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유기][미간행]
피고인
문상식(기소, 공판)
법무법인 백제종합법률사무소 외 4인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1. 공소사실
가. 피고인의 신분 및 직무
피고인은 2010. 6. 3. 제14대 전라북도 교육감 선거에서 당선된 다음 2010. 7. 1.부터 전라북도 교육감으로 취임하여 근무 중이다.
피고인은 전라북도 교육청 소속 국가공무원과 지방공무원의 인사관리에 관한 사항을 포함하여 전라북도의 교육·학예에 관한 사무를 총괄하고 국가행정사무 중 전라북도의 교육·학예에 관한 사무를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라 한다) 장관으로부터 위임받아 집행하며, 특히 전라북도 교육청 소속 공무원의 임용권자로서 전라북도 교육공무원 일반징계위원회의 소속 공무원에 대한 징계의결에 따른 처분 등 징계에 관한 사항을 처리한다.
나. 피고인의 직무유기
○○○○고등학교 소속 교사 공소외 2, △△중학교 소속 교사 공소외 3, □□중학교 소속 교사 공소외 4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라 함) 소속 교사들(이하 ‘관련 교사들’이라 함)로 전교조에서 주도한 2009. 6. 18.자 ‘교사 시국선언’ 및 2009. 7. 19.자 ‘민주주의 수호 교사선언’과 관련하여 전라북도 내 교사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주도한 바 있다.
이에 전 전라북도 교육감 공소외 1은 2009. 9. 29. 전라북도 교육공무원 일반징계위원회에 관련 교사들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집단행위의 금지), 제56조 (성실의무), 제63조 (품위유지의무), 교원의 노동조합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3조 (정치활동의 금지) 등 위반을 이유로 교육공무원법에 따라 중징계 의결을 요구하였다.
위 일반징계위원회는 위 요구에 따라 관련 교사들에 대해서 징계 절차를 진행하여 2009. 12. 23. 위 공소외 2에 대해서는 ‘해임’ 징계를, 위 공소외 3, 4에 대해서는 각 ‘정직 1월’의 징계를 각각 의결한 다음, 2010. 1. 6. 전 전라북도 교육감 공소외 1에게 위 징계 의결 내용이 기재된 징계의결서를 보냈다.
위 각 징계 의결의 집행은 교육공무원징계령 제17조 제1항 에 따라 징계처분권자인 전라북도 교육감이 위 징계의결서를 송부받은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이를 하여야 한다. 한편 관련 교사들에 대한 징계 의결을 요구한 전라북도 교육감은 국가공무원법 제82조 제2항 에 의해 위 일반징계위원회의 징계 의결이 가볍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만 그 징계 집행을 하기 전에 직급 상급기관에 설치된 징계위원회에 심사나 재심사를 청구할 수 있을 뿐 위 징계 의결을 취소하거나 위 징계 의결이 중하다고 판단하고 가볍게 의결하여 달라고 심사나 재심사를 청구하거나 위 징계 의결을 집행하지 아니하거나 유보할 법적 권한이 전혀 없다.
그러나 전 전라북도 교육감 공소외 1은 전주지방법원 제1심 재판부에서 2010. 1. 19. 관련 교사들의 위 2009. 6. 18.자 ‘교사 시국선언’ 관련 국가공무원법위반 형사사건에 대해서 무죄를 주1) 선고 하자 관련 교사들에 대한 위 각 징계 의결을 집행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피고인이 2010. 7. 1. 제14대 전라북도 교육감으로 취임하여 근무를 시작함과 동시에 전 전라북도 교육감 공소외 1로부터 전라북도 교육감의 각종 업무를 인계받음으로써 피고인에게는 즉시 위 각 징계 의결을 집행하여야 할 직무상 의무가 발생하였다.
한편 전주지방법원 항소심 재판부는 2010. 7. 16. 관련 교사들의 위 2009. 6. 18.자 ‘교사 시국선언’ 관련 국가공무원법위반 형사사건에 대한 제1심 재판부의 무죄 선고를 파기하고 유죄를 인정한 다음 관련 피고인들에 대해서 각 벌금 50만 원을 각각 선고하였다 주2) . 그리고 2009. 7. 19.자 ‘민주주의 수호 교사선언’ 관련해서도 전주지방법원 제1심 재판부에서 2010. 12. 21. 관련 교사들의 국가공무원법위반 형사사건에 대해 각각 유죄를 인정한 다음 위 공소외 2에 대해서는 벌금 100만 원을, 위 공소외 3, 4에 대해서는 각 벌금 50만 원을 선고하였다 주3) .
