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급여부지급처분취소
2020누10898 요양급여부지급처분취소
A
소송대리인 변호사 안순민
근로복지공단
2020. 12. 24.
2021. 1. 28.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피고가 2019. 3. 7. 원고에 대하여 한 요양불승인 처분을 취소한다.
3.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주문과 같다.
1. 처분의 경위
이 법원이 이 부분에 적을 이유는, 아래와 같이 일부 내용을 수정하는 것 외에는 제1심판결 이유 중 해당 부분 기재와 같으므로,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 제2쪽 제1행의 첫머리에 "원고는 1954. 6.생 남자로서 시내버스 운전기사로 근무하여 왔다."를 추가한다.
○ 제2쪽 제8행의 "3-11번"을 "5-10번"으로 고친다.
○ 제2쪽 제10~11행의 "발생한 것이고 …. 이유로"를 아래와 같이 고친다.
『발생한 이 사건 사고는 원고가 중앙선을 침범할 정도의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원고의 도로교통법 위반 행위가 사고의 주된 원인이므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에 따른 출근 중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요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사고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은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1) 이 사건 사고의 발생 원인은 원고의 통상적인 출근 과정에서의 졸음운전이고, 이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2항에서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아니하는 사유로 규정하는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다. 한편, 중앙선 침범행위는 위 졸음운전의 결과로 발생한 것일 뿐, 중앙선 침범행위 자체를 이 사건 사고의 주된 원인으로 볼 수도 없다.
2) 원고는 5일은 오전 05:00경 출근하고 하루 휴식한 후 5일간은 오후 2시경 출근하는 형태로 근무하고 있는데, 원고의 졸음운전은 위와 같은 특수한 근무형태로 인한 신체리듬의 부조화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고, 이 사건 사고 당시 원고는 출근을 하기 위하여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원고 차량을 운행하던 중이었을 뿐이므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한다.
나, 관계 법령
이 법원이 이 부분에 적을 이유는, 제1심판결의 이유 중 해당 부분 기재와 같으므로,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다. 인정사실
이 법원이 이 부분에 적을 이유는, 아래와 같이 일부 내용을 수정하는 것 외에는 제1심판결 이유 중 해당 부분 기재와 같으므로,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 제3쪽 제15행의 "8일"을 "5일"로 고치고, 같은 행의 "12/9, 12/10, 12/14"를 삭제한다.
라.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 여부 판단
1) 업무와 이 사건 상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
가) 관련 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4조 제1호 소정의 업무상 재해라 함은 근로자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하므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그와 같은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할 것이나, 그것은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증명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재해발생원인에 관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경우라도 간접적인 사실관계 등에 의거하여 경험법칙상 가장 합리적인 설명이 가능한 추론에 의하여 업무기인성을 추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업무상 재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6. 9. 22. 선고 2006두8341 판결 참조). 그리고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출퇴근 중에 발생한 사고'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근로자가 근무를 하기 위하여 순리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을 하던 중에 발생한 사고'여야 하고(대법원 2010. 6. 24. 선고 2010두3398 판결 취지 참조), 출퇴근 도중 발생한 사고로 근로자가 입은 상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려면 '출퇴근 과정에서 수반되는 일반적인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사고'여야 한다(대법원 2009. 4. 9. 선고 2009두508 판결 취지 참조).
한편,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한 보험급여는 근로자의 생활보장적 성격이 있을 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과실을 요하지 아니함은 물론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근로자의 과실을 이유로 책임을 부정하거나 책임의 범위를 제한하지 못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해당 재해가 같은 법 제37조 제2항에 규정된 근로자의 고의 ∙ 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경우가 아닌 이상 재해 발생에 근로자의 과실이 경합되어 있음을 이유로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하는 경우에는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3. 30. 선고 2016두31272 판결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앞에서 본 사실관계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원고의 상해는 '출퇴근 재해'로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고, 원고의 졸음운전으로 사고가 발생하였다거나 그 과정에서 중앙선 침범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업무와 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부정된다거나 단절된다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13. 7. 25. 선고 2012누27123 판결 등 참조).
