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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_flag_2서울고등법원 2013. 1. 25. 선고 2011나77292 판결

[예금][미간행]

원고, 피항소인

동아건설산업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류용호 외 2인)

피고, 항소인

주식회사 하나은행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종 담당변호사 송영곤 외 3인)

변론종결

2012. 12. 12.

주문

1.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2.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3. 원고는 피고에게 가지급물의 반환으로 10,317,895,445원 및 이에 대하여 2011. 8. 16.부터 2013. 1. 25.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4. 소송총비용(가지급물반환신청비용 포함)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항소취지 및 가지급물반환신청취지

1.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8,176,671,952원 및 그 중 7,620,383,926원에 대하여 2009. 11. 5.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각 비율에 따른 금원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3. 가지급물반환신청취지

주문 제3항과 같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정기예금계약 등의 체결

(1) 원고는 시공 중인 △△원전공사의 하자보수보증과 관련하여 건설공제조합으로부터 보증서를 발급받기 위해 2008. 11. 4. 피고(소관지점 : ○○○지점)와 사이에 다음과 같이 3건의 정기예금계약(이하 ‘이 사건 예금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고 합계 7,620,383,926원(이하 ‘이 사건 예금’이라고 한다)을 예금하였다

본문내 포함된 표
순번 계좌번호 만기 예금액(원) 약정이율 비고
1 (계좌번호 1 생략) 2009. 11. 4. 2,000,000,000 연 7.3% 이하 ‘(1)계좌’라고 함
2 (계좌번호 2 생략) 2,000,000,000 이하 ‘(2)계좌’라고 함
3 (계좌번호 3 생략) 3,620,383,926 이하 ‘(3)계좌’라고 함

(2) 원고는 2001. 5. 11. 파산선고를 받아 원고의 신용으로는 건설공제조합으로부터 하자보수보증서를 받을 수 없게 되자 피고 등 금융기관에 하자보수보증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정기예금 형식으로 예치한 다음 그 예금에 질권을 설정해 주고 건설공제조합으로부터 보증서를 발행받았다.

나. 소외 1(대법원판결의 소외인)과 소외 2의 공모에 의한 이 사건 예금 등의 불법 인출

(1) 이 사건 예금계약 체결 당시 원고의 재경팀 과장으로 근무하던 소외 1은 고등학교 선배로서 친분이 있던 피고 ○○○지점 차장 소외 2에게 이 사건 예금을 피고 및 건설공제조합 몰래 개인적으로 인출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부탁하여 소외 2로부터 승낙을 받았다.

(2) 그리하여 소외 1은 은행업무 관행상 정기예금을 예치하면서 ‘질권설정필’이라고 수기로 기재하거나 고무인이 날인된 정기예금 통장을 먼저 교부받아 원고의 영업수주팀을 통하여 이를 건설공제조합에 제출한 다음 원고와 건설공제조합이 날인한 질권설정승낙의뢰서를 피고에게 전달하고 피고가 이에 따라 은행전산시스템에 질권설정을 입력하도록 되어 있음에도 원고와 건설공제조합이 각 날인한 질권설정승낙의뢰서 등 질권설정에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지 않더라도 이를 묵인해 주거나 위 서류를 제출받더라도 질권을 설정하지 말아달라고 소외 2에게 부탁하였고, 이러한 부탁을 받은 소외 2는 이 사건 예금을 소외 1에게 인출해 줄 생각으로 은행전산시스템에 질권설정을 입력하는 등의 질권설정 절차를 취하지 않는 방법으로 소외 1이 이 사건 예금을 인출할 수 있도록 하였다.

