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보(제54호)]
가.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으로부터 배제하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의 위헌 여부(한정적극)
나.위헌이기는 하지만 아직 헌법재판소에 의하여 위헌으로 선언된 바가 없는 법률이 적용된 재판이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소극)
다.심리불속행 제도를 규정하고 있는 상고심절차에관한특례법 제4조 제1항 및 제5조 제1항 중 제4조에 관한 부분의 위헌 여부(소극)
가.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법원이 헌법재판소의 기속력 있는 위헌결정에 반하여 그 효력을 상실한 법률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
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그 재판도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의 ‘법원의 재판’에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하여 그 효력을 상실한 법률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재판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도내에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하겠다.
나.법률의 위헌 여부를 심사하는 헌법재판절차를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따로 제도화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헌법재판소가 위헌을 선언하기 전까지는 모든 법률은 합헌으로 인정되어 법원에서도 그 적용을 거부할 수 없다. 위헌의 의심이 있어 헌법재판소에 위헌제청신청을 하여 그 적용을 일시 유보하는 수는 있지만 그렇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적용을 거부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비록 후일 그 법률이 헌법재판소에 의하여 위헌으로 판명된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 이전의 단계에 있어서는 그 법률을 판사가 적용하는 것은 제도적으로 정당성이 보장된 것이다. 따라서 비록 위헌이기는 하지만 아직 헌법재판소에 의하여 위헌으로 선언된 바가 없는 법률이 적용된 재판을 위법한 공권력의 행사라고 하여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는 것이다.
재판관 이영모의 위 가. 나에 대한 별개의견
법원은 헌법에 따라 정당한 판단을 할 것을 조건으로 법률에 대한 합헌적인 해석권만을 가지고 있으므로 위헌인 법률을 합헌으로 해석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법원의 재판도 헌법소원 심판대상으로 삼아야 하고,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의 ‘법원의 재판’에 위헌인 법률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도 내에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헌법에 위반된다.
다.헌법이 대법원을 최고법원으로 규정하였다고 하여 대법원이 곧바로 모든 사건을 상고심으로서 관할하여야 한다는 결론이 당연히 도출되는 것은 아니며,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사건의 경중을 가리지 않고 모든 사건에 대하여 대법원을 구성하는 법관에 의한 균등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의미한다거나 또는 상고심재판을 받을 권리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또한 심급제도는 사법에 의한 권리보호에 관하여 한정된
법발견 자원의 합리적인 분배의 문제인 동시에 재판의 적정과 신속이라는 서로 상반되는 두가지의 요청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의 문제로 돌아가므로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형성의 자유에 속하는 사항이다. 그러므로 상고심절차에관한특례법 제4조 제1항 및 제5조 제1항 중 제4조에 관한 부분은 비록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제약하고 있기는 하지만 위 심급제도와 대법원의 기능에 비추어 볼 때, 헌법이 요구하는 대법원의 최고법원성을 존중하면서 민사, 가사, 행정 등 소송사건에 있어서 상고심재판을 받을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을 정함에 있어 개별적 사건에서의 권리구제보다 법령해석의 통일을 더 우위에 둔 규정으로서 그 합리성이 있다. 특히 특례법 제4조 제1항 각호에서는 심리불속행의 예외사유를 객관적이고 구체적으로 규정하여 구체적 사건의 상고이유와 관계없는 우연한 사정이나 법원의 자의에 의한 결정을 배제하고 있고, 특례법 제5조 제1항 중 제4조에 관한 부분은 단지 특례법 제4조에 의한 판결의 보다 신속한 처리를 목적으로 한 것에 지나지 아니한 것이므로 특례법 제4조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 터에 이를 헌법에 위반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부분
가. 헌재 1997. 12. 24. 96헌마172 등, 판례집 9-2, 842
다. 헌재 1997. 10. 30. 97헌바37 등, 판례집 9-2, 502
청 구 인 1. 99헌마461 사건
송○신
2. 2000헌마258 사건
우○희 외 2인
대리인 변호사 송○신
1. 대법원 1999. 5. 31. 선고 99다8957 판결에 관한 청구인 송○신의 청구와 춘천지방법원 속초지원 1997. 4. 15. 선고 89가단536 판결, 춘천지방법원 1999. 10. 15. 선
고 97나1710 판결 및 대법원 2000. 3. 10. 선고 99다67703 판결에 관한 청구인 우○희, 이○준, 이○률의 각 청구는 이를 모두 각하한다.
2. 청구인들의 나머지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99헌마461
청구인 송○신은 변호사인바 자신이 형사유죄판결 및 변호사 업무정지명령을 받은 것과 관련하여 그에 관계된 검사들과 판사들 및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였으나 1999. 5. 31. 선고 99다8957 대법원판결로 패소확정되었다. 위 대법원판결은 상고심절차에관한특례법 제4조 소정의 심리불속행의 판결로 같은 법 제5조에 의하여 이유의 기재가 생략되었다.
