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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고등법원 2021.1.29. 선고 2020노333 판결

살인,특수상해,아동복지법위반(상습아동학대),아동복지법위반(아동학대)부착명령

사건

2020노333 살인, 특수상해, 아동복지법위반(상습아동학대),

아동복지법위반(아동학대)

2020전노40(병합) 부착명령

피고인겸피부착명령청구자

A

항소인

쌍방

검사

이춘(기소, 부착명령청구), 장진영(기소, 공판), 이대희(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모두의법률, 담당변호사 배근조

원심판결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2020. 9. 16. 선고 2020고합135, 172(병

합), 2020전고8(병합) 판결

판결선고

2021. 1. 29.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사건 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25년에 처한다.

피고인에게 20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한다.

피고인에게 아동관련기관에 10년간 취업제한을 명한다.

압수된 큰 캐리어 가방(상표없음, 은색, 가로 50cm, 세로 71.5cm, 증 제1호), 작은 캐리어 가방(스위스 밀리터리 상표, 금색, 가로 44cm, 세로 60cm, 증 제2호), 드라이기 (증 제46호)를 몰수한다.

원심판결 중 부착명령청구사건 부분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이하 '피고인'이라고만 한다)

1) 사실오인(판시 살인의 점)1)

피고인은 판시 살인의 점 발생 당시 피해자 C을 엄히 혼내서 훈육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뿐이었고 위 피해자가 의식을 잃자 그를 구호하려 하기도 하였던 등 피고인에게 살인의 고의가 없었으므로 피고인에게는 학대치사의 죄책만이 성립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에게 살인의 점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2)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22년)은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

1) 피고사건 부분

가) 법리오해(취업제한명령, 이수명령에 관한 판단누락)

원심은 피고인에 대한 취업제한명령 및 재범예방이수명령 청구에 관하여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아니함으로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은 가벼워서 부당하다.

2) 부착명령청구사건 부분

피고인에게 재범의 위험성이 인정됨에도 원심이 피고인에 대한 부착명령청구를 기각한 것은 부당하다.

2. 피고사건 부분에 관한 판단

가.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에 관하여

1) 관련법리

살인죄에서 살인의 범의는 반드시 살해의 목적이나 계획적인 살해의 의도가 있어야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타인의 사망이라는 결과를 발생시킬 만한 가능성 또는 위험이 있음을 인식하거나 예견하면 족한 것이며 그 인식이나 예견은 확정적인 것은 물론 불확정적인 것이라도 이른바 미필적 고의로 인정되는 것인바, 피고인이 범행 당시 살인의 범의는 없었고 단지 상해 또는 폭행의 범의만 있었을 뿐이라고 다투는 경우에 피고인에게 범행 당시 살인의 범의가 있었는지 여부는 피고인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범행의 동기, 준비된 흉기의 유무∙종류∙용법, 공격의 부위와 반복성, 사망의 결과발생가능성 정도 등 범행 전후의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6. 4. 14. 선고 2006도734 판결).

2) 인정사실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이 인정되고, 피고인 역시 이 부분 범행의 객관적 사실관계에 대하여 대체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① 피고인은 2020. 6. 1.(이하의 일은 모두 같은 날짜에 발생한 것들이므로, 특정의 문제가 없는 한 날짜 표시는 생략한다) 11:50경 피해자 C(남, 2011년생. 이하 '피해자'라고만 한다)이 거짓말을 하였다는 이유로 안방 내부 옷방에 있던 여행용 가방(가로 50cm, 세로 71.5cm, 너비 30cm, 이하 '제1가방'이라고 한다)을 거실로 가지고 나와 피해자(키 132cm, 어깨 너비 34cm)에게 들어갈 것을 지시하였고, 피해자가 위 가방 안에 들어가 옆으로 웅크린 자세로 눕자, 위 가방의 뚜껑을 닫고 지퍼를 잠근 후 이를 안방으로 옮겼다.

② 피고인은 12:10경 친자녀인 E(여, 2006년생), F(남, 2010년생)에게 한 시간에 한 번씩 가방의 방향을 바꾸어주라고 말한 뒤 지인들과의 점심 약속을 위해 외출하였다.

③ 피고인은 15:20경 귀가하여 E, F로부터 '피해자가 일부러 가방 안에서 소변을 보았다'는 말을 듣고 안방 내부의 옷방에서 더 작은 여행용 가방(가로 44cm, 세로 60cm, 너비 23cm, 이하 '제2가방'이라고 한다)을 가지고 나왔다. 피고인은 피해자를 제1가방에서 꺼낸 뒤 곧바로 제2가방에 들어갈 것을 지시하였고, 피해자가 위 가방 안에 들어가 몸을 웅크리고 눕자 위 가방의 뚜껑을 덮고 지퍼를 잠갔다.

