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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8도11967 판결

[횡령][미간행]

판시사항

[1] 사립학교에서의 교비회계자금을 다른 용도에 사용한 경우, 그 자체로서 횡령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적극)

[2] 위탁받은 비자금을 이용하여 친지들 명의로 부동산을 구입하여 이를 개인적으로 관리하면서도 그 부동산 구입에 관하여 납득할 만한 합리적인 설명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개인적인 목적으로 부동산을 구입하였다는 점에 대한 신빙성 있는 자료가 많은 경우, 위 비자금을 불법영득의 의사로 횡령한 것으로 추단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타인으로부터 용도가 엄격히 제한된 자금을 위탁받아 집행하면서 그 제한된 용도 이외의 목적으로 자금을 사용하는 것은 그 사용이 개인적인 목적에서 비롯된 경우는 물론 결과적으로 자금을 위탁한 본인을 위하는 면이 있더라도 그 사용행위 자체로서 불법영득의 의사를 실현한 것이 되어 횡령죄가 성립하므로, 사립학교의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을 적법한 교비회계의 세출에 포함되는 용도 즉, 당해 학교의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가 아닌 다른 용도에 사용하였다면 그 사용행위 자체로서 불법영득의 의사를 실현하는 것이 되어 그로 인한 죄책을 면할 수 없다 ( 대법원 2008. 2. 29. 선고 2007도9755 판결 등 참조).

또한, 횡령죄에 있어서 불법영득의 의사는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보관하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것 같이 사실상 또는 법률상 처분하는 의사를 의미하는바, 피고인이 위탁받은 비자금을 이용하여 친지들 명의로 부동산을 구입하여 이를 개인적으로 관리하면서도 그 부동산 구입에 관하여 납득할 만한 합리적인 설명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개인적인 목적으로 부동산을 구입하였다는 점에 대한 신빙성 있는 자료가 많은 경우에는 피고인이 위 비자금을 불법영득의 의사로 횡령한 것으로 추단할 수 있다 할 것이다.

2.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공소외 1 학교법인의 사무국장으로 근무하면서, 공소외 1 학교법인 산하 ○○대학교 교직원 공소외 2가 1998년경부터 2001년경까지 학내 외국어학관, 공학관 건물 신축공사의 전기, 기계설비 공사 과정에서 조성한 발전기금 명목의 비자금으로서 ○○대학교 교비회계에 편성하여야 할 8억 2,700만 원을 2001. 9. 12.경부터 2002. 7. 26.경까지 전달받아 보관하던 중, 2005. 11. 28. 공소외 3 소유의 경주시 용강동 1228-3 토지 3091㎡, 2005. 12. 5. 공소외 4 소유의 경주시 황성동 1053-71 토지 2,776㎡를 각 차명으로 매입하는 과정에서 그 매입자금으로 사용하여 횡령하였다는 것이다.

3. 이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인이 공소외 2로부터 이 사건 비자금을 차명계좌로 넘겨받아 ○○대학교를 위하여 보관하던 중 이 사건 각 부동산의 구입자금으로 사용한 사실은 피고인도 인정하고 있으나, 그 외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에게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오히려 피고인이 학교의 핵심 인물로서 ○○대학교의 설립자이자 실제 경영권자인 공소외 5의 수족과 같은 역할을 하였던 점, 피고인은 이 사건 비자금에 관하여 공소외 5에게 보고한 후 암묵적인 승낙을 받아 이를 직접 관리하게 되었고 그에 따라 공소외 2와 공사대금 등으로부터 나온 이 사건 비자금의 내역을 정산하려고 하였으나 그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던 중 자금 관리의 필요성 때문에 계좌를 분산하였다가 다시 통합하는 등의 정리작업을 하였던 점, 그러던 중 2004년경 공소외 5의 국회의원 선거운동을 돕느라 이 사건 비자금을 반환하지 못하였고, 이후 2005. 9.경 ○○대학교의 다른 비자금 사건 때문에 피고인을 비롯한 학교 관계자들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되자 피고인이 잠시 잠적하는 등 수사를 피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비자금의 반환시기를 놓쳤던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비자금마저 발견되면 사건이 더 커질 것으로 판단하여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려 이 사건 각 부동산을 매입하였던 점, 2006. 1.경 공소외 5와 잘 연락이 되지 않자 변호사와 반환 방법을 상의하였으나 이 사건 각 부동산을 그대로 반환하는 것이 여의치 않아 피고인 명의의 계좌를 만들어 일단 발전기금 형식의 현금을 반환하기로 하였던 점, 이에 2006. 10. 12.경 피고인 명의의 계좌에 ‘ ○○대 기부금’으로 명시하여 피고인이 개인적으로 마련한 883,288,462원을 입금해두었다가 2007. 8. 6.경 그 계좌에서 위 기부금 전액을 인출하여 ○○대학교 계좌에 송금하였던 점, 피고인이 이 사건 각 부동산을 매수하기 전까지 4년 가까이 되는 기간 동안 이 사건 비자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지 않았던 점, 그러다가 피고인이 ○○대학교의 다른 비자금 사건으로 2005. 10.경 검찰 조사를 받은 직후인 2005. 11.경 및 같은 해 12.경 동생 공소외 3으로부터 용강동 토지를 매수하고, 황성동 토지를 형 이종우, 동생 이종수 명의로 매수하였으므로 검찰 수사에 대비하여 이 사건 비자금을 급히 부동산으로 바꾸어 보관하려고 하였다는 피고인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각 부동산을 구입한 것은 이 사건 비자금의 보관방법의 변경에 불과한 것으로서 피고인에게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4.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를 수긍하기 어렵다.