청구인 송○신은 위 대법원판결이 평등권 등을 침해하는 것이라 하여 그 취소를 구하면서 아울러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중 재판에 대한 소원을 금지하는 부분과 상고심절차에관한특례법 제4조 제1항 및 제5조 제1항이 헌법소원청구권 및 재판청구권을 침해한다 하여 그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2000헌마258
청구인 우○희, 이○준, 이○률의 피상속인인 청구외 망 이○우가 청구외 이○오와의 사이에 재판상 화해를 한 것과 관련하여 그 효력을 다투는 위 청구인들이 제기한 변론기일지정신청에 대하여 춘천지방법원 속초지원에서 1997. 4. 15. 위 지원89가단536사건의 판결로 소송종료가 선언되었고 이에 대한 위 청구인들의 항소(춘천지방법원 97나1710)가 1999. 10. 15. 기각되고 그 상고(대법원 99다67703) 또한 2000. 3. 10. 기각되었다.
위 청구인들은 위 1, 2, 3심의 판결이 평등권과 재판청구권 등을 침해한다 하여 그 취소를 구함과 동시에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중 재판에 대한 소원을 금지하는 부분이 헌법소원청구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그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99헌마461 사건의 심판의 대상은 대법원 1999. 5. 31. 선고 99다8957 판결,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이라고 한 부분, 상고심절차에관한특례법(이하 “특례법”이라 한다) 제4조 제1항 및 같은 법 제5조 제1항 중 제4조에 관한 부분의 위헌 여부이고,
2000헌마258 사건의 심판의 대상은 춘천지방법원 속초지원 1997. 4. 15. 선고 89가단536 판결, 춘천지방법원
1999. 10. 15. 선고 97나1710 판결 및 대법원 2000. 3. 10. 선고 99다67703 판결,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이라고 한 부분의 위헌 여부이다,
이들 법률조항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청구사유)①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단서 생략
특례법 제4조(심리의 불속행)①대법원은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이 다음 각 호의 1의 사유를 포함하지 아니한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더 나아가 심리를 하지 아니하고 판결로 상고를 기각한다.
2.원심판결이 명령·규칙 또는 처분의 법률위반 여부에 대하여 부당하게 판단한 때
3.원심판결이 법률·명령·규칙 또는 처분에 대하여 대법원판례와 상반되게 해석한 때
4.법률·명령·규칙 또는 처분에 대한 해석에 관하여 대법원판례가 없거나 대법원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는 때
5.제1호 내지 제4호외에 중대한 법령위반에 관한 사항이 있는 때
6.민사소송법 제394조제1항제1호 내지 제5호의 사유가 있는 때
2. 청구인들의 주장요지 및 관계기관의 의견요지
가. 99헌마461
(1) 청구인의 주장요지
대법원 1999. 5. 31. 선고 99다8957 판결이, 조목조목 구체적 근거를 들어 헌법 위반, 채증법칙 위배, 법리오인, 판단유탈 등을 주장한 청구인의 상고이유를 무시하고 특례법 제4조 제1항 및 제5조 제1항에 따라 이유도 기재하지 아니한 채 심리불속행의 판결을 한 것은 평등권과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
또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중 재판에 대한 소원을 금지하고 있는 부분은, 위헌적이고 불법적이며 비도덕적이고 반윤리적인 재판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을 통제할 길이 없는 점을 고려할 때, 헌법소원심판청구권과 평등권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나아가 특례법 제4조 제1항 및 제5조 제1항 중 제4조에 관한 부분은 공무원이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임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7조 제1항, 재판을 받을 권리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27조 제1항 그리고 법관의 독립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103조에 위배된다.
(2) 법무부장관의 의견요지
별지와 같다.
나. 2000헌마258
(1) 청구인 우○희, 이○준, 이○률의 주장요지
춘천지방법원 속초지원 89가단536 판결은 변론을 종결하자마자 선고한 것으로서 재판장의 재판진행 및 선고가 형식적 법절차까지도 무시한 일방적인 것이었으며, 화해무효와 관련된 변론기일지정신청을 받아들이고도 명문의 규정이 없는 소송종료선언을 강행하였는바 이는 헌법과 법률 및 양심에 따른 공정한 재판이 아니고, 헌법 제27조 소정의 재판청구권, 헌법 제103조 소정의 법관의 독립, 국민주권주의, 기본권신장주의 등을 침해한 것이다.
또한 춘천지방법원 97나1710 판결 및 대법원 99다67703 판결은 제1심 법원의 잘못을 시정하지 아니함으로써 자의금지의 원칙이나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고, 공정과 신속의 원칙에도 어긋나서 헌법과 법률 및 양심에 따른 재판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밖에 위 판결들은 모두 헌법재판소가 93헌바27 사건의 결정이유에서 재판상 화해의 무효를 다투는 한 방법으로 지적한 ‘조서기재에 대한 이의’에 관하여는 명백한 판단조차 하지 않고 있는바, 이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위배되는 위헌적인 판결인 것이다.
나아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이라고 한 부분은 청구인 송○신의 주장과 같은 이유에서 위헌이다.
(2) 법원행정처장의 의견요지
별지와 같다.
3.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이라고 한 부분에 관한 청구에 대하여 판단한다.
