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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16. 5. 26. 선고 2013헌마879 결정문 [통행제지행위 관련 공권력행사 위헌확인]

[결정문] [전원재판부]

사건

2013헌마879 통행제지행위 관련 공권력행사 위헌확인

청구인

[별지 1] 청구인 명단과 같다

청구인들 대리인 변호사 배영근, 정민영

피청구인

경찰청장

선고일

2016.05.26

주문

이 사건 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한다.

이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 박○민, 이○일, 신○민, 김○연, 정○영, 배○근은 변호사이고, 청구인 하○수는 변호사의 자격을 가진 자이다.

나. 청구인 박○민, 이○일, 신○민, 김○연, 정○영은 2013. 11. 16. 14:30경 밀양시 ○○면 ○○리 ○○ 소재 ○○번 송전탑 건설공사 현장을 보기 위하여 송전탑 건설공사 현장으로부터 직선거리 약 1.2km 떨어진 밀양시 ○○면 □□리 □□의 □□마을 입구를 지나가려고 하였으나, 피청구인의 지휘를 받은 경찰관들의 통행제지로 통행을 하지 못하였다.

다. 청구인 배○근은 2013. 11. 21. 16:00경 밀양시 ○○면 △△리 △△ 소재 △△번 송전탑 부지 근처 황토방에서 농성 중인 마을 주민들을 만나기 위해 그로부터 직선거리 약 500m 떨어진 밀양시 ○○면 ▽▽리 ▽▽ 진입로를 지나가려고 하였으나, 피청구인의 지휘를 받은 경찰관들의 통행제지로 통행을 하지 못하였다.

라. 청구인 하○수는 밀양지역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마을 주민들을 응원하기 위한 ‘밀양 희망버스’의 참여자로서 2013. 11. 30. 16:00경 밀양시 ××면 ××리 ××, ×× 소재 ××번 송전탑 건설공사 현장을 둘러보기 위하여 그로부터 직선거리 약 320m 떨어진 밀양시 ××면 ××리 ◇◇ 진입로를 지나가려고 하였으나, 피청구인의 지휘를 받은 경찰관들의 통행제지로 통행을 하지 못하였다.

마. 이에 청구인들은 피청구인의 위와 같은 통행제지행위가 청구인들의 일반적 행동자유권, 직업수행의 자유 등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2013. 12. 27. 그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피청구인이 ① 2013. 11. 16. 14:30경 밀양시 ○○면 □□리 □□의 □□마을 입구에서 청구인 박○민, 이○일, 신○민, 김○연, 정○영의 통행을 제지한 행위(이하 ‘제1통행제지행위’라 한다), ② 2013. 11. 21. 16:00경 밀양시 ○○면 ▽▽리 ▽▽ 진입로에서 청구인 배○근의 통행을 제지한 행위(이하 ‘제2통행제지행위’라 한다), ③ 2013. 11. 30. 16:00경 밀양시 ××면 ××리 ◇◇ 진입로에서 청구인 하○수의 통행을 제지한 행위(이하 ‘제3통행제지행위’라 하고, 합하여 ‘이 사건 통행제지행위’라 한다)가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관련조항은 [별지 2]와 같다.

3. 청구인들의 주장

가. 이 사건 통행제지행위는 행정상 즉시강제로서 권력적 사실행위에 해당하므로 공권력 행사성이 인정된다. 이 사건 통행제지행위는 모두 종료되었으나, 제1통행제지행위와 제2통행제지행위가 이루어진 장소에서 통행제지가 계속되고 있으며, 제3통행제지행위가 있었던 장소에서도 희망버스와 같은 참가자들의 출입시도가 있는 경우에 반복하여 통행이 제지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예외적으로 심판의 이익이 인정된다.

