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집9권 1집 449~458] [전원재판부]
기본권의 침해가 종료되어 權利保護의 利益이 없다고 인정한 사례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의 요지는 청구인이 이 사건 심판청구시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國家報勳處 功績審査委員會의 서훈심사기준을 공개할 것을 요구하였음에도 피청구인인 국가보훈처장이 이를 거부함으로써 청구인의 “알 권리”를 침해하였다는 것인바, 이 사건 심판청구후에 피청구인이 口頭說明과 民願回信을 통하여 공적심사위원회가 내부적 심사기준으로 삼고 있는 獨立有功者에 대한 공적심사의 구체적 기준을 청구인에게 모두 알려준 이상 청구인이 주장하는 기본권의 침해가 종료됨으로써 청구인이 이 사건 헌법소원을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주관적 목적은 이미 달성되었으므로 그 침해의 원인이 된 공권력의 행사(청구인 주장의 拒否處分)를 취소할 實益이 없어졌다고 할 것이다.
청 구 인 박 ○ 황
대리인 변호사 이 석 태 외 3인
피청구인 국가보훈처장
1992. 1. 28. 선고, 91헌마111 결정
1992. 4. 14. 선고, 90헌마82 결정
1997. 3. 27. 선고, 92헌마273 결정
이 사건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독립유공자로서 1977년 “대통령표창”을 수여받았다가 1990. 1. 13. 법률 제4222호로 개정된 상훈법 부칙 제2항에 따른 재심사 끝에 “건국훈장 애족장”을 서훈받게 되었다. 청구인은 이에 대하여 재심사를 요구함과 아울러 청구인에게 적용되었을 서훈공적(敍勳功績)심사의 기준을 공표하여 줄 것을 1991. 1. 17.부터 여러차례에 걸쳐 피청구인에게 요구하였고, 피청구인은 그때마다 민원회신을 통해 그 기준은 내부기준에 불과함을 이유로 이에 응할 수 없음을 밝혀왔다. 청구인은 피청구인의 이와 같은 서훈심사기준의 공개거부로 말미암아 자신의 “알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면서 1992. 3. 9.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그러므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청구인이 1991. 1. 17.이래 이 사건 심판청구시까지 여러차례에 걸쳐 국가보훈처 공적심사위원회의 서훈심사기준을 공개할 것을 요구하였는데도 피청구인이 이를 거부한 사실이 있었는지, 있었다고 한다면 그것이 청구인의 “알 권리”를 침해하였는지의 여부이다.
2. 당사자의 주장과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
(1) 독립유공자에 대한 서훈수여는 민족적 자주성을 살리는 중요한 계기로서, 민족의식과 역사의식을 가진 모든 국민의 관심사항이므로 그 수여내용은 온 국민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서훈은 국가보훈처가 그 공적심사기준을 공개하지 아니함으로 인하여 형평의 원칙에 어긋나는 경우가 많았고, 공적을 조작·과장하여 실제 공적보다 높은 등급의 서훈을 받는 경우도 많았으며 심지어 친일파들에게도 건국훈장이 수여되는 등 국민의 강한 불신을 받아 왔다.
(2) 한편, 청구인은 독립유공자로서 1990. 1. 13. 개정된 상훈법 부칙에 따른 재심사 끝에 “건국훈장 애족장”을 서훈받게 되었으나, 이는 청구인이 한 독립운동에 대한 서훈으로서는 미흡한 것이므로 이의 시정을 위하여 서훈심사기준의 공개를 요구하였으나 피청구인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피청구인의 이러한 거부행위는 위 서훈수여의 의미에 반할 뿐만 아니라 헌법 전문, 제10조, 제21조 등을 근거로 한 청구인의 “알 권리”를 침해한 것이다.
나. 피청구인의 답변
(1) 피청구인은 청구인의 민원제출에 대하여 빠짐없이 민원회신을 통하여 공적심사위원회의 심사절차와 과정 및 청구인의 서훈에 대한 심사내용에 관하여 통보한 바 있으므로 청구인의 알 권리를 침해하지 않았다.
