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지위확인
2015구합50320 국회의원지위 확인
1. A
2. B
3. C
4. D
5. E
원고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상록, 담당변호사 천낙붕
원고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향법, 담당변호사 하주희
원고를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치현
대한민국
2015. 9. 1.
2015. 11. 12.
1. 원고들의 소를 모두 각하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원고들이 국회의원의 지위에 있음을 확인한다.
1. 사건의 개요
F정당은 G일자 창당하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을 마친 정당이었다. 원고들은 F 정당의 당원이었던 사람들이다. 원고들은 F정당의 공천을 받아 2012. 4. 11. 실시된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였다. 그 선거에서 원고 A, C, D는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원고 B, E는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각각 당선되어 제19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하였다.
대한민국 정부는 2013. 11. 5. 「대한민국헌법」(이하 '헌법'이라 한다) 제8조 제4항과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근거하여 F정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2013헌다1호)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하였다. 헌법으로부터 정당의 해산 심판을 관장할 권한을 부여받은 헌법재판소(헌법 제111조 제1항 제3호 참조)는 위 정당해산심판 사건을 심리한 다음 2014. 12. 19. F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F정당을 해산한다고 결정하였다. 그리고 그와 함께 당시 F정당에 소속되어 있던 국회의원들인 원고들이 국회의원직을 상실한다고 결정하였다(이하 후자의 결정을 '이 사건 의원직 상실결정'이라 한다).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의원직 상실 결정을 하는 근거로 크게 두 가지를 들었다. 하나는 방어적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헌법을 수호하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정당에 소속되어 위헌적인 정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정치 활동을 한 국회의원들에 대해서는 국회의원이 지닌 국민 대표성을 희생하여서라도 부득이 국회의원직을 박탈하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정당을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 과정에서 미리 배제하여 헌법을 수호하는 기능을 하는 위헌정당해산제도가 실효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해산되는 정당에 소속된 국회의원들이 국회의원직을 유지한 채로 그 정당의 위헌적인 정치 이념을 정치적 의사 형성 과정에서 대변하고 이를 실현하려는 활동을 계속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사건 의원직 상실 결정이 선고되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원고들이 국회의원직을 상실하였음을 전제로 2014. 12. 19. 원고들에게 국회의원 자격 상실과 후원회 해산에 따른 회계 보고를 하라고 안내하는 등 후속 조치를 진행하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원고들이 국회의원직을 상실함에 따라 궐원 상태가 된 국회의원직의 처리와 관련하여 세 자리의 지역구 국회의원직(H선거구, I선거구, J선거구)에 대해서는 보궐 선거를 실시해야 하고 두 자리의 비례대표 국회의원직에 대해서는 궐원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판단에 따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14. 12. 30.부터 위 지역구 국회의원직 세 자리에 대하여 예비후보자 등록을 시작하는 등 보궐 선거를 실시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15. 4. 29. 위 세 자리의 지역구 국회의원직에 대하여 보궐 선거를 실시하였고, 그 선거에서 K(H선거구), L(I선거구), M(J 선거구)이 각각 당선되어 현재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원고들은 이 사건 의원직 상실 결정이 내려지고 위와 같이 원고들의 국회의원 자격을 부정하는 전제에서 후속 조치와 보궐 선거를 위한 절차 등이 진행되자 2015. 1. 6. 이 법원에 피고(이 사건 소송을 제기할 당시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피고로 삼았으나, 2015. 3. 23.자 피고 경정 신청과 그에 따른 경정 결정을 통하여 피고가 '대한민국'으로 바뀌었다)를 상대로 '원고들이 국회의원의 지위에 있음을 확인한다'는 취지의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 갑 제1, 3호증, 갑 제4호증의 1, 2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헌법의 해석과 헌법재판소의 권한
헌법은 국민의 기본적 인권과 국가의 기본 질서·구조의 본질적인 부분을 규정하고 있는 근본법이다. 헌법은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사항을 규율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추상적이고 개방적일 수밖에 없다. 헌법이 국민의 인권과 국가의 질서 구조에 관한 모든 내용을 빠짐없이 구체적으로 규율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또한 바람직하지도 않다. 따라서 헌법은 인권의 핵심과 국가 질서·구조의 뼈대만을 함축적인 언어를 사용하여 간결하게 규정하고 있다. 예컨대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규정하여(헌법 제19조) 국민의 기본적 인권 중 하나를 '양심의 자유'라는 추상적이고 함축적인 말에 모두 집약하여 선언할 뿐 그 구체적인 내용을 헌법에서 직접 명문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또한 헌법은 기본적 인권과 국가의 기본 질서·구조에 관한 본질적인 내용을 다의적인 언어를 사용하여 규정함으로써 사회의 변화와 발전을 헌법 규범 속에 녹여낼 수 있는 여지를 만들고 있다. 예컨대 헌법은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헌법 제4조). 여기에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말은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 헌법이 추구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시대적·사회적 배경에 따라 다르게 형성될 수 있다.