(3) 소외 1은 정기예금 통장이 건설공제조합에 보관되어 있어 이 사건 예금을 인출할 수 없자 마치 통장을 분실한 것처럼 피고에게 분실신고를 하고 통장을 신규 발급받은 다음 이 사건 정기예금계약을 중도 해지하는 것처럼 하면서 예금 지급을 요청하였고, 피고는 소외 1에게 2008. 11. 24. (1)계좌 및 (2)계좌에 입금되어 있던 합계 40억 원을, 2008. 12. 2. (3)계좌에 입금되어 있던 3,620,383,926원을 각 지급하였다(이하 이 사건 예금 지급을 통칭하여 ‘이 사건 예금인출’이라고 한다).

다. 소외 1의 원고 명의의 피고 MMT계좌에서의 불법인출을 통한 편취

한편 소외 1은 위 (1)계좌 및 (2)계좌에서 40억 원을 인출하기 전에 원고 명의의 피고 MMT(Money Market Trust)계좌(계좌번호 : (계좌번호 4 생략), 이하 ‘이 사건 MMT계좌’라고 한다)에서 2008. 9. 22. 원고의 출금신청서를 위조하여 그 위조사실을 모르는 피고 직원으로부터 20억 원을 지급받아 이를 인출한 것을 비롯하여 2008. 10. 13. 15억 원, 2008. 10. 14. 10억 원, 2008. 11. 17. 15억 원을 각 지급받는 방법으로 합계 60억 원을 편취하고, 2008. 12. 2. (3)계좌에서 3,620,383,926원을 인출하기 전에 위와 같은 방법으로 이 사건 MMT계좌에서 자금인출을 빙자하여 피고로부터 2008. 11. 25. 17,267,105원, 2008. 11. 27. 23억 원, 2008. 12. 1. 1,339,228,353원을 각 지급받는 방법으로 합계 3,656,495,458원을 편취하였다.

라. 인출한 이 사건 예금의 이 사건 MMT계좌로의 입금 및 MMT계좌에서의 출금

(1) 소외 1은 2008. 11. 24. (1)계좌에서 20억 원을 인출하는 내용의 출금신청서와 위 20억 원을 이 사건 MMT계좌로 입금시키는 내용의 입금신청서를 함께 작성하여 피고 직원에게 제출함으로써 위 20억 원을 (1)계좌에서 인출하자마자 이 사건 MMT계좌로 입금하였고, 같은 방법으로 이 사건 (2)계좌에 입금되어 있던 20억 원, 이 사건 (3)계좌에 입금되어 있던 3,620,383,926원을 각 인출일자에 위 각 계좌로부터 이 사건 MMT계좌에 입금하였다.

(2) 소외 1은 출금신청서를 위조하는 방법으로 다시 이 사건 MMT계좌에서 2008. 12. 9. 15억 원, 2008. 12. 26. 8억 원을 편취하였고, 원고는 2008. 12. 30. 이 사건 MMT계좌에 남아 있던 5,405,536,354원을 인출하여 운영자금으로 사용하였다.

마. 소외 1, 2에 대한 형사처벌

소외 1과 소외 2는 위와 같은 범행 등으로 구속기소되어 2010. 4. 2.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소외 1은 징역 22년 6월, 소외 2는 징역 5년을 각 선고받았고( 서울동부지방법원 2009고합257 사건), 2010. 7. 9. 서울고등법원에서 소외 1은 징역 22년 6월, 소외 2는 징역 4년을 각 선고받았으며( 서울고등법원 2010노1064 사건), 2010. 11. 11. 대법원에서 소외 1과 소외 2의 상고가 각 기각되었다( 대법원 2010도9876 사건).

바. 원고의 이 사건 예금계약 해지

한편,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소장을 통하여 이 사건 예금계약이 만기를 도과하였음을 이유로 이를 해지한다는 통지를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 5, 21호증, 을 제1 내지 3호증, 을 제17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소외 1과 소외 2가 공모하여 불법으로 이 사건 예금을 인출함으로써 피고의 자금을 횡령하는 범행을 저질렀는데, 원고는 피고로부터 이 사건 예금계약에 따른 예금채권을 변제받은 적이 없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예금계약 해지를 원인으로 하여 이 사건 예금을 반환하여야 한다.

