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집13권 1집 1431~1440] [전원재판부]
1.지방자치법 제13조의2 제1항에서 규정한 주민투표권이 헌법이 보장하는 지방자치제도에 포함되는지 여부(소극)
2. 위 주민투표권이 헌법이 보장하는 참정권에 포함되는지 여부(소극)
1.헌법 제117조 및 제118조가 보장하고 있는 본질적인 내용은 자치단체의 보장, 자치기능의 보장 및 자치사무의 보장으로 어디까지나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으로 헌법은 지역 주민들이 자신들이 선출한 자치단체의 장과 지방의회를 통하여 자치사무를 처리할 수 있는 대의제 또는 대표제 지방자치를 보장하고 있을 뿐이지 주민투표에 대하여는 어떠한 규정도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우리의 지방자치법이 비록 주민에게 주민투표권(제13조의2)과 조례의 제정 및 개폐청구권(제13조의3)및 감사청구권(제13조의4)를 부여함으로써 주민이 지방자치사무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고 있다 하더라도 이러한 제도는 어디까지나 입법자의 결단에 의하여 채택된 것일 뿐, 헌법이 이러한 제도의 도입을 보장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지방자치법 제13조의2가 주민투표의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면서, 주민투표에 관련된 구체적 절차와 사항에 관하여는 따로 법률로 정하도록 하였다고 하더라도 주민투표에 관련된 구체적인 절차와 사항에 대하여 입법하여야 할 헌법상 의무가 국회에게 발생하였다고 할 수
는 없다.
2.우리 헌법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른 ‘선거권’과 ‘공무담임권’ 및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과 헌법개정에 대한 ‘국민투표권’만을 헌법상의 참정권으로 보장하고 있으므로, 지방자치법 제13조의2에서 규정한 주민투표권은 그 성질상 선거권, 공무담임권, 국민투표권과 전혀 다른 것이어서 이를 법률이 보장하는 참정권이라고 할 수 있을지언정 헌법이 보장하는 참정권이라고 할 수는 없다.
지방자치법 제13조의2(주민투표)①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지방자치단체의 폐치·분합 또는 주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거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결정사항 등에 대하여 주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
②주민투표의 대상·발의자·발의요건·기타 투표절차 등에 관하여는 따로 법률로 정한다.
1. 헌재 1989. 9. 29. 89헌마13 , 판례집 1, 294, 296
헌재 1994. 12. 29. 89헌마2 , 판례집 6-2, 395, 405
헌재 1994. 12. 29. 94헌마201 , 판례집 6-2, 510, 522
헌재 1996. 11. 28. 93헌마258 , 판례집 8-2, 636, 643
청 구 인 김○규 외 243인
청구인들 대리인 변호사 최거훈
이 사건 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한다.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정부는 1998. 12. 29. 울산 울주군 등지에 핵발전소 8기의 건설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발표하였고 울주군 군수인 청구외 박진구는 세수증대 등을 이유로 이를 적극 지지하였는데, 정작 그곳에 사는 주민들과 울산환경운동연합 등의 시민단체에서는 격렬하게 핵발전소의 유치를 반대하여 왔다.
정부는 2000. 9. 6. 산업자원부 고시제2000-88호로 울산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신리 일대를 4기의 가압경수로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한 전원개발사업예정구역으로 지정·고시하는 한편, 위 서생면 비학리에 신고리원전 1호기를 건설하기로 최종 확정하였다고 발표하였는데, 이에 따라 울산광역시 주민 13만여명은 같은 해 11. 국회에 그 철회를 요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하기도 하였다.
울산 울주군 서생면 주민들인 청구인들은 이 사건 원전유치 문제가 주민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라 보고 지방자치법(1994. 3. 16. 법률 제4741호로 공포된 것)제13조의2 소정의 주민투표에 붙이고자 하였으나, 주민투표의 대상·발의자·발의요건·기타 투표절차 등에 관하여 아무런 입법조치가 없어 그 실시가 불가능하자 2000. 11. 24. 이와 같은 입법부작위가 청구인들의 주민투표권(참정권), 주민자치권, 환경권,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그 위헌확인을 구하여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지방자치법 제13조의2 제2항에 따라 주민투표의 대상·발의자·발의요건·기타 투표절차 등에 관한 법률을 따로 제정하지 아니하는 입법부작위가 위헌인지의 여부이며, 관련규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지방자치법 제13조의 2(주민투표)①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지방자치단체의 폐치·분합 또는 주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거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결정사항 등에 대하여 주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
②주민투표의 대상·발의자·발의요건·기타 투표절차 등에 관하여는 따로 법률로 정한다.
헌법 제117조(자치권, 자치단체의 종류)①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재산을 관리하며, 법령의 범위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
② 지방자치단체의 종류는 법률로 정한다.
