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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2010. 10. 28. 선고 2007헌마890 결정문 [훈련소 공중전화 사용금지 위헌확인]

[결정문]

사건

2007헌마890 훈련소 공중전화 사용금지 위헌확인

청구인

최○석

국선대리인 변호사 유효석

피청구인

육군참모총장

주문

청구인의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이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육군 현역병 입영 대상자로서 2007. 6. 22. 신병훈련을 위하여 2007. 8. 14. 13:00까지 의정부시 용현동에 있는 육군 306 보충대에 입영하라는 통지를 받았다.

청구인은 입영 후 5주 동안 신병교육훈련을 받아야 하는데, 육군 신병교육 지침서 중 ‘신병훈련소에서 교육훈련을 받는 동안에는 중대장급 이상 지휘관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에만 전화를 사용할 수 있도록 통제하는 부분’이 청구인의 통신의

자유, 평등권, 사생활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2007. 8. 3.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및 관련 조항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육군 신병교육 지침서’(육군본부 2006. 12. 18. 교육참고 25-3) 제2장 제3절 ‘1. 병영생활의 조기정착 활동’ 중 ‘나. 매스컴 차단’ 가운데 전화사용의 통제에 관한 부분(이하 ‘이 사건 지침’이라 한다)이다.

이 사건 심판의 대상(밑줄 부분) 및 관련 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판의 대상]

육군 신병교육 지침서(육군본부 2006. 12. 18. 교육참고 25-3)

제2장 훈육 및 병영생활지도

제3절 병영생활

1. 병영생활 조기정착 활동

나. 매스컴 차단

4) 전화는 개인 신상과 관련하여 중대장급 이상 지휘관이 필요하다고 판단시 사용할 수 있도록 통제한다.

[관련 조항]

제47조의2(복무규율) 군인의 복무에 관하여는 이 법에 규정한 것을 제외하고는 따로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한다.

제1조(목적) 이 영은 군인사법 제47조의2의 규정에 의하여 군인의 복무 기타 병

영생활에 관한 기본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29조(내무생활의 의무) ① 영내에 거주하여야 하는 군인은 내무생활을 하여야 한다.

② 내무생활대상자 및 내무생활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국방부장관이 정한다. 이 경우 국방부장관은 이를 각군 참모총장에게 위임할 수 있다.

제37조(통신보안) 군인은 부대의 소재․부대이동․편성 및 군인사 등 군사보안에 저촉되는 일체의 사항을 통신수단을 이용하여 교신하거나 우편물에 기재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43조(시행규칙) ① 이 영 시행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국방부 및 그 직할부대 또는 직할기관에 근무하는 장병에 대하여는 국방부장관이, 각군 소속의 장병에 대하여는 각군 참모총장이 이를 정한다.

국방교육훈련규정(2002. 6. 19. 국방부 훈령 제708호)

제1조(목적) 이 규정은 국방교육훈련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효율적으로 시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9조(군사교육) 군사교육에 관한 지침은 다음과 같다.

1. 양성교육

가. 양성교육은 징집 또는 지원에 의하여 선발된 민간인을 군인화함을 목표로 시행하되, 현역 신분간 전환교육을 포함한다.

라. 장교 양성교육 기본정책에 관한 사항은 국방부장관이 정하며, 준사관 이하 양성교육의 계획 수립 및 시행은 각군 참모총장에게 위임한다.

2. 청구인, 피청구인의 주장요지

가. 청구인의 주장요지

이 사건 지침은 상위 법령의 아무런 수권도 없이 5주간의 신병교육훈련기간 동안 전화사용을 금지하고 있고, 신병교육훈련기간 동안 전화 사용을 금지할 만한 공익상의 필요도 인정되지 않는다.

결국, 육군 신병훈련소에서 전면적으로 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통신의 자유와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며 다른 공무원의 교육훈련에 비하여 차별하는 것이다.

