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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2. 4. 23. 선고 2001도6570 판결

[사기][공2002.6.15.(156),1303]

판시사항

어음의 발행인들이 각자 자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자금을 편법으로 확보하기 위하여 서로 동액의 융통어음을 발행하여 교환한 경우, 사기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어음의 발행인이 그 지급기일에 결제되지 않으리라는 점을 예견하였거나 지급기일에 지급될 수 있다는 확신이 없으면서도 그러한 내용을 상대방에게 고지하지 아니한 채 이를 속여 어음을 발행·교부하고 상대방으로부터 그 대가를 교부받았다면 사기죄가 성립하는 것이지만, 이와 달리 어음의 발행인들이 각자 자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자금을 편법으로 확보하기 위하여 서로 동액의 융통어음을 발행하여 교환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쌍방은 그 상대방의 부실한 자력상태를 용인함과 동시에, 상대방이 발행한 어음이 지급기일에 결제되지 아니할 때에는 자기가 발행한 어음도 결제하지 않겠다는 약정 하에 서로 어음을 교환하는 것이므로, 자기가 발행한 어음이 그 지급기일에 결제되지 않으리라는 점을 예견하였거나 지급기일에 지급될 수 있다는 확신 없이 상대방으로부터 어음을 교부받았다고 하더라도 사기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검사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어음의 발행인이 그 지급기일에 결제되지 않으리라는 점을 예견하였거나 지급기일에 지급될 수 있다는 확신이 없으면서도 그러한 내용을 상대방에게 고지하지 아니한 채 이를 속여 어음을 발행ㆍ교부하고 상대방으로부터 그 대가를 교부받았다면 사기죄가 성립하는 것이지만 (대법원 1985. 9. 10. 선고 84도2685 판결 등 참조), 이와 달리 어음의 발행인들이 각자 자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자금을 편법으로 확보하기 위하여 서로 동액의 융통어음을 발행하여 교환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쌍방은 그 상대방의 부실한 자력상태를 용인함과 동시에, 상대방이 발행한 어음이 지급기일에 결제되지 아니할 때에는 자기가 발행한 어음도 결제하지 않겠다는 약정 하에 서로 어음을 교환하는 것이므로, 자기가 발행한 어음이 그 지급기일에 결제되지 않으리라는 점을 예견하였거나 지급기일에 지급될 수 있다는 확신 없이 상대방으로부터 어음을 교부받았다고 하더라도 사기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제반 사정, 특히 피고인과 피해자는 모두 이미 부도가 난 상태에서 서로 자금을 융통하기 위하여 각자 약속어음을 발행하여 상대방에게 교부하고 그 상대방은 이에 배서한 후 어음할인을 받기로 약정하였고, 그에 따라 피해자가 이 사건 어음을 피고인에게 발행하자 피고인도 동액 상당의 어음을 피해자에게 발행한 점, 위 어음교환 후 피해자는 추가 부도가 발생하지 않고 자금 사정이 원활하게 되어 이 사건 어음을 결제하였지만, 피고인은 타인으로부터 받아 둔 다른 어음 등이 추가로 부도처리되는 바람에 피해자에게 교부한 어음을 결제하지 못하게 된 점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이 피해자와 이 사건 어음을 교환할 당시 피고인에게 편취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는바, 기록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나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용우(재판장) 서성 배기원 박재윤(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