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집39(2)민,244;공1991.7.1,(899),1620]
가. 보험계약상 영국법 등 외국법 준거약관의 효력과 보험계약자 등의 불이익 변경금지를 규정한 상법 제663조
나. 영국법 준거약관의 적하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화물을 적재하고 출항한 선박으로부터 사고의 발생이 예상되는 전문을 수령한 사실을 감춘 경우, 위 전문 수령사실은 영국해상보험법 제18조 제2항 소정의 고지의무의 대상에 해당하므로 보험자가 같은 법 제17조, 제18조에 의해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위 보험계약을 해지한 것은 적법하고, 거기에 우리 상법 제651조 소정의 제척기간이나 상법 제655조 의 인과관계에 관한 규정은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판시한 사례
다. 영국법상 분손불담보조건의 적하보험계약에 있어서 화물이 선박과 함께 행방불명된 경우 부보위험인 해상위험으로 인한 손해로 추정되는지 여부(적극)와 그 번복사유
가. 보험증권 아래에서 야기되는 일체의 책임문제는 외국의 법률 및 관습에 의하여야 한다는 외국법 준거약관은 동 약관에 의하여 외국법이 적용되는 결과 우리 상법 보험편의 통칙의 규정보다 보험계약자에게 불리하게 된다고 하여 상법 제663조 에 따라 곧 무효로 되는 것이 아니고 동 약관이 보험자의 면책을 기도하여 본래 적용되어야 할 공서법의 적용을 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거나 합리적인 범위를 초과하여 보험계약자에게 불리하게 된다고 판단되는 것에 한하여 무효로 된다고 할 것인데, 해상보험증권 아래에서 야기되는 일체의 책임문제는 영국의 법률 및 관습에 의하여야 한다는 영국법 준거약관은 오랜 기간 동안에 걸쳐 해상보험업계의 중심이 되어 온 영국의 법률과 관습에 따라 당사자간의 거래관계를 명확하게 하려는 것으로서 우리나라의 공익규정 또는 공서양속에 반하는 것이라거나 보험계약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유효하다.
나. 영국법 준거약관의 적하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화물을 적재하고 출항한 선박으로부터 사고의 발생이 예상되는 전문을 수령한 사실을 감춘 경우, 위 전문 수령사실은 영국해상보험법 제18조 제2항 소정의 고지의무의 대상에 해당하므로 보험자가 같은 법 제17조, 제18조에 의해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위 보험계약을 해지한 것은 적법하고, 거기에 우리 상법 제651조 소정의 제척기간이나 상법 제655조 의 인과관계에 관한 규정은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판시한 사례
다. 영국해상보험법 및 영국법원의 판례에 의하면 열거책임주의가 적용되는 분손불담보조건의 적하보험계약에 있어서 피보험자가 보험자로부터 손해를 전보받기 위하여는 손해가 보험증권상에 열거된 부보위험으로 인하여 발생하였다는 적극적 사실을 입증하여야 함이 일반적인 원칙이기는 하나, 화물이 선박과 함께 행방불명된 경우에는 현실전손으로 추정되고 (영국해상보험법 제58조), 그 현실전손은 일응 부보위험인 해상위험으로 인한 것으로 추정되어 보험자는 전보책임을 면할 수 없는 것이며, 부보위험으로 인한 손해라는 추정은 보험자가 부보위험이 아닌 다른 위험 내지 면책위험으로 인한 것일 가능성이 있음을 주장하고 그 가능성이 보다 우월하거나 동일함을 입증하는 경우에 한하여 깨어지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럭키금성상사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재후 외 2인
고려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송정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본다.
보충상고이유서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한도 내에서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3,4점에 관하여,
원심판결 및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의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와 피고가 1987.10.16. 분손불담보(Free from Particular Average, F.P.A.) 조건의 이 사건 적하보험계약 을 체결하였다가 1987.11.30. 보험조건을 분손불담보조건에서 전위험담보(All Risks, A/R) 조건으로 하는 내용의 추가변경약정 을 체결한 사실, 그런데 원고는 이 사건 화물을 적재한 선박이 1987.10.24.경 인도네시아국 판장항에서 출항한 다음 기관고장으로 정선 수리중이라거나 거친 파도와 강풍으로 심하게 동요하고 있으며 선박이 기울고 있다는 등의 전문 만 수차 보내오고 도착예정일(1987.11.5.경)이 지나도록 목적항인 부산항에 도착하지 않자 도착예정일이 훨씬 지난 1987.11.30.에 피고에게 그와 같은 사실을 감추고 위 선박의 출항일은 추후 고지 하겠다고 하여 위 추가변경약정을 체결하기에 이른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와 피고는 1987.10.16.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위 보험계약에서 발생하는 모든 책임문제는 영국의 법률과 관습에 의하여 규율하기로 약정하였으므로 위 보험계약의 효력은 영국의 법률과 관습에 준거하여 판단되어야 하는 것인데 위 1987.11.30.자 추가변경 약정은 원고가 영국해상보험법 제17조가 요구하는 최대선의의무에 반하여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묵비한 채 체결된 것으로서 피고의 1988.8.22.자 취소권행사로 인하여 그 효력을 상실하였다고 판단하였다.
