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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6. 12. 23. 선고 96다27971 판결

[손해배상(자)][공1997.2.15.(28),507]

판시사항

[1] 상법 제651조 소정의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사항'의 의미

[2] 보험계약에 있어 고지의무 위반의 성립요건으로서의 '중대한 과실'의 의미

[3] 지입차주가 승합차를 렌터카 회사에 지입만 하여 두고 독자적으로 운행하여 일정 지역을 거점으로 통학생들을 등·하교시켜 주는 여객유상운송에 제공한 경우, 그 운행형태는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사항에 해당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이를 고지하지 않은 것에 중대한 과실이 없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1]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보험계약 당시에 보험자에게 고지할 의무를 지는 상법 제651조 에서 정한 '중요한 사항'이란, 보험자가 보험사고의 발생과 그로 인한 책임부담의 개연율을 측정하여 보험계약의 체결 여부 또는 보험료나 특별한 면책조항의 부가와 같은 보험계약의 내용을 결정하기 위한 표준이 되는 사항으로서, 객관적으로 보험자가 그 사실을 안다면 그 계약을 체결하지 않든가 또는 적어도 동일한 조건으로는 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리라고 생각되는 사항을 말하고, 어떠한 사실이 이에 해당하는가는 보험의 종류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사실인정의 문제로서 보험의 기술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관찰하여 판단되어야 하고, 최종적으로는 보험의 기술에 정통한 전문가의 감정에 의하여 결정될 수밖에 없다.

[2] 보험계약에 있어 고지의무 위반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고지의무자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어야 하고, 여기서 말하는 중대한 과실이란 고지하여야 할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현저한 부주의로 인하여 그 사실의 중요성의 판단을 잘못하거나 그 사실이 고지하여야 할 중요한 사실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3] 지입차주가 승합차를 렌터카 회사에 지입만 하여 두고 온양영업소장이라는 직함을 부여받아 실제로는 렌터카 회사의 아무런 지시·감독 없이 독자적으로 운행하며 온양지역을 거점으로 온양에서 천안으로 통학하는 학생들을 등·하교시켜 주는 여객유상운송에 제공한 경우, 그 운행형태는 대여자동차 본래의 운행형태에 비하여 사고위험률이 현저히 높다고 볼 수 없어 영업용자동차보험계약에 있어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사항에 해당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보험자가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사항에 관하여 스스로 제정한 보험청약서 양식을 사용하여 질문하고 있는 경우에 보험청약서에 기재되지 않은 사항에 관하여는 원칙적으로 고지의무 위반이 문제될 여지가 없다 할 것이므로, 보험자가 제공한 보험청약서에 당해 차량이 지입차량으로서 지입차주에 의하여 유상운송에 제공되고 있는지 여부에 관한 사항이 없었다면 그 사실을 특별히 부기하지 않았다고 하여 보험계약자인 렌터카 회사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원고,상고인

안한승 외 20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무상 외 2인)

피고,피상고인

동양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임상순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소송대리인들의 상고이유를 함께 판단한다.

1. 원심이 확정한 사실관계

가. 소외 강용식은 1991. 9. 28. 이 사건 그레이스 승합차량을 소외 주식회사 대성렌트카(이하 대성렌트카라 한다) 명의로 36개월 할부로 구입하여 대성렌트카에 지입하였는데, 그 지입계약에 의하면, 강용식은 지입과 동시에 대성렌트카의 주주가 되고 차량의 할부금과 보험료 및 매월 금 100,000원의 운영비를 대성렌트카에 납부하여야 하며, 그 대신 대성렌트카는 강용식에게 대성렌트카 온양영업소장이란 직함을 사용하게 함과 동시에 대성렌트카로부터 아무런 지시나 감독을 받지 아니하고 위 승합차를 온양지역에서 독자적으로 운행하도록 허용하였다.

