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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5. 12. 5. 선고 94다43351 판결

[해고무효확인][공1996.1.15.(2),179]

판시사항

[1] 지역의료보험조합 운영규정에 따라 직위해제 처분 후 3월이 경과하도록 직위를 부여받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당연퇴직 처리함에 있어서도 근로기준법의 제한을 받는지 여부

[2] [1]항의 직위해제 처분이 정당한 경우, 그 처분에 이은 당연퇴직 처리가 인사권 내지 징계권의 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

판결요지

[1] 근로자가 지역의료보험조합의 운영규정에 정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하여 직위해제 처분을 받은 다음 그 후 3월이 경과하도록 직위를 부여받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같은 운영규정에 근거하여 당연퇴직 처리가 이루어진 것이라면, 이와 같은 직위해제 처분에 이은 당연퇴직 처리는 이를 일체로서 관찰할 때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따라 근로계약 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으로서 실질상 해고에 해당하고, 따라서 그 처분에 있어서는 근로기준법에 의한 제한을 받는다.

[2] 지역의료보험조합 운영규정에 의한 직위해제 처분과 당연퇴직 처리의 관계를 살펴보면, 그 운영규정상 직위해제 처분을 받은 자는 직위해제 처분 자체의 효력에 의하여 일정한 조건하에 당연퇴직 처리를 당할 수 있는 상당한 개연성을 가지게 되고, 반면 당연퇴직 처리는 직위해제 후 3월간 직위를 부여받음이 없이 직위해제 상태가 계속됨으로 인하여 이루어지는 처분이므로, 일단 직위해제 처분이 정당하게 내려진 경우라면 그 후 3월의 기간 동안 직무수행 능력의 회복이나 근무태도 개선 등 직위해제 사유가 소멸되어 마땅히 직위를 부여하여야 할 사정이 있음에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직위를 부여하지 아니하는 등의 경우가 아닌 한, 당연퇴직 처리 그 자체가 인사권 내지 징계권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원고,피상고인

원고 1외 1인 (원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준곤 외 2인)

피고,상고인

대구직할시 중구의료보험조합 (소송대리인 동양종합법무법인 담당변호사 김성기 외 4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이 인정한 사실의 요지

원고들은 피고 조합의 사무원이면서 동시에 원고 2은 대구지역 의료보험노동조합(이하 대구지역노조라 한다) 부장, 원고 1은 대구지역노조 지부장으로서, 1990. 5. 8. 개최된 전국의료보험노동조합 위원장단 회의에서 1990년도 보건사회부의 의료보험조합 직원에 대한 시간외근무수당 감축 및 1989. 12.분 급식비 환수 방침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전국 지역의료보험 노동조합원들이 1990. 5. 23. 집단 월차휴가를 실시하기로 하는 내용의 결의를 하였고, 대구지역노조에서도 1990. 5. 22. 원고들을 포함한 지역노조 부장들과 산하 각 지부장들이 참석한 대책회의에서 이에 동참하기로 결의하였던바, 이 사실을 알게 된 피고 조합은 집단 월차휴가는 업무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위법행위이므로 승인할 수 없으며 이를 강행하는 조합원은 의법조치할 것을 통고하였음에도, 원고들과 대구지역노조 부장 소외 1은 조합원들에게 집단 월차휴가에 참가할 것을 독려함으로써 피고 조합의 조합원 45명 중 40명이 휴가원을 제출하고 다음날 출근하지 아니한 채 시내 화원유원지에 집결하게 하여 피고 조합의 업무처리에 지장을 초래하였다.