① 2017. 10. 24. 법률 제14933호로 개정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는 출퇴근 재해의 범위를 확대하여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서 발생한 사고 외에도 통상적인 경 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도 업무상 재해에 포함되었다. 이는 과거에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서 발생한 출퇴근 사고만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여, 도보나 자기 소유 교통수단 또는 대중교통수단 등을 이용하여 출퇴근하는 근로자를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취급 한다는 반성적 고려와 더불어, 공무원·교사·군인 등의 경우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고 있어 형평성의 문제가 제기됨에 따라 일반 근로자도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 하던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하여 업무상 재해로 인정함으로써 근로자의 복지를 증진하려는 취지에서 개정된 것이다. 따라서 위 개정된 입법의 취지에 따라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라는 요건을 충족한다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2항의 '고의 ∙ 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 등'에 해당하거나, 같은 조 제3항의 '출퇴근 경로 일탈 또는 중단'이 있는 경우가 아닌 이상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② 원고의 거주지에서 근무지인 소외 회사까지의 거리는 약 11.8km이고, 이 사건 사고 당시 원고는 오전 근무였으므로 오전 5시까지 출근하여야 했다. 원고의 위 출근거리 및 출근시간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자신의 자동차를 이용하여 출근하는 것 외에는 달리 대중교통이나 도보를 이용하는 등의 출퇴근 방법을 선택할 여지가 거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사건 사고 당시 운행한 경로는 원고의 통상적인 출근 경로였던 것으로 보인다(원고가 이 사건 사고 직전에 졸음운전을 하는 바람에 고속화 도로에서 나가는 길을 놓쳐 다소 경로를 벗어나기는 했으나 다시 통상의 경로로 복귀하는 과정이었으므로, 이를 출퇴근 경로를 일탈하였다고까지 평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사고는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라고 봄이 타당하다.
③ 이 사건 사고의 주된 원인 내지 직접적인 원인은 기본적으로 원고의 '졸음운전'이라는 안전운전의무위반이다. 더욱이 이 사건 사고가 난 시각인 05:10경은 이른 시각으로 수면 상태에서 신체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누구라도 졸음운전을 할 수 있는 내재적인 위험성이 있는 시각이었으므로, 이 사건 사고는 출근 중 운전이라는 업무 수행에 수반되는 일반적인 위험의 범위 내에서 발생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또한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사고가 원고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경우가 아닌 이상, 이 사건 사고가 원고의 과실로 인하여 발생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그 인과관계를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
④ 원고가 2017. 9.경부터 불면증으로 인해 이 사건 사고 6개월전까지 약물 치료를 받아 왔고, 또한 아침 출근 중에 졸음운전을 하여 사고를 일으킨 것이라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이 원고의 업무와 이 사건 상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부정할 정도까지는 이르지 않는다 할 것이다. 오히려 원고는 사고 당시 64세의 시내버스 운전기사로서 5일은 오전 5시부터 근무를 하고, 하루 휴식한 후 5일은 오후 2시부터 근무하는 불규칙한 근무형태와 다소간의 과로 내지 피로누적 상태에서 새벽 시간에 출근 중 잠시 졸음운 전을 하게 된 것으로 단순 과실에 의해 발생한 사고라고 봄이 상당하다.
2) 원고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이 사건 상해를 입었는지 여부
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부상 등이 발생한 경우'란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직접 또는 주된 원인이 되어 부상 등을 입은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지, 간접적이거나 부수적인 원인이 되는 경우까지 포함된다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1990. 2. 9. 선고 89누2295 판결, 대법원 2017. 4. 27. 선고 2016두55919 판결 등 참조).
나) 위 관련 법리에 기초하여, 앞에서 본 사실관계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범죄행위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원고가 이 사건 상해를 입었다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다.