나. 강용식은 그 무렵부터 이 사건 교통사고 발생시까지 온양에서 천안으로 통학하는 여학생들로부터 1인당 매월 금 45,000원 내지 50,000원의 돈을 지급받고 직접 위 승합차를 운전하여 여학생들을 등·하교시켜 주는 여객유상운송에 제공하여 왔는데, 형식적으로는 대성렌트카와 사이에 위 차량을 임차하였다가 그 대여기간이 만료되면 대여기간을 연장받는 것으로 대여계약서를 작성하여 왔다.

다. 대성렌트카는 위 승합차에 관하여 1992. 2.경 피고와 영업용자동차종합보험계약을 체결하였고, 1993. 2.경 다시 영업용자동차종합보험계약을 갱신, 체결하였는데, 위 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강용식이 이 사건 승합차를 대성렌트카의 지시·감독을 받음이 없이 독자적으로 유상운송에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피고에게 알리지 아니하였다.

라. 강용식은 1993. 6. 7. 온양에서 천안으로 통학하는 여학생들을 태우고 위 승합차를 운전하고 가다가 이 사건 교통사고를 일으켰는데, 피고는 위 사고발생 직후 보험계약자인 대성렌트카가 영업용자동차보통보험약관 제40조에서 정한 계약 전 알릴 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하는 의사표시를 하였다.

2.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사항에 관한 법리오해 주장에 관하여

가. 원심은, 강용식의 유상운송형태는 자동차운수사업법상의 여객자동차운송사업 중 전세버스 운송사업과 유사하다고 할 것인데, 여객자동차운송사업과 자동차대여사업은 그 자격과 사업방법에 있어서 현저한 차이가 있고, 자동차대여사업용 차량을 여객자동차운송사업에 제공하는 것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며, 차종이 대여자동차인 중소형 승합차의 1년 기본보험료는 금 882,000원이고 총손해율은 85.12%인 데 반하여, 차종이 전세버스인 중소형 승합차의 1년 기본보험료는 금 1,364,640원이고 총손해율은 307.48%이어서, 보험료와 총손해율에서도 현저한 차이가 있으므로, 대여자동차로 사용되는 차량인지 아니면 개인이 자동차대여사업자에게 지입만 하여두고 독자적으로 유상운송에 제공하는 차량인지는 보험자가 보험계약의 체결 여부 또는 그 보험료를 결정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로서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사항이라고 할 것이므로, 이를 알리지 아니한 보험계약자인 대성렌트카는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고지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이를 이유로 한 피고의 보험계약해지 통지로 이 사건 보험계약은 적법하게 해지되었다고 판단하였다.

나.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보험계약 당시에 보험자에게 고지할 의무를 지는 상법 제651조 에서 정한 중요한 사항이란, 보험자가 보험사고의 발생과 그로 인한 책임부담의 개연율을 측정하여 보험계약의 체결 여부 또는 보험료나 특별한 면책조항의 부가와 같은 보험계약의 내용을 결정하기 위한 표준이 되는 사항으로서, 객관적으로 보험자가 그 사실을 안다면 그 계약을 체결하지 않든가 또는 적어도 동일한 조건으로는 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리라고 생각되는 사항을 말하고, 어떠한 사실이 이에 해당하는가는 보험의 종류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사실인정의 문제로서 보험의 기술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관찰하여 판단되어야 하고, 최종적으로는 보험의 기술에 정통한 전문가의 감정에 의하여 결정될 수밖에 없다 할 것이다.