가.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이라고 한 부분에 대하여 이미 헌법재판소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의 ‘법원의 재판’에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도 내에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내용의 한정위헌결정을 선고하였는바(헌재 1997. 12. 24. 96헌마172 등, 판례집 9-2, 842, 854~862), 그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1)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의 위헌 여부
㉮ 헌법 제111조 제1항 제5호의 ‘법률이 정하는 헌법소원’의 의미
헌법소원제도는 일반사법제도와 같이 보편화된 제도가 아니고 헌법소원을 채택하고 있는 나라마다 헌법소원제도를 구체적으로 형성함에 있어서, 특히 헌법소원의 심판범위에 있어서도 그 내용을 서로 달리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일반적으로 인정된 보편·타당한 형태가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오늘날 헌법소원제도를 두고 있는 나라들은 모두 한결같이 헌법소원이 공권력작용으로 인하여 헌법상의 권리를 침해받은 자가 그 권리를 구제받기 위한 이른바 주관적 권리구제절차라는 것을 그 본질적 요소로 하고 있다.
헌법 제111조 제1항 제5호가 ‘법률이 정하는 헌법소원에 관한 심판’이라고 규정한 뜻은 결국 헌법이 입법자에게 공권력작용으로 인하여 헌법상의 권리를 침해받은 자가 그 권리를 구제받기 위한 주관적 권리구제절차를 우리의 사법체계, 헌법재판의 역사, 법률문화와 정치적·사회적 현황 등을 고려하여 헌법의 이념과 현실에 맞게 구체적인 입법을 통하여 구현하게끔 위임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헌법소원은 언제나 ‘법원의 재판에 대한 소원’을 그 심판의 대상에 포함하여야만 비로소 헌법소원제도의 본질에 부합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할 것이다.
㉯ 평등권의 침해 여부
입법작용과 행정작용이 잠재적인 기본권 침해자로서의 기능을 가지고 있음에 반하여 사법작용은 기본권의 보호자로서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법원의 재판을 다른 공권력의 작용과는 달리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에서 제외한 데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므로 이를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 것이라 할 수 없다.
㉰ 재판청구권의 침해 여부
재판청구권은 사실관계와 법률관계에 관하여 최소한 한번의 재판을 받을 기회가 제공될 것을 국가에게 요구할 수 있는 절차적 기본권을 뜻하므로 기본권의 침해에 대한 구제절차가 반드시 헌법소원의 형태로 독립된 헌법재판기관에 의하여 이루어 질 것만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청구인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였다거나 되도록 흠결 없는 효율적인 권리구제절차의 형성을 요청하는 법치국가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 소결론
그렇다면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국민의 기본권(평등권 및 재판청구권 등)의 관점에서는 입법형성권의 헌법적 한계를 넘는 위헌적인 법률조항이라고 할
수 없다.
(2) 한정위헌결정
㉮모든 국가기관은 헌법의 구속을 받고 헌법에의 기속은 헌법재판을 통하여 사법절차적으로 관철되므로, 헌법재판소가 헌법에서 부여받은 위헌심사권을 행사한 결과인 법률에 대한 위헌결정은 법원을 포함한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한다. 따라서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하여 그 효력을 상실한 법률을 적용하여 한 법원의 재판은 헌법재판소 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법률에 대한 위헌심사권을 헌법재판소에 부여한 헌법의 결단(헌법 제107조 및 제111조)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결국, 그러한 판결은 헌법의 최고규범성을 수호하기 위하여 설립된 헌법재판소의 존재의의, 헌법재판제도의 본질과 기능, 헌법의 가치를 구현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치주의의 원리와 권력분립의 원칙 등을 송두리째 부인하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한편 헌법이 법률에 대한 위헌심사권을 헌법재판소에 부여하고 있음에도 법원이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따르지 아니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법원 스스로가 ‘입법작용에 대한 규범통제권’을 행사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헌법은 어떠한 경우이든 헌법재판소의 기속력있는 위헌결정에 반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법원의 재판에 대하여는 헌법재판소가 다시 최종적으로 심사함으로써 자신의 손상된 헌법재판권을 회복하고 헌법의 최고규범성을 관철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또한, 청구인과 같이 권리의 구제를 구하는 국민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이러한 결과는 국민이 행정처분의 근거가 된 법률의 위헌성을 헌법재판을 통하여 확인받았으나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위배되는 법원의 재판으로 말미암아 권리의 구제를 받을 수 없는, 법치국가적으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법적 상태가 발생한다.
㉯ 이상과 같은 이유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법원이 헌법재판소의 기속력 있는 위헌결정에 반하여 그 효력을 상실한 법률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그 재판도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의 ‘법원의 재판’에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하여 그 효력을 상실한 법률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재판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도내에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하겠다』
나.이 사건에서 위 한정위헌결정과 달리 판단하여야 할 아무런 사정변경이 없고 오히려 위 결정은 다음
과 같은 이유로 그 정당성이 뒷받침된다. 순차로 검토한다.
