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자료등][공2008하,1046]
[1] 학교법인의 사립대학 교수에 대한 직위해제처분이 불법행위가 되기 위한 요건
[2] 학교법인이 교수에게 비전공과목으로 강의를 배정하여 결국 교수로 하여금 강의를 포기하게 한 것이 교수의 인격적 법익을 침해하는 것인지 여부(한정 적극)
[1] 직위해제처분을 할 만한 사유가 없음에도 오로지 교원을 학교에서 몰아내려는 의도하에 고의로 명목상의 직위해제사유를 내세우거나 만들어 직위해제처분을 한 경우나, 징계의결이 요구된 사유가 사립학교법의 규정 등에 비추어 국가공무원법 제33조 제1항 제7호 · 제8호 에 정한 파면이나 해임 등을 할 만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거나 기소된 형사사건에 대하여 국가공무원법 제33조 제1항 제3호 내지 제6호 에서 정한 당연퇴직의 사유가 될 정도가 아닌 판결이 선고될 것임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또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그와 같은 사정을 쉽게 알아볼 수 있는데도 그것을 이유로 직위해제처분에 나아간 경우와 같이, 직위해제처분이 우리의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없음이 분명한 경우에는 그 직위해제처분은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거나 재량권을 남용한 위법한 처분으로서 그 효력이 부정될 뿐만 아니라 위법하게 상대방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것으로서 그 교원에 대한 관계에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2] 대학교수는 자신의 전공분야에 대해 강의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학문연구를 보다 발전시키는 것이 그 인격권 실현의 본질적 부분에 해당하므로, 대학교수의 사용자인 학교법인이 그 업무지휘권 등의 행사에 지장을 초래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데도, 오로지 소속 대학교수를 본연의 업무에서 배제하려는 의도하에 그 의사에 반하여 전공분야와 관련 없는 과목의 강의를 배정함으로써 결국 강의할 수 없게 하는 행위는 교원의 인격적 법익을 침해하는 것이 되고, 학교법인은 그로 인하여 그 대학교수가 입게 되는 정신적 고통에 대하여 배상할 의무를 부담한다.
[1] 사립학교법 제58조의2 , 민법 제750조 , 제751조 [2] 민법 제750조 , 제751조
[1] 대법원 1996. 2. 27. 선고 95다11696 판결 (공1996상, 1081) 헌법재판소 1998. 5. 28. 선고 96헌가12 결정 (헌공28, 451) 대법원 1999. 9. 17. 선고 98두15412 판결 (공1999하, 2221) 대법원 2003. 10. 10. 선고 2003두5945 판결 (공2003하, 2181) [2] 대법원 1996. 4. 23. 선고 95다6823 판결 (공1996상, 1552)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다산 담당변호사 손난주외 1인)
피고 학교법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지평 담당변호사 최수진)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의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이유를 본다.
1. 원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사립학교법 제58조의2 가 규정하고 있는 직위해제는 일반적으로 사립학교의 교원이 직무수행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성적이 극히 불량한 경우, 또는 교원으로서 근무태도가 심히 불성실한 경우, 교원에 대한 징계절차가 진행중인 경우, 교원이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경우 등에 있어서 당해 교원이 장래에 있어서 계속 직무를 담당하게 될 경우 예상되는 업무상의 장애 등을 예방하기 위하여 일시적으로 당해 교원에게 직위를 부여하지 아니함으로써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잠정적인 조치로서의 보직의 해제를 의미하므로 과거 사립학교 교원의 비위행위에 대하여 기업질서 유지를 목적으로 행하여지는 징벌적 제재로서의 징계와는 그 성질이 다르다( 대법원 2003. 10. 10. 선고 2003두5945 판결 참조).
그러나 헌법 제27조 제4항 은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사립학교법 제58조의2 제1항 제2호 , 제3호 에 의한 직위해제 제도는 유죄의 확정판결 또는 징계의결을 받아 당연퇴직되기 전단계에서 형사소추 또는 징계의결 요구를 받은 사립학교 교원이 계속 직위를 보유하고 직무를 수행한다면 공무집행의 공정성과 그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저해할 구체적인 위험이 생길 우려가 있으므로 이를 사전에 방지하고자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는바, 헌법상의 무죄추정의 원칙이나 위와 같은 직위해제제도의 목적에 비추어 볼 때, 형사사건으로 기소되었다거나 징계의결의 요구를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직위해제처분을 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고, 당해 교원이 사립학교법 제57조 의 규정에 의하여 당연퇴직 사유로 되는 국가공무원법 제33조 제1항 제3호 내지 제6호 에 해당하는 유죄판결을 받거나 같은 조항 제7호 · 제8호 에 해당하는 파면·해임 등의 처분을 받을 고도의 개연성이 있는지 여부, 당사자가 계속 직무를 수행함으로 인하여 공정한 공무집행에 위험을 초래하는지 여부 등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그 위법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1999. 9. 17. 선고 98두15412 판결 참조).
