급증함에 따라 국내 고지의 재고부족으로 고지가격이 2009년 하반기 이후 급격히 상승하였다. 이에 따라 골판지 원지 제조업체들은 직접적인 만남을 통하여 시장정보 등을 공유하고 고지가격 인하를 논의할 유인이 발생하였다.

2) 수도권에서의 합의

원고, 아세아페이퍼텍, 신대양제지, 대양제지공업, 고려제지, 대림제지, 한국수출포장공업, 태림페이퍼(안산공장), 영풍제지 등 9개사(이하 '원고 등 수도권 소재 사업자들'이라 한다)는 아래와 같이 2010년 4월경부터 2012년 5월경까지 모임, 유선 연락 등을 통하여 총 6차례에 걸쳐 골판지 고지 구매단가를 킬로그램 당 10원 내지 30원씩 인하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실행하였다(이하 합의를 특정할 때는 합의의 순서에 따라 수도권 지역 '제○합의'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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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영호남권 지역에서의 합의

한솔페이퍼텍, 경산제지, 태림페이퍼(의령공장), 월산페이퍼, 동원페이퍼, 동일팩키지, 아진피앤피, 진영제지공업, 한창제지, 세하, 신대일제지공업 등 영 · 호남 지역에 위치한 11개사들(이하 '영호남권 소재 사업자들'이라 한다)은 아래와 같이 2010년 4월경부터 2012년 5월경까지 수도권 지역의 합의내용을 전달받고 모임, 유선 연락 등을 통해 총 6차례에 걸쳐 골판지 고지 구매단가를 킬로그램 당 10원 내지 30원씩 인하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실행하였다(이하 합의를 특정할 때는 합의의 순서에 따라 영호남권지역 '제○합의'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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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피고의 처분

1) 피고는, 원고 등 18개사가 2010년 4월경부터 2012년 5월경까지 6차례에 걸쳐 골판지 고지 구매가격의 인하시기 및 인하폭을 공동으로 결정한 행위가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1호에 정해진 부당한 공동행위(이하 '이 사건 공동행위'라 한다)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2016. 7. 11. 원고에 대하여 의결 제2016-204호로 별지1 기재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이하 각 '이 사건 시정명령', '이 사건 과징금납부명령'이라 하고, 이들을 합하여 '이 사건 각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2) 피고는 공정거래법 제22조, 제55조의3,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2013. 8. 27. 대통령령 제246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공정거래법 시행령'이라 한다) 제9조제61조, 구 과징금부과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2012. 8. 20. 피고 고시 제2012-2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과징금 고시'라 한다)의 규정에 따라 원고에 대하여 과징금을 부과하였는데, 그 구체적인 과징금 산정과정은 다음과 같다.

가) 산정기준

(1) 관련매출액

원고 등 18개사는 이 사건 공동행위를 통하여 자신들이 매입하는 골판지 고지 구매단가에 관하여 합의하였으므로, 원고가 구매한 골판지 고지를 관련상품으로 본다. 원고 등 수도권 소재 9개사가 최초로 골판지 고지가격을 인하하기로 합의한 2010. 5. 25.을 이 사건 공동행위의 시기로 보고, 대부분의 사업자들이 2012. 7. 13.자로 합의파기를 명시적으로 통지한 이후에는 정보교환이나 의사연락 등 합의를 지속한 증거가 없으므로, 합의파기 통지일의 전일인 2012. 7. 12.을 이 사건 공동행위의 종기로 본다. 원고의 이 사건 공동행위 기간 동안의 관련매출액은 365,283,378,000원(부가가치세 제외)이다.

(2) 부과기준율

원고 등 18개사의 국내 골판지 고지시장에서의 점유율이 90%를 상회하나, 이 사건 공동행위는 이행감시수단이 없고, 그 합의대상이 실거래가격이 아닌 기준가격으로 사업자별 · 거래처별로 고지 구매단가 인하폭이 상이하게 나타나는 등 느슨한 담합이었던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중대한 위반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3%의 부과기준율을 적용한다.

(3) 산정기준

위 관련매출액에 위 부과기준율을 곱한 금액 10,958,501,000원을 산정기준으로 정한다.