그럼에도 피고인이 위 각 징계 의결을 집행하지 아니하자 교과부 장관이 피고인에게 2010. 9. 13. ‘시국선언 주도 교사에 대한 징계 법령상 처분의무 이행 요청’ 공문을 보냈고 2010. 12. 8. ‘시국선언 주도 교사 징계의결에 따른 징계처분 이행 촉구’ 공문을 보냈으나 피고인은 계속해서 위 각 징계 의결을 집행하지 않았다.
급기야 교과부 장관이 2011. 3. 15. 피고인에게 ‘전교조가 주도한 시국선언 관련하여 전라북도교육청 징계위원회가 2009. 12. 23. 관련 교사들에 대해 징계를 의결하여 2010. 1. 6. 징계의결서를 통보하였으므로 교육공무원징계령 제17조 에 따라 징계의결서를 송부받은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징계를 집행할 의무가 발생하였으나 징계집행 시한이 1년이 지나도록 이 의무를 집행하지 않고 있다. 이에 지방자치법 제170조 에 의거하여 징계위원회의 징계의결에 따른 징계를 집행하도록 직무이행명령을 하니 2011. 4. 15.까지 징계를 집행하고 그 결과를 보고하여 주기 바란다’는 취지의 직무이행명령을 발령하였다. 그러자 피고인은 2011. 4. 15. 교과부 장관에게 ‘관련 형사 사건에 대해서 1심 법원과 2심 법원이 상반된 판결을 선고하고 있는 상황, 국가의 국민의 기본권 보장 의무, 무죄추정의 원칙, 과잉금지의 원칙 등을 고려할 때 관련 교사들에 대한 징계처분권을 즉시 이행하지 않을 수 있는 상당한 이유가 있으므로 대법원의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관련 교사들에 대한 징계처분권의 행사를 유보할 것이고, 교과부 장관의 직무이행명령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불복 취지의 ‘전교조 시국선언 관련 징계처분에 대한 직무이행명령에 대한 의견 제출’ 공문을 보냈다.
교과부 장관이 2011. 5. 11. 재차 피고인에게 ‘전교조 시국선언 관련 직무이행명령 이행 촉구’ 공문을 보냈으나 피고인은 2011. 5. 31. 교과부 장관에게 위 불복 취지와 동일한 ‘전교조 시국선언 관련 직무이행명령 이행 촉구에 대한 의견 제출’ 공문을 송부한 다음 공소제기일 현재까지 위 각 징계 의결을 집행하지 않고 있다.
이로써 피고인은 전라북도 교육감으로서 관련 교사들에 대한 위 각 징계 의결을 교육감 취임 이후 즉시 집행했어야 함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집행하지 않음으로써 그 직무를 유기하였다.
2. 양측 주장의 정리
검찰이 이 사건 공소사실이 유죄라고 보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즉, ① 피고인은 2010. 7. 1. 제14대 전북 교육감으로 취임함과 동시에 전임 전북 교육감인 공소외 1의 법적 권한과 의무를 동시에 인수하였으므로 관련 교사들에 대한 징계의결을 집행하여야 할 구체적인 의무도 인수하였다. ② 교육공무원법 제30조 는 교사들에 대한 임용권은 원래 교과부 장관에게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교육공무원법 제33조 및 교육공무원임용령 제3조 는 교사들에 대한 임용권을 교육감에게 위임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법 규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징계집행사무는 자치사무가 아니라 기관위임사무에 해당한다(이 부분 주장은 징계집행사무의 성격을 기관위임사무라고 할 경우 교육감인 피고인에게 징계집행과 관련하여 재량권이 인정될 여지가 줄어든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으로 이해된다). ③ 교육공무원법이나 교육공무원징계령에서 징계 의뢰에 관하여 규정하면서 ‘징계사유에 해당’, ‘상당한 이유’ 등의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것과 달리 교육공무원징계령 제17조 는 ‘징계처분권자는 징계의결서를 받은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이를 집행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 징계집행사무에 재량을 인정하고 있지 않고 피고인을 포함하여 공무원에 대한 징계처분권자는 국가공무원법 제82조 제2항 에 의하여 징계위원회의 의결이 가볍다고 인정하는 경우 외에 재심사를 요청할 수 있는 근거법령도 없으므로, 피고인에게 징계의결을 집행하지 않거나 이를 장기간 유보할 수 있는 권한이 인정되지 않는다. ④ 피고인은 자의적·주관적인 가치판단에 따라 교과부의 수 회에 걸친 징계의결 집행 이행 촉구에 불복하고 교과부 장관의 직무이행명령에 대하여 거부 의사를 표함으로써 징계집행과 관련한 직무를 의식적으로 방임하였다. ⑤ 피고인의 징계집행 유보로 인하여 인사권자의 자의적 징계운영을 견제하고 공정한 징계운영을 도모하고자 하는 관련 