나. 피고의 주장

(1) 이 사건 예금계약의 불성립

이 사건 예금계약을 체결하면서 소외 1은 이 사건 예금을 자신이 인출하여 사용하겠다는 명확한 의사를 가지고 소외 2에게 질권설정 입력을 누락하여 줄 것을 부탁하였고 소외 2가 이를 받아들이는 등 소외 1과 소외 2는 이 사건 예금의 반환청구는 원고를 배제한 채 소외 1이 할 것을 예정하고 있었으므로 이 사건 예금계약은 원고와 피고 사이에 적법하게 성립하지 아니하였고 그 실질적 예금주는 소외 1이다. 따라서 원고의 피고에 대한 예금채권 자체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2) 예금거래기본약관의 면책조항에 따른 면책

설령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 예금계약이 적법하게 성립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예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피고의 직원들이 인감을 대조, 확인하고 비밀번호 등을 확인하는 등 피고의 예금거래기본약관에 규정된 주의의무를 다하였으므로 이 사건 예금은 원고에게 적법하게 지급되었고, 피고는 위 약관상 면책조항에 따라 면책되었다.

(3) 표현대리의 성립

설령 이 사건 예금 인출이 원고에 대한 적법한 지급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소외 1은 원고의 자금 업무와 관련하여 기본대리권을 갖고 있었고, 적어도 원고가 소외 1에게 그와 같은 권한을 수여하였음을 표시하였으며, 피고는 소외 1이 예금 인출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선의·무과실)가 있었다. 따라서 피고가 소외 1에게 이 사건 예금을 인출하여 준 것은 민법 제125조 내지 제126조 에 의한 표현대리에 해당하여 원고에 대한 적법한 변제로서의 효력이 있다.

(4)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

소외 1은 원고의 자금 업무 담당직원으로서 오랜 기간 동안 피고와 거래를 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예금 인출에 필요한 원고의 통장 등을 전부 완비하고 있었고, 게다가 이 사건 예금 인출 즉시 이 사건 MMT계좌에 바로 입금하여 줄 것을 요청하기까지 하는 등 소외 1은 거래관념상 원고의 이 사건 예금채권을 행사할 정당한 권한을 가진 자라고 믿게 할 만한 외관을 갖추고 있었고, 피고는 소외 1이 이러한 정당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 선의·무과실이었다. 따라서 소외 1에 대한 피고의 이 사건 예금 지급은 채권준점유자에 대한 변제로 유효하다.

(5) 민법 제472조 에 의한 권한 없는 자에 대한 변제

소외 1은 이 사건 예금을 인출하여 바로 원고 명의의 이 사건 MMT 계좌에 입금함으로써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새로운 예금반환채권을 취득하게 되는 이익을 얻었고, 이는 민법 제472조 가 정한 권한 없는 자에 대한 변제에 해당하여 원고가 이익을 받은 한도에서 효력이 있으므로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예금의 지급을 구할 수 없다.

(6) 예비적 상계항변

(가) 이 사건 예금 편취에 대한 사용자책임

피고는 원고의 피용자인 소외 1의 이 사건 예금 인출행위가 원고의 사무집행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함을 알지 못하였고 알지 못한 데에 중과실이 없는바, 피고는 소외 1의 이 사건 예금 인출 행위로 인하여 이 사건 예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상당의 손해를 입었으므로, 원고에 대하여 사용자 책임에 기한 손해배상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피고는 위 손해배상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원고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예금채권을 적법하게 상계하였으므로 이로써 이 사건 예금채권은 소멸하였다.

