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공2002.6.15.(156),1303]
어음의 발행인들이 각자 자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자금을 편법으로 확보하기 위하여 서로 동액의 융통어음을 발행하여 교환한 경우, 사기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소극)
어음의 발행인이 그 지급기일에 결제되지 않으리라는 점을 예견하였거나 지급기일에 지급될 수 있다는 확신이 없으면서도 그러한 내용을 상대방에게 고지하지 아니한 채 이를 속여 어음을 발행·교부하고 상대방으로부터 그 대가를 교부받았다면 사기죄가 성립하는 것이지만, 이와 달리 어음의 발행인들이 각자 자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자금을 편법으로 확보하기 위하여 서로 동액의 융통어음을 발행하여 교환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쌍방은 그 상대방의 부실한 자력상태를 용인함과 동시에, 상대방이 발행한 어음이 지급기일에 결제되지 아니할 때에는 자기가 발행한 어음도 결제하지 않겠다는 약정 하에 서로 어음을 교환하는 것이므로, 자기가 발행한 어음이 그 지급기일에 결제되지 않으리라는 점을 예견하였거나 지급기일에 지급될 수 있다는 확신 없이 상대방으로부터 어음을 교부받았다고 하더라도 사기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피고인
검사
상고를 기각한다.
어음의 발행인이 그 지급기일에 결제되지 않으리라는 점을 예견하였거나 지급기일에 지급될 수 있다는 확신이 없으면서도 그러한 내용을 상대방에게 고지하지 아니한 채 이를 속여 어음을 발행ㆍ교부하고 상대방으로부터 그 대가를 교부받았다면 사기죄가 성립하는 것이지만 (대법원 1985. 9. 10. 선고 84도2685 판결 등 참조), 이와 달리 어음의 발행인들이 각자 자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자금을 편법으로 확보하기 위하여 서로 동액의 융통어음을 발행하여 교환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쌍방은 그 상대방의 부실한 자력상태를 용인함과 동시에, 상대방이 발행한 어음이 지급기일에 결제되지 아니할 때에는 자기가 발행한 어음도 결제하지 않겠다는 약정 하에 서로 어음을 교환하는 것이므로, 자기가 발행한 어음이 그 지급기일에 결제되지 않으리라는 점을 예견하였거나 지급기일에 지급될 수 있다는 확신 없이 상대방으로부터 어음을 교부받았다고 하더라도 사기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제반 사정, 특히 피고인과 피해자는 모두 이미 부도가 난 상태에서 서로 자금을 융통하기 위하여 각자 약속어음을 발행하여 상대방에게 교부하고 그 상대방은 이에 배서한 후 어음할인을 받기로 약정하였고, 그에 따라 피해자가 이 사건 어음을 피고인에게 발행하자 피고인도 동액 상당의 어음을 피해자에게 발행한 점, 위 어음교환 후 피해자는 추가 부도가 발생하지 않고 자금 사정이 원활하게 되어 이 사건 어음을 결제하였지만, 피고인은 타인으로부터 받아 둔 다른 어음 등이 추가로 부도처리되는 바람에 피해자에게 교부한 어음을 결제하지 못하게 된 점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이 피해자와 이 사건 어음을 교환할 당시 피고인에게 편취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는바, 기록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나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