나) 조정과징금의 산정

1차 조정사유에 해당하는 사항이 없으므로 1차 조정 산정기준은 위 산정기준과 같다. 원고는 심사관의 조사 단계부터 위원회의 심리 종결 시까지 일관되게 행위 사실을 인정하고 위법성 판단에 도움이 되는 자료를 제출하거나 진술을 하는 등 조사에 적극 협력한 점을 감안하여 1차 조정 산정기준의 20%를 감경한다. 그 결과 원고의 2차 조정 산정기준은 8,766,801,000원(10,958,501,000원 × 80%)이다.

다) 부과과징금의 결정

골판지 고지 가격 인상이 이 사건 공동행위의 배경이 되었던 점, 골판지 업계가 불황으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 등 위반행위가 시장에 미치는 효과 및 기타 시장 · 경제여건을 종합적으로 감안하여 2차 조정 산정기준의 20%를 감경한 다음, 백만 원 미만을 버린 7,013,000,000원을 부과과징금으로 정한다.

마. 관련 담합 사건

피고는 2016. 4. 25. 원고에 대하여 의결 제2016-115호로, '원고가 2007. 6. 4.부터 2012. 3. 21.까지 11개 다른 원지 제조업체3)들과 함께 골판지 원지 이면지 · 골심지 제품 판매가격을 공동으로 결정하였다'(이하 '원지 담합'이라 한다)는 이유로 시정명령 및 31,864,000,000원의 과징금납부명령을 하였다.

2. 원고의 주장

가. 경쟁제한성 및 부당성의 부존재

이 사건 공동행위는 국내 골판지 고지 가격의 비정상적 급등에 기인한 것으로, 정부와 업계의 폐지자원 수급 안정화 노력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진 것인바, 고지 수급과 가격의 안정화, 품질관리, 자원의 합리적 배분을 위하여 선택 가능한 필요 · 최소한의 방안이었고, 생산량, 품질, 혁신노력의 측면에서도 부정적인 효과를 발생시킨 바 없으며, 원고 등 18개사는 국내 골판지 고지 시장에서 시장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점 및 가담자들 사이의 구속성이나 제한의 정도가 낮았던 점 등을 종합하면, 그 경쟁제한성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사건 공동행위를 통하여 골판지 고지 가격의 급등이 저지 또는 완화되었고, 이에 따라 골판지 원지, 원단, 상자의 가격의 급등도 억제되었으며, 골판지 상자의 생산량이 증가함에 따라 소비자 후생이 증가하는 효과가 발생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공동행위에는 부당성이 존재하지 아니한다.

나. 과징금납부명령의 위법

1) 수도권 지역 제1합의에 따라 단가가 인하된 이후인 2010. 6. 30.과 수도권 지역 제2합의에 따라 단가가 인하된 이후인 2010. 10. 31. 및 수도권 지역 제3, 4합의에 따라 단가가 인하된 이후인 2011. 4. 30.에는 각각 일부 제지업체들이 단가를 인상한 사실이 있으므로, 위 각 단가의 인상시점은 위 각 합의의 종기에 해당한다. 이와 같이 이 사건 공동행위는 수개의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이 점을 고려하지 않고 과징금을 산정하였으므로, 이 사건 과징금납부명령은 위법하다.

2) 이 사건 공동행위는 경쟁제한성이 없거나 미미하였고 오히려 경쟁촉진적 효과가 인정되며, 합의 이행의 감시 · 제재수단이 없는 느슨한 합의였던 점, 원고 등 18개사가 이 사건 공동행위로 인하여 취득한 부당이득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공동행위는 '중대성이 약한 위반행위'로 보아야 한다. 이와 달리 피고가 이 사건 공동행위를 '중대한 위반행위'로 보고 3%의 부과기준율을 적용한 것은 행정의 자기구속 법리에 위배된 것이고, 유사사건에서의 피고의 선례에 비추어 보면 평등의 원칙에도 위배된다.

3) 피고는 과거 선례에서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력한 사업자들에 대하여 30%의 조사협력 감경비율을 적용하여 왔는데, 원고에 대하여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력한 점을 인정하면서도 20%의 조사협력 감경비율을 적용한 것은 비례의 원칙 및 평등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다.