④ 피고인은 제2가방을 세워 피해자의 머리가 바닥 쪽으로 향하고 목이 눌리게 하였다가 다시 거꾸로 세워 주방 식탁 다리에 기대어 놓았고, 다시 위 가방을 안방에 끌고 갔다.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엄마, 숨이 안 쉬어져요."라는 말을 듣고 가방의 지퍼를 열었다가 "정말 숨이 안 쉬어져? 거짓말 아니야?"라고 추궁한 뒤 다시 가방을 닫고 지퍼를 잠갔다. 또한 피고인은 위 가방을 안방 내부의 옷방에 두기도 하였고, 피해자가 가방의 내부 상단 부분의 박음질 된 천을 뜯는 등 지퍼 끝 부분이 뜯어지자, 지퍼 끝 부분에 비닐테이프를 붙이기도 하였다.

⑤ 이후 피고인은 17:40경 배달되어 온 식료품을 받기 위해 거실로 나와 식사 준비를 마친 다음 18:10경 E, F와 저녁 식사를 하는 동안 제2가방을 끌고 나와 주방 식탁 옆에 눕혀 놓았다.

⑥ 이때 피해자가 가방의 뜯어진 부분으로 손을 내미는 것을 보고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넣어"라고 말하였음에도 손을 넣지 않자, 피고인은 E, F와 함께 제2가방 위에 올라갔고, 위 가방을 안방으로 가져가 지퍼를 일부 열고 드라이기를 켜 드라이기의 뜨거운 바람을 가방 안으로 불어넣기도 하고 다시 위 가방을 거실로 가지고 나와 위 가방위에 올라가 뛰기도 하였다.

⑦ 이후 피고인은 안방에 들어가 지인과 통화하는 등 약 40분 이상 피해자를 방치하다가, 19:15경 F로부터 '피해자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제2가방을 열어 피해자의 상태를 확인하였다. 피고인은 F로부터 여러 차례 119에 구조를 요청하자는 말을 듣고도 피해자의 얼굴에 물을 뿌리거나 자의적인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다가 피해자가 의식도 없고 숨도 쉬지 않는 상태에서 19:25경 119에 신고하였다.

⑧ 119 구급대가 출동하여 19:39경 피해자가 심정지 상태인 것을 확인하였다. 피해자는 19:56경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후송되어 치료를 받다가, 2020. 6. 3. 질식에 의한 저산소성 뇌손상 및 그 합병증 등으로 사망하였다.

3)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이 부분 항소이유와 같이 피고인에게 피해자를 살해할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하였고, 원심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판시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피고인이 위와 같은 일련의 행위를 할 당시 피해자가 사망이라는 결과에 이를 만한 가능성 또는 위험이 있음을 인식하거나 예견하면서도 그와 같은 행위로 나아간 것으로 봄이 타당하므로, 피고인에게는 살인의 확정적고의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미필적 고의는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고 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4) 당심의 판단

앞서 본 법리, 인정사실,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은 원심 판시와 같은 일련의 가해행위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망할 수 있음을 충분히 인식하고도 그와 같은 결과발생의 위험을 용인하거나 감수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피해자를 살해할 고의가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의 사실오인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가) 피고인의 범행 동기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피해자를 진정한 가족구성원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피해자에 대한 근거 없는 의심, 분노, 피해의식 등의 감정을 키우면서 피해자에게 빈번하고 강도가 점점 커지는 신체적, 정서적 학대행위를 가하여 왔고, 그로 인하여 경찰 조사를 받게 되기도 하였으며, 피고인으로부터 지속적으로 피해자에 대한 험담을 들은 B과 갈등을 겪게 되어 B과의 관계가 어그러지게 될 위기에 처하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정들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할 동기를 형성하기에 충분한 것으로 판단된다.

① 피고인은 2019. 초순경 동거남 B이 임차한 거주지에서 피고인의 친자녀인 E, F, B의 자녀인 피해자, G(남, 2013년생)과 함께 살기 시작하였는데, B이 이 무렵부터 직장 문제로 1주일 또는 2주일에 한 번씩 집에 오는 경우가 많아 주로 피고인 혼자 양육을 담당하였다.

② 피해자는 F로부터 '장난감이나 책을 만진 뒤 제자리에 놓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미움을 사게 되었고, 피고인 역시 피해자와 F가 자주 다투는 것에 점차 불만이 쌓여갔다.