이처럼 헌법은 추상적이고 개방적이기 때문에 헌법 규범이 국민 생활과 국가 현실을 규율하는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방법을 통해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우리 헌법은 먼저 입법을 통하여 헌법 규범을 구체화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예컨대 헌법은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라고 규정하여(헌법 제23조 제1항) '재산권'을 국민의 기본적 인권 중 하나로 선언하면서 그 구체적인 내용을 국회가 법률을 제정하여 형성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입법을 통한 구체화는 일차적이고 잠정적인 방법에 그친다. 왜냐하면 국회가 법률을 만들어 헌법 규범을 구체화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구체화한 내용이 헌법 규범의 본질적 의미를 넘어서는 경우에는 그 법률은 헌법에 위배되어 효력이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국회가 '재산권'의 구체적인 내용을 형성하기 위하여 만든 법률이 재산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한다면 그 법률은 헌법에 위배되어 효력이 없다(헌법 제37조 제2항 참조). 특히 오늘날의 헌법은 '시대와 사회를 초월하여 절대적으로 옳은 가치는 존재하지 않고 모든 가치는 상대적 타당성만을 지니기 때문에 국가는 특정한 가치에 매임이 없이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는 가치를 실현하여야 한다'는 20세기 초반의 극단적인 상대주의적 민주주의를 극복한 가치 구속적 민주주의, 즉 '헌법에는 민주적 의사 결정 방식인 다수결에 의해서도 침해될 수 없는 핵심적인 기본 가치가 있고 국가와 국민은 그러한 핵심적인 가치에 구속되어야 한다'는 사고에 바탕을 두고 형성되었기 때문에 헌법의 근본적 가치에 어긋나는 법률은 제아무리 국민 다수의 지지를 얻는다 하더라도 유효한 규범으로서 효력을 가질 수 없다. 따라서 결국 헌법 규범의 구체화는 궁극적으로 헌법규범의 본질적 의미와 헌법의 근본적 가치에 대한 해석을 통하여 실현될 수밖에 없다. 물론 헌법의 조항들 중에는 일의적으로 규정되어 있어 구체화를 할 필요성이 없는 것들도 있다. 예컨대 "국회의원의 임기는 4년으로 한다."(헌법 제42조), "국회는 의장 1인과 부의장 2인을 선출한다."(헌법 제48조), "대통령의 임기는 5년으로 하며, 중임할 수 없다."(헌법 제70조)와 같은 조항들은 그 문언에서 곧바로 구체적인 의미를 도출할 수 있으므로 달리 해석을 통한 구체화의 필요성이 없다. 그러나 다른 많은 헌법 조항들, 특히 국민의 기본적 인권과 국가의 기본 질서를 규율하는 조항들은 정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추상적·개방적으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조항들의 구체화는 궁극적으로 그 조항들의 본질적 의미에 대한 해석을 통하여 실현될 수밖에 없다. 예컨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헌법 제10조),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헌법 제34조 제1항) 등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규정하고 있는 조항들, '민주공화국'(헌법 제1조), '민주적 기본질서'(헌법 제8조 제4항) 등 국가의 기본 질서를 규정하고 있는 조항들은 일차적으로는 입법을 통해 그 내용이 구체화될 수 있겠으나 궁극적으로는 그 조항들이 지니고 있는 본질적 의미를 헌법적으로 해석함으로써 구체화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제 위와 같이 해석을 통하여 헌법 규범을 구체화하는 주체가 누구인지, 즉 헌법 규범의 본질적 의미와 헌법의 근본적 가치에 대한 해석을 누가 할 것인지가 문제된다. 