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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2021.1.29. 선고 2020구합54920 판결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사건

2020구합54920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원고

A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명석

피고

근로복지공단

변론종결

2020. 11. 27.

판결선고

2021. 1. 29.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18. 12. 26.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은 이를 취소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의 배우자 망 B(C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는 2018. 4. 11. 음식배달업체인 D에 입사하여 오토바이를 이용한 배달업무에 종사하였다.

나. 망인은 2018. 6. 20, 13:09 오토바이를 이용하여 성남시 분당구 분당수서로 501 소재 한국잡월드 사거리 부근 서울 방향 도로에서 직진차로인 6차로에서 4차로로 순차 진로변경을 한 후 다시 좌회전차로인 3차로로 진로변경을 하다가 3차로에서 직진 주행하던 차량의 우측 앞 범퍼부분에 충돌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망인은 이 사건 사고로 병원에 이송되었으나 2018. 6. 20. 22:18 사망하였다. 망인의 사망진단서 상 사망원인의 기재는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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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원고는 2018. 8. 30. 피고에게 망인이 배달업무 수행 중 배달을 완료한 후 이동하다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므로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신청하였다. 피고는 2018. 12. 26. 이 사건 사고는 망인이 무리하게 진로변경을 시도하다가 발생하였으므로 망인의 고의에 의한 도로교통법 위반 범죄행위가 사고의 원인이 되어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된 것으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사유로 원고의 신청에 대하여 부지급 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라. 원고는 이 사건 처분에 불복하여 심사청구를 하였으나, 피고는 2019. 5. 15. 이 사건 사고는 망인의 도로교통법 위반 범죄행위가 오로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사고로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는 산업재해보상보험심사위원회의 심의결과를 바탕으로 심사청구를 기각하였다. 원고는 다시 재심사청구를 하였으나, 산업재해보상보험 재심사위원회는 2019. 11. 21. 마찬가지 이유로 재심사청구를 기각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및 을 제1, 2, 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다음의 사항을 고려하면, 이 사건 사고로 인한 망인의 사망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2항에서 업무상 재해의 예외로 규정한 '고의, 자해행위,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고, 망인의 도로교통법 제48조 위반행위만으로는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단절된다고 볼 수도 없다.

① 이 사건 사고는 망인이 도로교통법 제48조가 규정하고 있는 안전운전 의무를 위반한 과실에 의해 발생한 사고이기는 하지만 도로교통법제48조 위반행위를 범칙행위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반의 정도가 경미하다.

② 이 사건 사고는 망인을 충돌한 차량 운전자가 전방을 주시하지 않은 과실이 경합하여 발생하였다.

3 이 사건 사고 장소의 도로구조상 망인이 좌회전을 하기 위하여는 무리한 진로변경이 불가피하였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다. 인정사실

1) 망인은 2018. 6. 20. 12:48 D로부터 김밥 배달 건을 접수하여, 같은 날 13:07 E 아파트에 배달을 완료하였다.

2) 망인은 E아파트에서 나와 분당수서로에 진입하였다. 망인이 진입한 위 구간은 왕복 12차로, 편도 6차로로 편도 1차로는 유턴만 할 수 있는 차로이고, 편도 2~3차로는 서판교IC 방면으로 좌회전하는 차로이며, 나머지 편도 4~6차로는 서울, 동판교 방면으로 직진하는 차로이다. E아파트 후문에서 분당수서로에 진입하는 지점부터 3차로와 4차로 사이에 시선유도봉이 한국잡월드 사거리 교차로까지 설치되어 있고, 해당 노면에는 백색실선이 그려져 있다.

3) 망인은 순차로 6차로에서 4차로까지 진로변경을 하였고, 4차로에서 감속하면서 시선유도봉 사이를 통과하여 좌회전차로인 3차로로 진로변경을 하였다.