한편, 사립학교법 제58조의2 제1항 제2호 · 제3호 에 의한 직위해제처분은 승급·보수지급 등의 면에서 인사상 불이익한 처분에 해당하고, 또 기한의 제한도 없이 형사판결 또는 징계의결이 확정될 때까지로 되어 있으므로, 형사재판 또는 징계의결절차가 장기화하여 직위해제처분을 받은 때부터 3월이 초과하게 되면 징계처분으로 행하는 3월 이하의 정직처분보다 더 가혹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그 실질이 해임에 버금가는 불이익처분이 될 수 있다( 헌법재판소 1998. 5. 28. 선고 96헌가12 결정 참조). 다만, 일반적으로 사용자의 근로자에 대한 해고 등의 불이익처분이 정당하지 못하여 무효로 판단되는 경우에 그러한 사유 만에 의하여 곧바로 그 해고 등의 불이익처분이 불법행위를 구성하게 된다고 할 수는 없고( 대법원 1996. 2. 27. 선고 95다11696 판결 등 참조), 위에서 본 직위해제처분의 특성을 고려하여 직위해제처분이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의 판단은 통상의 징계처분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직위해제처분을 할 만한 사유가 없음에도 오로지 교원을 학교에서 몰아내려는 의도하에 고의로 명목상의 직위해제사유를 내세우거나 만들어 직위해제처분을 한 경우나, 징계의결이 요구된 사유가 사립학교법의 규정 등에 비추어 국가공무원법 제33조 제1항 제7호 · 제8호 에 정한 파면이나 해임 등을 할 만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거나 기소된 형사사건에 대하여 국가공무원법 제33조 제1항 제3호 내지 제6호 에서 정한 당연퇴직의 사유가 될 정도가 아닌 판결이 선고될 것임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또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그와 같은 사정을 쉽게 알아볼 수 있는데도 그것을 이유로 직위해제처분에 나아간 경우와 같이, 직위해제처분이 우리의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없음이 분명한 경우에는 그 직위해제처분은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거나 재량권을 남용한 위법한 처분으로서 그 효력이 부정됨에 그치지 아니하고, 위법하게 상대방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것이 되어 그 교원에 대한 관계에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나.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인정한 다음, 원고의 명예훼손행위에 비하여 1차 직위해제처분으로 인하여 사립대학 교수인 원고가 입는 불이익이 지나치게 무거워 1차 직위해제처분은 비례의 원칙에 반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무효이고, 사실상 그와 동일한 사유에 의한 2차 직위해제처분 또한 당연히 무효라고 보았으나, 법률전문가도 아닌 피고 법인에 원고의 명예훼손행위와 직위해제처분으로 인하여 원고가 입게 될 불이익을 엄밀하게 비교·형량하여 판단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고 여겨지고, 원고가 1, 2차 직위해제처분의 실질적인 이유가 된 명예훼손행위로 인하여, 형사재판에서는 벌금형의 선고유예라는 유죄판결을 받았고, 징계절차에서도 감봉 2월의 징계가 확정되었으며, 원고가 1차 직위해제처분의 효력을 다투면서 그 처분기간 동안 차감지급된 급여의 추가 지급을 구하는 소를 별도로 제기하여 일부승소의 판결을 받음으로써 재산상 손해의 일부를 보전받은 점, 직위해제처분이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 여부의 판단은 그 특성상 통상의 징계처분에 비하여 보다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피고 법인에 대하여 1, 2차 직위해제처분에 관한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만한 고의·과실이 없다고 하여 이 부분 원고의 청구를 배척하였다.