③ 피고인은 2019. 7. 초경 피해자의 학교 담임교사로부터 '피해자가 학교에서 다른 친구의 딱지를 가져갔다'는 연락을 받고 피해자의 손바닥, 팔뚝 등을 수회 때렸는데, 이 무렵부터 실제로 피해자가 거짓말을 하거나 물건을 훔친다는 등의 행위를 하였다고 볼 만한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피해자가 거짓말을 하거나 가족들의 물건을 함부로 버린다는 이유를 들어 수시로 피해자를 폭행하기 시작하였다. 또한 피고인은 F에게도 '피해자가 말을 안 듣고 까불면 때리라'고 하는 등 피해자가 행실이 나빠 맞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행동하였고, 그로 인하여 F는 피해자가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처럼 피고인에게 이르기도 하였고, 자신이 피해자를 때리기도 하였다.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가하는 학대의 빈도와 강도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증가하였고, 그 학대의 내용도 피해자를 폭행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피해자에게 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때리겠다는 식으로 겁을 주거나 피해자가 마음속으로 욕을 하고 있으니 그것을 소리내어 말하라고 강요하면서 동영상 촬영 또는 녹음을 하고, 피해자 혼자만 남겨두고 가족들이 1박 2일 여행을 떠나는 등으로 다양해졌다. 그러한 와 중에 피고인은 아무런 근거도 없이 피해자가 거짓말을 한다고 몰아붙여 피해자 스스로 자신이 거짓말을 했다고 말하거나 자신이 잘못한 내용을 지어내어 글로 쓰게 만들었다.

⑤ 피고인과 피해자는 2020. 5. 5.경 피고인이 피해자를 폭행하여 피해자의 머리에 생긴 상처를 치료하기 위하여 병원을 방문하였는데, 피해자의 손, 엉덩이 부위에 발생한 부종, 멍 등을 보고 의심한 병원 측의 신고로 아동학대 혐의를 받게 되자, 2020. 5. 21. 경찰에 출석하여 자신이 아닌 B이 피해자를 체벌하였다고 허위로 진술하였다.

⑥ B은 2019. 7.경부터 피고인으로부터 피해자가 잘못을 저지른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으면서 피고인의 말에 의심을 품지 않고 그 진위를 확인하려 하지도 않은 채 피고인의 폭행을 말리지 않고 오히려 자신이 피해자를 체벌하기도 하였으며, 피고인이 피해자를 폭행한 일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되자 자신이 한 일이라고 거짓 진술을 하기도 하였다.

⑦ B은 2020. 5. 26.경 피고인이 피해자의 등을 발로 차 피해자가 넘어지면서 욕조에 눈을 부딪친 사건으로 피고인과 크게 다투었고, 2020. 5. 30. 피고인에게 '앞으로 E, F와 같이 못 살 것 같다. 피해자를 데리고 가야겠다'고 말하였다. 이에 피고인은 B에게 'E, F를 친부에게 보내기로 했으니 당분간 피해자와 둘이 지내면서 피해자로 하여금 심리치료를 받게 하겠다'고 말하면서 B을 만류하였고,2) 피고인과 B은 앞으로 피해자를 치료해 보자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러나 그 다음날인 2020. 5. 31. 피고인은 아침부터 피해자가 물건을 갖다 버렸다면서 피해자를 혼냈고, 화가 난 B은 피해자를 폭행한 후 출근하였다.

나) 이 사건 당시 상황에 비추어 본 피고인의 인식 및 용인 가능성

이 사건 당시 피고인의 행위의 내용 및 그 위험성, 피해자의 상태 등과 같은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이 사건 당시 피해자가 사망할 가능성이 있음을 인식하면서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 발생을 용인하였다고 인정된다.

① 사람이 장시간 밀폐된 여행용 가방 안에 들어가 몸을 웅크린 상태에서 움직일 수 없으면 호흡이 곤란해지고 탈수, 탈진 등의 상태에 이르게 되는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수사기관의 현장검증 결과에 의하면, 피해자(신장 132cm, 어깨 너비 34cm)보다 다소 작은 마네킹 (신장 125cm, 어깨 너비 31cm)이 제1가방에 들어갔을 때, 마네킹은 고개를 약 45도 정도로 숙이고 몸을 웅크린 채 허벅지와 가슴, 배 사이에 별다른 공간이 없는 상태에 놓이게 되고, 마네킹이 제1가방보다 가로는 6cm 가량, 세로는 11cm 가량 작은 제2가방에 들어갔을 때에는, 고개가 거의 90도로 꺾인 채로 허벅지와 가슴, 배가 거의 붙은 모습이었다.

