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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08. 6. 10. 선고 2007가합85190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원고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균부)

피고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안천일)

변론종결

2008. 5. 13.

주문

1. 피고는 원고에게 10,000,000원과 이에 대하여 2007. 10. 11.부터 2008. 6. 10.까지는 연 5%, 2008. 6. 11.부터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이를 3분하여 그 2는 원고의, 나머지는 피고의 각 부담으로 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101,000,000원과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가. 인정사실

다음과 같은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호증의 1 내지 3, 갑 제2호증의 1 내지 4, 갑 제3호증의 각 기재, 을 제1호증의 일부 기재 및 증인 소외 3의 일부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각 인정할 수 있고, 이에 반하는 을 제1호증의 일부 기재 및 증인 소외 3의 일부 증언은 믿기 어려우며, 달리 반증이 없다.

(1) 원고와 피고는 1998. 10. 20. 혼인신고를 마치고, 슬하에 딸 소외 1 및 아들 소외 2를 둔 법률상 부부로서, 신혼 초부터 원고의 혼수문제로 자주 다투어 오던 중, 원고와 피고 사이뿐만 아니라, 원고와 시부모 등 사이에 갈등이 더욱 깊어지자, 피고는 2000. 10.경 원고와 부부싸움을 한 후, 옷가지 등 피고의 짐을 챙겨 원고 및 자녀와 함께 거주하던 집에서 나왔고, 그 후 피고는 호텔 등에서 기거하면서 몇 차례 집에 들르기도 하였으나, 2000. 12. 말경부터는 아예 집에 들르지 아니하였으며, 현재는 부모의 집에서 부모와 같이 거주하고 있다.

(2) 피고는 2001. 8. 31. 원고를 상대로 서울가정법원 2001드합11673호 로 피고와 원고의 이혼, 원고의 피고에 대한 위자료의 지급, 자녀의 친권행사자 및 양육자로 피고를 지정하여 줄 것 등을 구하는 이혼심판 등 소송을 제기하였고, 이에 대응하여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위 법원 2002드합335호 로 자녀의 양육비를 포함한 부양료로 월 15,000,000원씩을 지급할 것을 구하는 반소를 제기하였으며, 위 법원은 2002. 11. 21. 피고의 본소청구를 모두 기각하는 한편, 피고에 대하여 원고에게 2000. 12. 1.부터 원고와 피고 사이의 혼인이 해소될 때까지 월 5,000,000원씩을 매월 말일에 지급할 것을 명하는 내용의 원고의 반소청구를 일부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피고는 위 제1심 판결에 불복하여 서울고등법원 2002르2522호 로, 원고도 위 법원 2002르2539호 로 각 항소를 제기하였으나, 위 법원은 2003. 9. 25. 피고 및 원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으며, 피고는 위 항소심 판결에 불복하여 대법원 2003므2343호 로, 원고 역시 대법원 2003므2350호 로 각 상고를 제기하였으나, 대법원이 2004. 4. 27. 피고와 원고의 상고를 각 기각함으로써 위 제1심 판결은 2004. 5. 3. 그대로 확정되었다(이하 ‘이 사건 관련 판결’이라고 한다).

(3) 원고는, 피고가 이 사건 관련 판결에도 불구하고 계속하여 원고와 동거하는 것을 거부함으로써 부부의 동거의무를 위반하고 있음을 이유로, 2004. 12.경 피고를 상대로 서울가정법원 2004느단9742호 로 원고와 피고 사이의 동거에 관한 적당한 처분을 내려 줄 것을 구하는 동거심판 청구를 하였고, 원고는 위 심판절차에서 자녀가 다니고 있는 유치원이 소재한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집을 임차하여 그 곳에서 동거하자는 의사를 표시하고, 피고는 그가 운영하는 병원이 있는 광명시 철산동에 소재한 집을 임차하여 그 곳에서 동거하자고 주장하여, 서로의 의견을 절충한 끝에, 원고가 피고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함으로써 2005. 3. 30. 원고와 피고 사이에 “원고와 피고는 광명시 철산동 소재 방 3칸짜리 30평형대 아파트를 동거 장소로 하여 2005. 5. 말부터 동거한다. 피고는 위 동거 장소의 마련에 있어 20,000,000원의 전세보증금과 월세 소요 예상액 600,000∼800,000원 중 4분의 1을 매월 부담하되, 전세보증금 20,000,000원은 피고의 특유재산으로 한다.”는 내용의 조정이 성립되었다(이하 ‘이 사건 관련 조정’이라고 한다).