4) 원고는 2012. 7. 13. 다른 사업자들에게 이 사건 공동행위의 중단 의사를 공문으로 통지하여 자진시정을 하였다. 원고의 이와 같은 자진시정 행위에도 불구하고 자진 시정 감경을 하지 않은 것은 위법하다.

5) 원고는 원지 담합을 이유로 피고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았는바, 위 과징금 산정의 기준이 된 관련매출액에는 이 사건 공동행위의 관련매출액인 골판지 고지 매입액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이 사건 과징금납부명령은 과잉 · 중복제재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원고 이득액과의 균형을 현저히 상실한 것으로서 비례의 원칙에 위배된다.

3. 관련법령

별지2 기재와 같다.

4. 판단

가. 경쟁제한성 및 부당성의 존재여부

1) 관련법리

가) 공동행위가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이 정하고 있는 경쟁제한성을 가지는지는 당해 상품의 특성, 소비자의 제품선택 기준, 당해 행위가 시장 및 사업자들의 경쟁에 미치는 영향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당해 공동행위로 인하여 경쟁이 감소하여 가격·수량·품질 기타 거래조건 등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는지를 살펴,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또 공동행위의 부당성은 소비자를 보호함과 아울러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한다는 공정거래법의 궁극적인 목적(제1조) 등에 비추어 당해 공동행위에 의하여 발생될 수 있는 경쟁제한적인 결과와 아울러 당해 공동행위가 경제전반의 효율성에 미치는 영향 등을 비롯한 구체적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인정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2두17773 판결 참조).

나) 어떠한 공동행위가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이 정하고 있는 경쟁제한성을 가지는지 여부는 당해 상품의 특성, 소비자의 제품선택 기준, 당해 행위가 시장 및 사업자들의 경쟁에 미치는 영향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당해 공동행위로 인하여 가격·수량·품질 기타 거래조건 등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는지를 살펴,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한편 사업자들이 공동으로 가격을 결정하거나 변경하는 행위는 그 범위 내에서 가격경쟁을 감소시킴으로써 그들의 의사에 따라 어느 정도 자유로이 가격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는 상태를 초래하므로, 그와 같은 사업자의 공동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부당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대법원 2011. 4. 14. 선고 2009두7912 판결 참조).

2) 구체적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 앞서 채택한 증거, 갑5, 7~9, 11, 17, 18, 을44, 이 법원의 한국 제지자원진흥원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 등 18개사의 이 사건 공동행위는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가) 중국으로의 고지 수출이 급증함에 따른 국내 골판지 고지의 재고 부족 현상으로 인하여 이 사건 공동행위 무렵인 2009년 10월경부터 2011년경까지 국내 골판지 고지의 구매단가가 급격하게 상승한 사정은 인정되나, 고지 구매단가의 급격한 상승은 2007년 1월경부터 2008년 10월경에도 있었던 점에 비추어 보면, 이 당시의 고지 구매단가의 상승이 통상의 경제적 현상을 뛰어넘는 매우 이례적인 수준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설령 이 사건 공동행위 무렵의 고지 구매단가 상승을 이례적인 것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수요와 공급의 시장원리에 따라 결정된 가격변화에 관하여 원고 등 18개사가 경쟁을 통한 기술혁신 등의 수단을 추구하지 아니하고 각자의 단기적 이익을 위하여 인위적인 개입을 시도한 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나) 즉, 제지자원 수급의 불균형 및 가격급등 문제에 관한 근본적인 해결은 폐지 구매의 불합리한 관행개선, 폐지 품질의 고급화, 폐지 수급의 안정화 등 제지산업의 발전을 통하여 이루어져야 할 것이고, 이 사건 공동행위와 같이 사업자들이 공동하여 가격을 인위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이 자원의 합리적 배분을 위하여 불가피하게 필요하였던 최소한의 방법이라고 볼 수 없다.

다) 원고 등 18개사가 고지의 구매단가의 급격한 상승에 대하여 별다른 노력 없이 이 사건 공동행위로 대응함에 따라, 높은 원재료 비중 및 원재료 가격의 급변에 대처하기 위한 기술개발과 경영혁신에 대한 유인이 감소하는 등 경쟁이 제한되는 효과가 발생한 반면, 그러한 경쟁제한 효과를 상회할 만한 정도의 친경쟁적 효과가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은 없다.