(1) 재판청구권의 측면에서 본 검토
(가) 원 칙
①헌법 제27조 제1항이 규정하는 국민의 재판청구권에 대하여는 첫째로 누구에 대하여 재판을 청구할 것인가, 바꾸어 말하면 누가 재판을 담당할 것인가 하는 문제, 그리고 둘째로 재판에 대하여 불만이 있으면 어디까지 재판을 거듭할 수 있는가, 환언하면 최종적인 불복재판을 누가 맡을 것인가 하는 두가지 문제가 함께 구체적으로 결정되어야 한다.
첫째 문제에 대하여 헌법 제101조 제1항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규정하여 재판청구는 법원에 대하여 하는 것임을 결정하였고 둘째 문제에 대하여 헌법은 제101조 제2항에서 법원은 최고법원인 대법원과 각급법원으로 구성한다고 규정하여 재판에 대한 불복은 대법원에서 끝내도록 한계를 설정하였다. 이것은 바꾸어 말하면 재판은 법원이 담당하고 최종 불복재판은 대법원이 담당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재판은 법원에서 하되 대법원의 재판을 끝으로 하여야 함을 헌법에서 결정한 것이다.
②그러므로 법원 아닌 곳에서 재판을 한다든지 불복이 있다 하여 대법원을 넘어서까지 재판을 거듭한다면 그것은 헌법위반이 된다.
③그러므로 만일 헌법재판소가 재판을 대상으로 하여 그 취소 여부를 다루는 헌법소원심판을 하게 된다면 그것은 법원 밖에서 그리고 대법원을 넘어서서 재판에 대한 불복절차로서의 재판을 다시 연장하여 하는 것에 해당하여 헌법위반이 되는 것이다.
④이러한 이치 때문에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원칙적으로 제외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이고 이것은 그 자체로는 현재의 헌법규정상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나) 예 외
재판은 원칙적으로는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지 아니하지만 헌법재판소에 의하여 위헌이 선언된 법률을 적용한 재판은 예외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된다.
왜냐하면 헌법은 위헌법률심사를 사법부의 권한이 아니고 헌법재판소의 권한으로 규정하면서 법률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여부심사에 대한 불복을 허용하지 아니함으로써 이를 최종적인 것으로 규정하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가 위헌이라고 선언한 법률을 법원이 합헌이라고 하여 이를 적용한다면 그것은 비록 형식은 재판이지만 실제로는 법원이 위헌법률
심사를 다시 하는 측면이 있는 것이고 이러한 위헌심사의 측면은 헌법 제111조 제1항, 제107조 제1항 및 제101조에 위반된다.
따라서 이는 중대한 헌법위반의 공권력 행사에 해당되어 이 부분은 취소의 대상이 된다. 다만, 하나의 재판이라는 형식 속에 통상의 재판이라고 할 부분과 위헌심사에 해당하는 부분이 불가분리적으로 결합되어 있어 위헌심사부분만을 분리하여 취소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또 위헌심사부분이 그 재판의 실질적 핵심이므로 불가불 그 재판 전체를 취소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재판의 취소는 단순한 통상적 재판의 취소가 아니라 헌법에 위반된 공권력의 행사를 취소하는 헌법소원 본래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다.
(2) 평등권의 측면에서 본 검토
고도의 자격과 경력 및 신분보장을 가진 법관에 의하여 담당된다는 점, 절차의 공정과 진실발견을 위하여 심리와 판결에 관한 엄격한 절차가 세밀하게 법률로 규정되어 있다는 점, 1회의 심판으로 그치지 않고 불복절차가 심급제도에 의하여 충분히 보장되어 있다는 점 등에서 법원의 재판작용은 행정작용이나 입법작용과 다르므로 이를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충분한 합리성을 갖는다.
다. 소 결
그러므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이라고 한 부분이 청구인들의 재판청구권, 평등권, 행복추구권 등의 기본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는 주장은 이유가 없다.
4.대법원 1999. 5. 31. 선고 99다8957 판결, 춘천지방법원 속초지원 1999. 4. 15. 선고 89가단536 판결, 춘천지방법원 1999. 10. 15. 선고 97나1710 판결 및 대법원 2000. 3. 10. 선고 99다67703 판결에 관한 청구에 대하여 판단한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원칙적으로 ‘법원의 재판’ 자체는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지 아니하고, 다만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에 대하여만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인바, 이 사건 판결들이 앞에서 본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예외적인 재판에 해당되지 아니하므로 그 취소를 구하는 이 부분 심판청구는 모두 부적법하다.