②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부터 당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완강하게 범의를 부인하는 입장이면서도, 검찰에서 '피해자가 3시간 동안 밀폐된 제1가방 안에 있다가, 이후 더 작은 제2가방 안으로 옮겨져 3시간 이상 지나게 되면, 혈액 순환이나 호흡이 곤란해지는 것은 맞다'는 내용으로 진술하였다.

③ 피고인은 아침 10:00경 피해자에게 '짜파게티'를 준 것을 제외하고, 피해자를 11:50경 제1가방 안으로 들어가게 한 뒤 19:15경 의식이 없고 위독한 모습으로 발견되게 할 때까지 음식은커녕 물조차 주지 않은 채 피해자를 가방 안에 가두어 두었다. 특히 피고인은 피해자로 하여금 제1가방에서 나와 제2가방으로 들어가게 할 당시, 피해자가 이미 머리가 젖을 정도로 땀을 많이 흘린 상태이고 바지에 소변을 잔뜩 묻히기까지 한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으므로, 피해자가 제2가방에 들어가기 전부터 호흡 곤란, 체력 저하, 탈수, 탈진 등의 상태에 빠져 있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

④ 피고인은 거실에서 피해자를 제1가방 안에 넣고 지퍼를 잠근 뒤, 피해자가 안에서 소리를 내어도 피고인이나 E, F에게 들리지 않게 하려는 목적에서 위 가방을 안방으로 옮겨놓았다. 이후 피고인은 12:10경 지인들을 만나기 위해 외출하면서 E, F에게 큰 소리로 "쟤 못 나오게 해.", "잘 봐라."고 말하였고, 3시간 넘게 지인들과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는 동안 E, F에게 피해자의 안부를 확인하지 아니하였다.

⑤ 피고인은 피해자를 제2가방에 들어가도록 한 뒤 "엄마, 숨이 안 쉬어져요."라는 말을 듣고 가방을 열어 피해자의 상태를 확인한 뒤에도 계속해서 피해자를 위 가방 안에 가두어 두었고, 가방을 완전히 밀폐시키기 위하여 뜯어진 지퍼 끝 부분에 비닐테이프를 붙였으며, 피해자가 가방 밖으로 손을 내민다는 이유로 가방 안으로 약 30초 동안 드라이기의 뜨거운 바람을 불어넣기도 하였다.

⑥ 피고인은 피해자가 "숨, 숨"이라고 소리를 지르는 등 고통을 호소하였음에도 E, F와 함께 가방의 가운데 부분을 포함하여 제2가방 위를 밟거나 뛰고 눌렀는데, 피고인만 하여도 73kg의 무게이고 그 자녀들까지 합하면 최대 160kg이 넘는 무게인바, 피고인 등이 피해자에게 가한 외력이 피해자의 가슴, 배 등 호흡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부위에 직·간접적으로 타격을 주고, 이에 피해자가 질식상태에 빠질 수 있음은 경험칙에 비추어 누구나 쉽게 예측할 수 있다. 피고인 역시 검찰에서 '피해자가 자꾸 가방 밖으로 손을 내밀기에 "피해자의 반항에 대응한다"는 심정으로 제2가방 위에 올라갔는데, 자신이 현장검증에서 범행을 재현하였던 것처럼 가방 위에서 뛰었다면 피해자가 죽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내용으로 진술하기도 하였다.

⑦ 이후 피고인은 움직임이 급격히 잦아든 피해자를 그대로 가방에 가둔 상태에서 지인과 일상적인 통화를 하는 등 40분 이상의 시간 동안 피해자를 방치하였고, 19:15경 피해자가 움직이거나 숨을 쉬지 않는 사실을 확인하고 F로부터 수차례 119에 신고 하자는 말을 들었으면서도 이를 주저하다가 19:27:55경 비로소 119에 구조요청을 하였다.