4) F은 투싼 자동차를 타고 한국잡월드 사거리에서 백현1교차로로 좌회전하기 위해 E아파트 앞 분당수서로 편도 3차로를 약 80km/h가량(충돌 직전 구간에서 약 81.8km/h, 충돌 무렵 약 76.6km/h)으로 주행하던 중 시선유도봉을 넘어서 들어온 망인의 오토바이의 좌측면을 투싼 자동차의 우측 앞 범퍼부분으로 충격하였다. F은 이 사건 사고에 대한 경찰조사 당시 '차량 파손 외에 몸이 다친 곳이 없다', '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도로의 구간은 좌회전과 직진차로를 구분하는 시선유도봉이 설치되어 있는 곳으로 오토바이가 4차로에서 시선유도봉 사이를 넘어서까지 3차로로 들어올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방어운전에 더욱 신경을 썼어야 하는데 그 부분이 조금 아쉽다', (망인의 오토바이가) 사고 바로 전 4차로에서 정지 중인 것만 기억이 날 뿐 오토바이가 어디서 주행을 시작해서 4차로까지 왔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하였다.

5) 망인을 피의자로 하는 도로교통법 위반 형사사건에 대하여는 2018. 8. 23. 망인의 사망으로 공소권 없음의 불기소처분이 내려졌다.

6) 한편, 이 사건 사고 당시 이 사건 사고 장소의 제한속도는 80km/h였고, 위 구간은 자동차전용도로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3호증(가지번호 포함) 및 을 제2, 3, 5호증, 을 제9호증의2의 각 기재, 을 제9호증의3, 4의 각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

라. 판단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에서 말하는 '업무상의 재해'라 함은 근로자가 업무를 수행하던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근로자의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을 뜻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재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는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한다(대법원 1998. 5. 22. 선고 98두4740 판결, 대법원 2009. 4. 9. 선고 2009두508 판결 참조).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2항은 근로자의 고의, 자해행위,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재해는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때 범죄행위에는 과실에 의한 범죄행위도 포함되며 형법에 의하여 범죄행위가 포함되는 것은 물론 특별법령에 의해 처벌되는 행위도 제외되지 않으므로 도로교통법상 범칙행위도 범죄행위에 포함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대법원 1990. 2. 9. 선고 89누2295 판결의 취지 참조). 또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근로자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사망 등이 발생한 경우'는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사망 등의 직접 원인이 되는 경우이거나 범죄행위가 주된 원인이 되는 경우를 의미한다는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7. 4. 27. 선고 2016두55919 판결 참조, 대법원 2004. 4. 27. 선고 2002두13079 판결 취지 참조).