원심은, 강용식의 유상운송형태가 전세버스운송사업과 그 위험률에 있어서 유사하다고 보았으나, 자동차대여사업은 타인의 수요에 응하여 유상으로 자동차를 대여하는 사업이고( 자동차운수사업법 제2조 제4호 ), 전세버스운송사업은 전국을 사업구역으로 하여 운행계통을 정하지 아니하고 1개의 운송계약으로 건설교통부령이 정하는 자동차를 사용하여 여객을 운송하는 사업이므로( 자동차운수사업법시행령 제2조 제1호 다목 ), 타인의 수요에 응하여 유상으로 자동차를 제공하는 사업이라는 점에 있어서는 서로간에 차이가 없으나, 전세버스란 노선을 정하지 않고 전국을 무대로 영업하는 차량으로서, 여러 날 동안 본사를 떠나 관광객을 태우고 야간에도 지리에 익숙하지 않은 곳을 운행하기도 하는 차량이어서 그 운행빈도나 사고발생 가능성 및 사고의 심도(심도)가 대여사업용 자동차보다 높다고 할 것이지만, 이 사건 강용식의 차량운행형태는 온양시를 거점으로 하여 불특정 다수인의 요청에 따라 지입차주인 강용식이 직접 운행하는 방식이어서, 그 운행으로 인한 위험률이 전세버스와 유사하다거나 대여사업용 자동차보다 현저하게 높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특히 기록에 의하면, 업무용자동차보험에 가입한 차량을 계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유상운송에 제공하면 보험자가 면책되지만, 유상운송위험담보특별약관을 보험계약의 내용으로 채택하여 그 특약요율대로 보험료를 납부하면 업무용자동차를 유상운송에 제공하는 경우에도 보험금이 지급됨을 알 수 있는바, 원심이 확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강용식의 유상운송형태는 불특정 다수인의 수시 요청을 받고 유상운송에 제공되는 개인의 업무용자동차와 별로 다를 것이 없어 보이므로, 개인사업자의 업무용차량에 대한 유상운송위험담보특약요율과 대여사업용 자동차의 보험료를 비교하여 보지 않고서는 이 사건 차량의 위험률이 대여자동차의 경우 보다 현저하게 높다고 단정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강용식의 차량운행형태로 인한 위험률이 전세버스의 위험률과 비슷하다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하여 대성렌트카에게 고지의무 위반이 있다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사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심리를 제대로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가 있다.

3. 고지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데 대하여 중대한 과실이 없다는 주장에 대하여

설령 고지의무 위반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사항인지에 관한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가정하더라도, 원심판결에는 고지의무 위반의 성립요건으로서의 중대한 과실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즉, 고지의무 위반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고지의무자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어야 하고( 상법 제651조 참조), 여기서 말하는 중대한 과실이란 고지하여야 할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현저한 부주의로 인하여 그 사실의 중요성의 판단을 잘못하거나 그 사실이 고지하여야 할 중요한 사실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을 말하는바, 이 사건에서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이유에서 보험계약자인 대성렌트카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