모든 국가 기관은 헌법을 수호하고 존중하며 헌법적 가치를 실현할 의무를 부담하기 때문에 일차적인 헌법 해석의 주체가 된다. 예컨대 국회는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에서 법률을 제정할 수 있으므로 입법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헌법을 해석하는 작업을 거치게 된다. 정부 또한 헌법의 구속을 받고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행정 작용을 해야 하므로 그 과정에서 헌법 해석을 수반하게 된다. 법원은 재판을 하는 과정에서 헌법을 직접 준거로 삼아야 하므로(헌법 제103조 참조) 당연히 헌법에 대한 해석을 할 권한이 있다. 그런데 우리 헌법은 헌법 규범의 본질적 의미와 헌법의 근본적 가치에 대한 해석을 할 수 있는 최종적인 권한을 원칙적으로 헌법재판소에 부여하고 있다. 즉 우리 헌법은 제3장에서 '국회', 제4장에서 '정부', 제5장에서 '법원'을 규정함과 동시에 제6장에서 '헌법재판소'를 규정함으로써 전통적 삼권(三權)인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와 동등한 지위에서 헌법에 관한 재판만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국가 기관을 별도로 설치할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명하였다. 그런데 '재판'이란 규범에 대한 해석·적용을 그 본질로 하므로 헌법재판소가 '헌법'에 관한 재판만을 전문적으로 담당한다는 것은 결국 헌법의 해석·적용에 관한 권한이 법원 등 다른 국가 기관으로부터 분리되어 헌법재판소에 전속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111조 제1항 각 호에서 정한 다섯 가지 사항(위헌법률심판, 탄핵심판, 정당해산심판, 권한쟁의심판, 헌법소원심판)을 관장하는 범위에서 최종적으로 헌법을 해석하고 그러한 해석을 통하여 구체화된 헌법 규범을 직접 사실 관계에 적용하여 결론을 낼 원칙적인 권한을 가진다. 다만 예외적으로 헌법에서 직접 헌법의 해석·적용에 관한 최종적인 권한을 다른 국가 기관에 부여하고 있는 경우에 한해 헌법재판소의 위와 같은 권한이 배제될 뿐이다. 예컨대 헌법은 제107조 제2항에서 "명령·규칙 또는 처분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는 대법원은 이를 최종적으로 심사할 권한을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명령·규칙·처분에 대한 구체적 통제를 하는 범위에서는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헌법을 해석·적용할 권한을 가진다. 나아가 헌법은 제101조 제1항에서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2항에서 "법원은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각급법원으로 조직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사법권의 본질적인 부분은 법령을 해석·적용하는 것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구체적인 사건에서 어떠한 법률 해석이 헌법에 합치되는 해석인가를 포함하는 법령의 해석·적용에 관한 권한도 역시 사법권의 최고 주체인 대법원에 최종적으로 전속한다(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2재두299 판결 등 참조). 그러므로 위와 같은 예외적인 경우, 즉 명령·규칙·처분에 대한 구체적 통제를 하는 경우나 법령을 해석·적용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법률 해석이 헌법에 합치되는 해석인지를 판단하는 경우 등이 아닌 한, 헌법 규범의 본질적 의미와 헌법의 근본적 가치에 대하여 해석하고 그 해석으로 구체화된 헌법 규범을 직접 사실 관계에 적용하여 결론을 낼 권한은 최종적으로 헌법재판소에 있다.