2) 살피건대, 앞서 인정한 사실에 앞서 든 증거, 을 제9호증의4의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사고는 망인의 위법한 진로변경을 직접적인 원인으로 하여 발생한 것이므로 망인의 배달업무 수행과 이 사건 사고로 인한 그의 사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렇다면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가) 이 사건 사고는 편도 6차로의 도로에서 발생하였는데 망인이 오토바이를 타고 진로를 변경한 직진차로인 4차로와 좌회전차로인 3차로 사이에는 백색실선이 그려져 있고 그 위에는 주황색 시선유도봉이 설치되어 있었다. 구 도로교통법 시행규칙(2019. 6. 14. 행정안전부령 제12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조 제1항 제5호는 위 안전표지의 하나로 노면표시를 규정하고 있으며, 위 시행규칙 제8조 제2항 및 제11조 제1호 관련 [별표6] II. 1. 나. 506.에 따라 노면표시 중 하나로 '법 제14조 제5항에 따라 통행하고 있는 차의 진로변경을 제한하기 위하여 백색실선을 설치'하고 있다. 또한 시선유도봉은 시인성 증진 안전시설의 일종으로 교통사고 발생의 위험이 높고 운전자의 주의가 현저히 요구되는 장소에 동일 및 반대방향 교통류를 공간적으로 분리하고 위험 구간 예고 목적으로 도로법에 근거하여 설치된다(도로법 제50조구 도로의 구조·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2020. 3. 6. 국토교통부령 제706호로 일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38조, 구 도로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2019. 1. 11. 국토교통부 예규 제266호로 일부 개정되기 전의 것) 5. 2. 3 참조). 이와 같이 이 사건 사고 장소는 백색실선에 의하여 진로변경이 금지되고 시선유도봉에 의하여 좌회전차로와 직진차로의 교통류를 공간적으로 분리하고 있었다. 망인은 백색실선과 시선유도봉을 통해 해당 구간의 진로변경이 금지됨을 쉽게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토바이를 운전하여 시선유도봉 사이로 차로를 변경하였다. 또한 사고 장소는 망인의 배달업무 수행 장소의 인근으로서 망인의 배달구역에 포함된 것으로 보이는 바, 망인은 이 사건 사고 장소의 도로구조와 차량 진행방식을 충분히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나) 이 사건 사고가 녹화된 F의 차량 블랙박스(을 제9호증의 4) 영상에 의하면 F의 차량이 망인의 오토바이와 충돌하기 6~7초 전부터 망인의 오토바이가 영상에 등장한다. 또한 F의 진술에 따르더라도 F이 망인의 오토바이와 충돌하기 이전부터 망인의 오토바이를 인지하였던 사실이 인정된다. 그러나 앞서 본대로 이 사건 사고 장소는 백색실선과 시선유도봉에 의하여 직진차로에서 좌회전차로로 진로변경을 금지하고 있는 점, 망인은 E아파트 진출로에서 6차선 도로에 진입한 후 짧은 거리에서 6차로에서 4차로로 진로변경을 한 점, 사고 장소는 시선유도봉과 백색실선이 설치된 시작 지점에서 상당히 떨어져 있는 점, 망인이 진로변경 이전에 방향지시등을 점등하지도 않은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F이 망인의 진로변경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F 역시 경찰조사에서 망인이 진로변경을 하리라고 예측하지 못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다) 도로교통법 제14조 제5항은 '차마의 운전자는 안전표지가 설치되어 특별히 진로변경이 금지된 곳에서는 차마의 진로를 변경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백색실선은 차의 진로변경을 금지하는 안전표지에 해당한다. 또한 도로교통법 제48조 제1항은 모든 차의 운전자는 차의 조향장치와 제동장치 그 밖의 장치를 정확하게 조작하여야 하며 도로의 교통상황과 차의 구조 및 성능에 따라 다른 사람에게 위험과 장해를 주는 속도나 방법으로 운전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도로교통법 제156조 제1호같은 법 제48조, 제14조 제5항의 각 위반행위에 대하여 2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과료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라) 이 사건 사고 장소의 4차로와 3차로 사이에 백색실선이 그어져 있는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망인이 4차로에서 3차로로 진로를 변경한 행위는 도로교통법 제14조 제5항 위반행위이다. 또한 망인이 3차로를 주행하는 차를 확인하지 않고 방향지시등도 켜지 않은 채 진로를 변경한 행위는 도로교통법 제48조의 안전운전의무 위반행위에도 해당하는바(대법원 2010. 11. 25. 선고 2010도7009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은 망인의 각 도로교통법 위반행위는 같은 법 제156조에 따라 범죄행위에 해당한다.

마) 이 사건 사고는 앞서 판단한 바와 같이 진로변경이 금지되어 있는 구역에서 망인이 시선유도봉 사이로 진로변경을 함으로써 야기되었으므로 이에 관한 망인의 각 도로교통법 위반의 범죄행위를 직접 또는 주된 원인으로 발생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나아가 앞서 본대로 이 사건 사고 장소의 도로구조나 도로부속물의 설치현황 등에 비추어 F는 망인이 진로변경을 하리라고 예측하기 어려웠므로 이 사건 사고의 발생에 F의 과실이 경합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설령 F에게 일부 과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과실이 이 사건 사고에 기여한 정도가 크다고 볼 수는 없다. 한편 원고는 이 사건 사고 장소의 도로구조가 좌회전을 위하여는 무리한 진로변경이 불가피하였다는 취지로도 주장하는데, 이 사건 사고 장소의 도로구조에 비추어 망인으로서는 좌회전을 위해 우회하거나 E아파트의 다른 진출로로 나왔어야 했던 것으로 보일 뿐 이 사건 사고 장소의 도로구조가 불합리하게 설계되었다고 볼 사정은 찾을 수 없다.

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한 보험급여는 근로자의 생활보장적 성격 등을 고려하여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근로자의 과실을 이유로 책임을 부정하거나 책임범위를 제한하지 못하는 것이 원칙이기는 하나,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2항에 규정된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재해의 경우에는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부인된다. 이 사건 사고는 망인의 업무 수행 중에 발생한 것이기는 하나 망인이 좌회전차로로 진로변경이 금지되어 있는 도로에서 위법하게 진로변경을 하다가 발생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사고가 업무수행에 수반되는 통상적인 범위 내에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3. 결론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판사유환우

판사박남진

판사지선경

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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