법령의 취지가 몰각되었고 공무원 사회의 질서 유지 및 기강 숙정을 통한 교육현장의 안정성 확보라는 국가의 기능이 저해되었으며, 징계의결까지 받은 해당 교사들이 수업에 참석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학생의 학습권과 학부모의 교육권이 침해되었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과 변호인들은, 징계집행 시기를 규정한 교육공무원징계령 제17조 는 훈시규정이어서 피고인에게 징계집행 시기에 관한 재량과 판단의 여지가 있고, 관련 교사들에 대한 관련 형사사건 1심에서 무죄 판결이 선고되었으므로 피고인은 사법부의 최종적인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관련 교사들에 대한 징계집행을 유보할 정당한 이유가 있었으며, 직무를 종국적으로 포기한 것이 아니라 대법원 판결 시까지 유보한 것에 불과하여 유기에 해당하지 않거나 유기의 고의가 없어 직무유기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과 양측의 주장을 통해 다투어지는 부분을 정리하면, ① 교육공무원징계령 제17조 에서 징계처분권자는 징계위원회의 징계의결을 받은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집행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징계처분권자가 징계의결 집행의 시기를 결정(유보)할 재량을 가지는지, ② 징계처분권자에게 징계집행 시기 결정의 재량이 인정된다면 관련 교사들에 대한 형사사건 대법원 판결 시까지 징계의결의 집행을 유보한 것이 재량권의 정당한 행사 범위 내에 있다고 볼 수 있는지, ③ 징계처분권자에게 시기 결정의 재량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사유로 징계집행을 유보한 것이 직무의 의식적인 방임 내지 포기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3. 판 단
다. 관련 법리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에 이르러야 하므로 검사의 입증이 그러한 정도에 충분히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비록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6. 4. 27. 선고 2006도735 판결 참조).
한편 형법 제122조 의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직무를 유기한 때’라 함은 정당한 사유 없이 의식적으로 직무를 포기하거나 직무 또는 직장을 이탈하는 것을 말하고 공무원이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태만 또는 착각 등으로 이를 성실하게 수행하지 아니한 경우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1991. 6. 11. 선고 91도96 판결 등 참조). 즉, 직무유기죄는 구체적으로 그 직무를 수행하여야 할 작위의무가 있음에도 그러한 직무를 저버린다는 인식하에 작위의무를 수행하지 아니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고, 그 직무를 유기한 때라고 함은 공무원이 법령, 내규 등에 의한 추상적인 충근의무를 게을리하는 일체의 경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직장의 무단이탈, 직무의 의식적인 포기 등과 같이 그것이 국가의 기능을 저해하며 국민에게 피해를 일으킬 구체적 위험성이 있고 불법과 책임 비난의 정도가 높은 법익침해의 경우에 한정되어 성립하는 것이다( 대법원 2009. 3. 26. 선고 2007도7725 판결 , 대법원 2005. 5. 12. 선고 2003도4331 판결 등 참조). 더욱이 직무유기죄의 입법목적은 공무원의 직무성실성을 관철함으로써 국가의 기능을 보호하는 데 있는데, 일반적으로 공무원이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하여 직무를 게을리할 경우 징계조치로도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점, ‘ 형법 제122조 위헌소원’ 사건( 헌법재판소 2005. 9. 29. 선고 2003헌바52 전원재판부 )에서 형법 제122조 (직무유기죄)에 관하여 합헌결정이 있었으나 동 결정에서는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된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고 국가형벌권 행사의 남용이라는 이유로 위헌이라는 소수의견이 있었던 점, 입법론적으로 직무유기죄가 특별권력관계에 기인한 행정법상의 징계 정도에 불과한 행위를 형법에 도입한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의무이행확보의 수단으로 형벌을 부과할 것인지는 신중히 판단하여야 하고, 특히 직무유기죄를 통해 피고인과 같이 지방교육자치선거를 통해 주민 직선으로 선출된 공무원의 권한 통제를 쉽게 인정하게 되면 형벌권의 행정권에의 과도한 개입 및 남용 문제를 일으킬 수 있고 지방자치와 민주주의를 위축시키고 사회 내 새로운 갈등을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직무유기죄의 의율 여부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라. 구체적 판단