논지는 우리 상법 제651조 는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한 보험계약해지는 보험자가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1개월 이내에 한하여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상법 제655조 는 보험자는 고지의무위반과 보험사고와의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와 같은 제척기간이나 인과관계에 관한 규정이 없는 영국해상보험법이나 영국관습을 준거법으로 하는 영국법준거약관은 보험계약자 등의 불이익변경의 금지를 규정한 상법 제663조 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이고 가사 유효하다고 하더라도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하는 보험계약해지의 경우에는 상법 제651조 소정의 제척기간 내에서 보험사고와 고지의무 위반과의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계약을 해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원고가 위 변경약정 당시 묵비하였던 전문의 내용들은 모두 분손불담보약관에서도 담보되는 위험들로 인한 것으로 예상되는 사고를 그 내용으로 하고 있으므로 그 전문 수령사실을 고지하지 아니한 행위는 고지의무 위반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보험증권 아래에서 야기되는 일체의 책임문제는 외국의 법률 및 관습에 의하여야 한다는 외국법 준거약관은 동 약관에 의하여 외국법이 적용되는 결과 우리 상법 보험편의 통칙의 규정보다 보험계약자에게 불리하게 된다고 하여 상법 제663조 에 따라 곧 무효로 되는 것이 아니고 동 약관이 보험자의 면책을 기도하여 본래 적용되어야 할 공서법의 적용을 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거나 합리적인 범위를 초과하여 보험계약자에게 불리하게 된다고 판단되는 것에 한하여 무효로 된다 고 할 것인데 해상보험증권 아래에서 야기되는 일체의 책임문제는 영국의 법률 및 관습에 의하여야 한다는 영국법 준거약관은 오랜 기간 동안에 걸쳐 해상보험업계의 중심이 되어 온 영국의 법률과 관습에 따라 당사자간의 거래관계를 명확하게 하려는 것으로서 우리나라의 공익규정 또는 공서양속에 반하는 것이라거나 보험계약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유효하고, 따라서 이 사건 적하보험계약에 있어서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한 보험계약의 해지에 관하여는 영국해상보험법 제18조,제17조 (원심은 동법 제17조의 최고선의의무위반만을 그 취소이유로 하였으나 해상보험계약상의 고지의무는 최고선의의무의 한 태양에 불과하므로 동법 제18조를 적용한 취지라고 볼 것이다) 가 적용되고 동법 소정의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한 보험계약의 해지는 우리 상법 제651조 소정의 그것과는 그 요건과 효과를 달리하고 있어 이에 대하여 상법 제651조 소정의 제척기간이나 상법 제655조 의 인과관계에 관한 규정은 적용될 여지가 없다 고 하여야 할 것이며, 영국해상보험법 제18조 제2항은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중요한 사항은 사려깊은 보험자가 보험료를 정하거나 또는 위험의 인수여부를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모든 사항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원심 판시와 같이 사고의 발생이 예상되는 전문을 수령한 사실이 위 법조 소정의 중요한 사항에 해당함은 명백하므로 논지는 모두 이유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관하여
원심은 부가적으로 위 추가변경약정을 체결하게 된 경위 등 그 인정사실에 의하면 위 약정은 우리 민법 제110조 소정의 사기에 의한 법률행위에도 해당하는 것으로서 피고가 이를 적법하게 취소한 이상 위 추가변경약정은 우리나라 법에 의하더라도 역시 그 효력을 상실하였다고 판단하고 있는바, 기록에 비추어 검토하여 보면 원심의 그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원심의 이 판단에는 보험조건변경계약이 사기에 의한 법률행위라는 것을 인정한 취지도 포함되어 있다고 못볼 바 아니므로 거기에 소론과 같은 민법 제110조 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나 채증법칙을 위배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결국 추가변경약정의 효력을 부정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고 논지는 이유 없음에 돌아간다.