나. 피청구인의 주장요지

신병교육훈련에 관한 규율은 군인사법군인복무규율 및 국방부훈령인 국방교육훈련규정의 위임에 의하여 각군 참모총장에게 위임되어 있다. 그에 따라 피청구인이 신병 양성교육의 계획의 수립 및 시행을 위하여 이 사건 지침을 정한 것이다.

신병훈련소에서는 5주간의 짧은 신병교육기간 동안 신병을 군인으로 육성하기 위하여 신병들이 종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군사훈련과 병영생활로 강도 높은 훈련을 실시할 필요가 있고, 그러한 교육훈련과 병영생활에 적응시키기 위하여 외부사회와의 전화통화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

이 사건 지침은 5주간의 신병교육훈련기간 동안만 전화 사용을 통제할 뿐이고, 중대장급 이상의 지휘관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시에는 전화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3. 이 사건 지침의 위헌 여부에 대한 판단

가. 이 사건 지침과 제한되는 기본권

이 사건 지침은 신병교육기간 동안 신병들의 전화사용을 통제하고 있으므로 헌

법 제18조가 보장하는 통신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

청구인은 헌법 제17조의 사생활의 자유도 침해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여기서 사생활의 자유는 통신수단을 자유롭게 이용하는 것에 관한 자유를 의미하는 것이므로, 이 사건 지침의 기본권침해 여부는 통신의 자유 침해 여부를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나. 이 사건 지침의 법률유보의 원칙 위반 여부

(1) 법률유보의 원칙

국민의 기본권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하여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이를 제한할 수 있으나 그 제한은 원칙적으로 법률로써만 가능하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수 없고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 이러한 법률유보의 원칙은 ‘법률에 의한’ 규율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법률에 근거한’ 규율을 요청하는 것이므로 기본권제한의 형식이 반드시 법률의 형식일 필요는 없고 법률에 근거를 두면서 헌법 제75조가 요구하는 위임의 구체성과 명확성을 구비하면 위임입법에 의하여도 기본권제한을 할 수 있다(헌재 2005. 2. 24. 2003헌마289 , 판례집 17-1, 261, 269).

(2) 군인 교육훈련의 특수성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하고(헌법 제5조 제1항), 모든 국민은 국방의 의무를 진다(헌법 제39조 제1항).

국군의 사명을 수행하고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를 방위할 수 있는 전투력을 갖추어야 하므로, 모든 군인이 개인적․조직적 전투력을 갖추도록 훈련시켜야 한다. 그러한 전투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군인들이

각각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에 대한 사명감과 전투능력을 충분하게 갖추어야 할 뿐만 아니라 철저한 상명하복의 지휘체계로 운영되는 군대조직에 흡수되고 통합되어야 한다.

이에 적합한 교육훈련과 병영생활에 관한 사항은 국군 통수권자와 군사전문지식을 갖춘 지휘관에게 포괄적인 재량권을 인정할 필요가 있는 영역이라고 할 것이다. 특히 이 사건 지침을 비롯한 육군 신병교육 지침은 군에 새로이 입대하여 군대생활에 적응시켜야 하는 신병의 교육훈련 및 병영생활에 관한 사항으로서 각군 참모총장의 군사전문적인 계획과 시행에 맡길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3) 이 사건 지침이 법률유보의 원칙을 준수한 것인지 여부

헌법 제74조 제1항은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군을 통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군인사법 제47조의2는 “군인의 복무에 관하여는 이 법에 규정한 것을 제외하고는 따로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그 위임을 받아 대통령령인 군인복무규율 제29조 제2항은 “내무생활대상자 및 내무생활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국방부장관이 정한다. 이 경우 국방부장관은 이를 각군 참모총장에게 위임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국방부 훈령인 국방교육훈련규정 제9조 제1호는 양성교육은 징집 또는 지원에 의하여 선발된 민간인을 군인으로 육성함을 목표로 시행하되, 준사관 이하 양성교육의 계획 수립 및 시행은 각군 참모총장에게 위임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이 사건 지침이 정해진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지침은 군인사법 제47조의2의 위임과 군인복무규율 제29조 제2항의 재위임 및 국방교육훈련규정 제9조 제1호의 위임에 따라 제정된 것으로서