다) 피고인을 아동학대치사죄로만 처벌하여야 하는지 여부

아동복지법 제3조 제7호는 아동학대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는 범죄주체로부터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자를 보호대상으로 생명, 신체만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형법상 '학대'의 개념보다 넓게 해석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피고인의 이 부분 범행을 아동의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 폭력으로 보지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앞서 본 것처럼 피고인에게 피해자에 대한 살인의 고의가 인정되는 이상, 피고인의 원심 판시 2020고합135 범죄사실 제3항 기재 일련의 행위가 피고인의 상습적인 아동학대 경향에서 발현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살인의 점을 유죄로 인정하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설령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아동학대처벌법'이라 한다) 제4조의 아동학대치사죄가 사망의 결과에 대해 과실이 있는 경우뿐만 아니라 고의가 있는 경우도 포함되는 이른바 '부진정 결과적가중범'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하더라도, 형법상 살인죄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아동 학대처벌법상 아동학대치사죄의 법정형인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보다 무겁게 처벌하고 있으므로, 살인죄가 아동학대치사죄와 법조경합의 관계에 있어 별도로 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없다.

라) 피고인의 그 밖의 주장에 대하여

당심에서 피고인의 변호인은, 피고인에게 진정으로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면 피고인이 친자녀인 E, F를 범행에 가담시키지는 않았을 것이고, 검찰이 피고인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다고 하여 살인죄로 기소하면서도 E, F를 살인 혐의가 아니라 감금치사 등의 혐의로 의율한 것은 모순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이 그 주장과 같이 살인죄가 아니라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아동학대치사)죄를 저지른 것이라고 하더라도 후자의 죄 역시 중범죄인바, 피고인이 자신의 친자녀들을 살인죄에는 가담시킬 수 없지만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아동학대치사)죄에는 가담시킬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논리적이지 않고 근거도 없는 주장이다.

또한 피고인의 친자녀들이 살인 혐의로 기소된 바 없다고 하더라도, 친자녀들의 고의가 피고인의 고의와 반드시 일치하여야 하거나 그들이 피고인과 동일한 혐의로 기소되어야만 피고인에게 죄책을 물을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피고인의 그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이 사건 당시 피고인의 친자녀들이 만 14세 미만으로서 형사 미성년자였던 점, 피고인은 친자녀들의 보호자로서 그들에게 지시를 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던 점, 이 사건 당일의 정황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전체 행위 및 사태를 지배하고 있었다고 평가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인식하고 인용하는 상황 및 결과는 피고인의 친자녀들의 그것과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나. 검사의 법리오해 주장에 관하여

1) 취업제한명령 관련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아동복지법 제29조의3 제1항은, 법원이 아동학대관련범죄로 형을 선고하는 경우에 일정기간 동안 아동관련기관을 운영하거나 아동관련기관에 취업 또는 사실상 노무를 제공할 수 없도록 하는 명령(이하 '취업제한명령'이라 한다)을 아동학대관련범죄 사건의 판결과 동시에 선고하여야 하고, 다만 재범의 위험성이 현저히 낮은 경우나 그 밖에 취업을 제한하여서는 아니 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선고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각 범행은 모두 아동학대관련범죄에 해당하므로,3) 이를 유죄로 인정하여 형을 선고하는 경우 피고인에 대하여 아동관련기관을 취업제한 대상기관으로 하는 취업제한명령을 선고할지 여부, 그 취업제한기간을 얼마의 기간으로 정할지 등을 심리하여 판단하여야 함에도, 원심은 이에 관한 판단을 누락하였다.

2) 이수명령 관련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아동학대처벌법 제8조 제1항은 법원이 아동학대범죄를 범한 아동학대행위자에 대하여 유죄판결을 선고하면서 200시간의 범위에서 재범예방에 필요한 수강명령 또는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의 이수명령을 병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각 범행은 아동학대처벌법 제2조 제4호에서 정한 아동학대범죄에 해당하기는 하나, 위 법률 규정의 문언상 이수명령에 관한 판단을 명시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로 위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3) 소결론

결국 원심판결에는 아동복지법에 따른 취업제한명령에 관한 판단을 누락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는바, 취업제한명령은 아동학대관련범죄 사건의 유죄판결과 동시에 선고하여야 하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사건의 나머지 부분에 위법이 없더라도 피고사건 전부를 파기할 수밖에 없다.