(나) 이 사건 MMT 계좌에 새로 입금한 예금의 편취에 관한 사용자 책임 및 부당이득반환채권

소외 1이 이 사건 예금계좌에서 인출하여 이 사건 MMT계좌에 입금한 금원 7,656,495,458원 중 소외 1은 2회에 걸쳐 23억 원을 인출하여 사용하였고 원고도 54억 여 원을 인출하여 사용하였는바, 소외 1이 이 사건 예금을 인출하여 이 사건 MMT계좌에 위 돈을 입금한 것이 소외 1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채무의 변제일 뿐 원고가 어떠한 권리를 취득하는 것이 아니라고 전제할 경우에는 소외 1 및 원고는 이 사건 MMT 계좌에 예치된 예금에 대하여 아무런 권리를 갖지 못하고, 따라서 소외 1의 사용자인 원고는 피고에게 민법 제756조 에 따라 이 사건 MMT계좌에서의 신탁자금 인출로 인하여 피고가 입은 손해 23억 원 및 이에 대한 각 불법행위일로부터 다 갚는 날까지의 이자를 배상할 의무가 있고, 원고가 실제로는 이 사건 MMT계좌에 자신의 예금이 존재하지 아니함에도 불구하고 예금 반환의 명목으로 54억 여 원을 인출한 것은 법률상 원인 없이 이득을 얻고 피고에게 손해를 가한 것이므로 원고는 민법 제741조 에 따라 피고에 대하여 위 금액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무를 부담한다. 따라서 이 사건 예금채권은 피고의 원고에 대한 사용자책임에 따른 손해배상채권 및 부당이득반환채권과의 상계로 소멸하였다.

(다) 소외 1의 최초 이 사건 MMT계좌에서의 예금 편취에 관한 사용자 책임

소외 1이 최초 이 사건 MMT계좌에서 예금을 인출함으로써 피고에 대하여 손해배상채무를 부담한다고 하면 피고는 소외 1의 사용자인 원고에 대하여 위 금액 상당의 사용자 책임에 기한 손해배상채권을 갖고 있다. 따라서 피고는 위 손해배상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원고의 이 사건 예금반환채권을 그 대등액 범위에서 상계한다.

3. 판단

가. 원고의 주장에 대한 판단

살피건대, 이 사건 예금계좌에 예치된 금원의 소유권은 원칙적으로 피고에게 귀속되고 원고는 그에 상응하는 예금반환채권을 가진다고 할 것인데, 갑 제4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소외 1이 정기예금에 신규로 가입하거나 기존에 가입한 정기예금을 중도에 해지하여 인출하기 위해서는 원고의 임원인 소외 3 상무, 소외 4 전무 등의 결재를 받아야 하며, 특히 예금계좌의 신규 개설 및 해지와 예금 인출 등에 필요한 법인인감도장을 소외 4 전무가 직접 관리하고 있었던 사실, 이 사건 예금은 건설공제조합을 질권자로 하여 특정 공사와 관련하여 하자보수보증금 등의 용도로 질권이 설정되어 있어 그 용도가 엄격히 제한되어 있었던 사실, 소외 2는 피고의 차장으로 근무하던 자로 예금주의 청구가 있으면 예금을 설정, 해지, 인출해 줄 권한이 있는 사실이 인정되는바, 이에 따르면 이 사건 예금인출 당시에 소외 1에게 이 사건 예금을 인출할 권한이 있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소외 1은 원고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지 않았고, 소외 2가 피고의 자금을 관리하는 자로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예금인출로 인한 피해자는 피고라고 할 것이고, 원고는 이 사건 예금 인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예금채권을 가진다고 할 것이다.