그리고 헌법재판소가 위와 같은 권한에 근거하여 헌법 규범을 구체화한 경우, 다시 말해서 헌법 규범의 본질적 의미와 헌법의 근본적 가치에 대하여 해석하고 이를 통해 구체화된 헌법 규범을 직접 사실 관계에 적용하여 결론을 낸 경우, 그와 같은 결론은 헌법을 구체적으로 실현한 종국적인 내용으로서 확정된다. 헌법재판소의 해석·적용은 '최종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헌법이 이를 견제할 장치를 달리 마련하고 있지 않은 이상 다른 국가 기관은 헌법재판소가 한 헌법의 해석·적용을 다툴 수 없고 그에 대하여 다시 심리·판단할 수 없다. 이러한 결론은 우리 헌법이 채택하고 있는 권력분립의 원리에 따른 당연한 요청이다. 우리 헌법은 국회, 정부, 법원, 헌법재판소 등 서로 독립된 여러 기관에 국가 작용을 나누어 맡김으로써 국가 기관 간의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질 수 있게 함과 동시에 각 기관이 헌법상 주어진 범위와 한계 안에서 각자의 권한을 행사하도록 함으로써 특정 기관에 국가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막고자 하고 있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헌법 제101조는 사법권을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하는 법원에 전속시킴으로써 법령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최종적인 권한을 대법원에 부여하고 있다. 이에 따라 헌법재판소를 비롯하여 다른 국가 기관들은 대법원이 하는 법령의 해석·적용에 간섭할 수 없으며 그 법령 해석·적용에 간섭하는 것은 헌법재판소 등 다른 국가 기관의 권한에 속하지 않는 일로서 아무런 효력을 가지지 못한다(대법원 1996. 4. 9. 선고 95누11405 판결, 대법원 2001. 4. 27. 선고 95재다14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이러한 구조를 통하여 법원의 독립이 확보됨과 동시에 다른 국가 기관에 대한 법원의 견제가 가능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헌법재판소가 앞에서 본 바와 같은 최종적인 권한에 근거하여 헌법 규범의 본질적 의미와 헌법의 근본적 가치에 대하여 해석을 하고 이를 통하여 구체화된 헌법 규범을 직접 사실 관계에 적용하여 결론을 내렸다면, 헌법에 별다른 규정이 없는 이상 법원을 비롯한 다른 국가 기관들은 헌법재판소가 한 헌법 해석·적용의 결과를 다툴 수 없고, 이를 다투어 다른 결론을 낸다 하더라도 그러한 행위는 아무런 효력이 없다.
결론적으로 명령·규칙·처분에 대하여 구체적 통제를 하는 경우 또는 법령을 해석·적용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법률 해석이 헌법에 합치되는 해석인지를 판단하는 경우 등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한, 헌법재판소는 앞에서 본 다섯 가지 관장 사항을 심사하는 범위에서 헌법 규범의 본질적 의미와 헌법의 근본적 가치에 대해 해석하고 그 해석을 통해 구체화된 헌법 규범을 직접 사실 관계에 적용할 최종적인 권한을 가진다. 그리고 법원 등 다른 국가 기관은 헌법재판소가 위와 같은 최종적인 권한에 근거하여 헌법을 해석하고 적용함으로써 도출한 결론을 다툴 수 없고 이에 대하여 다시 심리·판단할 수 없다.