(4) 그 후 피고는 원고에게 한 차례 전화를 걸어 피고가 거주하고 있는 집에서 만나서 이 사건 관련 조정에 따라 임차하여 동거할 아파트를 함께 구하러 다니자고 제의하였으나, 원고가 피고의 집을 방문할 경우 피고와 함께 거주하는 시부모와 마주치게 되어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하자, 그 이후로는 원고의 집 전화 및 휴대전화번호를 알고 있었음에도, 다시 원고에게 전화를 걸어 다른 곳을 약속장소로 지정하여 만나자고 제의하는 등 이 사건 관련 조정에 따라 원고와 동거하기 위한 아무런 사전 준비도 하지 아니하였고, 원고도 피고의 휴대전화번호를 알고 있었음에도, 먼저 피고에게 전화를 걸어 동거할 아파트를 임차하는 문제를 거론하거나, 이 사건 관련 판결에 따라 피고로부터 매월 지급받고 있던 부양료의 지급시기 등을 논의하기 위하여 피고가 운영하는 병원으로 전화를 걸어 피고의 동생인 소외 3과 통화하는 기회에(원고가 병원으로 전화를 걸면 원무과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소외 3이 피고를 대신하여 전화를 받아 피고가 진료 중이라는 등의 이유를 들어 피고를 바꾸어주지 아니한 채 직접 원고와 통화하였다) 이 사건 관련 조정의 이행 문제를 거론하지 아니하였다.

(5) 한편, 원고가 2007. 10. 4.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한 이후 이 사건이 조정에 회부되어 재차 조정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원고와 피고 사이에 서울 양천구 목동 소재 40평형대 아파트를 임차하여 그 곳에서 동거하기로 하는 점에 관해서는 대략적인 합의가 이루어졌으나, 피고가 원고 및 자녀와 동거하기 위하여 얼마의 생활비를 원고에게 지급할 것인지, 이 사건 관련 판결에 따른 5,000,000원의 부양료를 계속하여 원고에게 지급하여야 하는지 등의 문제를 둘러싸고 각자의 주장을 굽히지 아니하는 바람에, 결국 조정이 성립되지 아니하였다.

(6) 원고는 현재 별다른 직업 없이 이 사건 관련 판결에 따라 피고로부터 매월 5,000,000원씩의 부양료를 지급받아 그 돈으로 자녀를 양육하고 있고, 피고는 안과전문의로서 광명시 철산동에서 ‘ ○○안과’를 운영하면서 매월 20,000,000∼30,000,000원 정도의 수입을 얻고 있다.