다. 그러나 원심이 채택한 증거 및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원고가 피고 법인 등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불구속 기소되었고, 교원징계위원회에 정직 3월의 징계의결이 요구되기는 하였으나, 위 형사사건에 대한 피고 법인의 고소는 원고 등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들이 재임용에 부당하게 탈락한 동료교수를 옹호하고, 재단비리를 지적하면서 교육인적자원부에 감사를 요청하면서 피고 법인에 정면으로 대항하자 원고등에 대하여 취한 조치인 점, 결과적으로 원고가 벌금형의 선고유예라는 가벼운 형을 선고받아 사립대학 교수의 자격 유지에 아무런 장애가 없음이 밝혀졌고, 그 이유가 피고 법인과의 위와 같은 대립 때문인바, 피고 법인과의 갈등만 아니라면 사립대학 교수로서 직무 수행이나, 강의·연구 등에 아무런 장애가 없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또한 원고등이 제기한 피고 법인의 운영과 관련된 문제점이 교육인적자원부의 감사 결과 대부분 사실로 밝혀진 점, 그럼에도 피고 법인은 1차 직위해제처분일인 2001. 8. 22.경부터 2002. 11. 22.경 2002. 9. 17.자로 소급하는 복직 인사명령을 내릴 때까지 1년을 넘게 원고를 직위가 해제된 상태로 내버려 두었던 점, 또한 2003. 2. 12.자 원고에 대한 2차 직위해제처분은 사실상 위 형사사건을 그 사유로 하였으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사립대학 교수로서의 신분 유지나 직무 수행에 장애가 되지 않는 정도의 가벼운 처벌로 끝났기 때문에 파면이나 해임 등의 징계처분을 기대할 수 없었고, 실제로 감봉 2월에 그친 점, 그럼에도 피고 법인은 또 다시 2003년도 1학기 개강 직전인 2003. 1. 28.경 원고에 대한 징계의결을 요구하면서 직위해제처분에 나아갔고, 결국 원고가 2001년도 2학기, 2002년도 1, 2학기에 이어 2003년도 1학기에도 직위가 해제되어 강의할 수 없게 된 점, 또한 2003. 3. 27.경 복직된 이후에도 피고 법인은 2003년도 2학기 강의와 관련하여 원고와 상의 없이 전공과 관련이 없는 과목을 학기가 시작하기 불과 수일 전에 일방적으로 배정하여 결국 강의를 포기하게 한 점, 결과적으로 피고 법인의 원고에 대한 2004년도 재임용심사에서 원고가 탈락한 점 등 일련의 경과에 비추어 보면, 원고에 대한 위 1, 2차 직위해제처분은 그 이후의 강의 미배정 및 재임용 탈락 등의 조치와 아울러 피고 법인에 대항하는 원고를 계속해서 강단에 서지 못하게 하고 궁극적으로는 원고를 학교에서 몰아내려는 의도가 개재되어 있는 행위로서, 우리의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없음이 분명하다.
결국, 1, 2차 직위해제처분은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거나 재량권을 남용한 위법한 처분으로서 그 효력이 부정됨에 그치지 아니하고, 위법하게 대학교수인 원고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것이 되어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 불법행위를 구성하는바, 이와 다른 판단을 한 원심판결에는 불법행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원고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2. 피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사용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와 사이에 근로계약의 체결을 통하여 자신의 업무지휘권·업무명령권의 행사와 조화를 이루는 범위 내에서 근로자가 근로제공을 통하여 참다운 인격의 발전을 도모함으로써 자신의 인격을 실현할 수 있도록 배려하여야 할 신의칙상의 의무를 부담하므로, 사용자가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자의 근로제공을 계속적으로 거부하는 것은 이와 같은 근로자의 인격적 법익을 침해하는 것이 되어 사용자는 이로 인하여 근로자가 입게 되는 정신적 고통에 대하여 배상할 의무가 있고( 대법원 1996. 4. 23. 선고 95다6823 판결 등 참조), 한편 대학교수는 자신의 전공분야에 대해 강의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학문연구를 보다 발전시키는 것이 그 인격권 실현의 본질적 부분에 해당하므로, 대학교수의 사용자인 학교법인이 그 업무지휘권 등의 행사에 지장을 초래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데도, 오로지 소속 대학교수를 본연의 업무에서 배제하려는 의도하에 그 의사에 반하여 전공분야와 관련 없는 과목의 강의를 배정함으로써 결국 강의할 수 없게 하는 행위는 교원의 인격적 법익을 침해하는 것이 되고, 학교법인은 이로 인하여 그 대학교수가 입게 되는 정신적 고통에 대하여 배상할 의무를 부담한다.
원심은 그 채택증거에 의하여, 피고 법인이 원고에 대해 사회복지학과 조교수로서의 복직을 명함으로써 2차 직위해제처분이 실효되었음에도, 원고에게 수개월간 2003학년도 2학기의 강의배정과 관련하여 아무런 연락도 취하지 아니하다가 전격적으로 원고의 소속을 변경시키고, 원고가 이전부터 강의해왔음에도 당시 배정이 되지 않은 전공과목에 대한 배정 요청을 묵살하고, 통상의 경우와 달리 신학기가 시작되기 불과 수일 전에 원고와 아무런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원고에게 전공과 관련이 없는 강의를 배정함으로써 결국 원고로 하여금 정상적인 강의활동을 할 수 없도록 만들었고, 더구나 원고가 배정 요청한 전공과목은 오히려 비전공자이자 시간강사인 타인에게 배정하였다고 인정한 다음, 피고 법인의 위와 같은 행위는 오로지 대학교수인 원고를 본연의 업무에서 배제하려는 의도하에 자행된 행위로서 원고의 인격적 법익을 침해하는 위법행위에 해당하므로 피고 법인은 이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하여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위에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원심판결에는 피고가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불법행위의 성립 요건인 고의ㆍ과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피고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고,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