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a
대법원 1992. 10. 27. 선고 92누5867 판결

[지방문화재지정신청에대한부작위위법확인][공1992.12.15.(934),3315]

판시사항

가. 항고소송의 대상인 위법한 부작위의 요건

나. 선조들의 묘가 있는 묘역을 향토유적으로 지정하여 달라는 신청을 받아들이지 아니하였어도 부작위위법확인의 소의 대상이 안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가. 행정청이 국민으로부터 어떤 신청을 받고서 그 신청에 따르는 내용의 행위를 하지 아니한 것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위법한 부작위가 된다고 하기 위하여서는 국민이 행정청에 대하여 그 신청에 따른 행정행위를 해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권리가 있어야 하며 이러한 권리에 의하지 아니한 신청을 행정청이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고 해서 이 때문에 신청인의 권리나 법적 이익에 어떤 영향을 준다고 할 수 없는 것이므로 이를 들어 위법한 부작위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나. 선조들의 묘가 있는 묘역을 향토유적으로 지정하여 달라는 신청을 받아들이지 아니하였어도 부작위위법확인의 소의 대상이 안된다고 한 사례.

원고, 상고인

전주이씨 안양군파종사회 소송대리인 홍익법무법인 담당변호사 이한구

피고, 피상고인

군포시장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태경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이 확정한 다툼없는 사실에 의하면, 조선 성종의 왕자 안양군의 후손으로 구성된 원고가 1990.3. 경기도지사에게 군포시 (주소 1 생략), (주소 2 생략), (주소 3 생략) 등 4필지에 각 소재한 전주이씨 안양군파 묘역에 대하여 지방문화재로 지정하여 줄 것을 신청하자, 경기도지사는 1990.4.30. 그 중 (주소 1 생략) 소재 묘역만을 경기도 기념물로 지정하고 위 (주소 2 생략) 및 (주소 3 생략) 소재 묘역(이하 이 사건 묘역이라 한다)에 대하여는 피고에게 향토유적으로 지정할 것을 권유하였으며, 이러한 권유를 받은 피고는 1990.10.12. 원고에게 이 사건 묘역은 산본신도시개발사업계획상 현장보존이 불가능한 지역이므로 위 묘역을 도시계획에 저촉되지 않는 토지로 이전할 경우 향토유적으로의 지정을 검토하겠다고 통보하였다는 것이다. 사정이 위와 같다면 비록 원고가 이 사건 묘역에 대하여 당초 경기도지사에게 그 지방문화재지정을 신청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 후 피고가 경기도지사로 부터 원고의 위 신청사실 및 지정권유를 하달받고 더욱이 원고에게 대하여 이 사건 묘역에 대한 향토유적지정이 불가능하다고 통보까지 한 이상 원고가 이 사건 묘역에 대한 향토유적지정신청을 피고에게 다시 하였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원고의 신청은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따라서 원심판결 중 원고가 피고에게 향토유적지정의 신청조차 없었다고 판단한 부분은 잘못된 것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행정청이 국민으로부터 어떤 신청을 받고서도 그 신청에 따르는 내용의 행위를 하지 아니한 것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위법한 부작위가 된다고 하기 위하여서는 국민이 행정청에 대하여 그 신청에 따른 행정행위를 해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권리가 있어야 하며 이러한 권리에 의하지 아니한 신청을 행정청이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고 해서 이 때문에 신청인의 권리나 법적 이익에 어떤 영향을 준다고 할 수 없는 것이므로 이를 들어 위법한 부작위라고 할 수 없을 것인바, 문화재의 지정에 관한 문화재보호법의 각 규정을 살펴보아도 각종 문화재의 지정은 어디까지나 문화부장관 또는 서울특별시장, 직할시장, 도지사 등이 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을 뿐이고 문화재보호법제55조 제5항 의 위임규정에 따라 제정된 군포시향토유적보호조례 를 보아도 시장인 피고가 유형 무형의 기념물, 민속자료 등 향토유적으로 가치가 있는 것을 군포시향토유적보호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지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문화재를 보존하여 이를 활용함으로써 국민의 문화적 향상을 도모함과 아울러 인류문화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문화재보호법의 제정목적을 감안하여 볼 때 위 조례의 규정은 향토유적을 보호관리하는 데 필요한 경우 향토유적을 지정할 수 있는 권능을 시장에게 부여한 규정에 지나지 않는 것이고 비록 이 사건 묘역에 안양군파 선조들의 묘가 있어 안양군파종중의 재산관리 및 보존을 위하여 설립된 원고법인으로서는 위 묘역을 관리할 필요성이 크다 하여도 이 점만으로 원고가 피고에게 이 사건 묘역을 향토유적으로 지정하여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신청권이 있다 할 수 없고 또 조리상 그러한 신청권이 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결국 피고가 원고의 작위의무이행을 구하는 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고 해서 이를 가리켜 항고소송의 대상인 위법한 부작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원고의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한 것이 되어 각하를 면할 수 없다 할 것이며, 따라서 같은 취지의 원심판단은 옳고 거기에 소론이 지적하는 위법이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최재호(재판장) 윤관 김주한 김용준

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1992.3.11.선고 91구6575
본문참조조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