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저당권설정등기말소][공1987.11.1.(811),1547]
대리인이 수권범위를 넘어서 대리행위를 한 경우 무권대리행위의 유효범위
갑이 을에게 자기의 부동산을 담보로 금 2,000만원의 차용을 부탁하면서 담보설정용인감증명서, 등기필증, 인감인장 등을 교부하였다면 갑이 을에게 제3자로부터 금 2,000만원을 차용하여 줄 것을 위임하면서 을에게 갑을 대리하여 위 금전을 차용하고 그 담보설정을 하는 법률행위를 할 권한을 수여함과 동시에 그 대리권 수여의 범위도 위 담보부동산에 의하여 담보되는 피담보채무의 범위가 금 2,000만원인 이상 그 담보의 형식이 무엇이든 그 차용의 형식이 어떠하던지 무방하다는 뜻이 포함된 것으로 볼 것인바, 을이 위 수권의 범위를 넘어 위 담보부동산에 관하여 병을 채무자로, 갑을 물상보증인으로 하고 그 피담보최고액을 금 1억 3,000만원으로 하여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경우에 있어서는 위 근저당권설정행위가 무권대리행위에 해당한다 할지라도 갑이 차용을 부탁한 금 2,000만원의 한도내에서는 을이 수여받은 대리권의 범위내에 속하는 것이므로 위 근저당권설정계약은 위 금 2,000만원을 담보하는 범위내에서는 을의 대리행위에 의하여 본인인 갑에게 그 효력을 미치는 유효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김칠영 외 7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장권현
농어촌개발공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고석윤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 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제1점에 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거시증거를 종합하여 소외 망 김종필은 생존시인 1982.6.중순경(당시 그는 중병이었고 1년여 뒤에 사망하였다) 소외 1에게 그의 소유 부동산을 담보로 금 2,000만원을 차용하여 달라는 부탁을 하면서 동인에게 인감증명서 2통, 등기필증 및 인감인장을 교부하였던 사실, 소외 1은 자금주를 물색하던 중 "삼덕물산"이란 상호로 피고에게 농산물을 수납하여온 소외 강한천이 피고로부터 농산물수매자금을 융자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으나 담보물이 없어서 융자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정을 알고 위 강한천과의 사이에 강한천을 채무자로 하고 망 김종필을 물상보증인으로하여 이 사건 부동산을 피고에게 담보로 제공하고 그 융자금 중에서 금 2,000만원을 동 망인에게 교부하기로 한 뒤, 같은 해 7.5 위 강한천과 소외 1은 피고와 사이에 위 강한천을 채무자로, 피고를 채권자로, 망 김종필을 물상보증인 겸 연대보증인으로 채권최고액을 금 1억3,000만원으로 하여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하고 다음 날 위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원인으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채권자 피고, 채권최고액 1억 3,000만원의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한 사실, 소외 1은 피고와 앞서 본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그가 망 김종필의 인감인장, 인감증명서 및 등기필증 등을 소지하고 있음을 내세워 동 망인의 대리인으로 행세하였고, 위 근저당권설정등기가 경료된 뒤 같은 해 7.9 및 7.23 두차례 걸쳐 피고로부터 융자금으로 지급받은 합계 금 7,500만원 중 금 2,000만원은 위 망인에게 교부하고 나머지는 위 소외 강한천과 나누어 소비한 사실(그뒤 위 두사람은 그들 소유 부동산을 이 사건 부동산과 함께 공동담보로 추가 제공하고 합계 금 5,500만원을 더 융자받아 합계 금 1억3,000만원을 융자받았다), 소외 1은 위와 같은 사실이 발각되지 않게 하기 위하여 위 망인에게 위 돈을 교부할 때 피고 사장의 직인이 찍힌 근저당권설정계약서 용지의 사본을 입수하여 채권자 피고, 채무자 위 강한천, 담보제공자 위 망 김종필, 채권최고액 금 2,000만원으로 기재하여 위조한 근저당권설정 계약서(갑 제3호증, 갑 제8호증의 19와 같다)를 동 망인에게 함께 주어 동 망인으로 하여금 위 계약서가 진실한 계약서인 것으로 믿게 하고(당시 위 망인이나 원고들은 위 망인을 위하여 채무를 부담하여 준 위 강한천이나 위와 같은 일을 하여준 소외 1에게 고마워하고 있었다), 위 금 2,000만원에 대한 이자도 소외 1 자신에게 지급하도록 함으로써 위 망인과 피고 사이의 연결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하여 왔으나 결국 앞에서 본 사실들이 들어나서 소외 1은 판시와 같은 형사처벌을 받게 되었고, 한편 피고는 위 대여금에 대한 체납원리금 145,844,246원을 청구금액으로 하여 이 사건 부동산등에 대한 임의경매신청을 하여 그 경매절차가 진행중인 사실을 각 인정한 후, 위 인정사실에 비추어 볼 때 소외 1은 위 망 