(2) 독립유공자에 대한 공적심사는 상훈법 제5조 제3항과 동법시행령 제2조의 규정에 의거, “서훈공적심사위원회”를 두고 동 위원회
의 심의·의결에 따라 서훈대상자의 추천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독립운동의 공적심사는 그 심사대상이 광범위하고 개별적 사안마다 고려하여야 할 특수한 사항이 다양하여 획일적·산술적 기준으로 평가하기가 곤란한 특성이 있으므로, 상훈법 제2조, 제3조에서 정한 포괄적 원칙·기준을 바탕으로 심사위원들의 경험적·전문적 식견에 의한 집단적 심의를 거쳐 공적내용과 서훈의 등급이 결정된다.
따라서 공적심사시 각 심사위원의 판단에 참고자료가 될 뿐인 내부지침은 공개·공표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다. 법무부장관의 의견
(1) 청구인이 이 사건 서훈심사기준에 대한 공개를 요구하는 민원을 한 것을 1991. 1. 17., 같은 해 6. 10., 같은 해 7. 16., 같은 해 8. 3., 이상 4회이고 이에 대하여는 피청구인이 각 민원수령 즉시 공개할 수 없다는 취지의 통보를 하였으며, 그 후의 민원은 청구인의 공적을 재심사하여 달라는 취지의 민원에 불과하다. 따라서 청구인으로서는 적어도 위 제4회 민원의 회신이 통보된 1991. 8. 13. 무렵에는 피청구인이 서훈심사기준을 공개하지 않을 것을 명백히 알게 되었다 할 것이므로 헌법소원은 그로부터 60일 이내에 청구하였어야 한다. 그런데도 이 사건 헌법소원은 1992. 3. 9.에야 청구되어 소원청구기간인 60일을 경과한 것이 명백하므로 각하되어야 한다.
(2) 독립유공자의 공적내용은 그 특성상 획일적이고 산술적인 기준에 의하여 평가하기가 곤란하다. 따라서 전문가로 구성된 공직심사위원회에서 자유로운 심의와 검증을 거쳐 재량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심사위원들의 주관적이거나 자의적 결정을 막기
위하여 내부적인 심사기준을 마련해 놓고 있을 수 있으나, 그러한 기준은 심사위원들을 기속하지 아니하는 내부적 지침에 불과하며 사안에 따라서는 그 기준대로 결정되지 않을 경우도 있으므로 외부적으로 공표될 성질의 것이 되지 못한다. 그러한 내부적인 지침이 공개될 경우 심사위원들의 판단은 그 기준에 맞추어 경직될 수밖에 없으며, 심사의 결과가 그 기준과 다소 다르게 된 경우라든가 그 기준이 포괄적이어서 다소 모호할 경우에는 대외적으로 많은 불신을 초래할 우려가 있고 불필요한 민원을 야기할 소지가 있으며 심사위원회와 심사결정의 권위가 손상될 수 있다.
이와 같이 심사위원회의 심사기준은 일반적으로 공개되어서는 곤란한 면이 있고 그러한 기준에 대한 정보접근은 그 성질상 제한될 수밖에 없다 할 것이므로, 피청구인이 심사기준의 공개를 거부하였다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청구인의 “알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볼 수는 없으며, 따라서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없으므로 기각되어야 한다.
3. 판 단
가. 헌법소원은 국민의 기본권침해를 구제하기 위한 제도이므로 그 제도의 목적상 권리보호의 이익이 있는 경우에만 이를 제기할 수 있다. 또 이러한 권리보호의 이익은 헌법소원의 제기당시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소의 결정당시에도 존재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헌법소원의 제기당시에는 권리보호의 이익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심판계속중에 사실관계 또는 법률관계등의 변동으로 말미암아 청구인이 주장하는 기본권의 침해가 종료됨으로써 그 침해의 원인이 된 공권력의 행사등을 취소할 실익이 없게 된 경우에는 원칙적으
로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다고 하는 것이 우리 재판소의 확립된 판례이다(1992. 1. 28. 선고, 91헌마111 결정;1992. 4. 14. 선고, 90헌마82 결정;1997. 3. 27. 선고, 92헌마273 결정 등 참조).