법률에 근거한 규율이라고 할 것이므로 법률유보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

다. 군인사법 제47조의2헌법 제75조(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반 여부

이 사건 지침은 군인사법 제47조의2의 위임에 따라 제정된 것인데, 군인사법 제47조의2는 군인의 복무에 관한 사항으로서 군인사법에서 정하지 아니한 것에 대하여는 대통령령에서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여 광범위한 위임을 하고 있으므로, 위 조항이 헌법 제75조의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되는 것은 아닌지 살펴본다.

헌법 제75조는 법률이 입법사항을 대통령령에 위임하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 규정될 사항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므로, 위임법률 자체로부터 대통령령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한 예측가능성의 유무는 당해 특정조항 하나만을 가지고 판단할 것은 아니고 관련 법 조항 전체를 유기적․체계적으로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하며 각 대상법률의 성질에 따라 구체적․개별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헌재 1995. 7. 21. 94헌마125 , 판례집 7-2, 155, 166 참조).

앞에서 본 바와 같이 국군의 특수한 사명을 수행하기 위하여 모든 국민에게 국방의무가 부과되고, 군인의 복무 및 군인훈련은 일반사회생활과는 현저하게 다른 특수하고 전문적인 영역이어서 군사전문가인 지휘관에게 포괄적으로 일임할 필요가 있고, 군대에 대한 통수와 지휘는 예측할 수 없는 다양한 상황에 대하여 신속하고 응급적으로 전문적․효과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므로 광범위한 유동성과 긴급성․기밀성 등을 요구한다. 이러한 요구는 특히 남북한의 군사력이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우리의 특수한 안보상황에서 더욱 절실하다.

이와 같은 군인복무 및 군인훈련의 특수성과 헌법이 대통령에게 국군통수권을 부여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군인사법 제47조의2가 군인의 복무에 관한 사항에 관한 규율권한을 대통령령에 위임하면서 대통령령으로 규정될 사항 및 범위의 기본사항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아니하고 다소 개괄적으로 위임하였다고 하여 헌법 제75조의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어긋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라. 이 사건 지침의 비례원칙 위반 여부

이 사건 지침은 신병교육훈련을 받고 있는 군인의 통신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으나, 신병들을 군인으로 육성하고 군대의 병영생활에 적응시키기 위한 것이므로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신병교육은 민간인을 군인으로 육성하는 교육훈련임과 동시에 일반사회생활과 현저하게 다른 병영생활에 적응하는 교육훈련이므로 원리원칙에 따른 강도 높은 군사훈련을 통하여 군인의 기본자세를 확립하고, 실제 전투상황과 같은 악조건하에서도 부여된 임무를 완수할 수 있도록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을 육성하는 과정이다. 신병교육은 이러한 신병교육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신병교육훈련기간 동안 통제된 병영생활을 통하여 군대 기강 및 책임의식, 단체의식을 갖추도록 강도 높은 군사훈련과 정신교육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이 사건 지침은 이와 같은 교육훈련과 병영생활에 조속히 적응시키기 위하여 신병훈련과정의 하나로서 신병교육기간에 한하여 신병의 외부 전화통화를 통제하고, 해당 신병교육의 주체인 중대장 이상의 지휘관에게 신병교육의 목적과 배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경우에 신병의 전화통화를 허용하도록 한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지침에 의한 전화통화 제한조치는 신병교육을 위하여 필요하고도 합리적이며 적절한 수단이 아니라고

보기 어렵다.