① 먼저, 피고인이 징계의결 집행의무를 부담하는지를 보건대, 2010. 1. 6. 관련 교사들에 대한 징계의결서가 직전 교육감 공소외 1에게 송부되었으나 형사사건 무죄판결을 이유로 징계집행을 유보하던 중 2010. 7. 1. 피고인이 교육감으로 취임하였는바, 피고인 취임 전에 이미 교육공무원징계령 제17조 에서 정한 징계집행 시한 15일이 경과하기는 했으나 피고인이 전 교육감의 업무를 인수인계했음은 당연하고, 교육공무원징계령 제6조 에서 ‘상당한 이유가 없는 한’ 징계의결을 요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재량이 있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으나 징계의결 집행에 관한 제17조 에서는 그러한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 않으며, 국가공무원법 제82조 에서 징계의결을 요구한 기관의 장은 의결이 가볍다고 인정한 경우에 한하여 심사나 재심사를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교육감인 피고인이 징계위원회의 징계의결을 집행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당연하다(피고인도 이 부분을 다투지는 않고 있다).
② 피고인에게 징계의결의 집행 시기를 결정할 재량이 있는지를 보건대, ㉮ 징계의결을 징계 요구서 접수일로부터 60일 이내에 하도록 규정한 교육공무원징계령 제7조 에 관하여 대법원은 동 규정이 징계비행자가 무한정의 신분적 불안정 상태에 빠져 있게 하는 것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취지에서 규정한 국가공무원법 제83조의2 의 징계시효와는 달리 신속한 징계의결을 도모하고 그에 따른 후임자의 충원 등에 의해 행정작용이 계속적으로 원활히 행해지도록 하는 등으로 행정법관계의 장기간에 걸친 불안정 상태를 방지하는 것을 주안으로 하는 훈시규정이므로 그 시한을 지나 징계의결을 하였다고 하여 관계자의 책임문제는 별문제로 하고 징계의결이 위법한 것은 아니라고 판시한 바 있고( 대법원 1993. 2. 23. 선고 92누16096 사건), 실무에서도 교육공무원징계령 제17조 주4) , 지방공무원 징계 및 소청 규정 제10조 주5) 등의 징계의결의 집행 시한 규정 부분을 훈시규정으로 이해하고 있는 점(증인 공소외 6의 증언, 행정자치부 발간 2008년 징계업무편람 153쪽 참조), ㉯ 교육감의 징계집행사무가 기관위임사무인지 자치사무인지에 관하여는 이를 명시적으로 언급한 판례가 없고 학계에서도 견해가 나뉘는 상황인바, 지방자치법 제9조 제2항 제5호 가목 에서 교육에 관한 사무를 자치사무로 규정하고 있고,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제2조 에서 지방자치단체의 교육, 과학 등에 관한 사무는 시·도의 자치사무로 규정하고 있으며, 제20조 제16호 는 소속 지방공무원의 인사관리에 관한 사항을 교육감의 권한으로 하고 있고, 제27조 는 교육감은 소속 공무원을 지휘, 감독하고 법령과 조례, 교육규칙이 정하는 바에 따라 그 임용, 교육훈련, 징계 등에 관한 사항을 처리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비록 교육공무원법 제30조 , 제33조 등에서 징계 등 사항의 처리권한을 교육감에게 위임하는 규정방식을 취하고 있기는 해도 이러한 이유만으로 교육감의 징계집행사무가 자치사무가 아니라 당연히 기관위임사무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 지방자치단체의 장에 대한 주무부장관의 직무이행명령은 지방자치법 제170조 에서 규정하고 있는데 교육감에 대한 주무부장관의 직무이행명령에 관하여는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등에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위 지방자치법 제170조 를 준용하는 규정도 없어 지방자치단체의 장과 별도로 지방자치단체의 교육 관련 집행기관으로서 교육감을 두고 있는 우리 법 체계상 입법 불비라는 지적이 있을 수 있는 데다가(실제로 피고인이 서울시립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에 자문하여 받은 검토회신에서도 그와 같은 내용이 담겨있다), 징계집행사무의 성격을 자치사무라고 이해하게 되면 이 사건과 같이 교육감인 피고인에 대하여 교과부 장관이 지방자치법 제170조 를 근거로 징계의결을 조속히 집행하라는 취지의 직무이행명령을 발령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법적 구속력 없이 단순히 사실상의 협조를 구하는 정도의 의미만을 가진다고 볼 여지가 있는 점 등의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인에게 징계의결의 집행 시기를 결정할 재량이 일절 부여돼 있지 않다고는 단정할 수 없다. 