3. 부착명령청구사건 부분에 관한 판단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제3항에 규정된 '살인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라 함은 재범할 가능성만으로는 부족하고 피고인이 장래에 다시 살인범죄를 범하여 법적 평온을 깨뜨릴 상당한 개연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살인범죄의 재범의 위험성 유무는 피부착명령청구자의 직업과 환경, 당해 범행 이전의 행적, 그 범행의 동기, 수단, 범행 후의 정황, 개전의 정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이러한 판단은 장래에 대한 가정적 판단이므로 판결 시를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8도7658, 2018전도54, 55, 2018보도6, 2018모2593 판결 등 참조).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살인은 피해자와의 특정관계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이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들을 상대로 살인범죄를 저지른 것은 아닌 점, ② 피고인이 초범인 점, ③ 피고인의 재범 가능성을 측정할 만한 아무런 객관적인 평가 척도가 제출되지 아니한 점, ④ 피고인이 피고사건에 관하여 비록 살인의 고의를 부인하기는 하였으나, 대체적인 사실관계는 모두 시인하고 있는 점, ⑤ 장기간의 구금생활을 통해 피고인의 성행이 교정되어 재범의 위험성이 낮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판결 시를 기준으로 할 때 피고인이 장래 다시 살인범죄를 범하여 법적 평온을 깨뜨릴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아, 이 사건 부착명령청구를 기각하였다.

원심이 설시하는 위와 같은 사정들에다가,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 및 기록을 통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당심에 제출된 청구 전조사회보에 의하면, 피고인은 성인 재범위험성 평가 도구(KORAS-G) 적용 결과 총점 9점으로 '중간' 수준으로 평가되었고, 정신병질자 선별 도구(PCL-R) 적용 결과도 총점 16점으로 '중간' 수준으로 평가된 점, ② 위 재범위험성 평가 도구는 평가대상자의 범죄 전력, 연령, 교육 수준 등에 관한 일반적인 척도를 기준으로 범죄 전반에 대한 재범위험성을 평가하기 위한 것일 뿐이어서 그에 따른 평가 결과 재범위험성이 중간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살인범죄의 재범위험성이 있다고 평가하는 데 있어 반드시 결정적인 의미를 가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워 보이는 점, ③ 피고인을 조사한 조사관도 전자장치 부착에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부착명령의 요건, 재범의 위험성 등에 관하여 검사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피고사건 부분에 관한 검사의 주장은 이유 있으므로 피고인과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 중 피고사건 부분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하며, 원심판결 중 부착명령청구사건 부분에 대한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제35조에 따라 이를 기각한다.

【피고사건에 대하여 다시 쓰는 판결 이유】

범죄사실 및 증거의 요지

이 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 및 그에 대한 증거의 요지는 원심판결의 각 해당란 기재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원심 판시 범죄일람표 포함).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형법 제250조 제1항(살인의 점), 아동복지법 제72조, 제71조 제1항 제2호, 제17조 제3호, 제5호(상습아동학대의 점, 포괄하여), 형법 제258조의2 제1항, 제257조 제1항(위험한 물건 휴대 특수상해의 점), 아동복지법 제71조 제1항 제2호, 제17조 제3호(신체적 학대행위의 점), 아동복지법 제71조 제1항 제2호, 제17조 제5호(정서적 학대행위의 점)

1. 상상적 경합

형법 제40조, 제50조[피해자 G에 대한 신체적 학대행위로 인한 아동복지법위반(아동학대)죄와 정서적 학대행위로 인한 아동복지법위반(아동학대)죄 상호간, 범정이 더 중한 신체적 학대행위로 인한 아동복지법위반(아동학대)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

1. 형의 선택

살인죄에 대하여 유기징역형 선택, 아동복지법위반(상습아동학대)죄, 특수상해죄, 아동복지법위반(아동학대)죄에 대하여 각 징역형 선택

1. 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50조(형이 가장 무거운 살인죄에 정한 형에 경합범가중)

1. 이수명령

1. 취업제한명령

아동복지법 부칙(2020. 4. 7. 법률 제17206호) 제2조, 아동복지법 제29조의3 제1항 본문

1. 몰수

[압수된 요가링(증 제3호)에 관하여 보건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에 의하면 위 압수물의 소유자 및 소지자는 B이고, B이 위 압수물의 소유권을 피고인에게 양도하거나 포기하였다고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이를 몰수의 대상에서 제외한다.]

양형의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징역 5년~45년

2.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가. 제1범죄(살인)

[유형의 결정] 살인범죄 > [제2유형] 보통 동기 살인

[특별양형인자] 감경요소: 미필적 살인의 고의

가중요소: 범행에 취약한 피해자, 잔혹한 범행수법

[권고영역 및 권고형의 범위] 가중영역, 징역 15년 ~ 무기이상

나. 제2범죄(특수상해)

[유형의 결정] 폭력범죄 > 02. 특수상해·누범상해 > [제1유형] 특수상해

[특별양형인자] 가중요소: 범행에 취약한 피해자

[권고영역 및 권고형의 범위] 가중영역, 징역 1년 ~ 3년

다. 제3범죄[아동복지법위반(상습아동학대)]