헌법 제118조(지방자치단체의 조직·운영)①지방자치단체에 의회를 둔다.
②지방의회의 조직·권한·의원선거와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선임방법 기타 지방자치단체의 조직과 운영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2. 청구인들의 주장 및 이해관계기관의 의견요지
가. 청구인들의 주장요지
주민투표에 관련된 구체적 절차와 사항에 관하여는 따로 법률로 정하도록 함으로써 주민투표에 관한 별도의 법의 제정을 의무화하였다.
또한 주민투표제도가 도입된 이상 헌법상 기본권인 참정권의 일부를 구성하는 주민투표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국가의 행위의무 내지 보호의무가 발생하였다 할 것이고, 이러한 관점에서도 주민투표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야 할 국회의 입법의무는 존재하는 것이다.
(2)그런데 우리의 현실을 비추어 볼 때 의회제 민주주의의 기능상 불완전성, 유권자에 의한 표결제도의 확립, 민주적 결정 및 행정에 대한 민주적 통제확보라는 점에서 주민투표제도는 시급히 도입할 필요가 있다.
주민투표제와 같은 직접민주주의적인 장치라 할 수 있는 주민의 조례제정 및 개폐청구권, 감사청구권 등은 주민투표제도 이후에 도입된 것임에도 그 시행에 관한 상세한 규정이 이미 마련되어 있는 반면, 주민투표제의 시행에 관한 규정이 아직까지 입법되지 않고 있는 것은 명백히 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입법부작위라고 할 수밖에 없다.
(3)이러한 입법부작위로 인하여 청구인들은 헌법상 참정권의 일종으로서 지방자치법 제13조의2에 의하여 명확히 규정되고 있는 주민투표권, 헌법 제117조 및 제118조 소정의 주민자치권 내지 지방자치제도, 헌법 제11조 소정의 평등권, 그외 행복추구권,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권리, 생명권, 신체를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 거주이전의 자유, 재산권, 환경권 등을 침해당하고 있으므
로 이는 위헌이다.
나. 행정자치부장관의 의견요지
(1)주민투표에 대한 법률의 제정과 관련한 지방자치법 제13조의2 제2항은 1994. 3. 16. 개정·공포되었고, 울주군수가 한전에 원전유치를 요청한 것은 1998. 11. 3.이며, 울주군 서생면이 전원개발사업예정구역으로 지정·고시된 것은 2000. 9. 6.이므로 위 각 날자에 청구인들은 자신들의 기본권이 침해된 사실을 알았다고 할 것이어서 각 날자부터 60일이 지나서 청구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은 청구기간을 도과한 부적법한 청구이다.
(2)우리 헌법은 어느 규정에서도 주민투표에 대한 사항을 법률에 위임한다는 규정을 둔 바가 없고 주민투표제도는 헌법개정안에 대한 국민투표나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에 대한 국민투표와 같이 헌법에서 명시적으로 보장하는 제도 또는 권리와 달리 지방자치법에서 규정하는 제도이므로 주민투표에 관한 법률의 제정은 헌법상의 의무가 아니라고 할 것이어서 이 사건 헌법소원은 부적법하다.
(3)설사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주민투표에 관한 법제정 추진과정에서 주민투표의 대상과 주민투표금지대상의 확정이 어렵고, 사안에 따라 주민투표지역을 달리할 경우 투표결과가 달라지는 등 실시지역의 결정문제, 주민투표에 따른 투표운동의 허용문제, 주민투표결과에 대한 기속력 부여문제 등 입법기술상의 어려움이 따르므로 주민투표에 관한 사항을 다른 법률로 정하도록 한 지방자치법이 개정·공포된 후 아직까지 주민투표법이 제정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재량의 범위를 넘어선 위헌적인 입법부작위라
고 할 수 없다.
3. 판 단
가.넓은 의미의 입법부작위에는, 입법자가 헌법상 입법의무가 있는 어떤 사항에 관하여 전혀 입법을 하지 아니함으로써 입법행위의 흠결이 있는 경우와 입법자가 어떤 사항에 관하여 입법은 하였으나 그 입법의 내용·범위·절차 등이 당해 사항을 불완전, 불충분 또는 불공정하게 규율함으로써 입법행위에 결함이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전자를 진정입법부작위, 후자를 부진정입법부작위라고 부르고 있다(헌재 1996. 10. 31. 94헌마108 , 판례집 8-2, 480, 489).
청구인들이 지방자치법 제13조의2 제2항에 따라 제정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주민투표에 관한 법률은 아직까지 전혀 입법이 없는 상태이므로, 이 사건 입법부작위는 진정입법부작위에 해당한다.