나. 피고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원, 피고 사이의 이 사건 예금계약의 불성립 여부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예금계약을 체결하고 그 실명확인 사실이 예금계약서 등에 명확히 기재되어 있는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그 예금계약서에 예금주로 기재된 예금명의자나 그를 대리한 행위자 및 금융기관의 의사는 예금명의자를 예금계약의 당사자로 보려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경험법칙에 합당하고, 예금계약의 당사자에 관한 법률관계를 명확히 할 수 있어 합리적이다. 따라서 본인인 예금명의자의 의사에 따라 예금명의자의 실명확인 절차가 이루어지고 예금명의자를 예금주로 하여 예금계약서를 작성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예금명의자가 아닌 출연자 등을 예금계약의 당사자라고 볼 수 있으려면, 금융기관과 출연자 등과 사이에서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서면으로 이루어진 예금명의자와의 예금계약을 부정하여 예금명의자의 예금반환청구권을 배제하고 출연자 등과 예금계약을 체결하여 출연자 등에게 예금반환청구권을 귀속시키겠다는 명확한 의사의 합치가 있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로 제한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의사의 합치는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작성된 예금계약서 등의 증명력을 번복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명확한 증명력을 가진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증거에 의하여 매우 엄격하게 인정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9. 3. 19. 선고 2008다45828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소외 1이 소외 2에게 이 사건 예금을 원, 피고 및 건설공제조합 몰래 개인적으로 인출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부탁하여 소외 2로부터 승낙을 받은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소외 1과 소외 2의 위와 같은 의사의 합치는 이 사건 예금계약이 원고와 피고 사이에 적법하게 체결되었음을 전제로 하여 소외 1이 이 사건 예금을 자신의 개인적 목적을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인출하는 것에 관하여 소외 2가 협조한다는 의미에 그칠 뿐이고, 나아가 소외 1이 이 사건 예금계약의 출연자가 아님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으며, 달리 소외 1과 소외 2 사이에 원고와 피고 사이의 예금계약을 부정하여 원고의 예금반환청구권을 배제하고 소외 1과 예금계약을 체결하여 소외 1에게 예금반환청구권을 귀속시키겠다는 명확한 의사의 합치가 있다고 볼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2) 예금거래기본약관의 면책조항에 따른 면책 여부

피고의 면책 주장의 요지는 피고가 이 사건 예금을 지급할 당시 예금거래기본약관에 규정된 대로 인감을 대조, 확인하고 비밀번호 등을 확인하였으므로 면책된다는 것인바, 무권한자가 통장이나 인감을 분실하였다고 하여 분실계를 내고 새 통장을 발급받거나 임감변경절차를 밟은 후에 은행이 지급청구에 따라 예금반환을 한 경우에 그 지급 당시에는 형식상 정당한 절차를 거쳤지만 그 이전에 개인신고나 통장분실신고시에 은행으로서 요구되는 통상의 주의를 게을리 한 때에는 그 전체적 경과에 비추어 은행이 무과실을 주장할 수 없는바, 이 사건 예금에 관한 통장을 재발급받은 과정에서 제출한 위임장에 날인된 인감과 법인인감증명서상의 인감의 각 인영이 일치하지 않는 사실에 대하여는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는바, 이를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결국 피고는 이 사건 예금인출과 관련하여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다하였다고 할 수 없다.

나아가 살피건대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 ○○○지점 차장으로 근무하던 소외 2는 소외 1의 부탁을 받고 피고가 정한 예금에 대한 질권설정 절차를 위반하여 이 사건 예금에 관한 질권설정 절차를 밟지 않아 소외 1이 이 사건 예금을 인출할 수 있게 해 주었고, 갑 제4, 5, 6, 7, 12호증, 갑 제12, 13호증, 을 제2호증의 1 내지 8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소외 1은 피고로부터 이 사건 예금에 관한 통장을 재발급받거나 예금인출업무를 처리하면서 피고 ○○○지점의 소외 2를 찾아가 위 각 업무의 처리를 의뢰하였고 소외 2의 지시를 받은 피고 ○○○지점의 창구직원들이 소외 2의 지시에 따라 위 업무를 수행한 것이며, 소외 2는 출금전표 등에 책임자로 직접 날인하는 등 예금인출과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므로, 위와 같은 점을 고려하면 피고는 소외 1에게 이 사건 예금의 인출 권한이 없었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 사건 예금을 소외 1에게 지급하였다고 할 것이고, 피고가 은행으로서 마땅히 기울여야 할 주의의무를 다하였음을 전제로 한 피고의 위 면책 주장은 어느 모로 보나 이유 없다.