첫째, 강용식과 같은 운행형태가 대여자동차의 본래의 운행형태에 비하여 사고위험률이 현저하게 높을 것이라는 점이 그렇게 명확하지 않다는 것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둘째, 피고의 영업용자동차종합보험보통약관 제40조 제1항에 의하면, "보험계약을 맺을 때에 보험계약자, 피보험자 또는 이들의 대리인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회사가 서면으로 질문한 사항에 대하여 알고 있는 사실을 알리지 아니하거나 사실과 다르게 알린 때에는 회사는……이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 라고 규정하고 있고, 기록에 편철된 이 사건 보험청약서의 뒷면 제1항은 "이 청약서의 기재사항은 반드시 사실 그대로를 알려야 하며, 만약 사실과 다르게 알리거나 누락사실이 있을 경우에는 보험약관에 의하여 보상을 받을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라고 기재되어 있으므로, 이 사건 보험청약서는 위 보험약관 제40조 제1항에서 정한 서면에 해당하고, 따라서 보험계약자인 대성렌트카가 고지하여야 할 중요한 사항은 전부가 위 청약서에 망라되어 있는 것으로 되어, 보험청약서에 기재되지 않은 사항에 관하여는 원칙적으로 고지의무 위반이 문제될 여지가 없다 고 할 것이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대성렌트카는 이 사건 보험계약서를 작성함에 있어서 피고가 제정하여 제공한 보험청약서용지의 차종(차종)란 다음의 빈칸에 숫자로 '71'로 표시하고 그 옆에 '승합차'라고 기재하였고 주운전자란의 빈칸에 '별첨'으로 표시하였는바, '71'의 숫자는 피고의 자동차보험요율서에 열거된 여러 차종(차종) 중에서 '대여자동차'를 나타내는 숫자이고, '별첨' 부분은 대여자동차의 주운전자가 불특정다수의 고객이라는 취지에서 피고가 그 동안 관행적으로 사용하여 온 표시인 사실(위 보험청약서를 대성렌트카가 작성한 것인지, 피고가 작성한 것인지도 기록상 분명치 않음), 위 보험청약서 용지의 차종란의 빈칸은 겨우 두 자리 숫자로 차종번호만 표시하도록 구획되어 있을 뿐, 당해 차량이 지입에 제공되는 차량인지의 여부를 표시할 만한 공간이 없는 사실 등을 알 수 있는바, 이러한 사실들과 함께 이 사건 승합차가 대성렌트카의 소유로서 관할 행정청에 대성렌트카의 자동차대여사업용자동차로 등록되어 있는 점 또한 사실이므로, 피고가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사항에 관하여 이와 같은 보험계약청약서 양식을 사용하여 질문하고 있는 경우에 대성렌트카가 그 청약서의 여백에다가 이 사건 차량이 지입차량으로서 지입차주에 의하여 유상운송에 제공되고 있다는 사실까지 특별히 부기하지 않았다고 하여, 보험계약자인 대성렌트카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는 볼 수 없다 할 것이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대성렌트카의 자동차대여약관 제19조 제1항이 임차인은 렌터카를 자동차운송사업 또는 이와 유사한 목적으로 사용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과, 제22조 제1항이 임차인은 사고발생시 대여인이 렌터카에 관하여 체결한 손해보험약관에 명시된 해석과 보상보장의 범위 내에서 보험보상의 혜택을 받는다. 다만 다음 각호의 경우와 보험회사 사고처리관련법 등에 규정된 법규를 위반하거나 저촉시에는 보험보상의 일부 또는 전부를 받지 못한다고 규정하면서 제3호에서 임차인이 영리를 목적으로 렌터카를 대여하거나 요금 또는 대가를 받고 렌터카를 사용한 때에 생긴 사고로 인한 손해를 면책사유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그와 같은 약관을 둔 대성렌트카가 강용식과 사이에 형식적으로나마 강용식을 임차인으로 한 자동차대여계약서를 작성하였고 또 강용식이 이 사건 차량을 여객유상운송에 제공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사실을 보험자인 피고에게 고지하지 않았다면 고지의무 위반에 있어서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여지나, 위 자동차대여약관은 대여자동차의 임차인은 유상운송을 할 수 없다는 자동차운수사업법 제55조의8 의 입법 취지를 구현하기 위하여 건설교통부장관의 인가를 받아 작성한 것으로서, 자동차대여사업자의 임차인에 대한 보상책임의 면책에 관한 규정에 불과하고, 그 임차인의 차량운행으로 인한 교통사고로 제3자가 피해를 입었을 경우에 그 피해자에 대한 렌터카회사의 보상책임, 또는 그 피해자에 대한 보험자의 보험금지급책임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규정이라 할 것이므로, 대성렌트카가 자기의 자동차대여약관에 위와 같은 면책조항을 두고 있었다고 하여, 이 사건 차량의 실제 운행형태에 관한 사항이 보험계약체결에 있어서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사항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 데에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것으로 된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기록에 의하면, 원고들은 고지의무 위반에 대하여 보험계약자인 대성렌트카에게 중대한 과실이 없다는 것을 주장하였음이 명백하고, 원심은 고지의무 위반에 관한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임으로써 간접적으로 원고들의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할 것이므로, 원심판결에는 고지의무 위반의 성립요건으로서의 중대한 과실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그러한 위법은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도 이유가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정귀호(재판장) 김석수 이돈희 이임수(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