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a
집행유예
red_flag_2서울중앙지방법원 2011. 7. 15. 선고 2011고합71 판결

[준사기(인정된죄명:절도)·강도치사(인정된죄명:절도및유기치사)·식품위생법위반][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검사

김선규

변 호 인

변호사 정남숙 외 1인

주문

피고인 1을 징역 4년에, 피고인 2를 징역 4월에 각 처한다.

다만, 피고인 2에 대하여는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1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범죄사실

피고인 1은 2010. 10. 26.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절도죄, 식품위생법위반죄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2010. 11. 3. 위 판결이 확정되어 현재 그 유예기간 중에 있는 사람이다.

피고인 1(일명 △△△)은 서울 중구 신당5동 (지번 생략) 주1) 에서 ‘ ○’이라는 상호의 주점을 운영하였고, 피고인 2(일명 □□)는 2010년 가을경부터 피고인 1을 알게 되어 같이 일수 돈을 쓰기도 한 사이였으며, 피고인 1은 일수 사채 약 2,500만 원을 변제하지 못한 채 그 변제 독촉을 받고 있었고, 그 외에도 방세와 가게세가 밀려있는 상황이었다. 공소외 1(2011. 1. 4. 23:40경 사망)은 2002년경부터 피고인 1과 알고 지내면서 2007년경부터 피고인 1이 운영한 위 주점에 손님으로 와서 종종 술을 마셨다.

피고인 1은 신정 연휴를 앞 둔 2010. 12. 31. 오후에 공소외 1에게 전화하여 ‘오빠, 연말인데 심심하면 놀러 와라’라는 취지로 말하였고, 공소외 1은 자신이 운영하는 ‘ ◇◇◇’라는 봉제 공장의 직원들과 회식을 하여 술에 취한 상태에서 2010. 12. 31. 22:48경 위 주점으로 혼자 와서 피고인 1과 함께 맥주 10병을 나누어 마시고 그 술값 명목으로 10만 원을 지급하였다.

그 후 피고인 1은 공소외 1이 돈을 찾아야 한다고 하여 공소외 1이 숙식을 하고 있던 위 봉제 공장으로 함께 갔고, 공소외 1은 위 공장 숙소에 있던 자신의 수협 체크카드(OK Prime Check, 카드번호 생략)를 가지고 나왔다. 공소외 1은 2011. 1. 1. 01:52경 피고인 1과 함께 서울 중구 황학동에 있는 기업은행 성동지점으로 돈을 찾으러 갔으나, 술에 취하여 몸을 가누지도 못한 채 도로와 은행 계단에서 두 번을 넘어져 왼쪽 눈 부위에 상처가 생겼고, 이와 같은 상황에서 피고인 1의 부축을 받으며 그곳 현금인출기에서 33만 원을 인출하였다.

피고인 1은 공소외 1과 다시 위 주점으로 돌아와서 공소외 1이 33만 원을 인출한 내역서를 보고 공소외 1의 계좌에 남아 있는 잔액이 약 2,000만 원 정도에 이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공소외 1으로부터 33만 원을 술값 등으로 지급받고 2011. 1. 1. 04:00경까지 공소외 1에게 양주, 소주, 맥주를 계속하여 마시도록 하였다. 공소외 1은 잠시 잠을 잔 후 07:00경에 일어나 다시 술을 마셨고, 이와 같이 계속된 음주로 인한 만취상태에서 입고 있던 옷에 소변을 보았다. 피고인 1은 이와 같이 만취상태에서 소변을 본 공소외 1의 옷을 갈아입혀 주었고, 그 후 다시 공소외 1이 옷에 소변을 보자 두 번째로 옷을 갈아입혀 주면서까지 계속하여 술을 마시게 하는 방법으로 공소외 1을 자신의 위 주점에 머무르게 하였다.