나.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심판기록과 피청구인이 제출한 자료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청구인은 만 19세때인 1942. 9.경 청구외 최동길등과 함께 비밀결사인 “정난회(征難會)”를 조직하여 매월 1회 정기모임을 갖고 독립운동에 관한 서적을 입수, 독서를 통한 항일민족의식의 함양에 힘을 쏟아 오다가 1944. 6.경 체포되어 평양지방재판소에서 치안유지법위반으로 징역 단기 3년 장기 5년의 형을 선고받고 1년여의 옥고(獄苦)를 치른 사실(8. 15. 해방으로 출소하였음)등이 공적으로 인정되어 1977년 우리 정부에서 독립유공자로서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2) 청구인은, 1990. 1. 13. 법률 제4222호로 개정된 상훈법 부칙 제2항(“이 법 시행전에 …… 독립유공으로 수여한 대통령표창은 이를 재심사하여 제11조의 개정규정에 의한 건국훈종 4등급, 5등급 또는 건국포장으로 할 수 있다”라는 규정)에 따른 재심사 끝에 “건국훈장 애족장”(건국훈장 5등급)을 서훈받게 되자, 이는 그가 한 독립운동에 대한 서훈으로서는 미흡한 것이라 하여 그 재심사를 요구함과 아울러 1991. 1. 17. 이래 여러차례에 걸쳐 피청구인에게 서훈공적심사의 기준을 공표해 줄 것을 민원의 형식으로 요구하였다.
(3) 피청구인은, 그때마다 “민원회신”을 통하여 그 기준은 내부적 심사기준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그 성질상 공표하기 어렵다는 회신을 보내오다가 청구인의 동일내용의 민원이 끊이지 아니하자,
이 사건 심판청구전인 1991. 6. 25.자 “민원회신”에서, 건국훈장은 대한민국의 건국에 공로가 뚜렷하거나 기여한 공적이 뚜렷한 자에게 수여하는 훈장이나 대한민국의 건국에 기여한 공로는 단순한 산술적인 물량등으로만 계량화할 수 없는 사항이기 때문에 그 서훈을 결정함에 있어서는 관계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독립운동관계를 전문적으로 연구한 사학교수와 직접 독립운동에 참여한 애국지사 및 관계공무원등으로 공적심사위원회를 구성하여 동 심사위원회에서 국권회복을 위한 독립운동을 하다가 순국하였거나 옥고를 치르는 등 그 공로가 현저한 분들에 대하여 그 독립운동의 내용과 역사적 의의, 활동 당시의 신분 및 직위, 공로도·희생도·기여도 등을 종합평가하여 그 종합평가된 공적도에 따라 서훈의 내용을 심사, 결정하게 된다고 회신하였다.
(4) 청구인이 이 사건 심판청구후인 1992. 4. 30. 다시 피청구인에게 위와 같은 내용의 민원을 제출하자, 피청구인은 같은 해 5. 13. 15:00부터 18:00까지 3시간에 걸쳐 그 사무실에서 청구인에게 독립유공자에 대한 공적심사의 기준 및 절차등과 청구인에 대한 공적심사의 과정을 상세히 설명하였고, 이에 더하여 같은 해 5. 15.자 “민원회신”으로 아래와 같은 내용을 청구인에게 회신하였다. 즉,
첫째, 독립유공자에 대한 서훈은 상훈법 제3조(서훈기준),제5조(서훈의 추천),제11조(건국훈장의 수여대상자 및 등급)등과 상훈법시행령이 정하는 기준과 절차에 따라서 하되 이를 위하여 3심제의 공적심사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
둘째, 위 공적심사위원회가 독립운동의 공적을 심사함에 있어서
는 대체로 ① 독립운동(활동)을 한 기간, ② 독립운동으로 인하여 옥고를 치른 기간, ③ 그 공적이 독립운동에 미친 효과와 기여도, ④ 그 공적이 대한민국의 건국에 미친 효과와 기여도, 희생도 등을 종합적으로 심의검토하여 서훈대상여부 및 서훈의 등급을 결정하게 되며, 그 경우 독립운동과 옥고의 기간은 대략 “애족장”(5등급)의 경우는 2년 이상의 독립운동의 공적이 있거나 그로 인하여 1년 이상 옥고를 치른 분, “애국장”(4등급)의 경우는 5년 이상 독립운동을 하였거나 그로 인하여 4년 이상 옥고를 치른 분, “독립장”(3등급)이상은 8년 이상 독립운동을 하였거나 8년 이상 옥고를 치른 분으로 한다는 것,
셋째, 그러나 독립운동은 그 내용과 방법에 따라서 그것이 독립운동이나 대한민국 건국에 미친 효과와 기여도가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독립운동의 기간과 옥고의 기간만으로 서훈의 등급을 결정할 수는 없는 것이고(즉, 독립운동에 미친 효과와 기여도를 산술적인 수치로만 계량화할 수는 없는 것임), 따라서 이와 같이 산술적으로 계량화할 수 없는 공적기준사항에 대하여는 양심과 전문적 식견을 가진 심사위원들의 심리와 판단에 의하게 된다는 것, 등이다.