그리고 신병훈련기간이 5주의 기간으로서 상대적으로 단기의 기간이라는 점, 긴급한 전화통화의 경우는 지휘관의 통제 하에 허용될 수 있다는 점, 육군 신병교육 지침서를 통하여 교육훈련 중인 신병들이 부모 및 가족에 대한 편지를 작성하여 우편으로 송부하도록 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고려하여 보면, 이 사건 지침에서 신병교육훈련기간 동안 전화사용을 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는 규율이 청구인을 포함한 신병교육훈련생들의 기본권을 필요한 정도를 넘어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국군의 사명과 신병교육훈련의 중요성만 지나치게 중시하고 신병들의 통신의 자유를 지나치게 경시하는 규범이라고 보기 어렵다.

마. 평등권 침해 여부

청구인은 경찰 공무원 등 다른 공무원의 훈련이나 연수에서 이 사건 지침과 같은 규율은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신병을 불합리하게 차별한다고 주장하나, 헌법상의 국방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군대 복무와 경찰 공무원 기타 공무원의 복무관계는 비교대상으로 삼기 어렵다. 이와 같이 본질적으로 다른 대상을 다르게 취급하는 것은 평등권 침해가 되지 아니한다.

4. 결론

그렇다면 청구인의 심판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아래 5.와 같은 재판관 김종대의 별개의견, 아래 6.과 같은 재판관 이강국의 반대의견을 제외한 나머지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5. 재판관 김종대의 별개의견

나는 이 사건 지침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다수의견의 결론에는 동의하

나, 그렇게 보는 근거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견해를 달리 한다.

우리 헌법은 국민의 기본적 권리의 보장과 그 제한에 관하여 헌법 제10조 내지 제37조에서, 기본적 의무의 부과에 관하여 헌법 제38조제39조에서 각각 별도로 규정함으로써, 국가공동체의 보존․유지를 위하여 기본권과 기본의무를 대등하게 결합시켜 놓고 있는바, 이러한 기본구도에 비추어 볼 때 국민의 기본의무 중 하나로서 헌법 제39조에 따라 국방의 의무를 실현하는 법령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령과 그 차원이 다른 것이어서, 그 위헌성 심사를 함에 있어서는 개별 기본권을 과잉제한하느냐 하는 문제는 논할 필요가 없고, 오직 국방의 의무라는 기본의무를 부과한 것이 그 목적에 있어 정당한지 또 그 내용에 있어 합리적이고 공평한 것이었는지를 따짐으로써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이 사건 지침은, 군인의 복무규율에 관하여 법령의 적법한 위임을 받아 제정된 것으로서, 국방의 의무 수행의 일환으로 신병훈련소에 입소한 육군 신병들에게 병영생활의 조기정착과 훈육을 위하여 개인 신상과 관련하여 지휘관이 인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외적인 전화를 일괄적으로 금지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살피건대, 신병교육이 민간인을 조기에 군인으로 양성하는 기초과정으로서 단기간에 강도 높은 군사훈련을 통하여 군인의 기본자세를 확립하고 어떠한 상황 하에서도 군인으로서의 임무를 완수할 수 있도록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 함양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 이를 위하여 모든 신병들에게 5주간이라는 짧은 훈련기간 동안 통제된 병영생활을 교육시킬 필요가 있어 외부와의 전화통화를 금지시키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군지휘관이 판단하였고, 이러한 판단이 자의적이었다고 볼만한

사정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지침은 그 부과 목적이 정당하고 그 내용에 합리성과 공평성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지침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가 정당하게 부과되어 있는 이상,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자유, 평등권 등 청구인에게 따르는 기본권 제한은 수인할 수밖에 없을 것이므로, 이 사건 지침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6. 재판관 이강국의 반대의견

나는 군인사법 제47조의2, 군인복무규율 제29조 제2항, 제37조, 제43조 및 이 사건 지침이 군인인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하므로 다음과 같이 반대의견을 밝히는 바이다.

가. 현대 법치국가원리와 특별권력관계에서의 기본권 제한

(1) 고전적인 공법이론에 따르면 군인의 복무관계, 공무원의 근무관계, 수형자의 복역관계, 학생의 재학관계 등 이른바 ‘특별권력관계’에서는 ‘일반권력관계’와는 달리 법률에 의한 기본권 제한의 원칙이 존중될 필요가 없다고 보았다.