원고는 이 사건 공동행위로 인하여 원지의 가격 인상이 억제되었고 이에 따라 골판지 원지, 원단, 상자 제품의 수요 및 생산량이 증가로 소비자 후생이 증대되었다고 주장하나, 원고를 포함하여 이 사건 공동행위에 가담한 일부 사업자4)들은 이 사건 공동행위로 고지 구매가격 인하에 관하여 담합하는 한편, 2007년경부터 2012. 3. 21.까지 원지 판매가격 인상에 관하여 담합하였는바 이 사건 공동행위로 인하여 원지의 가격인상이 억제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공동행위와 골판지 원지, 원단, 상자 제품의 수요 및 생산량 증가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도 어렵다. 오히려 생산요소 시장에서 구매담합에 참가한 사업자가 판매시장에서 시장지 배력을 갖는 경우, 구매담합이 발생하면 더 적은 생산요소가 구매되기 때문에 생산량이 감소하고 이는 판매시장에서의 거래량 감소를 야기하여 결국 판매가격의 상승이 일어나 판매시장의 시장성과 악화로 소비자 잉여가 감소하게 된다. 실제로 원고 등 18개 사의 이 사건 공동행위 기간 동안의 고지 구매량은 이 사건 공동행위에 가담하지 않은 업체와 비교하여 더 크게 감소하였는바, 이 사건 공동행위는 고지 시장뿐 아니라 원지 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라) 지식경제부가 2010년 6월경 '국내 폐지 관리시스템 선진화를 위한 정책간담회'를 개최하여 폐지의 수급 차질 및 급격한 가격변동 상황을 개선하기 위하여 제지자원유통관리 기구를 만드는 방안을 마련하였고, 이에 따라 2011년 10월 중순경 '한국제지 자원진흥원'이 출범하였다. 그러나 한국제지자원진흥원은 고지 등 가격의 결정 또는 조정에 관여하지 않으며, 설립 이후에도 골판지 가격 급등에 관한 활동을 한 바 없으므로, 이 사건 공동행위가 한국제지자원진흥원과 같은 공동기구가 부재한 상황에서 그 역할을 대신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나. 과징금납부명령의 위법여부

1) 관련법리

공정거래법 제6조, 제17조, 제22조, 제24조의2, 제28조, 제31조의2, 제34조의2 등 각 규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는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하여 과징금을 부과할 것인지 여부와 과징금을 부과할 경우 공정거래법이 정하고 있는 일정한 범위 안에서 과징금의 액수를 구체적으로 얼마로 정할 것인지에 관하여 재량을 가지고 있으므로 피고의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자에 대한 과징금 부과처분은 재량행위이고, 다만 이러한 재량을 행사함에 있어 과징금 부과의 기초가 되는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비례 · 평등의 원칙을 위반하는 등의 사유가 있다면 이는 재량권의 일탈 · 남용으로서 위법하다(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7두22054 판결 참조).

2) 구체적 판단

가) 이 사건 공동행위가 수개의 공동행위임을 고려하지 않은 위법의 존재 여부

(1) 사업자들이 부당한 공동행위의 기본적 원칙에 관한 합의를 하고 이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수차례의 합의를 계속하여 온 경우는 물론, 그러한 기본적 원칙에 관한 합의 없이 장기간에 걸쳐 여러 차례의 합의를 해 온 경우에도 그 각 합의가 단일한 의사에 기하여 동일한 목적을 수행하기 위한 것으로서 단절됨이 없이 계속 실행되어 왔다면, 그 각 합의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구성원 등에 일부 변경이 있었다고 할지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와 같은 일련의 합의는 전체적으로 1개의 부당한 공동행위로 봄이 상당하다(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8두15169 판결 참조). 위와 같은 경우 공정거래법 제49조 제4항 본문에 규정된 '이 법의 규정에 위반하는 행위가 종료한 날'을 판단할 때에도 각각의 회합 또는 합의를 개별적으로 분리하여 판단할 것이 아니라 일련의 합의를 전체적으로 1개의 행위로 보고 판단해야 하고, 또한 가격결정 등 합의 및 그에 터 잡은 실행행위가 있었던 경우 부당한 공동행위가 종료한 날은 합의가 있었던 날이 아니라 합의에 터 잡은 실행행위가 종료한 날을 의미한다(대법원 2011. 9. 8. 선고 2009두15005 판결 참조).