피고인 1은 2011. 1. 1. 02:46경 위와 같이 공소외 1이 술에 취해 잠이 든 틈을 타 공소외 1의 옷에서 위 수협 체크카드를 빼내 위 기업은행 성동지점으로 가 현금 100만 원을 인출하려고 시도하였으나, 그 전에 피고인 1도 알고 있던 비밀번호를 공소외 1이 변경하는 바람에 ‘카드 비밀번호 오류’를 이유로 현금인출이 거절되어 이를 인출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1. 피고인 1의 절도 범행

가. 2011. 1. 1. 12:05경 현금 100만 원 인출

피고인 1은 2011. 1. 1. 10:00경 위 주점에서 피고인 2에게 수차례 전화하여 ‘좋은 일이 있으니 가게로 와봐라’라고 말하였고, 피고인 2는 이와 같은 피고인 1의 전화를 받고 위 주점으로 찾아왔다. 피고인 1은 위 주점으로 온 피고인 2에게 공소외 1의 현금인출 내역서를 보여주며 ‘돈이 많은 손님인데 술값을 주지 않고, 나한테 비밀번호도 알려주지 않는다. 전에 알던 비밀번호는 바꾼 것 같다. 니가 비밀번호를 한 번 물어봐라’라고 말하였다. 이에 피고인 2는 공소외 1에게 ‘술값 계산해야 하지 않냐. 비밀번호를 가르쳐 달라’라고 수차례 요구하여 술에 취해 혼미한 상태에 있는 공소외 1으로부터 비밀번호를 알아내고 그 비밀번호를 피고인 1에게 알려주었다.

이에 피고인 1은 피고인 2로부터 전해들은 위 수협 체크카드의 비밀번호를 공소외 1에게 재차 확인한 후, 2011. 1. 1. 12:05경 이미 같은 날 02:46경 공소외 1으로부터 임의로 빼 가지고 있다가 테이블에 놓아두었으나 피해자가 만취하여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던 위 체크카드를 들고 나와 서울 중구 신당5동에 있는 피해자 새마을금고로 가서, 그곳에 설치된 현금지급기에 위 체크카드를 집어넣은 후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현금 100만 원을 인출하여 이를 절취하였다.

나. 2011. 1. 2. 10:17 주2) 경 현금 200만 원 인출

피고인 1은 2011. 1. 2. 10:17경 위 가.항과 같은 관리 상태에 있던 위 체크카드를 들고 나와 서울 중구 신당동에 있는 피해자 신한은행 신당동지점으로 가서, 그곳에 설치된 현금지급기에 위 체크카드를 집어넣은 후 위 가.항과 같이 알아낸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현금 200만 원을 인출하여 이를 절취하였다.

다. 2011. 1. 2. 18:46경 현금 100만 원 인출

피고인 1은 2011. 1. 2. 18:46경 위 가.항과 같은 관리 상태에 있던 위 체크카드를 들고 나와 위 신당5동에 있는 피해자 새마을금고로 가서, 그곳에 설치된 현금지급기에 위 체크카드를 집어넣은 후 위 가.항과 같이 알아낸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현금 100만 원을 인출하여 이를 절취하였다.

라. 2011. 1. 3. 11:56경 현금 100만 원 인출

피고인 1은 2011. 1. 3. 11:56경 위 가.항과 같은 관리 상태에 있던 위 체크카드를 들고 나와 위 신당5동에 있는 피해자 새마을금고로 가서, 그곳에 설치된 현금지급기에 위 체크카드를 집어넣은 후 위 가.항과 같이 알아낸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현금 100만 원을 인출하여 이를 절취하였다.

2. 피고인들의 공동 절도 범행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피고인 1은 2011. 1. 1. 17:14경 위 주점에서 피고인 2에게 위 1의 가.항과 같이 빼가지고 있던 공소외 1의 수협 체크카드를 건네주며 ‘가서 100만 원만 찾아와라, 찾아올 때 카드하고 인출 영수증을 잘 챙겨 와라’라고 말하고, 피고인 2는 이를 승낙하고 피고인 1로부터 위 체크카드를 건네받아 위 신당5동에 있는 피해자 새마을금고로 가 그곳에 설치된 현금지급기에 위 체크카드를 집어넣은 후 위 1의 가.항과 같이 알아낸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현금 100만 원을 인출하여 이를 절취하였다.