청구인 송○신은 이 사건 판결(대법원 1999. 5. 31. 선고 99다8957 판결)이 적용한 특례법 제4조, 제5조 등의 법률은 그 자체가 위헌이므로 이를 적용한 위 대법원판결은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통상의 사법절차 이외에 법률의 위헌 여부를 재판하는 제도와 절차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나라에서라면 판사가 법률의 위헌 여부를 스스로 심사하여 위헌이라고 판단되는 법률의 적용을 거부하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지만 법률의 위헌 여부를 심사하는 헌법재판절차를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따로 제도화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헌법재판소가 위헌을 선언하기 전까지는 모든 법률은 합헌으로 인정되어 법원에서도 그 적용을 거부할 수 없다. 위헌의 의심이 있어 헌법재판소에 위헌제청신청을 하여 그 적용을 일시 유보하는 수는 있지만 그렇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적용을 거부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비록 후일 그 법률이 헌법재판소에 의하여 위헌으로 판명된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 이전의 단계에 있어서는 그 법률을 판사가 적용하는 것은 제도적으로 정당성이 보장된 것이다. 위헌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하지 못한 점에서 그 판사가 비난을 받는 것과는 별개로 그 적용 자체는 제도적으로 정당성이 보장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비록 위헌이기는 하지만 아직 헌법재판소에 의하여 위헌으로 선언된 바가 없는 법률이 적용된 재판을 위법한 공권력의 행사라고 하여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법원이나 당사자가 어느 법률의 위헌성을 재판중에 미쳐 인식하지 못하다가 대법원의 재판까지 모두 끝난 뒤에 비로소 알게된 경우에는 위헌심판의 제청 또는 그 신청을 할 수 없어 구제를 받지 못하게 되는 수가 있다. 그러나 제도라는 측면에서 볼 때, 재판계속 중에는 어느 심급에서든지 언제나 위헌심판의 제청 또는 그 신청이 가능토록 하여 위헌여부의 심사를 받을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이상, 그것으로 제도의 적정성은 확보된 것이고 이러한 적정성의 수준 이상으로 기회를 확대하지 않는다고 하여 이를 위헌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청구인의 주장은 이유가 없다.
5.특례법 제4조 제1항 및 같은 법 제5조 제1항 중 제4조에 관한 부분에 대한 청구에 대하여 판단한다.
특례법 제4조 제1항 및 같은 법 제5조 제1항 중 제4조에 관한 부분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합헌결정을 선고한 바 있는데(헌재 1997. 10. 30. 97헌바37 등, 판례집 9-2, 502, 514~520), 그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과 법률이 정하는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사건의 경중을 가리지 않고 모든 사건에 대하여 대법원을 구성하는 법관에 의한 균등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의미한다거나 또는 상고심재판을 받을 권리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또한 심급제도는 사법에 의한 권리보호에 관하여 한정된 법발견 자원의 합리적인 분배의 문제인 동시에 재판의 적정과 신속이라는 서로 상반되는 두가지의 요청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의 문제로 돌아가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비록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제약하고 있기는 하지만 위 심급제도와 대법원의 기능에 비추어 볼 때 헌법이 요구하는 대법원의 최고법원성을 존중하면서 민사, 가사, 행정 등 소송사건에 있어서 상고심재판을 받을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을 정함에 있어 개별적 사건에서의 권리구제보다 법령해석의 통일을 더 우위에 둔 규정으로서 그 합리성이 있다. 특히 특례법 제4조 제1항 각호에서는 심리불속행의 예외사유를 객관적이고 구체적으로 규정하여 구체적 사건의 상고이유와 관계없는 우연한 사정이나 법원의 자의에 의한 결정을 배제하고 있고, 특례법 제5조 제1항 중 제4조에 관한 부분은 단지 특례법 제4조에 의한 판결의 보다 신속한 처리를 목적으로 한 것에 지나지 아니한 것이므로 특례법 제4조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 터에 이를 헌법에 위반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이 사건에서는 위 합헌결정과 달리 판단하여야 할 아무런 사정변경도 없으므로, 특례법 제4조 제1항 및 같은 법 제5조 제1항 중 제4조에 관한 부분이 청구인 송○신의 재판청구권, 평등권, 행복추구권 등의 기본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는 주장은 이유가 없다.
6. 결 론
이상과 같은 이유로 청구인들의 심판청구 중 이 사건 판결들에 관한 부분은 부적법하므로 이를 모두 각하하고(주문 제1항), 나머지 심판청구는 이유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한다(주문 제2항). 주문 제1항에 대하여 재판관 이영모의 아래 7.과 같은 별개의견이 있는 외에는, 이 결정에 관하여 관여재판관 전원의 의견이 일치된다.
7. 재판관 이영모의 주문 제1항에 대한 별개의견
가.나는, 다수의견이 청구인의 심판청구를 각하한다는 결론에는 찬성하나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의 ‘법원의 재판’에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도 내에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헌법에 위반된다”(이하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한 재판’이라 한다)고 한 헌법재판소의 1997. 12. 24. 96헌마172 등 결정(판례집 9-2, 842)을 인용한 부분은 동조(同調)하지 아니한다. 그 이유는, 헌법재판소의 1998. 4. 30. 92헌마239 결정에서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대상의 허용범위를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의 ‘법원의 재판’에 위헌인 법률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도 내에서, 헌법재판소법(이하 ‘법’이라 한다) 제68조 제1항은 헌법에 위반된다”(이하 ‘위헌인 법률을 적용한 재판’이라 한다)고 인정하여 그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반대의견을 개진하였기 때문이다(판례집, 10-1, 435, 442).