3. 법원이 이 사건 소송을 심리·판단할 수 있는지
가. 이 사건 의원직 상실 결정을 다툴 수 있는지
우리 헌법은 정당해산심판에 관하여 제8조 제4항에서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고, 정당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하여 해산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제111조 제1항에서 '정당의 해산 심판'(제3호)을 헌법재판소의 관장 사항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위와 같은 정당해산심판에 관한 조항들은 앞서 본 헌법 제42조나 제48조, 제70조 등과 달리 일의적인 문언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 위 조항들은 앞에서 살펴본 헌법 규범의 추상적이고 개방적인 성질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 즉 위 조항들은 헌법재판소가 정당해산심판을 담당한다는 점만을 선언하고 있을 뿐 제소된 정당의 해산과 관련하여 헌법재판소가 심판하는 범위와 절차 등 구체적인 내용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지 않다. 특히 위 조항들은 헌법재판소가 한 정당해산결정이 어느 범위에서 어떠한 효력을 미치는지에 관하여 아무런 내용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위 조항들은 구체화될 필요성이 있다. 이에 따라 국회는 「정당법」을 제정하여 헌법재판소의 정당해산결정이 있으면 해산된 정당의 강령 또는 기본 정책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으로 정당을 창당하지 못하도록 하고(정당법 제40조 참조), 해산된 정당의 명칭과 같은 명칭을 정당의 명칭으로 다시 사용하지 못하게 하며(정당법 제41조 제2항 참조), 해산된 정당의 잔여재산을 국고에 귀속하게 하는(정당법 제48조 제2항 참조) 등 입법을 통하여 정당해산결정의 효력을 구체화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입법을 통한 구체화는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일차적이고 잠정적인 것에 그친다. 위에서 본 정당해산심판에 관한 헌법의 조항들이 가진 본질적인 의미, 즉 정당해산심판의 범위나 정당해산결정의 효력 등에 관한 본질적인 내용은 궁극적으로 헌법의 해석을 통하여 구체화되어야 한다.
한편 우리 헌법이 '민주주의'를 국가의 기본 질서이자 헌법의 근본 가치로 채택하고 있음은 자명하다. 헌법은 제1조 제1항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규정하여 민주주의를 국가 질서의 기본 원리로 선언하고 있고, 제2항에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규정하여 민주주의의 원리를 국민주권주의로 구체화하고 있다. 또한 헌법은 제32조 제2항에서 " ... 국가는 근로의 의무의 내용과 조건을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법률로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제119조 제2항에서 "…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민주주의가 국가의 모든 영역에서 실현되어야 할 원리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 밖에도 헌법은 전문과 제4조에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제8조 제4항에서 '민주적 기본질서'를 천명함으로써 민주주의가 우리 헌법의 근본적인 가치임을 확고히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헌법에서 말하는 '민주주의'가 과연 어떠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는지는 헌법이 직접 명시하고 있지 않다. '민주주의'는 추상적인 이념을 표현한 말일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내용을 동시에 담을 수 있는 다의적인 말이다. 다시 말해 '민주주의'는 앞에서 살펴본 헌법 규범의 추상적이고 개방적인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는 말로서 나라마다 시대마다 그 의미가 다르게 형성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 헌법이 근본적 가치로 삼고 있는 '민주주의'가 어떤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는지는 시대적·사회적 배경을 반영하여 헌법 해석을 통해 구체화되어야 한다. 즉 우리 헌법이 채택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성격이 무엇인지, 그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담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의 효력은 어디까지인지 등은 민주주의에 관한 우리 헌법의 규정들을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헌법 현실들을 반영하여 해석함으로써 확정하여야 할 문제이다. 예컨대 우리 헌법이 추구하는 '민주주의'가 자유 민주주의를 의미하는지 사회 민주주의를 의미하는지 또는 그 둘 모두를 포함하는지는 헌법 제·개정 당시부터 정해져 있는 문제가 아니라 시대마다 헌법 해석을 통하여 구체화될 문제인 것이다.
