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공자유족비해당결정취소
2017누24530 국가유공자유족비해당결정취소
A
부산지방보훈청장
부산지방법원 2017. 11. 22. 선고 2017구단20662 판결
2018. 8. 29.
2018. 10. 10.
1. 제1심판결 중 아래에서 취소를 명하는 예비적 청구에 관한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가 2017. 4. 27. 원고에 대하여 한 보훈보상대상자(재해사망군경) 유족 비해당 결정을 취소한다.
2. 원고의 주위적 청구에 관한 항소를 기각한다.
3.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주위적으로, 피고가 2017. 4. 27. 원고에 대하여 한 국가유공자(순직군경) 유족 비해당 결정을 취소한다. 예비적으로, 피고가 같은 날 원고에 대하여 한 보훈보상대상자(재해사망군경) 유족 비해당 결정을 취소한다.
1. 처분의 경위
가. B의 사망
원고의 아들인 망 B(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2004. 5. 3.경 입대하여 훈련을 받은 후 2004. 7. 30.경 육군 하사로 임관하였고, 2004. 11. 3.경 소속대인 30기계화보병사단 91여단 52전차대대 3중대 C소대에 전입하여 근무하다가 2005. 10. 26. 19:53경 소속대 물품창고 천장의 대들보에 목을 매어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
나.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진상규명결정
망인의 누나 I은 국방부를 상대로 망인의 사망원인을 명백히 밝혀줄 것을 요구하였고,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2008. 11. 26. 다음과 같은 사정을 근거로 들어 '망인이 과도한 지출과 이로 인한 가족과의 불화 등 개인적 원인, 과도한 업무집중부과에서 비롯되는 환경적 원인과 이로 인한 우울증이 경합하여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고 결정하였다.
① 망인이 상급자들의 지시로 비밀문서를 다루기는 하였으나, 망인이 군내부의 중 요정보를 취득한 까닭에 압박을 당하여 사망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② 망인이 2005. 5. 10. 이후에도 집안의 부채 등으로 경제적 부담을 가졌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망인이 사망 직전의 방만한 씀씀이로 인하여 가족과 갈등을 초래했을 수 있고 이는 우울증 상태에 있는 망인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하였을 것으로 판단된다.
③ 망인이 각종 기술자격증을 소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지시하는 일을 내색하지 않고 잘 처리하였으므로, 상급자들이 망인에게 소대 업무 외에 소속중대와 대대 지원 업무까지 과중하게 부과한 것은 사실로 인정된다. 이처럼 일상적으로 피로가 누적된 망인에게 부과된 추가업무는 망인이 견딜 수 있는 한계를 넘어 신체적·정신적 피로를 줄 수 있었다고 판단된다.
④ 망인이 블로그에 올린 글이나 주변 사람들의 진술 및 자살과 우울증과의 연관성을 고려하면 망인이 당시에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고 추정할 수 있는데, 선후관계를 판단하기는 어려우나 환경적 스트레스 요인들과 우울증이 상호 영향을 주었다고 볼 수 있다.
⑤ 망인은 컴퓨터 및 정비능력이 탁월하고 용접자격증 등을 보유하여 많은 업무를 담당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피로가 누적되어 갔다. 그럼에도 상관들과 동료들은 망인이 성실하고 업무능력이 뛰어나다는 이유로 추가 업무를 부여하여 망인의 우울증을 발병 및 악화시켰다고 추정된다.
다. D의 보훈보상대상자 등록신청 및 소제기
1) 원고의 남편인 D는 2012. 7. 12. 피고를 상대로, 망인이 과도한 업무 집중 부과에서 비롯된 환경적 원인으로 인한 우울증으로 자살하여 사망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보훈보상대상자 등록신청을 하였다.