3. 피고인 1의 유기치사 범행

피고인 1은 공중접객업소인 주점의 사업자로서 이와 같이 주점을 운영하면서 주류의 판매로 인하여 소비자인 피해자 공소외 1(남, 49)에게 생명 또는 신체에 대한 위해가 발생하지 아니하도록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소비자기본법 제19조 제1항 주3) 의 책무가 있다. 또한 피고인 1은 피해자가 3일 동안이나 자신이 운영하는 주점에서 합계 양주 5병, 소주 8병, 맥주 30병의 술을 마셔 이미 2011. 1. 1.경부터 두 차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옷에 소변을 보는 등 만취한 상태에서 식사는 한 끼도 하지 않았고 영하의 추운 날씨에 소파에서 잠을 자면서 정신을 잃은 상태였으므로, 이러한 경우 피해자를 주점 내실로 옮기거나 인근에 있는 여관에 데려다 주어 쉬게 하거나 피해자의 지인 또는 경찰에 연락하는 등의 방법으로 피해자의 생명 또는 신체에 위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계약상 보호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피고인 1은 이와 같은 법적 내지 계약상 의무에 위반하여 2010. 12. 31. 23:00경 처음 피해자가 위 주점에 왔을 때부터 2011. 1. 3. 19:20경 실종 신고를 받은 경찰관들이 위 주점에서 피해자를 발견하고 119 신고를 하여 급히 병원으로 후송하기까지 약 68시간 동안 계속하여 위 주점에서 술을 마셔 만취 상태로 트레이닝복만 입고 이불이나 담요는 덮지 않은 채 양말까지 벗은 상태로 저체온증에 떨며 정신을 잃고 있던 피해자를 위 주점 소파에 그대로 유기하였다.

이로 인하여 피해자는 2011. 1. 3. 19:20경 국립중앙의료원으로 후송되어 치료를 받던 중 2011. 1. 4. 23:40경 위 병원 중환자실에서 저체온증 및 대사산증으로 사망하였다.

4. 피고인 1의 식품위생법 위반 범행

피고인 1은 2010. 11. 4.경부터 2011. 1. 4.경까지 서울 중구 신당5동 (지번 생략)에서 위 ‘ ○’ 주점을 운영하면서, 관할구청장에게 신고하지 아니한 채 위 장소에 식탁 2개, 의자 12개 및 조리기구 등을 설치하고 불특정 다수의 손님들을 상대로 양주, 커피 및 안주 등을 조리하여 판매함으로써 일반음식점 영업을 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들의 각 일부 주4) 법정진술

1. 증인 피고인 1, 2의 각 주5) 법정진술

1. 피고인들에 대한 각 일부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1. 공소외 2, 3, 4, 5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

1. 소견서, 수사보고(담당주치의 수사), 수사보고(피해자 부검, 의료차트 포함), 수사보고(건강보험공단 상대 피해자 개인현물 급여내역 및 최신자료), 수사보고(변사사건 기록), 수사보고(부검감정서 확인), 부검감정결과 회신의뢰 회보(원본)

1. 수사보고(미귀가자), 실종아동 등 가출인 발생 보고서, 수사보고(소재발견), 본건 관련 사진, 피해자 공소외 1의 통장 사본 등, 범행현장 내외부의 사진 등, 현금인출기 CCTV에 촬영된 피의자들의 모습과 인출내역, 피해자 통장거래내역, 가입자 인적사항 확인, 수사보고(문자메시지에 대한 수사), 피의자 피고인 1의 일수장부 사본, 수사보고(피의자 영업 형태에 대한 수사), 수사보고(날씨), 수사보고(통화내역 분석), 피의자 피고인 1의 통화내역, 실황조사서, 수사보고(방범용 CCTV 판독수사), 방범용 CCTV 녹화자료 사진, 수사보고( 피고인 1 동종전과 약식명령문 등), 수사보고(통신사실 확인자료), 단속경위서, 업소내 현장 사진, 수사보고(소재발견 경찰관 진술 청취), 피고인 1이 공소외 6에게 보낸 2011. 2. 2.자 자필편지 사본, 수사보고(2011. 6. 3.자), 각 사진, 업무협조의뢰, 현금자동출금기 거래명세표

1. 판시 전과 : 범죄경력조회, 수사보고( 피고인 1 동종 전과 약식명령문 등)

법령의 적용

1. 피고인 1

가.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⑴ 판시 제1의 각 점 : 각 형법 제329조 (징역형 선택)

⑵ 판시 제2의 점 : 형법 제329조 , 제30조 (징역형 선택)

⑶ 판시 제3의 점 : 형법 제275조 제1항 후문, 제271조 제1항 (유기징역형)

⑷ 판시 제4의 점 : 식품위생법 제97조 제1호 , 제37조 제4항 (징역형 선택)

나. 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 제50조 (형이 가장 무거운 판시 유기치사죄에 정한 형에 경합범가중)

2. 피고인 2

가.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형법 제329조 , 제30조 (징역형 선택)

나. 집행유예

피고인 1의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 1의 변호인은, 피고인 1의 유기치사죄에 관하여 당시 이 사건 주점 내 온방상태와 피해자 공소외 1이 보인 행동 등에서 피고인 1로서는 피해자가 음주로 인하여 잠을 자다가 그대로 사망할 것으로는 도저히 예상할 수 없었다는 취지로 피해자의 사망의 결과에 대한 예견가능성을 다투고 있다.