나.사회를 구성하고 자율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개인이 자유와 생존을 확보하고 그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하여는 일정한 권리의 존재를 전제로 한다. 개인과 공동체, 자유(권리)와 질서, 이 대립되는 두 주체와 이념 간의 갈등은 인류역사와 더불어 시작된 것이다. 개인의 자유(권리)를 보장하느냐 공동체의 이익을 우선시키느냐의 다툼은 언제나 조정을 필요로 하는 시대적 과제였고 오늘의 우리 또한 그 과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헌법의 기본권조항은 그 시대의 개인과 공동체 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한 내용이 담긴 약속문서이다. 헌법이 개인에게 보장하는 약속, 즉 기본권(자유·권리)은 오랜기간의 투쟁을 통하여 공동체를 지배하던 자가 가졌던 권력을 제한함으로서 생긴 전리품인 것이다. 따라서 헌법은 공동체인 국가가 이 약속을 지키고 그 전리품을 훼손하지 않게끔 이를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통상의 예이다.
우리 헌법도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제10조)고 하여 인권의 고유성·불가침성·보편성을 선언한 다음 국민의 자유와 권리인 기본권을 열거한다(제11조부터 제37조까지). 또 기본권을 보장하는 기관으로서 일반적인 법률상의 쟁송을 심판하는 법원 외에 헌법재판소를 따로 설치하여 감시와 통제를 담당하게 하고 있다.
(1)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에게 인정되는 헌법소원 심판청구권은, 기본권의 주체인 국민으로 하여금 위에서
말한 제도적 장치를 이용하게 하는 수단인 것이다(법 제68조). 헌법은 이 수단을 재판청구권으로 표현하고 있다(제27조 제1항). 이 사법행위청구권은 국민이 사법기관에 접근하는 것을 보장하는 절차적 기본권으로 법의 지배를 담보하는 필수불가결한 전제가 되는 권리이다. 다시 말하면, 이 권리는 국민의 권리구제 외에 민주주의와 직결되는 법의 지배 및 권력분립을 실현·유지하는 수단이므로, 헌법소원 심판청구권은 법원에 재판을 청구하는 권리와 더불어 실체적 기본권을 보장하는 첩경이 되는 권리인 것이다.
따라서 헌법소원 심판청구권을 제한하는 법 제68조 제1항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라는 규정이 평등원칙 위반으로 문제되는 경우, 그 제한이 헌법에 합치되는 것인지에 관한 심사기준은, 재판청구권의 본질 및 기능, 그 청구권의 생성경과(절차적 기본권과 실체적 기본권은 동일한 근원에서 발전된 권리라는 점에 관하여, 헌재 1999. 9. 16. 98헌마265 , 공보 38, 793, 798. 재판관 이영모의 반대의견 참조) 등을 감안하면, 정신적 자유권 및 이와 관련되는 선거권과 동일하게 엄격심사대상으로 보아, 이를 제한하는 규정의 입법목적이 필수불가결한 것인지, 입법목적 달성수단이 필요최소한의 것인지를 검토하여 헌법에 합치되는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헌재 1995. 9. 28. 91헌가11 등 판례집 7-2, 264, 278; 1996. 1. 25. 95헌가5 , 판례집 8-1 1, 14; 1997. 8. 21. 94헌바2 , 판례집 9-2, 223, 235, 236. 재판관 이재화, 조승형, 이영모의 반대의견; 1998. 7. 16. 95헌바19 등, 판례집 10-2, 89, 107, 110. 재판관 김용준, 신창언, 이영모, 한대현의 반대의견 각 참조).
(2)나아가서,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라는 규정이 헌법상의 평등권 및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지를 검토하고 헌법 제37조 제2항에 규정된 기본권 제한의 한계를 지키는지를 살피기로 한다.
(가)법령에 대한 헌법소원이 적법하기 위하여는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이 있어야 한다. 우리의 선례는 이 직접성이란 집행행위에 의하지 아니하고 법령 그 자체에 의하여 자유의 제한, 의무의 부과, 법적 지위의 박탈이 발생하는 경우를 말하므로, 당해 법령을 근거로 구체적인 집행행위를 통하여 기본권 침해라는 법률효과가 생기는 경우에는 직접성이 없다고 한다(헌재 1992. 11. 12. 91헌마192 , 판례집 4, 813, 823). 때문에, 재판의 전제가 되는 당해사건에 적용할 법령은 거의 직접성이 없으므로 재판 전에는 위헌여부의 판단을 받지 못하게 된다. 또 집행행위를 대상으로 하는 구제절차가 법원의 재판인 경우에도 “법 제41조 제1항에 의
한 제청사건”이나 “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소원사건”만 위헌여부의 판단을 할 수 있게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 재판의 전제가 되는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에 관한 해석은 제청의무가 있는 법관 개개인의 견해에 따라 그 결론이 다르므로, 법관이 직권으로 제청신청을 하지 않는 한 소송계속 중 위헌제청을 신청하지 아니한 소송당사자는 패소판결이 난 다음에는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문제가 된다.
(나)헌법은, 헌법재판소와 법원을 독립된 별개기관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국민의 기본권 보장수단인 법률의 위헌여부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청구권을 굳이 재판계류 중에 당사자가 법원에 신청(청구)한 경우에 한하도록 그 시기에 제한을 둔 것(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소원사건)은 법 제75조 제7항에 따라 재심청구를 할 수 있게 한 것 외에 다른 이유를 찾아볼 수 없다. 이 청구권을 재판상의 공격방어 방법인 변제, 위법성조각사유 등과 같은 주장이나 항변과 동일한 반열에 두어 제한하지 않으면 안될 사정이 있는 것도 아니다.