가. 원심이 인정한 바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은 비자금 수사를 피하기 위하여 이 사건 비자금으로 이 사건 부동산을 구입하였다는 것이므로, 이는 이 사건 비자금을 ○○대학교의 학교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로 사용한 것이 아님이 명백한바, ○○대학교의 교비회계에 속하는 이 사건 비자금을 이처럼 학교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가 아닌 다른 용도에 사용한 것은 설령 그 위탁자인 공소외 1 학교법인을 위하는 면이 있다 하더라도 그 사용행위 자체로서 불법영득의 의사를 실현하는 것이 되고, 따라서 우선 이 점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에게는 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다.

나. 또한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각 부동산의 구입에 관하여 납득할 만한 합리적인 설명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개인적인 목적으로 부동산을 구입하였다는 점에 대한 신빙성 있는 자료가 많으므로, 피고인이 이 사건 비자금을 불법영득의 의사로 횡령한 것으로 추단할 수 있다 할 것이다.

(1) 피고인이 공소외 5의 심복으로서 비자금을 관리하는 지위에 있으면서 공소외 5의 국회의원 선거운동 및 ○○대학교의 다른 비자금 사건 수사 등으로 이를 반환할 기회를 갖지 못하던 중 이 사건 비자금마저 발견되면 수사가 더 커질 것으로 판단하여 부동산을 구입하였다는 점은, 피고인이 이 사건 비자금을 반환하지 못한 이유나 이 사건 각 부동산을 구입한 이유를 합리적으로 설명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설령 위와 같은 이유가 그대로 인정된다 하더라도 이는 공소외 5 개인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을 뿐 이 사건 비자금의 귀속 주체인 공소외 1 학교법인이나 ○○대학교를 위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으므로 이는 피고인이 자금의 귀속 주체가 아닌 제3자를 위하여 사적으로 자금을 처분한 사정을 뒷받침할 뿐이다.

(2) 피고인이 ○○대학교의 다른 비자금 사건의 수사를 받다가 잠적한 후 피고인 명의의 계좌를 만들어 ‘ ○○대 기부금’으로 돈을 입금하고 이를 2007. 8. 6.경 ○○대학교에 송금한 것은 이미 비자금 사건의 수사대상이 된 피고인이 이 사건 비자금으로 인한 혐의를 면하거나 형을 감해보려는 의도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을 뿐 불법영득 의사의 인정을 방해하는 사유로 보기는 어렵다.

(3) 원심이 적법한 증거조사를 거쳐 채택한 증거 등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피고인은 공소외 2로부터 이 사건 비자금 8억 2,700만 원을 피고인의 형수 공소외 6 명의의 계좌와 장모 권순득 명의의 계좌 및 원석장학후원회 계좌로 전달받은 후 피고인의 계좌, 공소외 6 명의의 다른 계좌, 친구 공소외 7 명의의 계좌, 제수 공소외 8 명의의 계좌 등으로 이전하는 등 자신이 관리하는 친지들 명의의 계좌로 옮기고 현금 입출금을 반복하는 등 복잡한 금융거래를 하였던바, 이런 복잡한 금융거래가 필요했던 이유나 그러한 금융거래가 피고인 친지들 명의로만 이루어진 이유 등이 제대로 설명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피고인의 개인 자금과 혼합되기도 하였던 점, 피고인이 이 사건 비자금을 보관한 이후 이 사건 각 부동산의 구입에 이르기까지 수 년 간 이 사건 비자금을 공소외 1 학교법인이나 ○○대학교, 또는 공소외 5를 위하여 사용하였다거나 그 일부라도 반환 내지 반환을 시도하였다는 객관적인 정황이 전혀 없는 점, 피고인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각 부동산을 구입할 당시 이를 공소외 1 학교법인이나 ○○대학교는 물론이고 공소외 5에게도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므로 이 사건 각 부동산의 구입은 공소외 1 학교법인이나 ○○대학교 등을 위한 합당한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 피고인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었던 점, 이 사건 각 부동산은 피고인이 친동생의 토지를 친구 명의로 구입하거나 타인의 토지를 친형제들의 명의로 구입한 것으로서 구입 후 피고인은 이를 개인적으로 관리하였을 뿐 공소외 1 학교법인이나 ○○대학교는 물론 공소외 5도 피고인이 구입한 부동산의 내역 등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점, 더구나 공소외 5는 이 사건으로 피고인이 검찰 수사를 받을 당시인 2008. 2. 1. 피고인과의 대질신문을 위하여 출석한 자리에서 피고인이 이 사건 각 부동산을 구입한 사실을 그 날 처음 듣는다고 진술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이 사건 각 부동산의 구입은 개인적인 목적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5.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위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한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횡령죄의 불법영득의 의사에 관한 법리오해 등으로 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6.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신영철(재판장) 박시환 안대희(주심) 차한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