그런데 위와 같이 헌법 규범을 구체화하는 권한, 즉 헌법의 해석을 통하여 정당해산심판의 범위나 정당해산결정의 효력 등에 관한 본질적인 내용을 구체화하고, 헌법이 근본적 가치로 삼고 있는 '민주주의'가 어떠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는지를 구체화하는 권한이 원칙적·최종적으로 헌법재판소에 맡겨져 있음은 앞에서 본 바와 같다. 그리고 '사건의 개요'에서 살펴본 바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위와 같은 원칙적·최종적 권한에 근거하여 헌법 규범을 구체화한 결과로서 이 사건 의원직 상실 결정을 도출하였다. 즉 헌법재판소는 '정당해산결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해산되는 정당에 소속된 국회의원들의 정치 활동을 막아야 한다'는 점을 이 사건 의원직 상실 결정의 근거로 들었는데, 이는 헌법 제8조 제4항과 제111조 제1항 제3호 등의 추상성으로 말미암아 헌법 규범에 명시적으로 기술되어 있지 않던 정당해산심판의 범위와 정당해산결정의 효력에 관한 본질적인 내용을 해석을 통하여 명확하게 밝힌 것에 해당한다. 다음으로 헌법재판소는 '방어적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헌법을 수호하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해산되는 정당에 소속되어 위헌적인 정치 활동을 한 국회의원들의 국회의원직을 박탈하여야 한다'는 점을 이 사건 의원직 상실 결정의 근거로 들었는데, 이는 우리 헌법이 추구하는 '민주주의'가 방어적 민주주의의 성격을 띠고 있고 그 '방어적 민주주의'는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 정당뿐만 아니라 그 정당에 소속되어 위헌적인 정치 활동을 한 국회의원에게까지 효력을 미친다는 점을 밝힌 것으로서 헌법의 근본적 가치인 '민주주의'의 의미를 시대적·사회적 배경을 반영하여 해석을 통해 구체화한 것에 해당한다.
결국 이 사건 의원직 상실 결정은 헌법재판소가 헌법 제111조 제1항 제3호에서 정한 '정당의 해산 심판'을 관장하는 범위에서 '민주주의'라는 헌법의 근본적 가치에 대한 해석을 바탕으로 하여 헌법 제8조 제4항과 제111조 제1항 제3호 등이 가지는 본질적 의미를 해석하고 이를 F정당의 해산이라는 구체적인 사실 관계에 직접 적용하여 이끌어낸 결론에 해당한다. 이처럼 위 결정이 명령·규칙·처분에 대한 구체적 통제를 하는 과정이나 법령을 해석·적용하는 과정에서 도출된 것이 아니라 헌법 규범 자체를 직접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도출된 것인 이상(비록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 의원직 상실결정의 이유 부분에서 「공직선거법」 제192조 제4항에 대한 해석을 하기는 하였지만, 헌법재판소는 국회의원의 국민대표성과 정당기속성 간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하여 위 조항을 해석한 것일 뿐 이 사건 의원직 상실 결정을 하는 직접적인 이유로서 그러한 해석을 제시한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유 중에 위 조항에 대한 해석이 설시되었다고 하여 이 사건 의원직 상실 결정이 법령을 해석·적용하는 과정에서 도출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 결정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원칙적으로 헌법재판소에 맡겨져 있는 헌법의 해석·적용에 관한 최종적인 권한에 근거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법원 등 다른 국가 기관은 이를 다툴 수 없고 이에 대하여 다시 심리·판단할 수도 없다.
나. 이 사건 의원직 상실 결정과 이 사건 소송의 관계
원고들은 이 사건 소송에서 형식적으로는 피고, 즉 대한민국을 상대로 '원고들이 국회의원의 지위에 있음을 확인한다'는 취지의 청구(이하 '이 사건 확인 청구'라 한다)를 하고 있다. 다시 말해 헌법재판소를 상대로 직접 이 사건 의원직 상실 결정의 효력을 다투는 청구를 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이 사건 소송은 실질적으로 이 사건 의원직 상실 결정의 효력을 직접 다투는 것과 같은 내용의 소송이라고 보아야 한다.