그런데 진정입법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은, 헌법에서 기본권보장을 위하여 법령에 명시적인 입법위임을 하였음에도 입법자가 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이거나, 헌법해석상 특정인에게 구체적인 기본권이 생겨 이를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행위의무 내지 보호의무가 발생하였음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입법자가 아무런 입법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경우에 한하여 허용된다는 것이 당재판소의 일관된 판례이다(헌재 1989. 9. 29. 89헌마13 , 판례집 1, 294, 296; 헌재 1994. 12. 29. 89헌마2 , 판례집 6-2, 395, 405; 헌재 1996. 11. 28. 93헌마258 , 판례집 8-2, 636, 643).
나.그러면 과연 입법자가 주민투표에 대한 법률을 제정하여야
하는 것이 헌법상 의무인지 여부에 관하여 살핀다.
우리 헌법은 지방자치제도를 보장하기 위하여 제117조에서 “①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재산을 관리하며, 법령의 범위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 ② 지방자치단체의 종류는 법률로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118조에서 “① 지방자치단체에 의회를 둔다. ② 지방의회의 조직·권한·의원선거와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선임방법 기타 지방자치단체의 조직과 운영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지방자치단체의 자치’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즉 헌법 제117조 및 제118조가 보장하고 있는 본질적인 내용은 자치단체의 존재의 보장, 자치기능의 보장 및 자치사무의 보장으로 어디까지나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인 것이다(헌재 1994. 12. 29. 94헌마201 , 판례집 6-2, 510, 522). 따라서 헌법은 지역 주민들이 자신들이 선출한 자치단체의 장과 지방의회를 통하여 자치사무를 처리할 수 있는 대의제 또는 대표제 지방자치를 보장하고 있을 뿐이지 주민투표에 대하여는 어떠한 규정도 두고 있지 않다.
물론 이러한 대표제 지방자치제도를 보완하기 위하여 주민발안, 주민투표, 주민소환 등의 제도가 도입될 수도 있고, 실제로 우리의 지방자치법은 주민에게 주민투표권(제13조의2)과 조례의 제정 및 개폐청구권(제13조의3)및 감사청구권(제13조의4)을 부여함으로써 주민이 지방자치사무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고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제도는 어디까지나 입법에 의하여 채택된 것일 뿐, 헌법이 이러한 제도의 도입을 보장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점에서 우리 헌법이 제72조에서 대표제 민주주의를
보완하기 위하여 ‘국민투표제’를 직접 도입한 것과 다르다고 하겠다. 따라서 지방자치법 제13조의2가 주민투표의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면서, 주민투표에 관련된 구체적 절차와 사항에 관하여는 따로 법률로 정하도록 하였다고 하더라도, 주민투표에 관련된 구체적인 절차와 사항에 대하여 입법하여야 할 헌법상 의무가 국회에 발생하였다고 할 수는 없다.
다.이에 대하여 청구인은 주민투표제도가 도입된 이상 헌법상 기본권인 참정권의 일부를 구성하는 주민투표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국가의 행위의무 내지 보호의무가 발생하였다 할 것이므로 국가로서는 주민투표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야 할 헌법상 입법의무를 부담한다고 주장하므로 과연 주민투표권이 헌법이 보장하는 참정권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핀다.
일반적으로 참정권은 국민이 국가의 의사형성에 직접 참여하는 직접적인 참정권과 국민이 국가기관의 형성에 간접적으로 참여하거나 국가기관의 구성원으로 선임될 수 있는 권리인 간접적인 참정권으로 나눌 수 있다. 이에 따라 우리 헌법은 참정권에 관하여 간접적인 참정권으로 공무원선거권(헌법 제24조), 공무담임권(헌법 제25조)을, 직접적인 참정권으로 국민투표권(헌법 제72조, 제130조)을 규정하고 있다. 즉 우리 헌법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른 ‘선거권’과 ‘공무담임권’ 및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과 헌법개정에 대한 ‘국민투표권’만을 헌법상의 참정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따라서 지방자치법 제13조의2에서 규정한 주민투표권은 그 성질상 위에서 본 선거권, 공무담임권, 국민투표권과는 다른 것이어서 이를 법률이 보장하는 참정권이라고 할 수 있을지언정 헌법이 보장
하는 참정권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주민투표권이 헌법상 보장하는 참정권에 해당한다는 점을 전제로 한 청구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라.그렇다면 결국 주민투표와 관련하여 헌법의 명시적인 입법위임도 존재하지 아니하고, 헌법해석상 그러한 입법의무가 새롭게 발생하는 것도 아니라고 할 것이므로 주민투표에 대한 입법부작위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은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4. 결 론
따라서 이 사건 심판청구는 모두 부적법하므로 이를 모두 각하하기로 하여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한대현 하경철 김영일 권 성(주심)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