(2) 합의에 참가한 일부 사업자가 부당한 공동행위를 종료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업자에 대하여 합의에서 탈퇴하였음을 알리는 명시적 내지 묵시적인 의사표시를 하고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담합이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가격 수준으로 인하하는 등 합의에 반하는 행위를 하여야 하며, 합의에 참가한 사업자 전부에 대하여 부당한 공동행위가 종료되었다고 하기 위해서는 합의에 참가한 사업자들이 명시적으로 합의를 파기하고 각 사업자가 각자의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담합이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가격 수준으로 인하하는 등 합의에 반하는 행위를 하거나 또는 합의에 참가한 사업자들 사이에 반복적인 가격 경쟁 등을 통하여 담합이 사실상 파기되었다고 인정할 수 있을 만한 행위가 일정 기간 계속되는 등 합의가 사실상 파기되었다고 볼 수 있을 만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7두12774 판결 참조).

(3) 앞서 인정한 사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공동행위는 2010. 5. 25.부터 2012. 7. 12.까지 원고 등 18개사의 단일한 의사에 기하여 골판지 고지 구매단가를 공동으로 결정하여 경쟁을 회피하고 각 회사의 수익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동일한 목적을 수행하기 위한 것으로서 단절됨 없이 계속 실행되었으므로, 전체적으로 하나의 공동행위에 해당한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고지 구매단가를 인하하기로 하는 일부 각 합의 이후에 일부 사업자들이 단가를 인상한 사실을 근거로 위 단가 인상시점에 각 합의가 종료된 것이어서 이 사건 공동행위는 수개의 공동행위라고 주장하는바, 갑22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면 수도권 지역 제1합의 이후인 2010. 6. 30., 수도권 지역 제2합의 이후인 2010. 10. 31., 수도권 지역 제3, 4합의 이후인 2011. 4. 30. 이 사건 공동행위에 가담한 일부 사업자들이 고지 구매단가를 인상한 사실은 인정되나, 위와 같은 사실만으로는 일부 사업자들이 담합이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수준으로 가격을 인상하였다거나, 반복적인 가격 경쟁 등을 통하여 담합이 사실상 파기되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부과기준율 산정의 위법 여부

앞서 인정한 사실, 갑24, 25, 을46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의 부과기준율 산정에 비례의 원칙이나 형평의 원칙의 위반이 있다고 볼 수 없다.

(1) 원고는 2015. 10. 7. 피고 고시 제2015-14호로 개정된 과징금고시(이하 '개정과징금고시'라 한다)에 마련된 [별표] 세부평가 기준표에 따라 산정된 점수를 기준으로 이 사건 공동행위에 대한 부과기준율이 정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개정 과징금고시 [별표] 세부평가 기준표는 피고가 이 사건 공동행위에 적용한 과징금고시(이하 '기존 과징금고시'라 한다)를 보충하기 위하여 판단기준을 세분화한 것에 불과하고 전혀 새로운 기준은 아니므로, 개정 과징금고시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공동행위를 '중대한 위반행위'로 본 피고의 판단이 달라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2) 원고가 주장하는 선례들은 구체적 사실관계에서 이 사건과 차이가 있으므로, 피고가 원고에게 위 선례들과 비교하여 더 높은 부과기준율을 적용하였다는 점만으로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3) 피고는 원고가 주장하는 사유들을 모두 고려하여 이 사건 공동행위를 '중대한 위반행위'로 평가한 후, 그에 해당하는 부과기준율(3~7%) 중 가장 낮은 부과기준율인 3%를 적용하였다.