[유형의 결정] 체포·감금·유기·학대범죄 > 02. 유기 · 학대 > 가. 일반적 기준 > [제2유형] 중한유기 · 학대

[특별양형인자] 가중요소: 상습범인 경우(아동복지법 제72조, 아동학대처벌법 제6조 의 가중처벌 규정이 적용되는 경우에 한함)

[권고영역 및 권고형의 범위] 가중영역, 징역 1년 ~ 2년

라. 다수범죄 처리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징역 15년 ~ 무기이상(제1범죄 상한 + 제2범죄 상한의 1/2 + 제3범죄 상한의 1/3)

마. 처단형에 따라 수정된 권고형의 범위: 징역 15년 ~ 45년(양형기준에서 권고하는 형량범위의 상한이 법률상 처단형의 상한과 불일치하는 경우이므로 법률상 처단형의 상한에 따름)

3. 선고형의 결정: 징역 25년

가. 모든 아동은 완전하고 조화로운 인격발달을 위하여 안정된 가정환경에서 행복하게 자라날 권리가 있고, 모든 형태의 학대와 폭력 및 방임으로부터 보호되어야 한다. 아동학대범죄는 신체적·정신적으로 방어능력이 미약한 아동에게 심각한 피해를 야기할 뿐만 아니라, 성장 단계에 있는 피해아동의 신체적·정신적 발달 및 자존감 형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향후 청소년 비행의 원인이 되거나 피해아동의 자녀에 대한 학대로 대물림되는 결과가 초래되기도 한다. 이 점에서 아동학대범죄는 반드시 근절되어야 하고, 이에 대해서는 매우 엄중한 처벌이 요구된다.

나아가 사람의 생명은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고귀한 것으로서 사람의 생명을 침해하는 살인범죄는 어떠한 방법으로도 피해를 회복할 수 없고, 어떠한 이유로도 합리화되거나 용납할 수 없는 극히 중대한 범죄에 해당하므로, 사람의 생명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하여는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

나. 피고인은 동거남의 자녀들인 피해자들을 키우면서 쌓인 오해와 미움의 감정을 풀지 못하고 그들을 학대하였다. 동생인 피해자 G에 대하여는 일명 '전설의 매'라는 나무막대기를 이용하여 발바닥을 수회 때리는 등의 방법으로 신체적·정신적 학대행위를 하였다. 형인 피해자 C에 대하여는 위 피해자가 거짓말을 하고 돈을 훔치거나 가족의 물건을 버린다고 근거 없이 의심하며 수시로 플라스틱 옷걸이, 주걱 등을 이용해 위 피해자를 폭행하거나, 위 피해자 혼자 집에 남겨둔 채 여행을 가거나 취침시간 동안 옷방에 가두고 나오지 못하도록 방문을 막아 감금하는 등의 방법으로 상습적인 신체적·정서적 학대행위를 하였으며, 위 피해자의 머리 부위를 향해 위험한 물건인 금속재질의 '요가링'을 휘둘러 머리 부위가 찢어져 피가 나는 두피열상 등의 상해를 가하기도 하였다. 급기야 피고인은 피해자 C이 거짓말을 하였다는 이유를 들며 위 피해자에게 여행용 가방에 들어가도록 지시한 다음, 위 피해자가 숨쉬기 어렵다는 호소를 하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방에서 나오지 못하게 가두었고, 가방 안에 위 피해자를 몇 시간 동안이나 가두어 둔 이후에도 범행을 중단하지 않고 오히려 처음 가방보다 더 작은 가방으로 바꾸어 또다시 몇 시간 동안 위 피해자를 가둔 다음, 가방 안으로 드라이 기의 뜨거운 바람을 불어넣거나 피고인과 친자녀들이 합세하여 가방 위로 올라가 뛰거나 밟는 등의 방법으로 위 피해자에게 감당할 수 없는 충격을 전달하는 무자비한 행위를 감행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 C이 질식에 의한 뇌손상 등으로 사망하도록 함으로써 위 피해자를 살해하였다.