2) 이에 대하여, 피고는 2013. 3. 4. D에게, '망인의 사망과 군 직무수행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려워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국가유공자법'이라 한다) 제4조 제1항 제5호의 순직군경 및 보훈보상대상자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보훈보상대상자법'이라 한다) 제2조 제1항 제1호의 재해사망군경의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D가 국가유공자(순직군경) 및 보훈보상대상자(재해사망군경) 유족에 모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하였다.
3) D는 이에 불복하여 피고가 2013. 3. 4. D에 대하여 한 국가유공자(순직군경) 유족등록신청 비해당 결정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부산지방법원 2013구합1110호)를 제기하였으나, 2014. 6. 13. 망인의 직무집행과 자살로 인한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D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이 선고되었다. 이에 대하여 D가 항소하였으나 인지보정명령에 응하지 아니하여 2014. 7. 18. 항소장각하명령이 내려졌고, 위 판결(이하 '종전 판결'이라 한다)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라. 망인에 대한 순직군경결정
망인이 누나인 E은 2015. 12. 24. 국방부에 순직 재심사 청구를 하였고, 국방부장관은 중앙전공사망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2016. 12. 15. 망인의 사망은 공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이유로 순직군경(순직 III형1))으로 결정하였는데, 그 결정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망인의 직책과 관련 없는 추가 업무가 망인에게 집중됨으로써 망인은 과중한 업무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② 망인은 블로그 등에 군복무에 대한 어려움과 불만을 토로하였고 사망 전 약 3개월 동안 극심한 스트레스로 우울증이 발병 및 악화되었다고 추정된다.
③ 소속부대의 동료들과 상관들은 망인의 이러한 어려움과 불만을 알고 있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④ 그 이외에 망인이 사망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개인적 요인이 있었다고 볼 사정이 확인되지 아니한다.
마. 원고의 국가유공자 유족 등록신청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국가유공자 유족 등록신청을 하였는데, 피고는 2017. 4. 27. 원고에 대하여 망인이 국가유공자 및 보훈보상대상자의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가 국가유공자(순직군경) 유족 및 보훈보상대상자(재해사망군경) 유족에 모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근거】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4, 5호증, 을 제1, 2 내지 4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있을 경우 이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에 관한 판단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주장한다.
① 망인은 사명감과 책임감이 강하고 명랑하고 쾌활한 성격의 소유자였으나, 망인의 업무능력을 과신한 상급자들이 집중적으로 부과한 과중한 업무를 처리하였고, 자살사고 5일 전부터 상급자로부터 '갈고리' 제작지시를 받고 엄청난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겪었다.
② 결국 망인은 과중한 업무로 인한 육체적 스트레스, 심리적 압박감 등을 받아 우울증이 발병하였으나 효과적인 치료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기존에 앓고 있던 우울증이 급격히 악화되어 도저히 통제할 수 없는 정신적 이상상태에서 자살에 이르렀다.
③ 이처럼 망인의 사망과 군인으로서의 직무수행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됨에도 피고는 망인에 대하여 국가유공자 또는 보훈보상대상자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잘못 판단하였다.
나. 관련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다. 인정사실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2, 4, 5호증의 각 기재, 당심 증인 G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인정된다.
① 망인은 소속중대 C소대 1호차 포수로 배치 받았는데, 워드기능사 자격증, 정보처리기능사 자격증 및 용접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컴퓨터와 정비능력이 뛰어났다. 이로 인하여 용접관련 업무가 있을 경우 망인이 이를 전담하였고, 중대와 대대를 순회하면서 지원업무를 하기도 하였다. 또한 망인 소속 소대의 부소대장인 G 등은 자동차정비자격증이 있고 정비능력이 탁월한 망인에게 자신들의 차량정비를 맡기기도 하였다. 이처럼 망인은 자신의 본래 업무 이외의 추가업무를 많이 처리하여 왔다.
② 망인 소속 부대의 행정보급관 J는 비밀취급인가를 받지 아니한 망인에게 대외비로 분류된 전시업무수행철 등에 대한 워드작업을 시켰고 망인은 이러한 추가업무를 처리하기 위하여 업무시간 이후에 새벽까지 작업을 하기도 하였다.