다) 조사협력 감경비율 적용의 위법 여부

앞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원고가 조사에 적극 협력한 점을 인정하면서 조사협력 감경비율을 20% 적용한 것은 피고의 재량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보이고, 원고가 들고 있는 선례(갑25~31, 36)들은 모두 구체적 사실관계에서 이 사건과 구별되는 차이가 있는 사안으로 반드시 이 사건이 그 결과에 구속되는 것이라 보기 어려우며, 또한 피고의 조사에 적극 협력한 경우는 30%, 소극적으로 협력한 경우는 20%의 조사협력 감경비율을 적용하는 내용의 행정관행이 성립되어있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다. 따라서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조사에 적극 협력한 점을 인정하면서도 조사협력 감경비율의 최대치인 30%를 적용하지 않은 것에 비례의 원칙이나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 잘못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라) 자진시정으로 인한 과징금 미감경의 위법 여부

과징금고시 Ⅳ.3.다.(5) 규정에 의하면 위반사업자가 위반행위를 자진시정한 경우 20%의 범위 내에서 과징금을 감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자진시정이란 위반행위의 중지를 넘어서 위반행위로 발생한 효과를 적극적으로 제거하는 행위를 의미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앞서 인정한 사실, 갑15, 16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면, 원고는 2012. 7. 13. 다른 제지업체들에게 공동행위 중단의 의사를 공문으로 통지하고, 2015년 8~9월경 피고의 조사에 응한 사실이 인정되나, 이는 모두 이 사건 공동행위가 종료된 2012. 7. 12. 이후의 행위일 뿐이고, 달리 원고가 이 사건 공동행위를 명시적으로 파기하였다거나 이 사건 공동행위로 인한 위법상태를 적극적으로 시정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자진시정을 이유로 한 감경을 하지 않은 것에 어떠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마) 과잉 · 중복제재로 인한 비례의 원칙 위반 여부

앞서 인정한 사실, 갑11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과징금납부명령이 중복 · 과잉제재로서 비례의 원칙에 위반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1) 원고는 고지를 원재료로 한 가공품인 원지의 판매가격 담합에 대해서도 피고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그러나 원지 담합과 이 사건 공동행위는 담합의 대상이 다른 별개의 공동행위에 해당하고, 원고는 이 사건 공동행위를 통해서는 원재료인 고지 매입금액에 관하여, 원지 담합을 통해서는 가공품인 원지 매출금액에 관하여 각각 별개의 이익을 얻었다. 따라서 피고가 위 각 공동행위에 대하여 별도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이 과잉 · 중복 제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2) 피고는 이 사건 공동행위에 대하여는 고지 매입액을, 원지 담합에 대하여는 원지 매출액을 각 관련매출액으로 산정하였는바, 위와 같은 관련매출액 산정은 관련법령에 따른 것이고, 이 사건 공동행위와 원지 담합이 각각 별개의 공동행위에 해당하는 이상 위 각 관련매출액에 중복된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조정하여야 할 법령상 근거가 없다.

(3) 피고는 골판지 고지 가격 인상이 이 사건 공동행위의 배경이 되었던 점을 고려하여 부과과징금 단계에서 2차 조정기준의 20%를 감경함으로써 원고가 얻은 부당이득의 규모를 과징금 산정에 반영하였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패소한 원고가 부담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김용석

판사 서승렬

판사 성충용

주석

1) 여기에서의 고지가격은 제지사별로 전체 거래처에 대한 기준이 되는 '기준 구매단가'를 말하고, 기준 구매단가는 제지사에 따라 별도로 정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2) KP&R은 제지사와 고지사가 회원사였는데, 양측의 이해관계가 상충하였고, 제지사측의 영향력이 더 커서 고지사 측의 불만이 많았다.

3) 위 원지 담합에 가담한 사업자들 중 원고 외에 한솔페이퍼텍, 경산제지, 신대양제지, 대양제지, 월산페이퍼, 동원페이퍼, 동일제지, 고려제지, 대림제지, 아진피앤피 등 10개 사업자가 이 사건 공동행위에 가담하였다.

4) 원고 외에 한솔페이퍼텍, 경산제지, 신대양제지, 대양제지, 월산페이퍼, 동원페이퍼, 동일제지, 고려제지, 대림제지, 아진피앤피 등 10개 사업자를 말한다.

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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