만약 징계집행사무에 관한 징계처분권자의 재량이 인정된다고 보게 되면 징계처분권자의 징계의결 집행 유보가 형법상 직무유기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일응 재량권의 일탈·남용의 법리가 기준에 될 수 있고, 따라서 징계의 원인이 된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행정목적, 징계양정의 기준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할 때 징계의결 집행을 유보한 행위가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여야 범죄가 성립한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99. 11. 26. 선고 98두6951 판결 등 참조).
③ 그렇다면 피고인이 징계의결 집행을 유보한 것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하는 정도에 이르렀는지를 보건대, ㉮ 당시에는 관련 교사들이 참여한 시국선언행위가 교원의 헌법상의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에 의하여 정당화되는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하였는지 등에 관하여 상당한 논란이 있는 상황이었던 점, ㉯ 실제로 관련 교사들에 대한 형사사건에서 2010. 1. 19. 1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하자 전라북도 교육청은 피고인이 교육감으로 취임한 2010. 7. 1. 이전인 2010. 1. 21. ‘전교조 시국선언 관련 징계처분 집행 유보’라는 제목의 공문을 통해 관련 교사들에 대하여 즉시 징계처분할 경우 향후 형사사건의 결과에 따라 더 큰 부작용이 예상되어 일시적으로 집행을 유보한다는 뜻을 밝혔던 점(수사기록 333쪽 내지 336쪽, 366쪽), ㉰ 위 공문에 첨부된 ‘전교조 시국선언 징계 유보 검토안’ 중 ‘무죄판결에 따른 검토 내용’은 전라북도 교육청 법무팀 소속 변호사가 작성한 문건인데, 동 문건을 보면 해당 변호사는 ‘징계집행을 하는 경우 시국선언이 형사재판에서 무죄판결로 확정될 경우 관련 단체 등 의하여 집행 강행에 대한 비판이 예상되고, 소청심사위원회 또는 법원 징계처분에 대해 취소결정 또는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크며 이 경우 재징계의결을 요구하여야 하고 그 결과에 따른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징계집행을 하지 않는 경우에는 15일 이내의 집행과 관련하여 불가피한 이유가 있다면 기간 내에 집행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하여 집행상의 위법을 논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한 점, ㉱ 전라북도 교육청은 2010. 1. 19.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교육공무원징계령 제17조 의 ‘15일 이내’ 규정과 관련하여 임의규정인지 강행규정인지에 관하여 질의하였는데 회신 기한인 2. 20.까지 아무 답변을 받지 못했던 점, ㉲ 피고인의 취임 이후인 2011. 초경 전라북도 교육청은 변호사 공소외 7 등 법률전문가 5명에게 징계집행을 유보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관하여 자문을 의뢰하였고, 이에 대하여 5인 중 3명이 무죄판결이 나면 징계집행을 연기할 정당한 사유가 있어 직무유기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혔던 점(수사기록 340, 341쪽), ㉳ 전 교육감 공소외 1은 관련 교사들에 대한 중징계 의결을 요청했었으나 관련 교사들에 대하여 무죄판결이 선고되자 자신의 임기를 마칠 때까지 징계집행을 하지 않았으며, 피고인은 관련 교사들에 대한 징계집행 시한 15일을 5개월 이상 경과한 시기에 교육감에 취임하였는데 피고인 취임 한참 이전에 관련 교사들에 대한 징계를 일시 미루겠다는 뜻이 표명되어 징계가 유보되고 있었던 상황이어서 피고인이 취임 후 징계집행을 계속 유보하기로 했다고 하여 교육공무원사회에 새로운 혼란이 촉발되었다거나 기존의 혼란 양상을 더욱 가중시킨 결과를 가져왔다고 보기 어려운 점, ㉴ 교과부가 2009. 