한편, 망인은 자신의 블로그에 다음과 같은 내용을 기재하였다.
○ 2005, 7. 17. 21:45 제목 : 나-살아 있다??? 요즘 진짜 말도 안되게 바빠서, 빨래도 못하고 음악도 못 듣고,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아 -힘들다. 더무 바빠서 숨도 못 쉬겠는데 ○ 2005, 7. 21. 23:12 제목 : 속상하다. TT 오늘 너무 바쁘고 정신없고 퇴근해서 전화기도 안 가져가고. 10시에 퇴근해서 ○ 2005. 9. 4. 02:53 제목 : 솔직하게 - 으악 솔직히! 나는 워드 작업 잘한다. 근데 3일간에 걸친 18시간 동안 계속된 워드작업에 완전 넉다운이다! 으악!! 새벽 3시에 결국 넉다운되다! 목이 아프고 눈이 따가워서 더는 못하겠 다! |
○ 2005. 9. 6. 22:55 제목 : 이상하다. 나를 아는 놈인가 어제부터 블로그에 요상한 쪽지들이 마구 날아들기 시작한다. 어쩌지, 노출당한거야??? |
③ 망인 소속 중대는 망인의 사망 당일인 2005. 10. 26. 오전에 화생방측정을 포함한 중대 전투력 측정평가를, 오후에 전차 및 창고 등에 대한 환경정리를 실시하였다. 한편, 망인은 중대 화생방교관으로서 사망 전날인 2005. 10. 25.에는 화생방측정을 위한 병사 교육관계로 야간작업을 하였다.
망인 소속 소대의 부소대장인 G는 3~4일 전에 병사들에게 지시한 전차 주기표 도색작업이 제대로 이행되지 아니하자 2005. 10. 26. 망인에게 예정에 없던 전차 주기표 도색작업을 5시까지 완료할 것을 지시하였고, 망인이 종전에 제작한 갈고리가 마음에 들지 않자 다시 제작하도록 소리를 질러 지시하였다(갑 제5호증의 28, 제3면 참조).
④ 망인은 사망 무렵 사귀던 K에게 '기분 상하게 하는 군부대 선임이 있다'고 간혹 말을 하였고, '아버지와 금전문제로 사이가 좋지 않다'고 언급하였다. 또한 망인은 동료 부사관인 F에게 2005.10. 2. '힘들다. 넌 힘들지 않아?'라고 하였고, 2005. 10. 21. '부소대장은 일을 지시만하고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짜증내고 없는 물건을 만들어 오라고 하는 답답한 사람이다'라고 말하는 등 불만을 드러내기도 하였다.
⑤ 망인의 약식신상명세서(갑 제5호증의 49)에는 '둘째 누나(I)의 이혼, 별거로 조카들의 부양문제와 주택융자금 변제에 문제가 있어 돈을 보내드리고 있다'는 기재가 있다. 한편, I은 2005. 1. 31.경 전남편인 L과 이혼하면서 2명의 자녀에 대한 양육권을 전남편이 갖는 것으로 하였고 그 이후 자녀들에 대한 양육비를 지급하지 아니하였으며 2005, 10. 28.경 M와 재혼하였다.
망인의 부 D의 주택구입을 위한 대출금채무 4,800만 원은 2005. 12. 11. 최종 상환이 완료되었는데, 망인은 2005, 5. 10. 부친 D에게 50만 원을 송금한 이후 더 이상 금전을 송금하지 아니하였다.
⑥ 망인은 사망 무렵 월 급여 112만 원 중 365,000원을 저축하여 왔고, 신용카드로 2005년 7월에 463,940원, 8월에 634,710원, 9월에 707,950원을 각 사용하였다.