앞서 든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인 1은 피해자가 이미 자다가 옷을 입은 상태로 소변을 보았을 정도로 자신의 신체기능이나 생리작용을 전혀 조절할 수 없는 상태였음을 두 차례에 걸쳐 피해자의 옷을 갈아입히는 과정에서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보이는 점, ② 피해자가 이불이나 담요는 덮지 않고 양말도 벗은 채 자고 있었으며, 이러한 상황은 주점 내에 있었던 피고인 1이 수시로 목격할 수 있었다고 보이는 점, ③ 당시 피해자가 이 사건 주점에 머물었던 2010. 12. 31.부터 2011. 1. 3.까지는 이상한파(이상한파)가 엄습하여 기온이 영하 10도 안팎까지 급강하였던 점 주6) , ④ 이 사건 주점 내에는 온열기 등 난방기구가 2대 정도 있었으나 난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다량의 음주로 인하여 만취상태에 있던 피해자가 쉽사리 잠에서 깨어나 스스로 방한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는 어려우리라는 것은 다년간 주점을 운영하여 온 피고인 1도 충분히 인식하거나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보이는 점, ⑤ 피해자가 당시 마신 술의 양은 양주 5병, 소주 8병, 맥주 30병 정도로 그 자체로 비정상적인데, 피고인 1은 당시 피해자를 부추겨 멈추지 않고 계속하여 술을 마시도록 한 것으로 보이며, 그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제대로 식사도 제공하지 않은 점 주7) , ⑥ 다량의 음주 후에 추운 곳에서 장시간 방치되는 경우 신체에 대한 위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상식에 속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 1로서는 당시 피해자가 잘못되면 사망할 수도 있다는 사정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 피고인 1의 변호인의 위와 같은 예견가능성에 관한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양형의 이유

1. 피고인 1

피고인 1은 이전에 주점을 운영하면서 불법적인 수단으로 술에 취한 고객들의 금품을 취하여 수차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다시금 이 사건 범행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해자로 하여금 과도한 음주로 정신을 잃게 하고 그 과정에서 금품을 절취하였으며 술에 만취된 피해자를 방치하여 결국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하였다. 그럼에도 피고인 1은 여전히 불합리한 변명으로 타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자신의 잘못에 대한 진지한 반성의 빛을 보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피고인 1에게는 그 죄책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

그 밖에 피고인 1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와 수단,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요소를 참작하여 피고인 1에 대한 형을 정하기로 한다.

2. 피고인 2

피고인 2는 이 사건 범행 중 일부 절도의 점에만 가담하여 그 죄책이 경미하고, 당시 상황의 명확한 인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피고인 1의 부탁에 따라 행동한 것으로 보이는 점, 그 밖에 피고인 2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와 수단,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요소를 참작하여 피고인 2에 대한 형을 정하기로 한다.

무죄부분

1. 피고인들에 대한 준사기의 점

가. 주위적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1은 2011. 1. 1. 10:00경 위 주점에서 피고인 2에게 수차례 전화하여 “좋은 일이 있으니 가게로 와봐라”라고 말하고, 피고인 1의 연락을 받은 피고인 2가 위 주점으로 오자 피고인 1은 피고인 2에게 피해자 공소외 1의 현금 인출 내역서를 보여주며 “돈이 많은 손님인데 술값을 주지 않고, 나한테 비밀번호도 알려주지 않는다. 전에 알던 비밀번호는 바꾼 것 같다. 니가 비밀번호를 한 번 물어봐라”라고 하고, 피고인 2는 피고인 1의 말을 듣고 피해자에게 “술값 계산해야 하지 않느냐. 비밀번호를 알려 줘라”라고 수차례 요구하여 술에 취해 혼미한 상태에 있는 피해자로부터 비밀번호를 알아내고 피고인 1에게 알려주었다.