(3) 표현대리 성립 여부

살피건대, 소외 1에게 원고의 자금집행에 관한 기본대리권이 있었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고,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예금 인출 당시 피고는 소외 1에게 예금 인출 권한이 없었음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피고의 표현대리 주장은 어느 모로 보나 이유 없다.

(4)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 여부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로서 유효하기 위해서는 변제자가 선의·무과실이어야 하는바( 민법 제470조 참조),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 ○○○지점 차장으로 근무하던 소외 2는 소외 1에게 이 사건 예금을 인출할 권한이 없음을 잘 알면서 이 사건 예금에 관한 질권설정 절차를 밟지 않는 등으로 소외 1이 이 사건 예금을 인출할 수 있게 해 주었으므로, 피고가 이 사건 예금인출과 관련하여 소외 1에게 이 사건 예금을 인출할 권한이 없다는 점에 관하여 선의, 무과실이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5) 민법 제472조 에 의한 권한 없는 자에 대한 변제 여부

(가) 형사상 피고에 대한 사기죄, 민사상 채권준점유자에 대한 변제

앞서 본 바와 같이 소외 1은 2008. 11. 24. (1)계좌 및 (2)계좌에서 40억 원을 인출하기 전에 원고 명의의 이 사건 MMT계좌에서 원고의 출금신청서를 위조하여 합계 60억 원을 편취하고, 2008. 12. 2. (3)계좌에서 3,620,383,926원을 인출하기 전에 위와 같은 방법으로 이 사건 MMT계좌에서 합계 3,656,495,458원을 편취하였는바, 예금주를 가장하고 예금해약을 빙자하여 그 예금을 편취하였다면 형사상 사기 피해자는 은행이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대법원 1972. 11. 14. 선고 72도1946 판결 등 참조) 형사상 피해자는 피고라고 할 것이다.

다만 갑 제4, 14호증, 을 제6호증, 을 제14호증의 1 내지 4, 을 제15호증의 1 내지 6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MMT계좌에서의 예금 인출은 소외 2의 관여 없이 소외 1이 직접 또는 소외 1의 지시를 받은 부하직원인 소외 5가 원고의 사용인감이 날인된 출금신청서를 제출하여 예금의 인출을 신청하고 피고의 직원이 출금신청서에 표기된 인영과 신고된 인감이 일치함을 확인하고 비밀번호가 일치하는지도 확인한 후 예금을 지급한 것으로 피고는 소외 1 등에게 위 예금의 인출권한이 있는지에 관하여 선의, 무과실이었던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위 예금인출은 비록 형사적으로는 피고에 대한 사기행위로서 피해자가 피고라고 하더라도 민사적으로는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로서 유효하므로 원고에 대한 변제로서의 효력이 인정되어 피고는 원고에 대한 민사상 책임을 면하게 되고, 이에 따라 원고는 이 사건 MMT계좌에서 인출된 금원에 대한 예금반환청구권을 상실하게 되는 손해를 입게 되며 소외 1은 원고에 대하여 그 손해배상채무를 부담하게 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나) 이 사건 MMT계좌로의 입금과 원고의 이익 취득

그런데 앞서 본 것처럼 소외 1은 이 사건 MMT계좌에서의 인출 등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기 위하여 이 사건 예금을 인출하자마자 각 인출일에 이 사건 예금을 이 사건 MMT계좌에 입금하였는데, 피고가 소외 1에게 이 사건 MMT계좌의 예금을 지급한 것은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로서 유효하여 이 사건 MMT계좌의 예금과 관련하여 민사상 책임을 면하였으므로 소외 1이 이 사건 예금을 인출하여 이를 이 사건 MMT계좌에 입금한 것을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채무를 변제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고, 소외 1이 원고에 대하여 부담하는 앞서 살펴 본 손해배상채무를 변제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며, 이에 따라 원고는 피고에 대하여 새로이 예금반환채권을 취득하는 이익을 얻었다고 할 것이다.