⑦ 정신과전문의 N은 망인이 블로그에 남긴 글과 언행 등을 기초로, 당시 망인이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고 추정할 수 있고, 망인의 유전학적, 환경적 스트레스가 모두 영향을 줄 수 있는데 당시 업무가 과도하여 스트레스를 받았다면 그 자체가 우울증의 발병에 영향을 주는 여러 요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라. 국가유공자 해당 여부에 관한 판단(주위적 청구에 관한 판단)
1) 관련 법리
국가유공자법의 위임에 따라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과 국가의 수호·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 · 재산 보호와의 관련 정도"와 "사망하거나 상이(질병을 포함한다)를 입게 된 경위 및 본인 과실의 유무와 정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국가유공자 요건의 구체적인 기준과 범위를 정한 국가유공자법률 시행령은 제3조 제1항 제3호 [별표 1] 제2-1호 및 제2-2호에서, 국가의 수호·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 · 재산 보호(이하 '국가의 수호 등'이라 한다)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중 사망하거나 상이를 입은 사람에 해당하는 순직군인에 관하여 제2-1호 (가)목이 정한 국가의 수호 등과 직접 관련된 직무수행에 해당하는 행위 및 위 직무수행과 직접 관련된 실기 · 실습 교육훈련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발생한 사고 또는 재해'로 사망하거나 상이를 입은 사람이라고 정함으로써, 직무수행 또는 교육훈련과 사고 또는 재해 사이에도 '직접적인 원인관계'가 있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보훈보상대상자 요건의 기준 및 범위를 정하고 있는 보훈보상대상자법 시행령 제2조 [별표 1] 제1호, 제2호에서 보훈보상 대상자 요건의 기준 및 범위에 대하여 '직무수행 또는 교육훈련 중의 사고 또는 재해'로 사망한 경우를 정하고 있고, 제11호에서 해당 질병의 발생 또는 악화가 의학적으로 '직무수행 또는 교육훈련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과 구별되며, 아울러 직무수행 또는 교육훈련과 사망 또는 상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에 의하여 국가유공자를 인정하던 구 국가유공자법을 개정하여 보훈보상대상자에 대하여 별도로 법률을 제정한 취지에 비추어 보면, 국가유공자법 시행령 제3조 제1항 제3호 [별표 1] 제2-1호 및 제2-2호에 의하여 순직군인으로 인정되기 위하여 필요한 '직접적인 원인관계'는 단순히 직무수행 또는 교육훈련과 사망 또는 상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사망 또는 상이가 국가의 수호 등과 직접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 또는 교육훈련을 주된 원인으로 하여 직접적으로 발생되었다고 인정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여야 한다(대법원 2016. 8. 18. 선고 2014두42896 판결 등 참조).
2)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망인이 전차의 주기표 도색작업을 하러 갔다가 복귀하지 아니하였으며 소속대 물품창고에서 자살한 상태로 발견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국가의 수호 등과 직접 관련이 있는 군수품의 정비 및 관리 업무'의 수행이 직접적인 주된 원인이 되어 망인이 사망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망인은 국가유공자법 제4조 제1항 제5호에서 정한 순직군경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피고의 국가유공자 비해당 결정처분은 적법하고, 원고의 주위적 청구는 이유 없다.
마. 보훈보상대상자 해당 여부에 관한 판단(예비적 청구에 관한 판단)
1) 관련 법리
보훈보상자법 제2조 제1항 제1호는 "군인이나 경찰·소방 공무원으로서 국가의 수호·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중 사망한 사람"을 재해사망군경인 보훈보상대상자로 정하면서, 같은 조 제2항은 제1항 각 호에 따른 보훈보상대상자의 요건에 해당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과 범위는 직무수행 등과 국가의 수호 등과의 관련 정도나 사망하거나 상이를 입게 된 경위 및 본인 과실의 유무와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였다. 위 위임에 따라 보훈보상자법 시행령 제2조 제1항 제1, 2호는 보훈보상대상자 요건에 관한 기준과 범위를 정하고 있는데, 그 중 제1호는 [별표1] 제1호부터 제15호 까지의 재해사망군경을 보훈보상대상자로 정하고 있고, [별표1] 제1호는 '국가유공자법 시행령 별표 1 제2호의 2-1부터 2-8까지의 직무수행 외의 직무수행 중 사고 또는 재해로 사망하거나 상이를 입은 사람'을, 제15호는 '군인 또는 의무복무자로서 직무수행 등과 관련한 구타·폭언 또는 가혹행위 등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그로 인하여 자유로운 의지가 배제된 상태에서 자해행위로 인하여 사망하였다고 의학적으로 인정된 사람'을 들고 있다.