법원이 재판의 전제가 되는 법률이 위헌인데도 불구하고 합헌으로 잘못 보는 경우와 당사자가 재판 중에는 미처 그 법률이 위헌임을 알지 못하다가 끝난 뒤에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경우,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라는 제한규정으로 당해사건에 적용한 법률에 대한 위헌심판청구권을 봉쇄하는 것은 위헌의 소지가 있는 것이다.
헌법소원 심판청구권을 재판계류 중에 행사하도록 한 이 제한규정을 위헌으로 선언하여 법원의 재판이 끝난 모든 사건에 대하여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할 수 있게 한다면 4심제의 허용이라는 비난을 할 수도 있겠으나, 이 제한규정 중 법원의 관할에 속하지 않는 ‘위헌인 법률을 적용한 재판’까지도 이 청구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은 재판 이외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국민이 기본권을 침해당한 경우와 비교할 때에 특별히 이를 차별하지 않으면 안될 필수불가결한 입법목적이 있다거나 필요최소한의 제한요건을 갖추어 헌법상 정당성이 있는 것으로 인정할만한 이유를 발견할 수 없다.
(3)헌법은 우리의 사법제도를, 법원에 대하여는 헌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한 법률상의 쟁송 심판권 일체를 주는 것과 동시에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는 헌법재판소에 제청하여 그 심판에 의하여 재판하도록 의무를 지우는(헌법 제107조 제1항, 법원조직법 제2조) 한편, 법
률의 위헌여부심판과 헌법소원에 관한 심판은 헌법재판소의 권한에 속하는 것으로(헌법 제111조 제1항 제1호 및 제5호, 법 제41조 제1항, 제68조 제2항) 규정하는 이원적 구조를 채택하여, 법률의 위헌여부에 대한 합헌적인 해석권만 법원이 갖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이원적인 사법제도를 둔 이유에 의하면, 법 제68조 제1항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라는 규정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 법률을 합헌으로 인정하여 재판하는 것은 법원의 고유 관할에 속하나, ‘위헌인 법률을 적용한 재판’은 헌법이 명시하는 헌법재판소의 법률의 위헌여부심판 영역이므로 이 부분은 헌법소원 심판대상에 해당된다고 판단하는 것은 헌법의 명령이자 우리의 사법제도에 부합하는 결론인 것이다.
따라서 헌법재판소의 법률의 위헌여부심판 영역인 ‘위헌인 법률을 적용한 재판’은 헌법에 위반됨이 분명하므로,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라는 규정은 이 한도 내에서 위헌임을 면할 수 없다. 법 제68조 제1항에 의하여 예외적으로 헌법소원 심판청구가 허용되는 법원의 재판은, 재판에 적용한 법률이 위헌인데도 불구하고 법원이 헌법 제107조 제1항에 따라 헌법재판소에 위헌여부의 심판을 제청하지 않고 스스로 합헌이라고 해석하여 재판한 것을 판결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사건에 한하는 것이다.
법률의 위헌여부심사제도는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의 오·남용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의 가능성을 봉쇄하는 필요하고도 적절한 제도라는 점에 이견(異見)이 있을 수 없다. 그러므로 공권력의 주체인 법원이 하는 재판 또한 다른 공권력의 행사·불행사와 마찬가지로 위에서 본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법 제68조 제1항 소정의 헌법소원 심판대상이 되는 것으로 인정한다면, 법원은 재판의 전제가 되는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심사 숙고하게 되어 위헌의 의심이 있는 법률을 헌법재판소에 제청하지 않고 재판에 바로 적용하는 일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위와 같은 일련의 해석은, 쿠크 경(Sir Edward Coke, Chief Justice of Court of Common Pleas)의 본햄 의사(Dr. Bonham) 사건(1610)이나 마샬 소장(Chief Justice Marshal)이 마브리 대 메디슨(Marbury v. Madison) 사건(1803)을 통하여, 재판에 적용되는 법률에 대한 ‘위헌심사권을 창조하는 것’과 같은 유형에 속한다기 보다는, 대법원이 1971. 6. 22. 9대7의 상대적 다수로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를 위헌으로 판결하면서 법원조직법 제59조 제1항 단서(대법원판사 전원의 3분의2 이상의 출석과 출석인원 3분의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
(4)다수의견은 법원의 재판에 대한 법 제68조 제1항에 의한 헌법소원의 허용범위를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한 재판’에 한한다고 한 종전선례( 96헌마172 등 결정)를 따른다는 결론을 내렸다(이 의견은 7명의 재판관이 새로 평의에 관여한 결론이다). 이 결정은 헌법문제에 관한 최종·최고 결정권을 가진 헌법재판소의 해석이므로, 재판관의 구성이 변경되지 않는 한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나는 다수의견에 찬성하지 아니한다. 그 이유는 이미 92헌마239 사건의 반대의견에서 밝힌 바가 있지만, 이 사건에서 다수의견을 다시 생각해 보면, ‘위헌인 법률을 적용한 재판’에 대한 법률의 위헌여부심판을 못하게 하는 규정을 합헌으로 보는 것은, 위헌법률도 법원에서 합헌으로 해석·적용하여 재판하면 적법한 것으로 인정하는 것에 다름 아닌 결론인 것이다. 이와 같은 입론(立論)은 법률의 위헌여부심판권을 헌법재판소에 부여한 취지에 정면으로 어긋날 뿐만 아니라 헌법이 추구하는 법체계의 통일성과 정합성을 크게 해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국민의 권리구제를 외면하고 나아가서 법의 지배와 권력분립의 원리를 뒤흔들어 헌법의 최고이념인 민주주의의 근간(根幹)을 파괴하는 결론이라고 말하지 아니할 수 없다. 헌법에 의하면, 법원은 법률상의 쟁송을 심판할 권한만 있는 기관이지 법률의 위헌여부심판권은 물론 입법권이 있는 기관도 아니기 때문이다.