당시의 피고 조합 운영규정 제40조는 직원의 일반적 의무로서 의료보험에 관한 제 규정을 준수하고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되 직무수행에 있어서 소속 상관의 직무상의 명령에 복종하여야 하며 근무시간 중 정당한 사유나 소속 상관의 허가 없이 근무지를 이탈하거나 피보험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집단행위를 금하고 있고, 또 제35조 제1항은 대표이사는 직무수행 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성적이 불량한 자 또는 근무태도가 심히 불성실한 자(제1호), 징계의결이 요구중인 자(제2호).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자(제3호)에 대하여는 인사위원회 의결을 거쳐 직위를 부여하지 아니할 수 있다. 제2항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직위를 부여하지 아니한 경우에 그 사유가 소멸된 때에는 지체 없이 직위를 부여하여야 한다. 제3항은 제1항 제1호의 규정에 의하여 직위해제된 자는 직위해제된 날로부터 3월이 경과하여도 직위를 부여받지 못하였을 때에는 당연퇴직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는바, 피고 조합은 1990. 5. 28. 인사위원회를 열어 원고들과 위 소외 1은 운영규정 제40조에 정한 소속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불복종, 무단 근무지 이탈, 피보험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집단행위를 함으로써 운영규정 제35조 제1항 제1호의 근무태도가 심히 불성실한 자에 해당한다고 하여 그들에게 각 직위해제 처분을 하였다.

대구지방노동위원회는 1990. 7. 30. 원고들과 위 소외 1에게 직위해제자는 그 간의 직위해제를 인정하고 운영규정을 준수하도록 노력하며 피고 조합은 직위해제자에게 원래의 직위를 부여하기로 하는 화해조건을 제시하였던바, 위 소외 1은 이를 받아들인 반면 원고들은 이를 거부하고 이미 제기한 직위해제 처분에 대한 무효확인 소송의 취하 요구에 응하지 아니하므로, 피고 조합은 위 소외 1에게는 직위를 부여하였으나 원고들에게는 직위를 부여하지 아니하였고, 1990. 8. 27. 열린 인사위원회에서도 원고들이 계속 화해에 불응하고 위 소송도 취하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위 운영규정 제35조 제3항에 따라 원고들을 당연퇴직처리할 것을 의결한 다음 1990. 8. 28. 그 사실을 통고하였다.

한편 피고 조합은 1991. 4. 4. 운영규정 제35조 제3항을 개정하여 직위해제된 자에 대하여는 3개월 이내의 기간 대기를 명하고 능력 회복이나 태도 개선을 위한 교육훈련 또는 특별한 연구과제의 부여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하도록 하였고, 제33조 제6호에서 직위해제 중인 자가 그 기간이 경과하여도 능력의 향상 또는 개전의 정이 없다고 인정된 때에는 인사위원회의 동의를 얻어 직권면직할 수 있다는 내용을 신설하였으며, 원고들이 제기한 위 직위해제처분 무효확인 소송은 대법원의 최종 판결에 의하여 그 처분이 적법하다고 하여 기각되었다.

2. 원심판단의 요지

원심은 위 인정 사실에 의하여, 피고 조합이 근로자에게 직위해제 처분을 한 다음 직위를 부여하지 아니하여 당연퇴직 처리하는 것은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따라 근로계약을 종료시키는 해고의 일종이라 할 것이므로, 당연퇴직 처리를 함에 있어서는 피고 조합이 정한 사유와 절차에 따라야 하고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 에서 정한 해고의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할 것인데, 이 사건에서 원고들에 대한 직위해제 처분에 이어 직위를 부여하지 아니하고 당연퇴직 처리한 조치의 당부를 살펴볼 때, 직위해제 처분은 그 자체가 독립한 징계 종류의 하나라기보다는 해고의 일종인 면직처리 절차에 선행되는 처분이고, 그 목적이 흐트러진 근로관계의 질서를 회복하고 직위해제 기간 동안에 사용자와 근로자가 합심하여 직위해제를 유발한 사유를 해소시켜 정상적인 근로관계로 복귀하게 하는 데 있다 할 것이므로 이러한 취지로 사후에 개정된 위 운영규정 제35조 제3항의 내용은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 에 규정한 정당한 사유의 내재적 기준을 구체화한 것이라 할 것이며, 그 밖에 직위해제 사유의 경중, 직위해제 기간 중의 근로자의 태도, 직위부여를 하지 아니하는 사유의 타당성 등도 면직처리의 정당성 여부의 판단기준이 된다고 전제하고, 피고 조합은 원고들이 직위해제의 정당 여부를 다투는 소송을 취하하지 아니한다는 사유로 면직처리를 하였을 뿐이며, 그 밖에 정상적인 근로관계에로의 복귀를 위한 교육훈련이나 특별연구과제의 부여 등의 조치를 취한 사실을 찾아볼 수 없는 점에다가, 원고들의 이 사건 집단휴가 행위에 관한 원심 설시의 사정을 참작하고 피고 조합측이 원고들에 대하여 직위해제 처분의 정당성 인정 및 그 소송의 취하를 직위부여의 조건으로 내걸고 그에 대한 거부행위를 반성 여부에 관한 판단 자료로 삼는다거나 운영규정을 준수하겠다는 의사표명을 직위부여의 조건으로 제시한 것은 부당한 점 등에 의하여 판단하면, 피고 조합이 원고들에게 직위부여를 하지 아니한 것은 징계권의 남용이라 할 것이고, 따라서 피고 조합의 원고들에 대한 직위부여 거부 및 면직처리는 근로기준법에 정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원고들에 대한 피고 조합의 이 사건 면직처리는 무효라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3. 이 법원의 판단