우선 이 사건 확인 청구는 이 사건 의원직 상실 결정의 효력과 정면으로 모순되는 반대 관계에 있다. 이에 따라 이 사건 확인 청구에 대한 결론은 이 사건 의원직 상실결정의 효력 여부와 필연적인 관계에 있다. 즉 이 사건 의원직 상실 결정이 유효하면 그 창설적 효력으로 원고들은 위 결정의 선고와 동시에 국회의원직을 상실하게 되고 그 결과 이 사건 변론 종결일 현재 더 이상 국회의원의 지위에 있지 않으므로 이 사건 확인 청구는 이유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반면에 이 사건 의원직 상실 결정이 무효라면 그 결정은 아무런 효력이 없어 원고들의 국회의원 지위에 변동을 일으키지 못하므로 이 사건 변론 종결일 현재 원고들은 여전히 국회의원의 지위에 있어 이 사건 확인 청구는 이유가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처럼 이 사건 확인 청구는 이 사건 의원직 상실 결정이 유효인지 무효인지에 따라 곧바로 그 반대 방향으로 결론이 나게 되며, 이 사건 의원직 상실 결정의 유·무효 이외의 다른 변수가 이 사건 확인 청구의 결론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전혀 없다. 이 점에서 대법원이 헌법재판소가 한 결정과 관련하여 소송 요건의 구비를 인정하고 본안 심리에 나아간 국가배상청구 사건(예컨대 대법원은 2003. 7. 11. 선고한 99다24218 판결에서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각하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헌법재판소법」의 '청구기간' 조항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청구인이 제기한 국가배상청구 소송에서 본안 심리를 하여 청구인의 청구를 받아들이는 판단을 하였다)과 이 사건 확인 청구는 성격을 달리한다. 즉 위 국가배상청구 사건에서 소송의 대상은 '국가배상청구권의 존재 여부'인데, 그 존부에 대한 결론은 헌법재판소가 한 위 각하 결정의 효력 여부와 필연적인 관계에 있지 않다. 다시 말해서 위 국가배상청구 사건에서는 헌법재판소가 한 각하 결정이 유효인지 무효인지가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그 각하 결정이 위법한지, 그러한 결정을 한 헌법재판소 재판관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있는지 등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의 요건이 갖추어졌는지가 심리·판단의 대상이 되므로, 헌법재판소의 각하 결정이 유효하더라도 그것이 위법하고 재판관에게 고의나 과실이 있으면 국가배상청구권의 존재가 인정될 수 있고 반대로 그 각하 결정이 무효라고 하더라도 위법하지 않거나 재판관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없는 경우에는 국가배상청구권의 존재가 부정될 수 있다. 결국 위 국가배상청구 사건에서는 헌법재판소가 한 결정의 유·무효가 아니라 그 결정이 위법한지 등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의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라는 다른 변수가 소송의 대상인 국가배상청구권의 존부에 대한 결론에 영향을 미치는데, 위와 같은 다른 변수는 앞에서 본 바와 같이 대법원에 최종적인 권한이 있는 법령의 해석·적용을 하는 과정에서 도출되는 사항이므로, 대법원은 헌법재판소가 한 결정의 효력과 상관없이 위 국가배상청구 사건의 본안을 심리·판단할 수 있다. 이 점이 이 사건 의원직 상실 결정의 효력에 종속되어 결론이 내려지는 이 사건 확인 청구와 다른 점이다.
