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a
대법원 1996. 12. 23. 선고 96다33846 판결

[임대보증금][공1997.2.15.(28),516]

판시사항

계약당사자 사이에서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의 제3자에 대한 채무를 변제하여 주기로 약정한 경우, 이행인수약정이 아니라 제3자를 위한 계약으로서의 중첩적 채무인수약정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갑이 을로부터 점포를 양도받기로 계약하면서 을이 제3자인 병에 대하여 부담하고 있는 채무를 갑이 변제하여 주기로 약정한 사안에서, 갑이 을과의 계약체결 후 곧바로 병에게 을의 채무를 대신 변제하겠다고 제의한 점이나 계약의 내용, 체결 경위 등에 비추어 갑과 을 사이에 체결된 계약은 제3자를 위한 계약으로서 중첩적 채무인수약정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그 계약을 이행인수약정에 불과하다고 본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참조조문
원고,상고인

김용기

피고,피상고인

김용득 (소송대리인 변호사 심한준)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원고의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거시 증거를 종합하여 피고는 1994. 12. 8. 소외 김상기로부터 서울 관악구 신림 7동 667의 27 소재 '솔밭 갈비식당' 점포 약 33평의 권리금을 금 30,000,000원으로 정하여 양도받기로 계약을 하면서, 그 중 금 15,000,000원에 대하여는 위 김상기의 원고에 대한 차용금 채무를 피고가 변제해 주는 것으로 약정한 사실, 피고가 원고에게 김상기와 체결한 위 점포 양도계약 내용을 설명하면서 원고가 사실상 점유하고 있던 위 점포를 자신에게 명도하여 주면 피고가 위 채무를 변제하겠다고 하였으나 원고가 이를 거절한 사실을 각 인정한 다음, 위 김상기와 피고 사이의 위와 같은 계약은 채무자를 면책시키는 채무인수로 볼 수는 없고 이행인수로 보아야 할 것이고, 그렇다면 피고는 김상기에 대하여 위 채무를 변제할 의무를 부담하는 데 그치고 직접 채권자인 원고에 대하여 의무를 부담한다고는 볼 수 없으며, 가사 위 약정을 채무인수계약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위 채무인수를 거절한 이상 위 계약에 따른 청구를 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배척하였다.

2. 계약당사자 사이에서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 당사자가 제3자에게 부담하고 있는 채무와 동일한 내용의 채무를 중첩적으로 인수하여 직접 제3자에 대하여 이행하기로 약정하는 경우에는 제3자를 위한 계약으로 유효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 인바, 원심도 인정한 바와 같이 피고가 김상기와의 위 계약 체결 후 곧바로 원고에게 위 김상기의 채무를 대신 변제하겠다고 제의한 점이나 위 계약의 내용, 체결 경위, 그 전후의 사정으로 보아 위 계약은 피고가 원고에게 위 김상기의 원고에 대한 차용금 채무에 대하여도 직접적으로 책임을 진다는 취지로 풀이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원고는 1994. 12. 8. 원·피고 및 위 김상기 등 3인이 채무인수에 관한 구두 합의를 하였음을 전제로 이 사건 청구를 하고 있으나 위와 같은 주장 속에는 피고와 김상기 사이에 제3자인 원고를 위한 채무인수계약이 있다는 주장을 포함한 것으로도 볼 여지가 있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이 분명치 못한 것이라고 하여도 원심으로서는 석명을 구하여 원고의 주장이 이러한 취지인지 아닌지를 석명함이 상당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위 약정은 피고와 위 김상기 사이에서 이루어진 이행인수약정에 불과하므로 이 약정의 효력은 피고와 원고 사이에 미친다고 볼 수 없다고 하여 원고의 청구를 배척한 것은 위와 같은 제3자를 위한 계약의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였거나 석명권 행사를 게을리 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또한, 원심은 피고의 의무이행 제의를 원고가 거절하였다고 사실인정을 하고 있으나, 기록을 살펴보아도 원고가 피고의 그와 같은 제의를 거절할 아무런 이유를 찾아볼 수 없으므로(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이 사건 소 제기 이전부터 건물 소유자에 대하여도 위 금 15,000,000원의 지급 없이는 사실상 점유하고 있는 위 점포의 명도를 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던 사실이 인정되기도 한다. 을 제6호증의 2, 기록 제272면), 원심이 피고측 증언만을 믿어 원고가 피고의 위 제의를 거절하였다고 본 것은 수긍하기 어렵고, 이는 채증법칙을 위배하였거나 심리를 미진하여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 역시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지창권(재판장) 천경송(주심) 안용득 신성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