① ㉠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2항에서 고의 · 자해행위나 범죄행위에 대하여 산재보험급여를 지급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위와 같은 고의적 행위의 경우에는 우연한 사고로 인한 손해를 대수의 법칙에 의해 분산시킨다는 보험의 본질에 어긋나며, 보험공동체에 위해를 끼치지 않도록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할 의무를 고의로 위반하여 인과관계가 단절된 것이므로 제재적 차원의 가치판단에서 보아도 산재보험수급권을 부정하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인 점, ㉡ 과실범은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을 때 한하여 처벌하며 그 법정형도 고의범에 비하여 가볍고 과실범 중에서도 일정한 경우에는 중과실과 경과실을 구별하여 따로 보다 무거운 형을 정하고 있는바, 이와 같이 경과실에 대하여 법정형을 가볍게 정한 이유는 경미한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어서 비난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데 있는 점, ㉢ 경과실의 범죄로 인한 사고는 우연한 사고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으므로 인과관계가 단절된다고 보기 어렵고, 이를 보험사고의 범위에서 제외하는 것은 우연한 사고를 대수의 법칙에 의해 분산한다는 보험의 본질과 목적에 어긋나는 점, ㉣ 나아가 산재보험을 포함하는 사회보장제도는 그 발생여부가 확실하지 않거나 발생 시기를 확실히 하기 어려운 사회생활상의 우연한 위험으로부터 경제적 능력이 충분하지 않은 다수의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고, 경과실의 범죄행위에 기인한 보험사고는 산재보험을 필요로 하는 우연한 위험의 하나에 속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2항의 '범죄행위'에 '경과실'에 의한 범죄행위가 포함된다고 보는 것은 제도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2항의 '범죄행위'는 '고의 · 자해행위'에 준하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로 한정하여 해석하여야 한다(참고로, 국민건강보험법 제53조 제1항 제1호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에 그 원인이 있거나 고의로 사고를 일으킨 경우'를 보험급여 지급 제한사유로 규정하고 있고, 공무원연금법 제63조 제1항은 '고의로 질병 · 부상 · 장해를 발생하게 한 경우'에 한정하여 보험급여 지급 제한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② 중앙선 침범행위는 도로교통법 제156조 제1호, 제13조 제3항에 따라 2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해지는 범죄행위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원고가 고의로 중앙선을 침범한 것이 아니라 졸음운전을 하여 과실로 중앙선을 침범한 것이므로, 이러한 중앙선 침범행위는 범죄행위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또한 이 사건 사고는 중앙선을 넘어 반대편에 주차되어 있던 차량을 충격한 것이므로, 중앙선의 설치 및 그 침범시 위험과 관련하여 예정하고 있는 전형적인 사고도 아니다.
③ 원고가 졸음운전을 하다가 반대편에 주차되어 있는 차량을 손괴한 행위는 도로교통법 제151조의 범죄행위에는 해당한다. 그러나 이는 원고가 이 사건 상해를 입게 된 사고 그 자체(내지 사고의 결과)이지, 이를 이 사건 사고(내지 상해)의 원인이라고 볼 수는 없다. 또한 원고가 졸음운전을 하여 주차된 차량을 손괴한 행위는 단순 과실에 의한 것이므로 '고의 · 자해행위'에 준하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상해가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부상 등이 발생한 경우'라고 볼 수는 없다(설령 원고가 중앙선을 침범하여 위 범죄를 저질렀다 하더라도 중앙선 침범이 그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3) 소결론
이 사건 사고는 비록 원고의 졸음운전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기는 하지만 이는 단순 과실에 해당한다고 보일 뿐이므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3호 나목이 규정한 '근로자가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에 해당하고, 그 사고로 인한 이 사건 상해와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도 인정된다 할 것이다. 또한 이 사건 사고 내지 상해는 원고의 범죄행위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발생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사고로 원고가 입은 상해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할 것임에도, 이와 다른 전제에서 원고의 요양급여 신청을 불승인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한다.
재판장 판사 문광섭
판사 이진영
판사 임현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