나. 피청구인은 구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5조 제2항, 제6조 제1항에 해당하는 사유가 없음에도 청구인들의 통행을 제지하였고, 일반적인 직무권한의 범위를 규정한 구 경찰법 제3조, 구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2조는 기본권 제한의 법률적 근거가 되지 못하므로 이 사건 통행제지행위는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된다. 또한 청구인들은 모두 변호사이거나 변호사의 자격을 가진 자들로서 송전탑 건설공사 현장을 방문하거나 공사현장 근처 농성장에 있는 주민들을 만나 법률적 조언을 제공하기 위하여 통행을 요구한 것임에도 피청구인이 통행을 제지하여 청구인들의 일반적 행동자유권, 직업수행의 자유, 집회의 자유 등을 침해하였다.

4. 판단

가. 주관적 권리보호이익의 소멸

헌법소원은 국민의 기본권침해를 구제하는 제도이므로 헌법소원심판청구가 적법하려면 심판청구 당시는 물론 결정 당시에도 권리보호이익이 있어야 한다(헌재 2008. 7. 31. 2004헌마1010 등 참조).

그런데 제1통행제지행위는 2013. 11. 16, 제2통행제지행위는 2013. 11. 21, 제3통행

제지행위는 2013. 11. 30.에 각 종료하였으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주관적 권리보호이익이 인정되지 않는다.

나. 심판의 이익 유무

헌법소원제도는 개인의 주관적 권리구제뿐만 아니라 헌법질서를 보장하는 기능도 가지고 있으므로, 헌법소원심판청구가 청구인들의 주관적 권리구제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러한 침해행위가 앞으로도 반복될 위험이 있거나, 당해 분쟁의 해결이 헌법질서의 수호ㆍ유지를 위하여 긴요한 사항이어서 헌법적으로 그 해명이 중대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경우에는 심판청구의 이익을 인정할 수 있다(헌재 2015. 7. 30. 2012헌마610 참조).

(1) 침해행위의 반복 위험성

‘침해행위가 반복될 위험성’이란 단순히 추상적이거나 이론적인 가능성이 아니라 구체적인 위험성이 있는 것을 의미한다(헌재 1997. 6. 26. 97헌바4 ). 따라서 권력적 사실행위의 경우 그것이 일반적, 계속적으로 이루어져 구체적으로 반복될 위험성이 인정되어야 하고, 그러한 행위가 개별적, 예외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침해행위가 반복될 위험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

그런데 이 사건 통행제지행위는 한국전력공사가 송전탑 건설공사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상대로 2013. 10. 8. 공사방해금지가처분 결정(창원지방법원 밀양지원 2013카합64)을 받은 이후에 가처분 결정을 받은 지역을 포함하여 송전탑 건설공사 현장과 그 진입로 인근에서 행해진 것으로, 그 공사를 반대하는 주민들과 한국전력공사 직원들간의 물리적 충돌 위험을 방지하고 송전탑 건설공사의 원활한 진행을 확보하려는 특정한 목적에 따라 이루어졌다. 그리고 이 사건 통행제지행위 이후인 2014. 9. 23.

밀양지역 송전탑 52기에 대한 건설공사가 완료되어 위와 같은 목적이 달성되자 같은 해 11. 2. 피청구인이 송전탑 건설공사 현장 등에서 경찰을 모두 철수시킨 사실이 인정된다. 이 사건 통행제지행위에 대한 규범적 평가는 통행제지가 이루어진 목적 외에도 법원의 공사방해금지가처분 결정이 내려진 정황, 그 이후의 공사 진행ㆍ중단 상황, 송전탑 건설공사를 반대하여 모인 주민의 수와 공사방해 여부 및 방법 등 물리적 충돌 가능성, 통행제지의 위치와 공사현장까지의 거리ㆍ지형ㆍ접근성, 통행제지의 시간ㆍ대상ㆍ방법ㆍ광범성 여부 등 구체적인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루어지는바, 이 사건 통행제지행위와 규범적 평가를 동일시할 수 있는 공권력 행사가 앞으로도 구체적으로 반복될 위험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2) 헌법적 해명의 필요성