한편 보훈보상자법 제2조 제3항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유, 즉 '불가피한 사유 없이 본인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이거나 관련 법령 또는 소속 상관의 명령을 현저히 위반하여 발생한 경우(1호), 공무를 이탈한 상태에서의 사고나 재해로 인한 경우(2호), 장난∙싸움 등 직무수행으로 볼 수 없는 사적인 행위가 원인이 된 경우(3호)'에 해당되는 원인으로 사망하거나 상이를 입으면 보훈보상대상자, 그 유족 또는 가족에서 제외한다고 정하고 있다. 직무수행 등과 사망 또는 상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에 의하여 국가유공자를 인정하던 구 국가유공자법을 개정하여 국가의 수호 등과 직접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 등을 직접적인 주된 원인으로 사망 또는 상이를 당한 사람만을 국민으로부터 존경과 예우를 받아야 하는 국가유공자로 보아 그에 합당하게 그들의 생활안정과 복지향상을 도모하고, 그 밖에 직무수행 등으로 사망 또는 상이를 당한 사람을 보상하기 위하여 별도로 보훈보상자법을 제정한 취지에 비추어 보면, 보훈보상자법 제2조 제3항 각 호에서 들고 있는 위와 같은 제외 사유들은 모두 직무수행 등과 사망 또는 상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를 예시한 규정이라고 할 것이므로, 군경이 복무 중 자살로 사망한 경우에도 보훈보상자법 제2조 제1항 제1호의 '직무 수행 중 사망'에 해당하는지는 직무수행과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함을 의미하고, 직무수행과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데도 사망이 자살로 인한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또는 자유로운 의지가 완전히 배제된 상태에서 한 자살이 아니라는 이유로 보훈보상대상자에서 제외하여서는 아니된다(대법원 2012. 6, 18. 선고 2010두27363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한편, 위 규정이 정한 보훈보상대상자가 되기 위하여는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과 자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는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을 하여야 한다. 그러나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과 자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증명이 되었다고 보아야 하고, 그 인과관계의 유무는 보통의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군인 등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7. 9. 6. 선고 2006두6772 판결, 대법원 2009. 10. 29. 선고 2009두9079 판결 등 참조).
2) 판단
가) 앞서 본 인정사실 및 당심 증인 G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알 수 있는 다음 각 사정에 비추어 보면, 망인의 자살은 그 직무수행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된다.
① 망인은 동기 부사관들에 비해 업무능력이 탁월하고 업무에 대한 책임감이 강하였으며, 워드기능사 및 정보처리기능사 등 각종 자격증들을 소지하고 있었고, 종종 타인의 업무를 도와주겠다고 나서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동기들에 비하여 많은 업무를 부여받았을 뿐 아니라 중대와 대대를 순회하면서 지원업무를 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망인의 상급자들은 망인에게 집중되는 업무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을 뿐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차량정비를 맡기는 등 망인의 업무와 관련 없는 추가부담을 주기까지 하였다.