하지만 오늘날 확립된 법치주의 헌법질서에서는 특별권력관계에서도 그러한 특별한 생활질서를 설정하고 유지하기 위한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일반국민에 대한 기본권 제한과는 다른 방법과 범위로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는 것이지만, 그러한 경우에도 기본권 제한에 관한 법치주의원칙이 그대로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에 관하여는 이론(異論)이 없다. 따라서 법률에 의한 기본권 제한, 기본권 제한에 대한 사법적 통제 등 법치주의의 기본원칙은 이른바 ‘특별권력관계’에서도 예외 없이 적용되어야 하는 것이다.

(2) 우리 헌법은 국가의 존립과 국민의 안전을 위하여 제5조 제2항, 제74조 제1

항ㆍ제2항 등에서 군사제도를 창설하고, 제27조 제2항, 제39조 제1항ㆍ제2항, 제110조 제1항 내지 제4항 등에서 군인에 대한 특별한 헌법적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 이와 같이 헌법이 직접 승인․설정한 특별권력관계로서의 군대와 복무관계에 있는 군인에 대하여는 특별권력관계를 설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일반국민에게 허용되지 아니하는 기본권 제한이 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더욱이 남ㆍ북한이 군사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특수한 안보상황에서는 군인의 기본권은 더욱 크게 제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특별권력관계’에 있는 군인의 기본권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법률에 의한 기본권 제한과 기본권 제한에 관한 사법적 통제라고 하는 법치주의의 기본원칙은 그대로 지켜져야 할 것이다.

나. 군인사법 제47조의2의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반 여부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인 이 사건 지침은 육군에 새로 입대한 신병들이 신병훈련소에서 전화를 원칙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통제하는 조항으로서 군인들의 통신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제한하고 있다. 이 사건 지침은 군인사법 제47조의2의 위임에 의하여 제정된 대통령령인 군인복무규율 제29조 제2항의 재위임과 국방부훈령규정 제9조 제1호의 위임에 따라 제정된 것이다. 그런데 군인사법 제47조의2가 “군인의 복무에 관하여는 이 법에 규정한 것을 제외하고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군인의 복무에 관한 것 중 군인사법에 규정된 사항 이외의 부분을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지 아니한 채 모두 그 하위규범인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지침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 그 전제로서 위 군인사법 조항이 포괄위임금지원칙을 위반한 것인지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1) 헌법 제75조는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위임입법의 근거를 마련하는 한편, 대통령령으로 입법할 수 있는 사항을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으로 한정함으로써 위임입법의 범위와 한계를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법률로 대통령령에 위임을 하는 경우에는 적어도 법률에 의하여 대통령령으로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을 구체적으로 규정함으로써 누구라도 당해 법률로부터 대통령령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는 것이다(헌재 2004. 11. 25. 2004헌가15 , 판례집 16-2하, 267, 273).

(2) 군인사법은 군인의 임용, 복무, 교육훈련, 사기, 복지 및 신분보장 등에 관하여 국가공무원법에 대한 특례를 정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인바(제1조), 군인들의 복무에 관한 사항으로서 복무의 구분(제6조), 장교 등의 의무복무기간(제7조), 현역정년(제8조), 임용 및 임용결격사유(제9조 내지 제15조), 장교 등의 보직(제16조 내지 제17조), 장교 등의 진급(제24조 내지 제26조), 전역 및 제적(제35조 내지 제43조), 신분보장(제44조), 휴가(제46조), 보수(제52조 내지 55조) 등 주로 직업으로서 군인의 복무에 관한 사항들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군인사법 제47조의2가 규정하고 있는 ‘군인의 복무’라 함은 군인으로서 복무하는 직무․생활관계 일반을 의미하는 것으로 복무중인 군인의 법적 지위, 군인으로서의 생활관계 일반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분야라고 할 것인바, 군인사법 제47조의2는 이와 같은 광범위한 분야에 관한 규율에 관하여 아무런 한정도 하지 아니한 채 군인사법에 규정