(가) 이 사건 통행제지행위에 대한 헌법적 해명의 필요성이 있는지가 문제된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서울광장 통행제지사건(헌재 2011. 6. 30. 2009헌마406 )에서 ‘불법ㆍ폭력 집회나 시위가 개최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는 개별적ㆍ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경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필요최소한의 범위에서 행해져야 한다.’고 선언하면서, ‘전면적이고 광범위한 통행금지는 집회의 조건부 허용이나 개별적 집회의 금지나 해산으로는 방지할 수 없는 급박하고 명백하며 중대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취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에 해당하며, 설령 전면적이고 광범위한 집회방지조치를 취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전면적인 출입통제는 불법ㆍ폭력 집회에 참여할 의사를 가지고 있지 아니한 일반 시민들의 통행이나 여가ㆍ문화 활동 등의 이용까지 제한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으므로, 장소적인 측면에서나 시간적ㆍ상황적 측면에서도 시민들의 개별적인 통행이나

여가활동을 허용할 수 있는 덜 제약적인 수단과 방법을 고려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경찰의 통행제지행위가 준수해야 할 헌법적 한계에 대하여 이미 밝힌 바 있다.

(나) 한편, 일회적이고 특정한 상황에서 벌어진 권력적 사실행위에 대한 평가일지라도 그에 대하여 일반적인 헌법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경우라면 헌법적 해명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헌재 2006. 6. 29. 2005헌마703 참조). 그런데 이 사건 통행제지행위의 위헌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주민들과 한국전력공사 직원의 충돌 위험을 방지하고 송전탑 건설공사의 원활한 진행을 확보하기 위한 필요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경찰관 직무집행법이나 경찰권 행사의 조리상 한계 등을 준수하였는지 여부가 주된 쟁점이 된다. 이와 같이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상황 하에서 이루어진 공권력 행사의 위헌 여부에 관한 판단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공권력 행사의 목적과 공권력 행사가 이루어질 당시의 상황, 특히 이 사건의 경우 법원의 공사방해금지가처분 결정이 있었던 사실 및 그 경위, 그 이후의 공사 진행ㆍ중단 상황, 송전탑 건설공사를 반대하여 모인 주민의 수와 공사방해 여부 및 방법 등 물리적 충돌 가능성, 통행제지의 위치와 공사현장까지의 거리ㆍ지형ㆍ접근성, 통행제지의 시간ㆍ대상ㆍ방법ㆍ광범성 여부 등과 같은 구체적 사정을 모두 고려해야 하므로, 원칙적으로 당해사건에 국한하여서만 그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청구인들은 변호사이거나 변호사의 자격을 가진 자들로서 이 사건 통행제지행위로 인해 시위 현장에 있는 주민들에게 법률적 조언을 제공하지 못하였으므로,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이라는 관점에서 변호사로서 조력할 권리의 침해 여부에 관한 헌법적 해명의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런데 헌법 제12조 제4항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

하여 피의자나 피고인이 변호인으로부터 조력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으나, 피의자나 피고인이 아닌 단순히 시위 현장에 있는 주민들에게 변호사가 법률적 조언을 할 수 있는 권리까지 헌법상 기본권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으며, 이는 변호인이 신체구속을 당한 피고인 또는 피의자와 접견할 권리를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34조에 근거한 것으로도 볼 수 없다. 변호사인 청구인들에 대한 통행제지행위가 이들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이나 집회의 자유 등과 같은 다른 헌법상 기본권을 제한할 수는 있으나, 이는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이나 사회적 책임과 직접 관련이 없는 기본권으로 청구인들이 변호사라는 이유만으로 특별하게 헌법적 해명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통행을 제지받은 결과 변호사로서 주민들에게 법적 조언을 하지 못하였다는 점뿐만 아니라 일반적 행동자유권 등의 제한을 문제삼는 경우라 하더라도 그로부터 이 사건 통행제지행위가 특별히 헌법적 해명이 필요한 경찰권 행사라는 징표를 찾을 수 없고, 그 밖에 청구인들의 주장을 살펴보아도 이 사건 통행제지행위에 대한 위헌 여부의 판단이 일반적인 헌법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이와 같이 당해사건을 떠나 일반적인 헌법적 의미를 갖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통행제지행위에 대한 규범적인 평가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통행제지 사유에 따라 각기 달리 이루어질 수 있는바, 통행제지행위가 이루어질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과 경위 등 제반 사실에 대하여 법원이 증거조사와 같은 사실인정 절차를 거쳐 그 위법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다) 결국 이 사건 통행제지행위에 관한 판단은 헌법재판소가 이미 선언한 ‘경찰목적 달성을 위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통행제지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헌법적 원칙