김종필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을 담보로 하여 금 2,000만원을 차용 또는 융자받을 권한을 위임받아 그 범위에서 대리권이 있을뿐이고 채권최고액 금 1억3,000만원으로 된 타인의 채무에 대하여 그 물상보증인으로 되는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대리권을 받은 바 없음이 분명하다 할것이니 위 근저당권설정계약은 위 길동진의 무권대리행위에 의한 것으로 본인인 위 망인에게 효력이 없고 따라서 위 근저당권설정등기는 말소되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그러나 원심이 확정한 바와 같이 소외 망 김종필이 소외 1에게 그 소유인 이 사건 부동산을 타에 담보로 하여 금 2,000만원을 차용하여 줄 것을 부탁하면서 동인에게 담보설정용 인감증명서, 등기필증, 인감인장 등을 교부하였다면 위 망 김종필이 소외 1에게 제3자로부터 금 2,000만원을 차용하여 줄 것을 위임하면서 동인에게 위 망인을 대리하여 위 금원을 차용하고 그 담보설정을 하는 법률행위를 할 권한을 수여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또 그 대리권 수여의 범위도 위 담보부동산에 의하여 담보되는 피담보채무가 금 2,000만원인 이상, 그 담보의 형식이 무엇이든(즉, 저당권설정이나 가등기 등, 또 그 차용의 형식이 어떠하던지(즉, 위 망인이 채무자로 되던가, 제3자가 채무자로 되고 위 망인이 담보제공자가 되던지) 무방하다는 뜻이 포함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인 바 (원심판시에 의하더라도 위 망 김종필이 소외 1로부터 위 강한천이 채무자로 되고 위 망인이 담보제공자로 된 채권최고액 금2,000만원의 위조된 근저당권설정계약서를 받고도 아무런 이의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원심판시와 같이 소외 1 이 그 수권의 범위를 넘어 위 담보부동산에 관하여 그 피담보채무액을 금 1억3,000만원으로 하여 체결한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행위가 무권대리행위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위 망인이 차용을 부탁한 금 2,000만원의 한도내에 있어서는(비록 위 망인이 아닌 제3자를 채무자로 하고 위 망인을 담보제공자로 하는 형식에 의하여 금전을 대여받았다 하더라도) 소외 1이 수여받은 대리권의 범위내에 속하는 것이어서 위 근저당권설정계약은 위 금 2,000만원을 담보하는 범위 내에서는 소외 1의 대리행위에 의하여 본인인 위 망인에게 그 효력을 미치는 유효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
원심이 위의 점에 관하여 좀더 심리하여 보지 아니한 채 위 근저당권설정계약이 무권대리행위에 의한 것으로서 본인인 위 망인에게 효력이 없다고 단정하였음은 결국 심리미진 내지 대리행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을 저질렀다 할 것이고, 이는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소정의 파기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탓하는 논지는 이유있다.
2. 제2점에 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거시증거를 종합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에 있어 그 채권최고액이 금 1억3,000만원이나 되는 고액인데다가 피고공사 자금융자규정에 근저당권설정계약시에는 담보제공자인 근저당권설정자나 연대보증인으로 하여금 피고공사에 직접 출두케하여 자필서명 및 날인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피고로서는 적어도 본인인 위 망 김종필이나 그 가족인 원고들에게 위와 같은 내용의 물상보증인이 될 의사가 있는 것인지의 여부 정도는 직접 확인하여야 한다 할 것인데(그 확인방법이 어려운 것도 아니다.), 피고는 소외 1이 위 김종필의 인감인장, 인감증명 및 등기필증을 소지하고 있다는 사유만으로 동 소외 1에게 위와 같은 내용의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대리권이 있는 것으로 가볍게 믿고 위 계약을 체결하였고, 또 소외 1이 받아온 담보제공승낙서만 믿고 위와 같은 거금을 대출하였다는 것이니(원심은 피고직원이 위 담보제공승낙서를 입회하여 확인 작성받은 것이 아니라고 인정하였다), 위와 같은 사정이라면 피고가 소외 1에게 망인을 대리하여 위 인정의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할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고 있다.
기록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사실오인 내지 표현대리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할 수 없으며, 소론이 들고 있는 판례는 그 사안을 달리하는 것으로서 이 사건에 적절하지 아니하다. 논지 이유없다.
3. 이에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