피고인 1은 피고인 2로부터 들은 피해자 계좌의 비밀번호를 피해자에게 재차 확인한 후 피해자로부터 체크카드를 교부받아, 잠이 든 피해자를 주점에 두고 직접 2011. 1. 1. 12:05경 서울 중구 신당5동 새마을금고 현금지급기로 가서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100만 원을 인출하였고, 위 주점에서 기다리고 있던 피고인 2는 피고인 1로부터 수고비 명목으로 10만 원을 받았다.

그 후 피고인들은 자고 있는 피해자를 주점에 그대로 둔 채 근처 찜질방에 다녀온 후, 피고인 1은 위와 같은 방법으로 피해자로부터 체크카드를 교부받아 피고인 2에게 100만 원을 찾아오라고 하였고, 피고인 2는 2011. 1. 1. 17:14경 위 새마을금고 현금지급기에서 위와 같이 알아낸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100만 원을 인출하여 피고인 1에게 건네주었고, 피고인 1로부터 수고비 명목으로 15만 원을 받았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술에 만취하여 심신장애에 빠져 있는 피해자의 상태를 이용하여 술값 명목으로 합계 200만 원을 교부받아 취득하였다.

나. 판단

형법 제348조 의 준사기죄는 사람의 심신장애의 상태 등을 이용한 유혹행위에 의하여 피해자가 재물의 교부 기타 재산상 처분행위를 하여 그 결과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함에 의하여 성립한다.

따라서 피해자가 2011. 1. 1. 두 차례에 걸쳐 피고인 1에게 위 수협 체크카드를 교부하는 행위가 있었는지에 관하여 보면, 이에 부합하는 듯한 피고인 1의 수사기관 및 이 법정에서의 진술은 당시 피해자의 과도한 음주량과 피해자가 소변도 제대로 가리지 못하던 상태에 비추어 믿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다만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피해자는 2011. 1. 1. 두 차례에 걸쳐 피고인 1이 피해자가 술을 마시던 테이블의 위에 놓여 있던 위 수협 체크카드를 가지고 갈 무렵에는 이미 만취하여 이를 방치하고 있었던 것으로 인정된다.

따라서 피해자의 처분행위가 있었음에 관한 검사의 증명이 없는 이상 이를 전제로 하는 준사기죄는 성립할 여지가 없고, 결국 이 부분 주위적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하여야 하나, 예비적 공소사실인 주8) 절도죄 를 유죄로 인정한 이상 따로 주문에서 무죄를 선고하지 않는다.

2. 피고인 1에 대한 강도치사의 점

가. 주위적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1은 피해자 공소외 1의 체크카드 비밀번호를 알아낸 것을 기화로 계속하여 피해자에게 술을 마시게 하여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고 피해자의 계좌에 들어 있던 잔액을 강취할 것을 마음먹고, 2011. 1. 1. 저녁 무렵에 이미 양주 2병, 소주 5병, 맥주 10여병 등을 마셔서 위와 같이 만취하여 심신장애에 빠져 있는 피해자에게 계속하여 양주, 소주, 맥주를 마시게 하여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 하게 한 후, 정신을 잃고 있던 피해자의 체크카드를 가지고 가서 2011. 1. 2. 10:17경 서울 중구 신당동에 있는 신한은행 현금지급기에서 200만 원을 인출하고, 그 후 계속하여 피해자에게 술을 마시게 하고 같은 방법으로 2011. 1. 2. 18:46경 서울 중구 신당5동에 있는 새마을금고 현금지급기에서 100만 원을 인출하고, 그 후에도 계속하여 피해자에게 술을 마시게 하고 같은 방법으로 2011. 1. 3. 11:56경 위 새마을금고 현금지급기에서 100만 원을 인출하였다.

이와 같이 피고인 1은 피해자에 대한 실종 신고를 받은 경찰관들이 위 주점의 소파에서 만취하여 트레이닝복만 입고 이불이나 담요는 덮지 않은 채 양말은 벗은 상태로 저체온증에 떨고 있는 피해자를 발견하고 119 신고를 하여 병원으로 후송하기까지 약 68시간(2010. 12. 31. 23:00경부터 2011. 1. 3. 19:00경) 동안 계속하여 피해자에게 과도한 술을 마시게 하여(약 양주 5병, 소주 10병, 맥주 30병)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한 후 합계 400만 원을 강취하고, 이처럼 3일에 걸쳐서 피해자에게 술만 마시게 하고, 식사는 한 끼도 하지 않도록 한 상태에서 영하의 추운 날씨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주점 소파에서 잠을 자고 정신을 잃도록 방치하였다.