② 망인은 일반 사병에 비해서 생활이 비교적 자유로운 육군 부사관으로 근무하고 있었고, 망인에 대하여 물리적인 구타 · 폭언 등의 가혹행위가 있었다고 볼 증거가 없기는 하다. 그러나 망인은 평소에도 뛰어난 업무능력과 각종 자격증이 있다는 이유로 과중한 업무를 부여받았을 뿐 아니라, 관련 규정을 위반하여 대외비인 서류를 다루는 업무까지 부여받아 새벽시간까지 이를 처리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육체적 피로와 스트레스가 계속적으로 누적되어 왔을 뿐 아니라 비밀문서를 취급인가 없이 처리하는데 대한 심리적 부담까지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망인의 블로그 기재 내용 참조).
③ 망인은 창원전문대학 자동차과를 졸업한 후 2004. 5. 3. 입대한 후 전문대장학생으로 2004. 7. 30. 임관하였고 2004. 11. 5.부터 소속부대에서 근무하여 왔는데(갑 제5호증의 49 중 '임관구분' 참조), 그 이전까지 신체적 문제나 정신과적 증상을 보이거나 이로 인하여 치료를 받은 전력이 없다. 또한 부사관 임관 후에도 업무 수행에 있어서 열의를 보이고 자기개발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등 건전한 사생활을 유지해 왔다.
여기에 ㉮ 망인의 부 D의 주택구입을 위한 대출금채무는 2005. 12, 11. 최종 상환이 완료되었으므로 망인이 사망한 2005. 10.말경에 그 채무부담이 과대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울 뿐 아니라, 실제로 망인은 2010. 5. 10. D에게 50만 원을 송금한 이후 추가로 금전을 송금하지 아니한 점, ㉯ 망인의 누나 I도 2005. 1.말경 이혼하면서 더 이상 자녀 양육비 부담을 지지 아니하였고, 달리 망인의 가족들이 망인에게 상당한 금전적 지원을 요구하여 망인을 경제적으로 힘들게 하였다고 볼만한 자료는 없는 점, ㉰ 망인은 자신의 월급 중 상당한 액수를 매달 저축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그 신용카드 사용액도 계속적으로 정상적인 경제생활을 하기 어려울 정도의 거액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 망인과 사귀던 K과 사이에 자살을 고민할 정도로 심각한 다툼이 있었다고 볼 아무런 자료도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앞서 본 업무상 부담과 스트레스 외에 망인에게 별다른 자살의 동기를 찾아보기 어렵다.
④ 실제로 망인은 평소 동료들 및 K에게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에 대하여 몇 차례 언급하였고 자신의 블로그에도 업무로 인해 힘들다는 심정을 기재하였다. 여기에 망인의 성격이 평소 쾌활하면서 붙임성이 있지만 한편 내성적인 성격으로 업무수행능력이 뛰어나고 업무에 관하여는 동료의 업무를 도와줄 정도로 적극적이었던 점, 망인의 상급자들이나 동료들도 망인에게 많은 업무가 부여되었던 사실은 인정하고 있는 점 등을 더하여 보면, 비록 그 표현이 일반인의 기준으로는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할 정도로 심각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울지 모르지만, 망인으로서는 매우 심각한 상황을 절제하여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된다.
⑤ 망인은 자살하기 며칠 전인 2005, 10. 21. 후임 하사 F에게 부소대장 중사 G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하였고, 2005. 10, 25. 화생방측정을 위한 병사 교육관계로 야간작업을 하였으며, 사망한 당일인 2005. 10. 26. 중대 전투력 측정평가를 받았다.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이미 망인은 계속된 과다한 업무로 인하여 육체적, 정신적으로 매우 지쳐 있었는데 여기에 사망 직전 집중된 업무로 망인은 한계상황에 이르렀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G는 사망 당일 망인에게 예정에 없던 전차 주기표 도색작업을 지시하였을 뿐 아니라 도색작업을 위하여 이동하는 망인에게 자신의 지시로 망인이 이전에 제작한 갈고리가 무겁다는 이유로 새로 제작할 것을 소리치며 지시하기까지 하였다.