(다) 민법 제472조 에서 채권자의 이익의 의미

민법 제472조 는 변제받을 권한 없는 자에 대한 변제로 채권자가 이익을 받을 것을 요건으로 하는데, 변제받을 권한 없는 자가 채무자로부터 변제로 수취한 것을 채권자에게 인도한 경우는 물론, 일반적으로 수령자가 변제로 수령한 것과 채권자의 이익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으면 족하고, 수령자 또는 제3자의 채무의 변제에 충당한 경우도 포함한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소외 1은 이 사건 예금계좌에서 금원을 인출하는 내용의 출금신청서와 금원을 이 사건 MMT계좌로 입금시키는 내용의 입금신청서를 함께 작성하여 피고 직원에게 제출하여 이 사건 예금계좌에서 금원을 인출하자마자 이 사건 MMT계좌로 입금하였는바, 이에 의하면 변제받을 권한 없는 자인 소외 1은 이 사건 예금계약의 채무자인 피고로부터 변제로 수취한 것을 바로 채권자인 원고에게 인도하였다고 할 것이고, 소외 1이 이 사건 MMT계좌에 관한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기 위하여 이 사건 예금을 인출한 다음 이를 이 사건 MMT계좌에 입금하여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채무를 변제함으로써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새로운 예금반환채권을 취득하는 이익을 얻었으므로, 적어도 소외 1이 피고로부터 이 사건 예금을 수령한 것과 이를 이 사건 MMT계좌에 다시 입금함으로써 원고가 위와 같은 이익을 얻은 것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한편 원고는 민법 제472조 는 권한 없는 자가 채무자로부터 수령한 급부를 채권자에게 제공한 것이 부당이득이 될 때에만 적용되는데, 설령 소외 1이 이 사건 MMT계좌에서 예금을 인출하여 편취함으로써 원고에 대하여 손해배상채무를 부담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예금을 인출한 다음 이를 다시 이 사건 MMT계좌에 입금한 것은 소외 1의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채무의 변제에 해당하여 법률상 원인이 있어 부당이득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민법 제472조 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수령자가 변제로 수령한 것을 자신 또는 제3자의 채무의 변제에 충당한 경우도 채권자가 이익을 얻은 경우에 포함되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라) 소결

따라서 비록 소외 1이 이 사건 예금채권과 관련하여 변제받을 권한 없는 자이기는 하나 이 사건 예금을 인출한 다음 이를 이 사건 MMT계좌에 입금함으로써 채권자인 원고가 피고에 대한 새로운 예금반환채권을 취득하는 이익을 받았으므로 그 한도에서 피고의 소외 1에 대한 이 사건 예금의 인출행위는 이 사건 예금채권에 대한 변제로서 효력이 있고, 앞서 본 바와 같이 소외 1은 이 사건 예금 전부를 인출하여 이를 이 사건 MMT계좌에 입금하였으므로 결국 원고의 이득은 이 사건 예금 전액 상당이라고 할 것이고, 이에 따라 이 사건 예금채권 전부가 유효한 변제에 의하여 소멸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이와 같이 이 사건 예금채권이 소멸하였다고 보는 이상, 예비적 상계항변에 관하여는 나아가 판단하지 아니한다).

4. 가지급물반환신청에 대한 판단

을 제22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가 제1심 판결의 가집행선고에 기하여 2011. 8. 16. 피고로부터 제1심 인용금액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으로 10,317,895,445원을 지급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제1심 판결이 당심에서 취소되어 제1심의 가집행선고도 실효된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는 피고에게 10,317,895,445원 및 이에 대하여 가지급금 수령일인 2011. 8. 16.부터 당심 판결 선고일인 2013. 1. 25.까지는 민법에서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정한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기로 하며 가지급물반환신청을 위와 같이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용빈(재판장) 강혁성 마은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