다. 상훈법(제정 1967. 1. 16. 법률 제1885호, 최종개정 1990. 1. 13. 법률 제4222호)을 보면, 대한민국훈장 및 포장은 대한민국국민이나 우방국민으로서 대한민국에 뚜렷한 공적을 세운 자에게 수여한다고 서훈의 원칙을 천명하고(제2조)서훈의 기준은 “서훈대상자의 공적내용, 그 공적이 국가사회에 미친 효과의 정도 및 지위 기타 사항을 참작하여 결정한다”고 규정하였으며(제3조)훈장은 “무궁화대훈장”에서 “체육훈장”까지의 11종으로 나누고(제9조)포장은 훈
장의 다음가는 훈격으로서 “건국포장”에서 “체육포장”까지의 11종으로 나누되(제19조)그중 “건국훈장”은 대한민국의 건국에 공로가 뚜렷하거나 국기를 공고히 함에 기여한 공적이 뚜렷한 자에게 수여하는 것으로 이를 5등급으로 나누며(제11조)그 등급별 명칭은 대한민국장, 대통령장, 독립장, 애국장, 애족장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상훈법시행령 제11조, 별표1), 상훈법과 동법시행령의 규정들을 살펴보아도 이 법 제3조 소정의 서훈기준 중 서훈대상자의 “공적이 국가사회에 미친 효과의 정도 및 지위” 및 “기타 사항”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지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이 없다.
살피건대, 이러한 상훈법 및 동법시행령의 규정내용은 그것이 입법의 불비라기 보다는 서훈심사기준의 성격이 포괄적·종합적·비획일적임을 말하는 것으로 특히 독립유공자에 대한 공적심사는 그 심사대상이 광범위할 뿐만 아니라 개별적 사안마다 고려해야 할 특수한 사항이 다양하여 획일적·산술적 기준으로만 평가하기가 곤란한 특성이 있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 이러한 서훈심사기준의 특성에서 볼 때, 위와 같은 청구인의 질의내용에 대하여 피청구인이 구체적인 공적심사기준을 알려 줄 의무가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위에서 본 1991. 6. 25.자(이 사건 심판청구전임)“민원회신”은 그 기준의 개요를 알려준 것이라 볼 수 있고, 더구나 이 사건 심판청구후에 있은 1992. 4. 30.자 청구인에 대한 구두설명이나 같은 해 5. 15.자 “민원회신”은 피청구인의 공적심사위원회가 내부적 심사기준으로 삼고 있는 독립유공자에 대한 공적심사의 구체적 기준을 모두 알려준 것이라 볼 수 있다.
라. 그렇다면 청구인이 주장하는 기본권의 침해가 종료됨으로써
그가 이 사건 헌법소원을 통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주관적 목적은 이미 달성되었다 할 것이므로 그 침해의 원인이 된 공권력의 행사(청구인주장의 거부처분)를 취소할 실익이 없어졌다고 할 것으로서,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헌법소원의 적법요건에 관한 그 나머지 쟁점이나 본안의 판단에 나아갈 것도 없이,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1997. 4. 24.
재판장 재판관 김 용 준
재판관 김 문 희
주 심 재판관 황 도 연
재판관 이 재 화
재판관 조 승 형
재판관 정 경 식
재판관 고 중 석
재판관 신 창 언
재판관 이 영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