6.경과 2009. 7.경 있었던 시·도 교육감 회의를 통해 교육감에게 시국선언 참여 교원들에 대하여 요청한 징계수위는 파면, 해임, 정직 등 중징계인데(증 제25, 27호증), 교원노조법이 시행된 1999. 7. 1. 이후에 교원들의 집단행동과 관련하여 2003. 6.경과 2006. 11.경 등 2차례 징계가 집행되었고 그 대부분의 대상자가 불문경고, 견책 등에 그쳤으며 가장 중한 징계도 감봉으로서 그 대상자가 불과 6명에 그쳤고(이 법원의 교과부에 대한 사실조회결과), 시국선언 당시 구 국가공무원법(2010. 3. 22. 법률 제1014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4조 에 의하면 집단행위금지의무위반죄의 법정형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인데, 통상적으로 파면, 해임, 정직 등 중징계가 뇌물수수, 뇌물요구, 업무상 횡령, 사기 등 직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비위이거나 사적 영역에서 발생한 비위와 같이 비난가능성이 크고 법정형도 국가공무원법위반죄보다 높은 사안들에 대하여 행해진 것이라는 사정(전북교육청 교원인사과 징계대장 참조) 등을 고려할 때 교과부가 시국선언과 관련하여 교육감에게 요구한 위 징계양정은 지나치게 중하여 비례 원칙이나 평등 원칙에 반할 소지가 있었다고 보이는 점, ㉵ 뇌물수수나 성폭력 등 징계사유에 해당함이 다툼의 여지 없이 분명한 경우 징계처분권자의 재량의 여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으나, 시국선언 관련 형사사건에서 무죄판결이 선고되고 시국선언 참여가 위법한지에 관하여 상당한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징계처분권자 입장에서는 징계를 강행할 경우 징계에 대한 반발을 불러일으켜 교육현장의 혼란이 초래될지 모른다는 사정을 고려하는 것이 불합리하다고만 볼 것은 아닌 점, ㉶ 한편 징계대상자는 징계의결요구 중인 것만으로도 일정 기간 승진임용이 제한되는 등의 신분상 불이익이 따르고( 교육공무원임용령 제16조 제1항 ), 특히 파면, 해임의 중징계 처분으로 인하여 입게 될 신분상 불이익(당연퇴직사유)이 매우 중하여 당사자의 생존권과도 직접적인 관련이 있으므로( 국가공무원법 제69조 , 제33조 제7 , 8호 ), 중징계 처분의 신속성만을 강조하여 강행 처리할 경우 헌법상 보장된 공무원의 신분보장제도를 형해화시킬 수 있고, 앞서 본 바와 같이 징계사유 해당 여부에 관하여 논란이 컸고 기존의 징계 관행이나 시국선언의 위법성 정도까지 감안해 보면 징계 대상자들로 하여금 소청심사나 행정소송 등을 통해 사후적으로 이를 회복하라고만 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한 측면이 있는 점, ㉷ 시국선언 교사들에 대한 징계 유보로 학생들의 수업권이 침해되었는지도, 교사가 뇌물수수, 성범죄 등과 같은 파렴치 범죄나 반사회성이 큰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그들을 신속히 학생들로부터 격리시킬 필요가 있겠지만, 시국선언에 참여했다는 사정만으로 그러한 교육현장 격리 조치의 필요성이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점, ㉸ 피고인은 2010. 7. 18. ‘징계문제에 대한 전북교육청의 입장’ 발표와 2011. 4.경 및 같은 해 5.경 교과부에 보낸 ‘전교조 시국선언 관련 징계처분에 대한 직무이행명령 및 이행촉구에 대한 의견’ 제출을 통해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 있을 때까지 징계집행을 유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을 뿐이고, 시국선언 교사들에 대한 징계가 부당하므로 그 집행을 거부하겠다는 뜻을 표명한 적은 없었던 점(증 제25, 26호증), ㉹ 전 교육감 공소외 1이 징계위원회에 징계의결을 요구한 시점이 2009. 9. 30.이고 이에 따라 동 위원회는 징계시효 2년이 경과하기 한참 전인 2009. 12. 23. 징계의결을 마쳤으므로 징계시효 완성으로 인한 국가의 징계 기능 침해의 문제는 발생할 여지가 없었던 점 등의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인으로서는 징계의결을 신속하게 집행하는 것보다는 집행 시기를 신중하게 정할 필요성이 더 높았던 것으로 보이고, 따라서 피고인이 사법부의 최종 판단 시까지 징계 집행을 유보한 행위가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④ 마지막으로, 피고인이 직무수행을 거부하였거나 직무를 유기하였는지를 본다.