을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실관계에 적용하여 헌법적 한계의 일탈이나 위배 여부를 확인하는 것에 불과하고, 경찰권 행사의 한계에 대하여 새롭게 헌법적 해명을 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다. 소결

따라서 이 사건 심판청구는 주관적 권리보호이익이 없고, 예외적으로 심판의 이익도 인정되지 않는다.

5. 결론

이 사건 심판청구는 모두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에는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김이수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재판관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6. 재판관 김이수의 반대의견

나는 이 사건 심판청구의 주관적 권리보호이익은 인정되지 않으나, 심판의 이익을 인정하여야 한다고 생각하므로 다음과 같이 반대의견을 밝힌다.

가. 침해행위의 반복 위험성

침해행위의 반복 위험성이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것은 헌법재판소 초기의 소수의 결정에서 나타난 입장일 뿐(헌재 1991. 7. 8. 89헌마181 ; 헌재 1993. 3. 11. 92헌마98 ; 헌재 1997. 6. 26. 97헌바4 ), 근래의 대다수의 결정들에서는 반복 위험성에서 구체성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 즉, 선례는 ‘같은 유형의 침해행위가 반복될 가능성’만으로도 반복 위험성을 인정하여(헌재 2011. 3. 31. 2008헌마355 ; 헌재 2011. 6. 30. 2009헌마406 등 참조), 구체성의 요소를 희석시키고 반복의 위험이 추상적으로 존재하면 족하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다수의견은 침해행위의 반복 위험성이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전제하에 이 사건 통행제지행위와 ‘규범적 평가를 동일시할 수 있는’ 공권력 행사가 반복될 위험성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고 있는데, 어떠한 이유로 유독 이 사건에서 선례와 다른 기준을 적용하여야 한다고 하는 것인지, 그리고 ‘규범적 평가를 동일시할 수 있는’ 공권력의 행사로 인정될 수 있는 경우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경우를 말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현실에서 완전히 동일한 목적과 상황 하에서 행해지는 공권력의 행사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헌법재판소는 특정한 사실관계 하에서 위헌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공권력 행사와 동일 또는 유사한 침해행위의 반복을 방지하기 위하여 심판의 이익을 인정해왔고, 나아가 선언적 의미에서 위헌확인을 선언해왔다(헌재 2002. 7. 18. 2000헌마327 ; 헌재 2012. 5. 31. 2010헌마139 등; 헌재 2014. 6. 26. 2012헌마782 등 참조). 다수의견의 논리에 따른다면 대다수의 권력적 사실행위에 대한 헌법소원을 반복의 위험성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해야 할 것인데, 이러한 결과는 선례의 입장에 배치될 뿐만 아니라 사실상 심판의 이익이라는 요건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 사건으로 돌아와서 보건대, 피청구인은 주민의 생명ㆍ신체에 대한 위해 상황 발생시 통행제지행위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답변서를 제출하였고, 이 사건 통행제지행위 전인 제11차 공사재개기간(2013. 5. 20.~2013. 5. 29.) 등에도 피청구인이 송전탑 공사현장 부근에 경찰력을 배치한 적이 있으며, 해당 지역에서 송전탑 공사가 완료된 이후인 2014. 12. 28.에도 송전탑 현장 부근에 경찰력을 배치하였던 사실이 있다. 또 이 사건 통행제지행위가 발생하였던 밀양 이외의 지역에서도 한국전력공사의 765kV 송전전압 격상사업이 추진되고 있고, 반드시 동일한 공사가 아니더라도 평소

에 특정 문제에 대해 반대의견을 표명했던 특정인에 대한 경찰권 행사로서 유사한 개별적ㆍ선별적 통행제지행위가 향후에 발생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존재한다. 따라서 침해행위의 반복 위험성이 충분히 인정된다.