이 사건에서 원고들이 그 무효를 다투고 있는 당연퇴직 처리는 원고들이 피고 조합의 운영규정 제35조 제1항 제1호에 정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하여 직위해제 처분을 받은 다음, 그 후 3월이 경과하도록 직위를 부여받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같은 조 제3항에 근거하여 이루어진 것인바, 이와 같은 직위해제 처분에 이은 당연퇴직 처리는 이를 일체로서 관찰할 때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따라 근로계약 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으로서 실질상 해고에 해당하고, 따라서 그 처분에 있어서는 근로기준법에 의한 제한을 받는다 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 직위해제 처분과 당연퇴직 처리의 관계를 살펴보면, 피고 조합의 운영규정상 직위해제 처분을 받은 자는 직위해제 처분 자체의 효력에 의하여 일정한 조건하에 당연퇴직 처리를 당할 수 있는 상당한 개연성을 가지게 되고, 반면 당연퇴직 처리는 직위해제 후 3월간 직위를 부여받음이 없이 직위해제 상태가 계속됨으로 인하여 이루어지는 처분이므로, 일단 직위해제 처분이 정당하게 내려진 경우라면 그 후 3월의 기간 동안 직무수행능력의 회복이나 근무태도 개선 등 직위해제 사유가 소멸되어 마땅히 직위를 부여하여야 할 사정이 있음에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직위를 부여하지 아니하는 등의 경우가 아닌 한 당연퇴직 처리 그 자체가 인사권 내지 징계권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다.

이 사건에 있어서, 원고들이 집단 월차휴가를 주도한 행위는 불법쟁의 행위로서 그 비위의 정도가 중하여 이로 인한 직위해제 처분은 정당한 것임은 이미 판결에 의하여 확정된 바 있고, 따라서 피고 조합이 원고들에게 직위해제 처분을 인정하고 소송을 취하하면 직위를 부여하겠다는 화해조건을 제시하였음에도 원고들이 이를 거부한 것으로 미루어 근무태도가 개선되지 아니하였다고 보고 직위를 부여하지 아니한 것이 부당하다고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달리 위 3월의 기간 동안 원고들에게 직위해제 사유의 소멸 등 직위를 부여하였어야 할 사정이 있었다고 볼 자료를 기록상 발견할 수 없으며, 피고 조합이 직위해제자에게 교육훈련 등의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는 규정은 이 사건 이후에 개정된 운영규정에 비로소 도입된 것으로서 그 이행 여부는 이 사건 당연퇴직 처리의 위법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자료로서는 적절하지 아니하다 할 것이므로, 원심이 든 사정만으로는 원고들을 당연퇴직 처리한 피고 조합의 조치가 인사권 내지 징계권의 남용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당연퇴직 처리가 무효라고 판단한 것은 직위해제로 인한 당연퇴직의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한 것이라 하겠으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가 있다.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경송(재판장) 지창권 신성택(주심)

심급 사건
-대구고등법원 1994.7.7.선고 93나4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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