나. 판단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와 피고가 이 사건 관련 조정에 따라 동거하기 위해서는 원고에게도 동거할 아파트를 임차하기 위하여 피고와 동행하여 적당한 아파트를 물색하는 데 참여하는 등의 협력의무가 있다고 할 것임에도, 원고가 위와 같은 협력의무를 적극적으로 이행하지는 아니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으나, 피고는 원고가 피고의 집을 방문하여 피고와 같이 거주하고 있는 시부모와 마주치는 것을 꺼려하리라는 점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차례 의례적으로 원고에게 전화를 걸어 피고의 집에서 만나서 함께 임차하여 동거할 아파트를 보러 다니자고 제의하였다가, 원고가 위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의 제의를 거절하자, 그 이후에는 이 사건 관련 조정에 따라 원고와 동거하기 위한 아무런 시도조차 하지 아니한 점,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 관련 조정이 성립된 경위, 이 사건 관련 조정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와 피고가 이 사건 관련 조정에 따라 동거하지 못하게 된 것은 원고의 위와 같은 협력의무의 불이행 때문이라기보다는 피고가 이 사건 관련 조정에 따라 원고와 동거하기 위하여 동거 장소로 사용할 아파트를 물색하고 임차하는 데 있어서의 보다 능동적인 협력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기 때문이라고 봄이 상당하고, 원고가 피고의 위와 같은 이 사건 관련 조정에 기한 협력의무의 불이행으로 인하여 이 사건 관련 조정이 성립된 이후 3년 가까이 피고와 동거하지 못한 채 홀로 나이 어린 자녀를 양육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으리라는 점은 경험칙에 의하여 이를 충분히 추인할 수 있으므로, 피고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에게 정신적 고통에 따른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다. 피고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피고는, 먼저, 부부의 동거·부양·협조의무는 서로 독립된 별개의 의무가 아니고, 피고는 원고와 부부로서의 동거·부양·협조의무를 위반하였음을 이유로 이미 이 사건 관련 판결에 따라 원고에게 부양료를 지급하여 왔으므로, 피고가 다시 동거의무의 위반을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별도의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아니며, 더 나아가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하는 부양료는 이 사건 관련 판결을 통하여 피고가 원고와의 동거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함으로써 원고가 피고로부터 아무런 경제적인 도움을 받지 못한 채 홀로 나이 어린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사정 등이 모두 참작되어 결정된 것으로서, 피고의 부부로서의 동거의무의 위반으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정신적 고통에 따른 손해는 위와 같이 피고가 원고에게 부양료를 지급함으로써 이미 해소되었다고 보아야 하고, 부양료의 지급으로도 해소되지 아니한 정신적 고통에 기한 손해가 있다면 이는 특별사정으로 인한 손해라고 할 것이어서, 피고에게 그 손해배상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피고가 그 특별한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이 인정되어야 하나, 피고는 위와 같은 특별한 사정을 알지 못하였고, 이를 알 수도 없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부부로서의 동거의무를 위반하였음을 이유로 하는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민법 제826조 제1항 이 규정하고 있는 부부간의 동거·부양·협조의무는 정상적이고 원만한 부부관계의 유지를 위한 광범위한 협력의무를 구체적으로 표현한 것으로서 서로 독립된 별개의 의무가 아니라고 할 것이고( 대법원 1991. 12. 10. 선고 91므245 판결 등 참조), 한편, 갑 제1호증의 1 내지 3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가 이 사건 관련 판결에 따라 원고에게 매월 지급하고 있는 5,000,000원의 부양료는 원고가 2000. 10.경 피고가 집을 나간 이후부터 피고로부터 아무런 경제적인 도움을 받지 못한 채 홀로 나이 어린 자녀를 양육하면서 생활하고 있는 점, 원고와 피고의 나이, 직업, 수입, 재산 정도, 가족관계 및 그 밖의 제반 사정을 모두 참작하여 결정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피고가 이 사건 관련 조정에 따라 원고와 동거하는 데 필요한 구체적인 협력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함으로써 원고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함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위와 같은 피고의 손해배상책임 발생의 원인이 곧바로 민법 제826조 제1항 소정의 부부의 동거의무 위반 여부와 직결된다거나, 피고가 이 사건 관련 판결에 따라 원고에게 부양료를 지급한다고 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은 원고의 정신적 고통에 따른 손해가 전보된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2) 피고는, 다음으로, 설령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부부로서의 동거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하더라도, 부부에게 동거를 명하는 내용의 심판에 대하여 강제집행을 실시하는 것은 부부 각자의 인격을 침해하거나, 부부의 공동생활의 본질에 적합하지 아니하여 동거심판에 대하여는 직접강제는 물론 간접강제도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인데, 부부 일방에 대하여 동거의무의 위반을 이유로 하여 상대방에 대한 위자료 지급의무 등의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하는 것은 동거의무의 이행과 관련하여 간접강제를 인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결과가 되어 위와 같은 법리에 반하는 것이어서, 결국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아무런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피고가 이 사건 관련 조정에 따라 원고와 동거하는 데 필요한 구체적인 협력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함으로써 원고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함은 앞서 본 바와 같고, 피고에게 위와 같은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하는 것이 피고의 원고에 대한 부부로서의 동거의무를 직접강제 또는 간접강제의 방법으로 이행하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결과를 가져온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도 이유 없다.

2.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원고가 피고의 이 사건 관련 조정에 따른 원고와 동거하는 데 필요한 구체적인 협력의무의 불이행으로 인하여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 관련 조정이 성립된 경위, 이 사건 관련 조정의 내용, 이 사건 관련 조정이 성립된 이후의 사정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사정을 참작하면, 그 금액을 10,000,000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에게 10,000,000원과 이에 대하여 이 사건 관련 조정에 따른 동거 시작일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이 사건 소장 부본이 피고에게 송달된 다음날임이 기록상 분명한 2007. 10. 11.부터 피고가 그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08. 6. 10.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홍승철(재판장) 장우영 정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