피고인 1은 그로 인하여 2011. 1. 3. 19:00경 국립중앙의료원으로 후송되어 치료를 받던 피해자가 2011. 1. 4. 23:40경 위 병원 중환자실에서 과다한 음주 등으로 인한 저체온증 및 대사산증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나. 판단

강도죄에 있어서 폭행과 협박의 정도는 사회통념상 객관적으로 상대방의 반항을 억압하거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할 정도의 것이라야 한다( 대법원 2001. 3. 23. 선고 2001도359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사람에게 마취약이나 수면제를 복용하게 하거나 술의 종류를 속여 비자발적으로 주량을 초과하는 음주를 하게 하여 혼취상태에 빠진 사람의 재물을 빼앗는 경우에 그 수단은 강도죄에서 요구하는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는 정도의 폭행에 해당할 수 있다( 대법원 1979. 9. 25. 선고 79도1735 판결 참조) 주9) .

그러나 폭행은 사람의 신체에 대한 불법한 공격 내지 피해자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의 행사이어야 하므로, 비록 상대방의 금품을 노려 그를 만취상태에 빠뜨려 정신을 잃게 할 의도로서 음주를 부추기고 이에 호응한 상대방이 계속된 음주로 평소 주량을 초과함으로써 정신을 잃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에게 완력에 의하여 술을 강제로 마시게 하지 않은 이상 위와 같은 행위만으로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는 불법한 유형력의 행사로서 강도죄에 있어서 폭행에 해당한다고는 볼 수 없다.

이 사건에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 1이 피해자에게 술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마취약이나 수면제를 복용하게 하거나 술의 종류를 속여 비자발적으로 피해자가 주량을 초과하는 음주를 하게 하였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이와 같이 피해자의 음주 과정에서 강도죄에서 요구되는 폭행이 있었음을 인정할 수 없는 이상, 이를 전제로 하는 강도치사의 죄책을 피고인 1에게 물을 수는 없다.

결국 이 부분 주위적 공소사실도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 1에게 무죄를 선고하여야 하나, 예비적 공소사실인 절도죄 및 주10) 유기치사죄 를 유죄로 인정한 이상 역시 따로 주문에서 무죄를 선고하지 않는다.

판사 이원범(재판장) 배상원 류희상

주1) 2011. 6. 3.자 수사보고(증거목록 순번 92-1번)

주2) 예비적 공소사실에 관한 공소장에는 ‘12:03경’이라고 기재되어 있으나, 오기로 보인다.

주3) 소비자기본법 제19조(사업자의 책무) ① 사업자는 물품 등으로 인하여 소비자에게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대한 위해가 발생하지 아니하도록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한다.

주4) 피고인 1의 진술 중 ① 피고인 1이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피해자가 마신 술의 양, ② 공소외 1 명의의 예금 인출내역, 공소외 1 내지 피고인 2와의 통화내역 등 객관적 자료를 통하여 확인되는 사실, ③ 공소외 1이 수협 체크카드의 비밀번호를 알려준 것 등 피고인 2를 통하여 확인되는 사실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위 각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사실관계에 비추어 믿기 어렵다.

주5) 피고인들은 서로 상대방의 범행에 관하여 증인으로서 조사되었다.

주6) 수사보고(날씨)(수사기록 248쪽)

주7) 비록 밥을 먹지 않는 것은 먹지 않는 사람의 자유이고, 술을 마시는 것도 마시는 사람의 선택이라 할 것이나, 그렇다 하더라도 이 사건에서 피해자가 피고인 1의 아무런 개입 없이 순수한 자의로 위와 같은 비정상적인 양의 술을 3일 동안 밥도 먹지 않은 채 계속 마셨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주8) 판시 제1의 가.항, 제2항의 각 절도죄(다만, 피고인 2는 판시 제2항의 절도죄에 한함)

주9) 판결요지 : “아리반” (신경안정제) 4알을 탄 우유나 사와가 들어 있는 갑을 휴대하고 다니다가 사람에게 마시게 하여 졸음에 빠지게하고 그 틈에 그 사람의 돈이나 물건을 빼앗은 경우에 그 수단은 강도죄에서 요구하는 남의 항거를 억압할 정도의 폭행에 해당된다.

주10) 판시 제1의 나.항, 다.항, 라.항의 각 절도죄 및 유기치사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