위와 같이 이 사건 확인 청구가 이 사건 의원직 상실 결정의 효력과 정면으로 모순되는 반대 관계에 있어 위 결정의 효력 여부에 그 결론이 종속되는 필연적인 관계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형식적으로 이 사건 확인 청구가 이 사건 의원직 상실 결정의 효력을 직접 다투는 소송과 당사자나 청구취지 등을 달리한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확인 청구를 별개의 소송으로 보아 법원이 이를 다시 심리·판단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권력분립의 원리에 어긋나는 해석으로서 타당하지 못하다. 즉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헌법재판소가 원칙적·최종적인 권한에 근거하여 헌법 규범의 본질적 의미와 헌법의 근본적 가치에 대하여 해석을 하고 이를 통해 구체화된 헌법 규범을 직접 사실 관계에 적용하여 결론을 내렸다면, 우리 헌법이 이를 견제할 장치를 따로 마련하고 있지 않은 이상 법원 등 다른 국가 기관은 위와 같은 헌법재판소의 헌법 해석과 적용을 다툴 수 없고 이를 다시 심리·판단할 수 없으며, 설사 이를 다시 심리하여 헌법재판소와 다른 판단을 내린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판단에는 아무런 효력이 없음은 권력분립의 원리에서 도출되는 결론이다. 그런데 만약 이 사건 확인 청구가 이 사건 의원직 상실 결정의 효력과 정면으로 모순되는 반대의 관계에 있음에도 단지 그것이 형식적으로 위 결정의 효력을 다투는 것과 다른 형태를 띠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법원이 이 사건 확인 청구를 다시 심리·판단하여 새로운 결론을 낼 수 있다고 한다면 이는 위에서 본 권력분립의 원리를 침해하는 해석으로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오히려 법원이 이 사건 확인 청구를 다시 심리하고 판단하여 새로운 결론을 내린다면 그러한 결론은 이 사건 의원직 상실결정에 담긴 헌법재판소의 최종적 권한에 기한 헌법의 해석·적용에 어긋나는 것으로 아무런 효력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결국 법원 등 다른 국가 기관에서 이 사건 의원직 상실 결정의 효력을 다투거나 이에 대해 다시 심리·판단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권력분립의 원리에서 나오는 당연한 요청이라면, 이 사건 의원직 상실 결정의 효력과 모순관계에 있는 이 사건 확인 청구 역시 마찬가지로 위 결정의 효력을 직접 다투는 것을 소송의 내용으로 삼고 있다고 보아 법원 등 다른 국가 기관에서 이를 다투거나 다시 심리·판단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 이 사건 소송을 심리·판단할 수 있는지
결론적으로 이 사건 의원직 상실 결정은 헌법재판소에 맡겨져 있는 헌법의 해석과 적용에 관한 최종적인 권한에 근거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법원은 이에 대하여 다시 심리·판단할 수 없다. 그리고 이 사건 소송, 즉 이 사건 확인 청구 역시 실질적으로 이 사건 의원직 상실 결정의 효력을 직접 다투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소송에 해당하여 마찬가지로 법원이 이에 대하여 다시 심리·판단할 수 없다.
원고들은 이 사건 의원직 상실 결정은 형성 재판에 해당하고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준용되는 「민사소송법」의 법리상 형성재판은 법률의 규정이 있는 경우에만 허용되므로 법률의 규정이 없이 이루어진 이 사건 의원직 상실 결정은 무효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와 같은 결론이 민주주의의 원리와 권력분립의 원리 및 헌법 제8조 제4항, 제111조 제1항 제3호 등 헌법 규범의 해석을 통하여 도출된 결론인 이상 체계적으로 헌법보다 규범력이 낮은 「민사소송법」상의 형성소송에 관한 법리와 판례를 들어 이 사건 의원직 상실 결정의 효력을 부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원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소송은 법원이 심리·판단할 수 없는 사항에 대하여 제기된 소송에 해당하므로 원고들의 소는 부적법하다. 헌법재판소가 헌법의 해석과 적용에 관한 원칙적이고 최종적인 권한을 행사하여 내린 결론에 대하여 견제할 장치를 헌법이 별도로 마련하고 있지 않은 이상, 원고들이 이 사건 의원직 상실 결정의 효력을 다투기 위해서는 헌법재판소에 직접 재심을 청구하는 수밖에 없다. 헌법재판소에서 재심을 허용하는 범위가 좁다고 해서 이 사건 의원직 상실 결정의 효력에 대하여 심리·판단할 수 없는 법원을 상대로 위 결정의 효력을 다투는 것과 실질적으로 내용이 동일한 소송을 제기하여 그 효력 유무에 관한 판단을 우회적으로 받고자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원고들의 소를 모두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장 판사 반정우
판사 김용찬
판사 서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