나. 헌법적 해명의 필요성

(1)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침해행위의 반복가능성은 추상적인 위험으로 족하므로, 일반인의 관점에서 동종 또는 유사한 행위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면 반복 위험성이 있는 것이고, 또 나아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헌법적 해명의 필요성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헌재 2012. 8. 23. 2008헌마430 참조).

(2) 다수의견이 지적한 바와 같이 헌법재판소는 서울광장 통행제지사건( 2009헌마406 )에서 전면적 통행제지행위의 헌법적 한계에 대해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위 2009헌마406 사건에서는 불법ㆍ폭력 집회를 막는다는 이유로 서울광장을 봉쇄하여 전면적이고 광범위한 통행금지조치를 한 것이 헌법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었던데 반해, 이 사건의 경우에는 집회방지조치의 일환으로 통행제지가 이루어진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그 대상도 개별적ㆍ선별적이었다는 점에서 위 선례와는 쟁점이 다르다.

다수의견은 헌법재판소가 위 2009헌마406 결정에서 ‘경찰목적 달성을 위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통행제지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헌법적 원칙을 선언하였으므로 그 구체적 사실관계에의 적용만이 문제되는 이 사건에서는 새롭게 헌법적 해명을 할 필요가 없다고 하나, 위 선례가 통행제지행위에 관한 일반적 헌법원칙을 선언하였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2009헌마406 결정에서는 “불법ㆍ폭력 집회나 시위가 개최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는 개별적ㆍ구체적인 상황

에 따라 경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필요최소한의 범위에서 행해져야 하는 것이다. 즉, 민주주의 국가에서 표현의 자유가 가지고 있는 헌법적 중요성을 고려하면, 집회의 자유를 보다 적게 제한하는 다른 수단, 즉 조건을 붙여 집회를 허용하는 조치 등을 고려해야 할 것이고, 이러한 조치로써는 공익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비로소 집회의 금지와 해산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라고 설시하여 불법ㆍ폭력 집회 등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는 경찰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행해져야 한다고 하였을 뿐, 모든 통행제지행위에 적용할 수 있는 일반 원칙을 설시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3) 다수의견에서는 이 사건 통행제지행위와 같이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상황 하에서 이루어진 공권력의 행사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헌법적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고 하나, 2009헌마406 결정에서도 “2009. 5. 30. 이후로는 불법ㆍ폭력적 집회나 시위로 볼 수 있을 정도의 충돌이 없었던 이상, 폭력행위 발생일로부터 4일이 지난 후로서 청구인들이 서울광장을 통행하고자 한 2009. 6. 3.까지 이 사건 통행제지행위를 그대로 유지해야 할 정도로 급박하고 명백한 불법ㆍ폭력 집회나 시위의 위험성이 남아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대규모 불법ㆍ폭력 집회나 시위를 막아 시민들의 생명ㆍ신체와 재산을 보호한다는 공익은 물론 중요한 것이지만, 당시 서울광장 부근의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공익의 존재 여부나 그 실현 효과는 다소 가상적이고 추상적인 것으로 볼 수 있는 여지도 있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공익목적은 비교적 덜 제한적인 수단에 의하여도 상당 부분 달성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등의 판시에서 알 수 있듯이 당시의 여러 구체적인 상황들을 고려하여 과도한 조치였는지 여부를 판단하였다.