된 위와 같은 사항 이외의 부분을 모두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특히, 군인의 복무관계에서 수반되는 상명하복관계, 기밀성, 전문성 등에 의하여 많은 기본권 제한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음에도 이러한 문제에 관하여 구체적인 범위를 정하여 예측가능하게 위임하지 아니하고 모두 포괄적으로 대통령령인 군인복무규율에 위임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군인사법 제47조의2군인사법의 다른 규정 전체를 체계적으로 살펴보아도 군인의 기본권 보장 및 그 제한에 관한 윤곽을 짐작할 수 있는 아무런 단서를 발견할 수 없으며, 당해 법률조항으로부터 대통령령에서 군인의 복무에 관하여 과연 어떤 사항을 규정할 것인지를 도저히 예측할 수 없다.

(3) 국방을 위하여 상명하복의 체계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는 군조직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볼 때 군인의 복무 기타 병영생활 및 정신전력 등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영역은 집행권에게 넓은 범위의 재량과 전문성을 인정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군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폭넓게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군인들의 기본권 제한에 관하여 입법자가 포괄적으로 하위규범에 위임하는 것은 헌법이 명령하고 있는 포괄위임금지원칙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위임형식이다.

(4) 결국, 군인사법 제47조의2헌법 제75조의 포괄위임금지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다.

다. 군인복무규율 제29조 제2항, 제37조, 제43조 및 이 사건 지침의 법률유보원칙 위반 여부

(1) 국민의 기본권 제한에 관하여 반드시 준수해야 할 원칙인 헌법 제37조 제2항의 법률유보원칙은 ‘법률에 의한’ 규율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법률에 근거한’

규율을 요청하는 것이므로 기본권 제한의 형식이 반드시 법률의 형식일 필요는 없고 법률에 근거를 두는 방식으로도 가능하지만, 근거가 되는 법률은 헌법 제75조가 요구하는 위임의 구체성과 명확성을 구비하여야 한다(헌재 2005. 2. 24. 2003헌마289 , 판례집 17-1, 261, 269 참조).

따라서 이 사건 지침은 군인들의 통신의 자유라고 하는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으로 그 제한은 국민의 대표자인 입법자가 제정한 법률의 정당한 위임에 근거하여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2) 그런데 이미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군인사법 제47조의2는 법률에서 정할 사항을 구체적인 범위를 정하지 않고 하위법령에 포괄적으로 위임함으로써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고, 이와 같은 위헌적인 위임조항에 근거하고 있는 군인복무규율 제29조 제2항, 제37조, 제43조 및 이 사건 지침 역시 규율내용의 위헌 여부를 따지기 전에 그 자체로서 위헌이라고 할 것이다.

라. 소결

병역의무를 수행하는 국군 장병들은 자발적으로 권력주체와 지배복종의 관계를 맺거나 범죄행위 등 스스로의 귀책사유로 기본권 제한을 용인한 사람들이 아니라 헌법상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는 선량한 국민으로서 국가로부터 존중과 신뢰를 받아야 할 지위에 있다. 따라서 국가는 이들의 기본권이 최대한 보장되도록 노력하여야 할 의무가 있으며, 군 조직의 특수성과 전문성을 충분히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이들의 기본권이 자의적으로 제한되지 아니하도록 그 제한의 기준과 정도에 관하여 국민의 대표자인 입법자가 직접 정하거나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대통령령 등 하위법령에 위임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인사법 제47조의2, 군인복무규율 제29조 제2항, 제37조, 제43조 및 이 사건 지침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모두 위헌으로서 신병훈련 중인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였다고 할 것이다.

2010. 10. 28.

재판관

재판장 재판관 이강국

재판관 이공현

재판관 조대현

재판관 김희옥

재판관 김종대

재판관 민형기

재판관 이동흡

재판관 목영준

재판관 송두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