(3) 상고이유 제5점에 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거시의 증거를 종합하여 이 사건 화물을 선적한 나라이호가 1987.10.24. 인도네시아국 판장항을 출발하였으나 도착예정일을 훨씬 도과한 현재까지도 목적항인 부산항에 도착하지 아니하고 화물과 함께 행방불명됨으로써 위 화물이 원고에게 인도되지 아니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선박이 항해중 행방불명되어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여도 그에 관한 소식이 없는 때에는 현실전손으로 추정되어야 하고 이러한 현실전손은 해상위험(maritime perils)에 기인하는 것으로 추정함이 상당하다고 전제한 다음 그러나 본건과 같이 열거책임주의가 적용되는 보험계약 아래에서는 손해가 약정된 담보위험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임을 피보험자가 입증하여야 할 것인데 위 선박의 행방불명원인으로 추정되는 해상위험에는 위 보험계약에서 담보되는 위험인 침몰, 좌초, 충돌, 악천후 등과 같은 “해상고유의 위험(perils of the seas)”, 선장 또는 선원의 악행, 화재, 투하, 해적, 표도, 강도 등의 위험 이외에 위 보험계약으로 담보되지 아니하는 위험인 “선주의 악행”등도 있어, 원고가 위 선박이 행방불명된 사실을 입증한 것만으로는 그 손해가 오로지 위 1987.10.16.자 보험계약에서 열거된 담보위험만으로 인하여 발생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충분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를 기각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해상보험법 및 영국법원의 판례에 의하면 열거책임주의가 적용되는 분손불담보조건의 적하보험계약에 있어서 피보험자가 보험자로부터 손해를 전보받기 위하여는 손해가 보험증권상에 열거된 부보위험으로 인하여 발생하였다는 적극적 사실을 입증하여야 함이 일반적인 원칙이기는 하나 이 사건과 같이 화물이 선박과 함께 행방불명된 경우에는 현실전손으로 추정되고(영국해상보험법 제58조), 그 현실전손은 일응 부보위험인 해상위험으로 인한 것으로 추정되어 보험자는 전보책임을 면할 수 없는 것이며 부보위험으로 인한 손해라는 추정은 보험자가 부보위험이 아닌 다른 위험 내지 면책위험으로 인한 것일 가능성이 있음을 주장하고 그 가능성이 보다 우월하거나 동일함을 입증하는 경우에 한하여 깨어지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원심이 앞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것은 영국법에 있어서의 입증책임 내지는 해상위험의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한편 기록에 비추어 검토하여 보면, 원고는 위 손해가 분손불담보조건 하에서의 부보위험인 “해상고유의 위험”이나 “해상에 있어서의 점유 탈취, 강취 억지 또는 억류” 또는 “선장 및 선원의 악행” 중의 어느 하나에 기인하였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선박의 기관에 문제가 있다거나 항해중 악천후를 만난 듯한 취지의 이 사건 선박으로부터의 전문을 증거로 제시함에 그치고 있음에 반하여 피고는 이 사건 화물이 나라이호의 선주와 선장 및 선원들로 구성된 사기집단에 의하여 목적항이 아닌 동남아 등지에서 불법으로 매각처분되었을 가능성을 주장하고 그 가능성을 추론케 하는 상당한 증거를 제시하고 있어서 피고의 입증자료들에 비추어보면 원고가 제시하는 나리이호로부터의 전문들은 그 신빙성이 극히 미약하다고 아니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사고는 침몰 등 “해상고유의 위험”이나 선주의 의사에 반하여 손해를 끼치는 “선장 및 선원의 악행(barratry)” 등 부보위험으로 인한 것일 가능성 보다는 부보되지 아니하는 위험으로서 선주가 선장 및 선원과 공모하에 이루어진 선주의 악행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보다 우월하다고 볼 여지가 있기도 하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사고가 부보위험이 아닌 다른 위험 내지 면책위험으로 인한 것이라는 피고의 주장과 입증을 더 자세히 살펴 보고 그것이 부보위험의 추정을 번복할 정도에 이르는 것인가를 판단하여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에 이르지 아니하고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것은 영국법에 있어서의 해상위험 내지는 입증책임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고 이 사건 보험사고의 경위에 대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밖에 없고 이점을 지적한 상고논지는 이유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