헌법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각기 달리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은 어떠한 권력적 사실행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헌법재판소는 이제까지 이러한 점을 용인하면서도 다수의 헌법소원에서 각각 다른 사실관계하에서 어떠한 권력적 사실행위가 헌법상 용인되는 것인지를 판단하여 왔다(헌재 2011. 12. 29. 2009헌마527 ; 헌재 2014. 6. 26. 2012헌마782 ; 헌재 2015. 4. 30. 2013헌마190 등 참조). 그런데 이제와서 새삼스레 개별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각각 달리 판단될 수 있다는 이유로 일반적인 헌법적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고 한다면, 결과적으로 상당수의 공권력 행사에 대한 헌법적 심사를 포기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4) 행정청이 법률을 잘못 해석ㆍ적용하였는지 여부가 법률에 근거하여 판단된다면 그 판단은 법원의 관할에 속할 수 있으나, 행정청이 적용법률의 해석에 있어서 법규정에 미치는 기본권의 효력을 간과하거나 오인함으로써 헌법의 정신을 고려하지 않는 법적용을 통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면 이러한 법률의 해석ㆍ적용은 헌법재판소의 심사대상이 된다(헌재 2003. 2. 27. 2002헌마106 참조).

또한 헌법소원의 본질은 개인의 권리구제뿐만 아니라 헌법질서의 수호ㆍ유지도 겸하고 있으므로, 헌법소원에 대한 인용결정은 기본권 침해의 원인이 된 공권력을 행사한 피청구인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한다(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1항). 특정한 공권력 행사에 대한 헌법소원 인용(위헌확인) 결정이 있으면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는 동일하거나 유사한 후속사안에서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에 저촉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헌법소원은 일반 법원에서의 구제절차와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으므로, 이 사건 통행제지행

위의 위법 여부에 대해 법원에서 판단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에 대한 헌법적 해명 필요성을 부정해서는 아니 된다.

(5) 청구인들은 변호사이거나 변호사 자격을 가진 자들로서, 공사 현장 등에 있던 주민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인권상황을 파악하고 필요한 경우 법률적 조언을 제공하고자 통행을 하려고 했던 것이고, 위험한 물건을 소지하였거나 공사방해의 의사를 추단할 수 있는 물건을 소지한 것도 아니었는데 피청구인이 구체적인 이유나 근거를 제시하지 아니한 채 통행제지를 한 것은 일반적 행동자유권 등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하면서, 변호사 직무의 공정성의 관점에서도 이 사건 통행제지행위로 인한 일반적 행동자유권 등의 침해 여부에 대해 해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다수의견은 시위 현장에 있는 주민들에게 법률적 조언을 할 수 있는 권리는 헌법상 기본권이 아니라는 전제하에 헌법적 해명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기존에 헌법재판소가 특정한 공권력 행사의 위헌 여부에 대해 판단하였을 경우, 그 기존 결정과 달리 새로운 기본권이 문제될 때에만 헌법적 해명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헌재 1998. 8. 27. 96헌마398 결정에서는 헌법재판소가 기존에 ‘미결수용자’에 대한 서신검열행위가 통신의 비밀과 자유 등을 침해한다고 판단하였음에도 불구하고( 92헌마144 ) ‘수형자’에 대한 서신검열행위가 통신의 비밀과 자유 등을 침해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아직 견해를 밝힌 바 없다는 이유로 심판청구의 이익을 인정하였고, 헌재 2014. 6. 26. 2012헌마782 결정에서는 헌법재판소가 이미 미결수용자에 대한 종교행사 참석금지에 관하여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였다고 판단하였음에도 불구하고( 2009헌마527 ), 종교행사 참석제한에 관한 심판청구의 이익이 있음을 전제로 본안판단 하였다.