다. 당초 피고인의 폭행 등 학대를 견디지 못하여 몇 달 만에 다시 친모에게 돌아간 피해자 G과 달리, 피해자 C은 피고인을 '엄마'라고 부르며 애정을 표시하였다. 그러나 위와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 C을 상습적으로 학대하는 과정에서 위 피해자는 피고인을 공포의 대상으로 인식하게 되었고, 어느 순간부터는 피고인이 어떤 가혹한 언행을 하더라도 별다른 저항을 보이지 않고 순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피해자 C은 피고인 등으로부터 몇 번 추궁을 당하면 스스로 자신이 하지도 않은 잘못을 이야기하였는데, 이러한 위 피해자의 거짓 고백을 들은 친부는 위 피해자가 진짜로 남의 물건을 훔치거나 없애버리는 거짓말쟁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피고인은 점점 위축되어가는 피해자 C의 모습을 보고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는커녕 없어진 돈이나 집안 물건이 모두 '피해자 C이 훔치거나 버린 것'이라고 단정하였고, 나중에는 거의 매일에 가까울 만큼 상습적으로 위 피해자를 비난하고 폭행하며 괴롭혔다.

마침내 피고인은 피해자 C을 가방 안에 가둔다는 엽기적인 방법을 고안하기까지 이르렀고, 피고인의 친자녀가 위 피해자를 의심하여 몰아세우는 상황에서 여행용 가방을 꺼내와 위 피해자에게 단호한 어조로 가방 안에 들어가라고 명령하였다. 이미 피고인에게 심리적으로 지배되어 무기력한 상태에 있었던 피해자 C이 특별한 대꾸 없이 가방 안에 들어가 몸을 웅크리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날 피고인이 피해자 C에 대하여 한 행동은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시도는커녕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악랄하고 잔인하였다.

라. 피해자 C은 피고인이 가하는 잔인하고 무자비한 공격에 어떠한 방어도 하지 못한 채 질식하여 의식과 호흡을 잃은 상태에 놓였다가 이틀 후 짧은 생을 마감하였다. 당시 9세의 어린아이에 불과하던 피해자 C이 좁고 캄캄한 공간에서 겪었을 끔찍한 고통과 공포는 감히 가늠하기조차 어렵고, 위 피해자가 사망함으로써 그 피해는 영원히 회복할 방법이 없게 되었다. 동생인 피해자 G을 포함한 유족들이 짊어져야 할 고통과 슬픔의 크기 역시 제대로 헤아리기 어렵다. 피해자 C의 유족들은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

마. 피고인이 작성한 반성문은 주로 나쁜 행동을 반복하고 고집을 부리며 반항을 일삼는 피해자 C의 행동을 교정하기 위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훈육하다가 의도치 않게 위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취지로서, 피고인이 진정으로 자신의 범행을 반성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피고인이 자신의 주장을 진실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라면, 피고인이 피해자 C을 살해한 현실을 도외시한 채 망상이나 자기합리화 상태에 빠져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바. 피고인에게는 별다른 범죄 전력이 없다. 그러나 아동을 장기간에 걸쳐 신체적, 정서적으로 학대한 끝에 결국 고통스럽고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한 이 사건과 같은 사안에서도 피고인이 과거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점을 반드시 유리한 양형요소로 삼아야 하는지에 관하여 다소 의문이 있다. 다만 피고인이 피해자 C을 살해할 당시 가진 살인의 고의는 미필적 고의에 그친 것으로 판단되고, 피고인이 살인의 확정적 고의를 가지고 계획적으로 범행한 것이 아니었음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될 수 있을 것이다.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가족관계, 사회적 유대관계,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여러 양형 조건 및 양형기준상 권고형의 범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이준명

판사 류재훈

판사 이선미

주석

1) 피고인의 변호인은 당초 항소이유서를 통해 판시 아동복지법위반(상습아동학대)의 점에 관하여도 학대의 상습성이 없다는 취지로 사실오인 주장을 하였으나, 당심 제2회 공판기일에 이르러 위 주장을 철회하고 판시 아동복지법위반(상습아동학대)의 점에 대해서는 다투지 아니하는 것으로 입장을 변경하였다.

2) 그런데 피고인은 전남편으로부터 E, F의 양육비를 받고 있었으므로, 그들을 전남편에게 보내게 되면 더 이상 양육비를 받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었다. 그에 비추어 보건대, 피고인이 진정으로 E, F를 전남편에게 보낼 마음을 가졌는지는 의문스럽다. 피고인이 E, F를 전남편에게 보내기로 전남편과 합의하거나 의논이라도 하였다는 등의 정황은 발견되지 않는다.

3) 특수상해죄는 아동복지법 제3조 제7호의2 가.목, 아동학대처벌법 제2조 제4호 가.목, 아동복지법위반(상습아동학대)죄 및 아동복지법위반(아동학대)죄는 아동복지법 제3조 제7호의2 가.목, 아동학대처벌법 제2조 제4호 파.목, 살인죄는 아동복지법 제3조 제7호의2 나.목에 따라 아동학대관련범죄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