형법 제122조 의 직무유기죄는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직무수행을 거부하거나 직무를 유기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로서, 앞서 본 대로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모든 직무상의 의무 위반을 처벌하려는 것이 아니고 그 직무의무 위반의 정도가 일반형법에 의한 처벌이 요청될 정도로 심화된 때, 즉 국가기능을 저해시키는 행위로 평가될 수 있어야 하므로, 검사의 주장처럼 피고인에게 징계 집행 시기를 결정할 재량이나 판단의 여지가 주어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징계 집행을 확정적으로 하지 않겠다는 거부 의사를 표한 것이 아니라 관련 교사들에 대한 형사판결 확정 시까지 일시 유보한 것에 불과하고 그러한 유보행위에 이르게 된 데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면 그러한 경우에 대하여까지 국가기능을 저해시키는 행위라고 보아 직무유기죄로 처벌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앞서 본 대로 시국선언이 위법한지에 관하여 상당한 논란이 있었고, 관련 교사들에 대한 형사사건 1, 2심에서 반대되는 판결이 선고되었던 점, 그러한 상황에서 징계를 강행할 경우 징계 대상자들이나 시국선언 지지 교사들의 반발을 불러와 오히려 교육현장의 안정을 해하는 결과가 생길 수 있고, 더욱이 징계집행과 반대되는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 나왔다면 그 혼란의 정도는 가중되었으리라고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점, 교과부가 시국선언 참여 교사들과 관련하여 교육감에게 요구한 징계양정이 중징계로서 기존의 징계 관행과 맞지 않는 측면이 있었고, 징계의결대로 집행할 경우 징계 대상자들이 겪는 불이익이 막중하다는 점, 시국선언 참여 교사들 탓에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된다는 주장은 막연한 추측이나 과장에 불과하다고 보이는 점, 피고인의 취임 한참 전부터 징계집행이 유보되고 있었던 상황인 점, 징계의결도 끝난 상황이어서 징계시효 완성으로 인한 국가의 징계 기능 침해의 문제도 없었던 점 등 사정을 고려하면 신속하게 징계집행을 하는 것보다 신중하게 집행 시기를 결정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볼 수 있고, 더욱이 피고인이 징계 유보를 결정하기까지 법률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하는 등 합당한 결론을 내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던 점, 피고인은 관련 교사들에 대한 형사사건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2012. 5. 24. 당일 곧바로 징계의결을 집행한 점 등의 사정까지 더하여 보면 피고인의 징계의결 집행 유보행위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볼 수 있고, 따라서 직무를 의식적으로 포기 또는 방임하는 경우에 해당한다든가 그러한 범의 하에 이루어진 행위라고 단정할 수 없으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에 의하여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주2) 전주지방법원 2010노112 사건. 동 항소심 판결에 대하여 피고인들이 상고하였으나(대법원 2010도10285) 대법원은 2012. 5. 24. 상고기각판결을 선고함으로써 원심 유죄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
주3) 전주지방법원 2009고단1682 국가공무원법위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위반(피고인 공소외 2, 공소외 3, 공소외 5, 공소외 4). 동 1심 판결에 대하여 쌍방 항소하였는데(2011노48) 항소심 법원은 2012. 6. 22. 항소기각판결을 선고하였고, 동 판결은 2012. 6. 30. 확정되었다.
주4) 교육공무원징계령 제17조(징계의 집행) ① 징계처분권자는 징계의결서를 받은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이를 집행하여야 한다.
주5) 지방공무원 징계 및 소청 규정 제10조(징계의결등의 집행) ② 징계의결등과 징계부가금 감면의결은 징계등 의결서 또는 징계부가금 감면의결서(제1항 단서에 따른 신청서를 포함한다)를 받은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집행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