이 사건에서도 시위 현장에 있는 주민들에게 법률적 조언을 할 수 있는 권리 자체가 헌법상 기본권의 보호영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성이 헌법재판소가 여러 결정들에서 인정해왔던 가치임이 명백한 이상(헌재 2013. 9. 26. 2011헌마398 ; 헌재 2013. 5. 30. 2011헌마131 ; 헌재 2015. 11. 26. 2012헌마858 등 참조) 이를 고려하여 변호사로서 공익활동을 하고자 하는 청구인들의 일반적 행동자유권 등 기본권이 침해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즉, 이 사건 통행제지행위로 인하여 일반적 행동자유권이나 집회의 자유 등의 기본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인정되는 한 헌법적 해명의 필요성에 대한 판단에 있어서는 헌법을 보호하기 위한 헌법재판제도의 기능에 비추어 다양한 헌법적 관점을 고려하여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국민의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변호사의 사명 등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과의 관계에서 이 사건 통행제지행위가 청구인들의 일반적 행동자유권 등을 침해하였는지 여부는 헌법적으로 해명하여야 할 문제라 아니할 수 없다.

(6) 결론적으로 이 사건 통행제지행위에 대한 헌법적 해명의 필요성이 인정된다.

다. 소결론

이 사건 통행제지행위와 유사한 종류의 침해행위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고, 이 사건 통행제지행위와 같이 대상이 선별적ㆍ개별적인 통행제지행위에 대해서는 아직 헌법적 해명이 이루어진 바 없으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에 대한 심판의 이익을 인정하여야 한다.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박한철

재판관 이정미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김창종

재판관 안창호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서기석

재판관 조용호

별지

[별지 1]

청구인명단

1. 박○민

2. 이○일

3. 신○민

4. 김○연

5. 정○영

6. 배○근

7. 하○수

[별지 2]

관련규정

제1조(목적) 이 법은 국가경찰의 민주적인 관리·운영과 효율적인 임무수행을 위하여 국가경찰의 기본조직 및 직무 범위와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3조(국가경찰의 임무) 국가경찰의 임무는 다음 각 호와 같다.

1.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

2. 범죄의 예방·진압 및 수사

3. 경비·요인경호 및 대간첩작전수행

4. 치안정보의 수집·작성 및 배포

5. 교통의 단속과 위해의 방지

6. 그 밖의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

제2조(직무의 범위) 경찰관은 다음 각 호의 직무를 행한다.

1.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

2. 범죄의 예방·진압 및 수사

3. 경비·요인경호 및 대간첩작전수행

4. 치안정보의 수집·작성 및 배포

5. 교통의 단속과 위해의 방지

6. 기타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

제5조(위험발생의 방지) ① 경찰관은 인명 또는 신체에 위해를 미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천재, 사변, 공작물의 손괴, 교통사고, 위험물의 폭발, 광견·분마류 등의 출현, 극단한 혼잡 기타 위험한 사태가 있을 때에는 다음의 조치를 할 수 있다.

1. 그 장소에 집합한 자, 사물의 관리자 기타 관계인에게 필요한 경고를 발하는 것

2. 특히 긴급을 요할 때에는 위해를 받을 우려가 있는 자를 필요한 한도 내에서 억류하거나 피난시키는 것

3. 그 장소에 있는 자, 사물의 관리자 기타 관계인에게 위해방지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조치를 하게 하거나 스스로 그 조치를 하는 것

② 경찰관서의 장은 대간첩작전수행 또는 소요사태의 진압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에는 대간첩작전지역 또는 경찰관서·무기고 등 국가중요시설에 대한 접근 또는 통행을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 있다.

③ 경찰관이 제1항의 조치를 한 때에는 지체없이 이를 소속경찰관서의 장에게 보고하여야 한다.

④ 제2항의 조치를 하거나 제3항의 보고를 받은 경찰관서의 장은 관계기관의 협조를 구하는 등 적당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제6조(범죄의 예방과 제지) ① 경찰관은 범죄행위가 목전에 행하여지려고 하고 있다고 인정될 때에는 이를 예방하기 위하여 관계인에게 필요한 경고를 발하고, 그 행위로 인하여 인명·신체에 위해를 미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어

긴급을 요하는 경우에는 그 행위를 제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