이러한 당시 상황을 종합하면, 이미 과중한 업무로 지쳐있던 망인으로서는 도색 작업뿐 아니라 갈고리 재제작에 관하여 재차 재촉을 받자 이를 자신에 대한 질책으로 인식했을 것으로 보이고, 이로 인하여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판단된다.
⑥ 망인의 언행 등에 비추어 볼 때, 망인은 블로그에 글을 기재할 무렵 이미 우울증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데, 그 이후 계속된 과도한 업무부담과 사망 당일의 도색작업 및 갈고리 재제작지시로 인하여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면 그 자체가 우울증의 악화와 이로 인한 자살시도에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보인다.
⑦ 앞서 관련 법리에서 본 것과 같이, 직무수행과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데도 자살로 인한 것이라거나 자유로운 의지가 완전히 배제된 상태에서 한 자살이 아니라는 이유로 보훈보상대상자에서 제외하여서는 아니된다. 직무수행으로 인한 스트레스나 과로로 망인이 심한 우울증상에 빠져 자유로운 의지가 상당히 제한된 상태였다면, 이는 규범적인 관점에서 보훈보상자법 시행령 [별표 1] 제15호의 '자유로운 의지가 배제된 상태'의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사건에 있어서 망인은, 하사로 임관된 후 계속된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인하여 우울증이 발병한 것으로 보이고, 당시 망인은 상사에 대한 복종과 조직적이고 통제된 생활이 요구되는 군대 내에서 생활 중이었으며, 망인에게 집중되는 업무에 대하여 상급자들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계속적으로 과다한 업무를 부여함으로 인하여 길지 않은 기간 내에 우울증의 정도가 심해졌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던 중 2005. 10. 25.부터 화생방측정을 위한 병사 교육관계로 야간작업을 하면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한계상황에 이르게 되었고 2005, 10. 26. 예정에 없던 추가적인 작업지시를 받자 극단적인 결정을 하고 자살을 실행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점을 종합하면, 망인은 직무수행 등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자살하였고, 당시 자유로운 의지가 배제된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⑧ 비록, 망인의 부 D가 피고의 2013. 3. 4.자 D에 대한 국가유공자(순직군경) 유족등록신청 비해당 결정처분의 취소를 구하였다가 그 청구를 기각하는 종전 판결이 확정되기는 하였으나, ㉮ 그 이후 국방부장관은 망인의 사망이 공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이유로 순직군경(순직 III형)으로 결정한 점, ㉯ 종전 판결이 확정된 것도 D가 항소장에 대한 인지 보정명령에 응하지 아니하였기 때문이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종전 판결을 이유로 원고가 망인이 보훈보상대상자(재해사망군경)에 해당함을 전제로 한 이 사건 예비적 청구가 부당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나) 따라서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한 보훈보상대상자(재해사망군경) 유족 비해당 결정처분은 위법하다.
바. 소결론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국가의 수호 등과 직접 관련이 있는 군수품의 정비 및 관리업무'의 수행이 직접적인 주된 원인이 되어 망인이 사망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원고의 이 사건 주위적 청구[국가유공자(순직군경) 유족 비해당결정처분 취소청구]는 이유 없다.
그러나 망인은 직무수행 등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자살하였고, 당시 자유로운 의지가 배제된 상태였으므로, 원고의 이 사건 예비적 청구[보훈보상대상자(재해사망군경) 유족 비해당 결정처분 취소청구]는 이유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주위적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고, 예비적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할 것인데, 제1심판결 중 이와 결론을 달리한 예비적 청구에 관한 부분은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제1심판결 중 예비적 청구에 관한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예비적 청구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박종훈
판사 최봉희
판사 이재욱
1) 국가의 수호·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재산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중 사망한 사람을 순직Ⅲ형으로 정하고 있는데, 망인은 군인사법 시행령 제60조의23 제1항 제2호 별표 8 중 순직Ⅲ형(기준번호, 2-3-9)으로 결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