다.대한민국 헌법은 우리의 상징이자 최상위에 있는 법이다. 헌법재판소 건물의 앞면 5층 위쪽에 아홉 송이의 무궁화 조각(彫刻)이 있다. 이 건물의 중앙 3층에 자리잡은 평의실은 아홉 분의 헌법의 파수꾼들이, 공권력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공권력이 국민과 한 약속을 파기하는 것은 아닌지를 감시하고 심사하는 곳이다. 헌법이 있어야 할 평의실 원탁 위에 재판관들의 손발을 묶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라는 헌법재판소법이 있다면, 이것은 국민의 권리구제와 법의 지배 및 권력분립의 실현·유지를 가로막는 장애물이므로 우리 스스로가 이를 치워야 한다는 것이 나의 별개의견의 결론이다.
라.끝으로,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의 허용범위는 입법형성 영역에 맡겨야 한다는 견해에 대해서는 더 이상 헌법을 말할 필요를 느끼지 아니하므로, 다음과 같은 덴닝 경(Lord Denning, Master of the Rolls)의 글을 읽
어 드리고 싶다.
“법률가 중에는 모든 악(惡)에 대한 최상의 구제는 국회가 제정하는 법률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 그들은 국회가 모든 것을 알고 또 어떠한 것도 할 수 있다고 상정(想定)하는 것 같다. 그러나 국회를 구성하는 분들도 우리와 같은 인간이므로 그들은 자유가 위협받는 여러 문제점을 일일이 경계할 시간도 능력도 갖고 있지 않다. 끊임없는 경계는 우리 자신이 행하여야 하고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이 그 역할을 맡아야 한다. 이것이 바로 신(神)이 인간에게 자유를 준 조건이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이영모 하경철 김영일
권 성(주심)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
〔별 지〕
이해관계인의 의견요지
1. 법무부장관의 의견
이 사건 심판의 대상으로 된 대법원의 판결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따라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는 법원의 재판에 해당하므로, 이 부분 청구는 부적법하다.
또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중 재판소원금지에 관한 청구부분은 대법원의 위 판결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이 부분 청구 또한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고, 설령 적법하다 하더라도, 기본권침해에 대한 보호의무를 담당하는 법원에 의한 기본권침해의 가능성은 국회나 행정부에 의한 경우보다 상대적으로 적고 법원 내부에서도 상급심 법원에 의하여 하급심 법원이 한 재판을 다시 심사하고 있으므로, 입법자가 헌법재판소와 법원의 관계 등을 고려하여 재판작용에 대한 기본권의 보호를 법원에 맡겨 헌법재판소에 의한 기본권 구제의 기회를 부여하지 아니하였다 하여 이를 두고 입법을 잘못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나아가 상고제도의 목적을 법질서의 통일과 같은 공익의 추구에 둘 것인지, 아니면 당사자의 권리구제에 둘 것인지, 또는 양자를 다 같이 고려할 것인지는 입법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는데, 특례법 제4조 제1항 및 제5조 중 제4조에 관한 부분은 대법원이 법률심으로서의 기능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게 하고 법률관계를 신속하게 확정할 목적으로 제정된 것으로서 그 목적이 정당하고, 심리불속행 사유가 객관적이고 구체적으로 규정
되어 있어 우연한 사정이나 법원의 자의에 의한 결정을 배제하고 있으므로 대법원의 기능과 심급제도 등에 비추어 그 합리성이 인정된다.
2. 법원행정처장의 의견
우리 헌법상 사법권은 법원에 속하고 법원에는 심급제도가 완비되어 있기 때문에 법원의 재판에 대하여 별도의 헌법소원제도를 인정할 필요가 없다.
또한 헌법 제107조 제2항에서는 헌법재판소뿐만 아니라 대법원에게도 헌법에 대한 최종해석권을 부여하고 있으므로 재판소원을 인정하는 것은 헌법 제107조 제2항과 저촉되며, 우리 심급제도를 4심제로 바꿈으로써 소송지연과 소송불경제를 초래할 것이다.